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모여 모여… 골라보는 ‘재미’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설을 맞아 KBS·MBC·SBS는 많은 관심을 받았던 한국영화부터 국제영화제 수상작, 할리우드 대작영화까지 다채로운 영화를 마련했다.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설을 맞아 KBS·MBC·SBS는 많은 관심을 받았던 한국영화부터 국제영화제 수상작, 할리우드 대작영화까지 다채로운 영화를 마련했다.¶KBS 1TV는 설을 맞아 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만화영화 특집 ‘7080 추억의 만화방’을 8-11일 오후 5시 10분(11일 오후 4시 45분)에 방영한다. ‘딱따구리’와 ‘미래소년 코난’, ‘독수리 5형제’, ‘독고탁의 다시 찾은 마운드’가 차례로 방송된다. ‘아시아 영화 걸작선’은 7-10일 11시 이후에 방송된다. 캐나다에 사는 인도인 가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결혼 이야기 ‘발리우드 할리우드’부터 량차오웨이(梁朝偉) 주연의 ‘사랑은 방울방울’과 이란영화 ‘칠판’, 일본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이 시청자를 기다리고 있다. KBS 2TV는 최근 상영돼 호평을 받았던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화를 내보낼 예정. 8일 오후 9시 40분에는 윌 스미스 주연의 ‘맨 인 블랙2’가, 이어 오후 11시10분에는 송강호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가 방송된다. 9일 오후 10시에는 전쟁을 다룬 ‘블랙 호크 다운’이, 밤 12시 30분에는 전도연이 1인 2역을 맡은 ‘인어공주’가 전파를 탄다. 10일에는 오전 12시 30분에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이 방송되고 오후 9시40분에는 이나영·장혁의 코믹한 러브스토리 ‘영어완전정복’이 편성됐다. 초대형 스케일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은 오후 11시 45분에 방송된다. MBC도 설 연휴를 맞아 ‘어린신부’, ‘올드보이’ 등 화제작을 포함한 다양한 특집영화들을 방송한다. 8일에는 오후 2시10분부터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SF영화 ‘미이라’가 방영되며, 오후 9시40분부터는 지난해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김래원·문근영 주연의 영화 ‘어린신부’가 방송된다. 오후 11시50분부터는 웨슬리 스나입스의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블레이드2’가 마련된다. 설인 9일 오후 9시50분부터는 지난해 제57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최민식 주연의 ‘올드보이’가 편성됐고 밤 12시15분부터는 류승범, 공효진, 임은경 등이 출연한 ‘품행제로’가 방송된다. 10일에는 오후 2시30분에 오우삼 감독과 톰 크루즈가 호흡을 맞춘 액션스릴러 ‘미션 임파서블2’가 방영된다. 조재현·차인표 주연으로 목포 폭력조직에 잠입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목포는 항구다’가 마련된다. 오후 6시30분부터는 하지원과 김재원이 코믹 연기를 펼친 ‘내사랑 싸가지’가, 9시40분에는 국내 최초로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한 영화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방영된다. 밤 12시15분에는 차태현, 손예진 주연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를 내보낼 예정. 11일 오후 9시55분부터는 김하늘, 강동원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그녀를 믿지마세요’가 시청자들을 기다린다. SBS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와 재미있는 한국 영화를 고르게 준비했다. 7일 오후 8시 55분에는 임창정과 김선아의 백수연기가 일품인 ‘위대한 유산’을 시작으로 8일 오후 1시 50분에는 권상우·김하늘의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이어진다. ‘해리포터’ 시리즈 2편으로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8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되고 뒤이어 주지사로 변신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터미네이터 3’가 전파를 탄다. 9일 오후 1시 50분에는 산드라 블록 주연의 유쾌한 코미디 영화 ‘미스 에이전트’, 오후 9시 50분에는 권상우와 한가인이 1980년대로 돌아간 ‘말죽거리 잔혹사’와 엽기적인 자객들의 이야기 ‘낭만자객’이 연이어 방송된다. 10일 오후 6시 10분에는 카메론 디아즈 등 미녀 삼인방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미녀삼총사’가 방송되고, 오후 9시 30분에는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본 역사이야기 ‘황산벌’이 브라운관에서 선보일 예정.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김정은·임원희·김수로의 ‘재밌는 영화’는 11일 오후 5시 5분에 전파를 타고 밤 12시 15분에는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편성된다.

가족과 함께 비디오 한편 어때요~

서울 YMCA의 건전한 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건비연)은 최근 설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비디오(DVD 포함) 10편을 선정해 발표했다. 언론인 이중한씨를 비롯해 한국 디지털위성방송 강현두 사장, 서울YMCA 강태철회장,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 가톨릭대 사회학과 이영자 교수, 한양대 영화학과 정용탁 교수, 영화평론가 옥선희씨가 선정위원으로 참여해 사회 교육적 측면에서 볼만한 이슈를 가지고 있으며 예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영화, 토론과 논의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영화 등을 기준으로 선택했다. 추천작 10편은 다음과 같다. ▲아타나주아 (자카리아스 쿠눅, 드라마·15세) ▲천공성의 라퓨타<사진>(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전체) ▲슈렉2(앤드루 애덤슨, 애니메이션·전체)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바흐만 고바디, 드라마·전체) ▲베른의 기적(쇤케 보르트만, 코미디·전체) ▲웨일 라이더(니키 카로, 드라마·전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누도 잇신, 드라마·15세) ▲뽀로로의 대모험(김현호, 애니메이션·전체) ▲이슈파텔 애니메이션 베스트 콜렉션 DVD(이슈파텔, 애니메이션·전체) ▲NFBC 애니메이션의 거장들 DVD(캐롤라인이프 외, 애니메이션·전체)/연합

MBC ‘슬픈연가’ 시청률 상승 가속도

총 20부작으로 기획된 MBC TV 수목드라마 ‘슬픈연가’(극본 이성은·연출 유철용)가 반환점을 돌면서 시청률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절반에 해당하는 10부가 방송된 지난 3일 19.4%(TNS미니어코리아 조사)로 첫 방송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20% 고지를 바라보게 된 것. ‘슬픈연가’는 사실 방송 이전부터 권상우 김희선 등 톱스타의 출연, 송승헌의 도중하차와 연정훈의 투입, 호주에서의 홍보용 뮤직비디오 촬영과 뉴욕에서의 해외촬영 등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첫회 18.1%를 기록한 이후 시청률이 점차 하락해 최저 13.8%까지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느린 스토리 전개로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고조되기까지 너무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그때마다 이 드라마의 열성 팬들은 “성인연기자를 본격적으로 투입하면 나아질것”, “뉴욕 촬영 방송 장면이 나가면 달라질 것”, “주인공 세 명의 만남이 이루어지면 시청률이 오를 것”이라며 인내심을 발휘해온 셈이다. 마침내 9회와 10회 방송에서 앞을 못보던 혜인(김희선)이 눈을 뜨고, 세 주인공이 마주치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청률 곡선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극 전개가 빨라지는데다 권상우 김희선 연정훈의 연기력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일단은 초반의 아쉬움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11회 방송분부터 ‘슬픈연가’의 시청률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거리다. 16일부터는 ‘유리화’ 후속으로 조재현 차인표 송윤아 등이 출연하는 SBS 수목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가 방송된다. 여기에 3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KBS 2TV ‘해신’도 건재하다. 설 연휴기간 동안 특집방송 편성으로 방송을 쉬는 ‘슬픈연가’가 새로운 구도의 3파전 속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주목된다.

설~극장가

■말아톤 “스무살 자폐증 청년의 마라톤 도전기” ● 자폐증을 앓는 스무살 청년이 42.195㎞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제목 ‘말아톤’은 다섯살 지능의 주인공 초원(조승우 분)이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이라고 적은데서 따온 것. 영화는 “자폐는 병이 아니다. 장애다”고 못박은 후 정상인도 도전하기 힘든 마라톤을 영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주인공이 장애를 인정하고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과정이 첫번째 감상 포인트다. 또 한가지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한국 영화계의 한 축을 이끌어갈 걸출한 재목으로 성장한 조승우의 연기. 손가락 열개를 제각각 움직이며 초점 없는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조승우는 부담스럽기 보다는 편안해 보인다. ■그때 그사람 10·26 사태 소재 ‘블랙코미디’ ● 10·26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박정희 전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다큐멘터리 세 장면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상영을 허용했다. ‘눈물’, ‘바람난 가족’ 같은 전작에서 이 시대 청춘들과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류의 허위에 시니컬한 비웃음을 던지던 임상수 감독은 같은 어조로 민감하고 중요한 역사임에는 분명하지만 비웃음을 살만한 가능성이 농후한 ‘그때 그날’에 눈길을 돌린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은 정공으로 무언가를 공격하기보다는 그 시대를 뭉뚱그려 비꼬는 듯한 블랙코미디의 느낌이다. ■B형 남자친구 A형 여자… B형 남자의 ‘사랑만들기’ ●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동건의 스크린 데뷔작. 최근 대중문화의 새로운 코드가 된 혈액형이 영화의 중심 소재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A형 여자 하미(한지혜) 앞에 어느날 이기적이고 바람기 많은 성격의 B형 남자 영빈(이동건)이 나타나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서로의 매력을 깨달아간다는 것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이미 TV 드라마 ‘낭랑 18세’에서 함께 연기했던 이동건과 한지혜의 연기 호흡이 감상 포인트. ■공공의 적2 ‘진짜 나쁜놈’ 때려잡기! ●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야심작. 지난 2002년 만들어진 1편의 주인공이 경찰 ‘강동서 강력반’의 형사 강철중이었던데 이어 2편의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검사 강철중(설경구)이다. 역시 책상 앞에 앉아 서류나 뒤적거리는 것보다는 현장에 나가 직접 부딪치는 것이 체질. 범인 검거를 위해서는 총질도 마다 않는데다 수사 추진에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성격인 까닭에 검찰 내부에서도 ‘문제적 검사’다. 설경구-정준호의 호연과 김신일 등 조연배우들의 안정감, 그리고 착착 달라붙는 대사는 영화의 장점이다. ■애니씽 엘스 일흔 노장의 삶에 대한 따뜻한 충고 ● ‘피아니스트를 쏴라’, ‘마이티 아프로디테’, ‘스몰타임 노 크룩스’의 우디 앨런이 2003년에 만든 신작. 올해로 일흔이 되는 노장의 독설과 유머,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삶에 대한 따뜻한 충고까지 감독 특유의 매력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유머에는 사람을 꿰뚫는 힘이 있다”라는 초반 대사는 영화 스스로에 가장 적합한 평가. 영화는 삶은 ‘무의미한 것 같은데 왜들 바둥거리며 살까?’라는 주인공 제리의 고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변의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을 통한 코미디와 대사의 신랄함이 영화가 주는 주된 재미다. ■클로저 ‘첫눈’에 반하는 치명적인 ‘사랑’ ● 동명의 히트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첫눈에 반하는 치명적인 사랑’을 모티브로 남녀 네 명의 섬세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지극히 진지하고 절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선은 상당히 흥미로운 편.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웬 등 네 배우는 눈빛 하나로 관객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선이나 시간에서 형식의 굴레를 벗어 던진 것이 영화의 특징. 카메라는 네 명의 주인공에게 고루 시선을 분산하면서 그 순서를 노골적이지 않게 비틀었다. ‘졸업’ ‘워킹걸’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나탈리 포트먼과 클라이브 오웬은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남녀 조연상을 수상했다. ■레모니스티켓의 위험한 대결 마법보다 신기한 환상속으로… ● 현실인 듯 환상인 듯, 팀 버튼의 ‘빅 피쉬’와 ‘비틀쥬스’를 섞어놓은 것 같은 이미지의 영화. 기괴하면서 음울하고 동시에 묘하게 매력적이다. 코미디 배우 짐 캐리가 일인 다역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의문의 화재로 졸지에 집과 부모를 잃은 삼남매.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지만 성인이 될때까지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한다. 아이들이 첫번째로 만나는 친척이 바로 올라프 백작(짐 캐리 분)인데 그는 노골적으로 유산을 탐하며 아이들을 해치려고 한다. 거머리떼의 공격과 벼랑 위의 집이 차례차례 무너지는 광경, 열차와 충돌할뻔한 아슬아슬한 상황 등 스펙타클한 화면이 주요한 볼거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른들을 위한 행복 환타지 ● 이미 개봉한 영화들도 장기 상영의 훈풍을 타고 설극장가를 노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국내개봉 일본 영화 최고 흥행 성적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표 수공예 애니메이션’인 만큼 세밀하게 공들인 흔적과 그만의 상상력으로 꽉 차있다.

MOVIE/마더 데레사.큐브 제로

■마더 데레사 세상을 품에 안은 ‘참사랑’ 종교갈등과 내전으로 시끄럽던 1946년 인도의 캘커타. 기차역을 걸어가던 데레사 수녀는 길바닥에 버려진 것처럼 누워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와 얼굴을 맞댄 수녀는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여 힘들게 내뱉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목이 말라요.” 그 목소리를 들은 수녀는 자신이 있어야할 곳은 수녀원이 아닌 길거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라는 호칭처럼 세상을 품에 안은 성인(聖人) 데레사 수녀의 삶을 한 폭 스크린 속에 되살려낸 영화 ‘마더 데레사’가 21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데레사 수녀가 수녀원에서 길거리로 나오게 되는 그 ‘결정적 순간’의 대사처럼 목마르게 시작한다. 캘커타 빈민촌에 가득한 버려진 아이들과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먹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이 외면해 온 목마름이다. 부르심 속의 부르심’을 듣고 길거리로 나온 데레사 수녀는 수녀복 대신 흰색에 푸른 줄이 쳐진 사리를 두르고 낡은 샌들 하나만 신은 채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수녀를 내쫓던 인도 사람들도 점차 수녀의 사랑에 마음을 열고 수녀는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해 빈민가에 아이들의 보호시설과 의료시설을 만든다. 수녀의 따뜻한 손길은 전세계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그 과정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사랑의 선교회’에 검은 돈이 유입됐다는 의혹과 아이들을 팔아넘긴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데레사 수녀는 곤경에 빠지고 법정에 서야할 위기에 놓인다. ‘하느님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신다’는 데레사 수녀의 말처럼 이 영화 역시 작고 소박하지만 그것이 전해주는 감동만큼은 그 어느 영화보다도 작지 않다. 영화는 30대 중반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데레사 수녀의 인생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종교를 뛰어넘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물한다. 데레사 수녀에게 전염돼 평생을 같이 사랑을 퍼나르는 다른 수녀들과 신부들의 삶도 아름답다. 파브리지오 코스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난해 제작한 이 영화에서 데레사 수녀역은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가 맡았다. 긴 머리를 휘날리던 15살 줄리엣은 구부정한 등과 깊게 패인 주름이 더 아름다운 데레사 수녀로 거듭났다. 이제 50줄을 넘긴 올리비아 핫세의 가지런히 모은 두손에서는 데레사 수녀를 닮아가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체관람가. ■‘마더 데레사’ 수녀 관련서 줄이어 영화 ‘마더 데레사’ 개봉을 앞두고 ‘빈민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더 데레사(1910∼97) 수녀의 관련서가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마더 데레사 자서전’(황금가지)과 ‘소박한 기적-마더 데레사의 삶과 믿음’(위즈덤하우스·T.T. 문다켈 지음)이 그것. ‘마더 데레사 자서전’은 데레사 수녀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데레사 수녀의 대화, 인터뷰, 편지 등 기록을 정리해 자서전 형태로 편집한 것이다. 겸손한 데레사 수녀는 인터뷰 등으로 자신의 삶보다 ‘사랑의 선교회’ 자매들과 함께한 활동을 더 드러냈기 때문에 책 역시 ‘사랑의 선교회’에 초점을 맞춰 데레사 수녀의 생애를 조망한다. 책을 자서전 형태로 정리한 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발라도는 스페인에서 태어나 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30년 전부터 이 자서전 집필을 구상해왔다. 1969년부터는 데레사 수녀의 선교 활동에 협력하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송병선 옮김. ‘소박한 기적…’은 데레사 수녀의 전기다. 인도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하다가 데레사 수녀를 만난 저자는 오랜 기간 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의 헌신적인 사랑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 그리고 싶은 신앙에 매료돼 책을 집필했다. 황애경 옮김. ■큐브 제로 정육면체 ‘살인 미로’내가 왜 갇혔을까? 정육면체의 방에서 눈을 뜬 여자. 딸과 산길을 걸었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이후 정신은 혼미해 있다. 입고 있던 옷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유니폼을 입은 채 손에는 바코드가 찍혀있다. 기운을 내서 옆방으로 건너간 여자, 하지만 그곳 역시 또 다른 정육면체의 방이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살인 미로, 벋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디어 하나로 인정을 받은 저예산 영화 ‘큐브’가 ‘큐브 제로’(Cube Zero)라는 제목의 속편으로 21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시리즈의 세번째 영화로, ‘2’자를 붙이고 개봉된 또다른 속편이 나온 지 2년만이다. ‘제로’라는 부제에서도 짐작이 되듯, 영화는 1편 이전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시리즈의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장소는 정육면체로 구성된 미로이며, 등장인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곳에 갖힌 사람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건물 내 조정실로 보이는 곳에서 모니터를 통해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은 윈(자카리 베네트)이다. 사실 그도 자신이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잘 모른다. 미로 속의 사람들을 감시하며 누군가로부터 내려오는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그의 임무. 큐브속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저 처형당할 사형수들 쯤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러던 중 큐브 속에 갖힌 새로운 인물이 눈을 뜬다. 그녀는 야당의 정치지도자인 레인스(스테파니 무어)다. 레인스가 스스로의 동의 없이 이 곳에 갖혀있음을 알게 된 윈. 마침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던 동료 한 명이 큐브 속에서 무참히 살해되자 윈은 레인스를 구출하기 위해 직접 큐브로 뛰어든다. 전편들이 베일에 싸여있는 거대한 음모론적 분위기에서 미로를 벗어나는 과정의 두뇌 회전을 주된 재미로 보여줬다면 속편은 한층 액션이 늘어난 반면 머리 ‘굴리는’ 재미는 줄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특징인 스릴러의 긴장감은 속편에도 드러나는 편이다. ‘큐브2’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프로듀서였던 어니 바바라쉬(Ernie Barbarash)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7분.

MOVIE/깃.몽정기2.샤크

■깃 몹시 지쳐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지난 몇년 간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던 그에게 아마 시간이나 추억 따위가갖는 의미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머릿 속은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기엔 꽉 차있고 육신과 영혼 모두는 그로기 상태. 그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지난해 ‘거미숲’을 선보였던 송일곤 감독이 휴식 같은 영화 한 편을 들고 관객들을 만난다. 14일 개봉하는 ‘깃’은 스스로 ‘느닷없다’는 표현을 쓸 만큼 전작들과는 달라 보인다. 영화는 극적 굴곡이나 화려한 테크닉이 없는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물이다. 지난 몇년 간 ‘거미숲’에 매달렸던 감독 자신처럼 영화 속 주인공 현성(장현성)은 이제 막 영화 한편을 완성한 뒤 새 시나리오를 쓰던 중이었다. 일에 ‘진도’가 나가지 않자 그가 갑자기 찾기로 한 곳은 10년 전 사랑하던 여자와 함께 여행했던 우도.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정확히 10년 뒤 당시 묵었던 모텔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고보니 내일이 딱 10년이 되는 그날이다. 느닷없이 찾아간 우도와 그날의 모텔. 기대 속에서 그곳을 찾은 현성을 소연(이소연)이 반겨준다. 소연은 숙모가 집을 나간 뒤 말을 잃어버린 삼촌과 함께 모텔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미뤄놓은 소연의 꿈은 탱고 댄서가 되는 것. 발랄한 소연의 친절 속에 현성은 10년 전의 그녀가 오기를 기다린다. 다음날, 모텔에는 현성의 이름으로 피아노 한 대가 배달되고 여자는 오지 않는다. ‘꽃섬’이나 ‘거미숲’을 보고 복잡한 상징이나 대단한 의미를 기대하고 극장에온 관객들은 김이 빠질지도 모르지만 ‘깃’은 다른 의미에서 송일곤 감독의 수작이라고 할만 하다. 영화는 멜로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인 설렘을 담고 있다. 자극적이거나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것은 영화가 휴식 혹은 쉼이라는 단어 자체와 닮아 있는 점. 우도에는 도시에는 없는 맑은 바람과 돌멩이가, 바다가 있으며 그래서 달콤한 휴식도 있다. 그 속에서 현성이 찾게 되는 것은 추억의 포근함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떨림이다. 설렘을 이끌어내는데 한몫 단단히 한 것은 ‘덜’ 알려진 배우들의 호연이다. 감독의 카메라는 장현성의 자연스러움과 이소연의 풋풋함을 꾸미지 않은 채 담아내고 있다. 상영시간 73분. 12세 관람가. ■몽정기 2 ‘성숙한 남성이 수면중에 성적(性的) 흥분을 하는 꿈을 꾸고 사정(射精)하는 것’이라는 네이버 백과사전의 정의에서처럼 사실 몽정이란 단어는 남자들만의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14일 첫선을 보이는 영화 ‘몽정기2’에서는 선전 문구와 달리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성적 판타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성적인 흥분이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얘기. 남자 중학생들 못지않게 여고생들의 성적 호기심도 왕성하다는 사실은 1편이 ‘히트’를 친 뒤 2편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겠지만 영화 속 여고생들은 성적 판타지의 주체가 아닌 대상에 머무르고 있다. 몽정이 남성들의 단어인 것처럼 이 영화의 주된 타깃도 아마 또래, 혹은 성인남자들인 듯하다. 여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없으니 판타지라는 것도 이들을 위한다기 보다는 남자들 쪽으로 쏠려 있다. 그렇다면 남성들의 판타지는 충족이 됐을까? 에피소드는 전편의 복제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한 채 야한 화면도, 자극적인 대사도 없이 줄거리는 그저 밋밋하게 흘러간다. 과장된 캐릭터나 흔한 결말, 과장된 성 판타지 같은 단점이 더 쉽게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섹스 코미디이긴 하지만 오히려 웃음이 터져나오는 지점은 이지훈이 연기하는 교생 선생과 관련된 배설물 코미디에서다. 배경은 1편 이후 3년이 지난 1991년. 주인공들이 고등학교 2학년 생이니 전편의 남자 중학생들과 같은 또래다. 등장 인물은 아직 초경도 못해본 ‘숙맥’ 성은(강은비). 터프한 성격의 수연(전혜빈)과 내숭 덩어리 미숙(박슬기)은 성은의 단짝 친구며 마찬가지로 호기심이 넘치는 여고생들이다. 이들 앞에 나타난 성(性)적 판타지의 대상이며 운명의 상대는 체육 교생 선생님 봉구(이지훈). 같은 반 친구며 성적으로 유난히 성숙한 세미(신주아)는 ‘봉구씨’를 사이에 두고 경쟁을 벌이는 여고생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가수 뺨칠 정도의 노래 실력에 잘생긴 외모, 학생들을 설레게 하는 느끼한 말투까지. 이 ‘킹카’ 교생 봉구에게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성적으로 흥분을 할 때마다 엉덩이에서 ‘가스’를 뿜어댄다는 것. 의외로 성숙한 여자아이들 앞에서 봉구는 계속 ‘실례’를 저지르고 여고생들의 노골적인 공세는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날, 세미에게 점점 밀리고 있다고 판단한 성은은 결국 봉구의 집에 쳐들어가기로 결심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샤크 누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 소박해야할 작은 물고기는 일확천금을 꿈꾸고 사람 한명쯤 뚝딱해야 할 상어가 채식주의자에다가 고요해야 할 바닷속은 뉴욕 한복판과 다름없다. 7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샤크’는 ‘슈렉’의 드림웍스 군단이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가 큰 작품이다. 바닷속 고래 세차장에서 일하며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작은물고기 오스카(윌 스미스). 오스카는 우연히 상어 한마리와 마주치고 그 순간 어이없게도 하늘(?)에서 닻이 떨어져 상어가 즉사한다. 졸지에 상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영웅’이 된 오스카는 모든 물고기들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러던 중 상어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한 채식주의자 상어 레니(잭 블랙)를 만난 오스카는 자신이 죽인 것으로 돼 있는 상어가 상어조직의 대부 돈 리노(로버트 드 니로)의 큰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려움에 떠는 오스카는 집에 가기 싫은 레니와 ‘윈-윈 전략’으로 거짓말을 꾸민다. 애니메이션 기법은 경쟁작인 ‘인크레더블’과 ‘폴라 익스프레스’에 비견될 만하다. 바닷속을 부드럽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반짝거리는 지느러미, 물고기가 지을 수있는 최선의 표정, 뭔가를 한꺼풀 벗겨낸 것처럼 깨끗하고 선명한 화면 등 눈을 즐겁게 해주는 볼거리는 충분하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패러디’. ‘총알탄 사나이’가 개척하고 ‘슈렉’이 한단계 끌어올린 패러디의 끝을 달리며 온갖 패러디를 종합선물세트로 보여준다. 끔찍한 교통체증과 지저분한 뒷골목, 눈부신 펜트하우스 등 초밥장사가 안된다는 것만 빼고 인간사회와 똑같은 바닷속 도시. GUP, 피쉬킹, 코랄콜라 등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브랜드와 ‘대부’와 ‘타이타닉’, ‘죠스’ 등을 패러디한 장면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까지 그대로 빼다 박은 인물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오스카는 생김새부터 손짓, 발짓까지 모두 실제 윌 스미스 그대로이고 로버트 드 니로가 맡은 돈 리노는 얼굴 오른쪽의 점까지 똑같다. 르네 젤위거 특유의 표정과 안젤리나 졸리의 도발적인 입술도 마찬가지.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영화는 점점 삼천포로 빠진다. ‘진짜 윌스미스와 똑같다’정도 말고는 별다른 웃음거리를 주지 못한다. 배우들도 물고기로 변했다뿐이지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지 않고 평소의 이미지에 업혀갈 뿐이다. 누가 영화 속에서 윌 스미스가 ‘윌 스미스’역을 하기 바라겠는가.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이 맡은 상어 레니가 가장 신선한 캐릭터. 겉모습은 상어지만 속은 새우인 레니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처럼귀엽다. 목소리 연기도 잭 블랙이 가장 돋보인다.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홍콩 영화 ‘도색’이 다음달 독일에서 열리는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다. ‘도색’은 3명의 트랜스젠더가 만들어가는 사랑을 다룬 영화로 하리수는 홍콩의 청슈와이와 일본의 게이코 마쯔자카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유원경몽’등을 만든 연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MOVIE/오션스 트웰브.쿵푸허슬.철수♥영희

■오션스 트웰브 원래 올스타전은 팬서비스다.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한가. 코트(혹은 그라운드)에 스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중은 행복해지기 마련. 올스타전의 성패는 몇 대 몇으로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경기 도중 스타들이 얼마나 많은 팬서비스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니 룰을 좀 어기면 어떤가. 또 중간에 개인기를 보여주느라 옆길로 살짝 빠진다 해도 누가 뭐라하겠는가. 영화 ‘오션스 트웰브’는 딱 그러한 관객들의 너그러움을 믿고 만들어진 영화다. 문제는 너무 믿었다는 것.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아 로버츠, 뱅상카셀, 앤디 가르시아…. ‘일레븐’에서 ‘트웰브’가 된데는 전편의 ‘방관자’ 줄리아 로버츠가 이번에는 ‘일당’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CG(컴퓨터 그래픽)도 스펙터클도 없지만 영화는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섹시하고 세련된 미소를 뽐내며 차례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순간 낭만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잘 만들어진 CF를 보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그러기엔 지나치게 길다. 찰나의 감성에 소구해야 하는 CF를 2시간 5분 동안이나 펼쳐 놓았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아무리 올스타쇼라지만 영화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우를 범하면서 초반의 매력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한다.¶전편 ‘오션스 일레븐’에 비해 외양은 화려해졌으나 속은 부실해져, 몸집을 키우느니만 못하게 된 격이다. 3년 전 라스베이거스의 거물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 분)의 금고를 턴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과 그의 일당들은 1억6천만달러를 나눠 갖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그만 일이 꼬여 이들이 1억6천만달러에 이자까지 더해서 베네딕트에게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3년 만에 재회한 일당은 또다시 한탕을 계획하는데 이번에는 출발부터 녹록하지 않다. 유로폴의 수사관 이사벨(캐서린 제타 존스)과 자신이 최고의 도둑임을 자처하는 ‘밤 여우’(뱅상 카셀)의 추적과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은 것. 사상 최대(관계자들이 생각하기에) 올스타쇼의 향연에 너무 취한 까닭인지, 오션과 일당들은 상영 1시간이 지난 시점에야 작전을 개시한다. 치밀하게 작전 계획을 세우고 불가능할 것 같은 계획을 아슬아슬하게 성공시켜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전편이 추구했던 재미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 대신에 곳곳에 이 영화만이 할 수 있는 패러디를 삽입해 재미를 주려했다. 극중 테스 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를 흉내내는 기막힌 상황을 보여주고, ‘엔트랩먼트’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가 보여준 ‘레이저 경보기 피하는 묘기’를 뱅상 카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소화한 장면은 압권. 카메오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를 앞에 두고 “‘식스 센스’의 결말을 처음부터 알았다”는 등의 흰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상쾌하다. 하지만 이렇듯 곁가지로 쳐 놓은 것이 많다보니 영화는 정작 핵심 사건으로의 몰입에는 실패했다. 전반적으로 찰기가 떨어져 낱알이 점점이 흩어져나가 끝에 가서는 도무지 무슨 맛인지 와닿지 않는다. 7일 개봉, 12세 관람가./연합 ■쿵푸허슬 역시 주성치의 매력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화면 곳곳에서 녹여내느라 그는 이번에도 무척 바빴다. 거대한 자금력까지 동원할 수 있으니 그는 분명 복 받은 ‘개그맨’이다. 전작 ‘소림축구’에 이어 ‘쿵푸허슬’ 역시 철저하게 ‘주성치표 블록버스터’로 탄생했다. 1940년 상하이는 일명 도끼파가 득세한다. 도끼를 잔혹하게 휘두르는 이들 조폭들이 설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소심한 건달 싱(주성치 분)은 먹고 살기위해 도끼파에 가입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만 싱으로 인해 빈민촌인 ‘돼지촌’이 도끼파에 의해 쑥대밭이 되고 만다. 주성치 전매특허의 과장된 코믹 액션은 여전히 유효하다. 부부싸움 도중 아내의 펀치에 창문에서 추락한 남편이 땅에 쥐포처럼 붙어 피를 흥건이 흘리는 모습이나, 만화 같은 추격전 등은 황당무계한 재미를 준다. 키치적인 웃음도 빼놓을 수 없다. ‘매트릭스’는 와이어를 철저하게 감추지만 ‘쿵푸허슬’은 와이어 쓴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또 독사에 입을 물렸지만 죽지는 않고 입술만 큼지막하게 부어오른다거나, 아이 얼굴에 근육질 어른의 몸을 합성해 버젓이 내놓는 것도 주성치답다. 게다가 ‘사자후(獅子吼)’를 표현한 대목에서는 두손 두발 다 들게한다. ‘사자후’를 무기화한 그의 발상이 기막히다. 와중에 몇몇 아이디어는 자본과 결합해 멋진 CG로 탄생했다. 특히 음악이 곧 칼날이 돼 공격하는 장면은 압권. 거문고 비슷한 악기를 켜니 그 음들이 하나하나 주먹과 칼과 무사로 변해 공격하는 장면은 순간 넋을 빼게한다. 언제나 서민의 편에 서 있는 주성치는 이번에도 돼지촌의 보잘 것 없는 면면들 속에 고수들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때마침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숨어 사는 영웅들을 그렸는데, ‘쿵푸허슬’에서는 도끼파의 공격을 받자 돼지촌에 숨어 살던 무도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성치가 악당에 맞서는 익숙한 수순. 그런데 뭔가 달라졌다. 상당히 잔인해졌다. 목이 뎅강뎅강 잘려나가고 피가 사방으로 튄다. 여전히 허허실실 전법이지만 표현이 많이 거칠어졌다. 이 점에서 영화는 전작 ‘소림축구’와 같은 듯 하면서도 사뭇 다른 길을 걷는다. ‘절대 고수’들의 세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표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물론 ‘소림축구’에서도 그는 축구공으로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파괴력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한발자국 더 나가 처절한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철수♥영희 초등학생들의 깜찍한 사랑얘기를 담은 ‘철수♥영희’가 7일 개봉한다. ‘꼴찌에서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의 황규덕 감독이 13년만에 메가폰을 잡아 연출한 이 영화의 제작비는 웬만한 영화의 마케팅비도 안되는 3억여원. 여주인공 영희역을 맡은 아역 여배우를 제외하고는 실제 촬영지인 대덕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출연했으며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됐다. 투박한 화면과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는 거대예산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포근함이라는 매력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아이들은 다른 영화의 아역에 비해 그다지 영악하거나 똘똘하지 않아 보인다. 통통한 체격의 남자아이 철수는 못말리는 장난꾸러기지만 어눌한 녀석이며 영희도 조숙하긴 하지만 어른 흉내를 내는 맹랑함은 없다. 영화는 이 평범한 아이들의 사랑이야기를 성장에 대한 강요 없이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소문난 장난꾸러기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 생인 철수(박태영). 교실 칠판 앞에 앉아 실내화를 입에 물고 벌을 받던 어느 날 새로운 장난꺼리가 생겨난다. 바로 전학생 영희가 새 짝꿍이 된 것. 영희는 철수의 장기인 유치한 장난의 타깃이 되고 그러던 새 철수의 가슴에는 영희에 대해 묘한 마음이 생겨난다. 조숙하고 똑똑한 영희는 꽃집을 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영희가 품고 있는 남모를 아픔은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다. 동네 레코드가게의 아르바이트생 오빠와 함께 부모님과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듣는 게 영희의 취미. 그러던 중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고 철수와 영희의 반은 학예회 준비로 바빠진다. 능숙한 연기를 보여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역배우들의 매력은 영화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주된 힘으로 작용한다. 특히 철수역을 맡은 박태영의 순박함은 영화보는 내내 관객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상영시간 83분, 전체관람가.

‘닭띠 연예인’ 주목하세요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2005년이 더욱 알차고 희망찬 시간이 되도록 누구나 가슴 속에 소망을 품어본다. 연예계에는 유난히 닭띠 스타들이 많다. 벌써 관록을 갖춘 배우, 가수들이 있는가 하면 한창 앞을 보고 달리는 81년생 스타들이 있다. 이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보았다. ◇69년생 ▲하희라=무엇보다 소중한 건 가족의 건강이다. 아이들 아빠(최수종)가 촬영중인 드라마 ‘해신’이 늘 위험해 걱정이다. 무사히 드라마가 끝나길 기도할 뿐이다. 그래고 올해엔 큰 아이 민서가 유치원에 가 나 역시 설렌다. 친구들과 잘 지냈으면 한다. 나도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길 희망한다. ◇81년생 ▲조인성=‘봄날’이 당장 8일부터 방영되니 좋은 평가를 받기 바랄 뿐이다. 작년에는 ‘발리에서 생긴 일’로 많은 분들이 연기자로 날 인정해줘 기분 좋은 한 해였다. 올해는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장)동건 형처럼 연기력으로 굳건히 자리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진=지난 한 해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가수와 연기자 둘 다 어느정도 성과를 이룬 것 같아서 흐뭇하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내년 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가 끝나면 일단 휴식을 취한 후 솔로 3집 준비와 연기자 활동을 계속하겠다. ▲성유리=지난 해 MBC TV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년에는 지금까지 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개성있는 역을 맡고 싶다. 연초에는 연기 활동 계획이 없고 여름께 활동을 시작할 생각이다. 노력하는 연기자가 되겠다. ▲박정아(쥬얼리)=내년이 닭띠해고 내가 닭띠니까 내년에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드라마 끝나고 2개월 정도 쉬었는데 드라마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는 2월에 발표하는 새 음반이 잘 되어서 가수로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브라이언(플라이 투더 스카이)=올 한해는 안 좋은 사건 사고가 많았다. 새해에는 사건 사고 없이 평화로운 한해가 되고 모두들 웃을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노래 실력도 더 늘었으면 좋겠고 여자친구도 생겼으면 좋겠다. ▲봉태규=지금 출연 중인 MBC 주말드라마 ‘한강수타령’이 시청자들의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영화에 출연하게 될 것 같은데, 영화에서도 많은 사랑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