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반까지 홈런 선두권을 유지한 박경완(현대)은 “홈런 타이틀에 관심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지난달 시드니올림픽 예선리그 2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홈으로 달려 들던 주자와 부딪쳐 실려 나간 뒤 출장이 중단됐던 박경완은 아예 홈런왕 대열에서 완전히 탈락한 것으로 여겨졌다. 홈런 경쟁 뿐 아니라 팀의 포스트시즌 경기에도 출장하지 못하거나 설사 출장하더라도 제몫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샀다. 그러나 박경완은 김포공항에 내린 뒤 하루만에 시즌 36호 홈런을 쏘아 올리더니 4일 37호 홈런을 터뜨려 단숨에 우즈(두산)와 홈런 공동선두에 올라서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올림픽 휴식기를 지내며 충분한 휴식으로 원기를 회복한 투수들 때문인지 홈런개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최근 박경완의 홈런 페이스는 ‘뜻이 없다’던 홈런왕 타이틀을 충분히 노려볼만하게 됐다. ‘영원한 홈런왕 후보’ 우즈와 이승엽(삼성)이 다급한 팀 사정 때문에 초조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것과 달리 편안한 자세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어 박경완은 85년 이만수(당시 삼성) 이후 첫 포수 홈런왕에 오를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 보인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쉴 짬도 없이 국내 정규리그에 투입된 시드니올림픽 ‘드림팀 전사’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시드니에서의 활약이 그대로 이어져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경기 감각을 잃어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도 즐비하다. 올림픽 상한가를 국내 리그에서 재현한 대표적 사례는 ‘히팅 머신’이병규(LG)와 ‘극일전사’ 구대성(한화), 그리고 ‘닥터K’김수경(현대) 등. 그러나 이승엽(삼성), 임선동(현대), 정수근(두산) 등은 국내 리그에 돌아와서는 고개 숙인 남자가 됐다. 올림픽에서 한국 타선의 첨병 역할을 해냈던 이병규는 팀에 복귀하자마자 4할대의 맹타를 휘둘러 LG가 매직리그 1위를 굳게 지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올림픽 전 최다안타 2위에 머물렀던 이병규는 1위 송지만(한화)이 부상으로 빠진 행운까지 겹쳐 최다안타왕 타이틀 2연패까지 사실상 확정지었다. 시드니에서 일본과의 2차례 대결을 모두 승리로 이끈 구대성은 복귀 이후 첫 등판을 선발승으로 장식하면서 생애 두번째 방어율왕을 예약했다. 다승 1위 김수경도 복귀 첫 등판에서 간단하게 1승을 추가, 시즌 18승으로 다승왕 다툼에 절대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이들의 맹활약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국민타자’이승엽의 부진. 팀 복귀 이후 이승엽은 경기에 나설 때마다 삼진 퍼레이드를 벌여 팬들 뿐 아니라 갈길 바쁜 팀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삼성은 김기태마저 올림픽 후유증으로 타격 침묵에 빠져 연일 매경기 1점씩밖에 뽑지 못하는 빈공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빠른 발과 재치있는 타격으로 시드니 그라운드를 누볐던 정수근(두산)도 슬럼프에 빠져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림픽에서 실망스런 투구로 명성에 금이 갔던 임선동도 복귀 무대에서 집중타를 허용하는 부진으로 다승왕과 방어율 1위, 탈삼진왕 등 투수 3관왕 도전에 큰 차질을 빚었다./연합
한양대가 2000년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에서 탐라대의 돌풍을 잠재우고 우승, 올시즌 첫 정상에 올랐다. 한양대는 2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결승전에서 지승민과 강철민의 완벽한 계투와 정종수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복병 탐라대를 2대0으로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한양대의 지승민은 4.1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으며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승리투수가 된 강철민은 7회부터 6타자 연속 삼진을 포함, 삼진 8개를 뺏아내며 4.2이닝 동안 2안타만 내주는 눈부신 역투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또 정종수는 7회 2사에서 0대0의 팽팽한 균형을 깨는 좌월 1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는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연합
짧은 기간이었지만 환희와 좌절이 교차했던 야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올림픽 첫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27일 올림픽파크 야구장에서 벌어진 야구 3∼4위전에서 선발 구대성(한화)의 완투속에 이승엽(삼성)이 결승타를 터뜨려 일본을 3대1로 제압, 동메달을 획득했다. 92바르셀로나에서 지역 예선탈락,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던 한국은 이날 승리로 한국야구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리며 올림픽야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은 또 ‘드림팀’이 구성됐던 98방콕아시안게임 이후 대 일본전에서 4연승을 거뒀고 국제야구연맹(IBA)이 공인하는 양팀간 성적에서도 9승6패로 우위를 지켰다. 전날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속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한국은 지나친 격전으로 인해 3∼4위전 전망이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아마시절부터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구대성이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쳐 모든 근심을 해소시켰다. 선발 등판한 구대성은 9이닝동안 삼진 11개를 뽑으며 5안타 1실점으로 일본타선을 무력화시켜 팀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한국과 일본은 구대성과 마쓰자카를 투입,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였다. 한국은 1회말 이병규와 박종호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1,3루의 득점찬스를 무산시킨 뒤 7회까지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일본 역시 2회 2사 만루의 찬스 말고는 전혀 구대성을 공략하지 못했다. 그러나 0의 행렬이 이어지던 8회말 한국은 선두타자 박진만이 내야안타로 물꼬를 텄고 정수근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든 뒤 이병규가 2루수 실책으로 살아나가 1사1,3루가 됐다. 한국은 2번 박종호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 찬스가 무산되는 듯 했으나 이날 3연타석 삼진을 당했던 이승엽이 좌중간을 꿰뚫는 통렬한 2타점 2루타를 날려 승기를 잡았다. 한국은 계속된 공격에서 김동주가 우전안타를 날려 3대0으로 달아났다. 일본은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마쓰나카의 2루타와 다나카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으나 더이상 추격하지는 못했다.
한국야구대표팀은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탓에 동메달에 그쳤지만 금메달에 버금가는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게 야구인들의 평가다. 대표팀은 시드니올림픽을 통해 한국야구의 수준이 세계 정상권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식시켰고 온갖 악조건속에서도 막판 승부처에서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해 소기의 성과를 이룩했다. 시드니에서 힘겹게 획득한 동메달은 무엇보다 한국야구가 올림픽에 맺힌 응어리를 풀며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한국은 77년 슈퍼월드컵과 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2차례 세계 정상에 올랐었지만 올림픽과는 줄곧 악연이었다.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한국은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고 애틀랜타에서는 최하위로 처졌다. 한국야구는 시드니에서도 예선 초반 연패에 빠지고 ‘카지노 파동’까지 일으켜 상당한 물의를 일으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막판 불꽃같은 투지로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4강에 진출했고 한국의 첫 메달인 동메달을 획득, 프로 올스타의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야구가 시드니에서 건진 또 다른 성과는 자신감이다. 18년의 짧은 프로야구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 쿠바, 일본 등 야구 강국들과 어깨를 겨루기는 부족하다고 스스로 폄하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올림픽에서 진검승부를 벌여 본 결과 미국, 쿠바 등과 한국야구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국이 미국과 쿠바에 비록 지긴 했지만 경기 막판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을 펼쳤고 일본과의 대결에서 2전 전승으로 기염을 토했다. 현재의 기량이면 언제든지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국내프로야구까지 중단하고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은 비록 부상선수들의 속출과 편파 판정으로 아쉽게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새천년 시드니에서 한국 야구사에 기념비를 세웠다.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했던 한국 야구대표팀이 심판의 오심과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는 혼란한 상황속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한국은 26일 올림픽파크 야구장에서 벌어진 미국과의 야구 준결승에서 5시간여동안의 치열한 접전 끝에 9회말 도그 미엔트키에위츠에게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두들겨 맞아 2대3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27일 낮 12시30분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대결을 벌이게 됐다. 유일한 대학생 선수 정대현(경희대)을 선발로 내세운 한국은 3회 선취점을 올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3회초 선두타자 장성호(해태)가 볼넷을 고른 뒤 박진만(현대)이 좌측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를 날려 무사 2,3루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9번 정수근(두산)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먼저 점수를 뽑았고 이병규(LG)는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터뜨려 2대0으로 앞섰다. 반격에 나선 미국은 4회말 2루타 2개로 1점을 만회해 2대1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정작 승부의 향방을 틀어놓은 것은 7회 심판들의 명백한 오심이었다. 미국은 7회 1사 뒤 6번 마이크 킨케이트가 1루와 3루에서 잇따라 심판들의 도움속에 세이프돼 1사 1,3루를 만들었고 젠슨의 희생플라이로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8회말 1사 만루에 몰렸지만 내야땅볼과 수비방해로 2아웃을 잡아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9회말 선두타자 킨케이트를 몸 맞는 공으로 출루시켰던 박석진은 멋진 견제구로 1루에서 잡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 했으나 후속타자 미엔트키에위츠에게 초구를 무심코 던지다 5시간여의 접전을 수포로 만드는 끝내기 홈런을 맞고 말았다.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은 17일 블랙타운 보조구장에서 열린 시드니올림픽 야구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김기태(삼성)와 박경완(현대)의 활약속에 장단 11안타를 몰아쳐 이탈리아를 10대2로 대파했다. 기분 좋은 1승을 올린 한국은 18일 오전 10시30분 홈팀 호주와 2차전을 갖는다. 임선동(현대)을 선발로 내세운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앞섰다. 한국은 2회 2루타를 치고나간 박경완을 김기태가 희생플라이로 불러들여 선취점을 뽑았고 3회초에는 상대실책속에 김동주(두산)와 박경완의 연속 적시타가 이어져 3대0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한국은 3회말 1점을 허용했고 4대1로 앞선 4회말 임선동이 이탈리아 선두타자 디파체에게 중월 1점홈런을 두들겨 맞아 4대2로 쫓겼다. 한국이 승기를 잡은 것은 7회. 볼넷 2개로 만든 2사 1,2루에서 김기태가 좌전안타, 김한수(삼성)는 우익선상 2루타를 날려 6대2로 점수 차를 벌였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8회 3안타와 사사구 3개를 묶어 4점을 추가, 승부를 마무리했다. 4회 임선동을 구원등판한 박석진(롯데)은 3.1이닝동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고 송진우(한화)는 1.2이닝을 1안타 무실점, 손민한(롯데)은 9회 마지막 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연합
인천 제물포고가 제3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16강에 진출했다. 제물포고는 21일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5일째 경기에서 이호근의 선제 투런홈런 포함, 7안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켜 영흥고를 7대2로 완파했다. 제물포고는 1회초 2사 2루에서 이호근이 영흥고 선발 구제주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빼앗아 기분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2회말 영흥고에 2점을 내줘 2대2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제물포고는 5회 김형성의 내야안타로 결승점을 뽑은 후 6회 조상혁의 주자일소 2루타 등 볼넷 2개와 2안타로 3점을 뽑아 6대2로 앞서며 승세를 굳혔다. 한편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 수원 유신고는 순천 효천고와 23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7대8로 석패, 16강 진입에 실패했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2000 삼성 fn.com 프로야구 드림리그 1,2위인 ‘재계 맞수’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스가 22일부터 3연전으로 수원에서 포스트시즌 모의고사를 치른다.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있는 현대와 지난 주 3승1패로 두산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삼성의 대결은 팀간 승차가 11.5여서 순위 변동에는 이상이 없지만 포스트시즌에서의 피할수 없는 맞대결이 예상돼 이번 주중 3연전은 이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승률 0.689로 8개구단 가운데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전력으로 투·타에서 모두 안정돼 있다. 현대는 팀내에서 시즌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수경(15승), 정민태(14승), 임선동(13승)을 주축으로 한 마운드의 안정이 돋보이며, 9명의 주전타자 전원이 모두 두자리수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을만큼 불꽃 타선을 자랑하고있다. 한편 이에 맞서는 삼성도 ‘라이언 킹’이승엽이 특유의 몰아치기로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어 타력면에서는 현대에 별로 뒤지지 않지만 마운드에서는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현대가 앞서고 있지만 라이벌 의식이 강한 두팀의 경기는 끝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용호상박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누가 ‘안타제조기’의 명예를 차지할 것인가. 이병규(LG)의 독주로 싱겁게 막을 내릴 것 같았던 올 시즌 최다안타부문 경쟁이 송지만(한화)의 가세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5일 현재 송지만은 139개의 안타를 기록, 이병규(137개)를 2개차로 제치고 이 부문 선두에 올라있다. 그러나 아직 30여경기가 남아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으로 정규시즌이 중단된다는 변수 때문에 두 선수의 경쟁은 끝까지 그 승자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올 시즌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한 송지만은 정작 홈런왕보다는 최다안타 타이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송지만은 소속팀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좌절돼 오히려 속편히 개인기록에 전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타자로서는 드물게 빠른 발까지 갖춘 송지만이 이병규와의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95년 최태원(당시 쌍방울)이후 5년만의 우타자 최다안타왕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 시즌 192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한 이병규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당겨치기와 밀어치기에 모두 능한 전형적인 안타제조기 스타일의 타격을 자랑하는 이병규는 팀의 1번타자로 타석에 자주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이 송지만보다 유리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최다안타 부문 선두를 송지만에게 내줬지만 곧바로 페이스를 끌어올려 선두를 되찾겠다는 다짐이다. 시드니행 비행기를 같이 탈 두 선수의 안타 경쟁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