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금지 표시가 보이지 않아 일방통행 도로인 줄 몰랐습니다.” 16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골목길. 이곳 일대는 일방통행과 양방향 통행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차선을 혼동한 운전자들이 역주행하기 쉬운 곳이다. 하지만 노면 곳곳에 적힌 일방통행을 알리는 글씨와 역주행 금지 화살표들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지워져 있었다. 일방통행 구간에서 역주행하던 한 차량이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을 보고 황급히 후진하기도 했다. 운전자 오영환씨(가명·50대)는 “노면 표시가 지워져 있거나 표지판이 가려져 있어 본의 아니게 역주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밤에는 더 보이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군포시 산본로의 이면도로도 마찬가지. 우회전으로 진입하면 안 된다는 노면 표시가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어, 불법주차된 차들로 가려진 상태였다. 더욱이 진입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지역 일방통행 도로에 노면 표시나 안전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운전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시청역 참사에 이어 역주행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교통시설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는 총 1천457건이다. 연도별로 2019년 232건, 2020년 279건, 2021년 342건, 2022년 299건, 2023년 305건이다. 이 사고로 66명이 사망했고, 2천36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방통행 도로는 좁은 골목길 등 원활한 통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구간에 설치된다. 일방통행 시작과 종료 구간에는 진입금지 표지판과 노면 표시가 필수로 설치돼야 하지만 미흡한 구간이 많아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방통행은 차량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치명률이 일반 교통사고보다 훨씬 높다”며 “운전자들의 혼동을 줄이기 위한 교통안전시설물 점검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입금지를 나타내는 노면표시를 원색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가시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일방통행 교통안전시설이 미흡한 구간을 발굴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협조를 구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차 한 대가 역주행해 보행자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11일 오후 10시 9분께 찾은 광주시 신현동 한 먹자골목. 이곳은 식당과 술집이 밀집돼 있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지만 주차된 차량 10여대 중 6대는 인도를 침범하고 있었다. 때문에 시민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인접 버스 정류장의 버스 출입도 어렵게 하고 있었다. 이곳 주민 이현아씨(31·여)는 “야간에 산책을 나올 때면 지나갈 길이 없어 한숨부터 나온다”며 “신고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늦으면 접수가 안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인도 위 주정차에 대한 주민 신고제가 시행 1년에 접어들고 있지만, 제도의 허점 탓에 경기도내 곳곳에선 인도 위 불법 주정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신고가 오후 10시부터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일선 시·군들은 제도의 실효성 담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경기도, 각 시·군 등에 따르면 인도 위 불법 주정차 주민 신고제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7월 ▲소화전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 정류장 10m 이내 ▲초등학교 정문 앞 ▲어린이 보호구역 등 5곳으로 구성된 ‘절대 주차 금지 구역’에 ‘인도’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 누구나 인도에 1분 이상 불법 주정차한 차량을 신고하면 현장 단속 없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승용차는 4만원, 승합차는 5만원이 부과되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는 과태료가 8만원으로 뛴다. 하지만 경기도 공공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시점인 지난해 8~12월 도내 주정차 위반 단속 건수는 151만1천700여건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수원시가 16만여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남 13만1천900여건 ▲평택 12만4천400여건 ▲고양 11만8천여건 ▲화성 8만9천700여건 ▲용인 8만7천600여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들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된 주민 신고 접수 시간이 제도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는 오후 10시 이후인 심야 시간”이라며 “주민 신고가 이후로 이뤄질 수 없다는 허점을 틈타 불법 주정차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심야 시간 단속은 사실상 어렵지만 주민 불편, 안전사고 우려가 지속되는 만큼 현장 지도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불법 주정차의 또 다른 요인인 일부 상가의 불법 물건 적치도 적극 계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남녀공용이라 언제나 불안해요. 용변을 볼 때 노심초사하게 되기도 하고요.” 지난 5일 오전 10시30분께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한 우체국 장애인 화장실. 비장애인용 화장실은 남성용, 여성용으로 구분 지어 마련돼 있었지만,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가 분리되지 않은 채 하나로만 설치돼 있었다. 화장실 내부엔 좌변기만 덩그러니 설치돼 있었으며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건 노랗게 변색된 가림막 하나가 전부였다. 또 화장실엔 잠금장치도 없어 용변 보는 모습이 쉽게 노출될 수 있어 보였다. 6일 정오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민간 상가 내 장애인 화장실도 상황은 마찬가지. 화장실 입구엔 남녀를 구분하는 표식은 찾아볼 수 없어 남성 장애인과 여성 장애인이 동시에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장애인 김원희씨(34)는 “남녀 구분 없이 설치된 화장실은 이용하기 꺼려진다”며 “까딱하면 용변을 보는 모습이 이성 장애인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것 아니냐. 화장실도 마음 편히 가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설치한 것은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여전히 경기도내 일부 장애인 화장실은 공중·민간 가릴 것 없이 성별 구분이 되지 않은 채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일반 공중화장실과 달리 장애인 화장실은 지자체에서 집계조차 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장애인등편의법상 지자체는 장애인 화장실은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등에 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와 지자체가 제대로 점검 및 관리는 하지 않아 도내 일부 장애인 화장실이 남녀공용으로 설치돼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개인 소유 건축물 내의 화장실의 경우, 점검 대상이 아니고 의무 부과도 어려워 건물주의 ‘선의’에만 기대야 하는 탓에 장애인들이 대응할 방법이 없어 집계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앞서 2018년 인권위에서는 ‘장애인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설치한 것은 차별’ 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비장애인용 화장실은 당연하게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구분해 설치하는 반면, 장애인용 화장실을 남녀 공용으로 설치한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경기지역에선 장애인 화장실이 성별 구분 없이 방치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화장실이지만, 오히려 이용을 더 불편하게 하고 있다”라며 “민간 화장실은 당장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공중화장실부터 실태를 조사하고 남녀분리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장애인 관련 일의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당장 화장실 문제에 착수할 순 없지만, 장기적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륙작전의 의미를 이해할 만한 전시품이 부족하고, 전시 수준도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6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전시관’에는 인천상륙작전의 구상단계와 계획, 작전 과정이 적힌 설명문만 즐비하다. 인천상륙작전과 6·25 한국전쟁 당시 배경 및 각 군대의 역할을 적어놓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상설 전시만 이뤄질 뿐 기획전이나 특별전 등은 전혀 없다. 육군 부사관 복장과 미 제7사단 인천상륙작전 10주년 기념 동판 등 낡은 유물과 설명문 정도의 전시품에 방문객들은 10분도 채 안돼 발 길을 돌린다. 이곳에서 만난 연수구 주민 A씨(51)는 “10년 전에 왔을 때 보다 유물이나 전시 수준이 더 떨어졌다”며 “오랜만에 들렀는데 볼 것, 즐길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기획전도 없어 1번 왔던 이들이 다시 찾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이 전시 콘텐츠 부족으로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지역에서는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의 국제적 행사 격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전문 학예 인력 및 예산 확보를 통해 전시 콘텐츠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에 따르면 지난 1984년 43억원을 들여 연수구 옥련동 525의11에 연면적 1천793㎡(542평) 규모의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을 조성했다. 그러나 기념관에는 전문 학예사가 1명도 없어 전시 문화 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이 떨어지고, 연출 기획전도 열지 못하는 등 운영·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기념관에 전시할 유물 구입 예산이 없어 단순 시설 유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기념관 운영 예산 5억~7억원은 인건비와 시설 보수 공사에만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3년 동안 단 1점의 유물도 구입하지 못했다. 현재 121건의 기념관 전시 유물 중 인천상륙작전 관련 유물은 20여건에 그친다. 이로 인해 기념관 관람객 수 또한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9년 기념관 관람객 18만명에서 2023년 11만명으로 4년만에 7만명(38.8%)이 감소했다. 반면, 서울의 용산전쟁기념관은 다양한 전시 콘텐츠 확대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최근 용산전쟁기념관은 6·25전쟁 중 순직한 전사자들의 유해를 수습하는 과정과 결과를 담은 기획 특별전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눈보라 효과와 3D 체험 등을 더해 6·25전쟁 당시와 제2연평해전 당시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남근우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은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에) 전문 학예사 인력을 확보, 전시·구성·연출로 이어지는 기념관 재구성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상륙작전을 국제적 행사로 격상하려고 하는 만큼 유물과 유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관람객들이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알고 기릴 수 있도록 예산 증액을 통한 유물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40년 전 기념관이다보니 콘텐츠 자체가 오래되기도 했고 유물 전시 뿐이라 시민 유입 효과 등도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현 시점에 맞게 기념관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을 오랜 시간 방치하면 지역 상권 쇠퇴는 그만큼 빨라집니다. 호텔 주인인 파라다이스는 방치만 하지 말고 매매 등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6일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 항동1가 올림포스 호텔. 호텔 입구에는 진입 금지를 알리는 팻말과 차량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외벽 곳곳은 페인트가 벗겨졌고, 건물 구석에는 부서진 의자들이 쌓여 있다. 굳게 잠긴 문 사이로 들여다 본 호텔 내부는 불이 꺼진 채로 적막하다. 오가는 사람 없이 조용한 탓에 이곳만 시간이 멈춘 듯하다. 장관훈 월미도상인회 번영회장은 “처음에는 상인들이 나서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움직였지만, 방치된 시간이 길어져 지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상인 A(67)씨 욕사 “호텔이 영업할 때는 주변도 밝았고 늦은 시간에도 손님이 있었다”며 “지금은 주말 말고는 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 중구 올림포스 호텔이 문을 닫은 지 5년 째지만 소유주인 파라다이스그룹이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영업을 중단, 주변 상권 침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중구청과 파라다이스그룹 등에 따르면 인천역 인근 올림포스 호텔은 지난 2019년 경영상 적자 등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한 뒤 아직까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65년 문을 연 이곳은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로, 1967년에는 국내 최초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들어서기도 했다. 오랜 시간 인천을 대표하는 호텔 역할을 했지만 카지노가 이전하고, 송도와 영종도에 호텔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권 침체를 우려한 인근 상인과 지역 정치권 등은 호텔 측에 지속적인 운영을 요구했지만 결국 문을 닫았다. 호텔 영업이 끝나자 이곳에 머무르며 월미도와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등을 찾는 발길이 줄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자연스레 상권도 축소됐다. 이종호 인천 중구의회 의장은 “사유지다 보니 문을 닫을 당시에도 중구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다”며 “그러나 지역에 있는 시설인 만큼 이제라도 다시 구가 파라다이스 측에 활용방안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제물포르네상스 사업과 맞물려 올림포스 호텔 재생사업을 구상했지만 추진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시 관계자는 “호텔을 문화관광시설이나 청년 스타트업, 청소년 유스호텔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했으나 파라다이스 측에서 매각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파라다이스 측이 하는 안전성 정밀 진단 결과를 받은 후 활용 방안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라다이스그룹 관계자는 “올림포스 호텔은 파라다이스 카지노가 태동을 한, 굉장히 유서 깊은 곳이지만, 기대 수명이 지나 영업을 끝냈다”며 “지금은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은 다른 큰 과제가 있어 올림포스 매각이나 활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4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지하철 승강장. 이곳은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간격이 다른 역보다 넓은 구간이었다. 발이 작은 아이들의 경우 발빠짐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박다영씨(41)는 “어른들도 무심코 가다 보면 발이 걸리기도 하는데, 아이들에겐 조금 더 위험할 수 있어 보인다”며 “발판이나 안내 표시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용인특례시 기흥구의 한 지하철 승강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안전 발판이 없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어린이는 물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휠체어 바퀴도 걸릴 수 있어 보였다. 경기도 일부 역사내 승강장에서 지하철 사이의 간격이 50mm 기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어린이들의 발이나 장애인들의 휠체어 바퀴 등이 빠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철도 건설규칙 제33조 제1항'은 '승강장의 연단은 차량한계로부터 50mm 간격을 두고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국가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에 공단이 관리하는 역사 및 승강장은 각각 159곳과 437곳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재 코레일, 국가철도공단에서는 열차와의 간격 50mm 기준에 맞지 않는 승강장에 대한 집계는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도시철도건설규칙 제30조의2 제3항에서 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10㎝가 넘는 곳은 모두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 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10cm가 초과하는 승강장의 현황은 파악됐다. 총 437곳의 승강장 중 396곳이 연단거리 10cm 초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곳은 적용되지 않아 아직 11개 역사에 안전발판이 설치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안전발판이 설치된 148개 역사도 자동안전발판이 아닌 고무 발판 등으로 혼합돼 설치돼 있어 더 촘촘한 대안이 요구된다. 고무 발판은 지하철이 진행할 때 툭 튀어나온 발판이 열차와 충돌할 수도 있어 완벽한 대안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간격 기준이 맞지 않거나 유독 넓은 곳들은 방송 안내와 함께 한계가 있는 고무발판이 아닌 자동안전발판을 통해 촘촘한 안정망이 필요하다"며 "한번에 확대가 힘들다면 안내표시나 LED 비상등을 통해 승객들에게 실족 사고 방지를 위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현재 간격이 넓은 역사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동안전발판을 꾸준히 설치해 나가고 있는 등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오전 9시께 화성시 송산동에 있는 한 교회. 어린이보호 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이 교회는 첨탑이 바로 위에 설치돼 있었다. 강풍 등 자연재해나 기타 이유로 인해 첨탑이 넘어갈 경우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처럼 보였다. 이곳 주민 김정수씨(66)는 “동네마다 교회 첨탑이 우후죽순 세워져 있는데 장마나 태풍 때마다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며 “철거를 하거나 안전장치가 세워져야 하는 거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교회 첨탑도 상황은 마찬가지.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철탑 밑은 차량을 피해 지나가는 시민들의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었다. 경기도내 교회 첨탑 2개 중 1곳이 안전성 평가에서 위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시정조치에 대한 확인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여름철 태풍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교회 첨탑 개수(지난해 8월 기준)는 1천804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1천25개)보다 증가한 수치다. 도는 지난 2021년과 지난해 2차례에 걸쳐 교회 첨탑에 대한 단속을 진행했다. 첨탑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단속 대상은 높이가 8m 이상인 곳(855개)으로 한정됐다. 이중 부식 등 노후화로 인한 위험성이 적발된 건수는 453건(52.9%)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후 도는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시정이 완료됐는지에 대한 확인 절차는 따로 없었다. 안전성 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회 첨탑이 쓰러지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10일께 동두천시 상패동의 한 교회 첨탑이 태풍 ‘카눈’으로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2020년 수원, 2019년 시흥, 2017년 고양 등 태풍이 북상할 때마다 교회 첨탑이 쓰러졌다. 일부 시에서는 철탑으로 인해 발생할 재해를 막기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천 남동구는 재난관리기금 1억원을, 이보다 앞선 지난 2021년 서울시는 1억2천만원의 철거비를 지원하는 등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고 있지만 경기도의 경우 이 같은 지원도 전무한 상황이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자체는 단속을 통해 계도 조치를 하고 시정 되지 않았을 경우 벌금을 고지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교회는 사유지라 강제하기 어렵고 개수가 많아 일일이 점검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철거비 지원에 대한 계획은 없지만 시정 조치를 내렸던 교회에 대해서는 재점검 공문을 보내는 등 안전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날의 악몽이 잊혀지지 않아 그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않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9시께 화성시 서신면의 전곡산단. 지난 24일 산단 안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인 아리셀에서 화재가 난 지 4일째, 침울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산단을 향하는 길목 곳곳과 아리셀 공장 바로 앞엔 화재로 숨진 노동자들에 대한 추모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공장 주위엔 출입 금지를 알리는 폴리스 라인이 늘어져 있었으며 경찰, 소방,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공장을 오가고 있었다. 공장 앞에 주차된 차량엔 거무튀튀한 재가 잔뜩 뒤덮여 있었으며 사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들은 주인을 잃은 채 화재 열기에 녹아 찌그러진 채 방치된 상태였다. 산단 내 다른 공장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9시가 지나자 오고가는 사람이 없어 쥐죽은 듯 고요했으며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만 허공에 멤돌았다. 아리셀 앞 공장 직원들은 건물 안에서 흉측하게 녹아버린 아리셀 공장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이곳 산단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박모씨(38)는 “사고 이후 다들 조심하려고 노력한다”며 “그 일을 다시 떠올리지 않으려는 듯 모두가 조용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 24일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이후 화성 전곡산단은 폐허를 연상케하며 스산한 기운을 풍기는 모습이었다. 역대 최악의 사고로 불리는 만큼, 산단과 화성시민의 충격은 더해지고 있다. 산단과 멀찍이 떨어져 있는 주민들도 아직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산단과 3㎞ 떨어진 곳에서 사는 민주성씨(가명·57)는 “불이 났을 때 타는 냄새가 여기까지 왔다. 새까만 연기가 치솟을 때 섬뜩했다”며 “이 동네는 산단이 많은데, 혹시 또 사고가 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칠까봐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되는 불안 속, 환경부는 이날 폐전해액과 잔류 전해액 등 위험물질 수거 작업에 나섰다. 환경부는 공장서 약 1천200ℓ 에 달하는 염화티오닐 전해약을 발견했다. 3동 1층 제조시설 내 폐전해액 20ℓ 용기 40개와 반응기 8개 내 50ℓ 씩 400ℓ 로 확인됐다. 폐전해액 이송 작업 후 공장 제조시설 바닥 흡착포 교체 작업, 반응기 처리 예비 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주변 경계 지역의 누출도 지속적으로 측정할 계획이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취재=박수철∙김은진∙김도균∙한준호∙박소민∙오종민기자 사진=김시범∙윤원규기자
“고작 3㎞ 공사하는데 10년 넘게 걸리는 게 말이 됩니까” 25일 오전 11시께 성남시 수정구 양지동.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51)가 손사래를 쳤다. 집 주변에 공사가 진행 중인 ‘남한산성순환도로 확장공사’ 착공 10년이 넘었지만, 완공 시점이 늦어져 점점 불편한 도로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어서다. 남한산성 공원 입구 부근 현장에선 아직 지하차도·터널공사 등이 한창이었다. 도로가 개통되지 못한 터라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한 왕복 2차선 도로 위를 차량이 지나가고 있었다. 김씨는 “공사가 너무 지연되다 보니 주민들이 지치는 부분이 있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성남시가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진행 중인 남한산성순환도로 확장공사를 10년 넘게 마무리하지 못 해 주민들과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5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09년 위례신도시 개발에 따른 광역교통개선대책 일환으로 남한산성순환도로를 확장하기로 했다. 시는 1단계 구간인 수정구 단대동~중원구 금광동 3㎞를 기존 왕복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해 2013년 12월 착공한 뒤 2017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했다. 그러나 순환도로에 편입되는 사유지 토지보상·협의 절차가 지연되면서 처음부터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이후 보상 문제를 마무리 지은 뒤 공사를 시작했지만, 이번엔 현장 여건 변화가 생겼다. 공사 구간에 발파암이 존재했는데 파쇄작업 등의 문제로 지난해까지 10차례 가까이 설계를 다시 변경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는 공사 완공시점을 6~7년 사이 수차례 연기하게 된 원인이 됐다. 또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철근·레미콘 파동으로 자재 수급이 지연돼 공기가 수개월 늦어졌고, 2022년 여름철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려 도로가 침수돼 이를 복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확장공사 완공시점이 지연되면서 사업비도 기존 1천280억원에서 1천560억원으로 오른 뒤 1천640억원으로 상승했다. 시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순환도로 일부 구간을 순차적으로 개통해 차량 통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이른 시일 내 공사를 완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높은 담장 안에 숨겨진 근대건축물을 실제 눈으로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25일 오후 4시께 인천 부평구 옛 미군기지(캠프마켓) D구역.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무기 부품을 만들던 주물공장의 외부 굴뚝 전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민들은 캠프마켓 높은 담장 밖에서 보인 조병창 굴뚝과 D구역의 옛 미군 빵 공장 시설을 가까이 살펴보면서 연신 사진을 찍는다. 옛 미군 빵 공장 주변은 오랜기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수풀이 우거져 있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시민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D구역 곳곳을 둘러보는가 하면 오염 토양 정화 작업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남원일씨(56)는 “밖에서만 보던 조병창 굴뚝과 빵 공장 등을 코앞에서 보니 감격스럽다”며 “이제야 캠프마켓의 반환이 모두 끝나고,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실감된다”고 말했다. 옛 주한미군기지 캠프마켓 D구역이 공식 반환 결정이 이뤄진 후 처음으로 시민들을 만났다. 시민들은 이날 캠프마켓 D구역을 둘러보며 근대건축물 곳곳의 역사를 감상했다. 지역에서는 캠프마켓 완전 반환 과정에서 발생할 주민 갈등을 미연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인천 부평구을)은 이날 국방부, 한국환경공단, 시민들과 함께 캠프마켓 D구역을 견학하고 일대 토양 오염 정화 작업 상황을 점검했다. 국방부는 D구역 반환 이후 인천시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의 현장 확인을 제외하곤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지만, 박 의원의 중재로 시민들의 견학을 허용했다. 이번 견학에 참여한 시민들은 D구역 곳곳에 있는 근대건축물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캠프마켓의 근대건축물을 둘러싼 존치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갔다. 이들은 토양 오염 정도와 건물의 가치에 대해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는 캠프마켓 B구역의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를 두고 이어진 시민갈등을 답습하지 않기 위함이다. 앞서 주한미군은 지난 2019년 12월과 지난해 12월에 거쳐 캠프마켓 A, B구역 21만㎡(6만3천600평)과 D구역 23만㎡(6만9천600평)를 모두 국방부에 반환했다. 이로서 인천시민은 84년만에 캠프마켓 땅을 되돌려 받았다. 박 의원은 “캠프마켓은 부평 주민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공간”이라며 “지속적인 소통과 시민개방을 통해 캠프마켓을 둘러싼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캠프마켓을 견학하며 차질 없이 주민들이 원하는 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오는 2030년까지 60만4천938㎡ 규모의 캠프마켓 일대를 공원 및 식물원, 제2의료원 등으로 개발해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딸 한 번만 보여주세요. 우리 딸은 제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어요.” 25일 오전 9시30분께 화성중앙종합병원. 화재로 숨진 아내가 장례식장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곳을 찾은 박모씨(36·중국)는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 직원에게 아내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박씨에게 들려온 대답은 “신원 파악이 되지 않았고, 시청에 피해자 합동분향소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보라"는 말뿐이었다. 힘겹게 시청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 곳에서도 아내의 행방을 찾을 수는 없었다. 망연자실해진 박씨는 화성중앙병원 장례식장을 다시 찾았고 멀리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같은 날 오후 1시20분께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 전날 화재로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전해들은 최모씨가 이날 오전 장례식장 두 곳을 갔다 결국 이곳을 찾았다. 2010년 국내로 입국한 최씨의 딸 A씨(39)는 1년여간 이 공장에서 근무했으며 올해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하루 아침에 딸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은 최씨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며 터져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최씨는 “우리 딸은 내가 알아 볼 수 있다. 우리 딸이 항상 하고 다니는 목걸이가 있는데 그걸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장례식장이 어딘지, 우리 딸이 어디에 안치돼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울부짖었다. 유가족 지원센터가 마련된 화성 모두누림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화재로 딸 엄정정씨(26)를 잃은 아버지 엄모씨는 어젯밤 퇴근 시간이 다 돼서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지구대를 찾았지만 위치추척을 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듣곤 화재 현장을 찾았고 피해자 명단에 자신의 딸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밤새 식음을 전폐하고 딸의 시신이라도 확인하고 싶어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먼저 간 딸의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엄씨는 “지원센터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 뭘 지원하는 건지 알 수 없다”며 “하루가 지났고, DNA검사까지 했다는데 기다리라고만 말하는 것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사망자들의 소훼 상태가 심해 현재로써 신원 파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가족들은 가족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채 장례식장 이곳 저것을 떠돌고 있는 신세가 됐다. 화성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유가족들은 사고를 당한 가족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전전하면서 흩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례식장을 찾아가도 신원 파악이 다 되지 않아 내 가족의 시신이 이곳에 안치돼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장례식장에서는 “화성시청에 피해자통합지원센터와 합동분향소가 마련될 예정이니, 그쪽으로 가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현재 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및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유가족들과 합의해서 합동분향소 설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취재=박수철∙김은진∙김도균∙한준호∙박소민∙오종민기자 사진=김시범∙윤원규기자
25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2차 전지 조립 판매 업체. 선반 위에는 리튬 차량용 배터리 완제품 수십여개가, 선반 옆 책상에는 리튬배터리를 조립할 때 필요한 도구들이 놓여 있다. 리튬배터리는 발화하면 열이 600~1천도까지 올라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할 수 없다. 이곳은 가스 소화기 5대를 구비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지만, 큰 불이 났을 때는 역부족이다. 특히 벽은 화재에 견디는 내화 구조가 아닌 단순 칸막이어서 불이 나면 옆 공장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 리튬배터리 업체 화제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인천지역 리튬배터리 제조‧판매시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1차 전지, 2차 전지 등 리튬배터리 업종으로 등록된 업체는 인천 전역에 걸쳐 모두 35곳에 달한다. 리튬배터리의 경우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하고 추가 폭발을 일으킨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 불을 끄기 어렵고, 다른 배터리에 연쇄적으로 열이 전달되면 더 큰 화재로 이어진다. 한번 불이 나면 크게 번질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리튬 등 화재 발생 위험이 큰 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 규정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날 소방당국 점검 결과, 대부분의 시설들은 화재에 취약했다. 리튬배터리가 전기자동차, 휴대폰 배터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큰 화재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예방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인천소방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리튬배터리 화재를 진화할 전용 소화 정비가 없어 지금으로서는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 시 내화 구조를 필수로 적용하거나 진화할 때 필요한 마른 모래 등을 비치하도록 해야 한다”며 “작업 안전 매뉴얼 의무화 등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에 위치한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생전 처음 본 화마(火魔)가 일대를 뒤덮었습니다.” 24일 낮 12시10분께 화성시 서신면 일대.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건물 공장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타고 있었으며 소방대원들은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연신 물을 쏘며 사투를 벌였다.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는 와중에도 폭발은 계속됐다. 총 3번의 굵직한 폭발음과 함께 까만 연기가 공장 지붕 위로 치솟아 올랐다. 공장 주변에는 철재, 필름, 나무조각 등 건물 폭발과 화재로 튄 파편이 바닥과 옆 공장 건물 안쪽까지 널브러져 있었다. 공장 외벽은 검게 그을린 자국과 녹아내린 자국으로 흉측스럽게 변해 있었다. 공장에서 발생한 연기는 반경 수㎞ 내 공장들을 뒤덮었고 다른 공장 관계자들은 마스크로 코와 입을 막은 채 다른 곳으로 대피 중이었다. 당시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근로자들은 급박스러운 현장 상황을 전했다. 불이 난 공장 2층에서 근무 중이었다는 베트남 국적의 슈아씨(26)는 “까만 연기가 너무 많이 나서 무서워서 일단 계단으로 뛰쳐나왔다”며 “1층으로 내려갔는데 화재 경보음도 울려 ‘불이야’ 소리치며 도망쳤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장에서 대피한 근무자들은 화재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절망스러운 모습으로 주저 앉아 있었다. 이 공장의 또 다른 근로자인 중국 국적의 A씨(28)는 “1층에서 작업 중이었는데 연기가 공장을 덮쳤다”며 “공장 밖으로 나오니 다른 사람들이 병원으로 실려가고 있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오후까지 화재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초기 불길이 잡힌 건 오후 3시 이후였는데, 여러 번의 폭발과 연기로 인해 내부 수색이 어려웠다. 폭발이 발생할 때마다 ‘펑펑’ 소리와 함께 불길과 연기가 치솟아 올랐고 소방대원들은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폭발과 연기가 잦아든 이후엔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는데,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공장 밖에서 대기 중인 의료진이 상태를 파악했고 장례식장 차와 구급차 10여대가 왔다갔다 했다. 소방의 수색 작업 소식이 알려지자 유가족들과 피해자의 지인들은 화재 현장을 찾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우리 오빠 어떡해”, “우리 오빠 어디 있어”라고 울부짖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 앉기도 했다. 한편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아 조속한 진화와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김 지사는 “가용 자원을 총 동원해 조속히 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유해가스 발생을 최소화해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화재진압·구조대원의 안전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취재=박수철∙김은진∙김도균∙한준호 ∙박소민∙오종민기자 사진=김시범∙윤원규기자
24일 오후 2시께 인천 강화군 특산물인 순무 밭. 빼곡하게 심은 순무 잎이 힘 없이 시들어 있었다. 오는 9월 제철을 맞는 순무를 최근 파종했지만, 때 이른 불볕 더위 때문이다. 순무는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잘 자라지 않을 뿐더러 물러져 상품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인근 옥수수와 강낭콩 밭도 잎들이 노랗게 시들어 있기는 마찬가지. 찜통 더위에 비까지 오지 않다 보니 밭 주인이 호스로 바가지로 물을 받아 직접 뿌리기도 하지만 역부족인 상황. 이맘때면 탐스럽게 달려야 할 매실 역시 모두 물러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산딸기는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딸기인지 모를 정도로 말라 비틀어진 모습이었다. 인천 강화에 이른 찜통 더위가 찾아온 데다 비까지 잘 오지 않으면서 농작물 피해가 극심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강화군의 낮 최고 기온은 연일 33℃를 웃돈다. 이어지는 무더위에 비 소식도 주춤해 피해는 더욱 커졌다.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강수량은 고작 5㎜에 그쳤다. 특산물뿐만 아니라 산딸기, 고구마, 자두, 포도, 토마토, 매실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에 비해 크기가 반 이상 줄어 상품화 할 수 있는 작물 양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농민 A씨는 “이번 달 내내 비가 안 오다가 주말에 비가 조금 왔지만 이미 농작물들이 다 말라 버렸다. 이렇게 덥고 비가 안 온 건 10년 만에 처음”이라며 “그나마 상태가 좋은 것들을 추리고 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이걸 팔아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강화군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지원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무늬만 국제경기장이죠. 대회도 잘 열리지 않고, 시민들도 사용할 일이 없어요.” 23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선학동의 선학하키경기장. 경기장 서문 출입구는 녹슨 쇠사슬로 묶인 채 굳게 닫혀 있다. 하기 경기 모습 픽토그램만이 과거 이곳이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AG) 당시 지어진 국제경기장인 것을 알게 해줄 뿐이다. 경기장 앞 광장엔 주말을 맞아 많은 시민이 오가지만, 1만3천415㎡(4천65평) 규모의 경기장과 훈련장 등은 3년 째 문을 닫고 보수 공사 중이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몇년 전 물놀이장이 문을 열었을 때 경기장 안을 본 적은 있지만, 항상 문이 닫혀 있다”며 “하키 경기나 훈련이 없을 땐 임시 축구장으로라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곳곳 인천AG 당시 지은 국제경기장이 방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해마다 유지·관리비로 수백억원을 쓰지만, 수영·배구 등 일부 경기장을 제외하고는 대회도 열리지 않아 사실상 행사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인천AG를 치르기 위해 약 1조7천억원을 들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해 인천 곳곳에 모두 16곳의 국제경기장을 건립했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연희크리켓경기장, 송림체육관, 강화고인돌체육관, 강화아시아드BMX경기장, 계양체육관·아시아드양궁장, 문학박태환수영장, 열우물테니스·스쿼시경기장, 남동체육관·아시아드럭비경기장, 옥련국제사격장, 선학하키경기장·선학체육관, 선학국제빙상경기장 등이다. 그러나 수영·배구 등 일부 종목의 경기장을 제외한 비인기종목 경기장들은 국제대회는 열리지 않고, 단순 행사장소로 전락했다. 축구·육상·크리켓 등의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주경기장은 지난해 6월 중국 항저우AG 크리켓 국가대표 선발전을 제외하고 70여건 모두 국내 대회나 행사(콘서트), 단순 공간 임대에 그치고 있다. 강화의 고인돌체육관 등 경기장은 드라마 촬영지 등으로 간혹 쓰이고, 남동체육관도 건립목적과 용도가 다른 음악 행사 장소 등으로 쓰고 있다. 국제규격을 갖춘 옥련국제사격장은 유일하게 시민이 체험할 수 있는 레이저사격장이 있지만 이용객이 없어 먼지만 쌓여 있다. 경기장 2~3층은 모두 불을 끈 채 사실상 문을 닫았다. 직원 B씨는 “일반인들의 경우 총기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보니 찾아와도 할 것이 거의 없다”며 “지금은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사격 훈련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는 인천AG 이후 이들 국제경기장 특성에 맞는 스포츠테마파크 등을 운영하고 소규모 공연장, 오토캠핑장 등을 설치하는 사후활용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중앙 부처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예산 부족 등으로 대부분 백지화했다. 이 때문에 이들 경기장은 일반인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 등이 없어 시민들이 찾아오지 않아 먼지만 쌓이고 있다. 이런데도 시는 이들 경기장 유지·관리비 또한 해마다 약 280억원씩 지출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장 건설을 위해 발생한 빚도 아직 다 갚지 못해 오는 2029년까지 해마다 1천억원씩 상환하고 있다. 이강구 인천시의원(국민의힘·연수5)은 “공공체육시설은 수익보다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누리는 것에서 가치가 있다”며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 경기장은 시민은 찾지 않고 예산만 쏟아붓는 애물단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생활체육과 연계가 이뤄지지 않는 마니아층 위주의 종목들은 엘리트 선수 등 소수만을 위한 시설”이라며 “이제라도 다양한 종목과 연계한 사후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수요 등을 파악해 경기장 빈 곳을 활용한 파크골프장 등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며 “내년에 인천연구원 정책연구를 통해 국제경기장의 활용방안 등을 찾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조원동의 한 골목. 이곳에 주차된 약 50대 차량 중 버팀목을 설치한 차량은 단 한 대뿐이었다. 이마저도 바퀴 네개 중 하나에만 설치돼 있어 미끄럼 방지 역할을 못 할 것처럼 보였다. 주민 이영하씨(가명·60)는 “이곳 내리막길에 고임목이 설치돼 있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일대가 주택가인데, 차량이 미끄러지면 사람이 치이는 건 한순간일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같은 날 오후 성남시 수정구 남문로의 한 주택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내리막길이 즐비한 이곳에 주차된 차량 중 그 어느 곳에서도 고임목이 놓인 곳은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차량이 내리막길 방향으로 주차돼 있어 주차 브레이크가 풀릴 경우 그대로 미끄러질 위험이 높아 보였다. 내리막길 주차 시 버팀목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경사진 주차장은 이날 기준 404면이다. 앞서 지난 2017년 10월 과천시 한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내리막길에 주차돼 있다 굴러온 차에 치여 숨진 최하준 군의 이름을 딴 ‘주차장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020년 시행됐다. 개정법은 경사로 주차 시 ▲고임목이나 벽돌 등으로 차량 고정 ▲주차 브레이크 잠금 실시 ▲조향 장치를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기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5일은 ‘하준이법’이 시행 4년째 되는 날이지만 현장에서는 고임목 미설치로 인한 차량 미끄러짐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고임목 미설치 시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 부과 규정이 있지만 이마저도 현장 적발 시에만 적용 할 수 있는 탓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4월 경기 광주시 태전동의 한 내리막길에서 제동 장치가 풀린 트럭이 미끄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파주시 한 골목 경사로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 미끄러지는 차량을 막으려던 운전자가 차량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는 이렇다 할 단속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군 관계자는 “거주자 우선 주차장의 경우 1가구당 2개의 고임목을 제공하고 있다”며 “다만, 사용하지 않는 데 대한 단속 근거나 권한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예전부터 많이 지적돼 온 문제지만 아직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노상 주차에 대한 우선 단속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지자체에서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주차 관리를 이행,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점자 블록이 무언가에 막혀 갑자기 끊기고, 다시 이어지질 않아 난감합니다.” 21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 한 아파트 인근 버스정류장. 뽀얗게 쌓인 먼지와 굳게 닫힌 문을 보아 운영을 중단한 지 한참이나 된 듯한 시내버스 매표소가 인도 위에 서있다. 작고 낡은 매표소는 거리 미관을 해치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각장애인들의 통행을 돕는 점자 블록을 깔고 앉아 있었다. ‘잠깐 멈추고 주의를 살피시오’ 라는 뜻으로 설치한 점형 블록이지만 멈추라는 표시만 있을 뿐, 또다시 ‘따라 가시오’라는 의미의 선형 블록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 시각장애인 A씨는 “점형 블록이 나와 길을 잠시 멈추고 지팡이로 다음 선형 블록을 찾았는데, 컨테이너를 때리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문을 열지도 않는 매표소를 왜 치우지 않아 통행에 불편을 주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빨리 치우면 좋겠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남동구청 인근 버스정류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랜시간 운영하지 않은 듯 한 매표소는 점자블럭과 바로 인접해 설치돼 있어 어린아이 조차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보였다. 보건복지부 등이 발간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매뉴얼’에 따르면 선형블록 좌우로 0.9m 내에는 보행 장애물을 제거하라고 권고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셈이다. 시각장애인 B씨는 “근방을 자주 방문하는데 매표소와 점자 블록이 너무 붙어있어 길을 걷다가도 매표소를 닿지 않고는 걸을 수 없는 상태”라며 “지팡이가 없다면 부딪쳐야만 하는 구조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인천 관내 운영을 중단한 버스 매표소가 도로의 점자 블록과 너무 가깝거나 아예 점자 블록을 막아버린 채 방치돼 있어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남동구에만 29개 버스 매표소가 있다. 이 중 12개 매표소가 주인의 사망, 건강 상의 이유로 장기미운용 상태로 남아 점자 블록을 막거나 쓰레기가 쌓이는 도로의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장기 미운용 버스 매표소 등은 도로법에 따라 철거가 가능하지만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관련 대집행 비용을 매표소 주인에게 청구해야 하지만 대다수가 노인이나 장애인으로, 집행 비용 청구도 사실상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정순 남동구의원(구월2동, 간석2.3동)은 “장기간 운영하지 않는 버스 매표소는 길거리 미관에도 나쁘다”며 “더욱이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하는 안전한 도로를 만드려면 반드시 매표소를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남동구 관계자는 “장기 미운용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전화 후 현장 방문, 계도, 계고절차를 거쳐 철거할 예정”이라며 “철거 비용 문제는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도로에 쓰레기 버리는 짓은 양심을 버리는 일 아닌가요?” 지난 21일 오전 10시께 경기 광주시 능평동 태재로 한 도로변. 시속 80㎞의 속도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는 이 도로 양쪽 갓길은 차량에서 던져진 플라스틱 컵과 박스, 휴지 등 온갖 쓰레기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후 100m가량 앞 램프 구간으로 이어지는 한 구간에는 아예 쓰레기봉투째 버려진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처인구 포은대로 43번 국도의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 역시 사람이 전혀 통행할 수 없는 구간이지만 온갖 생활 쓰레기와 음료수 캔 등이 도로변에 버려져 있어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더욱이 바람에 주행 도로 쪽으로 굴러들어 온 쓰레기를 피하려는 차들이 급하게 핸들을 꺾는 상황도 더러 연출됐다. 경기도내 국도, 자동차도로 등 도로변 곳곳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경관 훼손, 사고 위험을 유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도로공사 조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내 무단 투기 쓰레기 양은 연도별로 보면 2018년 7천509t, 2019년 7천583t, 2020년 7천223t, 2021년 7천269t, 2022년 7천359t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7천300t 규모의 쓰레기가 무단으로 투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매년 지역 내 쓰레기 무단 투기 규모를 조사하진 않고 있다. 다만 2019년 6월12일~21일 도로변 쓰레기 불법 투기 현황 파악을 위해 통행량이 많은 구간, 노선을 특별 점검한 결과 862t에 달하는 쓰레기를 수거한 바 있다. 이러한 투기행위는 CCTV가 없는 램프 구간이나 야간에 대부분 이뤄지고 있어 단속의 한계를 이용한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도로변 쓰레기 투기 금지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만, 현장 적발 외엔 이렇다 할 단속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도로교통법 제68조에 따르면 ‘돌·유리병·쇳조각이나 그밖에 도로에 있는 사람이나 차마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물건을 던지거나 발사하는 행위’, ‘도로를 통행하고 있는 차마에서 밖으로 물건을 던지는 행위' 등에 대한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또 무단 투기 적발 시에는 ▲담배꽁초 및 휴지는 5만원 ▲간이 보관 기구(비닐봉지 등)는 20만 원 ▲차량 및 손수레를 이용한 무단 투기는 50만 원 ▲생활 폐기물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적발 외엔 투기 행위자 특정이 어려운 구조 탓에 운전자 스스로의 안전 의식과 시민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매년 환경 정비 평가를 통해 열심히 점검하고 있다”며 “운전자들의 무단 투기를 미연에 방지할 정책들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검색대 그리고 커다란 철문을 지나면 낡은 흰색 외벽의 10층 콘크리트 건물이 사방을 둘러싼 형태로 서 있다. 지나온 철문을 돌아보면 벽면에 ‘새출발 잊지말아요, 오늘을’ 이라는 표어가 큼지막하게 써 있다. 이곳은 수원특례시 한복판에 위치한 수원구치소로, 건물의 외관만 본다면 조금 독특한 형태의 옛날 아파트로 인식될 만큼 주변 풍경과 큰 위화감은 없었다. 20일 수원구치소는 교정 행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재개한 언론공개 이후 1년 만에 다시 구치소 내부를 공개하며 사정을 전했다. 지난해 수원구치소의 수용인원 포화율은 정원의 120%였으나 올해 146%로 수용인원이 오히려 증가했다. 여성, 노인, 외국인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수용자가 기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최근 강력하게 단속에 나선 마약, 성범죄 수용자들도 늘어난 탓이다. 이에 따라 수용인원들은 더욱 비좁은 환경에 처하게 됐다. 이날 교도관들의 안내에 따라 실제 입소자들이 입소절차를 진행하는 공간을 거친 뒤 몇 개의 문과 엘리베이터를 타고나서 수용자들이 머무는 사동에 도착했다. 사동은 2인용 독거실과 다수인원이 머무는 혼거실로 구성돼 있다. 2인용 독거실의 경우 두 사람의 팔이 맞붙어야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아 3인 이상 수용은 불가능해 보였다. 독거실의 수용자들은 공간이 비좁아 벽면을 최대한 활용해 생활용품을 수납하고 있었다. 다수의 인원이 머무는 혼거실은 경우에 따라 3~12명의 인원이 머문다. 동종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수용하는 식이다. 혼거실의 공간은 6~8명 정도가 머물기에 적당해 보였지만 현재 수원구치소의 수용인원 포화율이 높아 5~6평 되는 공간에 수용 한계 인원인 12명을 채워서 생활하는 혼거실도 많다. 12명이 혼거실에서 잠들기 위해서는 머리는 양쪽 벽에 두고 지그재그 형식으로 다리를 두어야 겨우 취침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혼거실 역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벽면과 천정을 최대한 활용해 물건들을 수납하고 있었다. 수용인원들은 매주 1회 길이 200m가량의 내부운동장에서 운동할 수 있지만 해당 운동장은 2천200여명의 수용자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비좁아 보였다. 수원구치소의 경우 1995년 최초로 지어진 빌딩형 구치소로 과거에는 시설이 좋은 구치소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가장 낙후된 구치소로 꼽힌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진 것과 달리 수용자들의 급식 품질은 생각처럼 풍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루 세 끼 이들의 식재료 비용은 5천원으로, 수용자들이 직접 조리를 한다고 해도 넉넉할 수 없고 신선한 재료는 더욱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현우 수원구치소장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처럼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수용자가 폭증한다”면서 “구치소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복지시설이자 인권의 척도인 만큼 수용자들의 교화를 위해서도 일정 수준의 수용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의 탄천. 이곳은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구분돼 있지 않아 자전거가 길을 걷는 보행자들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산책로를 달리던 자전거 중 일부는 보행자의 진행 방향을 넘나드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주민 이솔희씨(38)는 “이전에 산책하다가 자전거와 부딪혀 팔꿈치가 까진 적도 있다”며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명확히 구분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세류동의 수원천 산책로도 상황은 마찬가지.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겸용으로 설치돼 있었다. 한 보행자가 먼저 걷고 있던 비좁은 길을 자전거가 빠르게 지나가려고 하자 깜짝 놀란 보행자는 재빨리 몸을 피하며 인상을 쓰기도 했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서로 경계하며 피해 다녀야 하는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경기도내 10곳 중 8곳 이상의 산책로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구분돼 있지 않아 시민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경기지역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5천516노선에 총 길이 5천829km이며, 이중 4천948노선, 총 길이 4천831km가 자전거·보행자 도로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말하며, 한강이나 탄천 같은 산책로에 대부분 설치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책로가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구분이 안 돼 있는 데다 안전 대책까지 미비해 보행자들이 사고, 부상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19~23년) 경기지역내 ▲자전거 사고 발생 건수 ▲부상자 ▲사망자는 각각 7천223건, 7천909명, 96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1천400건 이상의 사고와 1천500명 이상의 부상자, 19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의 구분을 명확히 해 달라는 민원이 있지만, 도로마다 관리 부처가 제각각이고 부처마다 예산 등 여건이 달라서 일괄적인 개선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외부 활동 여건이 좋아져 산책로에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자전거 사고는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 확보가 좋은 방법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공간적인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며 “주의 표지판이나 분리대, 경계석 등을 설치해 도로를 구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법적으로 도로의 주무부처가 다 달라서 일괄적으로 개선에 나서긴 어렵다”며 “반복적으로 민원이 접수되거나, 위험한 도로들은 각 주무부처에 표지판이나 분리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권고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