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열리는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화제작 6편이 동시에 국내 개봉한다.
‘아카데미 특수’를 노린 개봉전략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같은 집중 동시개봉은 아주 이례적인 일. 특히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에비에이터’ ‘레이’ ‘네버랜드를 찾아서’ ‘밀리언달러 베이비’ ‘사이드웨이’는 후보작 5편 모두가 동시에 개봉한다.
■클로저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웬 등 스타들의 출연으로 눈길을 끄는 ‘클로저’가 지난 3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 동명의 영국산 연극을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고품격 로맨스물. 첫눈에 반한 네 남녀의 사랑과 배신, 질투, 이기심, 복수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일컫는 골든 글로브에서 포트먼과 오웬이 남녀조연상을 차지했고 이어 아카데미에도 도전한다. ‘레옹’의 소녀에서 매혹적인 배우로 자라난 포트먼의 매력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
미 감독협회 감독상 수상작인 복싱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힐러리 스웽크가 아카데미 2연패에 도전하는 작품. 여자 복서와 코치의 만남을 통해 관계, 가족의 의미를 묻는 수작이다. 두 사람은 최근 골든 글로브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좀처럼 동일부문 재수상을 하지 않는 아카데미의 관행이 깨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개부문 후보다. 25일 개봉.
■레이
그래미상을 13회나 받은 전설적인 시각장애인 R&B 가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레이’는 최근 미국에서 역대 뮤지션 전기영화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찰스가 영화제작 기간인 지난해 6월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더욱 화제가 됐다. 찰스는 극중 레이 역을 맡은 제이미 폭스에 대해 “내가 놀랄 정도로 나와 흡사하다”며 탄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 핵포드 감독 작품으로 6개부문 후보. 18일 개봉.
■에비에이터
‘에비에이터’는 항공업계의 거물, 영화제작자, 희대의 플레이보이로 유명했던 20세기 최초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삶을 다룬다. 20세에 이미 억만장자가 됐고 준수한 외모로 여배우들과 염문이 끊이지 않았던 휴즈는 TWA를 굴지의 항공사로 키웠으며 동시에 결벽증, 피해망상 등에 시달린 환자였다. 유난히 아카데미와 거리가 멀었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타이타닉’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연기를 펼쳤다. 스콜시지 감독 작품으로 11개 부문 최다부문 후보작이다. 18일 개봉.
■네버랜드를 찾아서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피터팬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정을 그린 영화. 영원한 자유인을 꿈꾸는 극작가 JM베리(조니 뎁)가 이웃집 소년들을 사귀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피터팬’을 희곡으로 써내기까지 과정을 담았다. 소년들의 어머니(케이트 윈슬렛)와의 로맨스가 사실보다 부풀려졌지만, ‘피터팬’의 정신이 기성제도를 거부하는 자유의 정신임을 잘 보여주는 수작. 남우주연 등 7개부문 후보작으로 25일 개봉한다.
■사이드웨이
‘사이드웨이’는 ‘어바웃 슈미트’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작품. 결혼을 앞둔 두 대학생이 총각파티를 대신해 떠난 와인기행에서 벌어지는 달콤쌉싸레한 일탈기를 그렸다. 5개부문 후보작. 18일 개봉.
그외 이미 개봉중인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 미술, 분장 등 4개부문 후보에 올랐고, 시골학교 음악교사와 전쟁고아들이 음악을 통해 희망을 찾게되는 ‘코러스’는 음악, 외국어영화상 후보다. 3월3일 개봉.
■제니,주노
가볍고 예쁜 영화…현실은 글쎄?
비슷한 나이 또래지만 로미오-줄리엣, 성춘향-이몽룡 커플을 ‘제니, 주노’의 연인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도 있고 문제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가문 간의 반목이, ‘춘향전’의 경우 변학도라는 라이벌이 있었다면 ‘제니, 주노’ 속 커플의 가장 큰 난제는 뜻하지 않게 덜컥 생긴 아이다.
전형적인 청춘물의 발랄함과 산뜻함, 그리고 가벼움을 기본 톤으로 띠고있는 이 영화는 묘하게도 10대(그것도 중학생들의) 임신 문제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예쁘게 그리고 있다.
부산에서 전학 온 얼짱 주노(김혜성)와 좋은 집안에 공부까지 잘하는 제니(박민지)는 처음 만난 순간 사랑에 빠져 교제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주노를 옥상으로 부른 제니는 그에게 임신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고민 끝에 우선은 임신사실을 숨기기로 한 두 사람. 새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 보살피기에 들어간다. 어느새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두 사람은 양가의 부모들에게 임신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한다.
영화에는 아이를 낳겠다는 아이들과 이를 말리는(낙태하라는) 어른들 사이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요즘 어른들의 생명 경시 풍조나 문란한 성 관념 따위를 비판할 생각은 없었다는 얘기다.
공부 ‘잘하는’ 여자 아이, 게임 ‘잘하는’ 남자 아이 등 두 주인공은 임신 뒤 짧은 시간 당황해 한 다음부터는 너무 쉽게 돈 많은 부모들에게 기대고 ‘능력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걱정하기보다는 쪽팔려하며 이를 받아들인다.
‘어린 신부’의 김호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제니@주노’라는 인터넷 소설이 원작이다. 상영시간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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