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인생 암울한시대 헤쳐간 삼류群像들 ‘국민감독’ 임권택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下流人生)’이 21일 관객에게 선을 보인다. 태흥영화사 대표 이태원과 촬영감독 정일성 등 ‘노장 트리오’가 손을 맞잡은 것은 예전과 다름이 없지만 ‘취화선’과 ‘춘향전’ 등 200∼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던 시대배경은 1960∼1970년대로 현대화됐다. ‘춘향뎐’에서 발탁한 조승우가 주연을 맡은 ‘하류인생’은 도도한 역사의 탁류를 온몸으로 자맥질하며 헤쳐온 한 사나이의 젊은 시절을 그린 것. 한국의 소리와 그림의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되살려냈던 노장의 손길은 한국적 액션을 표현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한국인의 정한(情恨)과 예술혼에 주목하던 눈길은 역사의 흐름에 몸을 내맡긴 사내의 인생으로 옮겨갔다. 이야기는 1957년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된다. 고교 3년생 태웅(조승우)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이웃 학교에 찾아가 매서운 주먹 솜씨를 보이나 학교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보다 못한 승문(유하준)의 칼을 맞는다. 태웅은 허벅지에 칼을 꽂은채 승문의 집으로 찾아가 승문에게 직접 칼을 뽑으라고 소리치고 이 일을 계기로 승문의 누나 혜옥(김민선)을 만나게 된다. 승문의 아버지 박일원의 국회의원 선거 유세장을 찾았다가 자유당의 사주를 받은 정치깡패가 난입해 아수라장이 되는데 혜옥까지 동대문파 소속의 살모사에게 봉변을 당하자 태웅은 그를 한방에 제압한다. 이 일로 명동파 중간보스로 영입된 태웅. 빚을 받아주는 해결사 노릇을 하며 생계를 잇던 그는 박일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혜옥과 결혼하고 4·19와 5·16으로 깡패조직이 와해됨에 따라 영화업에 뛰어든다. 제작자가 영화에 손을 떼면서 제작을 떠맡게 된 그는 여배우의 잦은 출연 펑크와 제작비 부족 등 온갖 어려움을 뚫고 첫 영화를 완성하나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위질로 참담한 실패를 맛본다. 빚더미에 앉은 태웅은 깡패 선배였던 오상필(김학준)을 찾아가 군납 건설업자들의 담합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빼어난 일처리 솜씨로 승승장구하는데 역사의 격랑은 그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시대배경과 줄거리는 흡사 ‘장군의 아들’과 ‘모래시계’를 합쳐놓은 듯하다. 꼼꼼한 세트와 소품은 ‘시간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을 준다. 영화 도입부부터 조병옥 대통령 후보의 시국강연을 고지하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오고 ‘이유없는 반항’, ‘마부’, ‘007 위기일발 소련에서의 탈출’, ‘증언’ 등 미도극장에 걸린 간판으로 당시의 흥행작을 짐작할 수 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신중현의 ‘님은 먼 곳에’도 들을 수 있다. 임권택 감독은 미장센(화면 구성)이나 사실 고증만을 위해 역사를 재현한 것은 아니다. 가위와 자를 들고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경찰관, 술김에 박정희 대통령을 욕했다는 이유로 택시 운전사의 신고를 받아 ‘빨갱이’로 몰리는 작가, 5·16 주동자들이 내건 ‘혁명 공약’을 다 외우면 훈방해주는 경찰서 등은 야만적이고 폭압적이었던 시대를 고발하는 외침이다. 겹치기 출연으로 제작자의 애를 먹이는 여배우나 공륜 심의에 잘려나간 필름 등임 감독의 뼈저린 경험에서 비롯된 일화들도 등장한다. 영화 곳곳에서 거장의 원숙함이 느껴지나 아쉬움도 발견된다.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수십 개의 에피소드로 토막내면서 특별한 극적 장치 없이 이어가다보니 이야기가 평면적으로 비친다. 조승우와 김민선은 적역이라고 평가할 만하지만 많은 신인배우들과 조연들의 연기는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튀어보이는 느낌도 준다. ‘하류인생’을 완성하면서 100번째 연출작을 눈앞에 둔 임권택. 한국영화의 기념비가 될 그의 차기작이 어떤 규모로 만들어질지는 이번 영화로 임권택 감독이 여전한 관객 동원력을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트로이 戰神의 부활 “오~ 브래드” 고대 그리스 시대는 신이 인간의 길흉화복과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시대였다. 그리스 신들은 유독 질투심이 많고 변덕이 심해 인간들은 신전을 지어놓고 모든 일을 빌어야 했다. 호머가 지은 ‘일리아드’에서도 그리스 동맹군과 트로이 간의 전쟁은 신들의 불화가 빚은 일로 그려진다. 황금 사과(세상을 바꾼 네개의 사과 중 두번째)가 여신들의 경쟁심을 유발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장수들의 운명이나 전투의 승패도 모두 신들의 파워 게임에 따라 결정된다. 잠자리에서 어머니로부터 ‘일리아드’를 듣고 자랐다는 독일의 부호 슐리만은 트로이 전쟁의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으리라 믿고 터키에서 발굴에 착수해 트로이 유적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슐리만이 고고학을 통해 신화를 역사로 만들었다면, 미국의 감독 볼프강 페터슨은 문학을 영화화하면서 전설을 생생한 실화로 꾸며냈다. 21일 개봉될 영화 ‘트로이’에서는 신들의 역할이 없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줄리 크리스티)가 아들 아킬레스(브래드 피트)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저승의 강 스틱스에 몸을 적셨으나 붙잡고 있던 발뒤꿈치만이 젖지 않아 유일한 약점이 됐다는그 유명한 일화마저 등장하지 않는다. 신들의 신탁을 믿고 예언을 하는 제사장들은 웃음거리가 되고 이를 따르는 왕과 장수는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는 당시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발칸 반도와 소아시아 반도의 정세를 자막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미케네를 중심으로 동맹을 맺고 있었고 바다 건너 트로이와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파르타는 그리스 연맹에서 떨어져 나와 트로이와 동맹을 맺는다. 외교사절로 트로이를 찾은 스파르타의 왕자 파리스(올란도 블룸)는 트로이의 왕비 헬레네(다이앤 크루거)와 사랑에 빠져 함께 귀국한다. 격분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브렌든 글리슨)는 미케네의 왕이자 그리스 연맹의 맹주인 형 아가멤논(브라이언 콕스)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에게해의 패권을 노리던 아가멤논은 그리스의 모든 도시국가에 동원령을 내린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 아킬레스와 헥토르의 결투, 성을 둘러싼 일진일퇴의 공방전, 전리품으로 얻은 여사제 브리세이스(로즈 번)로 인한 아가멤논과 아킬레스의 불화, 아킬레스의 둘도 없는 친구(영화에서는 사촌) 파트로클루스(가렛 헤드런드)의 화랑관창과도 같은 활약, 오디세우스(숀 빈)의 계략으로 바닷가에 남겨진 거대한 목마 등의 이야기가 ‘일리아드’와 비슷하면서도 때로는 다른 줄기를 만들어내며 흘러간다. 화려한 배역과 함께 관객의 눈을 압도하는 것은 스펙터클한 화면. ‘라이언 일병구하기’의 도입부를 연상시키는 그리스 군의 상륙작전, ‘반지의 제왕’의 재현처럼 느껴지는 트로이 성 앞의 전투 등은 모처럼 서사 액션 블록버스터를 보는 재미를 준다. 2억 달러의 제작비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페터슨 감독은 신들의 이야기를 빼놓으면서도 고고학자나 역사학자와도 같은 해석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대신 극적인 재미를 위해 아가멤논의 야욕을 과장하고 아킬레스와 브리세이스의 사랑에 비중을 두어 서사 액션 블록버스터에 휴먼 멜로 드라마 성격을 가미했다. 호머의 서사시에서는 지성과 인내력을 가진 사람으로, 그리스 비극에서는 냉혹하고 교활한 인물로 그려지는 오디세우스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더블루스-소울 오브 맨 블루스 전설 담은 다큐 ‘부에나비스타…’ 빔 벤더스 감독 14일 개봉한 영화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원제 The Blues-The Soul of A Man)은 우리에게는 ‘베를린 천사의 시’나 ‘파리 텍사스’ 등으로 알려진 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신작 다큐멘터리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쿠바 뮤지션들을 조명했던 빔 벤더스 감독은 이번에는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블루스의 전설들을 찾아 나선다. 감독이 스크린을 통해 되살아나게 한 뮤지션은 스킵 제임스, 블라인드 윌리 존슨, J.B. 르누아르. 영화는 이 세 명의 뮤지션들에 대한 기록 영상과 재현화면, 이들 음악을 최근의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엮었다. 스킵 제임스가 세상에 내 놓은 앨범은 한 장뿐. 이후 30여년 만에 병원에서 발견된 그는 극적으로 역사적인 공연에 합류한다. 윌리 존슨은 평생 길거리 공연을 하며 살아갔으며 르누와르는 새로운 세대의 변화를 노래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그들의 노래는 내게 세계를 의미했다. 그 노래들에는 내가 미국에 관해 읽고봤던 그 어떤 책보다, 어떤 영화보다 더 많은 진실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단지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관객에게 블루스의 역사를 맛보게 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감독은 블루스의 뿌리를 찾아가면서 음악에 깊숙이 묻어있는 인간적 슬픔과 비참한 생활, 고뇌와 절망을 발견하기도 하고 신과 악마, 신성과 불경, 성스러움과 세속적임 사이에 놓인 블루스의 긴장감을 찾기도 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제작을 맡아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이크 피기스 등 7편이 연출한 7편의 다큐멘터리 연작 ‘더 블루스’ 중 한 편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됐으며 같은해 미국의 공영방송 PBS를 통해 방송됐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장풍소년 나가신다, 얍!” 전설이 하나 있다. 마루치와 아라치의 경지에 오른 자가 열쇠를 가지고 신성을 띤 제단에 서면 아라한의 경지에 올라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얻는다는 것. 이 열쇠가 악의 무리에게 들어가는 것을 막는 자들이 있으니 바로 일곱 명의 신선, 즉 칠선(七仙)이다. 옛날 같으면 긴 머리에 수염 기르고 높은 산에서 폭포 맞으며 수행을 쌓을 법한 이들이지만 2004년 세상은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다. 무허가 침술원이나 700 주역풀이 서비스 정도로 생계를 유지할 뿐. 주변에 산이 없으니 편한 대로 건물 옥상에서 수행을 쌓고 TV 진기명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능을 뽐낼 뿐. 30일 개봉한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제작 좋은 영화)은 코미디와 액션, 로맨스에 화려한 볼거리까지 우리 영화 중에서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종합선물세트형 액션영화다. 도심 속에 고수들이 숨어 산다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지만 영화는 캐릭터를 풀어나가는 풍부한 에피소드나 이들이 생활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화면에서 관객들을 압도한다. 테헤란로나 명동, 광화문 같은 도심의 고층빌딩 숲을 누군가가 ‘어색하지 않게’ 날아 다닌다거나 비밀의 제단이 용산에 우직하게 서 있는 전쟁기념관 밑에 숨어 있다는 상상력은 생각만 해도 유쾌하다. 정말 열심히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맞고만 다니는 초보 경찰 상환(류승범). ‘어리버리’ 임무를 수행하던 어느날 상환은 정체 모를 장풍을 맞고 쓰러져 어디론가 옮겨진다. 바로 도심에 숨어 사는 도인들의 집. 장풍은 의진(윤소이)이 쏜 것. 우진은 이들의 리더격인 자운(안성기)의 딸이다. “자네는 마루치가 될 재목이야! 장풍도 가르쳐줄게…” 한심하지만 평범한 인생에 느닷없이 나타난 도인들도 당황스러운데 자신들의 제자가 돼달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거절하던 상환. 하지만 얼마 안가 의진의 미모에 반해, 그리고 진짜 정의로운 경찰이 되기위해 ‘도’를 배우기로 한다. 사실, 상환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엄청난 기가 흐르고 있었던 것. 상환은 의진과 칠선들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무공을 익혀간다. 상환이 밥하고 청소하며 차근차근 무예를 쌓아가던 어느날 청계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속에 갇혀 있던 노인 한 명이 발견된다. 검은 옷의 이 노인은 바로 강력한 힘을 얻어 세상의 악을 다스리려 하던 강경파 ‘흑운’. 콘크리트는 청계천 복개시 칠선들이 흑운을 가뒀던 봉인이다. 이제 흑운은 세상으로 풀려나고 자운을 비롯한 신선들과 상환은 열쇠를 지키기위해 흑운과 맞선다. 영화의 매력을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주는 코미디에서 발견한다면 이는 상환 역의 류승범이 보여주는 확실한 색깔 덕일 듯하다. 영화의 무술감독이자 흑운 역을 맡은 정두홍의 연기도 전작들보다 한층 안정돼 보이고 도인 역의 연기자들도 유쾌한 웃음을 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후반부 결투 장면이 잘 짜인 액션을 담고 있음에도 다소 늘어진다는 것.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를 만든 류승완 감독의 세 번째 극장용 장편영화다. 12세 관람가. ■효자동 이발사 송강호 맛깔 연기 ‘또 한번의 감동’ 좀처럼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송강호의 연기, 1960~70년대 근대사와 시대상의 맛깔스러운 재현,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 소시민의 ‘모험담’,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감동….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관객들의 이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다. 예전과 같은 패턴이지만 송강호의 코미디 연기는 늘 그랬던 것처럼 유쾌해 보이고 그가 보여주는 감동적 아버지의 모습은 어색하지 않게 코미디와 섞여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자리에 다른 배우를 대입시키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그다운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변함없는 송강호의 장점이다. 여기에 억척스러운 경상도 아줌마 민자 역을 맡은 문소리의 연기도 부족한 게 없어 보이고 윤주상이나 정규수, 오달수 등 연극 쪽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마을 사람들 캐릭터도 탄탄하다. 영화의 시작은 사사오입 개헌이 있은 지 몇년 뒤인 1960년. 효자동의 왕씨네 만둣집에는 이발사 한모와 면도사 민자가 실랑이중이다. 민자는 한모의 애를 임신한 지 5개월. 한모가 애를 안 낳겠다는 민자를 설득하는 논리는 이승만 대통령의 사사오입 개헌이다. “뱃 속의 애가 다섯 달이 넘으면 낳아야 된다는 얘기야.” 카메라는 이후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등으로 시대 배경을 옮겨가며 한모의 뒤를 따라간다. 그저 나라가 하는 일은 옳은 일일 거라며 3·15 부정선거에 한몫했던 한모. 4·19혁명이 있던 날은 아들 낙안이가 태어난 날이다. 여태까지 평범하지 않던 역사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모의 인생에 결정적 전환점이 된 것은 5.16 쿠데타가 있은 지 얼마 뒤. 대통령 경호실장의 눈에 든 한모는 이제 대통령의 전용 이발사 생활을 시작한다. 소심한 동네 이발사가 군인 출신 대통령을 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 가르마 타기는 얼마나 조심스러우며 면도할 때는 또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는가. 간혹 대통령과 함께 하는 술자리나 가족 동반 식사 자리도 가시방석이다. 전반부에는 캐릭터와 이들이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웃음을 전달하던 영화는 아버지 성한모의 아들 사랑이 강조되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감동과 판타지를 섞어 놓는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런 전환이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갑작스럽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다. 감독은 데뷔작에서 자신이 직접 쓴 탄탄한 시나리오를 매끄럽게 화면 위로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조재현·차인표, 제대로 망가졌다! #1. 안개 자욱한 사각의 링. ‘성난 황소’의 주제가가 흐르고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조재현. 하지만 상대의 펀치를 맞자 무참하게 나가 떨어진다. #2. 조폭 두목의 신임을 받아 손가락에 붙은 산낙지를 빨아먹는 ‘의식’을 치루는 수철. 창 밖의 카메라는 서서 신음하는 남자와 엉덩이 부근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물고있는 수철의 실루엣을 비춘다. 사실 20일 개봉한 영화 ‘목포는 항구다’(제작 기획시대)는 그렇게 ‘비싸’ 보이지 않는 영화다. 기존 영화의 패러디는 그렇게 폼나지는 않으며 화장실 유머나 조폭코미디에서 빠질 수 없는 ‘형님 유머’ 등이 웃음의 주요 포인트다. 순둥이 경찰 수철은 폭력조직에 들어가 넘버투의 자리에 쉽게 오르고 여검사 자경은 푼수짓으로 일관하다 본의 아니게 웨이트리스 행세를 하며 조폭 두목의 애정공세를 받는다. 조폭 두목의 이름은 다름아닌 ‘성기’. ‘동상’들에게는 무섭기만 한 ‘형님’이지만 멜로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순정파다. 스토리에서의 매끄럽지 못함과 조연들의 ‘오버’ 연기, 여기에 한 두번 쯤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 등 몇몇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갖는 미덕은 그런대로 관객들을 웃기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매끄럽지는 못하지만 웃음을 담은 화면을 만들어낸 감독의 연출력이 한몫 하고 있는 듯. 마치 서로 배역이 바뀐 듯 각각 조폭 두목과 형사로 연기 변신한 차인표와 조재현의 호흡도 잘 맞는 편이며 ‘느와르’의 옷을 입은 화장실 유머도 잘 어울려 보인다. 강렬한 눈빛에 꽤나 폼도 나는 강력반 형사 수철(조재현). 하지만 알고 보면 상당히 엉성하다. 뛰어난 추리력을 지녔지만 범인 앞에만 가면 작아질 뿐이고 여기 저기서 쥐어 터지기만 한다. 매사가 이런 식이니 마약 수사를 위해 조폭 조직에 잠입을 자청한 그에게 주위에서 걱정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가 맡은 임무는 목포의 오거리파 백성기의 조직에 잠입해 마약 거래 증거를 빼오는 것. 수백명의 ‘아그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 ‘형님’의 눈에 수철의 존재가 쉽게 들어올 리는 없다. 그러던 어느날 수철에게도 기회가 온다. 성기가 추진 중인 ‘보물선 탐사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권투 시합에 출전하는 것. 적어도 ‘폼’은 그럴듯 하니 수철은 쉽게 조직의 대표선수로 뽑힌다. 결국 수철은 우여곡절끝에 성기의 ‘총애’를 받게 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중간 보스들은 ‘낙하산’ 수철을 곱게 보지 않는데다 친 동생처럼 자신에게 정을 쏟는 성기에게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되는 데…. 감독은 단편 ‘온실’로 주목받았던 신인 김지훈 감독으로 목포를 배경으로 데뷔작을 찍었지만 경상북도 대구 출신이다. 15세 관람가. 아들 죽인 아이를 곁에두고… 당신이 올리비에라면?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는 목수다. 소년원에서 출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훈련소에서 목공기술을 가르치는 게 그의 일. 5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상처로 아내와는 헤어졌으며 얼굴에는 더 이상 웃음이 남아있지 않다. 혼자서 저녁을 때우려던 어느 날, 그에게 전 부인이 찾아온다. “나 재혼해, 임신했거든…” 올리비에는 집을 떠나는 부인을 뒤쫓아가 따지듯 묻는다. “왜 하필 오늘이냐?” 사실 그날은 아들을 살해한 녀석이 그에게 찾아온 날이다.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는 ‘아들(원제 Le Fils)’에서 극단적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바로 자신의 아이를 죽인 다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관객이 올리비에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아내를 보낸 후 올리비에는 못 맡겠다던 ‘새로온 아이’를 맡겠다고 말해 버린다. 아이의 이름은 프란시스. 나이는 열여섯 살쯤, 키는 170㎝가 조금 안된다. 만약 당신이 올리비에라면? 더 이상의 절망도 그렇다고 별다른 삶의 희망도 없다. 아이를 없애버리고 죽은 아들의 원수를 갚아도 잃을 것은 없는 것. 왜 이 아이를 받아들였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른다. 올리비에가 차츰 알게 되는 프란시스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머니의 새 남자 친구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면제를 먹어야 푹 잘 수 있을 만큼 수면장애도 있으며 자신이 한 ‘짓’에 대해 후회도 하고있다. 한편 프란시스는 올리비에가 자신이 죽인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올리비에에게 신뢰를 보내더니 이제는 후견인이 돼 달라는 얘기까지 하게 된다. 화면은 주인공 프란시스의 시선을 보여줄 뿐이며, 대상과 관객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관객은 어느새 올리비에의 고민을 함께 하게 된다. 단순한 이야기에 소박한 스타일이지만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은 다큐멘터리적 화면이 주는 진실성 때문이다. 감독이 강요하지 않아도 관객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행동이 도덕적인 것인가, 혹은 그렇다면 올리비에는 무슨 행동을 할까, 관객들은 끊임없이 질문과 고민을 반복하게 된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 마음도 말도 단절된 현대인의 ‘고독’ 담아내 “나만의 여유…. 산토리 타임!” 한물 간 할리우드 스타 밥 해리스(빌 머레이)가 도쿄(東京)를 찾은 것은 표면적으로 위스키 광고 출연 때문이다. 200만 달러 받고 광고도 찍고 아내와 아이로부터 벗어날 겸…. 하지만 뭔가 답답한 느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소통. 촬영장에서는 감독의 지시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고 누군가가 보냈다며 호텔 방을 찾은 낯선 일본 여자는 ‘스타킹을 찢어달라’는 식으로 당황스럽게 한다. 제일 인기있다는 토크쇼에 출연해도 진행자는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하며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 뿐이다. 이질적이고 낯선 문화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밥. 사실 이 외로움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는 자식들이 우선이고 그보다는 새로 살 카펫 색깔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듯한 부인. 결혼 25년차인 그는 ‘중년의 위기’에 빠져있다. 20일 개봉한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원제 Lost in Translation)는 언뜻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들리는 한글 제목과는 달리 원제 그대로 의사소통의 단절을 담고 있다. 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좀처럼 남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경험. 고독과 단절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던 감독은 고맙게도 그 틈에서 소통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의 바다에 섬처럼 단절돼 있던 밥. 그가 소통을 시도하는 여자는 이제 막 결혼한 젊은 여자 샬롯(스칼렛 요한슨)이다.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정작 자신은 무슨 일을 할 지 결정을 못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생소한 문화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남편의 무관심으로 외롭기는 그녀도 마찬가지. 공허함이 가득찬 어느 밤 두 사람은 호텔 바에서 마주치고 이방인들이 가득 찬 일본 땅에서 조심스럽게 교감을 시작한다. 골든 글러브, 베니스, 시애틀, 토론토 등 가는 영화제마다 찬사를 받았으며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라있는 등 영화가 해외에서 평론가들의 열광적인 흥분을 이끌어 낸 것은 신예 소피아 코폴라의 연출력과 빌 머레이의 열연에 있는 듯하다. 소피아 코폴라는 두번째 연출작에서 냉소로 관객들의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줬으며 ‘킹핀’이나 ‘미녀 삼총사’ 등 코미디영화에 주로 출연하던 빌 머레이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가슴에 남을 만한 고독한 표정을 연기해 낸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딸이며 ‘대부3’에 앤디 가르시아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서른 두살의 여감독. ‘사랑도…’에서는 시나리오까지 맡았다. 약혼녀 사칭에 임신 3개월? 누가 이 여자좀 말려줘요~ 어느 때부터 신세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에는 욕설과 배설물이 필수 재료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청초한 여주인공이 이슬만 머금을 것 같은 입으로 쌍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가 하면 토사물을 쏟아놓고 코딱지를 삼키기도 한다. 이러한 ‘엽기적’ 세태에 얼굴을 찌푸리던 관객들은 20일 개봉한 ‘그녀를 믿지마세요’를 한결 편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이야기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교도관과 가석방 심사위원들의 눈을 속인 사기범 영주(김하늘)가 교도소를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유일한 피붙이인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행 열차를 탔다가 애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가던 시골약사 희철(강동원)과 마주앉는다. 희철은 애인에게 선물하려던 반지를 영주 좌석 아래 떨어뜨린 뒤 주우려다 오해를 받아 흠씬 두들겨 맞는다. 영주는 희철이 반지를 소매치기 당하자 가석방 상태에서 도둑 누명을 쓸까 두려워 범인을 뒤쫓는다. 결국 반지는 되찾지만 가방을 놓아둔 채 기차를 놓치고 만다. 수소문 끝에 희철의 동네를 찾아온 영주. 희철의 가족은 그녀를 희철의 약혼자로 오해하고 한번 시작된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엄청난 해프닝을 빚어낸다.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환경과 성격의 남녀 주인공을 하나의 상황 속으로 몰아넣어 과장된 재미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2천년대 로맨틱 코미디인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가문의 영광’과 닮았다. 그러나 ‘엽기 코드’를 덜어내고 푸근한 시골의 인심과 따뜻한 가족애를 내세웠다. 억지스러우면서도 무난한 구성과 어설픈 듯하면서도 과장된 캐릭터는 장점이자 단점. ‘푼수데기’ 코믹 배우로 변신한 김하늘과 ‘꽃미남’ 강동원이 순진한 시골 약사로 등장해 수난을 당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즐겁다. 12세 이상 관람가.
‘섹시스타’ 권민중이 가수로 데뷔한다. 권민중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소속사 STC 엔터테인먼트 사옥내 음반작업실에서 극비리에 음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권민중은 세계적인 랩가수 에미넘의 음반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로부터 강도 높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권민중의 한 측근은 28일 오전 “권민중이 한달 전부터 솔로가수로 나서기 위해 녹음실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며 “권민중은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열정도 대단하다. 특히 본인이 가수를 희망해 이번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방송진행자 강호동이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에 CF 출연료 5천만원을 성금으로 기탁했다. ‘사랑의 리퀘스트’의 이세희 PD는 “강호동씨가 27일 오전 인터넷 사이트 ‘엠파스’ CF 출연료로 받은 5천만원을 성금계좌로 보내 왔으며 이날 오후 7시10분 생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PD에 따르면 강호동은 선행을 알리는 것을 꺼려 처음에는 방송 출연을 고사했으나 제작진이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씨름 천하장사 출신의 강호동은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에 이어 SBS ‘뷰티풀선데이’, ‘야심만만’, ‘실제상황 토요일’ 등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MC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7년 방송을 시작한 ‘사랑의 리퀘스트’는 지난해 고 강태원 옹이 270억원의재산을 KBS에 기탁해 출범시킨 ‘강태원 복지재단’의 1주년을 맞아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MBC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내년에도 현대사 조명행보를 계속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1999년부터 5년간에 걸쳐 모두 73편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송한데 이어 내년에는 3·1절 특집으로 ‘독립투쟁의 대부 홍암 나 철’편(연출 박정근)을 시작으로 13편 가량 선보인다. 내년 2월29일 전파를 타는 이 3·1절 특집은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독립투쟁 공간에서의 대종교의 활동상과 홍암 나 철의 존재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어 ‘만주의 친일파’편을 정길화 PD가 준비중이고, 새로 공개된 비밀문서와 소련 점령군의 최초 증언을 취재하는 ‘분단의 기원, 모스크바 3상회의’편을 김환균 PD가 다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밖에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1970년대 월남파병문제를 비롯해 ▲12·12와 미국 ▲강남개발 신화 ▲긴급조치 시대 ▲6·25 ▲김일성 사망 10주년 등에 대한 기획물도 내년중 소개할 예정이다. 정길화 PD는 “이 프로그램을 대표적인 현대사 다큐멘터리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지금까지 폭로성 소재가 거의 다뤄진 만큼 앞으로는 ‘영상실록 한국현대사’의 누락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심정으로 제작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 제작에는 정길화 PD를 비롯해 이채훈, 박정근, 김환균, 김영호, 유현, 장형원 PD 등이 참여한다.
北 병사들 눈물겨운 ‘남한 탈출기’ ■동해물과 백두산이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으로 1천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정준호와 ‘조연 전문배우’ 공형진이 ‘투 톱’으로 나섰다. 올해 마지막 날에 개봉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제작 주머니필름·영화사 샘)는 이들을 짝패로 내세운 전형적인 버디 코미디. 멜로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깔끔한 연출솜씨를 선보인 안진우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야기는 조선인민군 해군 13전대 매봉산 기지에서 시작된다. 혁명정신이 투철한 엘리트 함장 최백두(정준호)는 제대를 몇 달 앞둔 고참 병사 림동해(공형진)에게 낚싯대를 맡긴 채 갑판장(전진기)과 함께 바다 위 고무보트에서 술판을 벌인다. 반합 뚜껑에 따라 마신 백두산 들쭉술에 취해 둘이 잠들자 림동해도 수통째로 들이켜고 함께 잠이 든다. 그러나 어느덧 밤이 되어 화창하던 하늘은 장대비를 퍼붓고 잔잔하던 바다도 거센 파도를 때린다. 고무보트가 뒤집어져 조류에 떼밀려온 최백두와 림동해는 어느 바닷가에서 정신을 차리는데 그곳은 대한민국의 해수욕장. 이때부터 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펼쳐진다. 한편 범인을 붙잡아 호송하려던 안형사(박철)와 박형사(박상욱)는 가출한 딸 한나라(류현경)를 찾아오라는 경찰서장의 전화를 받고 해수욕장을 헤맨다. 친구들과 놀러온 한나라는 아버지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파출소로 인계되고, 자수하러 이곳을 찾은 최백두와 림동해를 형사로 착각한 소장은 한나라를 이들에게 넘긴다. 자수 작전이 실패하자 최백두와 림동해는 2단계 귀환작전인 뗏목 만들기를 시도하다가 산림감시원에게 발각되고, 제트스키를 타고 북으로 내처 달리다가 “시간 다됐다”는 주인의 모터보트에 이끌려 돌아온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단 하나. 해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해 금강산 관광권이 상품으로 걸린 1등을 차지하는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설정에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지만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나게 흘러간다. 안형사 콤비가 최백두 일행과 엇갈리면서 빚어내는 소동도 배꼽을 쥐게만들고 공형진의 뺀들거리는 몸짓과 박철의 느물대는 표정도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 이재룡, 김원희 등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인기 탤런트들의 카메오 출연도 무릎을 치게 한다. 하지만 화장실 유머를 끼워넣은 것이라든지 불량 여고생들의 욕설투의 대사를 얹어놓은 것은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보고 듣기에 부담스럽다. 다분히 요즘 충무로의 흥행 공식을 의식한 듯한 후반부의 눈물 장면도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벅스 바니·대피 덕 ‘지구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혼합된 액션 어드벤처물 ‘루니툰 백 인 액션(Looney Toon-Back in action)’이 개봉됐다. 빠르게 몰아치는 유머에 다소 황당한 줄거리이나 벅스 바니, 대피 덕, 트위티, 스쿠비 두 등 다양한 만화 주인공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 영화 곳곳에서 불쑥 나타나는 ‘싸이코’, ‘매트릭스’, ‘스타워즈’, ‘미라’ 등의 패러디 장면도 반갑다. 만화 주인공들이 뭉크의 회화 ‘절규’나 쇠라의 ‘글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 달리의 ‘기억의 영속’ 등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도 볼만하다. 다만 관객에게 이들 캐릭터나 장면이 어느 정도 익숙하느냐가 관건일 듯. 벅스바니나 트위티 정도만 친근할 뿐 다른 캐릭터는 낯이 설고 패러디되는 미국의 TV 시리즈나 초기 애니메이션도 이해가 안될 만큼 어색할 뿐이라면 영화는 그저 산만한 코미디로 다가올 수도 있다. ‘미라’의 브렌든 프레이저와 ‘007’ 시리즈의 티모시 달튼, ‘신부의 아버지’의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이 출연하며 ‘그렘린’의 조 단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목 ‘루니 툰’은 30년 벅스 바니를 처음 소개한 단편 애니메이션의 이름. 부제 ‘백 인 액션’은 ‘白人액션’이 아니라 ‘Back in Action’이다. ‘벅스 바니’ 영화에 ‘바니’가 빠진다면 어떨까? 오리 캐릭터 ‘대피 덕’은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인기 캐릭터 바니에 비하면 영원한 조역일 뿐. 투덜대던 그는 영화사의 코미디 담당자 케이트(지나 엘프만)에게 해고당한다. 갑자기 갈 데가 없어진 대피. 그는 함께 해고당한 경비원 디제이(브렌든 프레이저)의 집에 눌러앉기로 한다. 드레이크의 아버지는 유명한 스파이 영화의 데미안. 어느날 데미안이 납치되면서 그가 영화 속 뿐 아니라 실제로도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이제 디제이와 대피, 그리고 대피를 달래기 위해 찾아온 케이트와 바니가 ‘지구정복’을 꿈꾸는 악당에 맞서는 모험이 펼쳐진다. 전체 관람가. ■“빨간 모자 고양이와 상상의 나라로 떠나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모처럼 극장나들이에 나서려는 가족 관객에게 마침 맞는 영화가 찾아온다. 오는 31일 개봉 예정인 ‘더 캣’은 1957년 출간된 스테디셀러 동화 ‘더 캣 인 더해트(The Cat in the Hat)’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지난달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말썽꾸러기 콘래드(스펜서 브레슬린)와 깔끔하고 고상한 새침데기 샐리(다코다 패닝)는 한 배에서 난 오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성격이 딴판이어서 늘 아옹다옹 다툰다. 이날도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며 홀로 남매를 키우는 엄마가 회사의 호출을 받고 급히 나가려는데 콘래드는 쟁반 위에 몸을 실은 채 2층 계단에서 미끄럼을 타고내려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샐리는 이런 오빠를 엄마에게 고자질한다. 이날 저녁 회사 간부와 의뢰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벌이려던 엄마는 집안을 어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뒤 집을 나선다. 따분함을 참지 못해 몸을 뒤트는 오누이에게 빨간 모자를 쓴 고양이가 나타난다. 직립보행에 말까지 하는 고양이를 보고 오누이는 놀라 도망치지만 이내 그가 펼치는 놀라운 마술에 빠져든다. 고양이의 모자 속에서는 온갖 물건이 튀어나오고 어항 속 금붕어까지 말을 한다. 여기에 쌍둥이 형제까지 가세해 집안을 온통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다. 고양이가 가고 난 뒤에서야 정신을 차린 오누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울상을 짓는데 또다시 고양이가 나타나 첨단 기계로 집안을 깨끗이 원상복구시킨다. 드림웍스와 유니버설은 9천만 달러를 들여 동화 속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그림책을 보는 듯한 파스텔 톤의 예쁜 화면은 실사영화인지 애니메이션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보 웰치 감독은 ‘맨 인 블랙’, ‘배트맨2’, ‘가위손’, ‘비틀쥬스’ 등의 미술감독 출신답게 시각적 표현에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다코다 패닝, 스펜스 브레슬린, 켈리 프레스턴, 알렉 볼드윈 등이 맨 얼굴로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과 소품.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고양이로 둔갑해 열연을 펼쳤고 금붕어, 씽원·씽투 형제, 보트 모양의 자동차, 여러 개의 손을 가진 청소기계, 감성진단기, 주크박스, 망원경 등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 전체관람가. ■ 새 비디오 -황 산 벌 ‘황산벌’ 전투를 사투리로 꼬아 그린 역사 코미디. 계백 역에 박중훈, 김유신 역에 정진영이 출연한다. 서기 660년, 신라 무열왕은 딸과 사위를 죽게 한 백제 의자왕에게 원수를 갚기위해 당나라의 힘을 빌리고 소정방의 당군은 한반도로 넘어와 기벌포로 향한다. 여기에 김유신의 신라군도 남한강을 따라 남하해 탄현을 지나자 의자왕은 충신계백을 불러 신라에 맞서라고 명령하고 계백은 처자식까지 죽이고 싸움터로 나선다. 1월 출시. 15세 관람가. -천 년 호 ‘닥터봉’, ‘자귀모’를 연출한 이광훈 감독의 신작. 통일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과 이들의 운명을 뒤흔드는 천년호수의 저주를 그린 무협 판타지 멜로. 고대국가가 등장할 무렵인 기원전 57년. 박혁거세가 이끄는 신라는 신목(神木)을 섬기는 아우타족을 전멸시키고 이들의 피는 커다란 호수를 이룬다. 그로부터 천년 후, 변방의 적들을 물리치며 왕의 신임을 받은 신라의 장수 비하랑은 어느날 독사에 물려 신음하는 자신을 구해준 처녀 자운비와 사랑에 빠진다. 비하랑이 전장으로 떠난 사이 정체불명의 자객이 목숨과 정조를 위협하자 자운비는 천년 호수에 몸을 던지고 호수 속에 머물던 아우타의 원혼은 자운비의 몸을 빌려 요귀로 환생한다. 1월 출시. 15세 관람가. -노 보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와의 사랑 그린 독일 영화. 평론가 출신의 장 피에르 리모쟁 감독은 독특한 상황 설정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섹스라는 화두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함은 몇 분 전에 일어난 일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 틈틈이 수첩에 기록하며 기억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 직장 상사 사빈은 그를 욕정의 해결 상대로 이용하고 바람이 난 아내와 친구도 그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어느날 그런 그에게 구원의 여인이 나타난다. 바로 같은 회사에 임시직으로 채용된 이렌. 이렌은 그래함의 기억을 돕기 위해 애쓰지만 직장 상사는 그녀의 존재를 거북스럽게 생각해 직장에서 쫓아낸다. 29일 DVD와 동시에 출시. 18세 이상 관람가. -젠틀맨 리그 숀 코너리 주연의 SF액션어드벤처물. ‘젠틀맨리그’라는 이름으로 뭉친 7명의 모험 이야기이다. 배경은 영국이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20세기를 맞이하는 축제 준비가 한창인 1899년. 세계 정상 회담을 앞두고 악당 팬텀은 세계를 지배할 계략을 꾸미고 영국 정보국의 첩보원 ‘M’(리처드 록스버그)은 이를 막으려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7명의 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모험가 앨런(숀 코네리), 뱀파이어 미나(페타 윌슨), 스파이 톰(쉐인 웨스트), 불사신 도리안(스튜어트 타운젠트), 투명인간 로드니(토니 큐란), 모험가 캡틴 네모(나세루딘 샤), 지킬박사(제이슨 플레밍) 등이 그들. 가까스로 악당의 공격을 막아낸 일행. 하지만 이들 앞에는 또 다른 음모가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달 9일 DVD와 함께 출시.
심은하, 고현정, 황수정, 최진실 중 가장 먼저 컴백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우는 누구일까. 실시간 예매 서비스 업체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가 11월22일부터 12월 1일까지 네티즌 2천743명을 대상으로 이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고현정은 5 4.2%(1천487명)의 압도적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1995년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떠났던 고현정은 지난달 중순 결혼 8년만에 파경 을 맞았고 이후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의 복귀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2위는 최근 한 메니지먼트회사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황수정으로, 17.1%의 네 티즌이 지목했다. 최진실과 심은하는 각각 15.2%와 13.5%로 뒤를 이었다. /연합
MBC 창사특집드라마 대장금(극본 김영현·연출 이병훈)의 충주 야외오픈세트가 전소됐다. 3일 오전 7시께 충북 충주시 살미면 재오개리에 위치한 대장금 야외촬영 세트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한옥 2채와 초가집 41채를 태우고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화재 당시 세트장에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지난 2일 오후 이시종 시장이 "재오개리 생활폐기물 소각장 건설 계획을 주민반발에 따라 철회하겠다"고 밝힌 뒤 소각장 유치를 추진했던 재오개리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던 점을 감안, 방화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는 한편 정확한 피해액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초가집이 밀집돼 있는 촬영장 부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이 치솟으며 삽시간에 세트장 전체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호에 인접한 이 세트장은 지난 2000년 충주시와 MBC가 5억원씩을 투자해 터를 조성한 뒤 한옥 2채와 초가집 50채, 나루터 1곳을 지어 이듬해 개장했으며, 올 1월 MBC에서 충주시로 관리권이 이전됐다. 개장 이후 이곳에서는 MBC가 홍국영 상도 어사 박문수 다모 등의 드라마를 촬영했으며 최근에는 대장금을 수시로 촬영해 왔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이곳은 한상궁과 최상궁의 경합 과정에서 최상궁의 음모로 한상궁이 납치되는 장면, 장금이가 숙수 덕구(임현식 분)와 함께 중국 금계를 구하기 위해 찾아갔던 저잣거리 등을 찍었던 장소. MBC가 방송한 사극 가운데 일반인들의 삶의 모습을 다루는 대부분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한편 화재 소식을 접한 대장금의 제작진은 당황스러워하며 "충주 세트는 고정적인 촬영 세트가 아니기 때문에 촬영에는 큰 지장이 없을 듯하다. 정확한 피해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에 대해 현재 충주MBC측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 조사가 끝나는 대로 피해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
어느 한 무명가수가 갈등과 대립 등 요즘의 한국사회를 풍자한 음반을 내 화제다. ‘작은 김구’라 불리는 서희의 3집 앨범 ‘대한민국 싸우지마’. 겉모습이 김구 선생과 닮았다고 해 주변에서 ‘작은 김구’란 애칭을 붙였다는 서씨의 이번 노래는 최근의 정치상황과 노사문제, 빈부의 격차, 바닥으로 떨어진 교육현실 등 사회 각 분야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여당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 좌익우익 해방 때부터 아직까지 싸운다// 노사파업 죽자 사자 밤새고 싸우고/ 잡초 약초 민초 골초 뒤엉켜 싸운다// 참교육과 공교육은 나몰라라 싸우고/ 어린청춘 사교육에 시들어 간다// 촛불시위 몸싸움에 하루해가 저물고/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눈뜨면 싸운다//…’ 가사만 보아도 알 수 있을 법한 현재의 사회문제를 담고 있는 노래는 ‘신용불량자 카드돌려막기’, ‘강남땅에 아파트에는 억대부유층’ 등 이기와 불신의 사회상을 꾸짖는다. 후렴구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나라 정말 좋은 우리나라/ 오천년의 찬란한 역사 제발 제발 더럽히지마…’로 마무리하며 무명가수의 대국적인 바람을 담았다. 제작기간만 꼬박 1년이 걸렸다는 서씨. 지난 95년 ‘사랑 가르쳐준 사람’과 99년 ‘다시 한번 널’이란 타이틀로 성인 대상 음반을 발표했던 그가 이런 사회풍자적 노래를 부르게 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레크레이션 강사이기도 한 그는 8년동안 정부기관에서 주최한 행사의 진행을 맡았었다. 때문에 부패한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을 터. 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음반에도 참여하며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적 노래에 점차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간 친분을 쌓은 ‘독도는 우리땅’의 박인호씨와 의기투합해 곡을 만들었다. 박씨가 작사·작곡을 했으며 가사를 완성하기까지 미국에 있는 박씨와 전화통화로 끊임없이 수정·보완 했다. “공식적인 음반발매이기 때문에 원곡의 가사를 부드럽게 순화한 편이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에 국민들만 가슴 아파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노래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지하철 환승역을 돌아다니며 즉석 공연을 펼치고 있는 작은 김구 서희. 다른 가수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어도 행복해 보이는 건 노래만큼이나 우리나라 전체가 그의 무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