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신은 존재하는가

인류가 태어난 이후로 우주 근원에 대한 깊은 사색과 연구, 또한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부정이 끝없이 이어져 내려오면서 여러 갈래의 철학과 종교들을 탄생시키고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깊은 사고와 신앙으로 사람들은 다른 동물과 달리 지구상에 가장 위대한 문명을 만들었고 지구의 주인이 됐다. 그리고 종교와 철학이 그 시대의 권력과 이해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쇠퇴하거나 사라지곤 하면서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신이란 존재하며 창조자는 누구 인가라는 질문이 인간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신에 대한 인간의 생각은 크게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신은 존재한다. 둘째, 신은 없고 물질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신과 세상의 관계를 놓고 정의하기를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신은 창조자이며 절대자다. 신은 동반자이며 절대자가 아니다. 신이나 인간이나 자연이나 모두 원인과 결과로 이어진 것일 뿐 실체가 없다 등의 생각을 한다. 신에 대한 이러한 의문을 나름대로 정리해 결정하고 답을 내는 것은 지혜로운 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답안지 채점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혹자는 자신이 믿는 신이 알려 주었다고 하거나, 자신이 깨달음으로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와 철학이 존재한다. 요사이 대한민국의 ‘나는 신이다’라는 충격적인 성 추문 사건이 세계적 뉴스거리다.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이다. 그 허점을 신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캔들 말고도 역사적 큰 전쟁들도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경우가 많이 있다. 십자군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세계대전, 1618년부터 30년간의 유럽 신구교 간 종교전쟁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쟁이 있다. 또 유신론에 반대하는 무신론의 공산주의 탄생으로 일어난 전쟁 등 수많은 이유로 인류는 서로를 죽이며 살아왔다. 이제 무엇을 위해 종교를 믿어야 할지 사람들은 혼돈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 답은 우리 스스로가 찾아가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사회적 갈등과 어려움을 종교가 도덕적 가치와 사람 간 화합의 정신으로 안정된 마음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풍요로운 세상에 너무나 많은 거짓 유혹에 빠져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철학적 사고와 과학적 논리로 스스로 답을 찾는 명상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지금 전 세계의 경향이 명상 관련 분야가 대세가 돼가고 있다. 나를 바로 알아차리는 깨달음의 명상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보는 여유를 갖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인천의 아침] 성공·행복 위한 소통과 대화

‘소통’은 뭐든지 시원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열려 있는 것이다. 열려 있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 ‘대화’는 소통을 하기 위한 인간의 수단이다. 인간 커뮤니케이션 기본이 대화다. 제대로 말하고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주고받아야 소통이 된다. 따라서 이 소통과 대화는 따로 떼어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 개념으로 상정할 때 제대로의 소통과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소통능력과 대화능력은 능력을 넘어 곧 그 사람의 성품이자 인격이다. 그 사람의 과거를 바탕으로 한 오늘이자 미래를 열어주는 열쇠다.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남의 입장에 설 줄 아는 지혜이다. 자신의 입장처럼 남의 입장을 이해한 다음 매사를 객관적으로 처리하며 대화하는 것이다.” 포드자동차 창업주인 헨리 포드가 한 말이다. 헨리 포드가 성공한 인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상대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려는 ‘소통’에 있었다.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경청한 뒤 자신의 뜻을 무리 없이 관철시킨 ‘대화’에 있었다. 인간관계의 소통 중 가장 기본이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이란 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의사의 전달과 상호 교류를 뜻한다. 인간관계 특히 조직 내에서 의사소통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이며 대인관계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관계가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지는 상호과정이고, 상호 간에 이해와 동의를 얻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 소통과 대화가 그만큼 의미 있고 중요하다면, 그것이 우리 삶에 실제적으로 적용되고 활용돼야 할 것이다. 실제 삶에서 소통과 대화를 잘하기 위한 10가지 지침을 드린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소통과 대화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깨달아라. 나보다는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고 앞장세워라. 만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하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부하라. 말보다는 마음부터 열고, 상대보다 나부터 열어라.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하고,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부정이 아닌 긍정의 말을 하라. 험담이 아닌 칭찬을 많이 하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또 친절히 말하고 표현하라. 상대방의 생각, 느낌, 의견, 사고를 이해하는 데 최선을 기울여라. 말보다 눈빛, 표정, 몸짓이 중요하다. 그것을 거짓 없이 진심으로 표현하라. 상대와의 만남과 소통과 대화의 의미를 깨닫고 감사하고 사랑하라. 우리가 이 소통과 대화를 제대로 생각하고 깨닫고 배워서 우리 삶에 실제적으로 적용할 때, 그만큼 우리 삶의 성공과 행복이 열려질 것이다. 진정으로 내 자신과,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세상과 소통하고 대화할 때 비로소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 열려지는 것이다.

[인천의 아침] 겨울철 외상사고 예방, 이것들은 꼭 기억하자

2023년 설 명절의 마지막을 한파가 뒤덮었다. 겨울의 얼음과 눈은 차량 운전 시에도 위협적이지만 보행자에게는 더욱 위험한 존재다. 길에서 넘어지기만 해도 뼈가 부러질 수 있고, 특히 노인의 경우 낙상으로 골반이나 대퇴골 골절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한 사망률도 높다. 빙판길에서는 본능적으로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걷게 되지만, 완전히 밝지 않은 아침 출근길이나 퇴근길에는 중간중간 얼어 있는 곳을 확인하기 어려워 평소처럼 걷다가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사진 길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하고, 지팡이나 보행기를 사용하는 노인들은 보조기가 미끄러지며 넘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는 장갑을 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추운 날씨에 장갑 없이 외출하면 주머니에 손을 넣게 되고, 이러면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낙상 사고 시에 머리 등을 심하게 다칠 수 있다. 넘어질 때 손을 짚으면 타박이나 골절 정도지만,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치면 생명이 위험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허리와 가슴을 펴고 고개를 살짝 들고 걷는 것이 척추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눈이 내리거나 바닥이 어는 날씨에는 상체를 약간 앞쪽으로 기울여 무게중심을 앞에 두는 게 좋다. 동시에 시선은 내가 걷는 방향을 향하고 언 곳이 없는지 주의하며 양팔을 자연스럽게 벌리고 걸어야 한다. 겨울철 외투 중에는 모자가 달린 옷들이 많다. 큼직한 모자에 털까지 달려 있으면 모자를 쓴 채 얼굴을 돌려도 모자 안에서만 움직여 주위를 볼 수 없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보는 이들이 많은데, 신호가 바뀌고 고개만 살짝 돌려보고 걷다가 차에 부딪치며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가능하면 핸드폰은 넣어 두고, 주변을 살피는 경우엔 고개가 아닌 몸통을 완전 돌려 지나가는 차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전거나 킥보드, 오토바이 등 바퀴가 두 개인 이동수단은 눈이 오거나 영하의 온도에서는 가급적 운행을 피한다. 사정상 운행하는 경우 커브를 돌거나 감속할 때 브레이크 조작을 최소화하며 속도를 줄여야 한다. 내가 보행자라면 지나가는 차량이나 자전거 등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기까지의 거리가 길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이동해야 한다. 또 구두보다는 바닥이 덜 미끄러운 재질의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스트레칭이나 관절 운동을 통해 몸을 이완한 상태로 나서도록 하자. 아무리 춥더라도 생계를 위해 집을 나서야 하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겨울을 버텨내고, 2023년은 작년보다 웃는 일이 많아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인천의 아침] 위조지폐와 위조투표지 방지책

인간의 욕심은 돈과 권력으로 향한다. 화폐와 투표지다. 정부는 늘 범죄자를 대비한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지폐에는 위조방지 기술이 집약돼 있다. 오만원권에는 띠형 홀로그램 등 16개의 위조방지장치가 있고, 만원권에는 14개, 천원권에도 11개가 있다. 그래도 범죄자들은 위조화폐를 만든다. 2021년 신고된 위조지폐 수는 총 176장이다(매일경제 2022.2.2). 위조투표지의 방지책도 철저할까? 작년 7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만희 의원은 선거 부실관리와 부정선거에 대한 많은 여론을 아느냐고 총리에게 물으며, 21대 총선 선거무효소송 126건 중 재검표 6곳이 있었는데 인천 연수을 재검표에선 개표 때보다 279표의 차이가 생겼다며 점검의 필요성을 지적했고, 총리도 이를 인정했다. 1년여 법원에 보관된 투표함을 뚫고 위조투표지가 종이비행기처럼 들락날락했을까? 위조투표지를 방지하던 대책은 있었다. 법대로라면, 송도2동의 투표관리관은 투표일 당일 인영대장에 등록한 개인 도장을 투표자의 투표용지마다 힘줘 찍는다. 이리저리 찍어 인쇄처럼 일률적이지 않다. 동춘2동에선 다른 투표관리관이 제 도장을 찍어, 동마다 표마다 투표지의 도장 실명과 위치가 다르니 위조가 불가하다. 그런데 2014년 중앙선관위에서 상위법(공직선거법 제158조3항:사전투표관리관은... 사전투표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교부한다)과 어긋나는 규칙(관리규칙 제84조3항: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 경우 도장의 날인은 인쇄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을 만들곤, 개인 도장을 안 찍었다. 위조방지장치가 사라졌다. 인쇄 ‘날인’이라며, ‘날인’이란 글자를 넣어 ‘날인’처럼 착각하게 했다. 말만 ‘날인’이지, 복사 종이의 인쇄다. 종이에 ‘인주 도장을 찍는 2차 행위’가 없다. 인쇄 종이에 개인 도장을 찍어야 계약서가 되듯, 투표관리관 개인 도장을 찍어야 진짜 투표지가 된다. 개인 날인을 인쇄 ‘날인’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시중의 돈도 위조지폐로 대신할 수 있겠다. 1월30일 C일보에서 중앙선관위원장은 “유튜버 등 소셜미디어에서 부정선거 확신하나 그런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지만, 글쎄, 위조방지장치를 없애서 시스템이 망가졌는데? 방지장치가 10개가 넘어도 위조지폐가 나오는데, 4·15 총선 시는 전국 투표소 CCTV까지 가리고 개인 도장도 안 찍는 등 기존방지책마저 없앤 셈이다. 정부는 잘못된 규칙을 당장 없애고, ‘투표관리관의 도장을 찍는’ 상위법을 엄격히 준수하자.

[인천의 아침] 성평등노동정책 새 거점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인천시와 인천여성가족재단은 2021년과 2022년 성평등 노동정책 연구 시리즈 발간을 통해 노동시장에서의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2021년 여성 노동자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에 이어 2022년에는 성평등 노동정책 기반조성 및 지원방안 연구에서는 인천에서 성평등 노동정책을 책임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여성 노동·일자리 전담팀의 구성과 인천광역새일센터를 인천의 부족한 여성 노동권익 중간지원조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천시는 행정조직 개편을 통해 여성가족국 여성정책과에 여성일자리담당팀을 신설했다. 여성일자리 관련 사업과 성평등노동정책 추진을 전담하는 행정체계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인천시의 성평등노동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인천 광역새일센터가 광역시 최초 2023년 특화형 경력단절예방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국비와 시비가 각각 50%씩 총 5억5천400만원이 지원되는 이번 사업은 경력설계전문가와 공인노무사, 기획 및 사업운영 담당자 등 총 7명의 새로운 인력이 추가적으로 배치돼 결혼·임신·출산·육아 등 모성사유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조건·고용의 질·유리천장·성차별적 조직문화 등 노동권익침해와 관련한 퇴직 및 이직을 고민하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노무상담과 위기대응지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2년 6월부터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전면 개정됨에 따라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로 명칭이 변경되고 경력단절예방사업으로 정책 범위가 확대됐다. 경력단절 사유에 ‘근로조건’이 포함됨으로써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포함한 성평등 고용지원사업을 포함하게 됐다. 특화형 경력단절예방지원사업 선정을 통해 인천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는 성평등노동정책 추진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는 여전히 새일센터로 불리고 공식문서에서도 새일센터라는 명칭이 계속 사용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의 취업지원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한 새일센터보다는 성평등 노동정책 추진 기관의 정체성을 담은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라는 명칭이 적합하다. 직장에서의 성차별이나 성희롱 문제 등의 노동권 침해 등으로 고충을 겪는 여성 노동자와 성별임금격차 등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여성들도 센터를 통해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라는 새이름으로 부르도록 하자.

[인천의 아침] ‘인천 정신’ 말살

인천은 전국에서 근대건축물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있다.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도시브랜드로 살려내지 못할망정 보물과 같은 건축자산을 뭉개고, 부숴버리기 일쑤다. 2017년 이후 철거된 옛 건물들을 떠올리더라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붉은 벽돌공장 애경사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역사를 알릴 미쓰비시 줄사택과 산곡동 영단주택, 노숙자시설이었던 내동 직업소개소 및 공동숙박소, 목선 못을 만들던 신일철공소, 식민지 노동역사를 알려줄 아베식당과 오쿠다정미소, 신흥등 적산가옥단지가 줄줄이 사라졌다. 요즘 인천 3·1운동 발상지인 창영초교 이전과 부평 미군부대 내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 최초 근대극장 협률사의 맥을 잇는 애관극장 보존 논란이 뜨겁다. 해외에선 역사문화적 시가지 보존과 재생을 통해 도시 혁신을 이룩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공장지대를 예술특구로 만든 베이징 다산즈, 고급문화와 디자인도시로 주목받는 미국 포틀랜드, 안드르센 문학도시인 덴마크 오덴세, 교황 유폐 역사를 살린 프랑스 아비뇽축제, 폐광촌에서 예술도시로 거듭난 영국 게이츠헤드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인천도 창조적 문화도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과 잠재력은 충분한데도 지역자원을 살려낼 프로젝트, 이를 추진할 인재 시스템, 민관협치가 부족하다는 소리가 늘 나온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의 도시철학 부재를 꼽을 수 있다. 1911년 일본인 사업가에 의해 건립된 이후 80년 세월을 지켜온 경인철도변 애경사 철거를 관할 구청이 단행했다. 이후 각계 비난이 쏟아지면서 인천시가 근대건축물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다.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인천 정신’의 뿌리로 일컬어지는 창영초등학교 이전을 강행하고 나섰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잇따르자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이전 계획을 일단 부결했으나 합리적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교육청 논리를 살펴보면 지역 역사와 문화를 중시하는 정신이나 교육철학이 너무도 빈약하다. 도시재개발로 늘어날 학생을 감당할 창영초 학급 증설은 문화재지구에서도 시설 증축을 이뤄낸 영화국제관광고처럼 인천시와 협의해 풀 수 있는 문제다. 인천에 100년 전통을 잇는 학교가 18개나 있는데 그중 창영초는 3·1운동 때 인천 최초로 독립만세를 외친 ‘인천 얼’의 상징이다. 한국 미학의 선구자 고유섭,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인공 이길용 기자, 극작가 함세덕, 의사이자 향토사학자 신태환, 그리운 금강산 작곡자 최영섭, 2대 대법원장 조진만, 구국의 화신 강제구 소령, 야구선수 류현진 등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학교다. 이런 학교의 이전은 ‘인천 정신’ 말살이다.

[인천의 아침] 입춘 이야기

자연의 한 해 시작인 입춘이 왔고 동장군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우리는 입춘 때 자연의 순리에서 인생의 고통을 이겨내며 삶의 철학을 하나둘 깨쳐 나가는 것을 배운다. 입춘을 맞아 세상과 내가 이웃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배우는 지혜를 찾아간다. 어떻게 보면 진짜 새해는 입춘이다. 과거부터 조상들은 흔히 입춘방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입춘방을 대문에 붙이고 행복과 건강, 풍년을 기원했다. 입춘방을 대문에 붙이고 행복과 건강, 풍년을 기원하는 입춘은 태양의 황경이 315도인 날로 대개 양력 2월4일이나 5일이다. 입춘은 입추로부터 꼭 반년째 되는 날이며, 24절기 중 첫 번째 날이다. 그리고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이날 집마다 입춘방을 문에 붙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이나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등이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도 있다. 요사이는 봄을 알리고 행복을 기원하는 글이나 그림들을 직접 그리거나 한글로 써서 집에 붙이기도 한다. 또 역학을 하는 분들은 1년 신수를 정리해 알려주기도 한다. 명리학의 다수설에서는 사주를 계산할 때 1년의 시작을 입춘시로부터 계산한다. 금년은 양력 2월4일 오전 11시43분이 새해의 시작이기 때문에 입춘 전날 태어나면 하루가 지나도 입춘이 되면 두 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6월28일부터는 정부에서 나이 계산을 국제통용인 만 나이로 계산한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두 살이 젊어지는 어른들의 기쁨과 나이가 안 늘어 걱정인 청소년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다. 그리고 입춘날에는 ‘아홉차리’라는 풍속이 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아홉 번씩 한다는 뜻으로, 부인들은 빨래를 아홉 번 하고, 학생들은 글을 아홉 번 읽었다. 즉, 아홉차리가 지니는 뜻은 꼭 아홉 번을 해야 한다기보다는 각자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해서 그동안 부족했던 것들을 보충하고 새롭게 일머리를 잡아가자는 뜻이 담겼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이웃에나 자신에게 덕이 되는 삶을 살라는 조상의 슬기로움이 입춘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이다. 어떻게 보면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살아보자는 의지의 한국인의 모습이다. 계묘년 한 해도 어려움 벗어던지고 열심히 살아봅시다.

[인천의 아침] 경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

사람의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이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더하라는 의미다. 곧 듣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경청(傾聽)’이라고 한다. 경청의 한자어는 ‘기울 경(傾)’과 ‘들을 청(聽)’으로 이루어졌다. 즉, 잘 기울여서 열심히 들으라는 뜻이다. 진정한 경청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더 나아가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까지 주는 것을 말한다. 만년에 공자(孔子)가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회고한 ‘이순(耳順)’이란 타인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를 않는 경지이며, 어떤 말을 들어도 이해를 하는 경지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걸 관용하는 경지다. ‘이순이 곧 경청’이다. 공자도 60세가 돼서야 비로소 “이순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경청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격언이 있다. 역시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잘 듣는 것으로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옛날 노(魯)나라 왕이 바닷새를 궁궐로 데려와 술과 육해진미를 권하고, 풍악과 무희 등으로 융숭한 대접을 했지만, 바닷새는 어리둥절해 슬퍼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사흘 만에 죽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노나라 왕은 바닷새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이 즐기는 술과 음식 그리고 음악이 바닷새에게도 좋을 것이라 착각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오늘의 우리도 독단적 고정관념과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또 다른 바닷새, 상대방을 당황케 하고 죽이고 있지는 않는지. 진정한 소통은 단순한 의사전달을 넘어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이 진정한 소통은 바로 ‘경청’에서 출발한다. 바닷가 소라는 사람의 귀를 닮았다. 소라에 귀를 대고 기울여 보라, 바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 앞의 사람의 말에 정성껏 귀를 기울여 보라, 그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청득심,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다. 판단하려는 나를 비워 내고 나의 내면에 또 상대의 말과 마음에 귀 기울이면, 새로운 나와 너를 발견할 수 있다. ‘내 안의 너, 네 안의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진심과 진실의 목소리가 들린다. 경청,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것은 나와 너, 우리 모두를 살리는 창조적 공존의 길이다.

[인천의 아침] 자유와 평등에 바람이 불고 간다

작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북한은 미사일을 쏘며 위협하고, 히잡 불량 착용으로 촉발된 시위로 이란에선 몇백 명이 사망했다.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여기저기서 위협받고 있다. 우리 헌법 제12조에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돼있다. 모든 국민은 양심, 종교,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그런데 자유를 누리려면 안팎에서 부는 갖가지 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2017년 국회 개헌특위자문위 ‘개헌권고초안’에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란 글자가 슬쩍 삭제됐고, 2018년 검인정 교과서에선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란 표현으로 바꿨다. 기본권엔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이 있는데 왜 굳이 ‘자유’란 글자를 빼려 했을까? 다행히 교과부는 내년 교과서부터 둘을 병행하겠다고 지난달 확정했다. 많은 나라가 평등을 추구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한국의 전국민의료보험제도는 세계에서 으뜸이다. 약자나 소수자 보호 정책, 다문화 정책, 기부문화 진작 등도 평등을 향한 사회보장적 노력의 일부다. 그러나 어디나 걸림돌은 있다. ‘신’을 팔아 신정(神政)체제를 유지하려 ‘자유’를 억압하는 자가 있듯, 불평등을 없앨 것처럼 약한 이를 부추겨 ‘평등’을 팔아 표를 얻는 정치꾼도 있다. ‘다름’과 ‘차별’은 다르다. 선동꾼은 ‘단지 다른 것’을 ‘차별인 것’처럼 대중을 현혹한다. 특히 경제적 분배의 격차를 강조하며 개인 역량의 차이는 말하지 않는다. 모두 개성이 똑같고 성별이 없어야 좋겠는가? 서로 ‘다름’은 ‘고유함’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받은 것이다.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노력해야겠지만 ‘다름’을 ‘차별’인 양 나쁜 것으로 모는 것은 억지다. 제 것은 나누지 않고 남의 것만 똑같이 나누라고 외치는 이도 자가당착임은 알아 의원 연봉을 1인당 국민소득에 맞추자고 감히 주장하진 못한다. 개인마다 얼굴과 능력은 다르지만 생명의 가치는 같다. 각자의 체중이 다르듯 ‘서로 다름’은 ‘차별이나 불평등’이 아니고 자연의 이치다. 인간은 자유로워서 서로 다르고, 달라서 존엄하며, 존엄성과 개별성에선 모두 평등하다. 자유와 평등은 타고난 것이지만 함께 추구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 달라서 자유롭고, 다르다는 점에서 모두 평등하다. 개인이 있어 사회가 있듯 자유가 있어 평등도 있다. 그러나 생명이 영원하지 않듯 자유와 평등도 함께 지키지 않으면 한순간 날아간다.

[인천의 아침] 인천 직장 내 성희롱 발생률이 높은 이유

지난해 12월29일(목)에 여성가족부는 2022년 여성폭력통계를 최초로 공표했다. 여성폭력통계는 여성폭력 관련 모든 통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를 갖는다. 여성폭력 통계는 폭력을 정의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통계가 작성된 방식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통계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 3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률이었다. 여성의 경우 2018년 14.2%에서 2021년 7.9%로 감소했고, 남성도 같은 기간 4.2%에서 2.9%로 줄었다고 한다. 2018년 조사에서는 13개 문항을 사용했고, 2021년 조사에서는 14개 문항을 사용했다. 2022년 인천광역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서 9개 문항으로 조사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조사 결과로 지난 3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률을 계산해봤다. 전체 조사대상 1천100명 중 지난 3년간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는 861명의 인천 거주 여성 중에서 305명(35.4%)의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빈도가 높은 외모품평 문항을 제외한 8개 항목(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 성적 생활에 대한 질문, 신체 접촉 시도 등)에서 1개 이상 피해를 경험한 여성도 197명(22.8%)에 달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인천 지역에서 유독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는 ‘현재 재직중’인 직장에서 지난 3년 동안 타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행동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현재 직장을 기준으로 한 조사여서 3년 이내 성희롱을 경험하고 퇴사하거나, 이전 직장에서 경험한 성희롱 피해는 포함하지 않는 불포함 오류(표본추출방법의 불완전으로 모집단에는 속해 있으나 표본집단에 선정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인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직장을 다닌 적이 있는 여성들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경험을 조사한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들은 피해 경험 이후 퇴사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이나 불안정 여성노동자들은 폭력 피해에 더 취약하다. 조사에 따라 달라지는 수치로 우리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여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어떻게 질문하고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통계의 숫자는 현실의 일부를 보여준다. 직장 내 성희롱이 여성의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직장 내 성희롱 발생률을 조사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인천의 아침] 계묘년 별주부전

동지가 지나 긴 어둠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왔으나 그 어둠은 천천히 우리 곁을 배회하며 쉽게 물러설 줄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추위와 어둠을 뒤로하고 각자가 힘을 내서 희망의 빛을 맞이하려고 기도하며 정진한다. 계묘년 한 해의 시작이다. 가슴을 활짝 펴고 양면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세상살이 내가 편하다고 모두가 편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불타고 있는데 언제 그 불이 나에게 올지 모른다.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살다 보면 갈등의 골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안 만나고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하지만 마지막 달력을 떨어내고 계묘년 새 달력을 걸어 놓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싱그럽다. 새집에 이사 온 기분이다. 집들이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손님도 초대하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물가는 오르고 정치판은 시끄럽고 바다 건너 세상은 전쟁의 아비규환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행복의 끈을 놓지 않고 살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 권력자가 재력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내 간을 빼앗아 간다고 해도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사는 게 우리들의 현실이다. 새해에는 별주부전의 토끼의 지혜를 발휘하며 살아보자. 용궁에 다녀온 토끼가 배고픔, 추위, 더위, 병란이 넘치는 세상에 회의를 느끼고 자라의 감언이설에 속아 행복의 세계를 찾아 제 발로 용궁으로 찾아갔다가 자신의 아둔함을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체험을 통해 터득했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서민들의 모습일 수 있다. 바닷속 용궁의 호화로운 생활과 높은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자라의 말에 속아 죽을 지경에 이르지만, 끝내 용왕을 속이고 용궁의 충신 자라를 우롱하면서 최후의 승리를 얻는다. 토끼전은 지배층의 권력남용과 모순 등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을 부리다가 죽을 뻔한 토끼, 임금의 명령에 무조건 충성하는 자라,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시키려는 용왕의 모습은 과거나 현재나 권력자들의 속성이다. 혼란과 불확실성의 세상이지만 계묘년 토끼해를 맞아 한 시인의 글을 읽고 밝은 새해를 맞이하자.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봄이 걸어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인천의 아침] 성탄 참뜻 새겨야 할 우리 정치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서울 약현성당의 성탄절 축하 미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을 강조하며, “저도 대통령으로서 우리 사회가 사랑과 박애와 연대에 기초해 자유와 번영과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성탄을 맞아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탄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전하기 조심스럽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야 할 연말연시이지만 많은 국민이 민생경제 한파로 다가올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힘들어하는 이웃을 보듬고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할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의 경쟁을 넘어 여전히 현 정국의 경쟁자다. 둘 다 성탄의 의미를 오늘 우리 사회와 시국에 되살리고 있지만, 그 뉘앙스와 속뜻에는 차이가 많음을 본다. 마찬가지로 현 시국과 쟁점에 대해 여야는 경쟁적으로 전혀 다른 시각과 입장 차이, 그리고 그에 따른 극과 극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소통 부재의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다. 이로 인해 국민은 계속 답답하고 피곤하기만 하다. 인간관계의 소통 중 가장 기본이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원래 의미는 “상호 공통점을 나누어 갖는다”로 라틴어 ‘communis(공통, 공유)’에서 비롯된 말이다. 의사소통은 내가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메시지를 다루는 과정이다. 따라서 원활하고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내가 가진 정보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 즉,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타인의 생각과 느낌, 의견을 이해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의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우선 여야 정치인들의 ‘상호 공통점’, 즉 정치 일선에 나섰을 때 순수하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진정한 초심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 다음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 의견을 이해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의사소통의 기본이다. 유독 정치인만 모르는 것 같다. 세상과 하늘, 사람과 하나님과의 소통을 위해 오신 예수 탄생의 참뜻을 우리 정치인들이 제대로 새겼으면 한다.

[인천의 아침]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근 정부에서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때문에 재정이 파탄 나고 국민의 희생이 커진다는 이유였다. 과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모럴해저드가 문제라고 할 만큼의 수준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매년 보건의료와 관련된 통계를 공개한다. 올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정부와 건강보험의 비중은 62.6%로 OECD 평균인 76.3%보다 낮다. 그리고 의료비에서 개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27.8%로 OECD 평균 18.1%보다 높다. 흔히 대한민국은 전국민건강보험으로 인해 보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와 언론들은 고령화로 인해 예상보다 더 빠르게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된다며 보험료는 올리고 보장은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법률에 따르면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은 20%로 정해져 있지만 2021년 기준 14.3%에 불과했다. 우리와 비슷한 의료체계를 운영하는 나라들의 국고지원금 비율은 일본은 38.8%이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50%가 넘는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이 흘러간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먼저 건강보험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검사나 치료들을 강조하며 민간보험 상품이 더욱 늘어난다. 지금까지 보험수가 삭감으로 심사평가원 눈치를 보던 병원과 의사들은 이제 민간보험회사의 기준을 맞추려 노력한다. 이미 민간보험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삭감이 심각하다. 민간보험에 가입한 보험료에 따라 환자들은 다른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된다. 주변과 비교하며 더 비싼 보험을 가입하려 하고, 보험회사는 이익이 더 많이 되는 상품을 만들어 홍보하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흔히 미국에선 돈이 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고, 미국의 공공의료는 최악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미국의 공공병원 병상 수 비율이 전체 병상 수 대비 24.9%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3%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개로 OECD 평균인 2.8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공공의료 인프라 속에서 건강보험의 국고 지원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면 수많은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이 위협받는건 자명하다. 대통령은 인기가 없어도 반드시 건강보험을 개혁하겠다지만, 진정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의사들은 현재의 정책이 저수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아프고 병원을 가게 된다. 이제 접수할 때부터 보험상품을 확인하고 검사와 치료에서 차별 받는 세상이 머지않았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인천의 아침] 화수·만석·북성 부두와 1·8 부두의 비약 꿈꾸며

부두는 몽환적이다. 어디로 가기도 어디서 오기도 하는 항구. 뱃고동 소리가 해무에 묻히기라도 하면 꿈과 현실의 경계는 순간 사라진다. 바다에 잠긴 닻이 출항과 회항을 언제나 머금고 있듯, 부두는 섬이나 먼바다로 떠나는 곳이면서도 한편 뭍에 묶여 있다. 부두에 인천 사람의 땀과 이름이 배어 역사가 쌓이면, 부두는 그냥 일반적인 부두가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얼굴을 담은 인천만의 특수한 부두가 된다. 해안가 산책로를 걸으며 수선하는 선박들을 본다. 130여년 전 제물포 근대개항 이후 인천인의 노고가 조선, 기계, 물류 산업이 돼 부두 주변에 독특한 풍광으로 펼쳐 있다. 밀물과 썰물은 자연의 이치다. 민선 8기로 바뀌자, 동구는 부두 활성화 대책을, 인천시는 제물포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만석, 화수, 북성 부두와 몇 년째 재개발을 추진 중인 인천 내항 1·8부두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맨해튼 부두에서 옛 항공모함 갑판 위를 주민과 관광객이 걷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부두에는 범선, 증기선, 예인선, 군함, 잠수함 등 역사적인 배들이 접안돼 선박박물관으로 있고, 부두 창고에는 게임기가 삼백 대나 전시돼 있다. 우주로켓 누리호에 환호하면서도 바다로 무한히 뻗은 인천의 보물 창고들은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20여년 전 트라이포트를 외치던 기세를 몰아, 인천항과 인천공항, 산업단지와 대학, 국제기구 등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해수부 땅인 1·8 부두를 시가 매입해 더 장대한 그림을 그릴 것인가, 아파트·상가를 지을 것인가. 10조원 이상의 곡물·철강·자동차 등을 수송하는 2~7 부두는 기존처럼 사용하며 후일을 모색하더라도, 1·8 부두를 시민에게 우선 개방하는 묘책은 많다. 화수 부두로 가는 길목에 작은 횟집들이, 만석 부두에는 낚시용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동구청은 작년에 만석·화수 해안가 산책로를 단장했다. 하지만 중장기 계획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낮에는 화물차가 달리고 밤엔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관광만 강조하기보단, 주변 공장들을 효율화, 집적화시켜 산업과 관광을 조화, 특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갯벌에 걸터앉은 선박들과 햇살에 출렁이는 파도를 보라. 1650년 전 한나루 능허대에서 인천항에 이르는 긴 시간여행을 어디서 해보겠는가. 자잘한 표절 시비와 녹취 왜곡, 화보 촬영 논란에 창피한 줄도 모르는 중앙정치꾼은 제쳐 놓고, 인천에서만큼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꿈같은 일 좀 했으면 좋겠다. 이홍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인천의 아침] 여성폭력의 의미

여성폭력 추방주간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일 여성가족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기본계획안에서 ‘여성폭력’, ‘젠더폭력’, ‘성폭력’이 모두 사라지고 그냥 ‘폭력’ 또는 ‘성범죄’로 대체된 것이다. 조용수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장은 “정책용어 사용에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여성폭력’ 정의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여성폭력에서 여성을 삭제하는 것은 여성안전의 문제를 성평등정책 이슈가 아닌 치안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여성폭력 개념은 개별 여성들이 겪는 폭력 피해의 경험이 우리 사회의 남녀 간 사회적, 신체적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 기반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여성폭력은 형법으로 처벌하는 성추행, 강간 등의 성폭력뿐만 아니라 여성의 교육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성희롱과 지속적인 괴롭힘, 성적 대상화와 성적 착취를 수반하는 성매매, 일상 통제와 위협적 행동을 수반하는 교제폭력 등 문화적으로 여성의 자유를 침해하고 종속적 지위로 유지시키는 행위도 포함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여성폭력방지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2022년 인천광역시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여성 1천1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생 동안 살아오면서 강제추행(상대방이 나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신체접촉을 하거나,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강제로 성추행하는 행위)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이 26.0%였다. 최근 3년 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성이 11.6%이고 신체접촉(시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9.7%였다. 여성들은 직장과 학교, 가족, 지역사회 등 일상의 곳곳에서 일생 동안 빈번하게 폭력을 경험한다. 우리가 여성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생애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폭력과 성폭력이 연속성과 중첩성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폭력은 우리 사회의 성불평등한 현실에 기반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인천의 아침] 새해 달을 바라보는 마음

인도 고대 성전 리그베다에 유명한 문구가 있다. ‘현자들은 하나의 진리를 다양하게 말한다.’ 이 말은 영원한 진리를 지성의 다양성을 통해 여러 가지 철학적 접근과 신앙적 접근 방법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인류사의 수많은 종교와 철학들은 그 근원이 하나라는 것을 리그베다에서는 위와 같이 말하고 있다. 인류는 영원한 진리에 숭고한 예배를 통해서 내 영혼을 아름답게 승화 시켜 깨달음을 얻는 명상을 했다.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면서 기도하고 살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이성적인 사람이나 국가가 권력과 탐욕으로 갈등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이 전쟁으로 죽거나 고통받게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풍요의 극치를 달리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가난과 질병으로 죽어간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인가? 이것이 인류의 공통된 화두이다. 한 달 후면 금년도 마무리되고 세상은 한해를 돌아보며 큰 역사적 사건과 사고 등을 정리하며 일 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인 계묘년 토끼해를 바라보며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전쟁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보고 가슴 아파하고,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인류를 걱정하며, 질병과 사고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을 걱정하며, 경제적 위기로 많은 나라 사람들이 혼란을 겪음을 보고 도와 주려고 한다. 그러나 위정자들은 자신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전쟁을 중지하거나 기후 위기를 멈추게 하고 가난한 이들의 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욱 세상을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보름달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그렸고, 달 속의 토끼처럼 영원히 평화롭고 안정된 세계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이상세계를 꿈꾸며, 소원을 빌면서 행복한 나라를 꿈꾸어 왔던 것이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경복궁 교태전 등 궁의 뒤뜰에 토끼의 형상을 새겨 넣었는데 이것은 궁의 여인들이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게 해달라는 염원의 표현 방법이었다. 이렇게 토끼는 우리 삶 속에 밀접하게 자리 잡은 고요와 평화와 행복의 상징이었다. 연말을 맞아 상상 속의 유토피아지만 보름달 속의 토끼를 보며 편안과 행복을 염원하고, 어려움을 이겨낸 인류의 지혜로 힘든 환경에서도 남을 위해 기도하는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한다. 미광선일 법명사 회주

[인천의 아침] 이태원 참사와 바벨탑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그대로 보여준다. 참사의 원인과 배경을 놓고 경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제대로 밝혀지고 풀려지기는 난망해 보인다. 모든 병폐가 얼기설기 얽혀 있기 때문이리라. 필자는 그 근본 원인이 ‘불통’이라고 본다. 소통이 아닌 불통. 직접적으로는 당시 좁은 골목에 터질 듯 몰린 인파 간에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쉴 새 없는 대책과 구조 요청에 경찰과 소방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등 정부 당국도 마찬가지였다. 불통이다. 용산구와 서울시도 지자체로서 구민과 시민의 안전 대책을 소홀히 했으며, 재난 시 역할도 제대로 못했다. 이 와중에 사실과 진실 파악보다는 정쟁에 이용하려는 일부 언론과 세력도 마찬가지다. 역시 불통이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짧고도 매우 극적인 일화가 실려 있다. 드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신은 분노한다. 탑을 쌓기 위해서는 아래에서 위로 벽돌이 잘 올라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하는 사람 간에 같은 뜻을 지닌 하나의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그러나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 바벨탑 건설은 결국 혼돈 속에서 처참히 그 막을 내렸다.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들과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불통의 시대에 사는 오늘의 우리들 역시 되지도 않을 바벨탑을 막무가내로 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관심과 불신과 오해 속에 곧 무너져 내릴 비극을 생각지도 못한 채. 인간은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사는 사회적 존재다. 인간(人間)이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의미로, 인간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재’를 의미한다. 즉, 인간이라는 단어 자체가 ‘인간관계’의 뜻을 담고 있다. 이 인간관계의 기본이 ‘소통’이다.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이 소통이다. 오해가 없음을 이른다. 즉, 모름지기 인간관계는 서로 막히지 않고 오해 없이 뜻이 잘 통하는 소통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사회와 인간관계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다. 불통의 이태원 참사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소통이 아닌 불통인 것이다. 더 이상 불통의 바벨탑을 쌓아선 안 된다. 이제 불통의 시대, 불통의 사회를 접고 더 늦기 전에 조금씩이라도 ‘열린 소통’으로 나아가야 하겠다. 그것이 우리를 살리는 길이다.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인천의아침] 이제 유가족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필자는 4월 16일생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 매년 생일에는 기쁨보다는 애도의 마음으로 보내게 된다. 침몰하는 배를 보면서 살릴 수 있었던 소중한 생명들이 안타깝게 꺼져 가던 모습은 모두에게 아픔과 충격이었다. 2022년 10월29일 이태원에서 벌어졌던 참사도 마찬가지다. 서울 한복판에서 언제나 붐비던 거리를 걸어간 것뿐인데 157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아직 11명이 입원 치료 중이다.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많은 의료진이 밤낮을 고생을 하는데, 젊고 건강했던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고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에 너무 허망했다. 남은 가족들의 슬픔은 또 얼마나 클 것인가. 소중한 자식이나 가족을 갑자기 잃게 되었을 때 그 충격과 아픔은 미루어 짐작조차 어렵다. 사망 소식을 들은 직후에는 경황도 없이 장례를 치르고, 이후에도 며칠이 지나야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엔 단원고 학생들이 많아 장례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며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유가족들이 모여 슬픔을 나누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했다. 이번 참사는 유가족들이 모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합동분향소에는 유족의 의견도 묻지 않고 희생자의 영정사진이나 위패를 두지 않았다. 사망자 가족들에게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하는데 100명이든 200명이든 일일이 확인해서 개별 유족들의 뜻에 따랐어야 했다. 장례를 마치면 말 못하고 죽은 내 가족의 억울함을 알려야 하는데 함께 고통받는 다른 가족들이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유가족들이 모이는 것을 정치적이라고 호도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교통사고나 산재사고가 나면 보험회사나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보상이나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참사의 경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지자체와 국가의 책임이 분명하다. 매년 있어 왔던 행사와 인파였고 그동안은 적절한 경찰의 통제하에 사고없이 지나왔는데 유독 올해 그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던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참사 이후 보여줬던 지자체장이나 행정 지도자들의 모습에서는 진지한 사과나 유가족들을 위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보상이나 배상도 생명과 바꿀 수 없겠지만, 생존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슬픔을 나누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때처럼 단식을 하고 있는 유가족 옆에서 피자를 먹는 파렴치한 행동들은 없어야 하고, 언론은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상처받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사실을 숨기고 조작했을 때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인천의 아침]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국민이 주인 되자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그들을 충복으로 만드는 법은 없을까. 이 시대 병폐의 하나는 정치인이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친 것이다. 언론도 따라 편향성이 갈라지고 국민은 저도 모르게 어느 한 편이 되도록 강요받았다. 김동길 박사가 돌아가셨다. 지난달 Y뉴스는 “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가 보수 논객으로 변신... ‘이게 뭡니까’ 유행어 남겨”라는 소제목을 달며, 김동길 명예교수가 별세했다고 전했다.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이 보수 논객으로 활동하면 변신인가. 독립운동을 하는 데 좌우가 따로 없듯, 민주화운동에도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 정치인이 국민을 갈라쳤다면 이제 국민이 그런 정치인을 솎아낼 차례가 됐다. 주권자 국민은 지지 정당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사안별로 지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문·방송의 종류도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정치·경제·문화·예술·과학 등 여러 분야의 하나인 정치 기사는 다른 분야를 압도하며 일부 편향되기도 한다. 여러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각종 SNS의 등장으로 기존 언론의 전성시대는 끝났지만, 주요 신문·방송사는 아직도 자신의 논조나 화면만을 보고 독자나 시청자가 세상사를 판단하기를 바라는 걸까?. 쏟아지는 디지털 정보 시대에 가짜뉴스를 선별해야 하는 것은 우리 몫이고, 채널을 돌리고 절독하는 것도 우리 몫이다. 선동하는 기사나 영상을 볼 바에야 차라리 하늘의 구름을 보자. 중세의 종교지도자나 지배층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고집하며 백성에게 자신을 따르고 자기 주변을 돌라고 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백성 주변을 도는 시대다. 언제 우리가 지배세력이 되겠다고 했었는가. 봉사자가 되겠다는 지도자를 공복으로 만들려면 우리가 선동당하지 않아야 한다. ‘타인의 삶’을 내세워 매개물로 삼는 정치꾼은 때로 남을 선동하지만, 그러나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살려는 주권자 국민은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주인의식)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당, 저 당에 자신을 매어두지 마라. 왜 당신이 무턱대고 이 당을 계속 지지해야만 하는가?. 제대로 할 때만 지지해라. 그들이 국민을 쫓는 것이지, 왜 당신이 그들의 당을 따르는가. 남을 지배할 욕심이 없는 백성은 항상 욕심이 있는 자를 경계하라. 누가 뭐래도 현시대의 주인은 국민이고, 언제나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 진정 당신이 주권자라면, 선동당한다면 본인 탓이다. 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인천의 아침] 통계로 지역을 성평등하게 만들기

여성가족부는 지역성평등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각 지자체의 성평등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경제활동, 의사결정, 교육·직업훈련, 복지, 보건, 안전, 가족, 문화·정보 등 8개 분야별로 점수를 산정해 4개로 등급을 매겨 발표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이 성적표 결과에 따라 낮은 점수를 받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지역의 성평등 수준 향상을 도모한다. 인천광역시는 2015년부터 중하위권을 유지하다가 2020년 중상위권으로 한 단계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다. 지역성평등지수를 군·구 단위로 적용해 기초자치단체 성평등 성적표를 발표하는 것이 인천광역시 군•구별 성평등 지표다. 인천 여성단체 ㈔한국여성인권플러스 성평등정책연구소는 오랫동안 국가성평등지수 및 지역성평등지수 연구를 해온 주재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협력하여 2019년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의 성평등 지표를 최초로 개발하고 인천광역시 군•구별 성평등 수준에 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민간 주도로 기초자치단체 성평등 수준을 평가하는 체계적인 지표를 개발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성과인데 이것을 매년 꾸준히 지속해 오고 있다는 점은 인천광역시의 큰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27일 올해로 4번째 군•구별 성평등 지표를 발표하면서 ㈔한국여성인권플러스와 인천여성가족재단이 협력해 시민 체감도 성평등 수준 분석을 함께 발표했다. 성평등 지표로 측정된 지역의 분야별 성적표를 지역주민들이 과연 그대로 체감하고 있는지 측정함으로써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한 과제를 모색해 보는 협업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양성평등문화 확산 및 여성단체활성화 공모사업으로 군•구별 성평등 수준 분석 사업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고 인천여성가족재단의 젠더 거버넌스 시민활동가들이 시민체감도 조사에 참여해 민•관의 협력으로 연구와 사업이 수행됐다는 점에서 이는 젠더 거버넌스 구축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젠더 거버넌스’는 민과 관의 협력과 참여에 의한 협치를 통해 성평등을 추진한다는 정책 용어이다. 통계를 통해 지역을 성평등하게 만들고자 하는 협치와 열정의 산물인 이 성적표에 대해 이번에는 인천광역시 각 기초자치단체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평등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화답할 차례다. 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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