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김기덕 감독의 '시간'이 10월 6일 개막하는 스페인 시체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두 영화의 해외배급을 담당하는 씨네클릭아시아는 10일 "'괴물'과 '시간'이 제39회 시체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인 '판타스틱(Fantastic)' 부문에 나란히 진출했다"고 밝혔다. 시체스영화제는 벨기에 브뤼셀 판타스영화제, 포르투칼 판타스포르토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여우주연상을,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가 아시아부문 최고 작품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에 앞서 '괴물'은 5월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됐으며, '시간'은 6월30일 개막한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연합뉴스
'멀홀랜드 드라이브' '트윈 픽스'의 데이비드 린치(60) 감독이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한다고 UPI통신이 9일 전했다. '이레이저 헤드' '블루벨벳' '로스트 하이웨이' '엘리펀트 맨' 등의 작품을 통해 컬트적이면서도 독특한 세계관을 과시해온 린치는 '광란의 사랑'으로 1990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8월30일부터 9월9일까지 열리는 제63회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린치의 신작인 제레미 아이언스와 로라 던 주연의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를 상영한다. /연합뉴스
우선 '키핑 멈(KEEPING MUM)'은 '잠자코 있기', '입 다물고 있기'라는 뜻이다. 제목이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영국산 블랙 코미디는 다림질이 잘된 깔끔한 웃음으로 단장돼 있다. 또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이 포스터 맨 앞에 등장해 또 하나의 슬랩스틱 코미디일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이 영화에서 앳킨슨은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다. 단점을 뒤로 하고 장점을 살펴보자. 꽤나 호화 캐스팅이다. 앳킨슨과 함께 매력적인 영국 여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해리 포터' 시리즈의 깐깐한 여교수 매기 스미스, 그리고 패트릭 스웨이지가 출연한다. 장르는 코미디인데, 앳킨슨의 전매특허인 '나사 풀린' 코미디가 아니라 상황이 빚어내는 유머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또 살인이 너무도 쉽게 자행되지만 그 표현방식은 비교적 '유순'해 코미디와 각을 세우지 않는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파생물이라니 웃음 속에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영국의 평화로운 작은 시골 마을. 월터(로완 앳킨슨 분)는 부녀자들의 원예회 고민까지 들어주는 답답할 정도로 모범적인 목사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그의 가족은 문제투성이다. 아내 글로리아(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잠자리를 거부하는 남편에게 실망해 골프 강사 랜스(패트릭 스웨이지)와 바람이 나고, 모델처럼 예쁜 10대 딸은 남자친구를 수시로 바꿔치며 요란한 애정행각을 벌인다. 또 소심한 어린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 신세.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만 그의 가족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때 '짜잔~' 하고 구세주처럼 자상한 할머니 가정부 그레이스(매기 스미스)가 등장한다. 그레이스가 이 집에 들어온 후부터 월터 가족의 고민과 문제점은 하나둘씩 사라진다. 가정의 평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 다만 이상한 것은 그레이스가 온 후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는 것이다. '영국식 연못 살인사건'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영화는 행복한 가정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그것이 깨졌을 때의 핏빛 배신감을 끈적이지 않게 그려냈다. 대단히 서늘한 소재를 위트 있게 풀어낸 솜씨가 귀엽다. 15세 이상 관람가, 14일 필름포럼 단관 개봉 /연합뉴스
'스카우트맨'이라 하면 '보이(혹은 걸) 스카우트'가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은 일본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일본 섹스 산업에만 있는 특이한 직종이다. 성인용 비디오를 말하는 AV와 성인용 잡지 화보에 출연할 여배우와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젊은 여성을 스카우트하러 다니는 남자를 뜻한다. 일본 제목은 '고통(PAIN)'인 이 영화는 도쿄의 섹스 산업으로 흘러들어간 10대들의 방황과 고통을 그리고 있다. 실제 AV 감독 출신인 이시오카 마사토 감독이 현장에서 경험한 일들이 영화적 현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10대들의 일탈을 다룬 점에서는 임상수 감독의 '눈물'이나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와 비교할 수도 있겠다. 2000년 작품이라 이번 국내 개봉은 상당히 늦은 편. 그러나 영화가 담고 있는, 방황하는 일본 10대들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하다. 2001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17세인 마리와 아쓰시는 연인 사이로 함께 살기 위해 가출해 도쿄로 온다. 그러나 집도 돈도 없다. 마리는 다리까지 약간 저는 상태.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둘은 길거리를 전전하다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미는 섹스산업의 유혹에 넘어가버린다. 마리는 원조교제를 알선하는 파티 티켓 판매에 뛰어들고, 아쓰시는 스카우트맨이 된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몸뚱아리마저도 내던지게 된다. 영화 속 세상은 암울하다. 세상의 관심사는 온통 섹스뿐이고, 변태 성욕자는 흔하다. 소녀가 씹던 껌을 돈 주고 사서 씹는 중년 남성의 모습은 그중에서도 가관. 가정과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10대들은 무방비 상태로 거리로 내몰려 대단히 빠른 속도로 타락해간다. 문제는 그것이 타락인지조차 어느 순간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것. 그저 돈이 필요해서 한 행동일 뿐이고 몸을 팔고 섹스 산업에 관여하는 것이 그 순간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도쿄에서 윤리는 실종됐다. 얌전하고 예절 바르게만 보이는 일본인들이 이 영화 속에서는 '뒤로 별짓 다하는' 광경을 보자면 기막히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영화 속 모습이 일본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반면교사로서 반성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14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자신의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8월10일 개봉하는 임수정 주연의 영화 '각설탕'(감독 이환경, 제작 싸이더스FNH)은 "'각설탕'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을 찾습니다!'라는 엔딩 크레디트 이벤트를 15일까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사람과 말의 우정을 다룬 '각설탕'은 영화의 콘셉트를 살려, 애완동물과 촬영한 사진을 공모하고 있다. 채택된 사진은 '각설탕'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총 30장이 영화에 삽입될 예정이다. 홍보사 올댓시네마는 "이벤트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500건 이상의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각설탕'에 앞서 '어바웃 러브' 등 몇몇 멜로 영화들이 엔딩 장면에 관객이 만든 사랑에 관한 문구를 삽입하며 관심을 유도한 바 있다. /연합뉴스
가수 보아가 대만 영화 ‘덩크’의 여주인공역으로 캐스팅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보아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3일 “최근 대만의 영화 제작사가 보아를 여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일본의 인기 만화 ‘슬램 덩크’를 원작으로 대만 인기스타 저우제룬이 남자 주인공을 맡고 미국 NBA에서 활약중인 중국출신 농구선수 야오밍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 제안을 검토 중이며 답변을 보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번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영화 출연 제의를 받은 적은 여러번 있었다”며 “보아의 이미지와 어울린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최근 대만의 한 신문을 인용해 “아시아 최고의 인기 여가수 보아가 대만 영화 ‘덩크’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고 보도했었다.
김영남 감독의 ‘내 청춘에게 고함’이 제59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제작사 이모션픽처스는 “8월2일 스위스에서 열릴 제59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측에서 이 영화를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3일 말했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는 칸·베를린·베니스와 함께 세계영화제작자연맹(FIAPE)이 공인한 A급 국제영화제로 우리나라는 3년만의 국제경쟁부문 진출이다. 1989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황금표범상을, 2001년 ‘나비(문승욱 감독)’의 김호정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었고 2003년엔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4개의 상을 받았다. ‘내 청춘에게 고함’은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기에 처한 젊은이들의 일상을 세 편의 에피소드로 담담히 보여주는 영화다. 불확실성 속에 내던져진 청춘남녀가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듣는다. 김태우 김혜나 이상우가 주연을 맡았다. 김영남 감독은 단편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로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었고 지난해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서 ‘뜨거운 차 한잔’으로 단편영화 대상(선재상)을 받는 등 주목받는 신예 감독이다. 이번 작품은 김영남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이후 국내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NHK 아시안 필름페스티벌의 제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영남 감독의 ‘내 청춘에게 고함’은 오는 13일 개봉돼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다음달 1일부터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축소되는 가운데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총력전에 나선다. 지난 1월26일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현행 146일의 절반인 73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고,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은 3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1일 발효된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는 이에 반발해 2월4일 영화배우 안성기씨를 필두로 1인 시위를 시작해 27일로 140일째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장동건 이준기 최민식 유지태 등 영화배우와 싸이더스 FNH 차승재 대표, 마술피리 오기민 대표, MK 픽쳐스 심재명 대표 등 영화 제작자, 류승완 김지운 감독 등의 영화인들이 연달아 피켓을 들고 광화문에 섰다. 1인시위는 146일째를 맞는 다음달 3일 임권택 감독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영화인들은 3월6일부터 광화문 시민열린광장에서 ‘영화인 광화문 146일 릴레이 장외철야농성’도 벌이고 있다. 스크린쿼터 일수를 상징하는 146일 동안 감독, 배우, 제작자, 교수, 학생 등 관련 영화인들이 21개 조로 나뉘어 농성을 계속해 왔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산업노조 영화진흥위원회노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협회 등이 참여했고 26일부터는 영화제작사 MK픽쳐스가 농성주자로 나섰다. ‘개같은 날의 오후’ ‘인샬라’의 이민용 감독은 4월1일부터 19일간 아들 이삭(13)군과 함께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국토종단 투쟁도 벌였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해 광주 전주 대전 수원을 거쳐 서울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는 다음달 1일에는 영화인들이 총출동하는 ‘한국영화인 총궐기 -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및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문화제’도 열린다. 장동건 이준기 전도영 박중훈 문소리 안성기 최민식 등 영화배우와 가수 비 전인권 꽃다지, 도종환 시인 박재동 화백 등이 참여한다. 영화인 1만인 참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후 5시부터 한 시간동안 대학로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6시부터는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인다. 오후 8시부터는 광화문 열린광장에서 문화행사를 열 방침이다. 영화인들은 또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의미로 1일부터 3일까지 모든 영화제작을 중단한다. 영화인대책위는 19일 성명을 통해 “지난 140여일동안 영화인들은 수차에 걸친 집회, 천막농성, 1인시위와 촛불집회, 칸 영화제 원정투쟁, 국토종단투쟁, 단식농성 등을 진행해 왔다”며 “이로써 국내 여론을 진전시키고 세계적 귄위의 칸 영화제 이사회의 만장일치 지지선언이라는 쾌거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크린쿼터 146일이 없었다면 한국영화가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할 때까지 극장에 걸려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스크린쿼터는 한국영화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생명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스크린쿼터 절반 축소를 닷새 앞둔 시점에서 한민족의 자존을 주창하는 ‘한반도’가 26일 첫 선을 보였다. ‘왕의 남자’ 이후 이렇다할 흥행작 없이 ‘다빈치 코드’ ‘미션 임파서블3’ 등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초토화된 한국영화 시장을 구할 영웅이 되어줄지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시사회여서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실미도’로 한국영화 사상 첫 ‘1000만 관객’의 위업을 달성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인데다, 안성기 문성근 조재현 차인표 강신일 등 쟁쟁한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다보니 시사 후 간담회장은 200여 명의 동영상기자 사진기자 취재기자 등으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질문을 하는 쪽이나 답하는 감독과 배우들이나 땀을 흘리며 이야기를 나눌만큼 취재 열기는 뜨겁고 진지했다. 영화 ‘한반도’는 남과 북이 손잡은 경의선 철도 개통을 허락할 수 없다는 일본의 도발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의 요구를 무화시키기 위해, 즉 1907년 당시의 을사늑약이 무효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대한제국의 진짜 국새를 찾아내는 과정과 그 속에서 국새를 반기지 않는 측과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그린다. 강우석 감독은 “거창하게 역사인식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영화를 통해 외세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100년 전 역사처럼 외세가 우리를 가지고 놀면서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고종황제를 독살하는 그런 일들을 되풀이하고, 그런데도 우리는 외세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영화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툭하면 독도 내놔라, 뭘 해라 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영화 속 가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영화 속의 결론은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떠냐’는 질문이다. 결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강 감독은 “제목을 ‘아침의 나라’에서 ‘한반도’로 바꾸고 스스로 제목에 짓눌려 힘겨웠다. 나의 열 다섯번째 영화인데 어느 영화보다 맘 고생이 많았다. 일반 관객의 심판을 받을 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이런 영화가 한 번은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완성품을 낸 소회를 밝혔다. 강 감독의 고심은 함께 한 배우에게도 읽혔다. 강신일은 “시나리오를 받고 ‘한반도’라는 제목을 보고 ‘쉽지 않은 얘기겠구나’ 싶었다. 강 감독과 네번째 함께 하는데 전에 없이 고심하는 모습을 보았다. 평가는 관객 여러분들이 해주시겠지만 좋은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대거 나오지만 막상 배우들은 힘겨운 작업이었음을 내비쳤다. 대통령 역을 맡은 안성기는 “간단치 않은 영화고 캐릭터라 배우 각자가 자신의 NG 기록을 갱신할 만큼 열심히 찍었다”고 말했고 진짜 국새를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역사학자를 연기한 조재현도 “NG를 220번 낸 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발성 등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에 대해 국정원 서기관을 맡은 차인표는 “촬영 시작 전 강 감독의 요구로 연기수업을 받았다. 특별한 일은 아니고 나 이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연기 수업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 역을 맡아 안성기와 함께 극을 이끈 문성근은 “여러 사람이 혼신을 다해 만든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권 총리 역에 대해서는 해보고 싶은 캐릭터라는 욕심이 나서 즐겁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반도’는 팩션 영화다. 시대적 상황과 실제 사건의 바탕 위에 영화적 상상을 얹은 장르다. 강 감독은 영화 속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 대해 “명성황후 시해, 고종황제 독살 등 민감한 부분이 많아 사료를 모아서 확인했다. 국새에 관한 부분도 터무니없는 상상이라고는 치부할 수 없을 만큼은 자료조사를 했다. 예를 들어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보면, 영화 속에서 잔인하게 그렸는데 사료를 보면 ‘더 해도 됐다’ 싶을 정도다. 흔히 궁녀로 변장해 도망다녔다고 알고 있는데 러시아 공사 베베르가 니콜라이 2세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그런 표현이 전혀 없고 옥호루 앞에서 당당하게 죽은 것으로 돼 있다. 결론적으로 어느 부분까지가 팩트이고 어디부터가 픽션인지를 따져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 ‘비열한 거리’가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헐리우드 대작 ‘엑스맨:최후의 전쟁’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가 ‘비열한 거리’와 한국영화 시장을 이끌 쌍끌이로 나서는 날짜는 내달 13일이다.
한국 영화계 사상 처음으로 임금 및 단체교섭이 시도된다. 그동안 외적 성장에 비해 구성원들의 권리 보장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충무로에도 ‘노사협약’의 시대가 열리는 것.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진욱)이 ‘노동자’로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가 ‘사용자’로 나서 27일 오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 사무실에서 첫 상견례를 갖는다. 영화계 노사협상은 지난해 12월 조감독,촬영감독,조명·미술 등 스태프가 연대해 노조를 설립하고 올해 1월2일 노동부 설립신고증을 취득하면서 토대가 마련됐다. 영화노조 최 위원장은 “최근 두 달 사이에만 임금체불 6건,산업재해 5건이 발생하는 등 영화계 노동현실이 극히 열악하다”면서 “산업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노동자뿐 아니라 제작자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7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노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측이 제작협회측에 제시한 요구안은 일요일 등 휴일보장,4대 보험 가입,주급제 도입,1주 60시간·1일 12시간 최장근로시간 상한제 도입,근로기준법 등에 따른 초과수당 지급,조합원 우선 채용,성희롱 금지,산업안전보건법 준수,업무상 재해발생시 산재처리,노조 활동 보장 등이다. 이에 제작협회는 지난 23일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를 단장으로 MK픽쳐스,시네마서비스,프라임엔터테인먼트,제네시스픽쳐스,프리시네마 등 5개 제작사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교섭단을 꾸렸다. 장동찬 사무처장은 “영화계를 함께 이끌어온 노조측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직장개념으로만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1600개의 영화 제작사 가운데 협회 회원사는 62개사로 교섭단에 위임장을 제출한 곳은 20개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장 사무처장은 “한국영화의 40%를 제작하는 메이저 5개사가 위임장을 제출해 교섭에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