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K밴드 붐’과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DAY6·QWER 등 페스티벌 중심 서고
벅스·멜론·유튜브 뮤직 차트 1위 휩쓸어
각종 장르 통한 표현, 창작·예술 길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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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규 예술학 박사

최근 대한민국 음악 시장에서 DAY6와 QWER이 주목받고 YB와 잔나비 같은 베테랑 밴드들이 여전히 음악 페스티벌의 중심에 서며 밴드 음악의 부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K밴드 붐은 정말 기대해볼 만한 걸까.

 

신진 밴드인 DAY6와 QWER의 활약이 대단하다. DAY6는 3월 발매한 미니앨범 Fourever의 타이틀곡 ‘Welcome to the Show’로 벅스와 바이브 국내 급상승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HAPPY’는 멜론 톱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QWER 또한 9월 발매한 미니 2집 Algorithms Blossom의 타이틀곡 ‘내 이름 맑음’이 발매 직후 벅스 실시간 차트 1위와 멜론 톱100 2위, 유튜브 뮤직 주간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 사례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DAY6는 대형 기획사의 지원을 받으며 아이돌 팬덤과 밴드 팬덤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고 QWER은 BJ(방송 진행자) 출신이라는 독특한 배경과 참신한 콘셉트로 주목받으며 독자적인 팬층을 토대로 빠르게 팬덤을 확장했다. 이는 일반적인 밴드들의 성공 사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대부분의 밴드 활동은 어떠할까. “주 수입원은 직장이고 음악이 본업이에요.” 과거 인디밴드를 인터뷰할 때 자주 듣던 이야기다. 물론 스타가 되고 많은 수익을 얻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오랜 기간 음악 활동을 즐기는 데 목적을 둔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거나 소규모 공연을 개최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당장 작업한 곡이 음원 차트에 오르기를 기대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서서히 인지도를 넓혀 간다.

 

과거 인디밴드가 펑크 음악을 중심으로 ‘저항과 반항’을 내세웠다면 현재는 다양한 장르를 통한 ‘스타일과 패션’이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가사와 사운드 또한 과거의 진지하고 난해한 영역에서 벗어나 간단한 코드 구성과 가벼운 사운드로 변화하고 있다.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한국대중음악상에서도 인디밴드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사례들도 많아졌는데 최근에는 ‘실리카겔’, ‘여유와 설빈’, ‘서울전자음악단’, ‘마하트마’ 등의 밴드들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밴드의 기본인 록 음악이 재즈같이 다양한 장르로 파생되며 음악적 도구를 확대하고 실험적 사운드를 추구한 점은 밴드 음악이 단순히 장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문화적 자산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다매체 시대에 대중음악 취향의 세분화와 아날로그적 감정 소통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다양한 밴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페스티벌 시장이 부상한 점 역시 밴드 신과 관객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밴드 음악이 경험해보지 못한 ‘쿨함’ 그 이상, 이하가 아니라 해도 또 다른 판타지와 붐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각종 공연과 페스티벌 시장을 통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생활예술 지원 비전을 마련하고 밴드 음악이 미래 세대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미리 기회를 제공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는 K밴드 붐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이다.

 

기획사의 도움도 없고 매니지먼트 개념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음악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그 결과물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면 이는 생활예술의 정수다. 혼자 음악을 연주하며 만족한다면 단순한 취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이러한 활동이 관객과 소통하며 전달될 때 ‘딴따라질’에 힘이 실리고 ‘창작과 예술’로 가는 길이 더욱 넓어진다. DAY6와 QWER의 사례를 통해 단순히 ‘밴드 붐’을 기대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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