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체육관이 뮤지컬 무대로 탈바꿈

뮤지컬을 체육관에서 감상하면 어떤 맛일까. 서울뮤지컬컴퍼니가 색다른 공연 하나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4월 3일부터 11일까지 무대에 올릴 ‘스펙터클 뮤지컬 2000! ‘락(樂) 햄릿’’. 이 작품은 국내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4천500석 규모의 체육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을 연극공연장에서 체육관으로 끌어냄으로써 대중화를 꾀하겠다는 게 제작자의 의도. 연극적 장치를 가급적 배제하는 대신 라이브 공연의 요소를 대폭 도입해 관객이 단순 감상자가 아닌 참여자로 나서게 할 방침이다. 제작자는 이를 계기로 뮤지컬의 파격을 시도하겠다며 야심에 차 있다. 연극 공연장과 달리 막전·막후를 따로 두지 않을뿐 아니라 무대와 객석의 거리도 최대한 가깝게 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관객 스스로 공연에 동참한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제작자는 기대한다. 공연에 쇼의 요소를 끌어들이는 만큼 출연자도 의외의 인물이 많다.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오렌지족)씨와 가수 박미경(오필리어)씨가 무대에 올라 엔터테이너로서 즉흥성을 살린다. 김준원(햄릿), 송용진(레어티스), 김재만(호레이쇼)씨와 30여명의 뮤지컬 배우도 분위기를 한껏 달군다. 관객은 공연도중 가만히 앉아서 감상할 필요가 없다. 무대의 흥겨움에 그냥 있기 어렵다면 얼마든지 서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할 수 있다. 일종의 스탠딩 콘서트인 셈. 또 공연 도중에 공연장을 마음대게 드나들 수 있고, 객석으로 돌아다니는 상인들에게 음료수 등을 자유롭게 사먹을 수도 있다. 체육관 입구와 로비에는 디디알(DDR)기가 설치돼 쿵쾅거리며 노는 것도 가능하다. 체육관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입장료도 무척 싸다. 대작 뮤지컬의 경우 보통 4만원 안팎이나 이번 공연 입장료는 1만원 내외(일반석 1만5천원, 학생석 8천원)로 낮췄다. 여기다 ‘사랑의 티킷’을 활용하면 일반인은 1만원, 학생은 3천원으로 라이브무대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지난해 11월과 12월 ‘록 햄릿’이란 제목으로 호암아트홀에서 이 작품을 공연했던 서울뮤지컬컴퍼니는 이번 무대가 체육관에서 마련되는 만큼 내용에도 변화를 가했다. 근친상간의 레어티스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대체하고, 선정적 유곽장면도 크게 수정하는 대신 오렌지족의 반항성은 부각시켰다. 기성세대 상징인 클로디어스와 거트루트, 폴로니어스는 영상으로 처리된다. 문의 02-562-2600. /연합

영화배우들이 벌이는 음악축제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줄거리나 배우의 연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영화의 주제곡이나 삽입곡도 적지 않은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요즈음에는 영화음악에도 심혈을 기울여 개봉 이전부터 주제가를 누가 작곡을 했느니, 누가 불렀느니 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음반을 영화 개봉과 함께 발매, 동반상승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한국영화배우협회가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불우청소년돕기-2000영화음악축제’는 스크린이나 비디오, 또는 음반이 아닌라이브 무대에서 다양한 영화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 관객들에게 익숙한 영화 주제곡이나 삽입곡을 유명 배우나 가수, 성악가,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려주는 동시에 영화 명장면들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듣는 영화, 보는 음악’이란 이색 무대로 꾸며진다. 안성기와 강수연의 사회로 진행되는 1부에선 최선용(경기도립팝스오케스트라 지휘자)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로 ‘록키’ 주제곡 ‘Gonna Fly Now’, ‘대부’의 ‘Speak Softly Me’,‘빠삐용’의 ‘Free As The Wind’등을 들려준다. 바리톤 여현구의 ‘영광의 탈출’ 주제곡, 테너 강무림 박현준 류재광의 ‘Tonight’, 소프라노 신애령의 ‘타이타닉’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등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외국 영화음악. 이어 박중훈, 심혜진 사회로 마련되는 2부는 한국 영화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무대로, 영화배우 한석규가 ‘8월의 크리스마스’ 주제곡을, 김명곤(국립중앙극장장)이‘서편제’의 ‘진도아리랑’을 직접 노래한다. 그룹 자우림은 윤도현밴드 반주로 불렀던 ‘꽃을 든 남자’의 ‘헤이 헤이 헤이’를, 뮤지컬 배우 이태원은 ‘쉬리’의 주제곡 ‘When I Dream’을 관객들에게 각각 선사할 예정. 이밖에 축제에선 심은하 전도연 정우성 최민식 최민수 장미희 김지미 윤일봉 남궁원 등 현역 유명배우와 원로 중진배우들이 대거 참석, 팬사인회를 갖거나 도우미로 팬들에게 좌석을 안내하는 등의 이벤트도 곁들여진다. 공연 수익금 가운데 일부는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사용된다. 공연문의 (02)2292-7103∼5./연합

북한산내 불교유적 보호 시급

호국불교의 얼이 서린 북한산 일대의 불교유적이 멸실 위기에 놓인 것으로 드러나 보호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의 진산(鎭山)인 북한산은 옛부터 불교문화의 요람인데다가 임진왜란ㆍ병자호란 이후 승려들의 힘을 빌려 성곽이 세워지면서 팔도 승군(僧軍) 총본부가 들어선 곳이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고의적인 방화가 저질러졌고 6·25와 경제개발기를 거치는 동안 대부분의 불교유적이 파괴됐으나 지금까지 본격적인 발굴조사와 복원은 이뤄지지 않은 형편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불교문화재조사단(단장 일철)은 97∼98년 전국의 불교사원지(寺院址)를 조사해 2천141개의 절터를 확인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1일부터 북한산 일대의 지표조사에 돌입, 최근 보고서를 펴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1539년 이행·李荇 외 간)과 ‘북한지(北漢誌)’(1745년 성능·聖能 간)에 수록된 사찰은 각각 11개와 21개였으나 조사단은 22개의 절터를 확인했다. 북한지에 기록이 남아있는 사찰 가운데 진관사·승가사 등 6개 사찰이 현존하고 있으나 모두 최근에 중창된 것으로 옛 가람의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곳은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표조사 결과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봉성암과 용암사터의 중간지점 계곡에서 후기 구석기 유물로 추정되는 석기(긁개)를 수습한 것. 지금까지 서울 인근에서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유물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져 다량의 구석기 유적이 출토될 경우 선사시대 연구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지도와 문헌상으로만 전해온 고려시대 사찰 향림사터를 확인한 것도 획기적인성과로 꼽힌다. 향림사는 11세기 거란족 침입 때 태조 왕건의 재궁(梓宮:임금의 관)을 옮겨 모셨던 행궁으로 고려 초기의 가람 양식과 왕실건축의 전모를 밝혀줄 중요한 유적이다. 조사단은 향로봉 아래 2천여평의 절터에서 고려시대 주초석(柱礎石)과 탑부재(塔部材), 와편(瓦片) 등을 발견, 이곳이 향림사터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운사 삼성각에 봉안된 석불좌상의 조성연대가 1497년(연산군 3년)임을 밝혀냈으며 북한산성 축조와 더불어 조성된 불상 3구를 발견했다. 이번 조사에 지도위원으로 참여한 정재훈 한국문화재보호재단발굴조사사업단장은 “이번 조사는 불교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고 있는 조계종이 주관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뜻이 깊다”고 전제한 뒤 “성곽 복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축성과 방비의 주력이었던 승군들의 절터와 고려시대 명찰이었던 향림사와 삼천사 터를 발굴·보존·복원해 호국불교정신의 교육현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장 일철 스님은 “서울시 및 문화재청의 협조를 얻어 이 일대에 대한 본격적인 학술발굴과 보존대책 수립에 나설 계획이며 오는 3월부터 강화도 지역 40여곳의 절터를 대상으로 지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연합

수원 권손동에 갤러리 쿠이 개관

수원시 권선동에 ‘갤러리 쿠이(Qui)’가 개관했다. 권선초등학교 근처에 마련된 갤러리 쿠이(대표 권혜영)는 전시공간이 넉넉지 못한 지역미술계에 활력이 되고 작가와 미술애호가들이 편안하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45평의 미술관엔 20평의 갤러리와 함께 10평의 아트숍이 들어서 있는데 아트숍에는 상설로 전시되는 몇점의 작품과 자체에서 만든 액세서리가 전시 판매되고 있다. 쿠이(Qui)는 이태리어로 ‘여기’란 뜻이며 대표 권혜영씨는 4년전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미술에 큰 관심을 갖게 돼 갤러리까지 열게됐다. “쿠이갤러리가 미술인들은 물론 그림을 좋아하는 많은 시민들의 열린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매월 자체 기획전을 열것이며 초대전, 수채화 공모전, 미술교실 운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작가와 시민들 곁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화홍수채화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권혜영씨는 “갤러리 쿠이가 미술인과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전시공간이 되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갤러리 쿠이는 ‘오리진(Origin) 2000’이란 주제하에 개관기념전을 10일부터 오는 29일까지 1, 2부로 나누어 열고있다. 1부(20일까지)는 회화 23인전으로 수원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를 초청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2부(21∼29일)는 김병학씨 등 서예 4인전으로 꾸민다. 갤러리는 3월부터 월별 기획전을 마련하고 있는데 ‘여기에 꽃과의 만남전’(3월), ‘사진예술전’(4월), ‘수채화의 새로운 모색전’(5월), ‘판화예술과의 만남전’(6월), ‘여름속의 설경전’(7월), ‘입체와 영상예술의 만남전’(8월), ‘쿠이갤러리 수채화 공모전’(9월), ‘공간조형전’(10월), ‘평면과 입체의 조형전’(11월), ‘100인의 1호전’(12월) 등이 열린다. 문의 (0331)239-7121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대자연의 품에 안긴 예술의 향기

빈센트 반 고호도 위대하고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도 대단하지만 밤하늘의 수많은 별보다, 아침 물안개 가득 피어오르는 강보다 더 아름답긴 어렵지 않을까? 참 쉬운 일인데도 그냥 놔두면 저절로 얻게 될 아름다움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놓치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생각은 양평 6번국도를 타고 신양평대교를 지나 광주방면 88번 지방도로에 이르는 양평 바탕골예술관 까지의 길을 달리며 내내한 생각이다. 예술관까지 가는 편안하고 경치좋은 이 길은 빡빡한 일상생활과 콘크리트 회색 건물속에서 정신없이 내달려온 현대인들에겐 더없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길이다. 차를 몰다보면 간혹 잊고 살았던 옛 추억들도 되살아나고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씩 떠오른다. 아! 뭐가 바쁘다고 이리도 잊고 살았던가. 도로변에 크게 난 바탕골예술관문을 들어서면 젊고 씩씩한 청년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인사를 건네고 예술관 건물까지 걸어가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그 길은 마치 대저택의 정원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잘 꾸며진 정원수와 많은 조각품들… 백남준의 자동차들도 이채롭다. 예술관은 도자기공방과 제1·2미술관이 있는 건물동, 대형 극장과 아트숍이 있는 건물동, 카페건물 등 모두 3개의 건물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미술관은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상설전시장으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백남준-일렉트로닉 슈퍼하이웨이-베니스에서 월란 바토르까’와 디지털포터 100점, 샤롯 무어맨, 존 케이지 등의 비디오 아트작품이 전시돼 있다. 제2미술관은 바탕골예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는 곳으로 지금 이곳엔 ‘바탕골 콜렉션전’이 열리고 있다. 40여평의 작업실과 전통 장작가마에서부터 최근 현대시설의 가마까지 갖추고 있는 도자기공방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 영화 ‘사랑과 영혼’을 연상케 하는 물레질은 낭만적이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힘과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된다는 것을 이곳을 통해 알게되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미술관 분위기속에서 유일하게 웃고 떠드는 생동감이 넘치는 곳, ‘뚝딱뚝딱’소리내어 만들어도 시끄럽다고 혼내는 사람이 없어서 좋은 이곳은 뭐라도 하나 배워서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바쁘게 돌아간다. 극장이 있는 건물동의 아트샵은 그윽한 원두커피향을 즐기면서 각종 도자기 그릇이나 핸드메이드 수첩 등 다양한 용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고 지금은 공연이 열리고 있지 않지만 공연장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지금 이곳엔 한지의 멋을 살린 판화찍기에서부터 시계 등 DIY목공교실이 열리고 있다. 특히 DIY목공교실은 바탕골예술관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많은 신청자들로 쉴날이 없다. 고구마 굽는 냄새와 나무 타는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카페도 꼭 들를만한 곳이다.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진 대형창문앞 자리에 얼굴을 맞대고 다정하게 있는 연인들을 보면 옛날 연애시절이 떠올라 남 눈치 볼것 없이 그 당시를 재현해 본다는 사람들도 있다. 간혹 눈뜨고는 못볼 닭살스런 커플들도 있지만 그런 커플도 이곳분위기에선 아름답고 썩 잘어울릴 따름이라고. 새천년맞이 행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이곳은 매주 토요일 밤엔 야외 조각로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뿐만아니라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의 민속놀이로 관람객들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한겨울의 색다른 멋이 넘치는 이곳은 녹음이 우거질 여름엔 다시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0338)774-0745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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