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新동력은 창조인] 사랑나눔 ‘아이티 전도사’ 탤런트 이광기

첫아들 가슴에 묻고… 세상의 아이들 품어

당신은 길을 걷고 있다. ‘맞는 길’이자 ‘옳은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막다른 골목을 만났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삶의 미로에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타나는 막다른 골목, 그 앞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황하고 좌절하기 쉽다. 그래서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한 고통스런 상황을 극복해 낸 사람의 이야기는 감동이 된다. 배우 이광기씨가 그렇다. 신종플루로 너무나 갑자기 아들을 가슴에 묻었지만 또 다른 아이들을 마음으로 품으며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배우 이광기씨를 만나보자.

2010년 1월12일 지구 반대편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아이티는 대지진이 일어나 온 땅은 물론 사람들 마음도 폐허가 된 아이티를 돕자는 긴급구호 활동이 지구촌 곳곳에 번졌다. 이광기씨가 월드비전 홍보대사 활동은 그 아이티 대지진과 시작을 같이 한다.

지난 2009년 가을, 첫눈이 보고싶다던 천사같은 아들은 끝내 첫눈을 보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고, 이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당시가 이광기씨에게 바로 ‘막다른 골목’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들이 마지막으로 그린 아빠 얼굴로 디자인된 티셔츠 200벌과 아이가 입던 옷가지, 생필품 등을 챙겨 아이티로 떠났다.

“같이 가려던 연예인들도 고사할 정도로 정말 위험했던 상황이었어요. 난민촌 사람들끼리 폭동을 일으킬 정도로 위험했습니다.”

어려움에 고립돼 나밖에 모르는 개인주의에 빠졌던 그가 만난 아이티는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일반 사람들의 고민을 넘어설 정도로 힘든 상황 속에서 눈물과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을 대하고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부모를 잃은 슬픈 아이들 취약한 아이들은 누가 보호해 주나’하는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운명적인 만남을 경험한다. 죽음이라는 상황을 모르고 엄마가 어디 멀리 다니러 간 줄로만 알던 아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8살 세손이라는 아이를 울지 말라고 안아줬는데 그 아이가 다시 그에게 손을 뻗어 확 껴안았다.

“세손이 나를 확 끌어안을 때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있었구나…이 아이를 만나려고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아들을 다시 만난 듯 했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곤 그날 밤 숙소에서 잠들었는데 이별한지 100일만에 아들이 꿈에 나타났어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는 자신은 잘 있으니 울지 말고 친구들 많이 도와주라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아이티 봉사활동을 통해 시련과 마주하고 극복의 길을 찾은 그는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아이티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나눔사업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림을 좋아하던 아들을 떠올린 그는 주변의 지인과 작가등을 모아 기부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설득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첫해에만 55명의 뜻있는 작가들이 모여 1억원 상당을 기부했고, 올해까지 4회째 경매행사를 벌이면서 그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첫해엔 아이티 아이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위빌리브아이티’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행사가 현재는 ‘아이드림’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전세계 아이들을 위한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이광기씨는 좀 더 내실있는 자선경매 진행을 위해 작가들을 수시로 개발하는 것은 물론 서울옥션에서 경매노하우를 배워 직접 경매사로 활약했다.

또 파주에서는 음식점과 카페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이 나눔과 기부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장치도 마련해 두고 있다.

식당으로 가는 복도는 봉사활동과 기아들의 사진을 전시한 전시장이나 다름 없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려고 만든 사인지 뒷면에는 월드비전 해외아동 후원 신청서를 인쇄해 언제든 후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또 카페는 아이드림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아이들을 돕기 위한 카페임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지역내 나눔이 뿌리내리도록 고민했다.

오는 9월 다시 한번 아이티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그는 “아이티는 잊혀지지 않았어요. 아직도 가야할 곳과 복구해야 할 곳이 많은 아이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의 눈빛 눈동자가 많이 선해지고 안정감을 찾은 느낌이 들어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눔으로 변화한 삶은 아이티 사람들 뿐만이 아니었다. 사랑을 실천한 이광기씨는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난 뒤 꼭 2년이 지난 올해 1월12일 늦둥이 아들을 만나면서 더 큰 기적과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먼저 간 아들이 그토록 보고싶어 하던 눈이 오던 날이었다.

1년이 지난 뒤 올 1월에는 아이티 3주기와 아들의 돌잔치에 맞춰 고양 아람누리 극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돌잔치’를 열었다. 부활, 딕펑스, 아이비, 바다, 박상민 등 이광기씨의 뜻에 공감하는 동료들의 동참으로 개최된 콘서트는 1천800석이 매진될 정도의 큰 호응을 얻었고, 수익금은 전액 기부돼 또 다른 생명을 구하는 아름다운 씨앗이 됐다.

통큰 기획과 기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일부러 맞춘것도 아닌데 거짓말같이 아이티와 끼워 맞춰지니까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물론 아내가 고생도 많이 했지만 선물처럼 찾아온 아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고 싶었습니다”라고 겸손한 말을 붙였다.

“누군가 나의 손을 잡고 있음을 느낍니다. 내가 아닌 아이티 아이들이 오히려 내 손을 잡아줬기에 감동과 기쁨을 받았고,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짧은 생을 마감하고 간 아이의 씨앗을 통해 많은 열매가 맺어졌습니다. 모든 일은 내가 하는게 아니라 우리 아이가 내 몸 안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하면서 아이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처럼 절망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창조한 그가 생각하는 나눔은 뭘까.

그는 “많은 사람들이 ‘여유가 되면 이광기처럼 좋은 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해요. 하지만 좋은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일은 가까운데서 찾아야 해요.

꼭 해외 아동이 아니더라도 형제나 이웃의 손을 잡아 주는게 좋은 일이죠. 때로는 위로의 말 한마디를 하는 것보다 토닥여주고 기도해주고 안아주는게 사랑을 전하는 방법이고 나눔이 될 수 있습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간단하죠?”라고 말하며 특유의 선한 눈을 반짝였다.

평소 나눔을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가 부메랑으로 나에게 돌아온다고 믿는 그는 아이들을 통해 행복한 에너지를 받는 고마움을 직접 편지를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고.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천국에 있을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이광기씨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한 마디를 남겼다.

“석규야, 아빠 잘 하고 있지?”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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