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新동력은 창조인] 양희문 산림생태학 박사

‘아낌없이 주는 숲’… 대한민국 녹색경제 키우는 산림연구 ‘선각자’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산림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도 실용생태 숲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네요”

양희문 산림생태학 박사(46)의 나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26년째 이어져 온 생활의 일부이자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창조의 장’이다.

전혀 관심이 없던 나무와 숲에서 희망을 찾아냈고, 향후 인류가 지켜가고 가치를 재창출하는 새로운 도전의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와 함께 지역주민이 나서줄 때, 인공림을 넘어 대한민국을 살찌우는 살림을 창조할 수 있다”는 그는 인간과 자연의 유대를 통한 ‘사회임업’을 특히나 강조한다.

지난 1987년 당시 인과대학(현 강원대학)에 입학하며 산림에 대해 처음 접했던 양 박사는 현재 91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립산림과학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지난 2004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내 최초로 잣나무 인공림을 대상으로 산림의 생물다양성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산림관리 기술을 현장적용을 통해 개발하기 위한 실용연구를 시작했다.

이것이 강원도 춘천시 동면 신이리 일대 약 118ha 면적의 잣나무림에서 수행되고 있는 인공림의 간벌과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이다. 이 연구에는 임학자, 생태학자, 환경시스템 학자, 야생 동물학자, 현장의 임업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산림생태학자인 양 박사는 현장의 전문가들과 타 분야 학자들을 꾸준히 설득하여 지금의 대면적의 현장 연구지를 조성하고, 체계적인 연구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이끈 선각자적인 역할을 수행한 장본인이다.

양 박사는 국토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을 이제는 목재생산 가치뿐만이 아닌 생물 서식공간, 수자원 함양, 산림 휴양 등 다양한 산림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가꾸어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실연 연구와 그 결과를 통한 실천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더 나아가 양 박사는 우리나라 산림발전 방향에 대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산지와 산촌의 발전과 연계되도록 생태적 사회임업이라는 새로운 물꼬트기가 우리나라 산림분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태적 사회임업이란 생태계경영(Ecosystem Management)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자체를 포함한 관련 정부기관, 과학자, 관련 단체(NGO), 지역주민들이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고, 산림자원 보전, 희귀생물종 보호, 산림경영에 대한 의사결정과 실천을 같이 수행하는 일종의 경영방식을 말한다.

생태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합치된 통합 의사결정과 공동의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어 왔으며,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이미 산림부분에서 생태적 사회임업을 통한 시도와 노력들이 확산되어 왔으며, 세계적인 모범사례도 소개되고 있다.

이들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생태적 사회임업은 다수가 만족하고, 참여자들은 주인의식을 갖게 되며, 산림을 목재생산, 전통적 임산물 활용, 희귀동물 보호, 휴양 및 산림교육, 수자원 보호 등 각각의 개별적 가치로 보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가치의 집합체로 바라보며 경영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산림생태계의 능력(capacity)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산물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이처럼 산림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이유는 자신의 전공이 산림에 관한 이유만은 아니다.

바로 산림이 인간에게 주는 무궁무진한 장점과 혜택 때문이다.

양 박사는 주변 지인들을 만날 때, 산을 찾는 사람들을 만날 때,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산림이 주는 소중함에 대해 설명해주는 전도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산을 찾을 때는 젊은 시절 지도교수를 따라 1년에 수십 번을 넘게 산을 오르며 숲 안에 있는 나무, 풀, 동물 등 물리적 환경과 생물적 환경의 조화에 대해 깊게 연구했던 당시의 기억이 떠올리곤 한다.

지난 2003년 국립산림과학원에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산림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가 미흡했었다.

나무와 숲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특성상 단기간의 성과가 나오는 것이 어려운 점, 이로 인해 일부 동료들이 장기간에 걸쳐 소신있게 좋은 연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여건 속에서 양 박사는 인공림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감행하며 연구 여건 개선에 일조를 했다.

양 박사는 “아무 생각없이 발을 들인 분야에서 무언가를 앞장서 바꿔 나갔다”며 “산림에 대해 새롭게 시작하는 후임들 역시 이러한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 박사의 새로운 시도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상지대학교 숲해설가 양성과정 초빙강사 등을 비롯해 수많은 외부기관 특강에 이어 숲을 보는 돋보기 등을 집필하며, 산림에 대해 끝없는 강의와 연구를 통해 산림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역시 실용적인 생태적 숲관리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IUFRO(세계임학회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또한 산림에 대해 유일한 학술사이트로 양 박사의 사이트가 선정되는 쾌거도 이뤄냈다.

양 박사는 “명예나 실리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다만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자연스레 얻어진 결과물이다”고 겸연쩍게 말했다.

20년 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기며 한 우물만 팠던 양 박사는 누구보다도 산림이 인간에게 주는 무한한 혜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공기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광합성을 통해 산소로 만들어 공기를 정화해 주는 것부터 나무의 잎과 껍질을 통해 의약품으로의 기능 등 열변을 토하는 양 박사의 모습에서 그만의 나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양 박사는 “나무는 그늘과 같은 쉼터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많은 역할을 한다”며 “나무에서 배출되는 피톤치드물질은 피부염, 정신불안 등의 질병을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줌으로써 질병을 억제시키는 의약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들어 난개발로 인한 무단 벌목 현상에 대해서도 양 박사는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자연의 가치를 무시하는 무분별한 산림 훼손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정적 견해냐’는 질문에 양 박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조건 개발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개발을 하되 자연의 방향에 입각해서 필요한 만큼만 해야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어 “개발론자와 자연보호론자의 중간적 위치에 있다”며 “이렇다 보니 양쪽 학계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한다”고 웃음지었다.

지난 2011년 수십년의 산림연구를 뒤로하고 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양 박사지만 여전히 산림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른다.

두 아들 원준군(15), 준우군(12)에게 산림에 대한 강의도 모자라 해당 학교에 재능기부형식으로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살림의 중요성을 알리는 등 그의 산림에 대한 사랑은 학교에서도 유명하다.

양 박사는 “생태계 인식이 부각은 됐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그 개념이 명확하진 않다”며 “특히 청소년 학생들에게 이론강의 중심보다 숲체험 강의 위주를 통해 아이들이 쉽게 생태계를 이해하고 깨닫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학자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양 박사는 “사람은 자연계의 구성요소 중 하나다. 더불어 살아가는 생각으로 자연을 접하는 것이 생태학자라고 생각한다”는 ‘사람과 자연’의 정의를 내리며 말을 맺었다.

양희문 임업박사는 강원대학교 삼림경영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 산림생태학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상지대학교 숲해설가 양성과정과 유한킴벌리등 다양한 기관에서 강의활동을 벌였으며 학술활동으로는 지구환경변화에 대응한 장기생태연구, 도시숲의 식생변화 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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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문 산림생태학 박사는…

양희문 산림생태학 박사는 강원대학교 삼림경영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 산림생태학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상지대학교 숲해설가 양성과정과 유한킴벌리 등 다양한 기관에서 강의활동을 벌였으며 학술활동으로는 지구환경변화에 대응한 장기생태연구, 도시숲의 식생변화 연구를 수행했다.

양휘모기자 return7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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