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에서 말바꾸기로 일관, 썩은 양파를 벗기는 느낌이라는 혹평까지 받은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달 29일 지명 21일만에 결국 자진사퇴했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지난 2000년 6월 이후 낙마한 총리 후보자는 국민의 정부 당시 장상, 장대환 후보자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김 후보자의 전격적인 사퇴와 더불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도 자진사퇴했다. 이로써 총리 및 장관 인사검증과정에서 사퇴, 인준을 외치며 대립각을 세웠던 여야간 대치국면은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인사청문회란 대통령이 행정부 고위 공직자 임명 시 국회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청문회 낙마인사를 보면 윤성식 감사원장(2003년 9월26일국회 본회의 표결결과 부결), 김병준 부총리(2006년 8월8일논문표절 의혹 등), 이춘호 여성부 장관(2008년 2월28일부동산 의혹 등), 남주홍 통일부 장관(2008년 2월27일자녀 이중국적 등), 박은경 환경부 장관(2008년 2월28일부동산 의혹 등), 천성관 검찰총장(2009년 7월14일스폰서 의혹, 거짓말 등)이 있다.지난 1971년 김종필 총리(당시 45세) 지명 이후 39년만에 40대 총리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김 후보자. 그는 농고출신, 소 장수 아들임을 내세우며 정의세상을 외치고 서민과의 소통을 자신했다. 그런 그가 국회 인준을 앞두고 전격사퇴했다.그러나 이같은 김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청문회 이튿날 이미 예견됐다. 선거비용 10억원 은행대출 및 스폰서 의혹, 부인의 관용차 사적 운용 등은 차치하더라도 국민에게 한 거짓말은 절대 용서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2007년 이후에 박 전 회장을 처음 만났다고 주장했으나 지난 2006년 박 전 회장과 골프를 쳤다는 명백한 물증이 제시됐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는 공명정대해야 할 공직자의 씻을 수 없는 과오다. 오죽했으면 시골 마을회관에 모인 노인들조차 김태호 후보를 낙마시켜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을까.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광화문의 개인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저는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돼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사퇴배경을 설명했다.지금 정치권은 88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가 증인 불출석과 자료 미비, 부실 답변 등의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정치권에서 각종 개선안이 제시되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총리 후보자 및 장관 내정자의 도덕성과 자질, 업무수행 능력 등을 내실있게 검증하기 어렵고 정치공방만 되풀이된다는 판단에서다.이 시점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의 청와대를 향한 날선 비난이 새삼 떠오른다. 김 지사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 발표와 관련, 우리나라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예측이 전혀 안된 채 지도자를 뽑아 놓고 취임하자마자 찬스만 있으면 물러나라 한다. 그러니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몇달 갈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 사람이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믿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깜짝 총리 후보자는 그렇게 서민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만 남기고 떠났다. 김 지사는 차기 대권 도전 여부와 관련해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않았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권행보를 한다고 말이 많은데 달을 안보고 손가락만 보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1천100만 도민을 머슴처럼 섬기겠다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김 지사. 그가 총리후보로 낙점된다면 청문회 자리에서 어떤 의혹과 공방이 오갈 지 자못 궁금하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오피니언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2010-09-02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