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의 지우개 사랑의 기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깔끔한 정통 멜로 영화가 탄생했다. 오는 5일 개봉하는 톱스타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편지’ ‘접속’ ‘약속’ 등 1990년대 후반 스크린을 평정했던 멜로 영화의 바통을 성공적으로 이어받았다. 이 영화는 드라마, 스타일,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고루 90점을 넘어선다. 최루성이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통속적이지만 그 나름의 신선함이 배어난다. 여기에 스타성은 A+. 상업 멜로 영화로서 이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마지막 손맛이 다소 부족하다고 해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 “넌 너무 자신만만해. 인생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 극중 철수(정우성 분)와 수진(손예진 분)이 결국 번갈아 가며 내뱉는 이 대사는 영화의 통속성을 상징한다. 예상대로 사랑은 핑크빛이 아니고 두 배우는 잇따라 눈물 흘리기 경쟁을 펼친다. 철수와 수진은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결혼에 골인하지만 수진이 스물일곱 나이에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리면서 불행이 시작되는 것. 그러나 영화는 그러한 뻔함을 불식시킬 만큼 색이 잘 들었다. “내가 대신 다 기억해줄게, 내가 네 기억이고, 영혼이야” 철수가 자신을 떠나려는 수진을 달래며 하는 말. 이 말이 ‘닭살스럽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전개된, 둘이 사랑을 나누는 과정이 그만큼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유부남 상사와 도망치려다 버림받은 수진이 건설판 일꾼 같은 철수와 사랑에 빠지는 세세한 에피소드와 광고 같은 화면이 차곡차곡 쌓여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멜로영화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스타일과 연기의 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정우성과 손예진은 같이 있는 모습이 하나의 CF였으며,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서 진짜 서로 사랑에 빠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요미우리TV에서 방송한 12부작 드라마 ‘퓨어 소울’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린 여성이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잔인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여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린 할리우드 클래식 ‘러브 스토리’의 전형성을 빗겨간다. 그럼에도 감독은 ‘최루성’이라는 표현을 거부한다. 이재한 감독은 “말초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울음이 메아리지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13살 소녀→‘서른살 킹카’ 꿈 이루다! 13살 소녀들은 꿈꾼다. 멋진 아가씨가 되는 꿈을. 지금은 가슴이 ‘평면’이고 치아에는 보철을 했지만 나도 언젠가는 모델 같은 아가씨가 될 테야. 오는 5일 개봉하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의 여주인공 제나는 아가씨 중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위치에 있는 서른 살을 꿈꾼다. 모든 것을 가진 완벽한 서른 살의 커리어 우먼. 그녀에게 딱 한가지가 없다면? 영화의 원제는 ‘13 going on 30’.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삽입곡 중하나인 ‘16 going on 17’가 문득 떠오르는데, 제나는 나이를 한 살 한 살 차근차근 먹는 것이 아니라 무려 17년이나 건너뛴다. 13살 생일에 소원을 빌었더니 다음날 아침 30살로 깨어나는 것. 소원대로 근사한 서른 살이 된 제나. 과연 그의 삶은 행복할까.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이 주는 뉘앙스는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 그러나 영화는 예상을 뛰어넘어 박자감, 음감이 아주 괜찮은 팝송으로 경쾌한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톰 행크스 주연의 ‘빅’과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그리고 마이클 J.폭스 주연의 ‘백 투더 퓨처’의 장점만 모아 만들었다. 성의없는 아류가 될 수도 있었으나 영화는 매력적인 소재들을 대단히 깔끔하게 버무리며 A급 로맨틱 코미디로 재탄생했다. 서른 살이 된 제나에게는 근사한 남자친구와 멋진 직장이 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제나는 13살 때의 단짝 이웃집 소년 매트를 수소문해 찾아간다. 그러나 매트는 지난 17년 간 제나가 안겨준 상처로 가슴앓이를 해왔다.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매트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제나는 결국 약혼녀와의 결혼을 앞둔 매트에게 점점 빠져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13살 소녀의 유치한 소원에서 출발했지만 그 전개는 지극히 성인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것. 소녀의 감성과 순수함을 계속 환기시키며 서른살 어른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군더더기 없이 달콤하게 그렸다.‘데어데블’의 여전사 제니퍼 가너가 담백한 매력을 과시하고, 무엇보다 로맨틱코미디의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을 남자 주인공 마이클 러팔로가 ‘별볼일 없어 보이는데 멋진’ 남성으로 그려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극중 러팔로는 외양은 평범하나 이 세상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스위트’한 남성이다. ■우작 터키의 낯설은 풍경… 곳곳에 숨은 매력 지난해 5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우작(Uzac)’이 5일 서울 코엑스아트홀 등에서 뒤늦게 선보인다. ‘우작’이 극장을 쉽게 잡지 못한 까닭은 단지 흥행 가능성이 낮다는 것. 대다수 극장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우작’은 배우들의 얼굴도 낯설고 형식도 생경하며 줄거리 전개도 지루해 보인다. 그러나 칸을 비롯한 많은 영화제의 심사위원들과 유수 언론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만큼 곳곳에 매력이 담겨 있다. 영화는 시골 마을의 들판에서 점으로 시작된 한 사람이 차츰 카메라로 가까이 걸어오는 롱테이크 장면으로 시작된다. 유스프는 일자리를 찾아 이스탄불에 있는 사촌 형에게 가는 길이다. 배경은 바뀌어 사촌형 마흐무트의 집. 사진작가인 그는 아내와 헤어진 뒤 정부와 가끔 정사를 즐기다 유스프가 찾아오자 사생활을 방해받는다. 처음에는 고향 안부도 궁금한 데다 며칠만 있으면 선원으로 취직할 것이라는 기대로 기꺼이 맞아주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일자리를 구할 기미가 보이지도 않고 자신만의 생활 공간에 그가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넓어지자 짜증을 내고 만다. 유스프도 형의 이중적인 태도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유스프와 마흐무트의 갈등은 마흐무트가 회중시계를 둔 곳을 잃어버려 유스프를 의심하면서 폭발하고 만다. 등장인물도 단출하고 줄거리도 단순한 데다 대사마저 거의 없어 지루하게 느껴질 법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의외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촌향도 현상에 따른 공동체 파괴와 구직난 등 터키의 사회상이 잘 드러나 있으며 이슬람 세계답지 않게 성적 관심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대목도 웃음을 자아낸다.
■주홍글씨 결코 벗어날 수 없어...어긋난사랑 그대가는... 트렁크 속에 갇혀 있는 남자. 총을 쏴봐도, 발길질을 해봐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안은 잔뜩 달궈져 땀은 비 오듯 흐르고, 같이 갇혀 있던 여자는 견뎌내기는 도저히 힘들 그런 고백을 쏟아내고 있다. 얼마 안있어 피를 쏟아내기 시작하는 여자. 남자는 발버둥칠수록 피범벅이 될 수밖에 없다. 단편 ‘호모비디오쿠스’와 첫 장편 ‘인터뷰’를 통해 주목받았던 변혁 감독이 두번째 장편 영화 ‘주홍글씨’(제작 엘제이필름)로 29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출연 배우들이나 감독이나 한결같이 얘기하듯 영화는 보기에는 다소 ‘불편한’ 영화다. 인물들은 욕망을 탐닉하며 잘난 듯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이면에는 비밀을 하나씩 담고 있고 결론도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밀은 하나씩 드러나지만 현실은 여전히 몽롱할 뿐. 살인사건을 해결하려하는 남자도, 그의 아내와 정부도 그리고 의심스러운 용의자도 결국 향하고 있는 곳은 패배가 예정된 결말이다. 주변의 모든 일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 기훈(한석규). 사랑스러운 아내 수현(엄지원)과 곧 태어날 아이가 있으며 열정적인 정부 가희(이은주)가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강력계 형사인 그는 훈장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그만큼 성공도 눈에 잡힐 듯하다. 어느날, 그에게 살인사건 한 건이 배당된다. 살해당한 사람은 30대 남자. 살해당한 곳은 자신이 운영하던 사진관이다. 시체는 무언가에 맞은 채 심하게 피를 흘린채로 발견됐고 신고자는 하얗게 얼굴이 질린 미망인 경희(성현아)다. 사건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용의자를 체포한 기훈.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사건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마침 아내 수현도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가희와 기훈의 관계를 눈치 챈 듯하다. 가희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들은 기훈. 가희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지만 그녀에게서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고 상황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기만 한다. “항상 장난같이 시작되는 유혹을 왜 피하겠는가”라는 기훈의 욕망에서 “당신은 같이 사는 사람이 견딜수 없어지는 적 없나요?”라고 묻는 경희의 미움까지, 영화 속인물들은 하나같이 일탈을 보이고 있지만 공감하기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다. 후반부 이들 위에 내려 앉는 운명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스터리의 옷이 다 벗겨질 때쯤 반전은 충격보다는 슬픔으로 다가온다. 촘촘하게 잘 짜인 스릴러나 잘 다듬어진 드라마의 틀도 영화의 장점. 깔끔한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매력적인 편집으로 웰메이드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는 표현도 어색하지 않지만 영화는 인물의 감정을 충실히 지켜내는 데 집중하고 있어 보인다. 이기적이고 나쁘지만 인간적인 기훈의 모습을 보여준 한석규의 연기도 기대를 넘어서고 있으며 세 여배우, 특히 이은주는 지금까지 중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상영시간 117분. 18세 이상 관람가. ■이프 온리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이프 온리(if only)’. 이별을 피할 수 없는 연인의 애절한 사연이 잔을 채우고 넘쳐 바다를 이룬다. 사랑에 ‘올 인’하는 낭만적인 여자와 사랑과 일을 구분하는 남자. 여자는 늘 자신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불만이다. 남자 역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여자의 태도가 안타깝다. 서로 사랑하지만 표현 방식이 다르다. 그러다 여자가 남자와 레스토랑에서 다투고 나가면서 차사고로 죽는다.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채 여자를 눈 앞에서 잃은 남자. 만일 시간을 되돌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프 온리’는 기적처럼 ‘어제’를 다시 얻은 남자가 자신이 이미 경험한(혹은 경험했다고 생각한) 끔찍한 미래를 막기 위해 자신의 여자에게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한 애정공세를 펼치는 이야기다.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이며 왠지 어제가 반복되는 느낌. 게다가 벌어지는 일들이 비슷하기는 하나, 순간순간 주인공의 의지가 개입하면서 그 결말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다. ‘이프 온리’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 죽음마저 두렵지 않은 사랑을 역설한다. 어차피 사람은, 우리는 죽는다. 그렇다면 사랑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너무나 부족한 것 아닌가. 영화는 이렇듯 ‘착한’ 명제를 단 하루의 시간에 가둬놓고 전개하면서 안타까움과 애절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사랑하는 이와 하루의 시간밖에 같이 보낼 수 없다면? “그녀(혹은 그)를 가진 것을 감사하며 사시오. 계산없이 사랑하시오.”(극중 택시 운전사의 말)제니퍼 러브 휴잇은 딱 푸들 강아지 같고, 뉴 페이스인 폴 니콜스는 머시 맬로우 같다. 둘의 연기는 모자람이 없다. 연인들이라면 이들에게 십분 감정 이입을 할듯. 그래도 너무 달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달콤 쌉싸름한’ 러브스토리 29일 개봉하는 로맨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존재감은 올 가을 극장가에서 홍수를 이루는 ‘이래도 안 울래?’라는 식으로 강요하는 영화 사이에서 영화는 ‘쿨’ 하면서도 슬픈, 달콤쌉싸름한 뒷맛을 남겨준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장애인인 여주인공의 캐릭터. 자신을 ‘조제’라고 부르는 구미코는 장애인 캐릭터의 전형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조제가 느끼는 ‘장애’는 좀더 현실적인 편. 장애의 고통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아픔이 드러나는 방식은 당찬 모습을 통해서다. 구미코와 쓰네오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도 잔잔하게 절제가 돼 있지만 가슴을 시리게 하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처음의 설렘과 사랑을 나눌 때의 행복감, 이별의 아픔까지 카메라는 계속 차분함을 유지하지만 관객의 마음은 요동 칠 수밖에 없다. 대학생 쓰네오는 어느날 이른 아침 한 노파의 비명소리와 함께 언덕길에서 달려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친다. 이 낡은 유모차에 들어 있던 사람은 어린애가 아닌 다큰 소녀 구미코. 다리가 불편한 소녀를 할머니가 산책시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조제’라고 부르는 구미코의 유일한 취미는 여기저기서 주워온 책을 읽는 것. 특기는 한번 먹어본 사람이면 다시 먹고싶게 만드는 음식 솜씨다. 서로 친구가 된 뒤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 쓰네오가 부담스러운 구미코의 통보로 두 사람은 잠시 헤어져 있기도 하지만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둘 사이의 사랑의 끈을 다시 이어준다. 영화 속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후반부 두 남녀가 ‘물고기들’을 만나는 장면. 사랑이 절정을 이루는 순간, 국도변의 러브호텔을 찾은 이들의 주변에는 물고기떼들이 맴돌고 있다. 감독은 국내에도 개봉한 ‘환생’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 이누도 잇신. 영화는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소개돼 당시 관객 사이에 ‘요란스러운’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남자 주인공 쓰마부키 사토시는 ‘워터 보이즈’에 출연했던 떠오르는 ‘꽃미남’ 스타. 여주인공 이케와키 치즈루는 이 영화로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배우다. 상영시간 117분. 15세 이상관람가.
■슈퍼스타 감사용, 꽃 피는 봄이오면, 우리 형 가을 한국영화계는 ‘서정’으로 물든다. 지난달 개봉한 ‘가족’을 필두로, ‘슈퍼스타 감사용’, 추석직전 개봉한 ‘꽃 피는 봄이 오면’, 오는 17일 개봉하는 ‘우리형’ 등 추심(秋心)을 물들이는 작품이 이어진다. 이들 영화는 약속이나 한 듯 잔잔한 감동을 모토로 삼았다. 간혹 자극적인 장면도 있으나 작품 주제는 뜨끈뜨끈한 가족애다. 가을 관객들을 감동으로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슈퍼스타 감사용’과 ‘꽃피는 봄이 오면’은 비루한 사나이의 꿈과 희망을 그리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가진 것 없고 실력도 없다. 하지만 꿈은 있다. 아니, 꿈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이들의 하루하루가 바로 우리의 일상이고, 그 자체가 소중하다. “오늘도 또 졌습니다”라는 스포츠캐스터의 말을 등 뒤에 달고 다니는 야구 투수와 오디션이라고 응시만 하면 매번 낙방하는 트럼펫 연주자. 참 볼품없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인생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을 맡고 있고, 누구나 ‘꽃피는 봄’에 대한 기대를 가슴 한 구석에 묻고 사는 것이다. 거기서 잔잔한 감동은 솟아난다. 그뿐이랴. 이들 영화 역시 엄마라는 아킬레스 건을 놓치지 않았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엄마 김수미의 자상하고 성실한 모습은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고, ‘꽃피는 봄이 오면’의 엄마 윤여정은 자애로움으로 짠하게 다가온다. 이들 영화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가 ‘못난 자식’이라는 것이다. 하나같이 엄마(혹은 아빠)한테는 죄인이다. ‘가족’의 수애는 소매치기에 살인미수로 감옥을 다녀온 후에도 뭐 잘났다고 아버지에게 사사건건 대든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이범수는 곱게 다니라는 직장을 때려치더니, 꼴찌 야구팀의 투수가 된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최민식은 돈 안되는 음악을 하겠다며 청춘을 보내고, 약혼녀마저 잡지 못하는 처지. ‘우리형’의 원빈은 허구헌날 싸움질에 엄마가 교무실 문턱이 닳도록 불려다니게 만든다. 그 때문에 참으로 지난하고 지지리궁상이다. 여세를 몰아 과잉의 혐의도 짙다. 관객의 감성을 철저하게 자극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니 어느 대목에서건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수 있겠는가. 실제로 그런 면에서는 가장 얌전한(?) ‘슈퍼스타 감사용’을 보고 네 번이나 울었다고 영화 홈페이지에 고백한 관객도 있다. 그러나 사실 뭐 어떤가. 옷깃을 여미는 가을. 저 밑에 숨겨뒀던 감성의 숨구멍을 한껏 열고 대대적인 환기를 시켜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즐거움이 없다고 해도 배꼽 잡는 코미디에만 기댈 일은 아니다. 다소 지루하거나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해도 이들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자. 카타르시스만한 쾌감도 없다. ■웨일라이더 세상을 딛는 소녀의 미소 14살 휴즈양 감동연기 ‘세계 주목’ 오래간만에 뉴질랜드산 영화가 한국 관객과 만난다. 5일 개봉하는 ‘웨일 라이더’(Whale Rider)는 자본과 스태프, 배우 모두 뉴질랜드 출신인 뉴질랜드 영화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이나 ‘라스트 사무라이’ 같은 영화의 촬영지로 더 익숙하지만 꾸준히 자국 내에서 세계적인 화제작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9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를 비롯해 피터 잭슨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들’(Heavenly Creatures), 리 타마호리 감독의 몬트리올 영화제 4개부문 수상작 ‘전사의 후예’(Once a Warriors) 등은 모두 뉴질랜드 국적을 가지고 있다. ‘웨일…’는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로테르담,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모았던 영화. 특히 여주인공인 14살 소녀 케이샤 캐슬 휴즈의 연기는 가는 곳마다 호평을 받은 끝에 마침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고래를 탄 사람을 뜻하는 제목 ‘웨일 라이더’는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인들의 실제 전설이며 영화 속 파이키아가 속한 부족의 믿음에서 따왔다. 뉴질랜드 땅에 최초로 온 이들의 선조는 고래의 등을 타고 바다를 건너왔으며 그도 소녀와 같은 파이키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마을 지도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오리인 소녀 파이키아(케이샤 캐슬 휴즈). 그가 살고 있는 해변 마을에는 장남만이 부족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관습이 있다. 다른 아이 이상으로 영특함을 보이지만 그는 지도자를 뽑는 훈련에서 제외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파이키아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그다지 축복받지 못한 존재였다. 파이의 어머니는 출산 도중 파이의 쌍둥이 오빠와 함께 숨을 거뒀고 아버지 프로랑기는 그 충격으로 고향을 떠났다. 이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에 의해 자라지만 파이키아는 할아버지에게 아무래도 기대하던 손자보다는 못한 손녀일 뿐이다. 할아버지는 마을의 장남들을 모아 지도자를 뽑으려 하지만 하나같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다. 할아버지 몰래 훈련을 받으려는 파이키아. 하지만 할아버지는 오히려 불경스러운 일이라며 꾸짖고, 파이키아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영화의 미덕은 애정을 갖고 인물들을 비추는 낮은 시선의 카메라에 있다. 처음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던 관객은 이 덕에 전통을 위해 고집을 부리는 할아버지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소녀 파이키아, 그리고 세상을 떠도는 젊은 아버지와 나태한 채로 세상을 즐기는 삼촌까지 가족 모두의 삶 속 깊숙한 곳에 방문할수 있게 됐다. 인물에 대한 공감이 후반부 눈물로 이어진다면 파이키아 역의 소녀 케이샤 캐슬휴즈의 연기 덕이다. 상영시간 101분. 전체 관람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가슴저린 사랑 기억 최루성 멜로…올해 日 흥행 1위 기록 왜 그동안 그렇게도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잊혀진다는 게 너무 두렵다”는 말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그녀를…. 아키가 죽던 날 몰아쳤던 태풍 29호, 함께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서로 주고받던 카세트 편지, 첫 키스를 나누던 강당과 같이 수업을 듣던 교실…. 아쉽게도, 서른 줄에 접어든 사쿠(오사와 다카오)에게 이런 기억들은 일상에서는 좀처럼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는 그런 일들이다. 숨막힐 듯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들은 그를 1986년, 먼 과거의 추억에 잠겨있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가 고향 시코쿠로 가는 비행기를 탄 날도 야근에 지쳐 회사에서 아침을 맞이하던 어느 날이다. 결혼을 얼마 앞두지 않은 그는 약혼녀 리쓰코(시바사키 고)와 이삿짐을 나르기로 한 약속도 잊고 있었다. 뒤늦게 리쓰코의 집에 도착하지만 리쓰코는 한동안 쉬었다 오겠다는 편지만 남겨둔 채 사라진 후. 우연히 리쓰코의 행선지가 자신의 고향 시코쿠라는 것을 알게 되는 사쿠. 하지만 리쓰코를 찾으러 간 그곳에서 그는 가슴 깊숙이 잠들어 있던 아키를 발견한다. 올해 일본내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8일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다. 감독은 ‘고(GO)’를 만들었던 유키사다 이사오.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의 사쿠(모리야마 미라이). 동급생 아키(나가사와 마사미)가 그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교장 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다. 학생 대표로 고별사를 낭독하는 아키는 질질 짜고있는 다른 여학생들과는 달리 담담한 모습이다. 공부도 잘하고 육상 선수인 데다 얼굴까지 예쁜 아키. 아키에게 사쿠의 첫 인상은 언제 생각해도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한다. 육상 연습 중 우연히 올려다본 교실의 유리창, 입을 쩍 벌리고 야키소바(볶음국수)와 빵을 먹는 사쿠의 모습을 보고 아키는 미소를 짓는다. 어느날 하교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아키가 당돌하게 사쿠의 스쿠터에 올라타면서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데는 휴대용 카세트녹음기 워크맨과 라디오가 매개체가 된다. 음성편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심야 방송에 엽서를 보내기도 하면서 아키와 사쿠는 소중한 첫사랑을 가꿔간다. 장밋빛 사랑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것은 단 둘이 여행을 떠난 무인도에서다. 아키가 갑자기 쓰러진 것. 병원으로 옮겨진 아키, 백혈병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하는 그에게 아키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병세는 악화되고 아키도 점차 희망을 잃게 되던 어느날, 사쿠는 아키가 늘 ‘세상의 중심’이라고 부르던 호주의 울루루에 그를 데려가기로 마음먹는다. 몰래 병원을 빠져나온 두 사람. 하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으로 둘은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아키는 공항에서 쓰러진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줄거리지만 가을 극장가 ‘최루성 멜로 영화’의 팬들에게 넉넉한 여백과 잘 정돈된 화면, 서정적인 배경 음악이라는 이 영화의 미덕은 반가울 따름이다. 상영시간 138분. 12세 이상 관람가.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내겐 너무…’는 포르노 스타에게 빠진 고교생이 정신·육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섹스 코미디이자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감당하는 희생과 모험을 담아낸 로맨틱 러브스토리다. 8일 개봉.
‘영화선물’ 푸짐 KBS1-지상파 방송사들은 푸짐한 추석 상차림처럼 다양한 특집 영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추석특집 ‘중국 거장 걸작선’을 마련했다. 먼저 장이머우 감독, 장쯔이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이 27일 밤 12시 30분 방송된다. 가난하지만 천부적인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지닌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천 카이거 감독의 ‘투게더’가 28일 방송되며, 29일에는 9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책상서랍속의 동화’가 방영된다. 이와 함께 28일과 29일 오후 3시20분에는 특집만화 ‘엘 시드’와 ‘슈퍼 차일드’가 편성됐다. 25일 오후 10시50분에는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의 장현수 감독의 2001년 작 ‘라이방’이, 26일에는 ‘아메리칸 뷰티’로 스타덤에 오른 미나 수바리가 출연하는 영화 ‘머스킷 티어’가 방송된다. KBS2-26일 방송되는 ‘내츄럴시티’를 시작으로 ‘영어완전정복’, ‘스캔들’, ‘화성으로 간 사나이’, ‘싱글즈’ 등의 한국영화를 집중 편성했다. 그 외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무간도2’ 등의 홍콩영화와 추석이면 어김없이 안방극장을 찾아오는 성룡의 ‘상하이눈’이 방송되며, 25일 오후 10시에는 할리우드 대작 ‘스파이더맨’이 편성됐다. 26일 오전 10시 40분부터는 가족특집영화 ‘2001 용가리’가 방송된다. MBC-추석 연휴동안 총 12편의 영화를 편성했다. 25일부터 매일 저녁 시간대에 추석특선 대작으로 차태현, 손예진 주연의 ‘첫사랑 사수궐기대회’, 이정재, 이범수 주연의 코미디영화 ‘오! 브라더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갱스 오브 뉴욕’, 톰 크루즈의 액션 스릴러 ‘미션 임파서블2’,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이 연이어 방송된다. 또 25일 오후 11시30분에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똥개’가 방영된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철도원’이 27일 밤 방송되며, ‘아나콘다’, ‘빅 대디’, ‘패스트 & 퓨리어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편성됐다. 27일과 28일 낮시간에는 18세기 독립 혁명 당시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멜깁슨 주연의 ‘패트리어트’,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와호장룡’이 방송된다. SBS-다양한 할리우드 대작들과 오락영화들을 준비했다. 24일 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이어 방송되며, 25일 밤 12시55분 ‘빈 집’으로 2004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섬’이 소개된다. 25일에는 신은경 주연의 ‘조폭마누라2’와 8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대작 ‘인디펜던스 데이’가 방송된다. 26일 밤에는 경찰 소재 영화 두 편이 편성됐다. 오후 11시 5분부터는 송강호, 김상경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 방송되며, 이어서 아담 샌들러의 경찰 코미디 ‘깝스’가 방영된다. 27일에는 장나라의 ‘오! 해피데이’, 차승원의 ‘선생 김봉두’, 청룽의 ‘메달리온’이 방송되며, 추석 당일에는 ‘쥬라기 공원’, ‘반지의 제왕2-두개의 탑’이 방송된다. 연휴 마지막날인 29일에는 오후 2시 방송되는 성룡의 ‘턱시도’를 비롯해 ‘터미네이터3’, ‘와일드 카드’가 방송된다. ◇새로나온 책 ■ 이지현 글 ‘이구름과 꼬꼿의 318일 고물버스 세계여행’ 소년, 세계를 만나다 한국인 엄마와 프랑스인 아빠, 여덟 살 소년 이구름(본명 마크 볼프)과 여동생 릴라, 애완견 꼬꼿이 버스로 서울과 파리를 오가는 318일 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이구름과 꼬꼿의 318일 고물버스 세계여행’(문공사刊)은 사진작가인 아빠와 전직 패션모델인 엄마를 둔 이구름이 아빠가 개조한 버스를 타고 세상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겪었던 일들을 엮은 세계견문록이다. 이들 가족은 지난 2001년 8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파리에서 다시 서울로 되돌아오기까지 4만여 킬로미터를 버스를 타고 여행했다. 책은 여덟 살 소년 이구름이 여행에서 만나고 느끼고 마주한 새로운 세상과 사람, 풍경에 대한 감상문으로, 이구름네 가족이 여행길에서 접한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 아찔했던 순간들, 가족간에 나눴던 사랑이 녹아있다. 사막에서 벌거벗고 뛰노는 이구름과 동생 릴라, 러시아의 설경 등 세상 곳곳의 모습을 담은 아빠 장루이 볼프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이지현 글. 장 루이 볼프 사진. ■ 김훈 여행산문집 ‘자전거 여행 2’ 자전거로 누빈 ‘아름다운 경기도’ 소설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56)의 여행산문집 ‘자전거 여행 2’(생각의나무刊)가 나왔다. 저자가 2000년 출간한 ‘자전거 여행’은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누비며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기록한 여행산문집. 수록된 글의 일부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자전거 여행 2’는 사진가 이강빈(46)과 함께 경기도 일원의 유서깊은 곳을 여행하며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로 사람과 자연의 안쪽 풍경을 비춘다. 저자는 비무장지대(DMZ)를 시작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해안 갯벌, 남한산성과 화성 등 역사적 유적지 등을 두루 살폈다. 그는 일몰하는 조강(祖江)의 물가에서 분단조국의 현실을 돌아보는가 하면, 드넓은 김포평야의 농수로를 바라보며 인간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들이 아름다운 이유를 깨닫는다. 이번 책은 이강빈의 사진작품으로 시각적 효과를 높였고, 해당 여행지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는 권역별 지도를 수록해 여행안내서 역할도 하도록 했다. 저자는 ‘자전거 여행 2’에 이어 전라도, 제주도, 울릉도편과 바다 건너 일본 교토(京都)의 여행기를 준비하고 있다.
‘푸짐한 상차림’ 골라보는 재미 이번 추석은 5일이나 되는 긴 연휴. 올해 추석은 유난히 극장가에 ‘상차림’이 푸짐하다. 스포츠 소재의 휴먼 코미디(슈퍼스타 감사용)에서 귀신이 나오는 퓨전 코미디(귀신이 산다), 청룽(成龍) 주연의 어드벤처물(80일간의 세계 일주), 잔잔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꽃피는 봄이 오면), 중국 무협 영화 ‘연인’ 등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슈퍼스타 감사용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프로야구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이범수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영화가 주는 재미는 실존 인물의 드라마틱한 삶에서 오지만 당시의 시대상이나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모습 등은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류승수, 장항선, 김수미, 이혁재 등 탄탄한 조연진도 영화의 장점. 직장야구단에서 이름을 날리던 감사용은 회사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한다는 소식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오디션에 응시한다. 당당히 입단하게 된 그의 합격 사유는 팀에 왼손 투수가 없다는 것. 물론 청운의 꿈을 안고 입단했지만 현실의 그는 등판 기회조차 잡기 힘든 후보선수다. 가끔 찾아오는 기회라는 것이 패전처리 등판. 그런 그에게 모처럼 선발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박철순의 20연승 도전 경기. 마운드에 오른 감사용은 예상 밖으로 선전한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115분. ■꽃피는 봄이오면 가슴 따뜻한 희망 이야기 ‘올드보이’, ‘파이란’의 최민식이 출연하는 신작. 강원도 탄광촌 중학교에 임시 음악교사로 부임한 트럼펫 연주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인 류장하 감독의 데뷔작. 영화의 장점은 슬픔도, 미움도, 사랑도 그리고 다시 찾아온 희망도 과장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그려낸다는 것. 전반적으로 주인공 현우의 캐릭터가 입체적이며 최민식의 호연도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30대 중반 노총각 현우는 교향악단에 들어가지 못한, 주류에서 밀려난 트럼펫 연주자다. 또다시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옛 여자친구에게서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말을 들은 어느날 그는 강원도 산골의 한 중학교의 관악부 선생님으로 몸을 숨긴다. 이 학교에서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전국 대회 우승. 하지만 녹슨 악기와 오래된 트로피로 가득 찬 이곳 관악부의 사정도 현우와 다를 것은 없다. 현우는 이곳 사람들과 새로 만나고 아이들과 함께 연습을 해가며 희망을 조금씩 찾아간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48분. ■귀신이 산다 배꼽잡을 준비하셨죠?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3편 연속 ‘대박’을 터뜨린 김상진 감독의 신작. 집 장만이 소원인 노총각이 하필이면 귀신이 사는 집에 살게 된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귀신과 싸우고, 뛰고, 울부짖는 차승원의 오버연기도 밉지 않다. 자신의 집을 가지고 싶다는 일념하에 살아온 남자 필기(차승원). 천신만고 끝에 그림 같은 내 집을 장만하지만 새로 이사 간 집에는 뭔가 예상치 못한 게 있다. 바로 여자 귀신(장서희)이라는 반갑지 않은 동거인이 있다는 사실. 닭들이 날아다니고 손이 발이 되는 등 봉변을 당하던 필기는 어느날 벼락을 맞은 다음부터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전세가 역전된 것은 이때부터. 필기는 귀신을 닦달하기 시작하고 그녀가 집에 머물러야 하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필기는 이 귀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23분. ■80일간의 세계일주 명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청룽이 이번에는 동명원작을 바탕으로 한 ‘80일간의 세계일주’로 돌아왔다. 원작에서 바뀐 것은 주인공 영국신사의 프랑스 하인이 중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여행 역시 중국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청룽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액션.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이나 아놀드 슈왈츠네거나 훙캄보(洪金寶), 윌슨 형제 등의 카메오 출연은 보너스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120분. ■연인 10일 개봉해 인기를 달리는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무협멜로 영화. 지난 7월 중국에서 개봉해 역대 중국 흥행 수입 2위에 오른 ‘중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다.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반란 조직을 제압할 임무를 띤 관리 레오(유덕화), 진(금성무)과 비도문 두목의 딸(장쯔이) 사이의 사랑을 다룬다. 대부분의 장이모우 영화가 그랬듯이 ‘연인’은 색감 대비를 통해 표현되는 미장센에서 감독의 탁월한 감각을 드러낸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가족 탤런트 수애의 스크린 데뷔작. 아버지 역의 주현과 수애의 눈물연기가 감동적이다. 지난 3일 개봉해 극장가에서 만만치 않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3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전과 4범의 딸이 집으로 돌아와 서로의 오해로 꼬일대로 꼬였던 아버지와의 불화와 갈등관계를 씻고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며 화해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5분. ■캣 우먼 평범한 여성이 살해된 후 ‘캣 우먼’으로 부활해 선과 악을 넘나들며 활약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 ‘캣 우먼’은 만화 ‘배트맨’의 캐릭터 중 한 명인 ‘더 캣’(The Cat)으로 처음 등장했다. 영화 속 설정은 주인공 여자가 살해당한 후 고양이로부터 새 생명을 얻고 슈퍼 히로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 흑인 섹시 스타 할 베리가 주인공을 맡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4분. ■빌리지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써클’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배경은 1897년 미국의 한 평범한 마을. 공포영화의 틀을 띤 채 집단적 공포가 가져다주는 평화의 허구성을 얘기하고 있다.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19세기풍 가옥 세트나 울창한 숲이 인상적이며 윌리엄 허트와 시고니 위버, 호아킨 피닉스, 에이드리언 브로디 등의 캐스팅도 무게가 느껴진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6분.▲맨 온 파이어=멕시코인 갱들에게 납치된 소녀 ‘피타’를 구출하려는 킬러 ‘크리시’의 이야기. 피타는 크리시의 눈 앞에서 납치돼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녀를 경호하던 크리시는 관계된 모든 범인들을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나선다.¶‘아이 엠 샘’에서 지능 낮은 아버지 숀 팬을 ‘보살폈던’ 다코다 패닝과 명배우 덴젤 워싱턴의 연기와 탄탄한 드라마가 주된 볼거리.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47분.
‘열심히 일하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을 5일 간의 재미있는 비디오 여행으로 안내합니다.’ 5일 간의 황금 추석연휴를 맞아 볼 만한 비디오 30편을 골랐다. ‘비디오 고르는 것조차 귀찮다’는 사람들은 이 타임 테이블을 그대로 따라가도 좋을 듯. 입맛대로 즐기는 … ‘5일간 비디오 여행’ ■25일(토)-트로이 ‘몸짱’들의 버라이어티 쇼 혹시라도 5일간 야심차게 다이어트를 계획한 분이라면, 연휴 첫날 ‘세계적인’몸짱들의 연기를 감상하며 자극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불혹을 넘긴 사실이 믿기지 않는 브래드 피트의 허벅지 근육이 인상적인 ‘트로이’는 근육질 남성들이 대거 출연해 여심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대단한 자극제가 될 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두 시간짜리 전지현의 ‘버라이어티 쇼’다. 뭐니뭐니 해도 전지현은 예뻤다. 내용은 차치하고, 이 늘씬한 미녀를 구석구석 살펴보라.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권상우가 이소룡을 숭배하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병역비리 혐의’로 시끄러워 좀 민망하지만 송승헌의 ‘그놈은 멋있었다’도 ‘몸짱’의 향연이다. ■26일(일)-옹박 끝내주는 액션이 ‘한가득’ 전날 눈으로 자극을 받았다면 이제는 몸풀기. 직접 풀지 못하더라도 화면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액션으로 대리 만족을 느껴보자. 그 나름의 쾌감이 있지 않은가. 우마 서먼의 칼 솜씨와 권법이 끝내주는 ‘킬빌2’. 1편에 비해 액션이 떨어지고 드라마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키치적인 즐거움이 있다. 류승범의 장풍이 도심을 흔드는 ‘아라한, 장풍대작전’도 새로운 볼거리. 재치있는 발상이 귀엽다. 태국에서 날아온 무예타이의 후예의 활약상이 입을 쩍 벌리게 하는 ‘옹박’도 있다. 이 영화는 가히 다큐멘터리 수준이다. 영화의 90%가 액션이다. 그것도 CG 하나없는 리얼 액션. ‘태극기 휘날리며’를 아직 안 본 사람? 좀 쑥스러우니까 얼른 몰래 가서 빌려다보시길. 한국형 전쟁 액션이 수준급이다. ■27일(월)-인어공주 마음을 녹여주는 로맨스 ◈휴식 같은 멜로 영화들도 빼놓지 말자. 몸을 노근노근하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강한 멜로영화들과 함께 연휴의 한가운데를 즐기는 것도 괜찮다. 이나영이 ‘예쁘지 않은 척’한 ‘아는 여자’는 다소 독특한 느낌이다. 그녀가 한남자를 10년 넘게 짝사랑하는 사연이 심심한 샤브샤브처럼 전개된다. 전도연의 1인2역이 빼어난 ‘인어공주’는 놓치지 말자.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의 연기가 백미다. ‘파리의 연인’ 김정은이 동분서주한 ‘내 남자의 로맨스’와 잭 니컬슨, 다이앤 키튼의 연기가 부러움을 자아내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도 있다. ■28일(화)-효자동 이발사 올 추석엔 가족끼리 ‘무비의 감동을’ 추석날 차례상을 물리고 모처럼 온 가족이 오붓한 시간을 즐겨보자. 극장 나가기도 귀찮은데 비디오 영화만큼 경제적인 ‘놀이’가 어디 있나. ‘아홉살 인생’은 숨은 진주다. 애들이 나오는 영화라고 절대 무시하지 마라. ‘갱상도 사투리’와 함께 세상의 고민을 온 어깨에 짊어진 듯한 동심의 세계가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미국에서 상영된 한국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감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요즘, 김 감독의 영화 중 온 가족이 같이 볼만한 영화는 이 작품 뿐일 듯. 송강호의 소시민적 회한이 서린 ‘효자동 이발사’와 ‘홀아비’ 밴 애플렉의 부성애를 그린 ‘저지걸’도 가족이 함께 보기에 좋다. ■29일(수)-그녀를 믿지 마세요 ‘웃으면 복이 온대요’ 씨익~ 연휴 마지막 날이라고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실컷 웃어나보자. 웃어야 복이 온다지 않은가.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동원과 새침한 김하늘이 찰떡궁합을 이룬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베스트 추천작. 이 영화, 만만치 않게 웃긴다. 좀 칙칙해 보이긴 하지만 ‘나두야 간다’도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다. 정준호, 손창민의 시치미 뚝 뗀 연기가 볼만 하다. 박중훈, 차태현이 야심차게 샷을 날렸으나 오비를 하고 만 ‘투가이즈’. 그래도 고전적인 슬랩스틱 코미디가 기본은 한다. 좀 오래 되기는 했지만 차인표, 조재현 주연의 ‘목포는 항구다’도 숨은 재미를 선사한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스크린 가득~회화를 물들인 소녀 머리에 파란색 두건을 한 채 비스듬히 뒤를 돌아보는 소녀. 옷차림으로 보면 부잣집 딸이라기보다 하인쪽에 가까운 듯. 입술은 번득거리며 홍조를 띠고 있고 유난히 커서 뭔가에 놀란 것처럼 보이는 눈은 무언가에 대한 갈망과 슬픔을 함께 비치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얀 베르메르 반 델흐트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화가의 일생만큼이나 베일에 싸여 있다. 일생동안 30여편의 작품만을 남긴 베르메르의 삶은 출생이나 가족관계 정도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것이 거의없다.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칭송을 받고 있지만 그림 속의 소녀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추측만 있을 뿐이다. 3일 개봉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원제 Girl with Pearl Earring)는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이 유명한 그림에서 시작된다. 한 장의 그림에서 확대돼 나오는 시대상이나 로맨스, 질투 등의 이야기 구조가 매력적인 것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원작 소설(국내에는 ‘진주 귀걸이 소녀’로 출판)의 덕이 커보인다. 하지만 파랑과 녹색, 빨강과 노란색으로 대비되는 색감이나 밝음과 어둠의 조화는 장면장면 명화(名畵)를 감상하는 듯 관객의 눈을 매혹하며, 그 시대를 살다 나온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실감있게 묘사됐다. 텔레비전 드라마 연출자 출신 피터 웨버 감독이 연출했으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스칼렛 요한슨과 ‘러브 액츄얼리’로 친숙한 콜린 퍼스가 소녀와 화가로 각각 출연한다. 가난한 집안의 소녀 그리트는 화가 베르메르 집에 하녀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낯설지만 터번으로 머리를 감싼 단정한 모습으로 묵묵히 집안일을 하는 그리트. 신경질적인 아내와 돈밖에 모르는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베르메르의 집안사정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 생계를 꾸려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부자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것. 작업실에서 베르메르의 작품을 보고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는 그리트. 베르메르에게도 그녀는 영감을 주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물감으로 색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며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신분의 차이때문에 이들은 서로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다. 상영시간 95분. 15세 이상관람가. ■에어리언 vs 프레데터 외계괴물 ‘맞장’ 흥미진진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이런 궁금증은 ‘청룽(成龍)과 리샤우룽(李小龍) 중 누가 더 쎌까?’ 또는 ‘람보와 코만도 중 싸움을 잘하는 쪽은 누구?’ 같은 사춘기 이전 수준의 의문처럼 유치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나 그렇지 사실 청룽과 리샤우룽이 굳이 만나 혈투를 벌일 이유도 없고, 국적이 같은 람보와 코만도가 총알을 튀기며 싸울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일이 눈 앞의 화면에 펼쳐진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두 사람이 만날 개연성이 없으면 어떠랴. 펼쳐지는 대결이 신날 뿐. 그리고 슬슬 궁금해진다. 누가 이길까? 3일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Alien Vs. Predator)는 다소 황당한 듯하지만 두 외계인 사이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둘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아이디어는 갓 성인이 된 프레데터들이 지구를 방문해 전사로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에일리언 사냥을 벌인다는 것. 지구는 프레데터의 서바이벌 게임장이고 인간은 프레데터가 에일리언의 번식을 위해 이용하는 숙주다. 2004년 10월. 한 기업의 광물탐사 위성이 남극 빙하에서 이상 고온을 감지한다. 이 기업의 이름은 웨이랜드. 회장인 찰스 웨이랜드(랜스 헨릭슨)는 이 곳에 다양한 문명의 양식들이 섞인 피라미드 유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환경운동가이자 모험가인 렉스(새넌 래이든)와 고고학자 세바스찬(라울 보바), 화학자 밀러(이완 브렘너)등을 모아 남극으로 간다. 남극에 도착한 일행. 발굴을 하려 하지만 누군가가 이미 피라미드로 가는 길을 열어놨다. 하지만 이상해하는 것도 잠시, 얼마 안 있어 이들에게 에일리언의 무차별공격이 시작되고 에일리언들은 인간을 숙주삼아 기하급수로 번식한다. 생존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쫓기던 일행은 우연히 들어간 재단에서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한다. 100년을 주기로 외계의 프레데터들이 에일리언 사냥을 계속 해왔다는 것. 이제 막 성인이 되는 프레데터들은 용맹성을 시험하러 지구에 왔고 인간들은 이들의 사냥감이 될 에일리언들의 번식을 위해 숙주로 던져졌다. 뒤이어 피라미드에 도착하는 프레데터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두 우주 종족 사이의 싸움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화는 이들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한 무리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재난 영화의 틀을 갖고 있다. “단독행동을 금한다”, “영웅심을 버려라” 등 일행이 정한 행동원칙은 재난영화의 캐릭터들에게는 금기로 등장하는 단골 메뉴. 하지만 인물의 개성이 부족한 만큼 이야기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보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지점은 두 외계인의 싸움이 본격화하는 후반부에 있다. 가급적 CG를 빼고 실제 모형으로 촬영한 격투 장면은 외계 괴물 사이의 싸움이라는 스펙타클을 보려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기대는 채워주고도 남을 만하다. 감독은 ‘모탈컴뱃’, ‘레지던트 이블’의 폴 W.S.앤더슨. 상영시간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피의 학살사건, 칸 진출작 ‘카란디루’ 10일 개봉하는 ‘카란디루’는 2002년까지 브라질에서 실제로 있었던 카란디루 감옥의 이야기를 다룬다. 1992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폭동 사건. 진압과정에서 111명의 죄수가 학살됐고 이후 당시 진압을 지휘했던 경찰간부는 징역 632년을 선고받았다. 상영시간 145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근 바둑계의 흐름은 종반의 국면 운영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점차 초반이 중요해지고 있는 양상을 띄고 있다. 과거에 ‘어떤 식으로 두어도 한판의 바둑’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면 최근에는 아주 조그만 차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이해득실을 밝혀내고 있는 것. 초반의 진행이 본래 기풍의 차이로 인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실전과 다른 수단을 연구해 보기로 한다. 白22는 약간 온건한 느낌. 黑23이 절호의 타이밍이라는 점에서 참고도1의 진행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黑25가 두어지고 난 이후에는 白1의 침입에 박력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또한 白28도 지나차게 여유로운 느낌. 두텁게 두려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黑29를 허용해서는 발이 느린 느낌. 참고도2라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오는 9월 10일 발매를 앞둔 가수 이수영의 6집앨범의 선주문량이 20만 장을 넘어섰다고 소속사 이가기획이 26일 밝혔다. 이가기획은 “인터넷 음반 판매사이트와 음반 판매점에서 받아놓은 예약 주문량이 20만 장을 넘어섰으며 10대뿐 아니라 30~40대 팬들의 주문량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D와 동영상DVD로 구성된 ‘스페셜 패키지’도 2만장을 선착순 한정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5만 장 이상 주문이 들어온 상태라고 전했다. 이 패키지에는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김상경, 신하균, 한지혜 주연의 뮤직비디오와 NG장면, 일본에서 이수영의 활동 모습, 지난 2월 아듀 콘서트 장면 등 80분 분량의 동영상이 수록돼 있다. 총 20분 분량의 뮤직비디오와 별도로 1분짜리 예고편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78만장으로 최다 음반판매기록을 세우고 리메이크 앨범 ‘클래식’으로도 40여만 장을 기록한 이수영이 이번 신보를 통해 침체된 음반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성원이의 연기를 찬찬히 보고 있으면 발동작 손동작 하나하나에서 극중 ‘소년’의 이미지가 묻어나요”(홍경인) “연기하는 걸 처음 봤을 때 ‘내가 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은 무대 위에 서면 비주얼 그 자체가 ‘소년’이죠”(최성원) 배우 홍경인과 뮤지컬 배우 최성원이 창작 뮤지컬 ‘황순원의 소나기’에 ‘소년’역으로 나란히 캐스팅됐다. 홍경인은 오래 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의 영화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자리를 굳혔고 최성원은 뮤지컬 ‘풋루스’를 시작으로 ‘넌센스 잼보리’ ‘사랑은 비를 타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에서 굵직한 역을 소화하며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소나기 아트 커뮤니케이션’(대표 김학묵)이 다음달 1일부터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막을 올리는 ‘황순원의 소나기’로 팬들을 만난다. 홍경인에게는 지난 2002년 영화 ‘남자 태어나다’ 이후 2년 만에 출연하는 복귀작. 최성원에게는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끝내자마자 다시 오르는 숨가쁜 무대다. “오래 쉬다보니 불안해져서 영화든 드라마든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황순원의 소나기’ 출연을 제의받았습니다. 사실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하고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습니다”(홍경인) 홍경인은 “이 작품은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는 말로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는 “당시 ‘소나기’의 주인공 소년 역은 아역배우들에게는 큰 역이었고 정말하고 싶었던 작품”이라면서 “이번 작품은 마음먹고 하면 잘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을 냈다”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은 처음입니다. 홍보 관련 일 빼고는 한 번도연습에 빠진 적이 없어요” 매일 10시간 넘게 연습실에서 땀을 흘린다는 말도 잊지않았다.¶홍경인이 지난 2002년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는 뭘까?”당시 ‘남자 태어나다’를 찍으면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개봉 당일 막을 내린 극장도 있고 길어야 1주일 걸고 내린 극장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 광경을 보고 회의를 느꼈죠”그는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외면 당하는 영화계의현실이 싫었다고 털어놓았다.¶그는 또 “개인적으로 시대극을 좋아하고 시대극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한편 최성원에게 ‘황순원의 소나기’는 3년을 기다린 작품이다. “3년 전에 황순원 선생님의 소설 ‘소나기’가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질 거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소나기의 소년 역을 꿈꿨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여자 앞에서 말 못하는 소년이 자신과 너무 닮았다고 느꼈다”며 “극중 소년이 내 친구같았다”고도 말했다.최성원은 20대 후반이지만 아직도 해맑은 미소를 가진 연기자. 그의 이런 외모가 이번 소년 역에 캐스팅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에게는 바로 그 앳된 외모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맡은 동생 역은 가출한 뒤 10년간 떠돌다 귀향하는 청년 역인데 그 역을 처음 연기할 때 앳된 얼굴 때문에 거친 느낌이 나지 않아많이 고생했습니다” 앳된 이미지를 벗고 ‘카리스마’를 가져보려고 혼자 술도 먹어보고 욕도 해보고 신경질도 내보면서 한동안 살았다는 최성원. 그는 “‘황순원의 소나기’는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 대사, 노래 등으로 꾸며졌다”고 말했다.¶공연시간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7시. 관람료 4만~8만원. ☎558-7874./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