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사람은 죽고 난 후에 몸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름과 업적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죽어서 이 땅에서 사라질지라도 자신의 이름만은 세상에 남아서 사람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에게 칭찬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과거나 현대 속에서 뛰어난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역사 속에 남긴다. 과거 신화와 전설로만 여기던 이름들이 속속 현실에서 밝혀져서 고대사가 다시 쓰이기도 한다. 단군이나 환웅 등의 이름이 신화로만 여겨지다가 현재는 한민족의 고대국가인 왕조의 이름으로 재조명되고 새로운 고대사 연구를 위해 유물 발굴과 역사 탐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라를 위해서, 혹은 철학이나 종교의 믿음으로, 민족을 위하고, 조직을 위하든, 또는 명예를 위해서 유명해진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였고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 남을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사라진다. 이씨 왕조가 끝난 이후 지금까지 한민족을 세계 속에 경제, 문화의 강국으로 만든 것은 어려울 때마다 열심히 살아온 애국 독립운동가, 뛰어난 정치인, 경제인, 과학자, 문화 예술인들이다. 특히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던 많은 재계 총수들의 업적도 크다고 본다. 특히 얼마 전 돌아가신 삼성 이건희 회장의 한국 경제 성장의 업적은 매우 크다. 2019년 11월 우리나라 5대 그룹 시가총액은 에프앤가이드에서 보면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이 434.9조 원, SK 121조, 현대 83.3조, LG 79.9조, 포스코 24.7조 등이다. 많은 경쟁자와 겨루는 세상은 승리욕이 강해야 한다. 특히 현대 국가 간의 경쟁은 과학과 경제력이 중요한 힘이다. 그러나 경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분야가 같이 받쳐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류의 세계화는 경제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열풍은 중국, 홍콩,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했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짐에 따라 각국에서는 한국 대중문화 수용의 차원을 넘어 김치, 고추장, 라면, 가전제품 등의 한국 상품과 문화에 대한 선호 현상 또한 뚜렷해졌다. 한류는 이따금 주춤거리면서도 줄곧 뻗어나갔고, 최근 아시아를 넘어 영화산업이 전 세계에 주목을 받았고, 방탄소년단, 싸이 등 많은 K팝 가수들의 대중문화는 유럽과 미국을 넘어 전 세계까지 진출하며 그들의 이름이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경제계의 유명한 이름, 한류의 유명한 이름 세계만방에 퍼지고 그들의 이름은 오래 남을 것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대학 봉사·지역사회 유대

인하대학교는 봉사와 기여로 시작한 대학이다. 한국전쟁 이후 동양의 MIT 개교를 염원하며 하와이 교포와 국민 성금으로 주춧돌을 세웠다. 태생에서부터 국가와 민족에 일종의 채무를 안고 시작한 셈이다. 그동안 인하대가 지역사회에 교육봉사의 장(場)을 마련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1990년대 우리 대학은 사회봉사의 봉사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틀과 규정을 마련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붐이 일던 2000년대에는 사회봉사의 양적 성장을 꾀했다. CSR활동이 기업에는 전략적인 이익창출의 수단이었다면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배움의 연장이었다. 우리 대학은 봉사 교과목을 개설하고 해외봉사의 첫 삽을 뜨며 교육봉사활동의 전성기를 열었다. 2010년대에는 봉사활동의 질적성장을 이뤘다. 전담조직을 구성해 봉사활동을 체계화했고, 지역사회 공헌을 목표로 하는 전공 교과목을 운영했다. 해외봉사와 대학생 멘토링, 사회봉사단 구성 등 봉사활동을 다각화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현재는 대면 봉사활동을 대거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인하대는 위기를 또 다른 기회 삼아 산발적인 봉사활동을 재정비하고 있다. 인천 지역사회에 봉사 인프라를 집중해 아무봉사 챌린지, 인천 섬봉사 프로젝트, 온라인 멘토링 등 효율적인 봉사활동을 추진했다. 인하대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이상향은 봉사활동과 학업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지역봉사가 과외(課外) 특별활동이 아닌, 수업과 생활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서비스 러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 2014년 나눔 프로젝트라는 나눔공학 교과목을 개설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지역사회기관, 쪽방촌, 장애인 등을 방문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 설계하며 학제적 지식응용 능력을 기르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다. 봉사활동은 봉사자와 수혜자의 좋은 경험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봉사경험이 또 다른 봉사로 이어지고, 봉사의 수혜자가 잠재적 봉사자로서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대학이 교문 밖 지역사회와 어떻게 유대를 맺어야 할지 답은 명확하다. 배움과 나눔이다. 대학의 존재 이유인 배움을 통해 나눔의 가치가 4차 산업혁명을 넘은 N차 산업시대에도 더욱 빛을 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수봉 인하대 교학부 총장

[인천의 아침] KBS 수신료와 인천 주권

올해 1천억원대의 경영적자(지난해 거둔 수신료 6천705억원)가 예상되는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 논란이다. 14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수신료 현실화 준비 및 정책대응 상황이란 제목의 KBS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인상안을 내년 1월쯤 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하고, 석 달 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금 여당 의석 수라면 무사통과다. 하지만 지난 6월 미디어오늘 조사에서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이 86%에 달했다. 이는 KBS가 정권 교체 때마다 불공정, 방만 경영 시비에 휩싸여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따라잡지 못해서다. 그렇다면 경기서울 다음으로 많은 수신료를 내는 인천의 방송환경은 안녕할까. 우선 KBS 수신료 납부현황(2015년도 기준, 납부액 및 비율)을 보면 경기(1천241억, 19.8%), 서울(1천170억, 18.7%), 인천(516억, 8.3%), 부산(502억, 8%), 대구(429억, 6.9%) 순이다. 반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광고 배정액(2017년 기준)을 보면 서울(2조6천665억), 경기(1천696억), 부산(586억), 강원(443억), 대구(393억) 순인데, 인천(89억)은 충남(43억) 다음으로 최하위다. 인천시민이 많은 수신료를 내고도 상응하는 혜택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거다. 최근 박남춘 인천시장은 시민의 날을 맞아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을 위한 시민공동행동을 발표하고, 수도권매립지를 2025년까지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 중앙언론은 폭탄 선언이라고 단언하고, 4자 합의에 비춰 인천시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의 심경을 소개하면서 인천시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인 KBS는 어떤 보도 태도를 보였을까. 모니터링이 시급하다. 일례로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정비 미흡으로 인한 결항지연 등으로 항공기 운항 및 운항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인천시민이 연일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KBS의 심층보도는 없다. 결국 수신료의 출처를 보면 지역성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중앙정치 논리가 앞서는 순간 지역 시청자를 외면할 수밖에 없고, 수신료 인상의 명분도 잃게 된다. 인천시민이 수신료, 인천 환원을 외치면서 방송주권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인천에 대한 KBS의 보도 태도부터 모니터링 할 때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사무총장

[인천의 아침] 어머니와 노래당에 가다

바이러스 때문에 주말이면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가던 영화관이나 음악회를 못 간지가 여러 달 됐다. 다음 달에 돌아오는 어머니의 90회 생신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10명 이상 모이기가 어려우므로 아들 삼형제가 각기 따로 어머니를 모시고 식사하기로 정한 마당이었다. 지난 일요일은 파란 하늘이 오랜만에 나들이에 합류한 아내와 딸아이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발이 편치 않으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산책로로 가려다가 한동안 닫았던 행궁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화성행궁으로 향했다. 정조대왕이 1789년 세워 그가 수원에 내려오면 머물던 화성행궁의 중심에는 정전 봉수당(奉壽堂)이 있었다. 수명(壽)을 받들어(奉) 빈다는 뜻으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이곳에서 열었다고 한다. 만석꾼의 딸로 자란 우리 어머니는 한옥의 구조와 주련뿐 아니라 진찬상의 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오래 구경하셨다. 송화다식도 괴어놓고, 생선전도 괴어 쌓아 각 음식의 높이가 50㎝는 넘어 보였다. 혜경궁(1735~1815)은 10세에 세자빈으로 간택됐고, 15세에 사도세자와 합방해 18세에 정조(1752~1800)를 낳았으나, 남편과는 13년간 살았을 뿐 본인이 28세 되던 해(1763), 아들이 11살일 때 남편은 뒤주에 갇혀 죽고 홀로됐다. 오른쪽에는 노래당(老來堂)이라는 건물이 있었다. 정조가 왕위에서 물러나 노후를 한가하게 지내고 싶다는 뜻에서 건립한 건물이며, 노래(老來)란 말은 늙는 것은 운명에 맡기고 편안히 살면 그곳이 고향이다라는 백거이(白居易)의 시에서 따온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 효자 생각이 났다. 노래자(老來子)는 나이 70이 넘어서도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려고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렸다는 고사이다. 이 건물의 출입문 이름은 길이 젊음을 보존한다, 또는 늙기도 어렵다는 난로문(難老門)이었다. 난로문으로 걸어 나올 때 말띠 해에 태어난 우리 딸이 꼭 60년 전에 태어난 할머니를 부축하고 나오는 모습이 무척 정겹게 보였다. 어머니는 25세 때 결혼해 39세 때 홀로돼 수절하고 아들 셋을 키웠으며, 손자 손녀 7명을 두었다. 맑은 가을날 오랜만에 가족 외출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어머니의 이번 생신을 어디 좋은 곳에서 모일지 생각해 보았다. 이왕이면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릴 수 있는 장소로 골라야겠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문화유산 전승으로 정체성 이어가자

20세기는 인간의 기존 사상을 완전히 거부하고 예술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포스트모더니즘이 탄생했다. 이성을 거부하고 합리주의를 거부하며 상대주의적이고 불확정적인 세계관을 낳았다. 지구촌화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이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시기에 우리는 서구와 다른 역사적 배경 속에서도 새로운 흐름들과 동행했고 경제성장일로를 걸어오면서 전통문화의 부재로 인한 정체성의 혼돈과 정신적 빈곤을 겪었다. 21세기 전통의 미를 논한다면 자체가 진부한 담론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리즘을 외친다 해도 철저한 자신의 정체성이 기본이 안 된다면 새 시대 새로운 문화양상의 탄생은 가치 없는 일일 것이다. 서구의 유행 사조만을 뒤쫓기 바빴던 우리의 지난 세기의 과오를 깨닫고 이제는 간과해 왔던 우리 역사의 미의식을 되찾아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12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생생한 2008년 2월의 숭례문 화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참담함을 주었다. 수백 명의 관련 전문가가 참여해 전통기술과 현대과학을 동원해 복원했으나 단청의 부실시공논란으로 그 공이 사라졌다. 그 과오의 핵심은 전통기법과 재료의 부재이며 전통의 단절로 나온 결과다. 일반인에게 개방 된지도 7년이 지난 현재도 부실 부위에 대한 재시공 연구가 진행중이다.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전통소재와 기법들이 있다고 한다. 이는 누구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냉정하게 우리 문화재현장이 갖고 있는 현실적 한계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전통복원은 지켜야 할 엄격한 자연의 법도를 지키는 일과 같다. 지킬 것이 있어 이를 위한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고 미리 면밀한 준비가 있어야 하므로 현대와 같은 빠름의 시대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50여 년간은 산업, 기술, 사회 구조면에서 격변기였으며 우리의 의식구조와 가치관 등에도 전환을 몰아온 시기였다. 구주선진국들이 산업혁명 이래 오늘까지 겪어온 2세기 반에 걸친 변화를 일시에 주름잡아 밟아온 눈부신 기간이기도 했다. 이 시기의 인위적인 문화유산의 파괴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를 냉철하게 살피고 반성할 시점이다. 우리는 문화유산의 최후의 상속자가 아니라 과도적 관리자의 입장에서 보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엄격한 평가자는 더 세련된 문화적 혜안과 더 앞선 기술을 지니고 문화유산을 상속할 우리 후손과 문화재를 인류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생각하고 있는 세계의 교양있는 지식인들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될 것이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경자년 한가위 역병

추석은 민족의 대명절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여자들을 둘로 편을 나누어 두 왕녀가 여자들을 거느리고 7월 16일부터 매일 뜰에 모여 밤늦도록 베를 짜게 했다. 8월 보름이 되면 그동안의 성적을 가려서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대접했다. 고려 시대에도 추석 명절을 쇠었으며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는 국가적으로 선대 왕에게 추석 차례를 지냈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코로나 역병으로 인해서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함께 추석 차례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끝난 후 1670년, 1671년에 연이어 일어난 경신 대기근은 겨울의 추위가 여름까지 이어지고 태풍과 우박, 수해 등이 한꺼번에 덮치면서 조선 인구의 5분의 1인 100만 명의 백성이 굶어 죽은 대재앙이었다. 멜버른대학 교수인 앨런 로페즈는 인터뷰에서 이제는 북반구 폭염과 코로나19로 인한 실제 사망자 수는 180만명에 가까울 수 있으며, 올 연말까지 3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병 대재앙의 시대와 더불어 기후 위기 비상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조선에는 혜민서와 활인서라는 관청이 있었다. 혜민서는 일반 백성의 진료를 담당하는 곳이었고 활인서는 연고가 없는 환자를 수용하고 역병이 돌 때 임시로 막사를 지어 환자들을 돌보았다. 어마어마한 환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현종은 백광현을 남쪽 지방에 파견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왕족이나 고관대작들만을 진료하며 안온한 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민중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고통을 위로해주고 질병을 치료했다. 오늘날 다시 그때와 같은 재난이 닥쳐오더라도, 백광현과 같은 참된 의술을 실천하는 의료인들이 최선을 다해 곳곳에서 어둠을 밝혀 주리라 믿는다. 끝으로 이번 경자년 대역병의 시대에 전 세계인들이 어려움을 겪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은 슬기롭게 대처하여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사망자 수가 적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때가 전염병 확산의 기로이므로 수백만 명의 귀향길을 자제할 때라고 본다. 안동 하회마을의 하와일록 1798년 8월 14일자에서 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하여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했다. 안동 풍산의 김두흠 역시 일록에서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였다라고 기록했다. 이런 난국일수록 모든 국민이 합심하여 분열하지 말고 한마음으로 나아갈 때 전 세계를 선도하는 위대한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지역사회와 대학, 역할과 책무

지역 산업의 흥망과 도시의 쇠락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이견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또 이공계에 특화된 대학은 지역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적지 않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서 만나곤 한다. 전 세계 IT 산업을 지배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태동과 발전에는 스탠퍼드 대학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학협력과 창업을 중시하던 실리콘밸리의 아버지인 프레더릭 터먼 전 스탠퍼드대 부학장이 1970년 한국에 과학 기술 고등교육 자문단장으로 파견돼 제시한 청사진은 현재의 대덕연구단지를 탄생시켰다. 실리콘밸리와 대등한 사례로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Research Triangle Park)를 들 수 있다. 인하공대의 개교 배경에는 동양의 MIT라는 국민의 염원과 하와이 교포의 기여 외에 산학협력이라는 숨은 뜻이 있다. 1954년 당시 대표적인 공업단지는 경인공단이었다. 인하공대가 당시 공업단지를 이끌 인재를 배출하고, 직업보도학교와 중앙종합직업학교를 부설 운영하여 지역 기술자를 양성한 것이 최초의 산학협력이다. 인천이 수도권 샌드위치로 역차별을 받으면서도 선전해온 비결은 산업 변화와 지역 발전을 이끌어온 변화와 혁신, 그리고 기업가정신과 산학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벤처 거품은 꺼졌지만, 실질적인 기술력을 중시하는 인하대 공대의 학풍은 여전히 건재하다.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과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한 이공계 대학의 혁신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학이 전통 산업과 미래산업을 이끌 전문가와 연구 능력을 창출하는 책무와 더불어 내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시대가 요구하는 기초 교육과 연구 인프라도 소홀히 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인하대는 수년 내에 송도사이언스파크캠퍼스에 산학인터랙티브 R&BD 플랫폼을 구축해 새로운 산학협력의 역할로 전환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산관학협력 모델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인하대는 지난달 교육부 주관 4단계 BK21 사업 지정대상에 교육연구단 8개와 교육연구팀 1개가 선정돼 전국 9위에 올랐다. 특히 그중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 2개의 사업단이 선정되었다. 인하대는 인천시의 5대 추진전략과 박남춘 시장이 지난해 11월 선포한 인천 2030 미래이음 비전과 함께 지역사회에 인프라를 공유하고 인천시의 비전을 실현함으로써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발전하는 새로운 캠퍼스와 전환을 맞이하고자 한다. 신수봉 인하대학교 교학부총장

[인천의 아침] 항공MRO와 국민안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빈사 위기에 처한 국내 항공업을 구하고자 추가 지원에 나섰다. 이참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항공MRO(정비수리분해조립) 사업 등도 지원할 수 있도록 공항공사법 개정도 추진한다. 고무적인 일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고용경영 안정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항공산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항공산업의 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하반기까지 양 공항공사가 공공기관으로서 항공산업 생태계 육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다는 거다. 하지만 경남지역의 반발이 거세 인천시민의 합리적 여론이 절실하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제여객 연 7천만명으로 세계 5위, 일일운항 1천100편의 메가 허브공항이다. 그러나 항공기 정비 미흡으로 인한 지연결항 등 비정상 운항 건수가 지난 5년간 5천여건에 달했고, 지연결항률도 연평균 10%씩 증가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세계 항공운송 규모는 세계 6위지만 우리 항공기의 정비물량 절반 이상은(2018년 기준 54%, 1.4조원) 해외에서 정비수리를 받고 있다.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국부 유출도 막대하다. 결국 인천공항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항공MRO 클러스터가 조성돼 공항을 이용하는 각국 항공기에게 근거리 통합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줘야만 한다. 최근 하영제 국회의원(국민의힘경남 사천남해하동) 주최 토론회에 발제로 나선 국토부 첨단항공과장은 국내 공항별로 MRO와 관련한 역할을 나눌 거라고 발표했다. 사천공항은 기체 중정비, 김포공항은 LCC(저비용 항공사) 경정비, 인천공항은 글로벌 MRO업체 유치(화물기 개조, 엔진업체 등)로 분담하는 한편 정비 기술을 키우고, 물량 확보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남지역 정치권은 중복투자, 국가균형발전 역행, 수도권 쏠림현상 등을 주장하며 연일 공사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인천주권찾기 조직위원회는 국민 안전은 지역감정을 앞세운 제 밥그릇 챙기기와 타협할 사안이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인천시장과 남중권발전협의회 9개 자치단체장이 만나 상생 발전방안을 찾으라고 제안했다. 이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공항공사법 개정을 비롯해 공정한 공항경제권 시범공항 선정,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업체 유치를 위한 인천공항인천신항 자유무역지역 지정 확대, 인천시의 공항공사 지분 참여 및 사외이사 추천권 확보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민 안전과 항공 주권을 지키려면 인천 주권부터 찾아야 한다. 김송원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방어기제와 방어유형검사

의과대학에서는 정신과학을 배우기 전에 그 기본이 되는 행동과학을 배운다. 행동 과학 과목 중에 가장 재미있는 강의는 아마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일 것이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노라면 성적충동, 공격적 충동, 적개심, 원한, 좌절감 등 여러 요인에서 오는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심해지면 불안을 느끼고 몸과 마음이 괴로워진다. 그래서 사람은 서로 갈등상태에 있는 충동들을 타협시키고 내적인 긴장을 완화해서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자아(ego)가 불안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 심리적 방법을 방어기제라고 한다. 대표적인 방어기제들로는 의식에서 받아들이기 곤란한 욕망, 충동, 생각들을 무의식에 찍어 눌러 넣는 억압(repression)이 있다. 또 실연이나 창피당한 기억들을 머리에서 지우려 노력하는 것이 억제(suppression)이다. 부모, 형, 윗사람이나 주위의 중요인물들의 태도와 행동을 닮는 것을 동일시(identification)라고 한다. 한편, 본능적 욕구나 참아내기 어려운 충동들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형태로 바뀌어 의식세계로 나가는 것을 승화(sublimation)라 한다. 이러한 방어기제 때문에 우리는 어떤 사람의 행동을 옳고 그르다는 한가지 잣대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다. 방어유형 설문지(Defense Style Questionnaire, DSQ) 검사로 개인의 방어유형을 알아볼 수 있다. Bond(1986)에 의해 처음 제작된 이 검사 도구는 방어의 성숙도에 따라서 4가지 방어유형(비적응형, 표상왜곡형, 희생형, 적응형)과 투사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어기제들도 측정할 수 있다(정명원등, 신경정신의학 1993;32: 707-716). 최근의 연구(Nazari A, Political Quarterly 2019;49:535-559)에 따르면 미성숙(immature)하고 신경증적인(neurotic) 방어기제를 가진 정치인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나 국제관계에 대해 높은 위협을 만든다고 하였다. 한편, 그들의 정치적 입지에 대하여 성숙한(mature) 방어기전을 사용하는 정치인들은 더 자신감 있는(confident) 정치행위(political behavior)를 할 것이라고 하였다. 평상시와 위기상황에서 어떤 방어기제들을 어느 정도 두드러지게 쓰고 있는지 나부터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 미성숙한 기제를 쓴다면 나는 내 가족, 제자들과 환자들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신보다는 전체사회를 위해 일을 하는 정치인들의 균형 잡힌 정신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방어유형검사들을 받도록 한다면 세상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황건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의사소통과 불통

사람들은 소중하지도 않은 것들에 미쳐,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산다. 이 글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스님의 말씀이다. 그러면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진리의 측면에서 보면 돈과 명예 사랑과는 다른 측면에서 소중함을 찾는다. 하지만 도의 세계에서 벗어난 속세의 모습은 돈과 권력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 가장 소중하다고 믿고 살다 보니 삶 자체가 뜨거운 전쟁터이다.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습도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만 치닫고 있다. 양보는 없다. 상대방이 망하는 꼴을 볼 때까지 끝장을 내려고 하는 모습들이다. 불통의 대표적 표본이다. 소통의 규칙이 깨지면 삶이 고달파진다는 것을 알기에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가능한 소통을 찾아가며 사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정치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기에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가 보다. 하기야 예술품도 추상화는 사람과 소통이 되지 않아서 더 가치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유명한 시인들의 포스트 탐미주의는 기존의 의미를 철저히 거부하고 통념화된 서정을 배제한다. 결국, 불통이다. 그러면 정치도 예술이요, 시이기 때문에 불통인가? 그러나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책이지 아티스트가 아니다. 예술가가 되려면 국회의원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하는 자리가 국회의원이다. 그러면 의사소통(communication)이라는 말을 공부해보자. 의사소통은 가지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네 기둥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네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다. 그중에서 남의 말 듣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의사소통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공통(common)을 나타내는 라틴어 communis에서 유래됐다. 이것은 서로 간에 공통의 것을 이용해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 공통의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친구들과의 수다는 늘 즐겁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답답함을 느낀 적은 없었나? 그건 바로 대화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어색하고 필요 없는 대화는 던져 버리고 대화의 원칙을 배워서 의사소통이 잘되는 국회의원이 돼 보자. 첫째는 대화의 질(quality)이 중요하다. 대화할 때 상대방에게 거짓이 아닌 진실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뜬소문 같은 근거 없는 소식을 전하는 것은 좋지 않아. 대화의 질을 생각한다면 정확하고 진실한 이야기만을 주고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필요한 양(quantity)만큼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하다 지쳐 버리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놓칠 수도 있다. 끝으로 원효의 화쟁 사상과 회통은 다툼과 대립의 화해라는 의미보다는 모아서 서로 통하게 한다는 의미, 즉 소통이다. 따라서 원효의 화쟁사상 즉 소통으로 좋은 국회가 되길 바란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마스크와 인간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인천시가 지난 20일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1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0명을 넘어서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최대의 위기라며 방역 방해 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방지를 위해 온 국민이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더욱 협력해야 할 때이다. 그동안 비말감염으로 전파하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막는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쓰는 마스크는 보건위생상 병균, 먼지 등의 흡입 및 비산(飛散)을 막기 위하여 코와 입을 가리는 물건이다. 보건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19년 스페인 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하였을 때부터라고 한다. 당시 미국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전차 탑승이 거부되었다. 인간은 보건용 마스크를 쓰기 이전부터 다양한 이유로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사용해 왔다. 얼굴을 보호하거나 숨기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고, 흥겨운 오락이나 종교적 제의행위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마스크는 기원전 7천년경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조상과의 영적인 대화를 위해 제의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했다. 마스크의 형태도 사람 얼굴뿐만 아니라 동물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이와 같은 마스크를 쓰면 초원이나 정글에서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마스크를 우리는 가면이라고 한다. 고대 사회에 신분제 사회의 비판이나 주술적 의미에서 사용하던 마스크가 주로 얼굴을 가려 상대방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는 가면이라면, 오늘 우리가 착용하는 보건용 마스크는 코와 입을 가려 바이러스의 비말감염을 예방해 준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였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불편함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밀접한 접촉을 통한 전통적인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접촉 제한은 만남의 양보다는 질을 더 생각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인간관계 형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있다. 임봉대국제성서박물관 관장

[인천의 아침]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전 세계는 코로나의 강력한 전파력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조치를 해야 하는,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멈추었고 경제가 마비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기업과 가계의 연쇄부도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실물과 금융 부문이 총체적으로 무너지면서 세계적인 경제 대공황이 시작될 수 있다. 우리나라 1, 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벌이는 무역 전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최근 들어 전방위 대결로 확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의 세계화가 2020년의 코로나 사태로 쇠퇴의 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경제는 그야말로 천 길 낭떠러지에 서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면 현재 상황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IT강국인 우리나라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다. 하지만 포브스가 2019년 발표한 세계 100대 디지털 기업 중 미국 39개, 일본 12개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개뿐이다. 또한 스타트업 순위를 봐도 세계 500대 스타트업 기업 중에 미국 155개, 일본 27개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개뿐이다. 반도체를 이을 새로운 산업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으고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시점에 경제 뉴스를 보면 여야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국민의 관심사가 부동산 정책뿐인 것 같아 안타깝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질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서울 강남 아파트값 안정이라는 근시안적 목적에서 벗어나 전 국토를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정치권과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생태계 구축과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거시적인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야 할 것이다. 고문현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숭실대 교수

[인천의 아침] 가짜뉴스와 21세기 소크라테스

인간의 본성 중 하나는 알려고 하는 욕망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본래 무지한 까닭에 처음에는 지극히 신변적인 불가사의한 일에 대해 경이의 마음을 품었으나 차츰 나아가 훨씬 큰 사건에 대한 의문의 마음을 품게 됐다고 한다. 아는 것에는 크게 경험적으로 아는 것과 학리적으로 아는 것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경험적으로 아는 것은 개별적 사실에 국한된 것이지만, 학리적으로 아는 것은 개별적 사실의 원인과 원리를 연구해 보편적 지(知)를 찾는 것이다. 보편적 지(知)에 대한 사랑을 철학이라고 한다. 철학적 사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원에 대한 물음이다. 오늘날은 기술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비대면(untact)디지털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에서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악용한 온갖 종류의 가짜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 가짜뉴스는 주목을 받으려고 일부러 거짓 표제나 자극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다. 가짜뉴스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머리기사나 조작된 뉴스로 방문자 급증을 노리며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가짜뉴스는 진실을 호도해 대중을 현혹하고 언론이 기사를 올바르게 다루기 어렵게 만들어 공정한 언론 보도를 훼손한다. 민주주의 시초라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대중들이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교묘한 논리를 전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어의 마법사들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을 소피스트라고 하는데, 소피스트들은 돈을 받고 지식을 팔면서 지혜로운 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소피스트들의 논리는 진리를 밝히기보다 대중들을 현혹시키고자 한 궤변이 많았다. 당대의 소피스트들과 달리 소크라테스는 돈을 받고 지식을 팔지 않았으며 자신을 무지한 자로 불렀다. 그는 입버릇처럼 나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혜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무지(無知)에 대한 자각이다. 델포이 신전은 무지한 자를 자처하는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신탁을 내렸다. 소크라테스는 참과 거짓, 정의와 부정에 대한 올바른 분별보다는 대중을 현혹시키는 소위 여론조작에 관심이 많았던 세태를 한탄하면서 조작된 대중의 의견보다는 정의와 부정에 관해 진리 자체가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것은 그저 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었다. 여론재판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는 탈옥을 권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말했다. 대중이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는 부정에 대해서 부정으로 보답해서는 안 되겠지? 왜냐하면, 우리는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부정을 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야.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시민사회에도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면서 온갖 잘못된 정보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가짜뉴스들이 판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델포이 신전 입구에 기록된 신탁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네 자신을 알라! 임봉대 국제성서박물관 관장

[인천의 아침] 인간의 존엄성을 제대로 인식하자

80대 할머니가 지난 5월 4일 경기도 광주에서 나물을 캐던 중 유명 연예인의 반려견 두 마리에 물려 병원에서 두 달 동안 치료를 받다가 최근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고 당시 할머니를 문 반려견은 양치기 개로 알려진 벨지안 쉽도그라는 대형견으로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라니를 보고 담장을 뛰어넘어 나갔다가 만난 할머니의 허벅지, 양팔 등 세 군데를 물어 이와 같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위 할머니 사건에 대한 뉴스를 듣는 순간 사건 발생과정과 성격은 많이 다르지만 10여 년 전 필자가 경험한 사건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현재 대학생인 필자의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적에 필자가 아들을 데리고 유치원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위 벨지안 쉽도그만큼 큰 반려견이 목줄과 입마개도 하지 아니한 채로 거리를 따라 두리번거리면서 오고 있었고 그 반려견의 주인은 그 뒤에 다소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상황에서 그 반려견이 필자의 아들에게 접근하자 겁을 먹은 아들이 필자에게 밀착하여 혹시 그 반려견이 아들을 물거나 원치 아니한 접촉을 하려고 하면 바로 방어하려는 자세를 취하였다. 반려견의 주인이 적반하장격으로 왜 자기의 반려견을 향하여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느냐고 묻길래 당신의 반려견이 혹시라도 내 아들을 물거나 원치 아니한 접촉을 하려고 하는 순간 바로 아들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대답하니 반려견 주인의 씁쓰레한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필자는 대학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담은 헌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반려견의 주인의 자기 반려견이 필자의 아들보다 더 소중하다고 하는 것 같은 묘한 표정이었다. 독일은 헌법이라는 용어 대신 기본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한 후 다시는 이와 유사한 대학살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1949년 독일 기본법 제1조에서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다가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으로 독일 기본법 제1조를 인간과 동물의 존엄은 불가침이다라고 개정하려고 시도하였으나 반대가 많아 결국 실패하였다. 그 대신 2002년 제50차 기본법 개정에서 기본법 제20a조를 국가는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라고 개정하여 동물보호를 추가하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동물은 인간만큼 존엄하지 않다고 하겠다. 반려견 1천만 시대인 오늘날 거리를 나가보면 필자의 아들같이 반려견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줄이나 입마개도 없이 맹견같이 생긴 반려견을 동반하고 외출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어 제2, 제3의 할머니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우리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무인도에 사는 것이 아닌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나의 반려견도 소중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남을 배려하여 반려견을 데리고 밖으로 나갈 때에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드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고문현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숭실대 교수

[인천의 아침] 산업혁명과 멸종저항 운동

근대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영국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멸종저항 운동으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산업혁명의 위대함을 다시 무너트리기 위해 거리로 나와 투쟁하고 있다. 이러한 저항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새로운 문명사회와 경제계의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유럽, 미국, 러시아 등으로 확대되었으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산업혁명은 흔히 공업화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공업화의 기원을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본다, 또한 19세기 중엽 미국에서 탄생한 석유 산업은 20세기 초에는 1차 에너지 공급량의 10% 미만을 담당하였던 것이 1980년대에는 80% 수준에 육박하는 거대한 규모로 발전하였다. 즉, 산업화의 발전으로 파생되는 일산화탄소 배출이 지구의 온도를 올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혼란과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시작한 급진적 환경운동가들이 만든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단체의 투쟁은 의회의 울타리에서 시위하며 지하철을 폐쇄해 왔다. 의회는 이미 그들의 첫 번째 요구를 받아들여 국가적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멸종저항 단체는 일산화탄소 배출 0의 년도를 2025년까지로 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기후 비상사태가 온다고 주장한다. 이 새로운 운동은, 우리가 심지어 인간이 멸종할 수도 있는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진실을 말하고, 매주 목요일마다, 운동가들은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주는 진실 알리기를 하며 운동을 위한 서명에 동참시켰다. 혹자들은 지구 측면에서 보면 인간이 바이러스다, 그리고 코로나가 백신이다. 지금 같은 인류의 생활이 지속한다면 인류가 스스로 멸종하게 될 것이다고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코로나19가 인류의 종말을 막는 구원자가 된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인해 현재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줄고, 인간이 멈추니 지구가 살아나고 있다. 크루즈 여행과 비행산업과 공장들이 멈춤으로 에너지 소비 절감이 오고 공기가 맑아지고 있다.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오만이 만들어낸 종간의 불균형이 다시 균형을 잡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생각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붓다는 한 방울의 물에도 수억의 중생이 살고 있다고 하시며 그 안의 중생들까지도 생각하는 자비심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절에서 식사할 때 하는 게송 하나가 있다. 吾觀一滴水(오관일적수) 내가 한 방울의 물 관하여 보니 - 八萬四千蟲(팔만사천충) 팔만사천 벌레 있도다 - 若不念此呪(약불염차주) 만약에 이 주문을 외지 않고 마신다면 - 如食衆生肉(여식중생육) 중생의 고기를 먹는 것 같네. 그리고 수행승들이 소지해야 할 물건 중 하나인 녹수낭은 물을 마실 때 물속에 들어 있는 벌레를 죽이지 않기 위해 물을 걸러내는 주머니이다. 그리고 뜨거운 물은 식혀서 버리라고 하였다. 물 한 방울 속에도 중생이 있다는 것을 보시고 천안의 눈으로 물을 마시는 것을 허락지 않으셨다. 천안의 눈으로 보면 물속에 팔만 사천중생이 있기에 육안의 눈으로 마시며 물속의 생명들이 해탈하라고 주문을 외우는 것이다. 멸종저항운동을 보며 생각한다. 우주 속에 지구라는 것을 보면 한 덩어리이지만 거기엔 갖가지 생명들이 있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많은 종의 생명체가 존재한다. 인간만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다른 종의 생명들과도 공존하는 철학을 가질 때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6월의 장미 펄 벅

지난해 인천대공원의 장미공원에 활짝 핀 장미꽃들을 보았던 기억이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인천대공원의 출입을 금지함으로 제대로 보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으로 공원의 꽃도 마음껏 보기 어려울 때 한국인이 아니면서도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했던 장미꽃 같은 여인을 생각해 본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펄 벅(Pearl S. Buck)이다. 1892년 6월 26일에 태어난 펄 벅은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을 중국에서 보내고,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중국에 갔다. 펄 벅은 1931년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대지(The Good Earth)를 발표하였는데, 이 소설로 1932년 퓰리처상을 받고, 193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중국에 있는 동안 한국의 독립을 주장하는 논설을 쓰기도 했던 펄 벅은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회장과 만남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 두게 됐는데, 1951년에 한국에서 온 두 처녀라는 소설을 출간하고, 1963년에는 살아 있는 갈대라는 소설을 출간했다. 살아 있는 갈대는 19세기 말부터 해방 때까지 한국 근대사 격동기에 살아간 한 양반 가족의 이야기를 쓴 소설로 주인공인 김일한은 유일한 회장을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 소설을 집필하던 중 펄 벅은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작가들을 초청한 백악관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일본이 한국을 통제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펄 벅은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 한국이 일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모르십니까? 그것은 마치 미국이 영국의 지배를 받던 때로 돌아가는 소리와 같습니다라고 정색하며 말했다고 한다. 펄 벅은 1964년 사회복지법인 한국펄벅재단을 설립하고, 유일한 회장에게 부지를 기증받아 1967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에 한국전쟁 고아와 미군 혼혈아동을 돌보기 위한 소사희망원을 건립했으며, 1968년에는 한국 혼혈아를 소재로 한 소설 새해(The New Year)를 출간했다. 소사희망원은 1973년 펄 벅이 운명한 후 1975년 문을 닫았는데, 2006년 부천시에서 그의 박애 정신을 기리기 위해 소사희망원 자리에 펄벅기념관을 설립했다. 펄 벅은 한국을 가리켜 고결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했다. 펄 벅은 1960년 한국의 농촌을 방문했을 때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자신도 지게에 볏단을 진 채 걸어가는 농부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펄 벅은 소달구지에 짐을 싣고 자신도 올라타 편하게 집으로 갈 수 있을 텐데 소의 짐을 덜어 주고자 자신의 지게에 볏단을 한 짐 지고 소와 함께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했다. 소의 짐을 덜어 주려고 배려하는 농부의 마음처럼 우리 조상들은 씨앗을 심어도 하나는 하늘의 새가 먹고, 하나는 땅의 벌레가 먹고, 나머지는 내가 나눠 먹겠다는 뜻에서 셋을 심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배려의 마음이 곧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인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배려심을 가진 민족으로 한국인의 품격을 높여 준 펄 벅의 장미꽃 같은 한국 사랑이 오늘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실천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임봉대 국제성서박물관 관장

[인천의 아침] 무증상 코로나 만큼 무서운 ‘무증상 간질환’

요즈음 국민 사이에서 코로나19 무증상 확진자가 아닐까 불안해하는 심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무증상 간질환에 대해서도 경계 인식을 높여야 한다. 특히 간 건강과 간염 예방접종의 중요성, 간염 바이러스 전파 등의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들은 회사에서의 잦은 회식, 지인들과의 모임들을 가지면서 많은 술자리에 참석하기 마련이다. 요즘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지인, 동료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회식, 모임 등으로 과음을 해왔던 사람들에게는 지쳤던 간에 줄 수 있는 황금 같은 휴식기이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하듯 간질환이 생기더라도 간이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으며 어느 정도 증상이 진행되고 간이 손상된 후에야 몸으로 느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간질환으로 인한 증상에는 황달, 전신 피로감, 무력감, 구역질, 소화불량, 오른쪽 윗배 통증, 복수, 급성간염의 초기증상(감기나 단순 소화불량과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음) 등이 있다. 자각증상이 거의 없거나 가벼운 이상만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서 정기적으로 복부초음파와 혈액검사 등의 검진을 하여 관리하는 것이 좋다. 알코올성 간질환이란 장기간동안 과다한 음주 탓에 간세포에 지방을 축적시키고 알코올로 인한 대사산물이 간세포를 손상하면서 생기는 질환들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지방간, 간경변, 간염이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장기간 다량 음주, 당뇨, 비만 등으로 간세포에 지방에 쌓여 간이 비대해져 발병하며, 음주기간이 짧은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병된다. 알코올성 간경변은 장기간 지속적인 간세포 손상(간염)으로 인해 간이 점차 굳어지고 다양한 크기의 결절이 생기는 질환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금주로 개선이 가능하며 꼭 필요한 치료방법이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도 간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데 체단백의 손상을 막고 간세포의 재생을 위해 육류 살코기, 생선, 두부, 콩, 우유 등 적절한 단백질의 섭취를 권장하며, 간 기능 저하시에는 육류의 기름진 부분, 장어, 추어탕, 곰국 등 저지방 식사를 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채소와 적절한 과일의 섭취가 필요하다. 특히 비타민 B복합체는 우리 몸효소의 구성 성분이며 간에서 각종 대사에 중요한 작용을 하므로 권장한다. 그리고 혈당을 조절하기 위한 유산소 운동을 식후 30~60분 후에 실시하는게 좋다. 지방간은 운동과 체중 조절을 꼭 병행해야 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을 낼 수 있는 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 종류는 달리기, 걷기, 수영, 골프, 자전거, 체조, 스키 등이 있다. 1주일에 4회 이상, 하루 30분을 넘기도록 해줘야 효과가 있다. OECD 등 여러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20~30대의 폭음률과 국민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많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계속해 증가하고 있다. 젊음을 맹신하고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관리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만성 간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부터라도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간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며 무심코 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나쁜 습관들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간염 바이러스에 전염될 때 간질환에 걸리게 될 가능성이 커짐으로 미리미리 간염(A형, B형, C형) 항체검사와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홍은희 한국건강관리協 인천광역시지부 원장

[인천의 아침] 고라니에게 가스마스크를 파는 뉴 노멀 상황 피하자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하여 우리에게 필수품이 된 마스크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웃을 수만은 없는 일화가 있다. 고라니들이 살고 있는 심산유곡에 가스마스크를 만드는 사업가가 어느 날 들어와서 가스마스크 공장을 짓기 시작하였다. 깊은 산 속 공기 좋은 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고라니들은 갑자기 자기들의 터전에 가스마스크 사업가가 가스마스크 공장을 짓고 있자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고라니들이 위 사업가를 찾아와서 여기에서 무엇을 만들려고 공장을 짓고 있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위 사업가가 너희 고라니들이 필요로 하는 가스마스크를 만들려고 공장을 짓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고라니들은 이렇게 깊은 산 속에 공기가 맑아서 가스마스크가 전혀 필요 없다고 일축하였다. 이에 위 사업가는 너희 고라니들이 가스마스크를 필요로 하는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것이고 그때 너희가 나에게 다시 찾아와서 가스마스크를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그 사이에 공장건축이 완공되어 가스마스크를 본격적으로 제조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깊은 산 속으로 서서히 퍼져 나가 고라니들이 숨 쉬는데 점차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가스마스크 공장에서 배출된 가스가 누적되자 고라니들이 자각 증세를 느끼게 되었고 이에 일전에 가스마스크 사업가가 한 말이 불현듯 생각이 나서 그 사업가를 찾아가서 가스마스크를 구입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 사업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내가 전에 너희에게 가스마스크가 필요하게 되어 너희가 나를 찾아오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장담했었는데 오늘이 그날이라고 말하면서 가스마스크를 판매하였다. 이 일화에서 가스마스크를 만든 사업가에 대하여는 목표를 수립하면 그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아니하는 사업가 또는 고라니에게까지 가스마스크를 판매할 수 있는 매우 수완이 좋은 사업가 또는 병 주고 약 주는 돈만 아는 공해기업자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위 일화에서 나오는 가스마스크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뉴 노멀이 되었으니 매우 안타깝다. 이번에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19의 근본적 원인은 자연생태계를 인간이 훼손하여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된 자연의 동식물이 인간에 대한 역습이라 하겠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지난 수개월간 공장이 운영을 중단하고 회사와 학교가 문을 닫고 항공기가 운항을 중단한 결과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미세먼지의 발생량이 많이 감소하여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가 관광객 없이 물고기와 새들이 노니는 물로 변하고, 인도 델리의 하늘이 백년간 유례 없는 파란색을 보여준 것 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제는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우리 주위의 생태계도 생각하면서 가끔씩 멈추고 우리의 주변도 배려할 줄 알아야 고라니에게 가스마스크를 파는 뉴 노멀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문현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숭실대 교수

[인천의 아침] 기후 위기의 극복

선일스님 인간만이 아니라 작은 미물들조차도 생로병사가 있다. 또한, 이 우주도 생로병사와 같은 주기로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는 태어남과 사라짐이 있다. 그리고 생명체의 최상위 시스템 구조는 우주라고 볼 수 있다. 우주라는 공간에 지구는 작은 미세 먼지에 불과하다. 그 속에서 사는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이렇듯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대자연의 세계는 숭고하고 경배해야만 하는 성스러운 곳이지만 아무도 그 위대함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마치 불효자가 부모가 돌아가신 이후에 그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도덕경에 나타난 자연의 의미는 원래부터 그대로 있었던 것, 또는 우주의 순리를 뜻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자연이란 것은 기독교 신학에서 비롯된 인간에 의해 정복되어야 할 것이란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리고 영어나 서구 각 나라가 사용하는 언어들의 자연이란 어원은 라틴어 natura 낳아진 것이라는 뜻에서 나왔다. 그동안 서구적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인간을 위해 자연을 상대로 엄청난 도전과 개발 파괴로만 일관되어왔던 현대문명이 심판을 받을 때가 온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준엄한 벌은 첫 번째는 인간의 삼독심으로 만들어낸 핵무기와 대량소비의 결과로 스스로 만든 환경공해의 피해며, 두 번째가 인간 중심의 환경파괴로 인한 다른 종의 공습과 바이러스나 세균의 전염병 등이고, 마지막 단계는 기후변화로부터 오는 대재앙으로 인간 생존의 존폐가 갈리는 길이다. 지금이 그 마지막 단계라고 각 분야의 153개국 과학자와 지식인들 역시 세계 국제 기후 파업주간 비상 행동 선언문에서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2019년 옥스퍼드 사전이 조사한 바로는 세계인들이 사용한 단어 중에 전년보다 100배가량 많이 사용한 용어가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에너지 낭비와 개발 그리고 화석연료인 석유와 연탄 등의 사용으로 100년간 지구 온도가 1도가 올라갔고 앞으로 0.5도가 넘어가면 동토의 땅들이 녹고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없어지면서 수면은 올라가고 기후가 변화하면서 엄청난 자연의 재앙이 일어나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어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갈 것이고 인류는 과거 빙하기로 인한 모든 동식물의 멸종과 같은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도 하고 있다. 그러면 몇 년 후에 다가올 것인가? 그 답은 충격적이다. 대기오염, 기후변화, 환경오염, 매연, 이산화탄소, 열대야 폭풍, 해수면 상승, 그린란드 해빙,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빠르면 10년 길게는 20년 후에 세계 파멸의 임계점에 도달해 지구 기온 상승이 도미노 현상처럼 또 다른 문제를 계속해서 일으키고, 이로 인해 작은 변화의 결과가 다시 원인을 키워서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과학자들은 증언한다. 이제 각 나라의 과학계, 교육계, 환경단체, 사회단체,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이 앞장서서 기후비상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도 인류 세계를 위해 지구를 살리는 운동에 앞장서야 할 때다. 작금에 현 정부의 그린 뉴딜정책은 매우 시기적절하다고 본다. 온 국민이 앞장서서 새로운 시대변화에 앞장서서 동참할 때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21세기 ‘언택트’ 르네상스

5월 30일 현재 세계의 확진자가 580만명(사망 36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유럽에서는 23만명(사망 3만3천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탈리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1347년부터 시작하여 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이 희생된 흑사병이 창궐하였을 때도 이탈리아는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현재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를 시행하고 있는데, 14세기에도 격리(quarantine)가 흑사병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였다. 조반니 보카치오(1313-1375)의 데카메론(Decameron)은 흑사병이 이탈리아 피렌체를 강타할 때 10명의 남녀가 시골에 피난 가서 10일 동안 머물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각자 하루에 한 가지씩 말한 100개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흑사병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는 데카메론은 중세 사회의 타락과 부패, 인간의 탐욕과 계층 간의 갈등 등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면서 당시의 엄격한 종교적인 삶에서 개성(個性)과 이성(理性)의 세계로 눈을 돌리게 함으로써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보카치오와 함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인물인 단테(12651321)도 피렌체 출신이다.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edia)은 초기 르네상스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조각가 로뎅(1840-1917)이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문을 조각한 것에 인간의 고뇌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흑사병은 유럽 사회에 엄청난 죽음을 가져왔지만, 당시의 작가, 화가, 조각가 등 문화예술인들은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문예부흥의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실내 공간에서 이뤄지는 연주회나 연극, 뮤지컬 등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공연 취소는 물론 70%가 넘는 프리랜서 예술인의 수입원인 아르바이트도 없는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대책에 매달리는 상황이지만 피해 상황 파악 등을 통해 지원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공연예술분야 코로나19 전담창구 운영, 공연장 대관료 지원, 프리랜서 예술인 위한 구직촉진수당 지원, 민간 소규모 공연장 방역물품 지원 등 단기적인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이 통과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 3주년 기념사에서 코로나 위기로 드러난 취약한 고용안전망을 튼튼히 구축하기 위해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여야가 20대 국회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만이라도 하자는 합의에 이른 결과였다. 21세기는 컴퓨터화 및 자동화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언택트 원격사회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불특정 다수의 공간에서 상호교감을 기본하는 문화예술은 그 존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영역이다. 기술의 발전 이면에는 심각한 환경오염과 사회적 불균형, 인터넷 중독과 가짜뉴스 같은 것들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위기와 언택트 시대의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제2의 르네상스를 일으킬 주역이 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임봉대 국제성서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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