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먼저 기업 유치해 놓아야’... 앞뒤 바뀐 기회특구 지침

기회발전특구는 현 정부 특화 지역균형발전책이다. 지방정부가 자체 조례에 따라 주도적으로 계획, 지정을 요청한다. 기존 특구보다 인센티브도 많다. 특히 규제특례는 지방정부가 직접 설계할 수 있다. 투자 걸림돌의 규제는 지방정부가 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처음에는 비수도권에만 가능했던 기회발전특구였다. 문제는 첩첩 규제로 갈수록 낙후해 가는 수도권 저개발 지역들이다. 인천 옹진 강화나 경기 연천 가평 등이다. 인구소멸위기지역 또는 접경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도 기회발전특구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줄기찬 요구에 지난해 수도권의 저개발 지역도 포함됐다. 인천에서도 관련 연구 용역에 들어가는 등 희망에 부풀었다. 그런데 막상 세부 지침이 나오자 ‘빛 좋은 개살구’ 아니냐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회발전특구의 지정·운영에 관한 지침’을 내놨다. 지정 요건, 재정 지원, 규제특례 등에 대한 세부 로드맵이다. 그런데 이 지침은 쉬이 납득 못할 조건을 달고 있다. 기회발전특구 지정 신청을 하려면 기업과의 투자협약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를 약속한 기업이 있어야만 기회발전특구 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아직 특구가 생겨나지도 않았는데 투자부터 약속받으라니. 특구로 지정되면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 규제특례 등이 주어진다. 이 같은 특구 인센티브가 기업 유치의 원동력이다. 맨손으로 무슨 투자를 끌어오라는 것인지. 지난 2년간의 인천 기업 유치를 들여다보자.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택했다.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송도·청라국제도시였다. 이뿐만 아니다. 수도권은 기회발전특구의 규모에 있어서도 차별을 둔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비수도권은 광역지자체의 경우 최소 495만~660만㎡(150만~200만평)까지 가능하다. 인천시는 특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최소 495만㎡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수도권은 개별적으로 심의를 해 비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지정할 방침이다. 결국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공장 신·증설 규제 페널티가 기회특구에서도 살아나는 셈이다. 인천 옹진 강화지역은 정부가 지정한 인구소멸위기지역이다. 연천 가평 등 경기도 접경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역차별을 가하려 한다. 수도권의 인구소멸위기지역에 기회특구를 주지 않아야 비수도권이 살아난다는 것인가. 특구 지정을 받고 싶으면 기업부터 유치해 놓으라. 규모는 최소한으로. 처음부터 꼬여 가는 수도권 기회발전특구다.

[사설] 인천항 내 경비료 갑질... 작지만 작은 일 아니다

항만과 공항은 국가 주요 보안시설이다. 사람과 물자가 드나드는 국경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항에도 인천항보안공사가 있다. 항계(港界) 내 출입이 없는 일반시민들은 모르는 기관이다. 국가공기업 인천항만공사의 자회사다. 항계 내 경비보안 및 인원 차량의 출입통제 등이 주업무다. 이런 인천항에서 최근 규정에 없는 경비료를 기업체에 부과해 시끄러웠다. 해양수산부가 원상회복에 나섰지만 경비 갑질이라 할 만하다. 인천항보안공사는 지난달 12일 한 업체에 경비료를 낼 것을 요구했다. 인천내항 4부두에서 수출 중고차를 단순히 보관만 하는 일을 하는 작은 업체다. 보안 관리를 해줬으니 비용을 내라는 것이다. 금액도 중고차 1대당 5천원이었다. 이 업체는 2019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쭉 해 왔다. 그간은 한번도 부과되지 않았던 경비료였다. 업체로서는 황당했으나 도리가 없었다. 중고차를 부두 내 야적장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막아서기까지 했다. 경비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수출 중고차를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피해까지 당했다. 결국은 20여일 동안 2천여만원의 경비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 보안공사의 홈페이지에는 경비료 규정이 올라 있다. 경비료 납부 대상도 명시돼 있다. ‘경비료는 수출입 화물의 화주와 이 화물을 하역해 수익을 얻는 하역회사를 납부 대상자로 한다.(제3조)’ 경비료는 관련 법 등에 근거해 징수하며 징수요율 등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승인을 받는다고도 안내한다. 피해 업체는 인천내항 4부두 야적장을 임대, 단순히 중고차 보관 및 컨테이너 적입 작업만 한다. 명백히 부과 대상이 아니다. 화주도 하역회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 업체는 감독관청인 인천해수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경비료 문제 때문에 항만 출입까지 지장을 받아서다. 인천해수청은 경비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이 업체와 보안공사에 보내 왔다. 그러나 보안공사는 자체적으로 인천해수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끝에 원상회복 조치에 나섰다고 한다. 어찌 보면 아주 작은 일이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같은 피해를 당한 업체가 더 있었을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도 항만 경비료는 덩치 큰 하역회사나 화주업체가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러면 인천항을 들고 나는 전체 화물에 대해 경비료를 부과하는 셈이 된다. 단순 보관 등의 단계에까지 경비료를 걷는 것은 이중 삼중 부과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이 같은 준조세는 엄격히 시행돼야 한다. ‘공사’ 간판을 걸고 자릿세 걷는 식은 아닌 것 같다. 담당 직원의 단순 업무 착오였으리라 믿고 싶다.

[사설] 이민청 설립, 경기·인천 지역이 최적지다

정부가 이민관리청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법무부가 이민정책 컨트롤타워인 ‘출입국·이민관리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자체들은 이민청을 유치할 경우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할 수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민청을 설치하게 되면 ‘1천500명의 고용 창출과 1조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취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등 외국인 주민의 수가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국내 이민과 취업에 관한 정부 기능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다. 컨트롤타워가 없어서다. 현재 총괄과 외국인 불법체류 단속은 법무부, 외국인 노동자 관리는 고용노동부, 결혼이민과 다문화가정 지원은 여성가족부가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책이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민청을 신설해 외국인 주민 관련 정책을 체계적·효율적으로 펼치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경기도에선 안산시가 이민청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전국에서 외국인 주민이 가장 많은 안산시는 전국 최초 외국인 전담 기구 설치, 전국 최초 원곡동 다문화 마을 특구 지정, 아시아 국가 두 번째 유럽평의회 세계 상호문화도시 지정 등을 내세우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최근엔 116개 주한 대사관에 협력을 당부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법무부에 지역 대학과 협약을 맺고 대학 부지와 건물을 청사로 제공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안산시의회도 이민청 설치 건의안 및 안산시 유치 건의안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김포시는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장을 지낸 김병수 시장을 중심으로 지난해 2월 이민청 유치 제안서를 법무부에 제출하고, TF를 구성하는 등 가장 먼저 움직였다. 김포시는 인천·김포국제공항, 경인·인천항 30분 내외 접근 이점을 내세워 국제교류 요충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고양특례시도 반경 40㎞ 이내에 공항·항만 접근성이 좋고 철도 및 광역도로망이 뛰어남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 북부에 11만여명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한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재외동포청이 소재한 인천시도 업무 연계성을 내세우며 이민청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인해 외국인 거주 수요가 늘고 있고, 인천국제공항이 자리해 이민청 유치에 적격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 이민과 취업 문제 등을 전담하는 이민청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장소는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경기·인천지역이 최적지다. 거주 외국인이 가장 많고, 관련 정책의 선도적 추진 등 당위성이 충분하고도 넘친다.

[사설] 10개 회사 700대 시내버스... 사모펀드 왜 인천에 몰리나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금융기관의 일반 펀드와는 달리 ‘사인(私人) 간 계약’ 형태다.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에 제한이 없다. 이런 사모펀드가 언제부턴가 시내버스 회사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준공영제 시내버스 업체들이다. 운영적자가 나면 시민세금으로 메워준다. 인천에서도 사모버스 시내버스가 10대 중 3대 비율이다. 인천에서는 2019년 2월 명진교통을 사모펀드가 인수했다. 이후 송도버스, 강화교통, 삼환교통, 인천스마트합작회사, 성산여객, 세운교통, 미추홀교통, 선진여객 등으로 이어졌다. 인천시 전체 34개 시내버스 회사 중 30%를 차지하게 됐다. 서울(6곳), 수원(3곳), 화성(3곳) 등에 비해 더 많이 몰려와 있다. 사모펀드는 이익과 배당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시내버스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타 지역에서는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을 하기도 했다. 도심 차고지 등 부동산 자산을 팔아 배당에 돌리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인천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생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인천 시내버스 10곳을 사들인 ‘차파트너스’다. 인천 시내버스 700대를 이 업체가 운행한다. 인천시는 이들 버스 1대 운행에 필요한 표준운송원가보다 적자가 나면 예산으로 보전해 준다. 해마다 지원 규모가 불어나 지난해는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인천시는 사모펀드 시내버스 경영에 제한을 두려 한다. 지분은 최대 49% 이하로, 배당 가능액도 수익의 30% 이내로 묶을 방침이다. 이익 추구 일변도의 사모펀드 시내버스 경영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인천은 오는 7월 광역버스 준공영제의 시행에도 들어간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상생협약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고 한다. 사모펀드 측은 당연히 이 같은 규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분이나 배당금 제한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해친다. 인천시와 이런 협약을 할 경우 형법상의 배임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회에서도 지자체의 사모펀드 시내버스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차고지의 매각 등에 지자체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모펀드 수익에 시민 세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은 준공영제의 취지가 아니다. 이에 앞서 인천 시내버스에 사모펀드가 몰리는 사태도 곱씹어 볼 문제다. 돈은 물과 같아 빈 틈을 찾아 흐른다. 사모펀드는 이왕이면 더 많은 수익이 보이는 지역의 시내버스를 찾아 나설 것이다. 상생협약뿐 아니라 인천 준공영제의 허점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사설] 해상조난 위치 바로 파악... ‘바다의 119’ 기대가 크다

지난달 말 동해 해상에서 어선이 조난을 당했다. 제주도 선적의 복어잡이 배였다. 기상악화 수역에서 대피하던 중 기관이 멈춘 것이다. 신고를 받은 동해해경은 황천(荒天)항해 끝에 선원 11명 전원을 구조했다. 황천항해는 비바람이 심한 악천후 속의 선박 운항술이다. 그런가 하면 바로 연근해에서 십수명이 숨진 안타까운 해상사고도 있었다. 2017년 12월의 영흥도 낚싯배 침몰 사고다. 이 때문에 당시 해양경찰이 인명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천에 사령탑을 둔 해양경찰은 ‘바다의 119’다. 해상조난 사고는 수시로 일어난다. 바다 날씨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최근 해양레저 붐이 일면서 더욱 빈발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해경이 조난 신고 접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고 한다. 중궤도 위성 조난시스템이다. 지금까지 해경의 조난시스템은 저궤도 위성 기반이었다. 위성의 궤도는 저궤도(지상 1천㎞), 중궤도, 정지위성궤도(3만6천㎞)로 나뉜다. 위성 고도가 1천㎞ 상공인 저궤도 위성은 위치 파악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선박이나 항공기가 보낸 조난 신호를 탐지하는 데 1시간여 걸린다. 위치 오차도 5㎞에 이른다. 조난 신호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사고 위치도 부정확했다. 또 위성 탐지할 수 있는 지역의 범위도 좁았다. 코스파스-살새트(COSPAS-SARSAT)는 수색 구조 활동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다. 조난시스템 관련 기술 표준도 관장한다. 기존 저궤도 위성에서 중궤도 위성으로의 조난시스템 전환 방침도 여기서 나왔다. 이에 해경은 지난 2020년 중궤도 위성 조난시스템의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국제 기술 기준 충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성능 시험을 거쳤다. 이를 거쳐 지난 5일부터 중궤도 위성 조난시스템의 정식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중궤도 위성은 2만㎞ 상공의 궤도를 이용한다. 저궤도 위성에 비해 조난 신호를 실시간으로 파악케하게 해준다. 양방향 통신 서비스도 가능하다. 위치 오차도 몇 m에 불과해 사고 지점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탐지할 수 있는 지역 범위도 넓어진다. 저궤도 위성 시스템은 위성 1기 기준 지구 면적의 4%만 탐지 가능하다. 반면 중궤도 위성 시스템은 위성 1기 기준 지구 면적의 35%를 탐지한다. 해양경찰의 여러 임무 중 ‘바다의 119’ 역할은 막중하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해양 조난 사고 때마다 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이 뜬눈으로 지켜본다. 이번 해경 조난시스템의 업그레이드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인천의 자랑인 해양경찰의 진일보도 기대해 마지않는다.

[사설] 과부하 걸린 아동학대 대처… 저출산 사회의 역설인가

엊그제 또 인천에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있었다. 생후 2개월도 안 된 쌍둥이 딸 2명이 한 모텔에서 숨졌다. 경찰이 20대 친모와 계부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다른 곳에서 인천에 놀러 온 가족이지만 가슴 아픈 일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아이들인데 왜 이런 일이 그치지를 않는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가 빈발한다. 이에 정부는 2020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제를 도입했다. 신고가 들어오면 맨 먼저 현장에 출동한다. 조사와 응급·분리 조치, 상담, 시설 인계 등의 일을 한다. 이를 위해 전국 곳곳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들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한다. 상담사가 부족하거나 아동학대가 너무 많아서일 것이다. 인천에는 미추홀·계양·남동·서구 등 4곳에 광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다. 한 해 운영에 30억원이 들어간다. 이들 기관에는 대개 10~20명의 상담사들이 있다. 학대 피해 아동의 치료, 상담, 가해자 예방교육, 사례관리 등이다. 그러나 인천 아동학대 상담사 1명당 사건 처리 건수는 연간 53건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기준은 연간 최대 30건이다. 전국 평균 44건에 비해서도 업무량이 20% 이상 많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전국적으로 최근 5년 사이 80% 이상 늘었다. 2018년 3만6천417건, 2020년 4만2천251건, 2021년 5만3천932건 등이다. 인천에서도 해마다 3천건 이상의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온다. 이 중 2천건 이상이 실제 아동학대 사건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인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사가 맡는 사건이 많다 보니 심도 있는 일 처리가 어렵다. 학대 피해 아동의 관리나 가해자에 대한 예방 교육 등이다. 실제로 인천 아동학대 사건들에서 다시 학대가 반복되는 재발비율도 17%에 이른다고 한다. 학대 사건에 쫓기니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나 사례관리가 쉽지 않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전문성이 부족한 점도 한 이유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확충을 전담공무원 충원이 따라가지 못한다. 현장에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군·구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부의 문제지만 아동학대는 우리 사회 기본 인성의 파탄을 드러낸다. 저출산 사회의 개탄스러운 역설이다. 피해 어린이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긴다. 아동학대 사건은 당분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와 인천시는 내년까지는 인천 상담사 1인당 사건을 연간 30건 이하로 낮출 방침이라고 한다. 법과 제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더 촘촘한 아동학대 대처 시스템이 필요한 때다.

[사설] 군·구로 넘어간 인천 소각장 건립...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에 소각장을 짓는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웃한 군·구들이 함께 쓸 네 곳 광역소각장이다. 그러나 3년이 넘도록 아무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어느 한 곳 후보지 얘기만 나와도 반발이 터져나왔다. 시한(2026년)은 다가오지만 그냥 ‘어떻게 되겠지’로 가고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인천시가 초강수를 던졌다. 지금까지의 사업 추진 방식을 버렸다. 대신 폐기물 처리 주체인 군·구가 책임을 지고 소각장을 건립한다. 또 한번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다. 군과 구에서는 “인천시가 기초지자체들을 전쟁으로 내몬다”는 반응이다. 지난주 인천시의 ‘자원순환센터 정상화 추진계획’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소각장 확충 정책 폐기가 맨 앞에 나온다.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 4년째 이어 온 사업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설명에 나섰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소각장) 책임 주체인 군수·구청장이 주도하고, 시가 조정·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민선 7기 시절 4개 권역으로 나눠 광역화한 방식은 지역별 여건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제부터는 군·구가 주도하는 수평적 소각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 송도소각장의 현대화로 방향을 잡은 남부권(미추홀·남동·연수구)은 그대로 간다. 입지선정위원회가 있는 북부권(서구·강화군)도 그렇다. 나머지 옹진군과 중·동구, 부평구와 계양구 등은 스스로 소각장을 지어야 한다. 인천시는 2월 중 ‘자원순환정책 지원 실무협의회’를 꾸린다. 10개 군·구가 자율적으로 참여토록 한다. 이를 통해 3월까지는 군·구별 처리대책(안)을 마련한다는 일정이다. 이 안을 토대로 군·구의 숙의 과정을 거친 뒤 8월까지 추진 계획을 확정한다. 쓰레기는 어떡하든 발생지에서 처리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군·구 주도의 소각장 짓기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시가 4년째 앞장을 섰지만 무산된 사업이다. 벌써부터 군·구에서는 ‘우리 일이 아니다’ 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소각장 건립에 국비 40%를 받으려면 다시 ‘광역화’를 도모해야 한다. 광역화는 돈 아껴 좋지만 ‘내 집 앞은 안 된다’의 님비 심리는 철통같다. 이미 물리적인 시한은 맞추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늦더라도 지어야만 하는 소각장이다. 쓰레기 처리장이 없는 비싼 아파트단지를 상상해 보라. 화장실 없는 레스토랑은 아무도 찾지 않는다. 민족자결주의가 있다면 지역자결주의도 있다. 스스로 소각장 하나 결정 못하는 지역사회는 미래가 어둡다. 첫 삽도 못 뜨고 내내 시끄러운 인천 소각장, 수요자인 시민들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사설] GTX-D, E 노선 확정... ‘올 웨이즈 인천’이 달려온다

지난 주말 인천 등 서부 수도권 시민들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정부의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이다. GTX 노선망 확충과 철도·고속도로 지하화 등이다. 그 중심에 인천발 GTX 교통망의 확충이 있었다. 그간 GTX-B 노선의 성사에도 노심초사했던 인천이다. 여기에 긴가민가하던 GTX-D Y자 노선이 굳어졌다. 인천에서 GTX로 서울 강남까지 바로 간다. 인천공항~인천 청라, 서울 강북으로 이어지는 GTX-E 노선까지 보태졌다. GTX는 2006년 지방선거 때 김문수 경기지사에 의해 씨앗이 뿌려졌다. 대심도광역급행철도라 불리던 공약이다. 지하 50m 깊이를 정차역을 최소화해 달린다. 동탄에서 일산까지 40~50분이면 닿는다고 했다. 그때는 누구도 실감하지 못했다. 그 무렵의 ‘한중 해저터널’ 공약 정도로 흘려 들었다. 십수년이 지나서야 현실로 다가왔다. 올봄이면 동탄~서울 강남 구간이 개통한다. 지하 깊은 곳이라 민원이 적고 토지보상비도 없다. 평균 시속 80㎞인 기존 도시철도보다 2배 이상 빠른 180㎞ 속도로 달린다. 거대 광역도시권 교통의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것이다. GTX 노선망을 따라 집값이 춤을 추고 관련 주민 민원은 갈수록 달아오른다. 이번에 확정한 GTX-D 노선은 부천 대장을 분기점으로 하는 Y자 형태다. 인천공항~청라~가정~부천 대장, 김포~검단~계양~부천 대장의 Y자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이동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검단·청라~서울 삼성 30분, 영종~서울 삼성 40분이다. 정부는 GTX-D 노선을 앞으로 서부권 광역급행철도(김포~부천)와 직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GTX-E는 이번에 정부가 새로이 발표한 노선이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청라, 부천, 서울 서북부 지역을 관통해 경기 구리, 남양주까지 이어진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거쳐 연신내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GTX-D, E는 인천공항에서 부천 대장까지 같은 노선을 이용한다. 이들 2개 GTX 노선으로 인천은 서울 강남과 강북지역으로 바로 연결된다. 이 노선들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들어간다. 현 정부 임기 안에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칠 방침이라고 한다. 길은 문명의 시작이자 번영으로 이끄는 빛이다. 인천은 지리적 천혜를 입어 대한민국 하늘길과 뱃길의 관문이다. 중국으로 가는 고정 뱃길만 10편이다. 그러나 국토 한쪽에 치우쳐 그간 철도편에서는 좀 미흡했다. 이번 인천발 GTX의 획기적 확충은 인천의 미래를 비추는 희소식이다. ‘길은 로마로’라고 했듯 이제 ‘길은 인천으로’다.

[사설] 다가온 대중교통 ‘패스’... 시민 우선의 정책 통합 아쉽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을 ‘뚜벅이족’이라 한다. BMW족이라고도 한다. 버스와 메트로, 걷기다. 이런 이들이 늘어나면 여러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 교통 문제의 가장 큰 해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독일이 ‘9유로 티켓’을 시범 출시했다. 월 9유로를 들이면 독일 내 거의 모든 열차 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다.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에 지난해 정규상품 ‘도이칠란트 티켓’을 내놨다. 월 49유로(약 7만2천원)면 모든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한다. 엊그제 국토교통부 장관, 인천시장, 서울시장, 경기지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 지원 합동설명회다. 국토교통부는 5월부터 전국 189개 시·군에서 K-패스를 시행한다. 월 15~60회 대중교통 이용에 대해 매월 교통비 일부를 돌려준다. 일반시민 20%, 청년 30%, 저소득층 53%의 환급률이다. 인천시도 5월부터 I-패스를 선보인다. K-패스보다 이용 횟수나 환급률을 확대한다. 6~8세 어린이·청소년도 이용할 수 있다. 19~34세인 청년 기준(K-패스)은 39세까지 늘린다. 65세 이상 환급률도 30%로 높인다. 8월부터는 ‘광역 I-패스’도 시행한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와 연계한 광역버스 선불형 정액교통카드다. 이 카드로 한 달간 인천~서울 광역버스를 무제한 이용한다. 서울시는 곧 정액제 ‘기후동행카드’의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월 6만2천원짜리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카드다. 더(The) 경기패스도 K-패스를 기반으로 한 사후 환불형이다. 인천처럼, K-패스 혜택에 이용 횟수 제한을 풀었다. 청년 연령도 39세까지 확대했다. 정부의 보편적 교통복지에 깨알 혜택을 추가하는 형태다. 대중교통 이용 권장은 아무리 과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선 국민건강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다. 천문학적 투자를 퍼부어도 악화하는 도로 체증, 주차난을 풀어준다. 기후위기 시대 최상의 실천적 명제이기도 하다. 한 해 3천억원을 들이는 인천 버스 준공영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는 교통복지는 덤이다. 하나 아쉬운 것은 서로 경계를 마주한 3개 시·도가 따로 가는 부분이다. 수도권은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단일 생활권이다. 수백만명이 아침저녁으로 일터를 찾아 상호 이동한다. 대구 부산 대전 광주 같으면 따로 가도 상관없다. 일단 3개 시·도가 내달부터 관련 공동연구에 들어간다고 한다. 선불형이냐 환불형이냐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수도권 시민의 편의를 최우선에 두는 정책의 통합·조율이 절실하다.

[사설] 인천 검단 4개역이 2개로... 노선 조정은 치킨게임이 아니다

서울지하철 5호선의 연장은 서부 수도권의 해묵은 현안이다. 이미 2003년 한강신도시 광역교통대책의 하나였다. 2018년 서울시가 차량기지와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을 위해 다시 꺼냈으나 무산했다. 2021년 ‘서울 5호선 김포~검단 연장’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들어가면서 되살아났다. 그러나 노선안을 놓고 인천·김포시가 대립,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중재에 나섰다. 수도권 지역 간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떠올랐다. 지난 연말이 시한이던 대광위 중재안이 지난주 나왔다. 그러나 인천지역에서는 바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인천으로선 김포 측 요구만 수용한 반쪽짜리 중재안이기 때문이다. ‘김포 서울 편입’ 이슈를 배려한 정치적 중재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광위는 인천 검단에 2개역만 두는 내용의 노선 조정안을 발표했다. 인천시가 제출한 노선(안) 중 101역과 102역은 포함했다. 나머지 원당사거리역과 (가칭)불로역은 뺐다. 당초 인천시는 인천도시철도1호선 연장사업의 101·102역과 원당지구, 인천·김포 경계 1곳 등 4개역을 제안했다. 김포시는 검단지역에 102역과 인천·김포 경계 1곳 등 2곳만 정차하는 노선안을 내놓고 물러설 줄 몰랐다. 결국 인천 요구의 4개 역이 2개로 줄어든 것이다. 인천·김포 경계에 예정됐던 역도 인천 불로동에서 김포 감정동으로 옮겨졌다. 사실상 김포시 손을 들어준 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광위 조정안의 총 연장 노선은 25.56㎞다. 인천 검단신도시 2개역을 경유, 김포 한강2신도시까지 이어진다. 전체 정차역은 10개다. 서울 1곳, 인천 2곳, 김포 7곳이다. 대광위는 또 이들 역 신설을 위한 사업비 분담안도 내놨다. 인천시 6천714억원, 김포시 2조2천648억원이다. 건폐장 이전 사업비도 60%를 인천시가 부담토록 했다. 800억원 규모다. 그런데 아직 건폐장 이전 예정지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인천에는 반쪽짜리 노선에 건폐장 이전 부담만 안겼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출퇴근 지옥에 시달리는 검단·한강신도시 주민들에게 5호선 연장은 희망이다. 김포골드라인 290%, 공항철도 150%의 혼잡도다. 검단신도시 4개역을 다 정차해도 전체 운행시간은 채 5분을 넘기지 않는다. 5호선 노선 협상은 치킨게임이 아니다. 김포시민들은 인천 검단을 패싱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사업 자체가 침몰한다. 만년 적자 노선을 피할 수 없어서다. 최종 노선안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인천 김포가 상생하는 타협과 절충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같이 가면 오래 간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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