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직이 국민 떨게 하는 현실... 환자 곁 지켜야 의사다

금명간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들 간 만남이 이뤄질 모양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지 한 달 반 만이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단초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통령께서 먼저 팔을 내밀고 어깨를 내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도 일정을 비우고 물밑 접촉에 들어갔다. 늦었지만 소모적인 의료파업 사태를 풀어갈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쯤에서 정부도 의사들도 한발 물러나는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숨을 고르고 좀 떨어져 바라봐야 사태의 본질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아픈 국민들 말이 없어 그렇지, 현재 의료 현장은 몹시 위태롭다.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의료 현장을 이탈한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약이 없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의대교수들의 줄사직 걱정까지 겹쳤다. 지난주 인하대 의대 교수 203명 중 66명이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다. 정부의 전공의 행정처분 등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직서를 내는 교수가 더 늘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가천대 길병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들도 사직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인천에는 인하대병원 203명, 가천대 길병원 200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180명,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110명 등 670명의 의대교수들이 있다. 교수직 사직 외의 대응 방침도 밝혔다. 중증·응급 환자가 많지 않은 과부터 당직 근무를 줄인다. 전체 진료의 40%를 차지하는 외래진료도 최소화한다 등이다. 인천 대형병원들에서는 전공의 이탈만으로도 80%이던 병상 가동률이 59%로 떨어져 있다. 수술 건수 또한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생업에 쫓기는 일반 국민들은 의아하기 짝이 없다. 자신들 처지에 비춰 부럽기까지 하다. 그 되기 어렵고 대우 좋다는 의대교수 자리를 스스로 던져 버린다니. 줄사직의 명분이 고작 의대 증원이라는 점도 이해 범위 밖이다. 그럼 국민들은 언제까지고 응급실 뺑뺑이를 감내해야 하는가. 아이 울음 소리 듣기 힘든 시대, 어렵게 얻은 아이가 아파도 소아과병원을 찾기 어려운 현실은 어떡하나.

 

의대교수 줄사직 소리에 말 없는 국민들은 또 한번 가슴을 졸인다. 어떡하든 아프지 말아야지. 물론 ‘의대교수 사직서에 반대한다’ 목소리도 있었다. 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이다. “의대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면 국민들이 눈과 귀를 닫을 것”이라고 했다. 사직이 협박처럼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의대교수 사직이 국민들을 벌벌 떨게 하는 나라라니. 그 역시 의사가 너무 부족하다는 반증인가. 조건 달지 말고,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갈 일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