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세월’ 아라뱃길 활성화... 주인인 인천이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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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구 등에 있는 경인아라뱃길 전경. 경기일보DB

 

경인 아라뱃길은 본래 잡초 우거진 굴포천 방수로였다. 부천·부평·계양 지역의 상습 침수를 막으려 뚫은 물길이다. 2조7천억원을 들여 2012년 경인 아라뱃길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운하로서의 물류 기능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그래도 수도권 시민들은 즐겨 찾는 곳이다. 서부 수도권에서는 드문 친수 공간이다. 자전거 길이나 마라톤, 걷기 코스로도 붐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뽑았다. 장차 잠재력이 큰 관광지를 말한다. 누리꾼들은 ‘서해 노을 명소’로 꼽는다.

 

이런 아라뱃길의 ‘활성화’ 사업이 12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인천시 등은 개통 이후부터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뱃길과 주변 지역에 친수·관광·레저·문화 기능을 살리는 사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의 ‘서해뱃길 프로젝트’다. 한강을 떠나 아라뱃길을 거쳐 덕적도 등 서해 바다 섬까지 이어지는 관광 뱃길이다. 또 K-Water는 ‘아라빛섬’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아라뱃길 주변의 워터파크와 아이스링크 등 테마파크 사업이다.

 

그러나 계획만 나오고 수년째 멈춰 있다. 서울시의 서해뱃길 프로젝트도 아직 기약이 없다. 뱃길을 운항하려면 해양수산부로부터 항로 노선 면허를 받아야 한다. 현재 한강과 경인아라뱃길을 오가는 민간 선사는 한 곳 있다. 그러나 이 선사를 포함, 아직 아무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항로 면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처음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중에는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결국 이 항로를 운항할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K-Water는 3년 전 아라빛섬 개발 민간 사업자와의 협약을 해지했다. 그러고는 더 이상 사업 진척이 없다. K-Water는 민간 사업자 공모 없이 사업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공원 형태의 기존 구조물들을 운영·관리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는 아라뱃길 인근 지역의 도시개발 사업에 힘을 모은다. ‘인천 북부권 개발’이다. 그러나 이 사업도 개발제한구역(GB) 해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토부와 환경부 모두 이곳 GB 해제에 대해 불가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아라뱃길 활성화 사업이 ‘하세월’을 면할 수 없다. 경인 아라뱃길은 중앙정부 돈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결국은 인천의 자산이다. 뱃길 대부분이 인천 계양구와 서구를 지나간다. 이제는 인천시가 주도권을 쥐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라뱃길 활성화에 인천이 본격 나설 차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서울시나 K-Water는 아라뱃길의 주인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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