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먼 용도변경 특혜 논란... 중구 행정의 위신 문제다

지난해 11월 인천 중구의 한 병원이 요양병원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재활병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구청의 용도변경 승인 등을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 재활병원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주차 면수부터 크게 부족했다.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은 환자나 병원 내방객에서 차이가 크다. 그런데도 요양병원급 소규모 주차장으로 그냥 재활병원 문을 연 것이다. 당장 주변 골목에 불법 주차 차량이 넘쳐났다.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 민원도 함께 넘쳐났다. 눈을 감은 행정이 주민 불편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인천 중구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병원의 용도(표시)를 바꿔줘 논란이다. 주차장법은 주차 수요를 유발하는 시설에 대해 차등적 주차 용량을 정하고 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처벌 규정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병원은 처음부터 문을 열 수 없었음에도 지난 5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특혜’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 중구는 지난 3월 요양병원이던 이 병원 건물의 용도를 재활병원으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했다. 재활병원의 주차장 확보 규정은 100㎡당 1대다. 따라서 80면 이상의 주차장을 갖춰야 한다. 반면 요양병원은 200㎡당 1대다. 재활병원으로 바꾸면서도 요양병원급의 40면 주차공간만 갖고 있었다. 이 병원의 용도변경 신청은 애초 기각 또는 반려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장 확인조차 없이 승인이 난 것이다. 주차 담당 부서에 확인 협조 요청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구가 불법적 병원 운영을 눈감아 준 셈이다. 용도 변경 승인은 물론 보건소의 병원 운영 허가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 이해 못할 점은 잘못이 드러난 이후 구의 자세다. 잘못된 허가에 대한 취소가 아니라 되레 사후 합법화를 이끄는 모습이다. 병원 인근의 부지를 부설주차장으로 추가, 법적 요건을 맞추려는 것이다. 건축법은 불법 건물에 대해서는 허가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먼저 허가를 취소하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함에도 사후 땜질 처방에 급급한 것이다. ‘2차 특혜’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병원은 구에서 그냥 승인해 줘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구는 요양병원이 재활병원으로 바뀌는 경우가 드물어 실수한 것 같다고 했다. 시골 면사무소에서도 있을 것 같지 않은 뒤죽박죽 행정이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의 법적 요건 차이가 주차장 규모만은 아닐 것이다. 이 병원에 대한 인허가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천 중구 행정의 위신이 걸린 문제다.

[사설] 긴급차량 우선신호 적극행정... 창의와 열정에 동기 부여를

지난 7일은 ‘도로의 날’이다. 54년 전 경부고속도로가 뚫린 날이다. 이날 한국도로공사의 한 직원이 국민훈장을 받았다. 13년 전 고속도로 위에 노면 색깔 유도선을 도입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진 고속도로 분기점의 초록·분홍색 차선이다. 분기점에서 진출입로가 헛갈려 사고가 잦았다. 길치들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색깔을 입힌 것이다. 분기점 사고가 27%나 줄었다. 우왕좌왕 차들로 인한 교통체증도 줄었다. 누가 처음 제안했는지는 모르지만 고속버스 환승제도 그렇다. 특히 인천의 경우 고속버스편이 주요 광역시만 연결한다. 중소도시를 가려면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이제는 중간 휴게소에서 고속버스를 갈아탄다. 공직자들의 창의와 열정은 시민들을 편안케 한다. 지난 11일 정부의 적극행정 포상이 있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아트센터인천운영과 박장빈 주무관이 근정포장을 받았다. 직무에 최선을 다해 국리민복에 기여한 공직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그는 하이브리드 도로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차량 정체 등으로 긴급 차량의 출동 시간이 늦어지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정부가 이 시스템의 실질적 성과를 인증한 셈이다. 긴급차량의 골든타임 준수율 상승과 교통사고 제로화 등이다. 박 주무관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시 지능형교통체계 구축사업을 담당했다. 교통신호 제어는 2개 방식이 있다. 현장제어방식은 필요시 현장에서 곧바로 녹색신호로 바꾸는 것이다. 센터제어방식은 긴급차량의 위치와 실시간 소통정보를 반영, 신호 통과 시점에 맞춰 녹색신호를 연장해 준다. 박 주무관은 이 2개 방식을 인공지능(AI)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융합했다. 이 덕분에 인천의 긴급차량 골든타임(7분) 준수율이 종전 79%에서 95%로 향상됐다. 긴급차량의 교통사고도 전혀 없었다. 909억원가량의 예산 절감 효과도 냈다. 이전 방식을 인천 전역으로 확대하려면 925억원이 든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16억원의 예산만으로도 가능하다. 더 확실한 성과는 시민 안전이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시간에 쫓겨 신호를 무시하고 위험하게 달리지 않게 됐다. 인천도시공사 성진혁 부장도 장관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도시 시설물이나 지하 매설물 관리를 위한 모바일 현장지원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이 모두 창의와 열정의 산물이라 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시민의 생명을 구하고 위험한 지하 매설물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더 많은 박 주무관, 성 부장이 나와야 한다. 공공 부문은 민간에 비해 동기 부여가 부족하다. 승진이든 보수든 응분의 동기 부여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사설] 족쇄 풀린 지방의원 후원금… 대가성 걷어낼 장치가 없다

요즘 전국 지방의원들이 후원회 구성에 바쁘다고 한다. 인천 광역·기초의원들도 속속 후원회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달부터 지방의회 의원도 상시적으로 후원회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국회의원 등만 후원회를 둘 수 있었다. 지방의원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어 헌법소원을 냈다. 2022년 2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를 받아 국회가 지난 2월 정치자금법을 개정했다. 광역의원은 연간 5천만원, 기초의원은 연간 3천만원까지 정치기부금을 걷을 수 있다. 지방의원 후원금 족쇄가 풀린 것이다. 그러나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더 많다. 우선 정치적 후원회가 난립하는 문제다. 나아가 후원금을 매개로 한 대가성 거래나 결탁 등도 걱정이다. 지방의원은 지자체의 행정 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개입할 수 있다. 지자체가 수행하는 각종 개발·토목 사업 등도 의회를 거친다. 다양한 공공발주 사업, 공모 사업 등도 의회를 피해갈 수 없다. 민간개발 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인허가 등에도 직간접적 관여가 가능하다. 지자체의 민원인에 대해서도 밀접한 업무 연관성을 가지는 부분이다. 지방의원 본인들도 걱정이라고 한다. 후원금을 통해 본의 아니게 민원인과 엮이는 등이다. 관련 전문가들도 후원금의 역기능을 경고한다. 주민들을 위한 의정 활동보다 후원금 잘 내는 지역 토착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이다. 지방의원에게 허용된 겸직도 후원금의 폐단을 키울 수 있다. 인천시의회의 경우 현재 40명 모두 겸하는 직책이 있다. 겸직을 통해 보수를 받는 의원도 절반에 가깝다. 기초의회도 마찬가지다. 남동구의회의 겸직 비율은 82%에 이른다. 이들 겸직 기초의원들도 절반 이상이 따로 보수를 받는다. 보수를 받으며 겸직을 맡고 있는 기업체나 기관을 외면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겸직 기업의 사업이나 거래 등에 후원금이 결탁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지방의원 후원회에 대한 감시·감독 채널은 느슨하다. 후원금 기부 내역과 사용 내역 등 회계 관련 상시 공개도 없다. 연말에 한 차례 선관위에 회계 보고만 하면 된다. 주민들은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서나 알아 볼 수 있다. 그것도 1년이나 지난 회계 내역을. 계층적 정치 후원회의 난립 문제도 있다. 골목마다 국회의원·광역의원·기초의원 후원회가 횡행할 판이다. 동네 국밥집이나 미용실 등도 의원님들 후원금 눈치 살필까 걱정이다. 그들은 늘 “주민들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다’는 세상 이치와 엮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방의원 후원금의 대가성을 걷어 낼 제도적 장치가 아쉽다.

[사설] 기관장 펜션 잡일 ‘양양행’... 시대착오적 일탈이다

인천시 산하에는 공사·공단·재단·센터 등 기관들이 많다. 공공 서비스가 크게 늘어나고 전문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기관은 인천시를 대신해 시민들에게 여러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관 운영비나 인건비 등은 시민들 세금이다. 따라서 이들 기관의 경영이 방만해지면 시민들 피해로 돌아온다. 공무원 못지않은 책임감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런데도 최근 일부 기관장의 일탈이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천시설공단이 요즘 ‘직원 잡일 동원’ 의혹으로 시끄럽다. 인천 전역의 체육·문화시설이나 공원 등을 관리·운영하는 기관이다. 인천가족공원과 공영주차장, 지하도상가 등도 담당하는 방대한 기구다. 이런 인천시설공단의 이사장이 개인 소유 펜션에 직원들을 수시로 불러 일을 시켰다는 논란이다. 지난 5월 공단 직원 10여명은 강원도 양양의 이사장 소유 펜션에 갔다. 예초기를 짊어지고 펜션 안팎의 잡초를 정리했다. 펜션의 전기 배선을 수선하고 벽돌을 날라 시설을 보수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이 펜션에 갔던 직원들은 청소를 하고 장작도 팼다. 최근 이 펜션에 간 직원들은 물놀이 시설 등 펜션 리모델링 작업까지 했다. 논란의 초점은 사적 노무 요구냐 아니면 자발적 노력 봉사냐다. 공단 내부에서는 이 행사가 ‘양양행’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사장의 직접적인 권유도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다 ‘양양행’을 팀장급들이 주도, 사실상 ‘강제적인 동원’이라는 불만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이사장이 직접 면전에 대고 심심한데 주말에 양양가자고 물어보는데 누가 거절할 수 있겠냐’, ‘말만 자율 참여일 뿐 팀 분위기상 암묵적인 압박이 매우 크다’. ‘양양행’ 모임의 적극적 참석자가 올해 승진까지 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더하다. ‘양양 친목이 결국 승진과 발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승진하려면 이사장 펜션에 가서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것이냐’. 이런 ‘양양행’은 거의 매주 주말마다 벌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서별로 돌아가며 가는 2박3일 코스였다는 것이다. 공단 측은 친목 도모 차원의 모임이며 작업 동원은 없었다고 한다. 이사장 본인도 “직원들이 스스로 도와준 것일 뿐 모임 참여도 강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시민 이용 시설을 관리하는 인력과 기술이 이사장 개인 집 일에 쓰인 셈이다. 산하기관의 장은 임면권자와 시민에 대해 성실 복무의 책임이 있다. 이런 사적 노무 요구 등은 참으로 시대착오적 일탈이다. 임면권자까지 면목 없게 하는 처사다. 인천시가 바로 감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볼 차례다.

[사설] 콘텐츠 없는 상륙작전기념관… 본래 장소서 새출발해야

올해 인천상륙작전 75주년이다. 월미도 앞바다에서 상륙작전 재연 행사가 열릴 것이다. 내년에는 노르망디상륙작전에 버금가는 국제적 전승 행사로 격상한다. 그런데 정작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다. 그날의 작전과는 아무 연고도 없는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기념관이다. 애써 찾아가 봐도 볼 만한 것이 없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서도 40년 전 아날로그식 관변(官邊) 박물관 그대로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1984년 9월15일 문을 열었다. 연수구 옥련동 525의11, 당시 송도유원지 인근의 산자락이다. 이곳 전시관에는 지루한 설명문만 즐비하다고 한다. 인천상륙작전의 구상 단계와 계획, 작전 실행 과정 등이다. 6•25전쟁이 발발한 당시의 국제적 배경, 참전 군대의 역할 등도 설명문에 의존한다. 1년 열두 달 바뀌지 않는 콘텐츠에 기획전이나 특별전도 없다. 전시품도 볼품없는 유물이 대부분이다. 육군 부사관 복장이나 미 제7사단의 인천상륙작전 10주년 기념 동판 등이다. 방문객들도 더 볼 것이 없어 10여분만에 발길을 돌린다. 이러니 해가 갈수록 전시 수준은 더 떨어진다. 디지털 시대 관람객들의 콘텐츠 수요를 따라갈 수 없어서다. 한번 다녀간 이들의 재방문도 기대 밖이다. 기념관 운영 관리는 인천시 보훈정책과 소관이다. 주무관 2명과 공무직(경비 안내) 6명이 맡아 있다. 전문학예사도 1명 없다. 전시 문화나 기술 변화에 대한 적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니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 만한 테마 기획전 등도 없다. 기념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해설사를 요청하는 문의도 올라온다. 영어 해설에 대한 요청도 있다. 답변은 늘 같다. 인천시 관광마이스과로 문의하시라고 한다. 전시 유물 등을 구입할 예산도 없다. 한 해 5억원 안팎의 운영예산은 인건비와 시설 보수에 다 들어간다. 최근 수년간 단 1점의 전시품도 보태지 못했다. 기념관은 현재 121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륙작전과 직접 관계있는 유물은 20여점에 그친다. 서울의 용산전쟁기념관이나 부산의 유엔평화기념관 등과는 차이가 크다. 3D 체험 등까지 보태며 시민들 발길을 모으는 살아있는 기념관들이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그 위치부터가 적절치 않았다. 인천상륙작전은 세 곳 해안에서 벌어졌다. 인천 중구 북성·만석동(레드비치), 월미도(그린비치), 미추홀구 용현·학익동(블루비치) 등이다. 격전지에서 13㎞나 떨어진 곳에 지었으니 우선 장소성이 없는 기념관이다. 인천상륙작전은 인천의 큰 역사 자산이다. 가지고 있는 자원도 처박아 두는 식의 지금 기념관이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새출발을 본격 논의해 볼 때다.

[사설] ‘하세월’ 아라뱃길 활성화... 주인인 인천이 나설 차례다

경인 아라뱃길은 본래 잡초 우거진 굴포천 방수로였다. 부천·부평·계양 지역의 상습 침수를 막으려 뚫은 물길이다. 2조7천억원을 들여 2012년 경인 아라뱃길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운하로서의 물류 기능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그래도 수도권 시민들은 즐겨 찾는 곳이다. 서부 수도권에서는 드문 친수 공간이다. 자전거 길이나 마라톤, 걷기 코스로도 붐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뽑았다. 장차 잠재력이 큰 관광지를 말한다. 누리꾼들은 ‘서해 노을 명소’로 꼽는다. 이런 아라뱃길의 ‘활성화’ 사업이 12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인천시 등은 개통 이후부터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뱃길과 주변 지역에 친수·관광·레저·문화 기능을 살리는 사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의 ‘서해뱃길 프로젝트’다. 한강을 떠나 아라뱃길을 거쳐 덕적도 등 서해 바다 섬까지 이어지는 관광 뱃길이다. 또 K-Water는 ‘아라빛섬’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아라뱃길 주변의 워터파크와 아이스링크 등 테마파크 사업이다. 그러나 계획만 나오고 수년째 멈춰 있다. 서울시의 서해뱃길 프로젝트도 아직 기약이 없다. 뱃길을 운항하려면 해양수산부로부터 항로 노선 면허를 받아야 한다. 현재 한강과 경인아라뱃길을 오가는 민간 선사는 한 곳 있다. 그러나 이 선사를 포함, 아직 아무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항로 면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처음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중에는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결국 이 항로를 운항할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K-Water는 3년 전 아라빛섬 개발 민간 사업자와의 협약을 해지했다. 그러고는 더 이상 사업 진척이 없다. K-Water는 민간 사업자 공모 없이 사업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공원 형태의 기존 구조물들을 운영·관리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는 아라뱃길 인근 지역의 도시개발 사업에 힘을 모은다. ‘인천 북부권 개발’이다. 그러나 이 사업도 개발제한구역(GB) 해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토부와 환경부 모두 이곳 GB 해제에 대해 불가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아라뱃길 활성화 사업이 ‘하세월’을 면할 수 없다. 경인 아라뱃길은 중앙정부 돈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결국은 인천의 자산이다. 뱃길 대부분이 인천 계양구와 서구를 지나간다. 이제는 인천시가 주도권을 쥐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라뱃길 활성화에 인천이 본격 나설 차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서울시나 K-Water는 아라뱃길의 주인일 수가 없다.

[사설] 취업 1년 내 줄퇴사... 그럼에도 직업계고는 되살려야

요즘 중학교 앞을 지나노라면 현수막을 많이 본다. 직업계 고교들의 신입생 유치 활동이다. 자동차고, 국제물류고, 해양과학고 등 다양하다. 그중에는 ‘카페창업과 신설’을 내세운 학교도 보인다. 직업계 고교들만 신입생 채우기에 급급한가 보다. 모두 대학만 가려는 우리 교육의 그늘이다. 인천시교육청은 2019년부터 직업계 고교 활성화에 공을 들여 왔다. 학교 재구조화, 학과 개편, 취업연계형 직무교육 등이다. 인천의 전략산업 인재로 양성, 지역 산업현장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교육부의 최우수 직업교육 혁신지구에도 선정됐다. 직업계고 취업지원센터도 운영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 성과가 유명무실하다고 한다. 지난해 인천지역 직업계고 졸업생은 4천675명이다. 이 중 취업한 학생은 1천208명(25.5%)에 그친다. 반면 대학 진학 학생은 2천94명(44.8%)에 이른다. 아직은 대학 진학 선호도가 워낙 높다. 고졸자 취업시장이 좁은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용케 취업을 해서도 이어지지 않는 게 문제다. 인천의 특성화고 졸업자 10명 중 2~3명만 겨우 취업한다. 그런데 이 취업자 10명 중 3명 이상은 1년 안에 퇴사한다고 한다. 우선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연봉이다. 단순 업무만 반복, 경력을 쌓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정직원으로 입사했지만 아르바이트생 취급을 받기 일쑤다. 회사 입장에서는 곧 군에 입대할 테니 임시직으로 보인다. 6개월, 1년 만에 퇴사하면 대학이나 군 입대를 택하는 악순환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자료도 그렇다. 2022년 4월부터 1년간 건강·고용보험 가입 기준 직업계고 졸업생 유지취업률이다. 2022년 4월1일 기준 인천 직업계고 취업자는 1천526명이었다. 6개월 뒤 1천264명으로 줄었다. 2023년 4월1일에는 1천43명만 남았다. 인천시교육청은 중소기업 취업이 대부분인 때문이라고 한다. 임금 수준이나 복지가 낮고 학력 차별도 있다. 그러나 기업 관계자들 목소리는 다르다. 산업현장에서는 쓸모없는 내용의 수업이 이뤄져 학생들이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직업계 고등학교 살리기는 우리 사회의 막중한 과제다. 대학 쏠림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생각해도 그렇다. 그래서 독일식 직업 교육인 마이스터고도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녀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나 고용시장의 생태 등 사회 전반의 발전적 진화가 요청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직업계고 수업과 산업현장이 따로라는 지적은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직업계고 되살리기, 벅찬 과제지만 꼭 가야 할 길이다.

[사설] ‘애물단지’ 아시안게임 경기장... 시민 체육 명소로 거듭나야

올해 ‘2014 인천아시안게임’ 10주년을 맞는다. 인천시는 오는 9~10월 10주년 기념주간도 운영한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인천이 치른 가장 큰 국제행사였다. 그런 경험은 지역사회의 자산이다. 인천이 국제도시로 성장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인천시내 곳곳에 덩그러니 남은 국제 수준의 체육경기장들이다. 1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혈세 먹는 하마’, ‘애물단지 유령 경기장’ 소리를 듣는다. 인천 연수구 선학동의 선학하키경기장을 보자. 출입구는 녹슨 쇠사슬로 묶인 채 굳게 닫혀 있다. 하키 경기 장면의 픽토그램만이 과거 아시안게임을 기억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3년째 문을 닫아 걸고 보수공사 중이다. 1만3천㎡(4천여평) 규모의 국제경기장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곳곳에 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서구의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등 모두 16곳에 이른다. 1조7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그러나 수영·배구 등 일부 경기장을 제외하면 거의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가끔 일회성 행사장으로 쓰일 뿐이다. 한 해 유지·관리비만 280억원에 이른다. 메인스타디움인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11만4천여㎡ 규모다. 4천900억원이 들어갔다. 축구·육상·크리켓 종목의 국제경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항저우아시안게임 크리켓 종목 국가대표 선발전이 유일하다. 콘서트 등 일회성 행사나 단순 공간 임대용일 뿐이다. 강화 고인돌체육관은 드라마 촬영지 등으로나 간혹 쓰인다. 남동체육관도 음악행사 등만 간간이 열린다. 처음 인천시도 사후활용계획을 마련했다. 각 경기장 특성에 맞는 스포츠테마파크나 공연장, 오토캠핑장 운영 등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중앙부처와의 협의도, 예산 마련도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는 계속 돈을 써야 한다. 경기장을 짓느라 발생한 빚이다. 2029년까지 매년 1천억원씩 갚아야 한다. 그렇다고 수익적 관점에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인천시민들이 수시로 찾고 드나드는 명소로 거듭나는 것이 먼저다. 우선 일반시민들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너무 없다. 이러니 시민들은 찾지 않는데도 예산만 쏟아붓는 애물단지 신세인 것이다. 아시안게임 국제경기장이라 해서 엘리트 체육만 고수할 필요는 없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체육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우선이다. 조기축구나 배드민턴, 테니스, 파크골프 등 시민들 수요는 많다. 값비싼 인프라를 두고도 방치하는 게 문제다. 그 또한 인천이라는 지역사회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사설] ‘겉치레’ MOU 남발 시대... 기념촬영보다 내실 다져야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원래 외교 용어다. 양해각서 또는 합의각서다. 1960년대 한일 외교 담판의 김종필-오히라 메모 같은 것이다. 본 조약 체결에 앞서 서로 양해한 사항의 확인이다. 그러나 이제는 광범위하게 맺어지는 MOU다. 기관, 지자체, 기업, 단체는 물론 면사무소까지 MOU에 나선다. MOU는 말 그대로 ‘상호 양해’에 대한 문서다. 계약 체결 이전에 어느 정도 의견을 교환한 정도다. 법적 구속력 없이 ‘서로 노력한다’는 의사 표시다. 상징적 차원의 각서로도 통한다. ‘밥 한번 먹자’쯤이라는 해석도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MOU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로 투자유치 사업들이다. 잉크도 마르기 전 줄줄이 무산된다. 아니면 기한을 늘려간다. 청사진만 그려 보이고는 없는 일이 되기 일쑤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5월 참소리박물관, 유현준건축사무소와 각각 MOU를 했다. 송도국제도시 6공구에 에디슨 과학교육박물관과 유현준 테라스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달 기한이 끝났다. 1년 동안 사업 주체를 정하지 못했다. 그러니 구체적인 사업 내용도 나올 수 없었다. 인천경제청은 다음 달 MOU를 다시 한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에는 송도에 영국 명문교 해로우스쿨 유치를 위한 MOU를 했다. 이 또한 최근 기한이 끝나면서 없던 일로 가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다시 미국 명문교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8월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청라 G테크시티 조성 사업 MOU도 했다. 청라국제도시에 게임특화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최근 이 MOU의 유효 기한을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토지가격 협상이 잘 안 돼서다. 지난해 9월에는 차병원과 MOU를 했다. 송도 1공구 국제병원 부지에 안티에이징·난임 특화병원을 세우는 사업이다. 당시 큰 이벤트 효과를 냈지만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사업 방식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 다음 달 차병원 측 용역 결과가 나와야 논의를 시작한다. 인천경제청뿐만이 아니다. ‘MOU를 위한 MOU’가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MOU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제대로 관리하고 추진하면 큰 성과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업의 본질보다 ‘겉치레’ MOU에 대한 욕심이다. 그러니 아직 설 익은 사업 얼개임에도 ‘한 건’하려 한다. 정형화한 일련의 과정도 있다. 플래시를 터뜨리며 기념촬영을 한다. 이어 널리 널리 퍼뜨린다. 말 잔치뿐인 정치를 닮아가는 모습이다. 시민 삶을 보듬는 행정은 정치와 달라야 한다. 이러다 MOU 심사위원회가 나올 수도 있겠다.

[사설] ‘병원 불매’ 자초한 집단 휴진... 이제 그만 본래 자리로

지난 18일의 의료계 집단 휴진이 ‘대란’ 없이 끝났다. 전국 동네의원 5천379곳(14.9%)이 이날 휴진했다. 지난 2020년 의사 파업 때(32.6%)와 비교, 절반도 안되는 참여율이다. 사전에 집단 휴진을 신고한 곳은 전체의 4%였다. 그러나 이날 실제 15% 정도의 병원이 진료 파업을 했다. 인천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가천대 길병원과 인하대병원 등 대형병원들도 18일 정상 진료를 수행했다. 전국 8개 가톨릭대 의대 병원들은 당초 함께 휴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천성모병원도 최종적으로는 정상 진료로 방향을 잡았다. 사전에 인천시에 18일 당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46곳이었다. 전체 1천896곳 중 2.6%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 들어 실제로는 260곳의 인천 의료기관이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 14.5% 정도다. 사전 신고는 없었지만 ‘의사가 아파서’ 등을 들어 병원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이날 꼭 병원에 갈 일이 없었던 시민들은 그냥 지나간 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나 고령자 등 건강취약계층에는 힘든 하루였다. 기침이 심해 동네 의원을 찾았던 한 노인은 뜨거운 날 헛걸음만 했다. 병원 앞에는 사유도 적지 않은 휴진 안내문이 내걸려 있었다고 한다.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 이후 ‘응급실 뺑뺑이’도 더 악화된 모양이다. 지난주 인천에서 50대 응급환자가 하루 종일 맹장염 수술을 받지 못해 헤맸다. 인천은 물론 서울·경기까지 이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전공의 사태 장기화로 병원들 상황이 전만 못하고 당장 수술할 의사도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자포자기 상태의 이 환자를 인천의료원이 받아줬다. 입원 이튿날 오전 7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이 직접 수술에 나서 위기를 넘겼다. ‘병원 불매’는 이번 집단 휴진을 전후해 새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간 은인자중하던 의료 소비자들이 맘카페 등에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에서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은 다 같이 가지 말자’, ‘이런 병원 공유해서 우리 동네서 장사 못하게 해야’, ‘파업하면 망하게 해줘야’, ‘오직 지 밥그릇 챙기는 생각하니 이제 불안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등등. 이번 집단 휴진은 자가당착, 자기모순의 혼돈만 확인시켰다. 갈수록 명분은 초라해지고 파업 동력도 급전직하다. 처음 국민건강을 위한 싸움이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양푼만 한 밥그릇 마냥 지키기’로 비친다. 제약회사 리베이트건으로 수사받는 의사가 1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바른 말 하는 어느 의사가 한마디했다. 의대 증원 1천509명이래야 15만 의사의 1% 정도라고. 더 길게 가다가는 사는 동네에서도 눈총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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