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규 예술학 박사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음악 산업 역시 AI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AI 작곡 프로그램은 이미 음악 창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발전을 넘어 창작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AI 작곡 프로그램은 기존 곡들을 학습해 새로운 멜로디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특정 스타일을 모방한 음악을 만든다. 과거에도 작곡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AI 기술을 창작에 활용해 왔다. 1950년대부터 알고리즘 기반 작곡 방식이 있었고 1980년대 EMI(Experiments in Musical Intelligence) AI 프로그램은 다양한 작곡가의 스타일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곡을 작곡했다. 1990년대 신경망 기반 작곡 프로그램은 리듬, 화성, 멜로디를 학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고 2010년대 AI 기반 음악 플랫폼 앰퍼뮤직(Amper Music)은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과 분위기에 맞춰 새로운 음악을 생성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이처럼 AI 기술은 과거부터 실험적 도구이자 창작 도우미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현재 AI 음악 플랫폼 발전의 기반이 됐다. AI가 제공하는 이러한 기술은 작곡가에게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최근 많은 창작자가 활용하는 AI 플랫폼 수노(Suno)는 실시간 음악 생성, 사용자 인터랙션, 다양한 장르의 음악 생성 기능을 제공하며 전문적인 작사·작곡 지식이 없어도 음악을 창조하는 도구로서 획기적인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AI는 단순히 데이터 기반의 모방을 넘어 독특한 창작물을 제시해 인간과의 협업을 강화한다. 이로 인해 창작자들은 새로운 스타일을 실험하거나 음악적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AI가 창작에 개입하면서 음악 창작자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작곡, 편곡, 녹음 등 모든 과정을 하나의 작곡가나 팀이 담당했으나 이제는 AI가 일부 작업을 분담하면서 창작자의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 창작자는 AI가 제안한 아이디어 중에서 선택하고 이를 인간의 감성과 경험으로 다듬는 새로운 작업을 한다. 이는 창작자가 단순 기술자가 아닌 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존재로 변모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창작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AI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음악이 인간 고유의 감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AI가 창작을 기계화할지에 대한 논의도 있다.
전문 영역에서는 악기별 스템 파일 분리, 믹스, 마스터 등의 영역에서 한계가 있어 현재 스케치 용도로 사용되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이 역시 극복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AI가 창작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음악 창작의 미래는 더욱 다채롭게 변화할 것이다. 첫째, AI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 창작이 민주화될 가능성이 높다. AI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아마추어 창작자의 참여를 촉진하고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둘째, 맞춤형 음악 서비스의 발전이 기대된다. AI는 사용자의 음악 취향과 감정을 분석해 개인화된 음악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청중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창작자는 청중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셋째, AI와 인간의 협업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AI가 자동으로 음악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창작자와 AI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미 많은 아티스트가 AI와 협업한 곡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는 더 복합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AI와 음악의 결합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창작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AI는 음악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 효율성을 높이고 인간 감성과 결합해 새로운 음악적 경지를 열어 가고 있다. AI 기술이 가진 데이터 의존성에 의한 창의성 한계, 저작권 문제, 연관 직업군 감소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지만 AI 기술의 활용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러한 문제점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인간과 AI의 균형 잡힌 협력과 문제점 해결은 어디까지 가능할지, 새로운 형태의 창의성을 넘어 AI 기술과 음악이 만들어갈 미래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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