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아동문학가 “외롭고 웅크린 작은 별 찾아... 위로·응원할 것”

“어린이∙청소년 문학의 본질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죠. 어렵고 냉혹한 현실이라 해도,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늘 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책이 그런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올해로 등단 40주년, 대표작 ‘밤티마을 이야기’ 출간 30주년을 맞은 이금이 작가(62)가 지난 24일 오후 7시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의 산유화극장을 찾아 독자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문학관이 28일까지 개최하는 ‘노작문학축전’ 중 상주작가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이금이 작가의 ‘독자와 함께한 밤티마을 이야기’ 특강에서다. “지난 15년 동안 작가님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한 스물일곱 살 여성 팬부터 그의 책을 읽으며 성장 중인 초등학생, 육아를 하며 겪는 새로운 세상을 작가의 책을 통해 더 넓게 품고 있다고 말하는 중장년까지. 문학관의 작은 극장에선 낭독회와 이 작가의 ‘문학관’을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1984년 새벗문학상에 동화 ‘영구랑 흑구랑’이 당선되며 등단한 이 작가는 40년간 50여권의 작품을 집필한 한국 아동문학계의 거장이다. 교과서에 실린 ‘너도 하늘말나리야’(1999)는 70만 부가 팔렸고, 대표작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1994)은 꾸준한 개정판 출간으로 30년간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엔 아동문학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의 최종 후보 6인에 한국인 최초로 올랐다. 이 작가는 개정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데 대해 “오늘을 사는 작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사회의 문화 감수성만큼 시대를 거스르는 표현과 이야기를 세심하게 살펴 수정하는 것 역시 오늘을 사는 작가의 책임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유진과 유진’(2004)에서 ‘남자친구가 손잡자고 하면 어쩌지?’ 하는 부분에 ‘남자는 쉬운 여자를 싫어해’라는 표현을 ‘그건 전적으로 너한테 달렸어’라고 수정하기도 했죠.” 이 작가는 지난 4월 밤티마을의 새 이야기를 기다려 온 독자들을 위해 네 번째 시리즈인 ‘마리네 집’을 출간했다. 이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대’다. 그는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보단, 외롭고 한곳에 웅크리고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 늘 존재하는 작은 별들을 찾아내 그들과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밤티마을’ 시리즈에선 환대 받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들과 어른이 나오고, ‘너도 하늘말나리야’와 ‘유진과 유진’ 등에선 결손가정과 아동 성폭력 등이 등장한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년)에선 한 시대를 살아 낸 선대 여성들의 연대와 사랑을 그려냈다. 그는 희미하지만 단단하게 자신들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또 하나의 작은 별을 찾아내 써내려 가고 있다.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이주한 동포 여성들의 삶이다. 올해 안까지 초고를 완성하고 내년 초께 독자들과 만나겠다고 그는 약속했다. “서로 존중하고 연대하고 나아가는 세상이 바람직한 사회일 텐데, 동화와 청소년 문학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시민으로 자라나지 않을까요. 제 안의 이야기주머니들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쭉 전하고 싶습니다.” 정자연기자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2-⑥ 웅장한 돌기둥⋯ 전사들의 신전과 ‘엘 메르카도’

■ 전사들의 신전 ‘전사들의 신전(Temple of the Warriors)’은 전사 부조가 새겨진 돌기둥에 둘러싸인 거대한 신전이다. 관람객은 위로 올라갈 수 없어 외관만 볼 수 있다. 상단에는 마야의 ‘비의 신’인 차아크가 누운 모습을 새긴 석상이 있는데 이 석상 위에 사람의 심장을 올려놓고 인신공희를 행했다. 누운 석상의 시선은 하지 때 일몰 지점을 향한다고 한다. 신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사각 기둥과 동쪽으로 이어진 엄청나게 많은 둥근 기둥에는 짚으로 만든 지붕을 덮었다고 하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기둥만 남았다. 신전 입구 정사각형 기둥 60개에는 톨텍 복장을 한 전사 조각을 새겼는데 이 때문에 ‘전사들의 신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워낙 앞에 기둥이 많아 ‘천 개의 기둥 신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 엘 메르카도 ‘엘 메르카도(El Mercado)’를 처음 발견한 탐험가는 기둥이 공터 주위를 쭉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시장의 가판대와 비슷하다고 여겨 시장이라는 뜻의 ‘엘 메르카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현재 고고학자들은 이곳이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일종의 예식을 치르는 제례 장소일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태수 수필가

캘리그래피의 감동과 예술이 더해진… 김경은 캘리 친필전 ‘글꽃-시를 품다’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 담긴 ‘시화’에 ‘손글씨’의 아름다움이 더해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캘리그래피 작가이자 시인인 김경은 수원문학대학 교무처장은 24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북수원도서관 갤러리에서 ‘글꽃-시를 품다’ 캘리 친필전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김경은 작가의 자작시와 노천명 시인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등을 캘리그래피로 완성한 시화를 비롯해 이를 새긴 손수건, 부채, 쿠션 등 작품 7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대학에서 한문학을 전공한 김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서예를 배우고 정진한 뒤 붓글씨와 수묵화 작업을 이어왔다. 여기에 어린 시절 시 낭송·암송 등을 즐겨하던 취미는 지금의 캘리그래피 시화 작품을 완성하게 된 배경이 됐다. 이 때문에 김 작가가 손글씨로 쓰고 그림을 곁들여 펴낸 작품들엔 현대 서예의 면모가 서려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김 작가의 대표작 ‘가끔 너를 본다’가 관람객을 맞는다. ‘희미한 기억 끝에/서 있는 너를 본다/커다란 눈 깜박이며/작은 입 열어/귓속말로 속삭이는/봄꽃같은 너였기에’. 시의 구절은 나팔꽃 등 다양한 꽃들이 수놓아진 배경과 어우러져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수채화 물감의 그림과 먹물로 찍어낸 캘리그래피가 어우러진 이 작품엔 친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다. 이 같은 그리움의 정서는 ‘다시 부를 너의 이름’ 작품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더불어 설렘과 영원한 사랑을 담은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야트막한 언덕에/우리 예쁜 집을 짓고/은하수 가운데 달을 담자’는 구절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남편에 대한 깊은 사랑을 담아냈다. 또 전시에선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나태주 시인의 ‘풀꽃’, 다양한 성경구절을 담은 족자와 소품도 만나볼 수 있다. 김 작가는 오는 28일 이번 여섯번째 캘리 친필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의 네 번째 시집 ‘다시 부를 너의 이름’ 발간을 기념한 시낭송회를 북수원도서관 1층 강당에서 연다. 김경은 작가는 “2008년 등단해 작가가 됐고, 꾸준히 전시를 이어오면서 캘리그래피와 시화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글씨는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곳에 쓰이기 때문에 캘리그래피는 굉장히 매력적인 예술이다”라며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글씨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림과 시를 보며 바쁜 일상 속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1박2일 힐링캠프’ 성료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는 일반위탁가정의 가족관계 증진 등을 위한 ‘1박2일 힐링캠프-워터밤, 빛나는 밤’을 성료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6~7일 강원도 홍천에서 진행된 이번 힐링캠프에는 친부모의 사정으로 친가정에서 생활할 수 없는 아동들에게 새로운 가족이 돼 준 일반위탁가정 38가구, 총 141명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박미선 경기도 아동보호팀장이 참석해 가정위탁 유공자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여하고 위탁부모의 사랑과 노고에 감사와 격려를 전했다. 힐링캠프 첫째날에는 물놀이와 레크리에이션, 가족 장기자랑이 진행됐다. 가족 장기자랑은 총 11개 팀이 각각 노래, 춤, 악기 연주, 태권도 등을 뽐내며 다채로운 무대를 장식했다. 장기자랑에 참여한 한 아동은 “열심히 준비한 악기연주와 노래를 하니 너무 행복했다. 장기자랑을 통해 담대함을 배웠다”며 소감을 전했다. 힐링캠프 둘째날에는 아동 프로그램과 위탁부모 모임이 이뤄졌다. 위탁부모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아동들은 할래볼래 공연팀의 ‘춤추는 쿠킹쇼’ 난타 퍼포먼스 뮤지컬을 관람했으며, 난타공연 이후 연계활동으로 ‘나만의 악기 만들기’를 진행했다. 위탁부모 모임에 참여한 한 부모는 “다른 위탁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힘들고 고단한 순간들이 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 역시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많은지 느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조현웅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위탁아동들이 건강하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을 아끼지 않는 위탁부모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힐링캠프에서 보낸 시간이 지칠 때마다 열어볼 수 있는 반짝이는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가정위탁보호사업은 친부모가 아동을 키울 수 없는 경우, 위탁가정이 아동을 맡아 양육했다가 친가정으로 복귀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위탁가정이 되려면 아동복지법 제3조에 따라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정신질환 등 전력이 없어야 하고 법이 정하는 일정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위탁가정 신청·자격조건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초록우산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곡선사박물관, 일일캠프 ‘전곡리안의 하루’ 운영

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관장 이한용)은 지난 21일부터 10월 20일까지 매 주말마다 박물관 대표 일일캠프 프로그램인 ‘전곡리안의 하루’를 운영한다. ‘전곡리안의 하루’는 그동안 주말과 휴일에 경기북부 관광을 위해 박물관을 방문했으나 다른 관광지 방문 일정과 겹쳐 아쉽게 박물관의 교육과 체험을 놓친 관람객들을 위한 유료 상설체험 프로그램이다. 관람객들은 주말과 휴일의 핵심 시간대(오전 11시~오후 4시)에는 언제든지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선사문화의 핵심인 불피우기에서 석기사용체험을 비롯해 선사시대 사냥기술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교육 시간을 위해 기다릴 필요 없이 전문강사가 진행 중인 체험에 함께 참여하고, 개별 일정에 따라 짧거나 또는 길게 경험할 수 있다. ‘전곡리안의 하루’는 별도 예약없이 4인가족(최소기준) 9천원으로 현장 결제 후 참여 가능하다. 지정 프로그램 외에도 야외에서 별도로 다양한 선사기술 체험 교보재를 통해 개별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자세한 사항은 전곡선사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된다. 전곡선사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이 구석기 문화에 흥미를 느끼고, 특히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클래식계 이끌어갈 별들의 무대…제33회 성정음악콩쿠르 ‘피아니스트 지현규’ 대상

클래식 음악계의 차세대 주역을 발굴하는 제33회 성정음악콩쿠르 ‘위너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지현규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2일 수원 SK아트리움에서 열린 위너 콘서트에는 1천366명의 참가자 중 열띤 경쟁 끝에 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4개 부문의 최우수 수상자 5명이 선발됐다. 수상자들은 수원시립교향악단과 각자의 음악적 해석과 색깔이 담긴 협연무대를 선보였다. 먼저 성정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지현규(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 입학 예정)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을 협연하며 뛰어난 테크닉과 감수성을 드러냈다. 피아노의 화려한 독주로 곡의 극적 전개를 완벽히 소화하며 피아니스트로서의 탁월한 역량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열정과 섬세함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지현규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상금 2천만원이 수여됐다. 수원음악상(수원특례시장상, 상금 300만원)은 첼리스트 이소민(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에게 돌아갔다. 이소민은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2번’ 1악장을 통해 첼로의 깊고 풍부한 소리를 극대화하며 감동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그녀의 유려한 연주와 강렬한 해석이 곡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소프라노 정주연은 조두남의 ‘새타령’,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Cäcilie, Op. 72 No. 2’,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 중 ‘Je marche sur tous les chemins’를 선보여 성정음악상(성악특별상·재단이사장상, 상금 500만원)과 연주상(대회장상,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정주연은 조두남의 ‘새타령’을 통해 한국 가곡 특유의 서정성과 애조를 담아내며 청중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Cäcilie’와 오페라 마농의 ‘Je marche sur tous les chemins’를 통해 섬세한 감정선과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강력한 성량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닐루파르 무히디노바(한국예술종합학교 독주자 과정 재학)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1악장을 협연하며 화려한 테크닉과 감성적인 표현력을 펼쳐내 청중상(수원문화재단이사장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차이콥스키 특유의 서정성과 격정적 리듬이 돋보이는 곡을 선정해 빠른 패시지와 섬세한 보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미래 세대의 꿈나무를 발굴, 후원하기 위한 취지로 올해 신설된 영재상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연후가 수상했으며, 첼리스트 문태국(제15회 성정음악콩쿠르 성정대상 수상)이 시상에 함께 했다. 대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지규현은 “이번 콩쿠르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음악가로 성장하고, 음악으로 소통하고 감정을 나누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며 성장하는 피아니스트가 돼 음악으로 더 많은 분들과 감동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성정문화재단은 지난 1992년부터 음악인들이 꿈을 펼치고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등 클래식 음악의 토대를 닦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성정문화재단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콩쿠르를 만들기 위해 매년 심사위원 구성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심사기준의 명확성, 평가 과정의 투명성 등을 높이고 있다. 김정자 성정문화재단 이사장은 “성정문화재단의 역할은 음악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들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것”이라며 “젊은 음악가들이 더욱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식량을 넘어 ‘가치’를 생산하는 농부를 생각하며 [review_같이 쓰는 농부사전]

블루메미술관이 파주시 후원으로 지난 5월부터 ‘같이 쓰는 농부사전’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농장 네 곳의 농부와 현대 미술작가 네 팀의 드로잉, 영상, 설치 11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누구나 ‘농부적 삶’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농부적 삶’의 태도로 세상 바라보기 올해 초 외국에서 유입된 검역해충 ‘토마토뿔나방’이 국내 토마토농가에서 처음 발견됐다. 토마토 잎과 줄기를 갉아 먹고 과실 내부에 세균을 퍼뜨려 작물에 2차 피해를 주는 이 해충이 발생한 여러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은 기후변화였다. 기후위기와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직군 중 하나가 농부일 것이다. 식량생산가이자 가치생산자로서 농부의 일과 생각을 응축해 조명한 전시 ‘같이 쓰는 농부사전’이 지난 5월부터 파주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는 농장 네 곳의 농부들과 현대미술작가 네 명이 협업한 드로잉, 영상, 설치 작품 11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에서 조명하는 농부는 농업의 산업화를 위해 대량생산에 몰두하는 대농, 관행농과 구분되는 작은 농업을 지향하는 작은 농부들이다. 농작물 생산자로만 단순화될 수 없는 농부의 일과 생각의 확장성을 고민하는 다양한 작은 농부들의 이야기에서 이 전시는 ▲가치 생산자로서의 농부-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삶 ▲매개자로서의 농부-상생하는 삶 ▲연구자로서의 농부-자연을 탐구하는 삶 ▲생태 관리자로서의 농부-지속가능한 삶 등 네 개의 가치를 찾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95%의 인간이 농사를 짓는 5%의 인간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먹고사는 행위 이상의 생명을 지탱하는 태도와 관점의 영역을 포괄한다. 자연을 탐구하고,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 공동체적 가치에 주목하고 기후위기의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삶의 태도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누구나 ‘농부적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의 흐름과 인간의 삶 2013년 개관한 블루메미술관은 살아있는 나무를 감싸 안고 지어진 바이오필릭(Biophillic) 건축의 모습대로 2017년 정원문화에 관한 현대미술 전시를 시작으로 자연주의 정원 자체가 상설전시 작품으로 설치된 곳이다. 미술관의 중정은 정원사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며 상시 가꾸고 있으며 이번 전시도 정원사들과 교류하며 알게 된 농부의 삶과 가치를 알리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백정기 작가×그래도팜 원승현 농부, 김준서·강민지 작가×종합재미농장 김신범·안정화 농부, 조호영 작가×뭐하농 이지현 농부, 스몰바치 스튜디오 강은경 작가×고양찬우물농장 이상린 농부 등 네 팀의 농부와 작가를 선정하고 매칭해 공간을 조성했다. 김준서 작가의 ‘콩쟁반, 2024’ 작품이 전시장 한가운데에 매달려 있다. bldc 모터와 컨트롤러 아래 씨앗이 담긴 쟁반이 시소처럼 왔다 갔다 한다. 한쪽으로 기울 때마다 들리는 씨앗 쏟아지는 소리가 이삭을 털어내는 탈곡기 소리 같기도 하고, 빗소리 같기도 하다. 바람에 따라, 기울기에 따라 움직이는 씨앗을 통해 자연의 흐름과 그에 따르는 인간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 고리 안에 농부의 삶과 나의 삶이 연결돼 있음을, 나아가 기후위기와 맞닥뜨린 우리가 가져야 할 사고의 전환과 또다른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백스테이지 ‘첫 공개’.... NJP 커미션 ‘숨결 노래’ [전시 리뷰]

각기 다른 작품의 톤과 목소리가 어우러진 노래소리는 어떨까. 어우러짐의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소리가 충분히 어우러지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네 명의 큐레이터와 네 명의 작가가 개성을 담아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가 마련됐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지난 12일부터 선보이는 기획전 NJP 커미션 ‘숨결 노래’다. ‘NJP 커미션’은 백남준아트센터가 처음 선보이는 형식의 전시로 ‘수행하는 미술관’, ‘실천하는 미술관’으로서 미술관과 예술의 의미를 다시 성찰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외부 큐레이터를 포함한 네 명의 학예사가 공동 큐레이팅 하고,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표현 형식 등으로 작가 본연의 예술 세계를 드러낸다. 먼저 정시장에 들어서면 앤 덕희 조던 작가의 공중 설치 작품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을 환영한다’가 눈길을 끈다. 백남준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은 오래된 구형 컴퓨터, 플럭서스 퍼포먼스,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연상케 하는 피아노,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손으로 구성됐다. 관객이 다가오면 공중의 손이 진자 운동을 시작하며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피아노는 연주 소리와 화려한 빛을 내며 관객에게 응답한다. 작품은 관객과 기술, 예술이 융합해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가능성을 그렸다. 에글레 부드비티테 작가는 인간과 동물, 식물의 공생을 강조하는 비디오 작품 ‘퇴비의 노래: 변이하는 몸체, 폭발하는 별’을 선보였다. 고대의 자연이 잘 보존된 리투아니아 쿠로니안 스핏의 소나무 숲과 모래 언덕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현지의 학생과 안무가가 함께 등장한다. 이들은 이끼로 뒤덮인 땅에 몸을 의지하거나 수평선을 따라 전진하고, 모래톱에서 뒹굴며 신체의 여러가지 동작을 보여준다. 작가가 만든 몽환적인 사운드와 원시적인 자연, 다양한 특징의 몸을 결합해 초자연적인 감각을 고조시켰다. 전시는 ‘회전초’를 통해 식물의 점진적이고 대대적인 이동을 보여주는 최찬숙 작가의 비디오 설치 작품 ‘더 텀블’로 이어진다. 작품은 바람이 불면 스스로 뿌리를 끊어내고 바람에 굴러다니며 씨를 흩날리는 회전초의 삶의 방식과 나선운동에 주목해 만들어졌으며, 작가는 이 같은 회전초의 모습에서 밖으로 밀려나는 존재들을 담아냈다. 영상은 애리조나 등 회전초를 찾아가는 작가의 여정과 회전초를 포착한 드론의 시선,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생동하는 회전초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더 텀블’은 3부로 구성된 작업의 1부에 해당하는데, 전시장에선 미군 참전용사와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의 연합을 다룬 2부 ‘더 텀블 올 댓 폴’로 이어진다. 특히 우메다 테츠야 작가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숨겨진 공간을 탐험하는 투어 퍼포먼스 ‘물에 관한 산책’을 선보인다. 작가는 전시장이 아닌 미술관의 숨겨진 공간에 작품을 배치해 관객이 작품을 발견하면서 50분간 미술관을 오롯이 경험하도록 했다.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TV 정원’, ‘TV 물고기’,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 아카이브 ‘메모라빌링’은 작가의 연출에 따라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또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각종 사무실 등 백남준아트센터의 백스테이지를 처음 공개해 미술관의 건축적 매력과 새로운 역할을 발견할 수 있다. ‘물에 관한 산책’은 지난 13일부터 한 달 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20분 간격으로, 1일 총 6회 진행된다. 이채영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팀장은 “네 명의 작가들이 인간중심주의로 인해 피폐화된 생태와 자연을 돌아보고 주변 사물들과의 연대를 표현하는 것으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했다”며 “전시를 통해 미술관이 동시대에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예술로 소통하는 현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15일까지.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