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그렇게 세대를 나누는 거야? 애플도 아니고 1세대, 2세대..” 어느 가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 말이다. 케이팝 ‘세대’론에 대해 기기도 아닌데 그렇게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다. 그에 대한 댓글들 또한 다양하다. ‘4세대가 신인인데 무슨 5세대인지, 5세대를 누가 열었는지 아무도 모르는데, 5세대는 뭐임? 누군가 신박한 걸 해야 5세대가 될까말까 인데..’ 케이팝(K-POP) 시장에는 암묵적으로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는 이른바 ‘세대론’이 있다. 2024년 현재 무려 ‘5세대’ 아이돌까지 등장했다. MZ세대라 불리는 나는 어렸을 적 가수 ‘H.O.T’의 팬클럽이었다. 이들이 ‘1세대 아이돌’이라는 것에 반박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때부터 K-POP 아이돌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의 홍보·소통의 매체는 전통적인 미디어였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의 이야기다. 이후로 확연한 구분점들을 보이며 아이돌의 ‘세대’가 교체됐다. 2004년 동방신기가 데뷔하고, 원더걸스, 빅뱅의 히트에 이어 2009년 소녀시대의 ‘Gee’에 이르면서 이들은 전 세계에 K-POP을 알렸다. 서구권까지 K-POP의 시장 환경과 팬덤이 확장되었다. 유튜브와 인터넷 블로그, 웹진을 비롯한 새로운 매체가 K-POP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2세대 아이돌’이 세계로 나아가는 로켓이 됐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포문으로 ‘3세대 아이돌’이 글로벌, 팬덤 산업의 본격화를 일궈냈다. ‘EXO’, ‘블랙핑크’, 수많은 신기록을 남긴 ‘BTS’까지. 이들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강력한 팬덤의 지원을 받아 영미권 팝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K-POP이 한류를 이끄는 선두에 선 것이다. 빌보드 차트 1위는 더 이상 우리에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4세대 아이돌’은 2020년대 들어 데뷔 즉시 글로벌 스타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르세라핌, 뉴진스, 아이브,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이 그들이라 하겠다. 이 당시 유행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데뷔의 형태는 해외에서 K-POP이 현지화하는 모델로 발전되고 있다. 2024년. 갑자기 ‘5세대 아이돌’이 출범했다. ‘5세대 청량돌’, ‘5세대 모델돌’ 처럼 수식하는 말도 각양각색이다. 아일릿, 투어스, 라이즈, 제로베이스원 등 2020년대 중반 등장한 그들은 국내·외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고, 팬덤 문화 또한 복합적으로 확대되었다고 말한다. 알파세대의 본격적 팬덤 유입, 숏폼의 생산, AR·VR의 성과 또한 그들의 특징. ‘5세대’ 아이돌이 과연 ‘4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는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오히려 ‘5세대 아이돌’에서 이전 세대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이전 세대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고 특징짓기에도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1~2년만의 세대교체이다. 자칫 작위적인 느낌이다. 이 5세대론이 과연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체가 된 것인지, 오히려 그들이 마케팅을 위해 수단으로서 소모되고 있는 현실은 아닐는지. K-POP의 정점, K-POP의 위기론이 회자되는 요즘, 이는 ‘5세대’ 아이돌이 이렇다 할 큰 특징과 변화를 불러오지 못하는 것으로도 증명되는 것은 아닐까? 이들이 앞선 세대들보다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면, 분명 이후 K-POP 시장은 한층 더 확장, 발전할 것이다. 좋건 싫건 지난 시대는 물러가고 새로운 시대는 온다. 그러나 인위적인 세대 구분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어있다.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5세대’라는 이름을 당당히 부여받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변화가 아니라면 대중은 이름뿐인 ‘5세대’를 인정하는데 야박할 것이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4-10-0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