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먼저 기업 유치해 놓아야’... 앞뒤 바뀐 기회특구 지침

기회발전특구는 현 정부 특화 지역균형발전책이다. 지방정부가 자체 조례에 따라 주도적으로 계획, 지정을 요청한다. 기존 특구보다 인센티브도 많다. 특히 규제특례는 지방정부가 직접 설계할 수 있다. 투자 걸림돌의 규제는 지방정부가 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처음에는 비수도권에만 가능했던 기회발전특구였다.

 

문제는 첩첩 규제로 갈수록 낙후해 가는 수도권 저개발 지역들이다. 인천 옹진 강화나 경기 연천 가평 등이다. 인구소멸위기지역 또는 접경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도 기회발전특구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줄기찬 요구에 지난해 수도권의 저개발 지역도 포함됐다. 인천에서도 관련 연구 용역에 들어가는 등 희망에 부풀었다. 그런데 막상 세부 지침이 나오자 ‘빛 좋은 개살구’ 아니냐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회발전특구의 지정·운영에 관한 지침’을 내놨다. 지정 요건, 재정 지원, 규제특례 등에 대한 세부 로드맵이다. 그런데 이 지침은 쉬이 납득 못할 조건을 달고 있다. 기회발전특구 지정 신청을 하려면 기업과의 투자협약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를 약속한 기업이 있어야만 기회발전특구 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아직 특구가 생겨나지도 않았는데 투자부터 약속받으라니. 특구로 지정되면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 규제특례 등이 주어진다. 이 같은 특구 인센티브가 기업 유치의 원동력이다. 맨손으로 무슨 투자를 끌어오라는 것인지.

 

지난 2년간의 인천 기업 유치를 들여다보자.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택했다.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송도·청라국제도시였다. 이뿐만 아니다. 수도권은 기회발전특구의 규모에 있어서도 차별을 둔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비수도권은 광역지자체의 경우 최소 495만~660만㎡(150만~200만평)까지 가능하다.

 

인천시는 특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최소 495만㎡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수도권은 개별적으로 심의를 해 비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지정할 방침이다. 결국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공장 신·증설 규제 페널티가 기회특구에서도 살아나는 셈이다.

 

인천 옹진 강화지역은 정부가 지정한 인구소멸위기지역이다. 연천 가평 등 경기도 접경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역차별을 가하려 한다. 수도권의 인구소멸위기지역에 기회특구를 주지 않아야 비수도권이 살아난다는 것인가. 특구 지정을 받고 싶으면 기업부터 유치해 놓으라. 규모는 최소한으로. 처음부터 꼬여 가는 수도권 기회발전특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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