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피와뼈.나인하드 2

■피와뼈 괴물이 된 조선사내 ‘김준평’ 피와 뼈가 붙어 있다고 인간인가. 피와 뼈를 물려줬다고 부모인가. 최양일 감독은 “피와 뼈는 인간과 가족 관계를 말한다. 뼈 안에는 무엇이 있고 피 안에는 무엇이 흐르고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단어는 폭력이다. 시대가 폭력이고 생존이 폭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폭력적이다. 진저리날만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 그것이 재일한국인의 삶이고 작가와 감독이 모두 재일한국인이라는 점은 분명 한국 관객에게 묵직한 무게로 다가온다. 눈을 크게 뜨고 영화를 직시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냄새가 역하다. 1923년 오사카. 일련의 한국인들이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다. 이들은 불결한 빈민가에 촘촘히 어깨를 맞대고 뿌리를 내린다. 모두가 살아남아야 했다. 한복입고 제사지내고, 결혼식날 신랑의 발바닥을 북어로 때리는 풍습은 꾸역꾸역 지켜가지만 한국어는 ‘장인어른’과 ‘형님’을 구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영화는 주변인에게 결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오로지 한 사람, 김준평(기타노 다케시 분)에게 초첨을 맞춘다. 청운의 꿈을 안고 도일했을 그의 모습은 그러나 극 초반부터 광폭하고 탐욕스러운 중년으로 그려진다. 마누라는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자식들은 하찮은 벌레 취급하는 이 남자는 자신이 인간임을 잊은 듯 하다. 여자를 섹스 도구로 생각하며 오로지 돈에만 관심있는 그는 발정난 돼지 같은 모습으로 모든 사람 위에 군림한다. 그중 가장 기가 찬 풍경은 자신의 아들들과 처절한 육박전을 벌일 때. 이들 부자 앞에 인륜은 공허할 뿐이다. 그런 그가 딱 한번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섹스 노리개로 삼던 기요코가 뇌종양수술을 받고 거동도 못하는 바보가 됐음에도 버리지 않고 정성들여 간호하는 것. 피와 뼈를 나눈 가족들에게는 한번도 보이지 않던 행동. 그러나 이마저도 사실은 또다른 정부를 들이며 자식을 넷이나 까발리는 짓과 병행한 것이다. 욕정만큼 그의 자식에 대한 욕심도 거대하다. 역시 피와 뼈에 대한 집착이다. 영화는 김준평의 무소불위 광기와 폭력을 가감없이 따라가며 50~70년대 재일한국인들의 지난한 삶을 중간중간 훑었다. 젊은층의 북에 대한 동경과 한국인끼리의 결혼을 고집하려는 노력이 살짝 그려진다. 마을 잔치 때 잡힌 커다란 돼지가 난도질되는 장면은 어쩌면 당시 재일한국인의 삶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시뻘건 피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고, 대야 가득 쏟아지는 구불구불한 내장은 보상받을 길 없는 고단한 삶이다. 그러나 혼란스럽다. 김준평의 모습을 뒷받침하는 설명이 싹둑 잘라져나갔다. 거두절미하고 김준평의 아들 마사오의 눈으로 괴물 같은 아버지의 비상식적인 짓거리들이 나열되는 것이다.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나,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가 그를 그렇게 내몰았다는 식의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이 때문에 각종 묘사가 사실적이고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가 두려움을 자아낼 정도로 질퍽함에도 영화는 당위성을 줌으로써 끌어낼 수 있는 감동을 놓치고 간다. 25일 개봉, 18세 관람가. ■나인하드 2 코믹 킬러… ‘해도, 너무해’ ‘완벽한 행운’, ‘왕대박’을 뜻하는 ‘나인야드(The Whole Nine Yards)’가 조금 더 커진 행운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2000년에 개봉했던 ‘나인야드’보다 1야드 넓어진 속편 ‘나인야드2(The Whole Ten Yards)’가 24일 국내 관객을 만난다. 2편에서도 1편의 주인공인 냉혈한 전문킬러 지미 튤립(브루스 윌리스)과 어딘가 헐렁해보이는 소심한 치과의사 오즈(매튜 페리), 대범한 금발미녀 신시아(나타샤 헨스트리지), 막무가내 킬러 지망생 질(아만다 피트)이 호흡을 맞췄다. 1편에서는 지미가 오즈의 옆집으로 이사오면서 황당한 사건에 연루되고 결국 이둘과 신시아, 질까지 부자연스럽게 뭉치면서 1천만 달러를 차지했다. 또 지미의 부인이었던 신시아는 오즈와, 킬러를 꿈꾸던 간호사 질은 지미와 사랑에 빠지면서 끝났다. 이번 ‘나인야드2’는 졸지에 부자가 된 오즈에게 갱단의 보스 고골락(케빈 폴락)이 전편에서 죽은 아들 야니의 복수를 하겠다고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고골락은 오즈의 부인 신시아를 납치한 뒤 오즈에게 야니를 죽인 지미가 어디 있는지 말하라며 협박한다. 신시아를 구하려고 지미를 찾아간 오즈는 킬러에서 손끝이 섬세한 가정주부로 변신해 닭에게 이름까지 붙여 애틋하게 부르고 있는 지미를 만난다. 지미와 오즈, 질은 추격해오는 고골락 일당을 따돌리지만 끝없는 내분으로 신시아를 되찾을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진다. 1편이 코미디와 액션, 인물과 줄거리가 적절히 섞여 적당한 웃음을 만들어 냈다면, 2편은 각 요소가 조금씩 더 과장돼 대체 어디에 장단을 맞춰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애매한 영화가 돼버렸다. 줄거리는 반전에 반전을 노리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허탈해진다. 어느새 냉소적인 미소의 액션 배우보다 실없는 코미디 배우가 더 잘 어울리게 돼버린 브루스 윌리스는 어색한 앞치마에 토끼 슬리퍼까지 신고 고군분투한다. 질과 서로 머리에 총을 겨누며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하는 모습은 킬러부부답지만 왼쪽 팔뚝에 해놓은 문신 속 튤립은 이미 시들어버린 듯 하다. 영원한 ‘프렌즈’로 남아있는 매튜 페리는 챈들러 캐릭터로 끝까지 밀고 나간다. ‘프렌즈’에서도 그랬듯 영미권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말장난과 매번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웃음의 원천은 오히려 브루스 윌리스 쪽보다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괴팍한 발음과 무지막지한 손놀림,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고골락과 그의 노브레인 아들이 이끄는 갱단이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영화 초반에 걸 스카우트로 잠깐 등장하는 여자아이. 금발의 이쁘장한 여자아이는 바로 브루스 윌리스와 데미 무어 사이의 세 딸 중 막내인 타룰라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8분. 영화 ‘사랑니’ 김정은 연하男 누가될까? 김정은이 차기작으로 정지우 감독의 신작 ‘사랑니’를 선택했다. 정 감독이 ‘해피엔드’ 이후 5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사랑니‘는 열일곱 살 남자와 사랑에 빠진 서른 살 여자의 이야기. 김정은의 상대역은 미정이다. ‘사랑니’는 3월 크랭크 인하며, 올 가을 개봉 예정이다.

네티즌들 ‘즐거운 방문’

이제 3회가 방송됐음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MBC TV 월요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위트 있게 꾸며 방문객을 즐겁게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첫방송한 ‘안녕, 프란체스카’는 막강한 SBS TV ‘야심만만’이 버티고 있음에도, 최근 시트콤 부진에도 불구하고 호평 속에 일명 ‘프란체 폐인’까지 등장시키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첫 방송 시청률이 7.4%(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였고, 2회 7.9%에서 지난 14일 3회 방송에서는 9.6%로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색다른 설정에 허를 찔리는 재미를 느끼고, 출연진들의 고른 호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안녕, 프란체스카’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재미있는 글들이 실려 있어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우선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고 있는 ‘노도철 PD의 제작일지’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노도철 PD는 시트콤 연출가답게 재미있는 글솜씨로 네티즌들을 이끌고 있다. 12일 올려놓은 글에서는 주촬영장인 ‘프란체 하우스’의 장소 헌팅 과정을 소상히 적었다. 촬영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기본 개념을 자연스럽게 설명해 놓아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두근두근 체인지’를 통해 시트콤 연출가로 나서게 된 노 PD는 “별 부담없이 시작한 것인데 관심을 많이 가져 주고 있어 이젠 큰 부담이 된다”며 “‘안녕, 프란체스카’를 어머니와 딸이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어르신들이 만화 같은 코믹 연기를 받아주시는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특히 시트콤 게시판답지 않게 눈에 띄는 건 배경음악에 대한 칭찬과 궁금증. 노 PD는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은 늘 비슷한 톤이었는데 전문 선곡자를 영입해 고급스러운 색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연합

유령열차에 감춰진 비밀은…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자꾸 이상한 게 보여요” 수십 명의 생명을 앗아간 열차사고가 일어난 후 16년. 사고 난 열차의 일부 객실은 새 열차에 붙여 사용되고 있다. 이 열차가 폐기되기 전 마지막 운행일, 이날 사고에서 아버지를 잃었던 미선(장신영)이 기차에 탄다. 성인이 돼 기차 내 과자 판매원으로 일하는 미선에게 열차는 애정과 증오가 겹쳐있는 대상이다. 미선이 근무를 바꿔가면서까지 이 마지막 기차를 타게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밤 11시50분, 서울역발 여수행 기차가 출발하고 미선은 과자 카트를 끌며 객실을 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차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그러던중 미선의 눈에는 남들이 못보는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레드아이’(제작 태창 엔터테인먼트)는 귀신에 대한 공포와 열차 사고라는 재난에 대한 두려움의 결합이라는 데서 일단 돋보이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미선의 눈에 보이는 낯선 풍경은 88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사고 당시의 열차안 모습이다. 그 시대의 옷차림에 머리 모양, 세로쓰기 신문 등이 눈에 띄며 자신이 ‘그날’의 그 기차 안에 타고 있다는데 당황해 하고 있을 무렵 열차는 조금씩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멈춰있던 과자 카트가 혼자 움직이더니 아무도 없는 침대칸에는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하나, 둘 사람들의 시체가 발견되고 마침내 열차는 중간역에 정차하지도 않고 선행 열차를 향해 폭주한다. 영화는 궁금증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비교적 탄탄하게 공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밤 기차에 탄 사람들의 익명성이 주는 두려움과 원인 모르게 자꾸 모습을 드러내는 귀신의 존재, 죽어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오늘따라 불안하게 들리는 열차의 굉음까지 감독은 관객들을 비명의 즐거움으로 이끄는 데 성공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초반에 쌓인 기대에 비해 후반부는 그럴싸한 ‘폭발’ 없이 얼버무려지는 느낌이다.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도 그다지 극적이지 않는데다 범죄 동기도 그리 명확하지 않은 편. ‘링’의 김동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극장용 장편 영화다. 15세 이상관람가. 상영시간 96분.

임창정 코믹연기… 웃음 ‘송송’ 슬픔 ‘탁’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라면이다. 또 그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파를 송송 썰어넣고 계란을 하나 탁 깨서 넣는 것이다. 이렇게 라면을 먹는 이미지는 구수하고 정답다. 영화 ‘파송송 계란탁’ 역시 마찬가지다. 일련의 영화를 통해 흥행성을 보장받은 배우 임창정 특유의 ‘구렁이 담 넘 듯 하는’ 캐릭터를 십분 살리며 코믹한 요소를 송송 썰어넣었다. 또 막판에는 신파를 탁 하고 깨트려넣음으로써 휴먼 코미디로서의 구색을 갖췄다. 그러나 라면의 맛을 누구나 알고 있듯, 이 영화 역시 그 전개나 결말을 어렵지않게 예상할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또 제 아무리 기교를 부려도 라면은 라면이듯, 이 영화 역시 임창정에 기댄 코믹영화라는 출신성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불법음반제작업에 종사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총각 대규(임창정 분)에게 난데없이 아홉살짜리 꼬마가 나타나 “당신이 내 아버지요”라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의 태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버지임에도 전혀 애틋한 감흥이 없는데다 어려워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자신을 ‘전인권’이라 소개하며 천연덕스럽게 ‘돌고 돌고 돌고’를 불러댄다. 마른 하늘 날벼락을 맞은 대규의 황당함이야 예정된 수순. 그러나 아이는 그런 아버지에 아랑곳없이 소원을 들어달라며 엉겨붙는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커다란 목청으로 뻔뻔하게 소리지르면서. 소원은 다름아닌 국토종단. 결국 아이를 떼어놓는데 실패한 대규는 계란도 익힐 듯한 삼복더위에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선다. 이 어색한 부자의 모습은 기타노 다케시 주연의 ‘기쿠지로의 여름’과 상당히 닮았다. 두 영화 모두 처음에는 아이를 귀찮은 짐짝 취급하던 어른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규의 변화는 인권과의 보조 맞추기로 표현된다. 자기 몸뚱아리만한 가방을 짊어지고 힘겹게 걸어가는 아이를 뒤에 두고 대규는 처음에는 멀찌감치 앞서간다. 그러다 여행이 중반으로 접어들 때쯤 그는 아이의 가방을 빼앗아 들어주고 마지막에는 아이를 업고 걷는다. 주변에 자신을 아이의 삼촌이라고 소개하던 대규가 어느새 아이의 ‘아빠’가 되는 것. 영화는 이 모든 과정을 절대 서두르지 않고 그렸다. 임창정은 이번에도 역시 살가운 연기를 통해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MOVIE/‘아카데미 전초전’… 극장가 설렌다

오는 27일 열리는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화제작 6편이 동시에 국내 개봉한다. ‘아카데미 특수’를 노린 개봉전략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같은 집중 동시개봉은 아주 이례적인 일. 특히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에비에이터’ ‘레이’ ‘네버랜드를 찾아서’ ‘밀리언달러 베이비’ ‘사이드웨이’는 후보작 5편 모두가 동시에 개봉한다. ■클로저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웬 등 스타들의 출연으로 눈길을 끄는 ‘클로저’가 지난 3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 동명의 영국산 연극을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고품격 로맨스물. 첫눈에 반한 네 남녀의 사랑과 배신, 질투, 이기심, 복수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일컫는 골든 글로브에서 포트먼과 오웬이 남녀조연상을 차지했고 이어 아카데미에도 도전한다. ‘레옹’의 소녀에서 매혹적인 배우로 자라난 포트먼의 매력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 미 감독협회 감독상 수상작인 복싱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힐러리 스웽크가 아카데미 2연패에 도전하는 작품. 여자 복서와 코치의 만남을 통해 관계, 가족의 의미를 묻는 수작이다. 두 사람은 최근 골든 글로브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좀처럼 동일부문 재수상을 하지 않는 아카데미의 관행이 깨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개부문 후보다. 25일 개봉. ■레이 그래미상을 13회나 받은 전설적인 시각장애인 R&B 가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레이’는 최근 미국에서 역대 뮤지션 전기영화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찰스가 영화제작 기간인 지난해 6월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더욱 화제가 됐다. 찰스는 극중 레이 역을 맡은 제이미 폭스에 대해 “내가 놀랄 정도로 나와 흡사하다”며 탄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 핵포드 감독 작품으로 6개부문 후보. 18일 개봉. ■에비에이터 ‘에비에이터’는 항공업계의 거물, 영화제작자, 희대의 플레이보이로 유명했던 20세기 최초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삶을 다룬다. 20세에 이미 억만장자가 됐고 준수한 외모로 여배우들과 염문이 끊이지 않았던 휴즈는 TWA를 굴지의 항공사로 키웠으며 동시에 결벽증, 피해망상 등에 시달린 환자였다. 유난히 아카데미와 거리가 멀었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타이타닉’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연기를 펼쳤다. 스콜시지 감독 작품으로 11개 부문 최다부문 후보작이다. 18일 개봉. ■네버랜드를 찾아서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피터팬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정을 그린 영화. 영원한 자유인을 꿈꾸는 극작가 JM베리(조니 뎁)가 이웃집 소년들을 사귀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피터팬’을 희곡으로 써내기까지 과정을 담았다. 소년들의 어머니(케이트 윈슬렛)와의 로맨스가 사실보다 부풀려졌지만, ‘피터팬’의 정신이 기성제도를 거부하는 자유의 정신임을 잘 보여주는 수작. 남우주연 등 7개부문 후보작으로 25일 개봉한다. ■사이드웨이 ‘사이드웨이’는 ‘어바웃 슈미트’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작품. 결혼을 앞둔 두 대학생이 총각파티를 대신해 떠난 와인기행에서 벌어지는 달콤쌉싸레한 일탈기를 그렸다. 5개부문 후보작. 18일 개봉. 그외 이미 개봉중인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 미술, 분장 등 4개부문 후보에 올랐고, 시골학교 음악교사와 전쟁고아들이 음악을 통해 희망을 찾게되는 ‘코러스’는 음악, 외국어영화상 후보다. 3월3일 개봉. ■제니,주노 가볍고 예쁜 영화…현실은 글쎄? 비슷한 나이 또래지만 로미오-줄리엣, 성춘향-이몽룡 커플을 ‘제니, 주노’의 연인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도 있고 문제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가문 간의 반목이, ‘춘향전’의 경우 변학도라는 라이벌이 있었다면 ‘제니, 주노’ 속 커플의 가장 큰 난제는 뜻하지 않게 덜컥 생긴 아이다. 전형적인 청춘물의 발랄함과 산뜻함, 그리고 가벼움을 기본 톤으로 띠고있는 이 영화는 묘하게도 10대(그것도 중학생들의) 임신 문제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예쁘게 그리고 있다. 부산에서 전학 온 얼짱 주노(김혜성)와 좋은 집안에 공부까지 잘하는 제니(박민지)는 처음 만난 순간 사랑에 빠져 교제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주노를 옥상으로 부른 제니는 그에게 임신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고민 끝에 우선은 임신사실을 숨기기로 한 두 사람. 새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 보살피기에 들어간다. 어느새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두 사람은 양가의 부모들에게 임신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한다. 영화에는 아이를 낳겠다는 아이들과 이를 말리는(낙태하라는) 어른들 사이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요즘 어른들의 생명 경시 풍조나 문란한 성 관념 따위를 비판할 생각은 없었다는 얘기다. 공부 ‘잘하는’ 여자 아이, 게임 ‘잘하는’ 남자 아이 등 두 주인공은 임신 뒤 짧은 시간 당황해 한 다음부터는 너무 쉽게 돈 많은 부모들에게 기대고 ‘능력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걱정하기보다는 쪽팔려하며 이를 받아들인다. ‘어린 신부’의 김호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제니@주노’라는 인터넷 소설이 원작이다. 상영시간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배용준, 멜로영화 ‘외출’로 스크린 노크

스타 배용준과 허진호 감독의 신작 ‘외출’(제작 블루스톰)이 4일 강원도 삼척시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 ‘외출’은 사랑의 배신이란 참담한 현실에 직면한 두 남녀가 점차 안타깝고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는 내용을 담은 멜로 영화. 배용준에게는 첫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이후 1년 반 만에 선택한 출연작이며 허진호 감독은 ‘봄날은 간다’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세 번째 영화다. 첫날 촬영된 장면은 주인공 인수(배용준)와 서영(손예진)이 처음 만나게 되는신. 아내(임상효)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부터 삼척으로 달려온 인수는 텅빈 수술실 앞 로비에서 서영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이날 촬영은 허진호 감독과 배용준을 비롯해 손예진, 류승수, 임상효, 김광일 등 출연진과 스태프, 삼척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사를 지낸 후 삼척 의료원에서 진행됐다. 배용준은 다급하게 수술실을 찾으며 복도로 뛰어와 수술중 표시등에 불이 켜 있는 것을 확인하며 너무도 사랑하는 아내의 사고 소식에 복받쳐 오르는 슬픔과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복잡한 심정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자신의 동선을 미리 체크하며 서영과의 첫 만남을 어떤 느낌으로 끌어나갈 것인지 미리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에서 철두철미함을 보였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외출’은 캐스팅이 확정된 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일본 언론과 영화사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영화사들은 사상 최고액의 수입가를 제시하며 벌써부터 이 영화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히 크랭크인 날짜가 알려진 뒤 제작사에는 촬영장소와 촬영장 공개 여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영화사가 촬영장소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일부 일본 기자들은 촬영장에 찾아갔다가 영화를 찍는 장면을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영화는 5월까지 삼척시를 중심으로 촬영되며 9월께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