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지정 문화유산 주변 건축행위 등의 규제가 대폭 풀린다. 인천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도입은 2003년이다.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보전지역 범위를 줄이고 고도 제한 등도 완화했다. 그간 문화유산 보존지역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재산권 행사 제약이나 생활상의 불편 때문이다. 2014년에도 한 차례 조례 개정에 나섰다. 그러나 문화재청과의 협의 무산으로 미뤄져 온 숙제다. 인천시는 최근 ‘시 지정 문화유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 허용기준 조정안’을 고시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문화유산 중심의 개발완충지역이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씌워놓은 곳이다. 우선 이 보존지역의 범위가 줄어든다. 현재 녹지지역과 도시 외 지역의 경우 문화유산 반경 500m가 기준이다. 이를 300m로 축소했다. 도시지역의 반경 200m는 그대로 유지한다. 인천시 지정 문화유산은 모두 55곳이다. 이번에 34곳 문화유산 주변 17.2㎢가 규제지역에서 풀린다. 여의도 면적(2.9㎢)의 6배에 이르는 넓이다. 과거 전체 보존지역의 55%를 차지한다. 특히 이번 규제해제는 중·동구 일대 문화재도 대거 포함한다. 건축물 높이 규제가 있는 고도제한구역을 안고 있는 곳이다. 건축물 최고 높이를 2m 상향하는 등 중·동구 원도심 지역 규제도 대폭 풀렸다. 도시지역 일반묘역 9곳에 대한 문화유산 규제도 사실상 없어졌다. 인천시 도시계획조례 등을 따르는 구역으로 변경한 것이다. 연수구 동춘동의 ‘영일정씨 동춘묘역’과 계양구 작전동 ‘영신군 이이묘’가 대표적이다. 그간 주민들은 영일정씨 동춘묘역에 대한 문화유산 지정 해제를 요구해 왔다. 지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재건축까지 제한받게 된 데 따른 민원이었다. 인천시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이번 허용기준 조정을 위한 용역을 했다. 시는 이번 규제 완화에서 빠진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 2단계 허용기준 조정 용역에 나선다고 한다.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행정은 조장(助長)행정과 규제(規制)행정으로 나뉜다. 시민 삶을 밀어주느냐, 통제하느냐의 구분이다. 본질적으로 행정은 규제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행정의 권한을 키우고 비판도 피해갈 수 있어서다. 지방의회도 조례를 남발하며 규제를 키우는 요즘이다. 언론도 규제의 강도를 높이라고만 한다. 이번 규제 완화에 부친 인천시 관계자의 멘트가 있었다.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의 규제’라 했다. 이 시대 행정의 중요한 화두다.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들은 영리활동의 직을 겸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겸직도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운영 등이다. 허용되는 겸직일지라도 제한은 있다. ‘상임위원회 관련 영리행위 금지’ 의무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 인천의 한 구의회 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을 두고 말들이 많다. 구의회나 구청사 바로 인근의 식당이다. 원래 다른 곳에서 식당업을 했다고 한다. 의원 당선 이후인 지난해 8월 현재 자리에 문을 열었다. 이러다 보니 구의회의 밥 먹는 자리가 잦아진 모양이다. 구청에서도 의회 관련 밥 모임을 여기서 한다. 밥값은 이런 저런 명목의 업무추진비다. 안팎에서 부적절 지적이 나오는 모양이다. 지난주에도 ‘2024년 구의회 상임위별 간담회’ 중 복지도시위원회 만찬이 이곳서 열렸다. 구청장과 간부들, 의회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달 초에도 구 기획예산과가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이 식당에 예약했다가 연기하기도 했다. 최근 이 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통해 확인된 것만도 여러건이다. 지난달 중순 ‘안정적인 의회 운영을 위한 간담회’가 여기서 열렸다. 의원 등 6명이 참석했고 12만여원을 지불했다. 그 다음날 ‘구의회 의장단 회의에 따른 간담회’도 역시 이 식당에서 있었다. 밥값이 15만여원이었다. 밥 자리 명목도 모두 그럴싸하다. 지난 4월 의회 임시회 회기 중에는 의원과 의회 직원들의 점심자리가 3차례 있었다. 합해서 39만원이 들었다. 업무추진비인 구의회 의정운영공통경비로 썼다. 이 식당에 대한 겸직 신고는 했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 등에서는 명백히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구의원이 대표인 식당에 구의회와 구청이 주민 세금을 쓰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구나 의원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구는 간담회 장소를 구청 주변에서 찾다보니 그리 됐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해당 의원도 자기 식당에 와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찾아오는데 막을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일일 수 있다. 그렇다고 너도 나도 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주민들이 선거로 뽑는 지방의원은 생각 이상으로 높은 벼슬이다. 집행부 견제와 감시가 가장 큰 책무다. 자기가 사장으로 있는 식당을 드나드는 공무원들에 “제대로 하라” 할 수 있겠는가. 그 구청 인근 다른 소상공인들에 상대적 피해를 주는 일이기도 한다. 금액이 크지 않다고 해서 ‘사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면제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부(富)와 귀(貴)를 다 가지려 하지 말라고 했다.
마천루(摩天樓)는 인간 욕망의 표상이다. 창세기 이전의 바벨탑 이래 인간은 줄곧 더 높이 오르려 했다. 가장 최근으로는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가 있다. 높이 828m에 163층짜리다. 그 이전 가장 높았던 대만의 ‘타이베이101’(508m)을 멀찍이 따돌렸다. 부르즈 할리파는 송도국제도시 개발에도 영감을 줬다. 613m, 151층의 쌍둥이 빌딩 ‘인천타워’다. 당시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착공했다. 그러나 곧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지금도 터만 남긴 채 제자리걸음이다. 그런 송도에 다시 초고층 마천루의 꿈이 추진 중이라고 한다. 송도의 또 다른 야심작인가, 아니면 거품 낀 욕망인가.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에 초고층 빌딩 사업이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구 송도동 541 일대 17만2천㎡(5만2천평)가 사업 부지다. 이곳에 인천경제청이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를 지어 올리려 한다. 높이 570m, 131층짜리 마천루 사업이다.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과 이 빌딩을 매칭한다는 전략이다. 워터프런트는 바다 한복판의 송도를 더욱 친수(親水) 도시로 가꾸는 사업이다. 여기에 국내 최고 높이의 랜드마크를 세우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랜드마크 타워에는 대기업 본사, 국제금융타운, 호텔, 쇼핑센터 등이 들어선다. 인천경제청은 먼저 이 초고층 빌딩 사업의 타당성부터 체크해 볼 방침이다. 이에 따라 송도 11공구 첨단클러스터 개발계획이나 실시계획에 담을지를 결정한다. 벌써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송도 6·8공구 인천타워 건설도 18년째 답보 상태다. 초고층 빌딩은 건설비가 매우 비싸 사업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인천타워 개발사업을 답습할 수 있다는 걱정들이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인천타워를 103층으로 하는 기본협약을 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 측과의 협의만 반복할 뿐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송도 11공구는 첨단산업클러스터의 글로벌 바이오 융합도시가 콘셉트다. 이런 도시에 초고층 건물 개발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안 된다’고만 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타 지역도 인정하는 성공작이다. 특히 송도는 최첨단 산업 자족도시로 성장해 있다. 두바이가 보여줬듯이 랜드마크 타워는 중요하다. 스스로 수요를 창출, 도시와 상호 상승작용을 한다. 이참에 송도의 랜드마크를 재정립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인천경제청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성이나 수요 조사 등 면밀한 검토가 먼저라는 것이다. 꿈이 클수록 더 냉철하게 접근할 일이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는 의료기관이 단 한 곳 있다.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이다. 당초 민간 병원이었다가 2014년 인천의료원 운영으로 바뀌었다. 공공 의료기관으로 시설은 거의 갖추고 있다. 응급실과 수술실, 외래진료실, 영상의학실, 진단검사실, 물리치료실 등이다. 그러나 이를 맡아 섬 주민 건강을 지킬 의료진이 없다. 의사를 못 구해 섬 유일 의료기관이 시들어 가고 있다. 특히 이 병원 산부인과는 더 그렇다. 초음파검사, 피검사 등 산전 진료는 물론 분만실도 갖췄다. 그러나 외딴섬 근무를 원하는 전문의를 찾기 어렵다. 2021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아예 운영을 못했다. 5천500여 주민 중 여성이 절반을 넘는 백령도다. 저출생 극복과는 동떨어진 섬 지역 의료 현실이다. 인천의료원이 최근 백령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모집 공고를 냈다. 다음 달 7일까지다. 올 1월 백령병원은 거의 3년 만에 산부인과 전문의 자리를 채웠다. 70대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섬 근무를 자원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다시 공석이 됐다.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한 때문이다. 당시 인천시는 백령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연봉을 1억5천만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올려 모집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공백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인천시도 인천의료원도 산부인과 전문의 찾기가 만만치 않으리라 본다. 백령도는 배편이 적은 데다 결항이 잦아 육지 왕래가 불편하다. 연봉을 1억원 더 올렸지만 육지 병원 근무에 비해 크게 나은 것도 아니다. 이 병원은 산부인과만 급한 게 아니다. 인천의료원은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 공고도 곧 낼 계획이다. 현재 백령병원에 근무 중인 의사는 모두 8명이다. 전문의 2명과 공보의 6명이다. 공보의 6명 중 4명은 인턴이다. 산부인과·내과·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치과 등은 전문의가 없다. 필수 의료 인력 부재가 일상화돼 있다. 이마저 더 악화할 것이 걱정이다. 전공의 파업 사태의 장기화로 공보의까지 줄어들까 봐서다. 최근 3년간 백령병원 공보의 중 전문의는 7명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2명에 불과하다. 전공의 집단 유급 사태라도 빚어지면 공보의 충원도 어렵게 된다. 백령병원의 전문의 공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고를 당해도 응급 수술을 못받고, 임산부와 아이들을 돌볼 의사도 없다니. 그간 발표용 대책은 많았다. 병원선 건조, 군부대 의료 인프라 활용 등이다. 병원선도 의사 못 구하면 병원 노릇 못 한다. 이런데도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할 것인가. 그 많다는 의사들은 다 어디 가 있나.
전세(傳貰)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주거 관습이다.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로 정착했다. 그러다 2~3년 전부터 사기 범죄의 온상이 됐다. 처음 인천에서 촉발된 전세사기 범죄가 끝날 줄 모른다. ‘전세 포비아’라는 사회적 공포 현상까지 생겨났다. 어려운 이들의 생명줄 같은 돈을 노린다니, 병든 사회인가. 문제는 애꿎게 전세사기에 걸린 피해자들의 절망감이다. 인천에서만 3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인천시도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전화 상담 한 번 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지원센터 전화 상담의 부재중 전화가 월평균 1천300여건에 이른다. 애타게 불러도 대답 없는 전화 상담 서비스다. 상담 수요가 너무 많거나 상담 인력이 부족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8개월 치를 보니 부재중 전화가 9천건이 넘었다. 상담도 받지 못한 채 끊어진 통화들이다. 현재 인천센터에는 인천시 공무원 3명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직원 등 6명이 있다. 이러니 인천센터가 하루 소화할 수 있는 전화 상담은 180건 남짓이다. 상담 전화 1통당 평균 20분씩 걸린다고 봤을 때다. 인천시도 상담사가 부족해 부재중 전화가 많은 것을 안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이들 대부분은 잘 살던 집이 경매에 들어간다 해서 깜짝 놀란 사람들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기를 잡는다. 그런데 마냥 통화중이다. 계속 전화를 돌리지만 상담사 목소리도 들어보지 못한다. 겨우겨우 연결이 돼도 금방 통화가 끝난다. 은행이나 HUG에 알아보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해결책은 고사하고 전화 연결조차 안 되니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인력도 태부족이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인천 전세사기 상담 전화다. 지난 28일 야당 주도의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과의 이견으로 폐기 가능성이 높다. 물론 피해 구제나 회복은 중요하다. 그에 앞서 막막해하는 시민을 위무하고 해결책을 안내하는 일은 첫 번째 지원이다. 인천과 달리 경기도는 23명이 전세사기 피해에 대응하고 있다. 인천보다 전세사기가 덜한 부산, 대전 등도 전담부서를 운영 중이다. 이미 인천시의회도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의 인력 부족을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올 하반기에나 상담 인력을 1명 더 늘릴 계획이다. 전세사기 피해 전화 상담은 인천시민이 당하고 있는 고통에 대한 최초 대응이다. 이주비나 생계비 지원 등보다 더 긴요한 도움일 수 있다. 이런 디테일을 놓치면 시민의 아픔에 다가가지 못하는 행정이다.
인천지역 건설 일감의 역외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건설 공사 대부분을 서울∙경기 업체들이 맡아 한다는 얘기다. 인천 건설업체들의 지역 건설공사 하도급 수주율이 전국 최하위권으로 쳐졌다. 건설산업은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전후방으로 연관 산업이 줄줄이 물려 있기 때문이다. 자유경제실천연합이 최근 이에 대한 공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인천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역 수주 제고 방안’ 경제포럼이다. 지난 10년간 인천 종합·전문건설업체의 인천지역 발주 공사 수주 비중이 평균 24.7%로 나타났다. 2015, 2017년의 경우 20.3%, 20.9%로까지 떨어졌다. 2021년의 경우 종합건설업체 수주율이 25.2%다. 이외 전문 원도급 44.8%, 하도급 17.8% 수준이다. 전국 평균 수주율은 42.3%다. 타 지역 수주율의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10.7%)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특히 지자체 발주 공사 수주율과 민간 건설공사 수주율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인천 종합건설업체의 경우 2019년 계약건수 기준으로 지자체 발주 공사는 91.3%를 차지했다. 공공단체 발주 공사도 91.7%를 따냈다. 그러나 민간 건설공사는 38.7% 수주에 그쳤다. 이를 계약금액 기준으로 보면 지역 업체들의 민간 건설공사 수주율이 17.3%로 다시 떨어진다. 전문건설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민간 건설공사를 건수로는 36.7% 수주했지만 계약금액으로는 14.3%였다. 이날 포럼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역 건설업체들이 지자체 발주 공사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찰 과정에서 지역 건설업체에 일정 비율의 프리미엄을 부여, 가격 경쟁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민간 발주공사 수주 확대를 위한 방안도 거론됐다. 인천 업체의 공사 참여를 확대한 민간 건설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이다. 이날 지역 건설업계에 대한 냉엄한 진단도 나왔다. 우선 영세성이다. 5인 미만 영세 기업 비율이 서울, 경기에 비해 크게 높다. 영세하니 공사를 따기 어렵고 영업도 폐쇄적 연고주의에 매달린다. 역량있는 중견·대기업이 부재한 것도 지역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러니 지자체 발주 공사나 소형 공사에 더욱 의존한다. 지역 중대형 공사를 서울·경기 업체들이 더욱 잠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다. 어떻게 해야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인가.
서울지하철 5호선 검단·김포연장선의 노선 문제가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 지난 1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의 조정안 제시 이후 5개월째다. 문제는 언제까지나 인천 김포가 씨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정부 시행계획에 들어가야 한다. 대광위는 당초 이달 중 조정안을 확정, 시행계획에 넣으려 했다. 인천으로서는 지난번 대광위 조정안이 김포에 너무 치우쳤다는 입장이다. 김포는 김포대로 검단 경유 최소화를 관철하려 한다. 이러다간 광역교통시행계획 반영이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회까지 놓칠 판이다. 또 하나 복병이 있다. 경로가 겹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이다. GTX에 선수를 빼앗기면 사업성이 뚝 떨어진다. 대광위는 현재 국토교통연구원을 통해 인천·김포 노선안의 기술검토를 하고 있다. 대광위는 이달 중 최종 노선을 정한 후 4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대광위는 지난 1월 5호선 연장사업 노선안을 발표했다. 인천 서구 검단에 2곳, 김포에 7곳의 정차역을 만드는 내용이다. 인천시가 요구했던 4개 역이 2개로 줄었다. 인천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포시도 역 3곳을 더 늘려 달라며 물러서지 않는다. 통진역, 김포경찰서역, 풍무2역 등이다. 인천시와 김포시가 각자의 노선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4•10 총선까지 가세했다. 이 기간 양 지역 간의 합리적인 협의가 설 자리를 잃게 했다. 5호선 연장 사업은 정부의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담겨야만 첫 발을 뗄 수 있다. 그러려면 인천시와 김포시의 노선 합의가 필수적이다. 광역교통계획 반영이 안 되면 정부의 2분기 예타조사 면제 신청도 못 한다. 노선 합의도 없는 사업에 예타조사 면제가 주어질 리 없다.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패스트트랙까지 놓치는 셈이다. 이대로 시간만 보내다가는 GTX-D에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다. 경유 지역이 유사한 GTX-D는 대통령 공약사업이다. 뒤처지면 사업 중복 얘기도 나올 수 있다. 김포시로서는 인천 경유를 최소화, 서울과 직결하려는 욕심일 것이다. 그래서는 5호선 연장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타당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대광위안대로라도 5호선 연장선의 통행시간이 25분7초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한 발씩 내주는 타협과 절충이 충분히 가능한 이유다. ‘쟁취’만 부르짖는 정치권은 도움이 안 된다. 두 곳 시민들과 지자체가 이성적으로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합의에 실패해도, 정부나 대광위는 아쉬울 것 없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인천발 KTX 직결 사업이 예정대로 가고 있다고 한다. 내년 6월이면 인천에서 KTX를 타고 바로 부산, 목포로 갈 수 있다. 차량 발주 유찰 등에 따른 개통 지연 우려도 사라졌다. 모처럼 인천에 날아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얘기지만 2018년 3월 인천공항발 KTX가 폐지됐다. 이용 승객이 적다는 명분이었다. 검암역을 거쳐 전국으로 운행하던 KTX였다. 이후 인천은 전국 특별·광역시 중 유일한 고속철도 불모지로 남았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인천발 KTX 직결사업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고시했다. 실시설계 결과에 따라 전기·신호·통신설비 등 세부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이다. 특히 국토부는 이번 고시에서 사업 기간을 당초 예정대로 고시했다. 내년 6월30일까지다. 대부분의 국가 인프라 사업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전례를 감안하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내년 6월 인천발 KTX가 연수구 옥련동 송도역에서 첫 기적을 울릴 전망이다. 앞서 국토부는 국가철도공단을 사업 시행자로 2020년 12월 이 사업 착공에 들어갔다. 사업비 5천247억원의 대역사다. 송도역을 출발한 KTX를 경기 안산시에 있는 수인선 초지역·어천역을 경유, 경부고속철도와 잇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수인선 어천역에서 경부고속철도까지 3.192㎞ 구간에 철로를 신설한다. 또 송도역과 초지역, 어천역 등 3개 역사를 KTX역으로 신·증축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해 말 KTX 운행 송도역의 규모를 종전 송도역보다 배 가까이 늘렸다. 열차 정비 등을 위한 검수고와 오물처리장 등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초 올해 12월31일이던 송도역 준공을 내년 6월30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도 국가철도공단과 긴밀한 협의에 나섰다고 한다. 인천발 KTX가 차질 없이 개통하려면 인허가 등 행정절차에도 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인천발 KTX는 매일 부산역 12회, 광주송정역·목포역 6회씩 운행한다. 부산역까지 2시간30분, 목포역까지 2시간10분 만에 주파한다. 인천은 물론 경기도 안산·화성 등 경기 서남부권도 전국 반나절 생활권 혜택을 받는다. 인천은 지난 20년 가까이 KTX 소외 지역의 고통을 감내해 왔다. KTX를 타려면 서울역이나 광명역으로까지 가야 했다. 그래서 정작 KTX를 타는 시간보다 역으로 나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도 했다. 지금은 지역 중소도시들까지 KTX가 들어오는데도 말이다. 인천발 KTX 개통이 마침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셈이다. 차질 없는 개통은 인천시민의 염원이다. 인천시는 라스트 마일까지 빈틈없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콜밴은 택시와 화물차 중간 단계의 차량을 이른다. 1999년 화물운수사업법을 바꿔 신설했다. 짐이 많은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한 운수업종이다. 대개 택시보다 큰 6인승 이상 승합차량이다. 그런데 시행 처음부터 온갖 횡포로 말썽이 잦았다. 바가지요금, 과다한 호객행위, 불친절 등이다. 횡포는 주로 한국 물정에 어두운 외국인 관광객들에 집중됐다. 한때 인천공항에서는 조직폭력배 연루 콜밴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첫인상에 먹칠을 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런데 이제는 영업 허가도 없는 불법 콜밴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공항을 무대로다. 25년이 지나고도 바뀐 게 없는 허점투성이 콜밴이다. 요즘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는 콜밴 호객행위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짐이 좀 많고 갓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 대상이다. 이들은 신분증을 보여주며 “택시 라이선스”라고 안심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호객에 성공, 외국인 관광객들을 태우는 차량의 번호판은 흰색이다. 차량 넘버가 ‘허’, ‘호’로 시작하는 렌터카 차량들이다. 현재 인천공항 1터미널만 해도 70~80명이 오전 오후 조로 나눠 조직적으로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법은 화물운송종사자격증을 가져야 콜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용 차량 번호판은 노란색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공항시설법은 상품 및 서비스 구매의 강요 및 호객행위 등을 금한다. 현재 인천공항 등의 불법 콜밴들은 이를 모두 위반하고 있다. 특히 불법 콜밴은 사고가 날 경우 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외국인 관광객 등이 큰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는 불법 콜밴의 바가지요금 민원도 자주 들어온다. 그중에는 인천공항에서 성남시까지 34만원을 냈다는 고발도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인천공항에서 강원도까지 갈 수 있는 정도의 바가지요금이라고 한다. 여행의 시작부터 이런 일을 당한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인천공항뿐만 아니라고 한다. 요즘 인천항 크루즈터미널 일대에선 택시와 콜밴 간의 승객 쟁탈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천공항과 인천항, 양대 관문에서 콜밴이 국가 이미지를 흐리는 셈이다. 인천공항공사도 24시간 순찰을 통해 한해 600여건의 위법 콜밴을 적발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제지 또는 퇴거 조치만 가능할 뿐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모처럼의 한국 방문 러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표준요금제 도입 등 콜밴 업종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인천시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첫발을 뗐다. 인천도시공사에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담부서를 설치한다. 인천 앞바다의 해상풍력이나 수소연료전지발전 사업 등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인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미래 먹거리다. 국내 3위의 반도체 수출 도시가 인천이다. 반도체 산업은 전력 수요가 크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받쳐줘야 한다. 인천 앞바다는 해상풍력 최적지로 꼽힌다. 해외 에너지 기업들까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도 이미 몇 차례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사업을 접은 상태다. 주민 수용성 문제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신재생에너지시설들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러면 사업 자체가 발목이 잡힌다. 인천시의회는 최근 인천도시공사 관련 조례 개정안을 원안 가결했다. 개정조례는 도시공사의 사업 범위에 신재생에너지를 추가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정책팀과 기반시설팀 등을 둘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인천시는 따로 에너지 공기업을 설립하려 했다. 그러나 중앙정부 승인 등의 문제로 백지화됐다. 인천시는 대신 인천환경공단이나 인천도시공사에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출자 등에 있어 도시공사가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전담부서를 신설해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상풍력이나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대한 주민 수용성 문제 때문이다. 인천시 해상풍력 사업도 정부 인허가를 받기 위해선 주민 수용성 확보가 필수다. 그러나 인천시는 어민 등과 협의만 한 정도다. 아직 전체적인 주민 보상 규모 등은 정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2년 오스테드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대한 심의를 보류했다. 주민 수용성 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소연료전지 발전도 마찬가지다.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는 송도 LNG기지에 100㎿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추진했다. 그러나 송도 주민들 반대로 결국 좌초됐다. 남동하이드로젠밸리의 남동산단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설도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주민 수용성이라는 용어부터 불명확하다.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정도라는 의미겠지만 아무 기준도 매뉴얼도 없다. 일부 인허가 당국에서는 주민 및 어업인 100% 동의를 받아오라고도 한다. 무슨 행정이 이런가. 이 때문에 사업자-주민 간 또는 주민들 간 갈등도 빚어진다. 일부에서는 주민 동의를 조건으로 수억원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공공재인 공유수면의 이용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인천시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주민 수용성 문제의 명확한 정리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