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교전수칙 보완,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한미 양국의 서해 해상훈련도 속시원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아마도 북에 또 당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어제는 또 북한 인민무력부의 정찰총국 간부가 연내 경기도를 목표로 새로운 포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리도 우습게 보였는지 참 답답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분명히 반인도적·반인권적 행위이다. 연평도는 북한의 포격 사정권에 있어 늘 불안감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영토에 대놓고 포격을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보란 듯이 일을 벌였지만 우리 정부와 군은 너무도 무기력했다. 북 도발 당시 교전수칙을 어기더라도 국민을 지키려는 군인 정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분통이 터진다. 천안함 사태 이후 또다시 국민에게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줬다.
돌이켜 보면 북한의 기습공격 때 서해상에 출격한 전투기가 대응 폭격했어야 했다. 교전 수칙을 운운하고 전면전을 우려해 공격하지 않았다 해도 그것은 비겁한 변명이다. 북의 기습공격에 정부는 언제나 말뿐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매번 되풀이되는 현상에 국민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가 치솟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에도 ‘단호하고 분명한’ 대응을 다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평화로운 연평도에 수백 발의 방사포탄을 쏘아 부었다. 해병대 2명이 국가에 목숨을 바쳤고 민간인 2명이 숨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추가 도발시…”, “응분의 대가”를 외치고 있다. 언제까지 북한에 구두경고만 할지 정말 답답하다. 한미 양국이 최첨단 군사력을 과시하며 서해 훈련을 마쳤지만 북한이 위협을 느낄지는 미지수이다. 위협은 상대방이 공포감을 느끼거나 겁을 먹어 싸우려는 대항의 의지를 상실했을 때 비로소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도발을 일삼았으며 그때마다 우리는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다. 북한이 한미 서해훈련에 맞서 지대공 미사일을 전진배치하고 함정과 미그기를 비상대기시킨데도 그것이 위협을 느껴서 처한 행동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한반도에 긴장감이 팽배하더라도 결국 바람 빠진 풍선처럼 수그러든다는 것을 그들은 학습을 통해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따른 노림수는 분명하다. 김정은 권력승계의 조기 안착, 군사적 도발을 통한 북미·남북관계 새 판 짜기,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여기에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이 중대 발표라며 세계 이목을 끈 뒤 6자회담 카드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단호한 거부에 북측이 6자회담 무용론을 선전하고 있지만 한반도에 긴장감을 고조시켜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책략이 숨어 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치밀한 계획 아래 연평도 포격이 이뤄졌으며 이런 도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서해 5도는 북한 측으로 볼 때 턱밑에 세워 놓은 칼날과도 같다. 이 때문에 북한은 휴전 이후 서해 5도를 중심으로 분란을 일으켰다. 휴전 이후 처음으로 해상이 아닌 대한민국 영토에 직접 포사격을 감행한 북한이 향후 연평도 뿐만 아니라 서해 5도로 공격대상을 확대할 것이 우려된다. 그들에게도 전면전은 부담스럽지만 국지전은 군부의 힘을 모으고 대한민국에게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금 연평도는 유령도시로 변했지만 연평도를 버릴 수 없다. 서해 5도에서 밀리면 한반도 서쪽을 모두 내어 줄 수 밖에 없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가는 영토를 수호해야 하며 국민들이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더 이상 앵무새 같이 반복되는 “강력 대처”는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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