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산업의 흥망과 도시의 쇠락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이견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또 이공계에 특화된 대학은 지역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적지 않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서 만나곤 한다.
전 세계 IT 산업을 지배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태동과 발전에는 스탠퍼드 대학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학협력과 창업을 중시하던 ‘실리콘밸리의 아버지’인 프레더릭 터먼 전 스탠퍼드대 부학장이 1970년 한국에 과학 기술 고등교육 자문단장으로 파견돼 제시한 청사진은 현재의 대덕연구단지를 탄생시켰다. 실리콘밸리와 대등한 사례로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Research Triangle Park)를 들 수 있다.
인하공대의 개교 배경에는 동양의 MIT라는 국민의 염원과 하와이 교포의 기여 외에 산학협력이라는 숨은 뜻이 있다. 1954년 당시 대표적인 공업단지는 경인공단이었다. 인하공대가 당시 공업단지를 이끌 인재를 배출하고, 직업보도학교와 중앙종합직업학교를 부설 운영하여 지역 기술자를 양성한 것이 최초의 ‘산학협력’이다. 인천이 ‘수도권 샌드위치’로 역차별을 받으면서도 선전해온 비결은 산업 변화와 지역 발전을 이끌어온 변화와 혁신, 그리고 기업가정신과 산학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벤처 거품은 꺼졌지만, 실질적인 기술력을 중시하는 인하대 공대의 학풍은 여전히 건재하다.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과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한 이공계 대학의 혁신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학이 전통 산업과 미래산업을 이끌 전문가와 연구 능력을 창출하는 책무와 더불어 내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시대가 요구하는 기초 교육과 연구 인프라도 소홀히 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인하대는 수년 내에 ‘송도사이언스파크캠퍼스’에 산학인터랙티브 R&BD 플랫폼을 구축해 새로운 산학협력의 역할로 전환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산관학협력 모델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인하대는 지난달 교육부 주관 4단계 ‘BK21’ 사업 지정대상에 교육연구단 8개와 교육연구팀 1개가 선정돼 전국 9위에 올랐다. 특히 그중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 2개의 사업단이 선정되었다. 인하대는 인천시의 5대 추진전략과 박남춘 시장이 지난해 11월 선포한 ‘인천 2030 미래이음’ 비전과 함께 지역사회에 인프라를 공유하고 인천시의 비전을 실현함으로써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발전하는 새로운 캠퍼스와 전환을 맞이하고자 한다.
신수봉 인하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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