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극복’ 정부의 답변을 기대하며

‘위기다.’

국외도 그렇고 국내도 그렇다. 특히 경기도는 IMF이후 ‘봄날은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반발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괴질이 찾아들고 있다.

미·이 전쟁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우리나라를 비롯한 비산유국의 생산비 가중을 초래하면서 무역경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으며 중국과 홍콩을 중심으로 한 괴질은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당지역 출장은 물론이고 상담회조차 취소토록 해 동남아 수출길을 막고 있다.

아예 정부는 괴질발생지역 및 주변지역의 방문조차 자제토록 요청, 여행업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이런 여파로 최근 국내 체감경기는 어느누구에게 물어봐도 ‘IMF때보다 더하면 더해지 덜하지 않다’고 말한다.

국내 경제비중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의 사정은 더욱 심한 것 같다.

IMF이후 처음으로 도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가 하면 기업체들의 BIS는 71을 기록, 3개월간이 기준치 100에 밑돌고 있다. 또 미·이 전쟁의 여파로 수출에 나섰던 기업들의 선적 및 상담피해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2개 업체 749만불에 달하고 북부지역의 아파트값은 미·이 전쟁이후에는 북한이 대상국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문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벌써 일부 무역업체들은 물품을 수출하고도 외국 수입업체의 부도와 자금난 등으로 수출대금을 떼이는 악성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도민들의 경제사정은 더하다.

15개 들이 고추한다발이 500원대에서 1천500원선으로, 1천500원대하던 양파 한두루미는 4천500원대를 넘어서는등 채소값은 폭등세를 보여 장바구니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잠시 자취를 감췄던 돼지 콜레라까지 발생, 수만마리의 돼지들을 땅에 묻으면서 축산농가들이 시름에서 허덕이고 있다.

어느 한 도청 공무원은 “20여년을 공직에 몸담아 왔지만 경기도에 이같이 많은 위기가 한꺼번에 닥친 때는 없었다”며 “마치 환란을 겪는듯 하다”고 말한다.

또다른 공무원은 “아무리 밤을 새워도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할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위기요인이 외부에서 부터 시작된 만큼 지자체로써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어 도민들에게 죄송스러울 뿐”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도가 비상경제대책반을 편성, 일일 물가동향 파악에 나서고 손학규 지사는 서민들의 현장에서 연일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정부의 안일한 시각이 못내 아쉽다.

이런 경제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IMF때에도 입증됐듯이 외자유치다. 그럼에도 불구, 경기도가 100억불이나 되는 파주 LG필립스 LCD공장을 유치했음에도 정부는 각종 규제를 내세워 난색을 표명하다 뒤늦게 필립스의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적극 지원토록 수정했다는 소식은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또 수많은 외국 투자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도권의 규제도 단지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대통령의 공약’적 시각으로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도 경기도민으로써는 불만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최대 위기를 맞아 ‘경기도의 경제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며 울부짖는 경기도민들의 목소리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기대해 본다.

/정 일 형 정치부 차장

ihjung@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