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총량제 적용을 받는다. 2005년 부터다. 공급 과잉 방지를 위해 지역별로 총량을 설정한다. 이를 넘어서는 공급 과잉분에 대해서는 감차(減車) 사업을 한다. 예산으로 택시 면허를 사들이고 폐기하는 것이다. 인천지역에서도 그간 총량제 산정 결과, 공급 과잉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천시도 예산을 들여 감차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10년째 감차 실적이 전무하다고 한다. 택시업계는 감차에 대한 보상 지원금이 너무 낮아서라고 한다. 그런데도 택시 면허는 수천만원대에 거래가 이뤄진다. 어찌된 일인가. 인천시의 택시 감차 사업이 10년째 ‘0건’이라고 한다. 시는 지난 2019년 ‘제4차 인천시 택시총량제 산정 용역’을 했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1천716대의 택시를 줄여야 한다. 전체 1만4천153대 택시 중 12% 정도의 공급 과잉분이다. 택시 수를 적절히 조절, 택시업계 경영난도 해소하고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도 높이려는 감차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단 1대의 택시도 줄이지 못했다. 그 이전 5개년 계획에서도 실적이 0건이어서 지난 10년간 감차 실적이 전무하다. 인천시는 올 하반기 제5차 택시총량제 산정 용역(2025~2029년)을 한다. 여기서도 택시 공급 과잉분은 현재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감차 사업은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택시 전체 보유대수 중 실제 영업을 한 택시의 평균 비율을 고려해 택시 총량 등을 정한다. 인천지역의 경우 5년마다 감차 목표 대수가 늘어나는 택시총량제 산정인 셈이다. 인천지역의 택시 감차에 대한 보상 지원금은 1천300만원이다. 국비와 시비 등으로 충당한다. 택시업계측은 이 보상 지원금이 적어 감차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천지역 택시 면허 거래가는 개인택시 8천만원, 법인택시 4천만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택시업계는 해마다 기사들이 떠나고 있지만 면허를 붙들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지역 법인택시 기사는 갈수록 줄고 있다. 그래도 면허 반납보다 면허 거래가 이득이니 택시를 세워두는 쪽을 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직접 당사자인 택시업계는 감차 사업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아직은 높은 값에 면허가 거래된다는 것은 공급 과잉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공급 과잉을 우려할 정도가 아닐 수도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지난 6년간 1천248대나 감차했다. 현재 이 지역 공급 과잉률이 34%에 이르기 때문일 것이다. 택시총량제의 핵심은 적정 대수 산정이다. 총량을 잘못 산정하면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을 왜곡시킨다. 예산을 들이는 택시 감차 사업도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면 실패한다.
급격한 기후 변화의 시대다. 유례 없는 집중호우도 빈발한다. 기존 치수 인프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과거 홍수는 주로 농경지 매몰이나 산사태 등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도시에 홍수가 닥친다. 도시 침수다. 2022년 8월 장마 때 반지하주택 침수 사태가 빚어졌다. 인천에서도 당시 406가구의 반지하주택이 넘쳐난 빗물에 잠겼다. 지난해 7월에는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14명이 숨졌다. 이곳 단체장들은 현재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경고음 볼륨이 더 커지고 있다. 이제 곧 장마철이 다가온다. 그런데도 인천의 도시 침수 예방 사업은 지지부진하다고 한다. 인천시는 2022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이주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침수 위험이 큰 지역의 반지하주택 세입자 3천900여가구가 대상이다. 보다 침수 위험이 적은 임대주택 입주를 돕고 이사비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참여 가구가 해마다 100여가구 안팎이다. 2022년 126가구, 지난해 152가구 등이다. 올해는 아직 한 가구도 없다. 세입자들의 가계 상황 대비 임차료가 비싸거나 위치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지하주택 침수 예방을 위한 개폐식 방범창 설치 사업도 더디다. 지난해부터 579가구(14.8%) 지원에 그쳐 있다. 일괄적인 설치 지원이 아니라 주민들이 신청해야 하니 참여율이 낮다. 반지하주택의 폐쇄식 방범창은 침수 시 대피 자체를 가로막는다. 2022년 장마철의 도시 침수 때도 피해가 컸던 부분이다. 지하차도 침수 예방을 위한 사업들도 진전이 없다. 인천시는 지하차도 침수 대책을 위한 연구용역도 시작하지 못했다. 지난 2월부터 세 차례나 유찰됐다. 곧 네 번째 발주에 나서지만 10월에나 결과물이 나온다. 올해 장마철은 그냥 넘겨야 하는 셈이다. 지하차도 침수 때 자동으로 차량 진입을 막는 차단시설 설치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국비 확보가 무산되면서 7곳 지하차도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인천의 지하차도는 31곳이다. 현재 22곳(71%)에 차단시설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의 오송 지하차도 침수, 2020년 7월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참사를 생각하면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엊그제 어린이날 폭우만 봐도 그렇다. 일부 지방에서는 하루 종일 200㎜ 가까운 비가 쏟아졌다. 올해 장마나 태풍철도 쉬이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재난은 늘 이런 방심을 파고든다고 했다. 재난을 당하고 난 뒤에는 이미 늦다. 국비 확보 실패, 이런 이유로 꼭 해야 할 일을 미뤄선 안 될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 내 비리가 놀라울 정도다. 오랜 기간 만연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채용 비리는 인천지역 선관위가 대표적이어서 혀를 차게 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떤 기관인가. 공정한 선거 관리는 국가 경영의 틀을 세우는 일이다. 경력직을 뽑을 때마다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전•현직 간부의 아들딸, 예비사위까지 선관위 직원으로 입성했다니. 엊그제 감사원이 선관위 자녀 채용 비리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처음엔 선관위가 자기들은 감사를 받을 수 없다고 버텼던 그 감사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차장 등 전•현직 직원 27명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 직권남용과 청탁금지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다. 지난 10년간 중앙선관위와 지역 선관위는 291차례나 경력직을 채용했다. 그때마다 비리나 규정위반이 나왔다는 것이다. 인천지역 선관위에서는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아들의 부정 채용이 있었다. 이 간부의 아들은 본래 강화군청 직원이었다. 2020년 강화군선관위에 경력직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 강화군선관위에 빈 자리가 없는데도 자리를 만들어 채용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2019년 채용 수요를 조사했다. 당시 인천시선관위는 6급 이하 인원이 정원을 초과했다고 보고했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는 1명을 채용하도록 했고 전 사무총장 아들이 원서를 내자 선발 인원을 2명으로 늘려줬다. 면접에서도 전 사무총장과 친분 있는 직원들이 면접위원으로 들어와 높은 점수를 줬다. 채용이 돼도 강화군선관위에서 5년 이상 근무해야 하는 조건의 경력직 채용이었다. 그러나 이 직원은 1년도 안 돼 상급기관인 인천시선관위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직원에게만은 ‘5년간 전보 금지’ 조건을 풀어줬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선관위 직원들 사이에서 ‘세자’로 불렸다고 한다. 지역 선관위가 선출직 단체장들을 압박한 정황도 나왔다. 충북의 어느 군 선관위는 군수에게 군 직원에 대한 전출 동의를 요청했다. 이 직원은 지역 선관위 간부의 자녀였다. 군수는 선관위와 군청 간 전출은 일대일 교류가 원칙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요청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다. 오늘도 대다수 선관위 직원들은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바쁠 것이다. 일부의 일탈이긴 하지만, 국민들을 크게 실망케 한다. 선거 관리는 국민 신뢰가 생명이다. 선거 관리가 신뢰를 잃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일벌백계의 단호한 처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선관위 자체의 자정 기능 회복도 시급해 보인다.
황우여 상임고문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지명됐다. 황 고문은 인천 연수구에서 네 번 당선된 5선 출신이다. 인천시당 위원장을 맡으며 인천을 대표했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 새누리당 대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역임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5선 의원과 당 대표를 지낸 분이고 덕망과 인품을 갖추신 분”이라고 평했다.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이라고도 했다. 참패 충격에 빠진 국민의힘이다. 넉넉한 관리자로 맞다. 신임 비대위원장의 역할은 복잡할 것도 없다. 6월 전당 대회를 관리하는 임기 2개월 한시직이다. 신임 대표 선출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책임이다. 거기에 대표 선임 룰을 바꾸는 과정이 놓여 있기는 하다. 현재 당헌은 ‘당원 투표 100%’다. 이걸 ‘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것도 비대위원장 개인의 입김이 개입될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수도권 여론은 묻는다. 황우여 선택으로 수도권을 보듬으려는가. 다른 쪽에서 목격되는 모습이 있다. 여전히 수포당(수도권 포기 정당), 경포당(경기도 포기 정당)이다. 차기 원내대표에 이철규 의원이 도전해 있다. 강원도 지역구(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출신이다. 더 상징적인 것은 친윤의 대표격이라는 것이다.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이다. 당내외 모든 분석이 윤석열 대통령을 패인으로 꼽는다. 바로 그 선거 직후 꾸려지는 새 지도부 선출이다. 배 침몰시킨 선장에게 또 배를 맡기자는 것이다. 도대체 수도권 민심을 뭘로 보나. 척지기로 작정이라도 했나. 경기도 60석 가운데 겨우 6석 챙겼다. 참패했던 4년 전보다 더 참패다. 민주당과의 지지율 차는 무려 11.73%포인트다. 정권 초 반짝 효과를 봤던 2022 지방선거에서 다시 2020년 ‘궤멸’로 갔다. 그래서 나온 말이 ‘경포당’, ‘수포당’이다. 그런데도 강원 출신의 친윤 원내대표 조짐이다. 경기·인천에는 원내대표에 도전할 ‘깜냥’도 없어서 이러는 건가. 경기·인천 정치 무시를 넘어 모욕이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의 정치 역정을 높이 산다. 인천 정치를 키워온 역사의 증인이다. 성공적인 비대위원장 역할을 기원한다. 당 대표 선출 관리도 중요한 사명이다. 다만, 그의 지명과 당내 흐름을 함께 지켜보는 수도권 여론의 불신은 전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수도권을 배려 않는 국민의힘. 인천 출신 황우여로 퉁칠 생각이라면 틀렸다.
다음 달 30일부터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국회법은 이로부터 7일 안에 첫 임시회 본회의를 열도록 하고 있다. 이제부터 상임위 배정 등 원 구성이 본격화한다. 이런 가운데 인천지역 당선인 절반 가까이가 같은 상임위원회를 희망한다고 한다. 국토교통위원회다. 도시철도, GTX 등 표 나는 공약들을 다루는 상임위이긴 하다.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인천 국회의원들이 한곳에 몰리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번 총선 당선자는 21대보다 1석 늘어나 14석이다. 지역 정가에서 나오는 얘기로는 인천 당선인 중 6명이 국토교통위 배정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중구·강화·옹진군)을 비롯, 더불어민주당 허종식(동·미추홀구갑)·정일영(연수구을)·맹성규(남동구갑)·유동수(계양구갑)·김교흥 의원(서구갑) 등이다. 국토위를 희망하는 나름대로 명분은 있다. 지난 총선을 달궜던 굵직한 지역 현안 사업들이 대개 국토위 소관이다. 제2경인선 사업 본격화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E 노선 구체화 등이다. 경인국철(경인선) 및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등도 있다. 지난 총선 결과 인천에서는 3선 이상 중진급 의원이 다수 나왔다. 5선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3선의 맹성규 의원, 김교흥 의원, 유동수 의원 등이다. 이들 다선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윤 의원은 국방위원장을, 맹 의원과 김 의원은 국토교통위원장을, 유 의원은 정보위원장 등을 겨냥한다. 그러나 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총선을 통해 3선에 오른 이만 84명이나 된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28%를 차지한다. 상임위원장 자리는 17개 뿐이다. 이들 다선 의원의 주요 당직 도전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차기 당 대표, 민주당 박찬대 의원의 원내대표 도전 등이다. 여의도에서 인천의 목소리가 기대되는 22대 국회다. 인천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문제도 시민을 바라봐야 한다. 인천이 직면하고 있는 현안은 각 분야에 고루 걸쳐 있다. 교통망 확충은 그 일부다. 최대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를 다룰 환경노동위원회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상임위다. 인천 의원들이 모두 환노위를 기피한다면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인천시민들이 저 먼 지방 출신의 환노위 의원들을 찾아 하소연할 것인가. 국회 상임위는 모두 17개다. 운영위나 정무위, 외교통일위는 몰라도 모두 인천 현안과 관련이 있다. 구미에 맞고 생색 나는 상임위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 인천시민들 아쉬운 곳이 다양한 만큼, 인천 국회의원들도 고루 자리 잡고 있어야 맞다.
인천시가 오는 10월부터 ‘소상공인 반값 택배’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인천지역 소상공인들의 물류 경쟁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택배 발송 물량은 대부분 월 10건 내외라고 한다. 그러니 택배업체와의 계약에 의한 택배비 인하가 어렵다. 소상공인 반값 택배는 이들 택배 물량을 일괄 수거, 계약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소규모 물량을 한데 모아 ‘바잉 파워’를 갖추도록 하는 사업 얼개다. 지난해부터 실증 사업을 진행해 성과를 확인했다고 한다. 대상 물품들은 의류, 신발, 가방, 생활가구, 애완용품, 농축산물 등이다. 인천시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30곳의 택배집화센터를 마련한다. 인천지하철 1·2호선의 30개 역사들이다. 소상공인 반값 택배의 1단계 확대 운영 인프라다. 이곳에서 접수한 소상공인 물량을 시장 평균 가격 대비 50% 절감된 택배비로 배송해 준다. 내년 7월부터는 인천지하철 57개 모든 역사에 집화센터를 설치한다. 2단계 확대 운영 계획이다. 집화센터는 역사 안 유휴 공간에 설치한다. 이 중 검암·계양·인천시청·원인제역 등 9개 역에서는 서브 집화센터를 운영한다. 인천시는 소상공인공동배송을 위해 민간업체와 위탁계약을 했다. 업체 인력 347명에 대한 인건비와 집화를 도울 전기화물차 30대를 지원한다. 7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소상공인이 집화센터에 물품을 가져다 놓으면 집화원이 수거해 배송한다. 소상공인이 방문하기 어려우면 2천500원을 내고 픽업 서비스를 요청할 수도 있다. 물품들은 도시철도 집화센터에서 중간 집화센터로 옮겨진다. 여기서 분류 작업을 거쳐 전국으로 배송된다. 현재 택배비 시장 평균 가격은 3천500원이다. 앞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은 이보다 50%가량 싼 1천500원으로 고객에게 물품을 보낼 수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소상공인 공동물류센터 운영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결과를 분석해 보니 택배 가격은 25% 저렴해졌다. 배송 시간은 50% 이상 단축됐다. 참여 업체 중 23%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매출 상승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인천시는 시스템 운영이 안정화하면 2027년부터 반값 택배를 인천시민으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7개월간 실증 사업을 거쳤다니 현장감을 살린 정책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공공 주도 사업이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소요 예산 대비 발생 편익에 대한 분석도 꼼꼼히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인천형 소상공인 반값 택배의 시장 안착을 기대한다.
소란스러운 총선이 현수막 쓰레기만 남긴 채 끝났다. 300여만 장에 1천700t 규모라 한다. 또 남은 것이 있다. 급하게 쏟아놓은 공약들이다. 갈수록 공약들이 거창해져 간다. 인천에서도 그랬다. 문제는 이번에도 그냥 해 본 말이겠지 하는 시민들 냉소다. 이번 인천 선거 공약은 거대 담론으로까지 진화했다. ‘공간 재구조화’가 대표적이다. 인천시민 삶의 터전을 다시 짜겠다는 얘기다. 철도나 고속도로를 땅 밑으로 집어넣겠다. 군부대를 들어내고 개발하겠다. 이런 공약들을 여야 없이 사이좋게 공유했다. 그래서 공약으로는 다툼이 없던 선거이기도 했다. 공약집 맨 앞 장에 경인국철(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가 있었다. 허종식 의원(동·미추홀구갑)은 경인선 지하화에 맞춰 역 주변 복합개발을 약속했다. 지역구인 원도심의 공간 재구조화 구상이다. 이웃 선거구의 윤상현 의원(동·미추홀구을)도 약속했다. 경인선을 지하화하고 녹지와 주거복합시설, 공영주차장을 짓겠다고 했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와 인천대로 개발은 서북부 지역 단골 공약이다. 김교흥 의원(서구갑)은 인천대로 방음벽을 철거하고 숲길을 내는 ‘인천대로 파크시티’ 구상을 내놨다. 지하도로 상부에는 첨단산업·복합쇼핑·문화예술 거점으로 키울 것이란다. 유동수 의원(계양구갑)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의 조기 추진을 약속했다. 노종면 당선인(부평구갑)과 박선원 당선인(부평구을)은 군부대 이전을 통한 부평 재창조를 공약했다. 노 당선인은 캠프마켓 자리에 지하 경인선의 환승센터와 주차 허브를 짓겠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1113 공병단 부지에 복합쇼핑문화시설을 약속했다. 일부 주민 반대에 대해서는 공청회로 풀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 사업은 이미 정부도 첫발을 떼 놓은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지역들과 철도 지하화 협의체도 발족했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가 있다. 문제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비 조달이다. 지화화에는 최소한 경인선 6조~9조원, 경인고속도로 3조원이 필요하다. 재정사업으로는 사실상 어렵다. 민자사업도 상당한 국비가 필요하고 부동산 경기가 사업성을 좌우한다. 그러나 당선인들 공약집 어디를 찾아봐도 재원 조달 방안은 전무하다. 가장 중요한 ‘어떻게’가 빠진 약속들이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앞으로 선거를 거듭하다 보면 죄다 지하화하는 것 아닌가. 조금 걸리적거리는 인프라는 지하로. 그래서 햇빛도 바람도 없는 땅 밑으로만 다닐지도 모르겠다. 한때 그토록 공격받았던 ‘토목 정치’가 되살아난 것도 아이러니다.
언제부턴가 ‘오픈런’이라는 말이 일상화돼 있다. 바른 영어 표현은 ‘opening rush’라고 한다.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구매를 위해 달리는 것을 말한다. ‘소아과 오픈런’도 있다. 소아과 병원이 드물어지면서 문도 열기 전에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다. 아이들은 주로 밤에 더 아프다. 그러나 소아과 병원이 부족하니 날이 새자마자 달려 대기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 갈등의 전 단계가 있었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함축하고 있다. 소아과 오픈런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정부는 이를 조금이라도 타개하려 2017년부터 ‘달빛어린이병원’을 도입했다. 밤 시간대와 휴일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짧은 대기시간으로 소아 경증 환자들을 진료하는 병원이다. 미봉책이지만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위안이다. 인천시가 ‘2024년 달빛어린이병원 지원사업 계획’을 내놨다. 대형병원 응급실 이외 평일 야간과 토·일요일 및 공휴일에 소아 경증 환자에게 외래진료를 제공하는 병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인천에는 네 곳이 있다. 미추홀구 연세소아과의원, 서구 청라연세어린이병원, 검단 위키즈병원, 중구 영종이엠365의원 등이다. 인천시는 지난 1월 달빛어린이병원 조례를 제정,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인천시는 올해 이들 병원에 6억5천600만원을 지원한다. 야간·휴일의 진료시간에 따라 최소 1억6천만원에서 3억6천만원까지의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만 18세 이하 인구가 3만명 미만이면 소아진료 활성화 지역이다. 이에 해당하는 강화·옹진군, 중·동구의 경우 보조금을 1.2배 지원한다. 보조금 관리를 위해 1년에 두 번 이상 실태 조사도 벌인다.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일과 운영시간, 적정의료인력 운용, 야간진료 관리비 적정 청구 등이다. 결국 소아청소년과 지원 전공의 부족과 소아과 감소 세태가 초래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아과 병원 찾기가 최근에는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전공의 의료 현장 이탈에 의대 교수의 외래 진료 축소까지 겹쳐서다. 의사협회는 4월부터 개원의도 주 40시간으로 진료를 축소한다고 했다. 이에 아이를 둔 부모들은 “소아과 오픈런도 너무 벅찬데 병원 문까지 닫는다니”라며 분개한다. 인천 달빛어린이병원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는 많지만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송도국제도시등을 예로 든다. 아픈 아이를 안고 밤새 애태우는 부모들을 생각하면 맞는 지적이다. 달빛병원이 소아과 오픈런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발등의 불이라도 끄려면 달빛병원 지정도, 지원 규모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119 구급대원이 폭행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도 긴급 출동해 임무를 수행 중인 현장에서다. ‘출동하기가 겁난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4년간 발생한 폭행 피해만 61건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6건, 2021년 13건, 2022년 21건 등이다. 올해도 3월까지만 7건이나 발생했다. 119 구급대원들은 한밤중에도 시민들 생명을 구하려 뛴다. 대체 왜 그러는 것인가. 인천 사례부터 보자. 한 구급대원은 지난해 9월 70대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 중 폭행 당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얼굴과 목 등을 네차례나 얻어맞았다. 가해자는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그러나 피해 구급대원은 아직도 자기가 왜 맞았는지도 모른 채 트라우마를 겪는다. 또 다른 구급대원은 2022년 5월 인천 남동구의 한 식당으로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매뉴얼에 따라 뇌진탕 여부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갑자기 가슴과 주요 부위를 폭행, 전치 2주의 피해를 남겼다. 다른 지역에서도 잇따른다. 대전에서는 최근 40대 여성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술에 취해 119 신고를 하고서는 출동 구급대원들을 흉기로 위협했다. 먼저 ‘갈비뼈가 아프다’며 119 신고를 했다. 구급대원이 출동하자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로 위협했다. 이런 난동이 1시간이나 이어졌다. 최근 2년 동안 20차례나 술에 취해 119 신고를 하기도 했다. 막상 출동하면 병원 이송을 거부하고 욕설·폭언을 일삼았다. 지난해 9월 울산에서도 한밤중의 구급대원 폭행이 있었다. 병원에 이송하려던 환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제3자가 구급대원을 폭행했다. 도로에 환자를 눕힌 뒤 상태를 살피던 구급대원은 이유도 모른 채 당했다. 시간을 다투는 구급 활동을 대놓고 방해한 것이다. 소방청이 2015~2022년 구급대원 폭행을 분석했다. 8년간 1천713건이 발생, 2천77명의 구급대원이 당했다. 대부분 오후 10시에서 오전 1시 사이에 일어났다. 술에 취한 채의 ‘주취 폭행’이 1천497건으로 87%를 차지했다. 가슴 아픈 건 2030세대 구급대원들이 집중적으로 폭행 피해를 당한 점이다. 현장 출동 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서일 것이다. 한밤중의 까닭 모를 폭행에 그들은 무슨 생각이겠나. 구급대원 폭행은 결과적으로 다른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중대범죄 행위다. 그런데도 가해자에 대한 처분 결과는 벌금형이 가장 많다고 한다. 당연히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에 앞서 구급대원 폭행을 몹시 부끄러워하는 시민의식이 더 먼저겠지만.
금명간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들 간 만남이 이뤄질 모양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지 한 달 반 만이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단초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통령께서 먼저 팔을 내밀고 어깨를 내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도 일정을 비우고 물밑 접촉에 들어갔다. 늦었지만 소모적인 의료파업 사태를 풀어갈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쯤에서 정부도 의사들도 한발 물러나는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숨을 고르고 좀 떨어져 바라봐야 사태의 본질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아픈 국민들 말이 없어 그렇지, 현재 의료 현장은 몹시 위태롭다.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의료 현장을 이탈한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약이 없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의대교수들의 줄사직 걱정까지 겹쳤다. 지난주 인하대 의대 교수 203명 중 66명이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다. 정부의 전공의 행정처분 등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직서를 내는 교수가 더 늘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가천대 길병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들도 사직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인천에는 인하대병원 203명, 가천대 길병원 200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180명,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110명 등 670명의 의대교수들이 있다. 교수직 사직 외의 대응 방침도 밝혔다. 중증·응급 환자가 많지 않은 과부터 당직 근무를 줄인다. 전체 진료의 40%를 차지하는 외래진료도 최소화한다 등이다. 인천 대형병원들에서는 전공의 이탈만으로도 80%이던 병상 가동률이 59%로 떨어져 있다. 수술 건수 또한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생업에 쫓기는 일반 국민들은 의아하기 짝이 없다. 자신들 처지에 비춰 부럽기까지 하다. 그 되기 어렵고 대우 좋다는 의대교수 자리를 스스로 던져 버린다니. 줄사직의 명분이 고작 의대 증원이라는 점도 이해 범위 밖이다. 그럼 국민들은 언제까지고 응급실 뺑뺑이를 감내해야 하는가. 아이 울음 소리 듣기 힘든 시대, 어렵게 얻은 아이가 아파도 소아과병원을 찾기 어려운 현실은 어떡하나. 의대교수 줄사직 소리에 말 없는 국민들은 또 한번 가슴을 졸인다. 어떡하든 아프지 말아야지. 물론 ‘의대교수 사직서에 반대한다’ 목소리도 있었다. 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이다. “의대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면 국민들이 눈과 귀를 닫을 것”이라고 했다. 사직이 협박처럼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의대교수 사직이 국민들을 벌벌 떨게 하는 나라라니. 그 역시 의사가 너무 부족하다는 반증인가. 조건 달지 말고,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