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도시 광명의 한 아파트단지에 화사한 눈꽃이 내린다.아이들은 이벤트 행사에 맞춰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리고, 춤과 노래솜씨를 자랑하고, 한 켠에서는 부녀회에서 알뜰하게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동네 어르신과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바자회에 흥겨워하고 있다. 아빠와 엄마, 이웃 어른과 동네 주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영화도 관람하며 폭죽놀이에 신명이 난다. 광명시 철산2동 주공아파트 8단지 자치부녀회(회장 함영순·49)에서 마련한 ‘벚꽃축제’의 한마당이다. 올해로 여섯번째를 맞는 벚꽃축제는 환경을 테마로 하는 지역의 작은 문화축제로, 이웃간의 화목은 물론 이웃돕기를 통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 경로효친사상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축제로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시 구로구, 금천구 주민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는 4월14일 개최되는 올 벚꽃축제는 식전행사를 거쳐 개막식, 화합의 시간 등 3부로 나뉘어 열리며 참여주민은 인근 주민들까지 포함, 7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자치회 임원회에서는 이벤트사를 초청하는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작지만 큰 마을 축제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에서는 벚나무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임을 알리는 홍보와 함께 우리의 토종인 왕벚꽃나무를 시전역에 가로수와 조경수로 확산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 철산2동사무소에서는 지난 99년도 공공근로사업으로 안양천 뚝방길(3㎞), 구로구와 8단지 양쪽 도로에 벚나무 100주를 식재했으며 8단지와 접한 현충공원에 많은 벚나무를 심어 8단지를 중심으로 그야말로 벚꽃의 화사함과 향내가 물씬 풍긴다. 이러한 벚꽃의 화사함과 향기 못지 않게 훈훈한 인정이 있어 더더욱 이 행사가 아름답고 정겹다. 주공8단지 부녀회에서는 지난해 행사까지 마련된 수익금 1천250만원으로 불우이웃돕기(년5회 300만원), 노인정 경로잔치(20회 600만원), 충북 음성군 꽃동네 방문(2회 160만원), 철산2동 나눔의 집 결손가정 자녀방문(40만원), 단지내 놀이터 등 시설정비에 200만원을 지원해 오고 있다. 또한 폐품수집으로 얻은 수익금으로 전세대에 재생화장지를 구입·배부(3회 450만원)하고 있으며, 70여명으로 구성된 노인회에서는 주 3회 단지내 대청소를 실시하는등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봉사와 선행을 묵묵히 해오고 있다. 하나의 축제가 일과성이 아닌 마을 전통의 축제가 되기까지는 주공 8단지 자치회와 부녀회의 자기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부녀회가 하는 일들은 최근 우리사회에서 병폐가 되거나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것들을 한꺼번에 불식시키는 매개체로서 전국적으로 권장하고 싶을 만한 훌륭한 축제로서 최근 지방자치단체가‘정주도시’를 이구동성으로 슬로건화 하는 추세에서 주공8단지의 벚꽃축제 행사와 봉사정신을 벤치마킹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철산2동 주공8단지 벚꽃축제의 주요 테마는 크게 세가지이다. 먼저, 환경을 테마로 하는 것이다. 62개동 1천484세대가 어우러져 사는 삶의 터전은 환경친화적이어야 하므로 꽃과 열매 그리고 시원한 그늘과 낙엽을 만끽할 수 있는 벚나무에 착안해 지난 85년 입주부터 지금까지 벚나무 980주를 심고 가꾸어 창문을 열거나 마당에 나서면 콘크리트 벽이 아닌 자연 그대로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로, 환경친화적인 많은 노력들이 그 결실을 이루어 가고 있다. 이웃간에 정감있고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도움으로써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생산적 복지를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산교육장이다. 세째로, 무너져 가는 경로효친사상의 적극적인 실천이다. 관리사무소에 있는 노인정에는 65세 이상 노인만도 75명이나 된다. 자치 부녀회에서는 매일 윤번제로 돌아가며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으며 바자회와 재활용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매년 어버이 날을 비롯해 년간 4회 노인경로잔치를 마련해 드리고 있다. 부녀회 이순례(41) 총무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내 부모를 공경하면 내 자식한테 효를 받을 수 있고, 나 또한 늙으면 공경받는 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요”라며 반문한다. 관리사무소의 직원은 소장을 포함해 18명이 62개동의 넓은 아파트를 관리하면서도 지난 99년 당시 IMF체제하에 입주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경비원 2명, 경리 1명, 미화원 1명을 줄이고 각종 낭비요소를 과감하게 개선하여 년간 6천만원 이상을 절감함으로써 인근 아파트단지에 비해 30%가량의 관리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안대환(52) 관리소장은“우리 8단지 입주민은 광명시에서 가장 살기좋은 아파트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이를 뒷받침하는데 전직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과 이웃과 어르신과 조화롭고 정겹게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꾸려가고 있는 아름답고 훈훈한 인간애가 살아 숨쉬는 광명시 철산2동 주공8단지에는 봄날의 따사로움과 함께 벌써 벚꽃이 만발하고 있다. <인터뷰>함영순 자치 부녀회장 광명시 철산2동 주공아파트 8단지 자치부녀회 함영순 회장(49)은 “좋은 환경에서 전주민이 한가족처럼 지내며 살고 싶어하는 정주도시를 만드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겠다”고 밝혔다. -벚꽃축제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주민화합과 친목도모를 위해 시작한 것이 바자회 등 수익금으로 불우이웃도 돕고 주민이 하나 되는 행사로 발전해 다른 단지주민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벚꽃축제의 활성화 방안은. ▲보다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단체행사에 역점을 두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 동사무소 등과 협의를 거쳐 8단지를 기점으로 광명시 전역으로 벚꽃축제를 확산시키는데 노력하겠다.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8단지는 아파트단지와 단독필지로 구분되어 있으나 입주민 모두가 단합이 잘되고 양보심이 많다. 모두가 합심하여 전국에서 제일 살기좋은 도시 광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 주었으면 좋겠다. /광명=권순경기자 skkw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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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