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노림수 무엇이든 더 이상 용납 안된다

정부의 교전수칙 보완,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한미 양국의 서해 해상훈련도 속시원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아마도 북에 또 당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어제는 또 북한 인민무력부의 정찰총국 간부가 연내 경기도를 목표로 새로운 포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리도 우습게 보였는지 참 답답하다.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분명히 반인도적반인권적 행위이다. 연평도는 북한의 포격 사정권에 있어 늘 불안감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영토에 대놓고 포격을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보란 듯이 일을 벌였지만 우리 정부와 군은 너무도 무기력했다. 북 도발 당시 교전수칙을 어기더라도 국민을 지키려는 군인 정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분통이 터진다. 천안함 사태 이후 또다시 국민에게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줬다.돌이켜 보면 북한의 기습공격 때 서해상에 출격한 전투기가 대응 폭격했어야 했다. 교전 수칙을 운운하고 전면전을 우려해 공격하지 않았다 해도 그것은 비겁한 변명이다. 북의 기습공격에 정부는 언제나 말뿐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매번 되풀이되는 현상에 국민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가 치솟는다.이 대통령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에도 단호하고 분명한 대응을 다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평화로운 연평도에 수백 발의 방사포탄을 쏘아 부었다. 해병대 2명이 국가에 목숨을 바쳤고 민간인 2명이 숨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추가 도발시, 응분의 대가를 외치고 있다. 언제까지 북한에 구두경고만 할지 정말 답답하다. 한미 양국이 최첨단 군사력을 과시하며 서해 훈련을 마쳤지만 북한이 위협을 느낄지는 미지수이다. 위협은 상대방이 공포감을 느끼거나 겁을 먹어 싸우려는 대항의 의지를 상실했을 때 비로소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도발을 일삼았으며 그때마다 우리는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다. 북한이 한미 서해훈련에 맞서 지대공 미사일을 전진배치하고 함정과 미그기를 비상대기시킨데도 그것이 위협을 느껴서 처한 행동으로 보여지지 않는다.한반도에 긴장감이 팽배하더라도 결국 바람 빠진 풍선처럼 수그러든다는 것을 그들은 학습을 통해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따른 노림수는 분명하다. 김정은 권력승계의 조기 안착, 군사적 도발을 통한 북미남북관계 새 판 짜기,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여기에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이 중대 발표라며 세계 이목을 끈 뒤 6자회담 카드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단호한 거부에 북측이 6자회담 무용론을 선전하고 있지만 한반도에 긴장감을 고조시켜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책략이 숨어 있다.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치밀한 계획 아래 연평도 포격이 이뤄졌으며 이런 도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서해 5도는 북한 측으로 볼 때 턱밑에 세워 놓은 칼날과도 같다. 이 때문에 북한은 휴전 이후 서해 5도를 중심으로 분란을 일으켰다. 휴전 이후 처음으로 해상이 아닌 대한민국 영토에 직접 포사격을 감행한 북한이 향후 연평도 뿐만 아니라 서해 5도로 공격대상을 확대할 것이 우려된다. 그들에게도 전면전은 부담스럽지만 국지전은 군부의 힘을 모으고 대한민국에게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지금 연평도는 유령도시로 변했지만 연평도를 버릴 수 없다. 서해 5도에서 밀리면 한반도 서쪽을 모두 내어 줄 수 밖에 없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가는 영토를 수호해야 하며 국민들이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더 이상 앵무새 같이 반복되는 강력 대처는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언제까지 공짜 밥 타령만 할 건가

바람이 차다.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 온 한파에 서민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겨울은 없는 사람들에겐 여간 고약한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더우면 그늘진 곳을 찾아 옷이라도 벗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추위에 얼어붙는 몸은 피할 곳이 없으면 낭패다. 점심약속이 없는 날이면 습관처럼 찾아가는 곳이 있다. 경기일보에서 걸어 채 3분이 안되는 곳에 따뜻한 마음이 있어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녹색복지회(구 한길봉사회)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다. 그곳에서 제공하는 점심 한 끼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적게는 하루 100명, 많은 경우 200명을 넘기도 한다. 통상적인 점심시간은 12시지만 이곳에서의 점심시간은 11시면 시작된다. 아침마저도 거른 노인들을 위한 배려에서다. 처음엔 점심 못 먹는 노인들이 이렇게 많은가 의아했다. 물론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노인들도 꽤 눈에 띈다. 며느리가 차려주는 점심이 부담스러워서 인 경우도 있고 홀로 사는 노인들은 혼자 먹는 게 싫어서라고 한다. 공통적인 건 모두 다 외로운 노인들이란 거다. 그들에겐 막 지은 밥과 국만으로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 또래 노인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신세한탄도 늘어놓을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요즘처럼 날씨가 춥거나 비라도 내릴라치면 걱정이 앞선다. 경로당 한편에 마련된 무료급식소는 너무나 비좁아 비바람을 피해 밥을 먹을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 날이 좋을 때는 인근 만석공원이나 급식소 한편에 자리를 잡으면 그만이지만 비라도 내리면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식당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추위에 떠는 노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안 좋다.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준다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경기침체 여파로 지방자치단체마다 세수가 줄어 난린데 무상급식비까지 마련하려니 기타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뜩이나 적은 복지예산을 무상급식에 쓰고 나면 정작 필요한 데는 쓰지 못한다는 거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예산에서 무상급식비 조달을 위해 교육 관련 각종 시설 및 사업비 2천800억원을 삭감키로 했다. 그 중에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 특별지도비도 포함됐다고 한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 특별지도는 교육 균등을 위한 학생복지사업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공짜밥 한 끼만 생각하고 학력이 부진한 학생의 미래는 생각지 않는 처사다. 안산시의 경우 초등학교 3~6학년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대신 기초수급 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자녀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방과후 축구배구교실 등을 폐지키로 했다. 돈 내고 밥 먹을 수 있는 아이들까지 공짜 밥을 먹이려다 피해를 보는 건 오히려 저소득층 아이들인 것이다. 무료급식 대상이 전체 학생인 것도 아니다. 수원의 경우 초등학교 5~6학년이 대상이다. 공짜로 밥먹는 아이들이 기가 죽을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는데 그러면 나머지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그리고 중고등학생은 기가 죽어도 된다는 건지 도무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얼마 전 염태영 수원시장이 녹색복지회를 다녀갔다고 한다. 열악한 상황을 보고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가건물이라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단다. 수원시라고 딱히 재정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어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말인데 무상급식을 지자체별로 생색내듯 추진할 게 아니라 국가가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어떨까. 지금은 취약계층이 어떡하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을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도 부족할 때다.박 정 임문화부장

시·군 운동부 해체 도미노와 道의 방관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경기도 엘리트 체육이 10월 성남시의 12개 직장운동부 퇴출 발표에 이어 지난 9일 용인시도 21개 종목 중 11개 종목에 대한 구조조정 발표로 휘청거리고 있다.도내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23개 직장운동부를 운영 중인 수원시와 더불어 소위 빅3로 불리던 이들 두 지자체의 직장운동부 연쇄 퇴출은 동하계 전국체육대회에서 동반 9연패를 달성한 경기도 체육계에 메가톤급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도내 체육계에서는 성남시와 용인시의 직장운동부 대규모 구조조정이 다른 시군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고 있다.시군 직장운동부는 경기도가 1981년 인천광역시와 분리된 뒤 수원시, 안양시, 성남시, 평택시, 부천시 등 대도시들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연쇄 창단하면서 경기도가 전국체육대회에서 1986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경상남도 대회까지 통산 19차례이자 9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밑거름이 되었다.이로 인해 경기도는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가는 핵심으로 부상했을 뿐 아니라 다른 시도에도 영향을 끼쳐 전국적으로 직장운동부 활성에 기여했고, 그동안 취업 문이 좁았던 운동선수들에게 기회가 확대돼 한국체육이 세계 톱10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잇따른 시군 지자체들의 직장운동부 구조조정으로 인해 경기도의 전력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많은 우수선수와 지도자들이 대량 실직을 면치 못하게 됐다.이들 지자체들의 구조조정 이유에 명분은 충분히 있다. 그동안 도내 상당수 지자체들은 도민체전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무분별한 팀 창단을 해왔고, 이에 따른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구조조정에 들어간 지자체들이 재정악화와 생활체육과의 형평성 문제, 방만한 운영을 해온 직장운동부를 수술대에 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문제는 국가나 자체단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최고의 홍보수단으로서 스포츠를 간과하고 있는 점과 그동안 시군의 투자 덕에 체육웅도라는 명성을 들으며 영화를 누렸던 경기도와 도체육회가 사전 대응치 못하고 뒤늦게 여론에 밀려 수습에 나선 것에 일선 체육인들은 서운함을 넘어 분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성남시와 용인시의 퇴출 대상에 들어 있는 종목 가운데 성남시의 경우 여자 레슬링, 용인시는 여자 핸드볼과 여자 체조팀이 도내 유일의 팀이고, 성남시 궁도(성남), 보디빌딩(용인) 등은 전국체전에서 경기도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팀들이다.또한 경기도가 전국동계체전에서 지난 2002년부터 서울시의 독주를 저지하고 올해까지 9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 역시 시군들의 팀 육성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것을 간과할 수 없다.상황이 이런데도 시군들은 원칙없는 구조조정으로 경기체육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고 있고, 이에 도와 도체육회는 시군 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이라며 방관자적인 입장 만 견지하고 있다. 경기도가 동하계 전국체전에서 동반 9연패를 이루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때마다 자신들이 이뤄낸 치적으로 과시만 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딴판의 모습이다.이제라도 경기도가 진정으로 체육웅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도와 도체육회가 나서서 시군의 직장운동부 운영에 따른 문제점 및 어려움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김연아, 박찬호, 신지애 등 수 많은 스타들이 국외에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처럼 스포츠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한 분야라는 것을 지방자치 행정에 반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 선 학체육부장

아름다운 화음 위한 교육현장 소통 필요

#높이가 다른 2개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렸을 때의 합성음이 화음이다.최근 남자의 자격이라는 방송프로그램에서 30여명의 합창단원이 보여준 화음은 그야말로 판타지였다. 대부분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합창단원들의 목소리였지만 그들이 들려준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밑거름이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방송에서 보여 준 합창단원들은 각기 다른 삶의 현장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해오다 합창제에 나가기 위해 급조됐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화음은 몇달만에 만들어진 합창단의 실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이 들려준 목소리에 학창시절 보잘품 없고 자그마한 합창단실에서 단원들과 화음을 맞추며 연습했던 시간이 오버랩됐다.내가 다니던 대학 합창단도 많은 단원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정기연주회에 설때면 35명 안팎의 단원들이 멋진 화음에 매료됐고, 힘들고 기나긴 여정속에서도 함께 기쁨을 만끽한 시절이 떠오른다.관객에게 아름다운 화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뒷받침 돼야 한다. 합창단원을 이끌어가는 지휘자의 실력과 카리스마가 중요하다. 특히 합창단원들이 지휘자를 믿고 따라야 하며 합창단원 간에도 서로 신뢰하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처럼 복합적인 여러가지 요소가 한데 어울려 모나지 않게 둥글게 굴러가야 한다. 각종 합창대회나 관객 앞에 섰을 때 지휘자는 관객을 등지고 선다. 지휘자는 합창단원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과장된 얼굴표정 등을 표현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듬으로써 관객들에게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지난 9월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주요 골자는 체벌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금지, 두발복장의 개성 존중 및 두발길이 규제 금지, 학생동의 아래 소지품 검사 등이다. 학생인권조례가 10월 5일 공포시행되면서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상당수 학교들이 두발길이를 규제하지 않는 등 발빠른 대처를 하고 있지만 체벌 등을 두고 서는 혼란스러운 모습이다.일선 교사들이 당황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 3월 신학기부터 본격 시행된다면 학교 현장에서 적지 않은 마찰과 혼란이 예상된다. 학교별로 학교생활인권규정개정 심의위원회를 구성, 인권조례에 부합하도록 학칙 및 규정을 제개정하기 위해 준비중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예전처럼 선생님들로부터 체벌을 당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일부 교사들의 폭력은 자행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권조례가 필요한지 모른다.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이같은 인권조례 시행으로는 학교현장이 혼란스러울 것으로 우려,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교과부의 초중등 교육법 개정 주요 골자는 학생인권 문제를 학칙으로 제한하는 권한을 학교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체벌 전면금지에 대해 반발, 교육적 벌 허용을 촉구했다.이들은 학교질서 붕괴 현상 심화, 학생의 학습권 및 교사의 교수권 침해사례 급증 등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정,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교총의 교육적 벌 허용 촉구 등 모두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 서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방법만 다르다. 서로가 자기들의 목소리만 낸다면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 불협화음이 내는 소리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에게 돌아간다.교과부와 경기도교육청, 교원단체는 합창단의 지휘자다. 불협화음이 아닌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 있도록 서로 고민하고 소통해야 한다. 2011년 학교현장이 평온하길 기대한다.정 근 호 사회부장

중국이 몰려온다

수년 전 기자협회 교류차원에서 이뤄진 중국방문 때의 일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일행은 중국 모 항공사의 비행기가 10시간 넘게 연착되는 바람에 머나먼 중국땅에서 볼모(?)신세가 돼버렸다. 어떤 해명이나 설명 없이 공항 이곳저곳으로 끌려 다니고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어두컴컴한 숙소로 이동한 뒤에야 비행기 본체 내부에서 발생한 자그마한 화재 때문인 것을 알았다. 오랜 기다림 속에 간신히 서울에 도착했으나 타고온 비행기가 교체된 것이 아닌 화재가 난 비행기라는 사실에 또 한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중국인들의 태도와 시선이었다.항의와 불만을 쏟아내는 한국 승객들에게 그들 대다수는 그럴수도 있지라며 너무 태평한 모습 그 자체였다. 특히 일부 현지인들은 항의하는 한국인들에게 노골적인 표정으로 비난을 보냈다.당시 기자는 도대체 저들의 행동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했다. 중앙집권적 구조에서 태생된 순종성 탓인지 아니면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초강대국으로 변모하는 그들의 나라 중국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지는 자신의 조국 중국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것을.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보다 뒤쳐졌다고 여긴 중국의 발전은 그야말로 초고속이다. 세계인 눈에 비친 중국은 경제 르네상스의 역동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초강대국 그 자체다. 중국은 최근 일본의 국민총생산을 따라잡고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빠르면 10년, 늦어도 20년 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이에 걸맞게 중국의 대외적인 태도도 크게 달라졌다. 중국은 위안화를 통해 전세계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등 미국과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파상 공세에 굴하지 않고 반덤핑 관세 부과 등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모로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 경제에까지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이번 환율 전쟁은 높은 기술력과 저렴한 비용을 앞세운 우리 수출기업으로는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주식시장은 물론 외환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과의 관광 상관관계에 있어 갑과 을이 뒤바뀐 지도 오래다. 전세계로 쏟아져 나오는 중국인 관광객은 연평균 10%씩 늘어 올해 안에 5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세계 여행업계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중국의 국경절 연휴 기간에만 6만명에 가까운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아 800억원 이상 돈을 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듯 거대한 공룡 중국의 변화바람은 우리나라에는 태풍급으로 다가오며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하지만 우리 정관계를 비롯해 경제분야, 국민 개개인들은 업그레이드된 중국의 활동상과 위상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하고 있는지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일본과의 국경분쟁에서 사실상 승리하고, 경제력에 자신감을 얻은 중국 수뇌부가 북한과의 우호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우리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20여년간 경제적인 우위 속에 호시절을 누렸던 우리는 이제 중국의 경제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또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고자 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은 물론 백두산, 이어도의 영토 주장도 더욱 노골화될 것이 자명하다. 외교는 힘의 논리다. 이들을 욕하고 탓하고만 있기에는 국제사회는 냉엄한 현실이다. 사소한 것을 두고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며 싸우고 있는 사이 이웃 중국은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극일도 못했는데 벌써 극중의 시대가 됐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G20 정상회담에 경기도가 나서라

G20정상회담이 다음달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VIP들이 건국 이래 최대 규모로 한국에 들어온다. 또 이들은 G20 회담과 별도로 정상 간에 회담을 갖고 자국과 세계적인 현안에 대해 국가 간 협조 방안을 논의한다.회담 참가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20개국의 정상들과 함께 스페인, 에티오피아 등 초청받은 5개국 정상들이다. 그러나 이들 정상 못지않게 세계적인 주요인사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과 정상들을 수행하는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다. 더욱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비롯 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20여명이 참석하는 B20(G20 비즈니스 서밋)이 정상회담 하루 전에 열린다. 이들은 12개 주제별 작업반(워킹그룹)에 주재자(컨비너)로 직접 참여하고 한국 기업인으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15개 기업 대표가 참석한다.그야말로 세계 정치와 경제의 큰 별들이 무더기로 한국에 들어온다.그리고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뉴스메이커들로 대회기간 중의 발언은 물론이거니와 행선지 하나하나가 이슈 거리다. 이미 경주에서는 재무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들 회의에 제공하는 경북 영주사과가 관심거리가 됐다. 여수 세계엑스포조직위는 정상회담을 통한 이벤트를 벌이는 등 국제적 이슈에 지자체마다 마케팅이 한창이다. 서울은 급속한 산업 도시의 이미지가 아닌 유네스코 지정 디자인 도시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분주하다.그런데 G20에 경기도가 보이지 않는다. 비밀리에 추진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서울 행사라고 치부해 애초부터 기획조차 하지 않은 것인지 드러난 것이 없다. 지난해 9월 G20 회의를 개최했던 지붕 없는 지옥으로 불린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는 정상회담 개최 이후 녹색의 젊은 도시로 이미지 변신을 했다. 서른 살의 젊은 시장 루크 레이번스탈은 여세를 몰아 국제 컨퍼런스 7개를 유치했고 투자유치를 위해 상하이와 서울을 방문했다.피츠버그 시장은 성공요인을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이라고 밝혔다. 피츠버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신기술 생명공학분야의 핵심적인 곳을 안내했고 이들이 좋은 느낌을 갖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온 3천500명의 기자가 7천여건의 기사를 쏟아냈다고 밝혔다.경기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이 대목이다. 이번 G20에 동행하는 외신기자가 1천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정상회담 의제뿐만 아니라 개최국의 이미지를 찾기를 원한다.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과 관련된 자료를 찾고 경쟁언론들과 다른 스토리를 원한다.경기도의 고민이 여기에 있어야 한다. 정상회담의 장소가 아니더라도 개최지와 인접한 경기도가 전략적으로 나서야 할 일들이 많다는 의미다. 경기도의 이미지를 알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처럼 경기도가 먼저 외신들에게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수천달러의 홍보광고보다 수백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기사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IT단지를 통한 투자설명회는 기본이다. 또 성공한 스포츠 스타라도 내세워야 한다. 박지성 도로에서 김연아의 아이스링크는 물론 쌀도자기 등 경기도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찾아야 하고 도 전체가 홍보에 나서야 한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행사 전에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지사가 직접 나서 벌이는 경기도 투어도 좋다. 서울에서 펼쳐진다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외신들에게 전화를 돌려 취재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역동적인 경기도를 기대해 본다. /최 종 식 정치부장

전국체전 개최지 점수 퍼주기 유감

전국 16개 시도 2만4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0월6일부터 12일까지 7일간 열전을 펼쳤던 스포츠 축제 제91회 전국체육대회가 경기도의 9연속 종합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개인과 소속팀, 고장의 명예를 걸고 치러지는 전국체전은 회를 거듭하며 많은 신기록과 우수선수를 배출, 세계 톱10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체육의 성장 밑거름이 돼 왔다.이번 전국체전에서 경기도는 출전 사상 처음으로 종합우승 9연패를 달성, 대한민국 체육을 앞장서 이끄는 웅도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특히 각종 운영방안 개선으로 개최지에 많은 특전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타 시도의 견제를 뚫고 정상을 수성한 것은, 2011년 경기도에서 개최되는 92회 대회에서의 10연패 달성은 물론 앞으로 연승행진을 늘려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하지만 대회를 주최하는 대한체육회의 계속되는 개최지 편들어주기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스포츠 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데서 아쉬움이 남는다.대한체육회는 2000년대 초부터 개최 시도의 요구에 따라 기존의 토너먼트 종목에 시드(seed)를 배정해주는 방식에 덧붙여 개최지가 기록종목에서 획득한 점수의 20%를 더해주는 가산점 제도를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국군체육부대의 7개 구기종목 팀을 개최지 소속으로 뛰도록 했으며, 올해 경남 전국체전에서는 이도 부족한지 체급 종목에 대해 개최지만 전 종별 모든 체급 출전을 허용하고 나머지 15개 시도는 각 종별에 1체급씩 출전을 제한하는 운영방식을 시행했다.엄청난 혜택을 바탕으로 안방에서 종합우승을 달성하려는 개최지의 목적에 주최측인 대한체육회가 장단을 맞춰주는 꼴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특점 덕에 지난 2001년에는 개최지인 충남이 사상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었고, 최근 10년 동안 개최 시도는 선수층이 취약한 제주도와 울산광역시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3위 이상으로 성적이 수직 상승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올해 개최지인 경남은 2만점 가까운 프리미엄에 편승해 50년 만에 종합 2위를 차지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스포츠는 경기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려 승자는 기쁨과 희열을 느끼고, 패자는 쓰라린 아픔과 좌절 속에 새로운 도전의식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엘리트체육 최고의 대회로 손꼽혀 온 전국체전이 투자와 노력보다는 편법에 편승해 정상에 오르려는 시도의 잘못된 목표의식과 이에 대한체육회의 행정이 뒷받침되면서 오히려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를 빚고 있다.만년 우승권 밖에 있던 시도들이 개최지의 이점을 살려 정상에 오르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스포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프라 구축과 우수선수의 발굴육성,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이 돼 피나는 노력과 함께 어우러져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경기도가 이번 전국체전에서 9연패를 달성한 것은 단순히 도세(道勢)가 크고, 인구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981년 인천광역시와 분리된 이후 우수선수 발굴육성과 전국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직장운동부 운영, 도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의 많은 투자가 이뤄낸 결실이다.다른 시도도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로 엘리트체육 발전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편법이 아닌 정상적 방법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전국체전이 명실공히 최고 권위의 대회로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균등한 기회를 통해 정당한 경쟁으로 공정한 판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개최지에 대한 과도한 특전 부여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황 선 학 체육부장

2012년 대선과 손학규 그리고 김문수

대선을 2년 앞두고 민주당은 변화를 택했다. 진보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되 중도 나아가 보수층까지 끌어 안을 수 있는 역동성을 원했으며 그 중심에 민선 3기 경기도를 이끌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7월 당 대표에서 물러난 지 꼭 2년 3개월만에 당 대표직에 귀환했다. 이번이 두번째 맡은 당 대표이지만 그 의미가 남다르다. 손 대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내 빅 3(손학규, 정동영, 정세균)간 진검승부에서 승리함에 따라 차기 대권 주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손 대표의 화려한 귀환은 시대의 부름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시흥에서 태어나 경기고, 서울대(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인하서강대 교수, 국회의원(14~16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거쳐 경기지사를 지낼 때까지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과 연이 없었다. 그런 그가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대통합민주당에 합류, 정동영 대선후보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대통합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대표로서 당을 이끌어 80석 이상의 당선을 이끌어 냈다. 이후 당 대표를 내놓고 강원도 춘천에 칩거하면서도 당이 힘들 때마다 앞장서 당을 추스리는 역할을 하며 재보선의 불패신화로 만들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속에서 민주당은 손학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고 느꼈을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경기지사 재임시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면서 파주LG-필립스LCD공장을 유치하는 등 141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고 77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2006년 6월에는 지사직을 내려놓자 마자 100일 민심 대장정에 올라 전국의 서민과 함께 현장에서 울고 웃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대학시절부터 반독재 투쟁과 노동, 빈민 운동가로 활약한 손학규 대표. 그가 동과 서, 진보와 개혁, 수도권과 지방, 세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민주당, 600만 표를 되찾오겠다는 약속을 2년뒤에 지킬 수 있을 지 초미의 관심사다.이 시점에서 김문수 경기지사가 떠오르는 것은 차기 대권과 무관하지 않다.경북 영천출신의 김 지사는 4H운동과 야학운동 등 농민운동을 했으며 환경관리기사, 안전관리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8개나 취득하고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그는 노동자 입장을 대변하며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통해 부천 소사(151617대)에서 금배지를 달 만큼 진보성향의 지지자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받고있다. 대선에서 영남지역당이란 이미지를 벗고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수도권 우량주인 김 지사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를 반증하듯 김 지사의 지지율은 올 초 1~3%대에서 12.1%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는 민선 4기에 이어 경기지사로는 처음으로 재선에 선출되면서 1천100만 도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외롭고 소외받는 이를 위해 무한돌봄을 실천했으며 경기도내 곳곳을 돌며 직접 택시를 몰았다. 실질적인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택시기사들의 근무시간과 동일해야 한다는 필자의 조언을 흘려듣지 않는 김 지사는 새벽부터 교대시간 전까지 사납금을 벌기 위해 운전대를 잡으며 도로를 누볐다. 이 같은 행동이 도정의 일환이라 할 지라도 대권을 위한 행보라는 시각에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면 김 지사는 교통의 혁명인 GTX구축을 들고 나왔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외자유치에 몰두하며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고 목청을 높이는 김문수 지사. 그는 지난 8월 GTX 포럼을 정식발족하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지만 당내 박근혜 전 대표라는 산을 넘어야 하고 좌파 운동권 출신인 과거 행적에 대한 보수층의 부정적 인식 타파 및 이념적 의문 등을 명확히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민주당의 103 선거 결과는 전국을 총선, 대선 정국으로 치닫게 했다. 2012년 대선에서 봄철 따뜻한 바람같은 손학규 전 지사와 가을의 청명한 바람같은 김문수 지사의 양자 대결구도로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본다. 김창학 지역사회 부장

올 겨울 밥상이 걱정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마음부터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각종 봉사단체 회원들이다. 불우이웃들이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일이 김장이다. 반드시 불우이웃이 아니더라도 독거 노인이나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이들이 전달해 주는 김장김치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그런데 이들 봉사단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배추 값이 하루가 멀다하고 뛰어 오르더니 급기야 포기당 1만원을 넘어섰다. 소비자 가격은 1만5천원까지 치솟았다고 하니 김치가 아닌 금(金)치란 말이 실감이 난다. 일반 가정에서조차 김치 대신 나물이며 튀김 종류로 밥상이 바뀌고 있는 형편에 김장김치를 담궈줄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매년 이맘 때면 배추 값이 오르긴 했었다. 추석 명절을 전후해 소비가 느는 데다 김장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었다. 그러나 올핸 상황이 다르다. 봄에도 배추 값은 포기당 5천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3월까지 이어진 폭설에 비까지 잦아 산지 가격을 부추겼던 것이다. 신선한 밥상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예년에 비해 역시 두세배 오른 시금치와 냉이 등 봄나물 가격에 놀라 장바구니에 담을까 말까 고민만 하다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배추는 날씨에 민감하다. 올해는 특히 비가 많이 와 뿌리가 활착을 못하게 돼 평균 600㎡당 5톤 한 대 정도 수확하던 것이 1천500㎡에서도 한 대 분량을 채우기 어려웠다. 추석 연휴를 이용해 대관령을 여행한 한 선배는 기대했던 배추밭의 장관을 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대관령 안반덕은 200만㎡에 달하는 광활한 배추밭인데 이미 붉은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여름에도 선선한 대관령 고지대에 30도가 넘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배추들이 속썩음병이 생겨 조기수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생육이 부진하니 작황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물량이 달린 것이 당연하다.반면 준고랭지 배추밭은 거꾸로 출하가 늦어지고 있다. 예년이면 지금쯤 출하돼야 하지만 날씨 탓으로 배추 생장이 늦어지면서 이달 중순 경에나 출하가 가능할 걸로 예상됐다. 그나마 해남지방의 월동 배추가 출하될 거란 기대를 했지만 추석을 전후한 기습 폭우로 출하 시기를 맞추기 어려워 배추 가격은 좀처럼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무, 대파 값도 만만치 않다. 고추 역시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잦은 비로 건조가 어려워 태양초고추라는 말은 아예 사라질 위기다. 벌써부터 4인 기준 김장김치 비용이 예년에 비해 4배 정도 더 들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김치조합에 가입된 90여개 중소김치제조업체들이 일시 가동을 중단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돈을 줘도 배추를 못 사고 김치를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학교에 김치를 납품하는 업체는 연초에 계약한 단가 이상 줄 수 없다는 학교 측 답변에 계약을 해지해야 할 처지다. 우리 자녀들이 먹는 급식에서마저 배추김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결식노인 무료급식소 등도 급식일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점심 한 끼 따뜻한 밥상을 기대했던 노인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이래저래 어려운 사람들만 죽을 맛이다. 아무리 날씨 탓이라고 해도 이렇게 가다간 올 겨울 밥상에서는 아예 김장 김치를 찾아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가 오늘 김장 배추 수급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절임 배추를 수입하고 월동배추를 앞당겨 출하하는 등의 대책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간 유통상인의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겉핥기식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박 정 임 문화부장

나눔실천으로 행복은 두배

#우리 옛말에 곳간서 인심난다(내 형편이 좋으면 남을 챙겨준다), 家給成市(가급성시넉넉한 살림으로 인정을 베풀어 문전이 성시를 이룬다), 禮儀生富足(예의생부족살림이 넉넉해지면 예의도 지키게 된다)이란 말이 있다.의미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 모두 경제적 뒷받침속에서 남을 챙길수 있는 마음과 예의를 가지게 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 뒷받침이 된다면 남을 돌볼 여유가 가진 것 없는 사람보다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꼭 경제적 뒷받침이 돼야만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아름다운 모습을 사회곳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 우리는 어떤 마음과 모습을 보였을까. 추석전인 지난 18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마련한 나눔문화대축제가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기부, 자원봉사, 기업 사회공헌 등의 활동을 망라한 나눔을 주제로 열린 행사였다.이명박 대통령은 이날과 20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빈부 격차가 심할수록 가진 사람이 나눔의 마음을 가지면 사회가 따뜻해질 것이라며 우리국민이 모두 어떤 형편에 있든지 어떤 입장에 있든지 서로 나눔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기부형태도 다양해지고 떡볶이집 할머니, 위안부피해 할머니 등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올 1월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순익 할머니(82)는 유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그는 장례비용을 제외한 절반을 소년소녀가장을위해, 나머지 절반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써달라고 당부했다.이에 따라 유산중 5천400여만원이 소년소녀가장에 쓰일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됐다.서울서 20여년간 떡볶이를 팔아 온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정연 할머니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펼치는 행복하 유산캠페인에 동참, 전세금, 예금 등 2천300만원 전 재산을 기부했다.또 올해 2월 돌아가신 옥탑방 할머니 김춘희 여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자신이 살던 옥탑방 전세금 1천500만원을 사후에 기부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는 약속대로 남은 재산과 장기, 시신까지 기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떡볶이 할머니, 옥탑방 할머니, 영구임대아파트에 보증금 172만원을 선뜻 내놓은 60대 등은 살림은 넉넉하지 않지만 마음이 넉넉했기 때문에 선뜻 기부를 한 것이다.#본보는 올들어 매주 금요일 나눔그리고 행복이라는 기획물을 다루면서 각지에서 묵묵히 주변의 이웃을 찾아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봉사활동을 벌이는 주부에서부터, 낭랑한 목소리를 이용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대학생과 고교생이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영어 등 무료로 과외를 해주는 봉사 등 다양한 모습을 취재했다.유명인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의 평범한 주부, 학생들도 나눔에 동참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얼마전 전현직 대기업 CEO들이 CEO 지식나눔 창립식을 가졌다. 서울대 명예교수들도 복지관 문화센터 등으로 무료 출장 강연을 하는 등 지식기부도 늘어나고 있다.최장 9일의 긴 추석연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동안 그동안 찾아보지 못한 고마운 분들을 찾거나 자녀들과 함께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돈은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중요하고 좋은 곳에 잘 써서 사회에 보탬이 된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 부자가 별건가 남한테 얻으러 안가고 그저 먹고 사니 내가 부자라는 유산기부 할머니의 말을 가슴에 되새겨보자. 정근호 사회부장

추석과 공정한 경제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가을 수확철의 넉넉함이 담겨 있는 연중 으뜸 명절이다. 기자도 어린시절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추석시즌만 되면 맘이 둥둥 뜨면서 명절의 기분을 한껏 만끽하곤 했다. 이런 이유에는 추석이 다가오면 들판에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들이 영글면서 만물이 다 풍성해지는 결실의 계절 분위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어린시절에는 쏠쏠한 명절 용돈이 생겨 1년 중 제일 부자행세를 한 추억이 있었고, 어른이 되어선 이웃이나 지인 간에 주고받는 작은 정성에 훈훈함이 더해진 부분도 추석 명절의 한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올 추석을 맞는 주부, 회사원, 중소기업인, 농민 등 각계각층의 대다수 서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예전의 추석분위기를 좀체 찾아볼 수 없다. 들뜬 분위기는커녕 추석이 귀찮기라도 한 듯 풀이 한껏 죽어 있는 상태다.올 들어 되풀이된 혹한에다 혹서, 메가톤급 태풍까지 몰아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황폐해진 농촌 들녘과 배추, 무, 사과, 배 등 장바구니 물가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상승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사실 그 누구도 추석이 왔다고 해서 웃음을 머금을 수는 없을 것이다.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다. 천만명이 넘는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고 대부분이 설레는 마음으로 부모나 친척이 있는 농촌으로 향한다. 그리고 점점 힘들어하는 농촌현실을 보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농자재 비용도 나오지 않는 쌀값에서부터 어떤 작물을 재배해도 수익성이 없는데 농사꾼이 땅을 그냥 둘 수 없어 또 씨앗을 뿌린다는 이야기에 가슴 뭉클해 진다.어쩔 수 없는 농촌현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농민들은 유통문제만 나오면 분노한다. 정부가 야속하기만 하다. 대형할인점에서 3천원짜리 배추를 팔 때도 농촌에서는 1천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땀흘려 지은 농산물의 소득이 농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지만 개선될 기미가 없다.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지만 고질적인 병폐인 복잡하고 낙후된 유통체계로 농민과 소비자 어느 누구도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도매상과 경매 과정을 거친뒤 중도매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복잡한 유통구조가 그 원인으로 평균적인 농축산물 소비자가격 중 55.9%는 유통비용마진으로 파악될 정도다.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화훼류의 경우도 고정 거래처 부족과 과도한 유통마진 등 낙후된 수출구조로 농가 실익이 없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리는 등 농축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전반 곳곳에서 유통상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이제라도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유통구조 개선을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채택해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최근 우리 사회에 던져진 가장 큰 화두는 공정한 사회로 연일 공정성 신드롬이 불고 있다. 특히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연이어 낙마하고,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혜채용건까지 발생하면서 공정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공정성에 대한 화두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만 집착(?)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질적으로 서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경제 전반적으로 공정 바람이 불어 대대적인 수술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어쩌면 이번 추석에 가장 절실한 공정사회는 일한 만큼 농민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공정하게 만들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추석날 떠오를 밝디밝은 보름달처럼 투명한 공정한 경제가 뿌리내려 모두가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명절분위기를 느꼈으면 한다. 이용성 경제부장

개천의 용이 승천할 수 없는 사회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현대판 음서인 특채의 부끄러운 단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명환 전 장관이 이 땅의 아버지들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내고 속속 터지는 자치단체의 속내에 젊은이들은 다시 한번 좌절하고 있다. 외교부가 총동원돼 장관의 딸에게 유리하도록 심사위원을 조정하고 내부 심사위원 2명은 사실상 만점을 주고 차점자에게는 낮은 점수를 주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합격시킨 사실은 충격적이다. 더욱이 추가로 드러난 대사 자녀의 특채 등은 절망감을 더해 준다. 문제는 이같은 특채가 빙산의 일각이라는데 있다.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이미 정권이 바뀌거나 지방권력이 이동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잃거나 새로 들어갔다.이같은 권력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뿌리깊다. 산하기관이나 위탁기관의 직원들 상당수가 이런저런 연줄을 통해서 차지하고 있다.그들 모두 채용 절차를 거치지만 결코 공정하지 않다. 그들도 공정하지 않은 것을 안다. 말 그대로 특채공화국이다.청와대가 공정한 사회를 설명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말에 희망을 갖고 공감하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다. 젊은이들은 이미 우리사회가 개천의 용이 승천할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사회의 성장 배경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성공신화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월드비전에 몸 담았던 한비야씨는 해외 구호활동가들과 대화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것이 한국의 교육열이었다고 한다. 전쟁중에도 빈 천막에 모인 아이 대부분이 아침을 먹지 않았고 점심도 싸오지 않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로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성장의 주역으로 성장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세계적으로도 이같은 구호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출발부터가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SKY 대학에 보내려면 부모의 경제력이 아닌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엄청난 교육비를 들이지 않으면 경쟁할 수 없는데다 그 규모가 부모가 부담할 수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의미다. 개천의 용이 사라지고 있는 중요한 이유다. 또 이미 뿌리깊게 자리잡은 현대판 음서다. 외교관에서 시설관리공단 하급 직원까지 연줄로 들어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어쩜 정치권은 이 연줄이 훨씬 더 단단하다. 그리고 이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조선시대 음서는 직급상향에 일정한 제한과 당사자들의 부끄러움이라도 있었지만 현대판 음서는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젊은이들은 직급이 좋고 낮음을 떠나 이같은 사회구조에 좌절하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KBS 2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이 특채와 대비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훈훈함을 전해주고 있다. 전국합창경연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오합지졸(합창분야)들이 피나는 연습을 하며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아버지 스펙을 이용해 선망받는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혹독한 과정을 거쳐 어엿한 합창단원이 되어 가는 과정에 시청자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카리스마 넘치는 박칼린 음악감독에 많은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것도 지도자로서의 냉엄함 그리고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성공 등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아나운서가 혼이나고 눈물을 글썽일 때는 시청자들도 함께 아파했다. 반전과 반전을 통해 성공적인 하모니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평가를 받는 모습은 비록 큰 용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 과정을 인정할 수 있는 작은 용들이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다. 최종식 정치부장

김문수 경기지사와 낙마한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말바꾸기로 일관, 썩은 양파를 벗기는 느낌이라는 혹평까지 받은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달 29일 지명 21일만에 결국 자진사퇴했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지난 2000년 6월 이후 낙마한 총리 후보자는 국민의 정부 당시 장상, 장대환 후보자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김 후보자의 전격적인 사퇴와 더불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도 자진사퇴했다. 이로써 총리 및 장관 인사검증과정에서 사퇴, 인준을 외치며 대립각을 세웠던 여야간 대치국면은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인사청문회란 대통령이 행정부 고위 공직자 임명 시 국회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청문회 낙마인사를 보면 윤성식 감사원장(2003년 9월26일국회 본회의 표결결과 부결), 김병준 부총리(2006년 8월8일논문표절 의혹 등), 이춘호 여성부 장관(2008년 2월28일부동산 의혹 등), 남주홍 통일부 장관(2008년 2월27일자녀 이중국적 등), 박은경 환경부 장관(2008년 2월28일부동산 의혹 등), 천성관 검찰총장(2009년 7월14일스폰서 의혹, 거짓말 등)이 있다.지난 1971년 김종필 총리(당시 45세) 지명 이후 39년만에 40대 총리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김 후보자. 그는 농고출신, 소 장수 아들임을 내세우며 정의세상을 외치고 서민과의 소통을 자신했다. 그런 그가 국회 인준을 앞두고 전격사퇴했다.그러나 이같은 김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청문회 이튿날 이미 예견됐다. 선거비용 10억원 은행대출 및 스폰서 의혹, 부인의 관용차 사적 운용 등은 차치하더라도 국민에게 한 거짓말은 절대 용서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2007년 이후에 박 전 회장을 처음 만났다고 주장했으나 지난 2006년 박 전 회장과 골프를 쳤다는 명백한 물증이 제시됐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는 공명정대해야 할 공직자의 씻을 수 없는 과오다. 오죽했으면 시골 마을회관에 모인 노인들조차 김태호 후보를 낙마시켜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을까.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광화문의 개인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저는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돼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사퇴배경을 설명했다.지금 정치권은 88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가 증인 불출석과 자료 미비, 부실 답변 등의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정치권에서 각종 개선안이 제시되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총리 후보자 및 장관 내정자의 도덕성과 자질, 업무수행 능력 등을 내실있게 검증하기 어렵고 정치공방만 되풀이된다는 판단에서다.이 시점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의 청와대를 향한 날선 비난이 새삼 떠오른다. 김 지사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 발표와 관련, 우리나라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예측이 전혀 안된 채 지도자를 뽑아 놓고 취임하자마자 찬스만 있으면 물러나라 한다. 그러니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몇달 갈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 사람이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믿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깜짝 총리 후보자는 그렇게 서민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만 남기고 떠났다. 김 지사는 차기 대권 도전 여부와 관련해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않았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권행보를 한다고 말이 많은데 달을 안보고 손가락만 보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1천100만 도민을 머슴처럼 섬기겠다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김 지사. 그가 총리후보로 낙점된다면 청문회 자리에서 어떤 의혹과 공방이 오갈 지 자못 궁금하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시·군 체육단체 정치적 중립성 고려를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1개 시군의 자치단체장이 새 얼굴로 바뀌면서 두 달이 지난 현재 시군마다 전임 단체장이 임명한 산하 기관장들의 퇴진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는 과거 관선 단체장 시절과는 달리 민선시대에 들어서며 4년마다 겪는 정기적인 홍역으로, 새로 선출된 지방 자치단체장이 행사하는 고유의 인사권한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특히 민선 5기 단체장을 뽑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는 전례없이 31개 시군 가운데 무려 19개 시군에서 야당인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당선되면서 산하 기관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됐었다.시군 산하 기관 중 체육 분야의 체육회, 생활체육회 등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당수 시군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사무국장들의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인 가운데, 몇몇 시군을 제외하고는 교체설만 무성할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이들 사무국장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이들 가운데 일부는 새 지방 자치단체장 취임과 동시에 사표를 제출한 뒤 처분만 기다리는 국장들이 있는가하면, 일부는 잔여 임기를 내세워 소위 버티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하지만 현임 사무국장들 역시 모두 전임 단체장의 정치적 배려에 의한 정무직으로 임명된 인사들이 대부분이기에 버티기로 일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신들 역시 전임 단체장이 임명한 사무국장들을 사퇴시키고 임명됐기 때문이다.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정무직인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사무국장들 외에도 일부 시군에서는 사무국 직원들까지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체육회, 생활체육회 직원 중 일부는 자치단체장의 입김에 의해 현직을 발령받아 근무하는 직원도 있지만, 상당수는 공개 채용과정을 통해 정치적인 연관성 없이 전문성을 살려 취업한 직원들도 많다는 것이다.이들을 전임 단체장 사람으로 일방 매도해 사퇴시키려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다. 설령 이 들이 전임 단체장들의 선거 등에 관여했다해도 이는 당연직 체육회장인 자치단체장이나 윗선의 입김, 어쩔 수 없는 분위기에 따라 관여될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체육회와 생활체육회를 포함한 각 시군의 산하 기관에 새로운 단체장의 자기사람 심기는 지방자치시대에 어찌 할 수 없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를 통해 단체장이 된 시장군수가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보답으로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당연지사다.문제는 언제까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체육관련 단체에 비전문가를 단체장의 측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임명해, 체육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행정의 연속성을 기하지 못한 채 시군체육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제자리걸음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이에 대해 매년 열리고 있는 경기도체육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경기도체육회는 자치단체장 교체에 따른 시군체육회 사무국장의 교체로 적어도 1~2년 동안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은 채 겨우 업무적인 협조가 이뤄질만하면 다시 교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무국장의 정치적인 교체가 불가피하다면 이들에 대한 임기를 자치단체장과 함께하는 규정 개정이 필요하며, 일반 직원들에 대한 정치적인 중립과 정년보장 등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대한민국 최고를 지향하는 경기도 체육의 주춧돌인 시군 체육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서는 현 자치단체장들부터 이의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시민의 화합을 통해 일하는 단체장이라면 지난 2007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오세창 시장이 전임 시장 때 임명한 체육회 사무국장이 사표를 제출하자 그동안 고생했는 데 함께가자고 반려했다는 일화처럼 넓은 포용력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성별영향평가, 여성만을 위한 제도 아니다

경기도가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09년도 성별영향평가 추진실적 종합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최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동안 도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균등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는 등 실질적인 양성평등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실제 도는 성별영향평가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 성평등기본조례를 제정,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또 성평등정책 책임관제와 조정회의를 통한 정책조정 및 집행기능을 강화했다. 여성부는 이번 평가를 위해 중앙행정기관 34곳과 광역지자체 16곳, 기초자치단체 232곳, 시도 교육청 16곳 등 모두 298개 기관을 평가했다.성별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과는 달리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용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 남녀가 처한 현실을 고려해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게 만든 제도다. 지난 1995년 제4차 UN세계여성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돼 현재 영국과 캐나다, UN 등 40여개 국가 및 국제기구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본격 추진돼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성별영향평가가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게 화장실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여성용 변기를 남성용의 1.5배 이상이 되도록 공중화장실법을 고쳤다. 여성의 하루 화장실 이용 횟수가 7.7회인데 비해 남성은 5.5회에 머무는데다 1회 이용 시간에서도 여성이 3분으로 남성(1분24초)의 두배를 넘는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법무부의 수용환경개선 사업의 경우 여자수용자를 고려한 다양한 시설이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신축공사과정에서 반영됐다. 경찰청 지구대 환경개선 사업에서는 여성경찰관을 고려한 휴게시설 설치로 이어졌다. 지하철과 버스 손잡이의 높이도 여성의 키를 감안해 낮아졌다. 도내에서는 경기도 장학관 운영사업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경기도 장학관은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설치됐지만 2008년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여학생의 장학관 입사 요구가 남학생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이를 감안, 시설보수 공사를 실시한 결과 여학생 입사 비율이 월등히 높아졌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성별영향평가와 관련해 여성들만 편해지도록 하는 제도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더 빈번하게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여성과 관련된 사항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아니다. 당뇨병 검진의 경우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임신 시 필수적으로 실시하는 당뇨병 가능성 검사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남성들도 건강검진 시 조기에 당뇨병을 발견할 수 있도록 검사항목에 당뇨병 가능성 항목을 포함시켰다.남성들만 사용하는 시설에서도 다양한 시설이 설치됐다. 여자아이를 동반한 남성들을 위해 남자화장실에 유아용 변기시트를 설치했으며 휴게소에 기저귀 교환대나 젖병을 물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도 성별영향평가의 결실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도시계획에 있어서 어린이, 여성, 노인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김포신도시, 광교신도시에 이어 동탄2신도시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실시, 여성보행을 고려한 도로포장, 방범 취약지역에 CCTV설치, 친환경 산책로 설치 등을 설계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생활조건이 남녀 모두가 일과 가족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 공간을 요구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거둘 때 도민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임 문화부장

여름방학, 진정한 봉사의 기쁨 배웠으면

문유지족자(蚊有知足者). 장자의 잡편에 나오는 말이다. 제(齊)나라 환공의 고사로, 공의 피를 빨지 않고 그대로 물러가는 예(禮)를 아는 모기와 공의 피를 빨고는 곧 물러가는 만족을 아는 모기가 있었다. 모기도 만족한 것을 아는 것이 있을 정도로 사람은 만족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비유다. 초중고교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을 위한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20여일이 지나고 있다. 수 많은 학생들이 성과가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학원이나 특기적성을 살리기 위한 활동으로 분주했을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중고교생은 자신에게 부여된 3년 동안 60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자원봉사처를 찾기 보다는 학부모들이 정해 준, 좀 더 쉬운 봉사처를 찾은 학생들이 주를 이뤘을 것으로 보인다.7차 교육과정에 따라 2001년부터 시작된 중고교생들의 자원봉사. 학생들은 내신 성적 반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봉사에 참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학생들의 자원봉사 활성화 분위기는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학생들의 인성 등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을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내신 성적에 반영이 안되고 건실한 직장을 갖고 있는 성인이라면 과연 자원봉사를 찾아서 할 것인가다. 더욱이 학생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부모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시간 때우기식 봉사활동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부분 경찰서나 우체국,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지만 인원한정으로 인해 경쟁률이 치열하다. 반면 요양시설 등은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몇해 전 한 개그맨의 유행어가 생각난다. 그까이꺼 뭐 대충대충. 한 동안 우리에게 웃음을 크게 선사한 유행어지만 잠시 웃고 지나는 것으로 그쳐야지 학생들이 이 말처럼 행동한다면 큰일이다. 쉬운 봉사활동만 찾고 봉사활동도 대충대충. 자신에게 주어진 3~4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보내기 행태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근절되도록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하지만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관을 확립하며 보람을 느끼기는 학생도 많다. 필자가 아는 지인의 딸인 한 여고생은 방학을 맞아 유아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복지시설은 교통편이 좋지 않아 복지시설에서 봉사하고 활동하는 시간과 복지시설을 방문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비슷할 정도다. 이러한 교통불편을 아랑곳하지 않고 여고생은 봉사를 통해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며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다양한 자원봉사처를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해도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자원봉사처를 중계할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하고, 이를 통해 나를 알고 우리라는 공동체를 깨닫는다면 결코 스펙을 위한 봉사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다. 학생들이 나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느낄 수 있는 자원봉사가 행해져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한 뒤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어른이나 학교, 자원봉사 관계자 등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 학생들이여 지금이라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봉사 활동처를 찾아 도전하길 바란다. 여름방학이 다 가기 전에 말이다. 정근호 사회부장

슈퍼실버와 빈곤실버

자신만의 경제개념을 앞세운 슈퍼실버가 뜨고 있다. 자식에게 전 재산을 아낌없이 상속하고 손주들을 돌보며 내리사랑을 베풀어 온 이 사회의 아버지, 어머니 모습이 점차 변하고 있는 것이다.급속도로 이어지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는 내힘으로 살겠다는 강한 의지들이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재산목록 1위인 주택을 매달 연금처럼 노후 생활비를 받는 제도인 역(逆)모기지론 신청자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천명을 넘더니 올들어 이미 900명을 돌파, 1년사이 2천명에 육박할 조짐이다.과거 주택은 자식 몫으로 유산의 일부분이라는 사회통념을 과감히 깨버린 것으로 나이가 들어 자식들에게 의지하는 기존 생활패턴을 옛말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평생을 자녀를 위해 열과 성을 바친만큼 이제는 효도를 받아야 한다는 초슈퍼 실버까지 등장했다.기자와 평소 두터운 정을 나누는 한 지인의 부친은 얼마전 자식들에게 한통의 메일을 보냈다. 이 노신사는 메일 첫 문장에 안경, 메이커 옷, 신발, 골프채, 화장품 등 10여가지는 하늘로 가기전까지 자신이 절대 살수 없는 품목이라며 그동안 키워준 부모에 대한 최소한 예의로 앞으로 이 품목이 떨어지기 전에 꼭 사오라고 선포를 했다.선뜻 듣기에 어느 드라마같은 지인 식구의 후속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비교적 무난한 성격인 자식형제들은 각자 경제사정에 맞게 품목들을 나눠 키워주신 보답(?)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이렇듯 어느정도의 경제력과 자신감을 앞세운 슈퍼실버들이 급변하는 사회의 단면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슈퍼실버들이 노인중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100만명의 독거노인이 거주하고 있는 등 상당수 노인들은 과거의 화려함은 뒤로한채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또 전체 노인가구의 3분의1이상의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빈곤 상태에 있는 등 상당수는 초절정 빈곤실버로 지내며 외로움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00년대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뒤 앞으로 10년내 14%를 돌파해 고령사회에 도달, 빈곤실버를 더 양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고령화 및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경제의 동력을 되살려 노인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프랑스와 스웨덴처럼 출산 및 양육을 국가 책임으로 인식, 공공보육 지원, 가족수당 지급 등 획기적인 정책을 동원해 복지국가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급선무는 노인들에 대한 공경은 커녕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된 노인편견을 불식시키는 것이다.언제부턴가 노인에 대해선 그들의 열성적인 젊은 시절을 인정하지 않고 무작정 거리감을 두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부류라는 인식하에 무시성으로 일관했다. 노인복지가 젊은이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든지 국가재정이 복지에 과다 투입돼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한편으로 타당해 보이지만 엄밀히 이같은 주장은 애써 노인들이 일궈 논 열매를 혼자서 먹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조선시대 말 고종황제의 밀사 역할까지 한 미국인 헐버트는 이 세상에서 관습적인 노인 복지가 가장 완벽하게 된 나라조선이라고 했는가 하면 미국 공사를 역임한 샌즈의 회고록에도 나의 노년을 위해 조선 땅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극찬했다고 한다.이 말속에는 경제적인 원인보다는 노인들에 대한 공경의 정신에 있다. 이같이 외국인들에 비친 노인천국이 불과 100년만에 부끄러운 한국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가 없다. 따라서 슈퍼실버에 대해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빈곤실버를 해소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희망을 주는 경기도의회를 기대하며…

8대 경기도의회가 첫 임시회를 마쳤다. 원구성을 두고 첫날부터 정회 등으로 파행을 겪은 도의회는 상임위원장직을 요구하는 교육의원들의 농성 등 마찰이 끊이질 않았다. 시작부터 도의회의 운영이 만만하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교육의원들의 강경한 입장은 자칫 경기교육까지 파행으로 몰고 갈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한 도의회이지만 출발부터 도민들에게 희망보다는 짜증스러운 소식들이 더 많은 것은 안타깝다. 도의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도의원이 정당공천을 받은 이상 소속 정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본질은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다. 도의원을 선출해 준 도민이어야 한다. 도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의정활동의 가장 기본이자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명분보다는 실리다. 민주당은 원구성을 앞두고 7대 도의회에서의 한나라당의 독주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사과요구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원구성에 걸림돌이 돼 시간을 지연시킨 것이 도민의 입장에서 타당한지 생각해 볼 문제다. 어쩌면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도민들의 투표 그 자체가 한나라당의 독선에 심판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명분이 아니다. 다음으로 원구성과 관련, 여성의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한나라당의 경우 42명의 의원 중 6명의 여성 의원이 있고 재선 이상도 3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에 여성 의원을 1명도 배려하지 않았다. 또 4명의 몫인 윤리특위에도 여성을 배려하지 않았으며, 예결특위에는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도 여성 의원을 배제했다. 여성이기에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원으로서 대변해야 할 사안이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민주당은 62지방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된 무상급식은 여소야대를 만든 하나의 힘이 됐다. 실제 교육의원의 상당수가 민주당의 정책과 비슷한 진보진영 의원들이 당선됐다. 달리 말하면 정당 소속은 없어도 민주당의 정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구성비율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정치력 부재 속에 교육위원회는 단 한차례도 상임위를 열지 못하고 결국 폐회됐다. 더 큰 마찰이 있기 전에 민주당의 정치력 발휘가 절실한 시점이다.김문수 경기지사는 선거 이후 여소야대와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도의회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제 아무리 좋은 사안이라도 도의회가 부결시키면 집행할 수 없는 현실적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도내 주요정책은 도의회의 손에 달려있다는 의미이다. 4대강을 비롯한 정치적 사안을 원구성과 함께 곧바로 특위로 추진한 민주당의 모습은 이런 측면에서 성급해 보인다. 정치적 논리에 쫓기지 말고 특위를 구성해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사전에 따져보아도 늦지 않다. 경기도가 특위활동을 할 만큼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조사해도 늦지 않다.8대 경기도의회의 출발이 불안불안하지만 그래도 도민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우선 도의회는 도 정책에 대한 검증을 차근차근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많은 초선의원들이 의욕을 갖고 집행부 감시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그 자체로 경기도정이 다시 한번 검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집행부 입장에서도 여소야대 의회에서 검증받은 사안이라면 오히려 힘 있게 집행할 수 있다.이것이 도민들이 기대하는 도의원의 역할이다. 또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의회가 돼야 한다. 최종식 정치부장

시장·군수의 좌우명을 듣고 싶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채 발행 제한에 나섰다.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지 열흘 만이다. 민선 4기 때 3천222억원 규모의 호화 청사로 논란을 빚은 성남시는 지난 12일 LH에 지급해야 할 돈 5천200억원이 없으니 차차 갚겠다고 발표했다.지난해 11월 인공섬 건설 등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국영개발업체 두바이 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외국의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남시가 처음이다.더욱이 시 재정자립도가 전국 시 평균(40%)보다 37% 포인트나 높은 편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고 파장 또한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성남시의 재정상태가 파산될 정도였나. 일부러 빚을 갚지 않으려 하는 것 아니냐. 전임 시장과의 선긋기다며 곱잖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시장은 국토해양부와 대립각을 세운 뒤 위례신도시 카드를 꺼냈다.위례신도시 시행 참여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행정업무 협조를 거부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그러나 실시계획이 승인된 상황에서 위례신도시 사업 참여 요구는 억지다. 부지를 제공한 시가 제외된 것은 안타깝지만 위례신도시 지분은 일찌감치 LH와 서울시가 각각 75%, 25%로 확정돼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다.이런 가운데 시는 이재명 시장의 공약을 이행하려고 개발계획이 승인된 1공단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미 6년여에 걸쳐 확정된 도시기본계획과 개발계획을 모두 원점으로 되돌리고 수천억원이 예상되는 공원조성 사업비를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시의 이중적 행태에 할 말을 잊는다.이 시장은 진위가 무엇이든 공무원들의 임금삭감이나 동결, 재정의 효율적 분배 등 자신의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그렇지 않을 경우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고 시민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한순간에 짓밟는 무책임한 행동이다.성남시 사태가 아니더라도 지방 재정문제는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였다. 선출직 시장군수들은 선거를 의식해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대규모 투자사업을 추진, 시 재정을 악화시켰고 적자 재정을 메우기 위한 지방채 발행으로 이어졌다.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재정파탄을 막은 것이지만 부담은 후임 단체장과 주민에게 고스란히 떠안겨졌다.이 같은 위기의식은 지난 20일 열린 민선 5기 경기도내 첫 시장군수 정책회의에서 소속 정당을 떠나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부분의 단체장이 정부의 예산조기집행, 전임 시장의 무리한 사업추진 등으로 재정이 바닥이 났다고 하소연하며 특단의 대책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했다.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부는 지자체의 호화청사 건립 및 선심성 행사축제 금지 등 지방정부의 재정건전화를 위한 종합처방을 내놓았다. 분야별 내부 감사 시스템 구축은 물론, 재정위기가 심한 지자체의 인건비를 줄이고 지방채 발행, 일정규모 신규 투자사업 추진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의 이 같은 규제가 아니더라도 자치단체장은 주민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행사, 공약 이행을 이유로 한 무리한 신규 사업 추진 등 포퓰리즘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자제해야 한다.백범 김구선생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발걸음 하나도 어지러이 마라/ 오늘 내가 걸어 가는 발자취는/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라는 서산대사의 선시(禪詩)를 민선 5기 자치단체장이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남아공월드컵과 한국축구의 미래

지난 6월11일부터 한 달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2010 남아공월드컵. 지난 12일 열린 결승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이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토털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를 꺾고 80년 대회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우리에게도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온 국민이 열광했고, 이 기간 국민들은 평소 일상생활을 할 때보다 83.5%가 더 행복했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비록 16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16강전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1골 차로 패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룬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스페인의 우승으로 끝난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유난히도 이변이 많았던 대회였고, 세계축구의 변방이나 다름없었던 아시아 축구가 한국과 일본의 동반 16강 진출로 세계축구의 중심으로 다가선 대회였다.아무리 축구공이 둥글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지만 이번 남아공월드컵처럼 예상밖의 결과를 쏟아낸 월드컵도 드물다.이 같은 결과를 놓고 볼 때 한국축구가 한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낸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하지만 이번 남아공월드컵의 결과에 만족한 채 안주할 수만은 없다. 한국축구는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넘어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뛰어가야 하기 때문이다.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높은 산으로 여겼던 남미, 유럽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태극전사들이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빅리그에 진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펼치며 경험을 터득한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육상과 수영 등과 같이 서구 선수들과의 체격체질 등 신체적인 조건에 따라 기량 차이를 겪는 종목과는 달리, 축구는 체격 조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체격이 작은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우리에게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술적인 측면 역시 우리나라도 최근 유소년축구교실 등을 통해 조기교육을 하고 있어 능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문제는 우리의 축구풍토다. 유럽과 남미의 선수들이 유소년 시절 기본기에 충실한 즐기는 축구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진학문제, 지도자 자리 보존 등의 이유 때문에 어려서부터 기본기는 무시된 채 철저하게 승부에 집착하는 이기는 축구만을 배우고 있다.이와 함께 천연 잔디구장의 부족으로 어려서부터 맨땅이나, 인조잔디 구장 등에서 훈련을 해와 성인 선수가 되면 천연잔디에 대한 부적응으로 슈팅을 허공에 날리고, 드리블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또 다른 문제는 정부와 국민적인 무관심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드문 대규모 길거리 응원문화가 정착했지만 이는 월드컵 기간에만 보여주는 관심일 뿐. 아마추어 축구는 물론이고 프로축구 경기장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와 배구, 농구에 비해 텅 빈 관중석을 두고 경기를 펼치는 것이 한국축구의 현 주소다.인구 400만명의 우루과이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우리와 비교할 때 월등한 체격조건, 많은 축구인구 때문만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기본기에 충실한 축구교육과 수많은 천연잔디구장, 축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세계적인 축구 강국을 만든 것이다.한국축구도 월드컵 첫 원정 16강을 뛰어넘어 8강, 4강, 우승까지 넘볼 수 있도록 기본을 다지고, 정부와 국민의 뜨거운 관심이 환희와 감동으로 되돌아오도록, 준비를 시작할 때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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