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新동력은 창조인] ‘차세대 테니스 스타’ 삼일공고 정현

한국인 사상 첫 윔블던 준우승… 대한민국 테니스의 ‘새 역사’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자는 열심히 노력하는 자를 따라갈 수 없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는 진심으로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자질이야말로 타고난 신체조건이나 천부적인 운동 감각을 뛰어넘는 재능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 중 최고 권위인 2013 윔블던 주니어 테니스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룬 정현(17ㆍ수원 삼일공고)은 최고의 자질을 갖춘 선수라 할 수 있다.

정현은 현재까지도 ‘코트에서 훈련할 때가 가장 신난다’라고 말할 만큼 테니스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본보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써가고 있는 정현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정현이 윔블던 주니어 테니스대회에서 한국 최초의 준우승을 차지하고 ‘금의환향’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달 10일 수원 삼일공고 테니스부 숙소에서 그를 만났다. 어느새 고교 2학년생으로 성장한 정현은 기자와 첫 대면했던 지난해 초에 비해 훨씬 어른스러워진 모습이었다.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운동선수 특유의 강인함이 느껴지는 곱슬머리,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빛나는 선한 눈망울과 앳됨을 간직하고 있는 미소 등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한 눈에 봐도 눈에 띄게 성장한 당당한 체구에서는 제법 늠름함이 묻어져나왔다.

정현은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세간의 높은 관심에 얼떨떨한 기분이 든다고 털어놨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해냈는지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현재까지 한국 선수가 메이저급 대회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은 지난 1994년 전미라의 윔블던 여자 주니어부 준우승과 지난 1995년과 2005년 이종민, 김선용의 호주오픈 준우승 등 세 차례의 준우승이다.

정현은 한국 테니스 사상 4번째로 세계 메이저급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정현의 모습에서는 ‘해냈다’는 성취감이나 들뜬 느낌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현은 “솔직히 대회가 열린 현지에서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어요. 다른 대회를 마친 느낌과 전혀 다를바가 없었지요. 그런데 공항에 들어오니 취재진이 엄청 몰려있는거예요. 놀라우면서도 당황스러웠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에 대한 질문에 “딱 한 경기를 꼽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요. 매경기가 다 기억에 남아요. 대회에 참가할 때 특별히 긴장하거나 남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그저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편입니다”라며 “매경기 최선을 다한만큼 후회는 없지만 아무래도 준우승이다보니 우승에 대한 아쉬움이 남긴 하네요”라고 말했다.

정현은 잘 알려진 것처럼 그가 속한 삼일공고 감독을 맡고 있는 아버지 정석진씨와 형 정홍(건국대)을 둔 ‘테니스家’의 막내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형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테니스를 접한 뒤 꾸준한 노력을 거듭한 정현은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다니는 선수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세계적인 스타 등용문인 오렌지볼 12세부와 에디히 국제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정현은 지난 2011년 오렌지볼 국제주니어대회 16세부에서 우승한데 이어 자신이 속한 수원북중의 시즌 전관왕을 이끌며 최고의 유망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제20회 오펜바흐 국제주니어대회 남자 단식에서 정상에 오른데 이어 올해 6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국제퓨처스 대회에서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17세1개월)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얻은 정현은 윔블던대회에서 세계주니어 랭킹 1위 닉 키르기오스(호주)를 포함, 4강까지 만난 모든 상대를 2대0으로 완파하며 명실상부한 ‘차세대 세계 테니스 스타’로 자리매김 했다.

정현은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너무도 많습니다. 특히 서브 실력이 많이 모자라요. 현재 서브 최고 속도가 180㎞ 가량 되는데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200㎞까지 나옵니다. 스트로크에 비해 약한 발리도 보완해야 되구요”라고 말했다.

이런 정현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세계랭킹 1위에 빛나는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다. 날카로운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한 세계 최고의 기량 이외에도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강인한 정신력을 본받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정현은 “위기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쳐나가는 점이 너무 멋있어요. 저도 앞으로 조코비치와 같이 파이팅 넘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정석진 감독도 “현이의 가장 큰 장점은 강한 멘탈이에요.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지는 테니스에서 강한 멘탈은 정말 중요하지요”라며 은근히 아들 자랑(?)을 늘어놨다.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쏟아내는 정현에게 ‘앞으로 성인무대에서도 잘 해낼 자신이 있느냐’는 다소 민감한 질문을 던져봤다.

이에 정현은 “아직 그런 것까지 생각 안해봤어요. 그냥 좋아하는 테니스를 열심히하며 조금씩 기량이 향상되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요. 앞으로의 결과는 나중에 생각하려구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이번에 아깝게 준우승을 했으니 다음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급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또 나아가서는 이형택 선배님이 기록했던 세계랭킹 37위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뤄낸 성과보다는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정현의 모습에서 세계 무대를 호령할 스타 탄생의 예감이 느껴진다.

정현 선수는…

1996년 5월 19일생

2011 제주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남자 복식 우승

2011 오렌지볼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16세부 남자 단식 우승

2012 인도 국제주니어 1차대회 남자 단식 우승

2012 제4회 소강체육대상 남자 최우수선수상

2012 제20회 오펜바흐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

2013 ITF 남자퓨처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

2013 윔블던 테니스 대회 주니어 남자 단식 준우승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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