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몰려온다

수년 전 기자협회 교류차원에서 이뤄진 중국방문 때의 일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일행은 중국 모 항공사의 비행기가 10시간 넘게 연착되는 바람에 머나먼 중국땅에서 볼모(?)신세가 돼버렸다.

 

어떤 해명이나 설명 없이 공항 이곳저곳으로 끌려 다니고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어두컴컴한 숙소로 이동한 뒤에야 비행기 본체 내부에서 발생한 자그마한 화재 때문인 것을 알았다. 오랜 기다림 속에 간신히 서울에 도착했으나 타고온 비행기가 교체된 것이 아닌 화재가 난 비행기라는 사실에 또 한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중국인들의 태도와 시선이었다.

 

항의와 불만을 쏟아내는 한국 승객들에게 그들 대다수는 “그럴수도 있지”라며 너무 태평한 모습 그 자체였다. 특히 일부 현지인들은 항의하는 한국인들에게 노골적인 표정으로 비난을 보냈다.

 

당시 기자는 도대체 저들의 행동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했다. 중앙집권적 구조에서 태생된 순종성 탓인지 아니면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초강대국으로 변모하는 그들의 나라 중국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지는 자신의 조국 중국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것을.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보다 뒤쳐졌다고 여긴 중국의 발전은 그야말로 초고속이다. 세계인 눈에 비친 중국은 경제 르네상스의 역동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초강대국 그 자체다.

 

중국은 최근 일본의 국민총생산을 따라잡고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빠르면 10년, 늦어도 20년 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중국의 대외적인 태도도 크게 달라졌다. 중국은 위안화를 통해 전세계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등 미국과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파상 공세에 굴하지 않고 반덤핑 관세 부과 등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모로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 경제에까지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번 환율 전쟁은 높은 기술력과 저렴한 비용을 앞세운 우리 수출기업으로는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주식시장은 물론 외환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과의 관광 상관관계에 있어 갑과 을이 뒤바뀐 지도 오래다. 전세계로 쏟아져 나오는 중국인 관광객은 연평균 10%씩 늘어 올해 안에 5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세계 여행업계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중국의 국경절 연휴 기간에만 6만명에 가까운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아 800억원 이상 돈을 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듯 거대한 공룡 중국의 변화바람은 우리나라에는 태풍급으로 다가오며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관계를 비롯해 경제분야, 국민 개개인들은 업그레이드된 중국의 활동상과 위상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하고 있는지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일본과의 국경분쟁에서 사실상 승리하고, 경제력에 자신감을 얻은 중국 수뇌부가 북한과의 우호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우리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20여년간 경제적인 우위 속에 호시절을 누렸던 우리는 이제 중국의 경제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고자 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은 물론 백두산, 이어도의 영토 주장도 더욱 노골화될 것이 자명하다.

 

외교는 힘의 논리다. 이들을 욕하고 탓하고만 있기에는 국제사회는 냉엄한 현실이다. 사소한 것을 두고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며 싸우고 있는 사이 이웃 중국은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극일도 못했는데 벌써 극중의 시대가 됐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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