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경기도의회에서는 10년 가까이 해묵은 ‘경기개발공사’ 문제가 또다시 제기돼 의원들간의 논란이 오갔다. 내용을 요약하면 경기도가 경기개발공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3억5천만원을 출자하겠다고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를 반영, 도의회에 제출하자 해당 상임위는 전액을 삭감하고 예결위는 이를 전액 부활시켜 갑론을박이 발생한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예결위가 상임위의 의견을 무시하고 청산절차를 밟는 공기업에 새로운 자금을 출자할 수 있는냐는 주장이고 다른 일각의 의원들은 소송에 계류돼 청산절차도 못밟고 있는 만큼 채무를 상환한 뒤 회사의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양측의 의견이 모두 일리가 있다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야 말로 말이 나온 김에 이 문제를 말끔히 정리해야 한다. 출자한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는 불문한다하더라도 관의 권유로 30년간 억지춘향격으로 끌려온 100명에 가까운 일반 주주와 도민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개발공사는 1972년 민·관 합동으로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로 발족해 20여년간을 골재채취, 창고사업, 아파트건설사업 등을 추진하며 흑자를 기록, 사회에 수백만원에서 1억1천여만원까지 각종 기부금을 낼 정도의 우량한 기업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6년 공기업법이 시행되면서 지방공사와의 통합을 위해 청산절차를 밟으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이때 발생한 아산호 양식계와의 소송 및 직원 퇴직금 등 25억원의 부채(현재는 6억7천여만원 정도)로 재산이 가압류 되면서 현재까지도 청산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관계자들은 청산절차를 지시했던 경기도가 당시 소송건과 퇴직자 문제 등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장기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과정에서 도도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도지사들의 외면으로 결국 손학규 지사에게로까지 경기개발공사에 대한 부담이 넘어오고 만 것이다. 도청 주변에서는 손 지사가 ‘괜한 것에 신경쓴다’는 일부 비판론도 없지 않으나 또다른 일각에서는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들려오고 있다. 결국, 공사의 문제 해결은 ‘누가하느냐’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산고끝에 경기도의회는 3억5천만원의 출자를 승인, 지사의 선택을 뒷바침했다고 할 수 있다. 경기개발공사의 자산가치가 정확하게 추정되지는 않고 있으나 가압류만 풀면 족히 50억~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재산은 출자한 지방자치단체 뿐 아니라 당시 관의 권유로 참여했던 일반 주주들의 몫이기도 하며 이는 결국 도민들의 자산이다. 이제부터는 경기도나 도의회 모두 경기개발공사가 해묵은 문제에 지속적으로 발목이 잡히지 말고 가장 합리적인 청산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데 의견을 모아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회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질 무렵, 이 문제를 다루었던 한 관계자가 밝힌 “공사를 결코 살리자는 것은 아니다. 가능한 깔끔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활로를 열어 도민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주자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귓전을 맴도는 이유는 뭘까?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향후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정 일 형 정치부 차장 ihjung@kgib.co.kr
‘한국과 중국이 동북아, 나아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경제블록을 형성해 세계 경제흐름에 맞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민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작업의 선행이 중요하다’ 지난 21일 중국 항주에서 있는 한국기자협회와 중국기자협회간의 ‘동북아 시대의 한중 기자의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양국 기자들이 공히 공감한 내용이다. 서로의 역사와 문화, 생활양식 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외자유치나 기업이전 등과 같이 경제적인 측면만을 강조할 경우, 종국에는 국가간의 경쟁과 또다른 마찰만을 불러올 뿐 동북아가 추구하는 새로운 개념의 국제적 블록화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감대속에 도내 남양주시가 중국의 상주시와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간의 교류에 대한 소식은 두 귀를 솔깃하게 했다. 상주시의 한 관계자는 남양주시와의 다섯가지 교류형태를 설명했다. 첫째는 공장유치 등과 같은 경제적 교류, 둘째는 공무원 파견과 같은 인적교류, 셋째는 문화·체육교류, 넷째는 관광지에 대한 교류 등이다. 이 네가지는 중국과 교류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다섯번째 교류는 청소년들의 홈스테이 교류로 자못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 진다. 양국 미래의 동량인 청소년들을 매년 10여명씩 파견해 단지 그 지역의 문화유산을 시찰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예만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각 가정에서 생활하며 서로 갖고 있는 생각과 생활양식을 몸소 실천해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교류가 아닌 체험적 교류인 것이다. 물론 홈스테이 교류를 남양주와 상주시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같은 교류가 몇년간 지속되고 있으며 교류 대상 청소년들에게도 한국에 대한 상당한 호감은 물론이고 한국을 알자는 의식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상주시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그 교류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일선 지자체와 외국 지자체간의 교류에 대해 곱지않은 시각을 보여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교류라는 명분으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외유가 빈번했고 교류내용 자체도 일정 부분 이해관계가 앞서 눈앞에 보이는 실익을 을 수 밖에 없다 보니 몇년 해보다 성과가 없으면 소리소문없이 중단되고 결국은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탄대상이 되기 일쑤였던 것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당초 상호이해의 폭을 증진하고 서로에게 새로운 국제적 시각을 심어주자는 목적은 상실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 향후 국제사회에서 양국이 제위치를 찾고 새로운 세계 질서속에서 동북아를 대표해 공동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가장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지자체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이런 교류속에 어른들의 시각만을 앞세우기 보다는 국가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시각을 보다 폭넓게 배려한다면 현재 일각에서 발생하고 있는 착오를 향후에는 크게 줄이는 것은 물론 양국간의 이해증진이 보다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제언이다. /정 일 형 정치부 차장 ihjung@kgib.co.kr
파주시의회가 매년 시행하고 있는 파주시의회상을 놓고 뒷말이 많다. 성격이 모호한데다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학술, 예술, 교육, 언론, 지역사회개발, 체육 등의 분야에서 지역사회 발전에 공적이 있는 인사를 선정하고 있지만 매년 파주시가 3월2일 시승격을 기념하기 위해 수여하는 파주시문화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파주시문화상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의원 2명과 각 분야 전문가 2~3명을 추천, 15명 이내로 심사위원회를 구성, 심사 당일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문화상 시상과 동시에 해체하는등 나름대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조례도 제정,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파주시의회상 수상자 선발규정은 수상후보 추천을 관계 기관 및 단체장 등에 한정하고 있는데다 심사위원회는 의원 7명으로만 구성하고 있어 객관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역대 수상자들도 체육인, 교육자 등이 포함됐지만 상당수는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와 시장을 지낸 인사 등으로 국한되고 있다.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시상하는 파주시의회상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또 수상자도 파주시가 시상하는 내용을 답습하지 말고 진정한 의미에서 의회 발전에 기여했거나 아파트 자치회를 민주적으로 이끌어 온 인사 등이 포함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객관성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고 기 석 (제2사회부·파주) koks@kgib.co.kr
지난 1일 김포시민의 날 행사가 막을 내렸다. 행사를 앞두고 공무원들 사이에선 경기 침체와 이라크전쟁, 돼지 콜레라 발병 등을 감안해 행사를 미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었다. 시는 행사가 끝난 뒤 참가한 주민이 5천명을 넘고 주민화합을 이루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문제는 하루 행사에 쓰여지는 예산과 동원된 인력, 행정력 등이다. 격년제로 체육대회와 함께 열리는 이 행사는 규모가 가장 크다. 이때문에 시는 보통 2개월 전부터 준비에 들어가고 각 동·면에는 각각 2천만원, 본청은 5천만원이 행사비로 지원된다. 올해도 행사가 열리기 몇달 전부터 이미 각 동·면이 준비에 들어갔고 시는 1억원8천만원을 동·면에 지원했다. 동·면에 지원되는 예산 대부분은 각 200~300명이 넘는 선수와 임원, 응원단의 유니폼과 소품 등의 구입비와 식대 등으로 지출된다. 김동식 시장은 시장 취임 후 ‘개혁’을 외쳤다. 그러나 김포시민의 날 행사를 지켜본 많은 주민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우고 있다. 시민의 날 행사가 씁쓸함과 허전함만 남기는 소모성 행사로 끝나야 할 때는 지났다. 체육대회 등을 포함한 모든 이벤트는 미래를 보여 주고 계획할 수 있는 행사로 전환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권위주의시대의 구각(舊殼)에서 벗어 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지 어렵기 때문이다. /권 용 국 (제2사회부·김포) ykkwun@kgib.co.kr
‘위기다.’ 국외도 그렇고 국내도 그렇다. 특히 경기도는 IMF이후 ‘봄날은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반발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괴질이 찾아들고 있다. 미·이 전쟁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우리나라를 비롯한 비산유국의 생산비 가중을 초래하면서 무역경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으며 중국과 홍콩을 중심으로 한 괴질은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당지역 출장은 물론이고 상담회조차 취소토록 해 동남아 수출길을 막고 있다. 아예 정부는 괴질발생지역 및 주변지역의 방문조차 자제토록 요청, 여행업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이런 여파로 최근 국내 체감경기는 어느누구에게 물어봐도 ‘IMF때보다 더하면 더해지 덜하지 않다’고 말한다. 국내 경제비중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의 사정은 더욱 심한 것 같다. IMF이후 처음으로 도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가 하면 기업체들의 BIS는 71을 기록, 3개월간이 기준치 100에 밑돌고 있다. 또 미·이 전쟁의 여파로 수출에 나섰던 기업들의 선적 및 상담피해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2개 업체 749만불에 달하고 북부지역의 아파트값은 미·이 전쟁이후에는 북한이 대상국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문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벌써 일부 무역업체들은 물품을 수출하고도 외국 수입업체의 부도와 자금난 등으로 수출대금을 떼이는 악성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도민들의 경제사정은 더하다. 15개 들이 고추한다발이 500원대에서 1천500원선으로, 1천500원대하던 양파 한두루미는 4천500원대를 넘어서는등 채소값은 폭등세를 보여 장바구니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잠시 자취를 감췄던 돼지 콜레라까지 발생, 수만마리의 돼지들을 땅에 묻으면서 축산농가들이 시름에서 허덕이고 있다. 어느 한 도청 공무원은 “20여년을 공직에 몸담아 왔지만 경기도에 이같이 많은 위기가 한꺼번에 닥친 때는 없었다”며 “마치 환란을 겪는듯 하다”고 말한다. 또다른 공무원은 “아무리 밤을 새워도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할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위기요인이 외부에서 부터 시작된 만큼 지자체로써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어 도민들에게 죄송스러울 뿐”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도가 비상경제대책반을 편성, 일일 물가동향 파악에 나서고 손학규 지사는 서민들의 현장에서 연일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정부의 안일한 시각이 못내 아쉽다. 이런 경제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IMF때에도 입증됐듯이 외자유치다. 그럼에도 불구, 경기도가 100억불이나 되는 파주 LG필립스 LCD공장을 유치했음에도 정부는 각종 규제를 내세워 난색을 표명하다 뒤늦게 필립스의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적극 지원토록 수정했다는 소식은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또 수많은 외국 투자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도권의 규제도 단지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대통령의 공약’적 시각으로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도 경기도민으로써는 불만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최대 위기를 맞아 ‘경기도의 경제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며 울부짖는 경기도민들의 목소리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기대해 본다. /정 일 형 정치부 차장 ihjung@kgib.co.kr
시민단체가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전·현직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벌였던 낙선 운동은 한국 정치사에 있어 큰 사건이었다. 이중 ‘부정부패 사건 관련자’ ‘반개혁 행위자’‘지역감정 조장 발언자’로 찍혔던 인사의 경우 당시 상당수가 선거에서 떨어지는등 그 파장도 엄청났다.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내걸었던 이 낙선운동은 그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위법으로 확인됐고 또 헌법재판소에서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명시된 낙선운동 금지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놓고 논란의 대상이 됐지만 지금와서 볼때 낙선운동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낙선운동이 또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국회앞에 모여 국군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반대를 외쳤던 시민단체들이 지난 2일 우여곡절 끝에 이 파병동의안이 통과되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며 파병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 방침을 밝힌 것이다. 노동계를 포함한 일부 시민단체는 “파병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기억할 것이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낙선운동을 전개해 심판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응징(?) 차원의 성명서까지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사태가 이쯤되자 파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의 경우 좌불안석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이 낙선운동의 위력을 이미 피부로 실감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파병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성명서도 만들어 지역 시민단체에 전달하며 자신을 낙선운동 대상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국정에 대해 자유롭게 의사를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인들이 자기 주장을 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물며 입법·재정·기타 중요한 일반 국정에 결정적으로 참여하는 권능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인 국회에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국가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으로 부터 위임받은 그들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복하고 또 위협하는 행위는 어떠한 설명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특히 파병안에 찬성한 의원이나 반대한 의원이나 모두 기본인식은 국익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시민단체가 낙선운동을 앞세워 정치권을 궁지로 몰고 간다면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자주적인 소신을 펼치겠는가. 누구든지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고 주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란 말이 있다. 1956년 당시 중국공산당 선전부장인 루딩이(陸定一)가 연설에 자주 쓰면서 유래한 중국 정치구호다. 사회주의 국가에도 유일하고 절대적인 사상으로 국민을 강요할 수 없으며 또 통치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이 백가쟁명이 있었던 것이다. /최 인 진 정치부 차장 ijchoi@kgib.co.kr
25일 오후 1시께 국회의사당앞. 국회가 이날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을 처리하는 것과 관련, 반전시위자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전경대원들은 “명분없는 전쟁에 대한 파병을 반대하는 이 사람들의 주장이 맞다”면서 “위에서 시켜서 나와서 진압을 하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파병 동의안 처리를 저지할 목적으로 모인 시민단체와 시위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집회와 시위를 산발적으로 벌였으며 이중 일부는 국회 의사당 안으로 기습 진입을 시도, 경비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대한민국 정치 중심지 국회의사당에서 이라크전과 관련된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자 이른바 ‘권고적 결의’(민주당), ‘조건부 찬성’(한나라당) 등을 통해 파병안을 통과시키려던 정치권은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청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파병 결정시 스스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 역시 확산되는 반전 여론에다 이라크전 장기화 조짐 및 국제사회의 비판론 고조까지 맞물리면서 파병안 처리대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이날 파병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각각 양분된 상태. 찬성하는 쪽은 50여년간 동맹관계를 형성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만큼 동맹국으로서 도와주는게 당연하며 당면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확고한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반면 반전을 주장하는 쪽은 이번 전쟁은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침략전쟁’으로 헌법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반전시위에 나선 인사들은 찬성론측의 ‘국익론’ 주장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력에 의한 이라크 사태 해결에 정부가 파병까지 하며 편들고 나설 경우, 비슷한 상황인 북핵 문제를 푸는데 ‘전쟁 반대, 평화적 해결’을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설득력있게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민주, 한나라당 모두 본회의에 앞서 가진 의원총회에서 파병동의안에 대한 당론투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유엔 동의를 얻지 못한 명분없는 전쟁에 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또 개혁성향 의원들의 경우 이날 본회의에서 반대토론과 의사진행 발언 등을 통해 동의안 처리를 저지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기도 했다. 당초 파병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찬성론을 개진했던 한나라당의 대다수 의원들도 파병 반대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결국 국회에는 이날 오후 2시께 열 예정이던 본회의를 2시간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았으며 끝내 파병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한채 여야 총무들은 ‘추후 결정’ 즉 연기합의만을 도출하고 말았다. /최 인 진 정치부 차장 ijchoi@kgib.co.kr
안양시 만안구 명학초등학교 4~6학년 반장 및 부반장 어린이 70여명은 최근 임시회가 열리고 있는 시의회를 방문, 시의원들이 시정질의를 지켜봤다. 본회의장에 들어선 학생들은 발 뒤꿈치를 들고 긴장된 모습으로 방청석에 자리를 잡고 의원들의 활동을 주시했다. 코흘리개들의 눈에 시의원들은 어떻게 비춰 졌을까. 박성진군(6년)은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다그치듯 시장에게 질문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렇게 도와주고 저렇게 협조해달라고 말하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장 의원석에는 비워진 자리도 있었으며 회전의자에 등을 기댄 채 졸고 있는 시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아들이나 딸 또는 조카 또래인 초등학생들의 방문을 계기로 안양시의회가 권위와 형식은 벗어 버리고 깊이 있고 노력하는 의회상을 정립해주길 바랬던 게 처음부터 무리였을까. 어린이들을 인솔했던 한 교사는 “주민들에 의해 지역 일꾼으로 선택된 시의원들인만큼 미래의 주역인 초등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거듭 태어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훗날 어린이들이 본회의장에서 눈으로 보고 귀에 담은 말과 행동을 그대로 재현한다면 결국 그 책임은 시의원들이 져야 할 것이다. 시의회를 나서는 어린이들을 바라 보며 뭐라고 딱 부러지게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구 재 원 (제2사회부·안양) kjwoon@kgib.co.kr
미·영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이라크를 공격한지 23일로 나흘째를 맞으면서 전쟁의 여파가 서서히 경기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장 우려되는 보복 테러나 ‘백색공포’와 같은 직접적인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도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쟁이후 첫 주말에 만난 몇몇 지인들은 모두가 전쟁에 대한 우려감과 그 파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심지어 화창한 날씨에 공원을 찾은 일부 어르신들도 삼삼오오 모여 전쟁을 화두로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다행히 미국은 이번 전쟁을 단기전으로 끝내겠다고 밝히고 있고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반전시위가 연일 대규모로 전개되고 있어 누가 보아도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런 가운데 간접적인 전쟁피해들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가 전쟁이 발발한지 이틀만에 도내 중동지역 수출업체들을 점검한 결과, 188개 업체중에서 벌써 6~7개 업체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계속될 수록 피해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불안했던 국내 경제상황에 전쟁여파는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가 전쟁에 대한 도민들의 불안감과 경제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안보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 운영하는 등 발빠른 대책에 나선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손학규 지사가 이같은 불안한 국·내외 정세속에 계절적 재해까지 발생할 경우, 사회적 불안감은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최근 재난재해 우려 지역을 불시에 직접 찾아다니며 대책을 세우는 ‘현장행정’을 펼치는 모습은 불안에만 휩싸인 도민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도정이 전쟁·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모두 걷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도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도 평소와 다른 세밀한 관심과 관찰로 위험요소를 사전에 발견, 해소할 수 있는 생활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다음 공격대상은 북한’이라는 식의 자가발전식 불안감 조성행위는 극히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행위는 자칫 사회적 공포감을 불러와 사회불안까지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불안도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현재의 경제불안이 국내적 요인보다는 외부에 의한 영향이 많다고는 하지만 석유나 전기와 같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간재는 철저히 절약하는 대신 생활수준에 알맞는 소비활동을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 국제 시장의 여파를 줄이고 국내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도민 모두는 한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아니라 두마리, 어쩌면 한꺼번에 서너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각오를 다져야할 시기다. 자기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국내·외적 상황에 따른 국가관과 생활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길 제안해 본다. /정일형기자 ihjung@kgib.co.kr
지난 13일 가평군 종합민원과 기동민원처리 담당으로 근무했던 성일국씨(46)의 갑작스런 순직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동료들은 “정말 아까운 공직자 한분이 세상을 떠났다”며 오열했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사실까지 몰랐던 성씨는 평소와 다름 없이 출근, 근무하던중 몸이 불편해 병원을 찾았으나 당뇨에 합병증까지 겹친 간경화라는 진단과 함께 약 1첩이나 주사 1대 제대로 맞아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았다. 동료들은 부모 형제 없이 부인과 두명의 자식만 남겨둔 채 객지에서 죽음을 맞은 성씨를 위해 3일간 장례를 치러줬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진실하고 따뜻한 동료애가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몸이 조금만 불편해도 병가를 내 며칠씩 출근하지 않는 일부 공직자들에겐 공복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교훈을 남겼다. 강원도 고성군이 고향인 성씨는 지난 71년 고성중학교를 졸업하고 가평으로 이주, 고생 끝에 지난 82년 일용직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그동안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근무했으며 이런 와중에도 지난 86년 지방행정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 주민들과 함께하는 친절한 공직자로 정평이 나있었다. 20여년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세정업무를 비롯 사회, 민방위, 쓰레기매립장 관리업무 등을 담당해오다 지난 2000년 지방행정주사로 승진하면서 종합민원과 기동민원처리 담당으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해결사’역을 자처했다. 지난 87년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돼 군수표창을 비롯 경기도지사 표창 및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비록 이 세상을 떴지만 주민들을 위한 맑으면서 순수했던 열정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고 창 수 (제2사회부·가평) cskho@kgib.co.kr
최근 강현석 고양시장이 취임 후 단행한 인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6급 이상 공무원만 18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인데다 비교적 무난한 실무 위주 인사였기 때문이다. 또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그동안의 공직사회 관례대로 연공서열을 따르기도 했다. 특히 구설수 오른 일부 직원들을 교체하고 덕양과 일산지역 동장을 대폭 맞교환한 건 인사에 숨통을 틀어 주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나 경기도 등 상급기관 출신 젊은 과장들을 본청으로 여럿 불러들인 건 환경·교통문제 등을 풀어가기 위한 영입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초임 사무관자리였던 동사무소에 토박이와 공직경험이 풍부한 고참 공무원들을 내보낸 점에서도 여러 차원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호남 및 행정자치부 출신 양 구청 허가과장을 시 본청 환경보호과장과 건설사업소 개발과장 등으로 각각 불러들인 건 영남 출신인 강 시장이 출신 지역을 따지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설명이 공감을 얻고 있다. 보복성 인사나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인사는 언뜻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산중고’출신들에 대해서만은 매우 인색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구당 위원장들의 거센 인사 청탁은 나름대로 배제했으나 일산중고 출신들을 너무 신뢰했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또 잔 정보에 귀가 얇아 인사 전후 직원 전자게시판에 오른 글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간부급 공무원들은 “일하지 않는 몇몇이 전자게시판에 익명의 글을 올려 시정을 흐리고 있는데도 이들의 주장이 오히려 신뢰를 얻을 경우 조직은 더욱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지켜 보면서 공무원들은 인사란 조직의 100%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논리를 새삼 깨달았을듯 싶다. /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어떤 집이든 옷장속에 해골을 감추고 있다’는 외국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누구나 밖으로 감추고 싶은 비밀 또는 치부가 있게 마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구리시 자원회수시설에 자리잡은 전망대를 볼 때마다 이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일대 최대 명소를 자처하며 개방된지 몇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자원회수시설내 전망대에 배치된 청소전담인력이 단 1명도 없다는 방문객들의 주장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다. 자원회수시설 방문객을 포함, 하루 수십에서 수백명이 방문하고 있는 전망대가 바로 청소행정의 사각지대란 현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전망대는 자원회수시설 굴뚝에 위치하고 있다. 엄연한 사실은 이곳 어디에도 청소전담인력이 1명도 배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소인력이 단 1명도 없다는 얘기는 좀 무리가 있긴 하다. 공익근무요원 2명이 형식적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청소를 전담하는 인력은 아니다. 결국 청소전담인력이 없다는 분석은 맞는 말이다. 이때문에 전망대 곳곳이 먼지로 더럽혀져 있고 악취가 진동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방문객들이 유독 많은 날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 방문객의 설명이 그리 과장된 말같진 않다. 먼지와 악취는 엘리베이터에까지 배어 있었다. 방문객들이 곤혹스러워하며 문명의 이기라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닌다는 게 어쩐지 우스웠다. 최근들어 전망대를 찾는 방문객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달말까지 5만여명을 기록했으며 조만간 10만여명을 넘으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청소전담인력 배치가 시급하다. 그런데도 당국의 관심과 대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구리=한종화기자 jhhan@kgib.co.kr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뿌리인 동시에 중앙정치의 정서도 조성하고 있다. 지방 정치인과 중앙정치인은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으며 중앙정치인의 행동은 지방정치인에게 있어 직간접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정치인이라기 보다 행정가에 무게를 더 두는 기초단체장의 경우 당 공천에 있어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역 국회의원을 포함해 소속 지구당 위원장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지역에는 선거를 전후해 무더기로 당적을 변경하는 일의 악순환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당적 변경에 앞서 밝히는 이들의 변을 들어보면 한결같이 지역 발전과 주민들을 위해 결심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지역의 이익을 위한 결단이었는지는, 이념과 철학은 고사하고 정치적 신조마저 내던진 가운데 권력의 핵을 좇는 이합집산인지 정말 궁금하다. 유권자 대부분은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소속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한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중앙정치 시각에서 투표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상당수가 그 덕택에 배지를 달았고 내 고장을 대표하는 수장도 된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시 기초단체장과 도의원들이 대거 당적을 한나라당으로 옮기면서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던 경기·인천지역에 이번 대선을 계기로 또 다시 당적 변경이라는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이번에는 지방정치인은 물론이고 중앙정치인까지 대거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중앙정치권의 상황으로 볼때 정치적 생명 유지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벌써부터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왜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됐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요즘 안산시가 내년 예산(안) 심의를 놓고 시의회와 일부 시민단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행정기관과 시의회가 파워게임을 하고 이를 시민단체가 부추긴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시의회는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시가 내년 역점 추진사업인 운동장 건립을 위한 예산 250억원과 경정장 타당성 평가 용역비 8천만원 등 모두 550억원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다 시의회는 집행부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대해 부결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미 상정된 ‘안산시 시설관리공단설립을 위한 조례(안)’등 다수의 안건들도 덩달아 발목이 잡혀 있다. 일부 초선 의원들은 의정 경험이 부족, 과시용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있는데다 일부 의원은 “당론(黨論)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주민들의 민의대표기관이란 역할을 포기한지 이미 오래됐다. 이때문에 주민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을 일부 권력자(?)들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마녀사냥식’여론몰이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시화호 중앙을 관통하는 철탑설치공사로 수도권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시화호에 날아오는 철새들이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드는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철탑공사 저지운동은 커녕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9천만원의 행사비까지 챙겼다. 운동장건립 사업비는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예산을 수립할 수 없고 경정장은 시민단체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는 소문이다. 예산안 심의때만 되면 제각각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현상들이 언제나 사라질지 한심하다. /안산=최현식기자 choihs@kgib.co.kr
/강영백 (제2사회부 부천) 지난 9일 발생한 부천시 오정구 작동 성곡새마을금고 작동분소 강도사건은 금융기관의 자체 방범방이 얼마나 허술한 지를 ‘또’한번 보여줬다.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3일 전 관할 부천중부경찰서는 연말연시를 맞아 금융기관 범죄예방과 자위방범체제 구축을 위한 금융기관 대표자 회의를 열어 강·절도 예방요령을 교육하고 자체경비 강화 등을 당부했다. 그런데도 이 새마을금고는 최소한의 방범인력도 배치하지 않았고 결국 속수무책으로 당해 경찰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성곡새마을금고는 비록 남자직원 2명, 여직원 2명 등이 근무하는 소규모이지만 2천만∼5천만원의 거액을 다루면서도 청원경찰도 두지 않은 상태에서 마감이 임박한 시간에 남자직원도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셔터문조차 반쯤 열어두고 여직원 2명이 현금을 정산했다는 건 흉기를 소지한 범인에게 아예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더구나 범인이 침입, 4천여만원의 거액을 갖고 점포 밖으로 달아난 뒤에도 여직원들은 비상벨도 누르지 못한 채 허둥대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금융기관의 자체 방범체제가 심각할 정도로 허술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경찰은 최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강·절도 사건이 잇따르면서 자체 방범망과 폐쇄회로 (CCTV) 설치 및 녹화여부, 청원경찰 배치 등 자위방범체제 확립을 거듭 요청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보았듯 사건 발생 당시 있어야 할 자체 청원경찰을 두지 않은 상태에선 총기나 흉기 등을 든 강·절도범들에겐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법이 갈수록 지능적이고 대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안전 불감증이 사라지지 않고 취약한 방범망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금융기관은 강력범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강인묵(제2사회부 화성) 요즘 화성시 일선 공무원들을 지켜 보면 안타깝다 못해 측은한 생각까지 든다. 대단위 아파트단지 입주에다 잇따른 공장 신축 등으로 관련 업무가 폭주하고 있으나 인원 부족으로 민원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공무원들은 적정한 선에서 인원을 보충해주거나 업무처리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인허가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이처럼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민원인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어 안팎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민원인들 사이에선 화성시가 도내에서 인허가를 받기가 제일 어려운 지자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말 현재 화성시에 접수된 민원은 4만1천14건으로 부서별로는 민원허가과가 1만3천여건으로 가장 많고 환경행정과 7천400여건, 민원봉사과 6천200여건, 주택녹지과 3천800여건 등의 순이었다. 민원허가과 이외의 다른 부서 민원건수가 이처럼 많은 건 민원허가과로 접수된 민원이 다른 부서와 연계돼야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때문에 해당 부서 또는 주무 부서에서 처리하다 담당 공무원이 출장가거나 다른 시급한 업무가 발생하면 접수된 민원에 대한 처리가 늦어지는 게 다반사다. 화성시 공무원이 800여명인 현실을 감안하면 일용직원들까지 포함해 공무원 1명당 50건의 민원을 껴안고 있는 셈이다. 사정은 이런데도 공무원 충원문제는 아무도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민선시대가 열리고 IMF한파까지 겪으면서 충원이나 증원은 마치 ‘군살’을 키우는 조치로 오해받을 우려가 있다며 단체장들은 아예 취임하면 있는 인원까지 감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더미같은 업무를 소신껏 처리하다 보면 차후에 처벌이 뒤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한 공무원의 넋두리가 화성시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의 심각성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같은 공무원이지만 정말 답답하고 부끄럽습니다” 지난 6일 오후 연수구청의 한 사무실에서 CCTV를 통해 구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보던 한 공무원은 불거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리옴 오피스텔 편법분양과 관련, 답변에 나선 M모 과장이 모호함 정도를 지나 무사안일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사무감사에서 M과장은 “단층으로 허가된 건물이 복층으로 분양돼 계약자들의 피해가 불가피 한데 예방책을 세웠나”라는 이재호의원의 질문에 대해“피해 발생 여부는 계약 당사자간의 문제이지 구청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명쾌(?)하게 밝혔다. M과장은 또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건물 내부 바닥 높이 2.5m지점에 콘센트와 텔레비전 인입선 등이 설치된 것은 건축주가 당초부터 복층형 건축을 전제로 한 것아니냐”는 구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건축주가 왜 그렇게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답변할 만한 위치가 안된다”라는 등의 국회 청문회 단골 용어까지 구사했다. “복층 편법분양 사실이 밝혀 졌으니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워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의원의 요구에 대해서도 M과장은 "현재까지 건축법상 불법 행위가 일어나지않았기 때문에 구청이 나설시기가 아니다"라고 잘랐다. M과장이 주장하는 구청이 나설 시기는 아마도 사용검사때로 건축주는 이미 빠져 나가고, 입주자들이 집단으로 구청을 찾아와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아우성을 치는 그때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빤히 보이는데 참...," "답답하다 못해 분통이 터집니다" 동료 공무원의 걱정어린 메아리가 M과장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랄뿐이다. /류제홍(제2사회부) jhyou@kgib.co.kr
“문화재관리청이 문화재 훼손 등을 우려한 나머지 철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어서….” 구리시는 지난 4일 건축주인 충일개발㈜이 제출한 인창동 일대 골프연습장 사용승인 신청을 반려한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시는 이날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어 인창동 산 2의150 일대 정부지정 문화유적지 주변에 들어선 지하 1층 1개 동과 지하 1층, 지상 4층 2개 동 등 3개 동, 연면적 5천여㎡ 규모(54타석)의 골프연습장 사용승인 신청을 반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그동안 사용승인 여부를 놓고 나름대로 세심한 검토절차를 거쳤다”며 “문화재관리청은 물론 상당수 주민들도 사용승인을 반대해 반려하는 게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시의 설명처럼 골프연습장이 문화재 훼손 논란을 불러 일으켜 왔던만큼 사용승인 신청을 반려하는 게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불신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난 99년 12월께 최초로 골프연습장 건축허가를 내준데 이어 다음해 8월께 설계변경 등 건축허가 변경까지 승인해준 상태다. 또 건축주의 요청이라고 하지만 사용검사 신청에 따라 일부 지적사항에 대한 시정 및 보완 등을 요구해 놓고 뒤늦게 사용검사 신청을 반려하는 건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오락가락한 행정의 예를 보여준 셈이다. 시는 주민들과의 접촉이 많고 미치는 영향 또한 큰 공공기관이다. 시청 곳곳에 걸려 있는 ‘만족하는 위민봉사’,‘함께하는 열린시정’등의 시정방침이 왠지 어색해 보였다. /한종화(제2사회부기자)
파주시민들은 50년만에 캠프하우즈를 비롯한 미군부대 5곳이 떠난다는 소식으로 새로운 기대에 부풀어 있었으나 요즘은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군부대가 떠난 자리에 의정부교도소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르면 파주시 조리읍에 위치한 캠프 하우즈가 동두천 케이시로 오는 2006년 이전하면서 그곳에 오는 2008년에 1천억원을 들여 의정부교도소가 옮겨 오게 돼있다. 이 계획은 이미 지난 7월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비준동의안 검토보고서’가 통일외교통상부에서 국회로 넘어가 지난 10월 30일 국회를 통과, 벌써 실무작업에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주시는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오는 2011년까지 반환되는 6개 미군기지를 관광레저단지와 문화시설기반, 남북교류배후도시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1억5천만원의 예산을 세워 내년초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었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을 미리 알아내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한 파주시와 지역출신 국회의원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지방자치시대에 정부가 해당 자치단체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주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시설 이전을 단독으로 계획했다는 점이다. 먼저 미군부대 이전과 교도소 이전계획이 정부차원의 계획이긴 하지만 모처럼 주민들이 활기차게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기초단체와 협의 없이 결정됐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조리읍에 교도소가 들어서면 파주정서를 크게 왜곡시킬 가능성도 높다. 현재 캠프하우즈가 들어선 곳은 통일로를 따라 파주시 관문에 위치해 있으며 통일로에서 불과 100m 떨어져 훤히 들여다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의정부교도소의 파주 이전은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파주 고기석기자 koks@kgib.co.kr
/이지현(한길봉사회 경기도지부장) 나는 어려서나 학교 다닐 적에 적지않은 친구들을 사귀긴 했지만 교우관계가 자유롭진 못했다. 돌아가신 친정 아버님이 워낙 엄하셨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내 친구를 보시고 언행에 좀 흠이 있다고 판단되면 깊이 사귀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리시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잘 이해가 안될지 몰라도 내가 성장할 때만 해도 그런 집안이 적잖았다. 결혼해서도 예외가 되진 못했다. 남편 역시 이웃간 주부일 지라도 자기가 봐서 뭣하면 왕래를 못하도록 나를 제지하곤 하였다. 구닥다리 같지만 그러니까 여자는 어려선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고 늙어서는 아들을 따른다는 삼종지도 가운데 아버지와 남편에 대한 ‘이종’은 한 셈이 된다. 이리하여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혼자 노는 법을 절로 터득하게 됐다. 이젠 취미생활로 익혀진 음악감상, 화초가꾸기, 살림 옮기기 등이 다 이런 혼자 노는 법에서 시작된 것이다. 혼자 노는 법은 이밖에도 많지만 예를 든 음악감상도 그냥 감상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 저기서 마음에 드는 음악을 골라 녹음으로 이리도 편집해보고 저리도 편집해보면 해볼 수록이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화초가꾸기도 그렇다. 화초도 대화의 반응을 보인다고 하면 웃긴다 할지 모르지만 사람의 손이 간만큼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다. 잔 손질 할 때마다 아이와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말을 하다보면 생물이기 때문에 각별한 정을 느낄 수가 있다. 살림 옮기기는 무거워 혼자 들기 힘겨운 것을 하는 게 아니라 가벼운 살림의 배열구도를 바꾸거나 진열을 다시 정리하는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혼자 노는 법에 오랫동안 익숙하다 보니 말 수가 적어져 남에게 ‘거만하다’는 본의 아닌 오해를 받기가 일쑤였다. 하긴 타고난 성격의 자존심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군말을 하기 싫어서 안하는 것 뿐인데도 오해를 받곤 하였다. 혼자 노는 법에서 탈출이 시작된 것은 아이들 학교관계로 어머니회장 일을 보면서부터 였으나 그래도 완전탈출은 불가능했다. 완전탈출은 한길봉사회를 맡고나서였다. 특히 급식봉사를 하면서는 많은 분들을 만나야 했고 많은 얘기를 나눠야 했다. 사람의 성격이란 이래서 달라지는가 할 만큼 지금의 내 성격은 전과 다르다. 누군가가 ‘환경은 제2의 천성을 만든다’고 했다. 이제 공자가 말씀하신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 아직도 우둔하여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진 못하지만 어떻든 지금까지 살면서 맺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매우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지난 10년, 20년이 엊그제 같으면 오는 10년, 20년 또한 어느 새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존의 절대 권력자나 아무리 돈 많은 재벌의 부호일지라도 오만이 용납되지 않는 것이 세월이다. 두 아들이 어느덧 장성하여 사회활동을 하는 터에 내가 나이 먹은 것을 억울하게 여기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가 하는 생각에서 혼자 실소를 터뜨릴 때가 있다. 남편이나 나나 장차 노인이 되어도 따로 살지 자식들에게 의지해 살고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이 역시 마음뿐일지 모른다. 백발노인이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지만 세월 앞엔 장사가 없으니 그 입장이 안된다고 큰 소리 칠순 없는 일이다. 그때 가면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 의지하는 마지막 삼종지도가 되고, 그때 가면 아무래도 혼자 노는 법을 또 재수해야 않겠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