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차우세스쿠 영화 소재로도 인기

지난 1989년 루마니아 민주화 혁명과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종말을 소재로 한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제12회 사라예보 영화제에서는 이 소재를 다룬 루마니아 감독의 영화가 3편이나 선보여 17년 전 혁명과 독재자 처형에 대한 영화.예술계의 활발한 재조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의 '12:08 부쿠레슈티 동쪽'은 루마니아의 한 작은 마을의 TV 방송이 시청자들의 전화 참여를 통해 혁명에 대해 얘기하는 코미디 형식의 영화로, 비경쟁 부문에서 3천명 이상의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포룸보이우 감독은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이 영화로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했었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라두 문테안 감독의 '더 페이퍼 윌 비 블루' (The Paper Will be Blue)는 한 젊은 군인이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또 카탈린 로베르토 미툴레스쿠 감독이 연출한 '내가 세상의 종말을 기념하는 방법'(The Way I Celebrated the End of the World)은 17세 소녀가 남자친구와 함께 우연히 차우세스쿠의 동상을 파손한 뒤 겪게 되는 사건을 영화화했다. 루마니아 혁명과 독재자 차우세스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루마니아 내에서는 비단 영화 뿐 아니라 연극과 전시회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부쿠레슈티 극장에서는 작가 데니스 디눌레스쿠가 쓴 '차우세스쿠 생애의 하루'가 연극으로 공연돼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포룸보이우 감독은 "루마니아의 모든 예술가들은 1989년 혁명에 대해 제각기 자신만의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현정, "자유롭고 독창적인 영화하고 싶다"

"제 키가 좀 크죠? 잘라버리고 싶어요" "제 얼굴이 크죠? 좀 잘라버리고 싶어요" "거짓말하지 말고, 잤죠? 아, 잔 건 알지. 그럼 날 넘었는지만 솔직하게 말해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본인은 드라마에서도 보여왔던 모습이라고 말했지만 고현정이 자신의 영화 데뷔작인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제작 영화사 봄ㆍ전원사)에서 뜻밖의 모습을 끊임없이 선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배우인 김승우가 "선천적으로, 기능적으로 뛰어난 배우"라고 평했듯 그의 연기력은 생경함까지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21일 '해변의 여인' 시사회가 끝나고 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와 연이은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행복하다"는 표현과 함께 시종 긴장하고 설레며 행복해하는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무대 인사를 할 때 긴장 탓에 말도 제대로 못 꺼낸 고현정은 무엇이 그렇게 행복함을 주느냐는 질문에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 좋은 스태프들과 최선을 다해 작업했죠. 이런 인간 관계까지 좋은데, 심지어 그 결과물이 이렇게 좋게 나와 행복한 마음뿐"이라고 답했다. 고현정이 연기한 문숙은 애인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영화감독 중래를 만나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하룻밤을 보낸 이후 중래의 태도는 돌변, 미적지근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겉으로는 쿨하게 남자를 이해하는 듯한 여자. 그러나 이틀 후 다시 내려와 중래가 그 사이 또 하룻밤을 보낸 여자를 만나 술을 마시고, 남자에게 소리를 지른다. 결코 간단치 않은 역이다. 날짜로 따지면 사나흘. 고작 두 번의 만남인 까닭에 소탈한 옷 딱 두 벌만 입고 등장한다. "영화를 보니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환하게 웃는 그는 문숙에 대해 "강한 여자, 양껏 하는 여자"라고 소개했다. "자기가 나름대로 겪었다고 생각하고, 그 세월만큼 뭔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술 취해 배시시 웃는 것도 모자라 문 앞에 널브러져 자고, "잠을 안자면 애인이 아니냐"는 애인의 질문에 "어"라고 대답하고, 남자가 바람난 여자와 술을 마시며 "이혼해라"고 충고하는 모습 등은 재벌가 며느리 출신이라는 그의 '과거'와 CF 등으로 비롯된 그의 이미지를 도대체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우울한 기분이 든 어느 날 혼자 있고 싶어 극장을 찾았는데 마침 홍상수 감독님 영화 '강원도의 힘'이 상영중이었고 그 날 이후 홍감독님 영화를 찾아서 봐와서 감독님이 미스코리아 출신에 왠지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저 같은 배우와 작업하고 싶다고 반갑게 말씀해 주셨을 때 너무 좋았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는 말에 "제 이미지가 어떻죠?"라고 반문하며 "저도 열 받으면 확 열받고, 싫으면 그저 싫어요"라며 편안한 어투로 말했다. 시나리오도 없이 그저 즉석에서 이뤄졌던 작업이었지만 감독과 작품을 이해하고 나면 저절로 대사가 외워졌다고 했다. "첫 영화인 까닭에 어떤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저 감독의 주문대로 하려고만 했다"는 고현정은 드라마 '봄날', 영화 '해변의 여인'에 이어 다음달 시작할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 잇달아 출연하는 것에 대해 "굶어서 그런가"라는 표현을 썼다. "10년 만에 컴백했죠. 컴백을 앞두고 '생활처럼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작품을 고를 때 생각을 많이 하더군요. (연기를 떠나있던) 10년 동안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을 텐데 이런 모든 것들이 묻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예전보다는 훨씬 더 복잡해졌어요." 또한 그는 "일을 안하고 있으면 약간 우울해진다. 그래서 누가 같이 하자고 하면 냉큼 '네'하고 대답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제작사인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는 "TV에서 오래 연기한 배우들이 흔히 갖고 있는 연기의 나쁜 습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말로 고현정의 천부적인 연기력을 칭찬했다. 홍상수 감독도 세월이 흘러 변한 것도 있겠지만, 고현정 김승우의 호연은 여느 영화와 달리 배우를 드러나게 했다. 영화와 드라마. 이제 양 축을 모두 가진 연기자가 된 그에게 두 장르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드라마는 성기고 수세미 같지만 친정같아요. 드라마는 실제 생활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많이 봐와서 친숙하죠. 그런데 영화는 결이 일어나는 듯 해요. 틀과 룰을 갖춘 작품은 드라마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영화는 형식과 표현방식이 자유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했으면 합니다. 제가 찾아서 해야죠." 이제 영화 관객과 드라마 시청층의 주류는 90년대 '모래시계'로 대표되는 그의 절정의 연기를 보지 못한 채 컴백한 고현정을 보는 세대다. 2006년의 관객을 만나는 데 두려움은 없을까. "나를 알아주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나를 모르는 쪽이 낫지 않나 싶어요. 일부러 제가 그들에게 다가가기 보다는 작품이나 연기 속에서 그 순간 고현정을 느끼는 게 좋을 것 같구요. 예전과 지금 관객의 차이? 별로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전국 35만 명이 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이 최고 흥행작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을 법 한데. "드라마가 시청률이 중요하고, 영화는 흥행이 중요하다는데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아직 전 관객이 얼마 들었느냐가 중요하진 않아요. 그저 좋은 감독님과 좋은 영화를 찍은 것만으로도 좋죠. 다만 못 본 분들은 나중에 안타까워할 것 같네요. 저도 지내다 보면 극장에서 미처 못보고 DVD나 비디오로 보고 나서 저의 게으름을 탓할 때가 있는데 진짜 좋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면 속상하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대답하면서도 능수능란한 말솜씨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영화 데뷔작을 재미있게 끝마치고 포만감을 부를 정도의 만족함을 얻은 그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컴백해서 드라마하고, 영화 할 때 느끼는 긴장감과 간간이 오는 휴식, 이런 시간이 앞으로 5~6년만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결코 쉽지 않은 작품에서 새삼 연기력을 증명한 고현정은 이제 꽤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정리된 듯 차분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연합뉴스

<새영화> 썰물 같은 로맨스 '해변의 여인'

"꼭 같이 자야만 애인이냐?"(창욱) "일단 같이 자야지…. 우린 그냥 친구예요."(문숙) "넌 친구랑 뽀뽀도 하냐?"(창욱) "어유…, 진짜 치사하게…. 뽀뽀 한번 했네…."(문숙) 황사가 낀 서해안 바닷가. 세 남녀가 서 있다. 창욱(김태우)은 문숙(고현정)을 '애인'이라 생각하고 동행했지만 문숙은 그를 '친구'라 부른다. 문숙에게 흑심을 품은 또 한명의 남자 중래(김승우)는 이들의 옥신각신을 대단히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세 남녀. 머릿속 생각은 전혀 딴판이다. 재미있는 것은 숨기려 해도 스멀스멀 속내가 드러난다는 것. 하늘은 흐렸지만 보이지 않는 햇빛으로 인해 눈살을 시종 찌푸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생활의 발견'의 예지원처럼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 다음에야 표정을 어찌 숨길 수 있으랴. 이번에도 역시 하룻밤의 로맨스가 관건이다. 홍상수 감독은 '극장전' '생활의 발견' 등에서 '탐구'했던 일회성 로맨스에 또다시 도전했다. 즉흥적이고 우연한 만남이 알코올과 결합하면서 섹스로 연결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태도가 바뀐다. 둘 중 누군가는 말이다. 전작 '극장전'에서는 의외로 여자가 가차없이 돌아서지만, '해변의 여인들'은 다르다. 문숙과 선희(송선미)는 남자의 돌변에, 배신에 운다. 이렇듯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다 보니 무게 중심 역시 '여인들'에게 쏠린다. 문숙과 선희를 오가며 재미를 보는 이는 중래지만, 영화를 끌어가는 것은 여인들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문숙의 변화가 드라마를 지배한다. 이 영화로 스크린 데뷔를 한 고현정은 그런 문숙을 참 쫀득쫀득하게 연기했다. 회 한 점에 소주 한 잔 걸칠 때의 맛처럼 그의 연기는 화면에 착착 달라붙는다.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가졌으면서도 평소 선망의 대상이었던 영화감독 중래와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고 나자 소유욕에 휩싸이고, 그러다 결국은 스스로의 살풀이를 거쳐 정화된 모습으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문숙의 모습은 시종 사랑스럽다. 그 중 한바탕 '연애질'이 썰물처럼 지나간 후 배어나온 상쾌한 표정은 백미. 고현정의 힘이다. 송선미 역시 꾸미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 담백하고 맑은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백치미를 띤 순진한 유부녀 선희 역시 회 먹을 때 꼭 필요한 고추냉이(와사비)처럼 톡 쏘는 맛이 좋다. 영화감독 중래는 "글이 안 써진다"며 후배 미술감독 창욱에게 서해안 여행을 가자고 조른다. 유부남 창욱은 "애인을 데려가도 되냐"며 싱어송라이터 문숙을 데리고 온다. 신두리 해변의 회와 술은 셋을 무장해제시키고, 눈이 맞은 문숙과 중래는 창욱의 눈을 피해 한 이불을 덮는다. 그러나 다음날 중래는 "머릿속이 클리어해지면 연락하겠다"며 문숙에게 선을 긋고, 이틀 후 다시 내려온 신두리에서 문숙과 비슷한 외양의 선희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다시 수작을 건다. '해변의 여인들'은 모두 기다렸다는 듯 중래에게 넘어온다. 중래는 여인들을 이름이 알려진 영화감독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살살 녹이며 미칠 것 같은 순간적인 감정에 충실한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변명은 한다. 문숙에서 선희로 옮겨오기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은 것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생김새가 닮았다"는 것. 문숙을 보고 싶던 차에 선희를 만나 사랑을 나눴다는 논리다. 그런 중래의 캐릭터는 기존 홍 감독 영화 속 남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겁하고 치사하며 말이 많고, 순간의 쾌락을 향한 기대에 몸이 후끈 달아올라 인사불성이 된다는 점이다. 김승우는 그런 중래를 무리없이 소화하며 또 한명의 '홍상수 군단' 단원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렇듯 남자의 캐릭터는 변함없지만 영화는 그 점을 빼고는 상당부문 홍 감독의 변화를 읽게 했다. 여성에게 주체성을 부여한 것에 이어, 한동안 상승곡선을 그리던 유머는 다소 덜어내고 그 자리에 캐릭터 나름의 고민을 불어넣었다. 비록 그 고민마저 유머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긴 해도 말이다. 여자의 과거 잠자리가 끊임없이 불쾌한 이미지로 떠오른다는 중래의 고민은 치사하지만 현실감이 있고, 의절한 아버지를 "산낙지 같아. (날) 뒤에서 꼭 잡고 쥐어짜는 것 같아"라며 눈물을 삼키는 문숙의 모습은 사랑 외에도 이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있다고 알려준다. 철 지난 해변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 연애를 꿈꾸거나 가슴이 뻥 뚫린 성인들만이 온다. 그래서 뜨거운 여름보다도 어쩌면 더 화끈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들은 극중 버려진 진돗개가 결국은 다른 주인 품에 안기듯 로맨스의 배신 역시 스스로 치유해나갈 줄 안다. 홍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유머가 퇴색한 탓인지 '해변의 여인'은 좀 섭섭한 감이 있다. 남자가 아닌 남녀가 꿈꾸는 로맨스를 만나 반갑긴 하지만 지나치게 느린 발걸음과 그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다소 뜬금없는 눈물들이 시선을 분산시킨다. 전체적으로 예전 같은 화끈함(꼭 베드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과 영화적 재치가 반감됐다는 점도 아쉽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엑스맨' 폭스ㆍ'수퍼맨' 워너 희비 엇갈려

오는 9월4일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면 2006년 할리우드 여름시장도 막을 내린다. 지난해의 슬럼프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 올 여름 시장의 최대 히트작은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언의 해적:망자의 함'이지만 여름 결산에서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엑스맨3:최후의 전쟁'과 '수퍼맨 리턴즈'이다. 두 영화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워너브라더스의 '수퍼맨 리턴즈'를 연출하기 위해 20세기 폭스의 '엑스맨' 시리즈를 떠난 이면의 '드라마'는 한동안 할리우드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당시 워너브라더스는 액션영화를 잘 이해하고 흥행성적이 좋은 싱어 감독을 빼내오기 위해 1천만 달러의 연출료 외에 총 흥행수입의 7%를 주는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폭스 측은 안이하게 접근했고, 이에 싱어가 '수퍼맨'을 택하자 노발대발, 계약 다음날로 폭스 본사 안에 있던 싱어의 프로덕션 사무실을 폐쇄해버리는 등 감정적인 대응을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막상 올 여름 흥행 뚜껑을 열자 흥행면에선 오히려 '엑스맨3'가 승자의 웃음을 짓게 된 것. 싱어를 놓친 폭스는 싱어가 '수퍼맨'을 끝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스케줄대로 제작을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브래트 래트너 감독과 협상해 모두 1억6천800만 달러를 들여 지난 5월26일 개봉날짜를 맞출 수 있었다. 비평가들로부터는 '수퍼맨 리턴즈'가 '엑스맨3'보다 좋은 점수를 얻어냈지만 흥행면에서는 '엑스맨3'가 세계 시장에서 모두 4억4천1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반면 '수퍼맨 리턴즈'는 북미시장에서 아직 2억 달러선을 돌파하지 못했다고 할리우드리포터가 최근 보도했다. '수퍼맨 리턴즈'는 아직 세계 상영이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엑스맨3'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게다가 싱어 감독에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 워너브라더스는 '수퍼맨 리턴즈'에 스튜디오 사상 최고액인 2억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3억 달러가 넘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리고 워너브라더스는 싱어 감독이 2시간40분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도 허용했다. 워너브라더스의 프로덕션 책임자인 제프 로비노프는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수퍼맨 리턴즈'는 우리에게 이윤을 가져다줄 것이다. 좀더 돈을 벌었다면 좋았겠지만 영화는 공백기를 지녔던 '수퍼맨'의 캐릭터들을 매우 훌륭한 방식으로 재소개했으며 시리즈 다음 편을 위한 좋은 출발을 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브라이언 싱어와 '수퍼맨' 프랜차이즈에 대한 믿음이 있다. '수퍼맨 리턴즈'는 수퍼영웅 영화 중 가장 감동적이고 현실적인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엑스맨4'가 만들어진다는 보도에 이어 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지난달 2009년도 개봉 목표로 '수퍼맨 리턴즈'의 속편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싱어는 '수퍼맨 리턴즈'가 개봉 당시 '캐리비언의 해적:망자의 함'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흥행 경쟁작들과 맞서야 했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엑스맨4'와 '수퍼맨 리턴즈2'의 흥행 리턴매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김기덕 "'괴물' 관계자에 진심으로 사죄"

"관객과 영화 '괴물'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18일 MBC TV '100분 토론'에 나와 영화 '괴물'의 스크린 '싹쓸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했던 김기덕 감독이 3일 만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방송 출연 직후 인터넷에서는 그의 발언이 뜨거운 감자가 됐고, 김 감독은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김 감독은 21일 오전 연합뉴스에 보낸 '김기덕 사죄문'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통해 '괴물'과 관련,최근 자신이 했던 말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는 "'시간' 시사회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최고점에서 만났다. 이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이 말에 대한 네티즌의 악성댓글에 대해 '이해 수준을 드러낸 열등감'이라고 말한 것 또한 죄송하다"면서 "또한 '괴물' 관련 '100분 토론'에 출연해 과장된 이중적 언어로 시청자를 조롱한 행위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괴물'을 아끼시는 관객에게 깊이 사죄하며 '괴물'을 제작한 최용배 대표님과 제작진들, 특히 봉준호 감독님에겐 정말 영화계 선배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발언을 한 것에 진심으로 용서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한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오만한 행동이었다"며 깊이 사과했다. 그는 7일 열린 '시간'의 시사회 때 "오늘이 내 제삿날 같은 느낌", "더 이상 국내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겠다", "'시간'이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내 영화" 라는 등의 발언을 통해 국내 예술영화 감독으로서의 비애를 다소 거칠게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정중하게 밝혔다. "제 말 뜻의 진심이야 어떻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저 자신은 많은 반성과 어리석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몇 번의 해외 수상과 개봉 성과를 가지고 마치 한국 관객을 가르치려는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라는, 안 해도 될 말을 선언적으로 한 것도 뒤늦게 후회하며 '저예산 영화가 개봉하기에는 현재 시장이 어렵다'는 말을 과격하게 발언한 점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수나마 제 영화를 봐오셨던 분들께도 크나큰 실망감을 드린 점 죄송합니다." 한편 그는 '괴물'과 관련한 사과에 이어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역시 다소 극단적인 의견을 내놓아 논란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번 관객들의 질타를 계기로 차분히 제 영화와 영화작업을 돌아보니 참으로 한심하고 이기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한국 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모습을 과장하여 관객에게 강요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쾌감 갖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제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자임을 알았다"고 비관적인 생각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너무 커진 연예인의 힘… MBC ‘생방송 오늘아침’에서 집중 조명

최근 불거진 ‘가짜명품시계’ 사건은 탤런트 배우 개그맨 등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연예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커지고 연예인의 사회적 지위나 수입이 늘어나면서 그들이 어느새 우리 사회의 상류층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MBC 모닝쇼 ‘생방송 오늘 아침’(오전 8시30분∼9시30분)은 21일부터 닷새간 연예인과 스타시스템이 양산해내는 각종 문제점을 짚은 ‘집중취재, 연예인!’편을 방송한다. 제작진은 먼저 스타 마케팅의 폐해를 해부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일부 스타들의 출연료 때문에 다른 연기자들의 몫이 줄어들면서 브라운관에선 가족드라마가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예능 오락 프로그램들에서는 천문학적 출연료를 대느라 무리한 PPL(화면 속 간접광고)을 시도하면서 각종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다. 또 가짜명품시계 사건처럼 협찬이라는 명목으로 연예인을 동원해 사람들의 허영심을 부추기거나 심지어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는 사례까지 빈발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연예인의 공짜 수술도 도마위에 오른다. 제작진에 따르면 의료계에서는 연예인이 자신의 병원에서 성형수술,피부관리,치아교정 등을 받은 사실이 입소문으로 퍼지면 환자가 구름처럼 몰려온다는 ‘병원 전설’이 떠돈다. 제작진은 연예인 동원에 안간힘을 쓰는 성형외과와 병원홍보를 책임지겠다며 공짜 수술을 해달라는 연예인의 실태를 보여준다. 또 연예인과 병원의 과장 홍보 때문에 피해를 본 일반인의 사례도 소개된다. 주부대상 아침프로그램이나 여성잡지에 자주 소개되는 ‘연예인 집 고쳐주기’도 문제다. 연예인은 방송 출연을 댓가로 고액의 인테리어와 가전 가구 등을 요구하고 매체에서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도한 상품 협찬과 PPL을 감행한다. 이런 비상식적인 홍보와 협찬은 수많은 잡음을 초래하며 특히 일반인들에게 그릇된 환상을 심어주게 된다고 제작진은 설명한다. 제작진은 이외에도 2000만원을 호가하는 고액개런티의 실체와 이에 따른 폐해 등도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주목! 이영화 ’마이애미 바이스’…할리우드 자존심 건 스펙터클 스릴러

미국 언론이 ‘2006 여름 시즌의 마지막 블록버스터’라고 치켜세웠던 영화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가 개봉했다. 1980년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NBC TV의 동명 TV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것으로 제작비만 1억 3천500만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스펙터클의 액션 스릴러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한국 영화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오랜만에 등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히트’ ‘알리’ ‘인사이더’ ‘콜래트럴’의 마이클 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콜린 파렐과 제이미 폭스, 공리 등 세 스타의 만남도 볼거리다. 거대 마약상의 정부 이사벨라로 출연하는 공리는 ‘게이샤의 추억’ 이후 두번째 출연한 영화에서 능숙한 영어 연기를 선보였다. 비밀경찰 소니(콜린 파렐)는 거대 마약상의 뒤를 파헤치던 중 이사벨라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전반적인 이야기는 드라마와 유사하지만 부분적으로 현대 상황에 맞게 수정했다. 특히 대규모 총격전이 펼쳐지는 마지막 신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쟁 장면보다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압권이다.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말 3천21개 극장에서 2천572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주말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아빠 전성시대’가 왔다…‘가족 위해선 뭐든지 한다’ 새 아버지상 표현

연일 관객 동원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괴물’에는 두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박강두·남일·남주 3남매의 아버지인 박희봉(변희봉 분)과 현서의 아버지인 박강두(송강호 분). 조금은 모자란듯한 큰 아들 강두를 항상 감싸는 희봉은 ‘자식 잃은 부모마음이 한번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 냄새가 십리밖을 진동하는거여’라는 대사를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전한다. 동생에게조차 구박받는 덜 떨어진 강두지만 괴물에게 잡혀간 현서를 구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스크린에 부성애(父性愛)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로 직장과 가정에서 무기력하고 소외된 모습으로 그려지던 아버지들이 가족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송강호·설경구·정진영·김수로·이문식 등 요즘 충무로에서 잘 나가는 배우들이 앞다퉈 ‘아버지’ 역으로 출연중이다. ‘말아톤’ ‘친절한 금자씨’ ‘엄마’ ‘오로라 공주’ ‘사랑해 말순씨’ 등 각양각색의 ‘어머니’가 스크린을 장악한 지난해와는 분명 다른 흐름이다.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 설경구는 아들을 납치해간 유괴범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지난 1월 공소시효가 만료된 ‘1991년 이형호 유괴사건’을 모티프로 한 팩션 드라마 ‘그 놈 목소리’에서 톱 앵커 한경배로 분한 설경구는 유괴당한 아들을 찾기 위해 피말리는 44일을 보내는 아버지를 연기한다. 코믹 연기의 달인 김수로는 영화 ‘잔혹한 출근’에서 유괴된 딸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되는 일이 없어 인생은 꼬이기만 하고 결국 부잣집 여고생을 납치해 돈을 뜯으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딸이 납치당한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딸 아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송강호는 ‘우아한 세계’에서 ‘조폭’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유학간 아들의 학비를 대고, 사춘기로 접어든 딸 아이와의 관계를 걱정하며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강인구 역할을 맡았다. 이준기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플라이 대디’의 주인공은 복수에 나선 아버지 이문식이다. 39살의 평범한 중소기업 과장인 이문식은 고등학생 딸 아이가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 19살 싸움 고수 가필을 찾아가 실력을 연마하고 복수를 감행한다. 가수 이민우가 주연을 맡은 ‘원탁의 천사’는 죽어서도 아들을 보살피려는 따뜻한 부성(父性)을 다룬 영화다. 사기전과 2범의 죄수로 복역중 뇌진탕으로 목숨을 잃은 영규(임하룡 분)는 홀로 남겨진 아들을 곁에서 지키기 위해 천사의 도움을 받아 고등학생(하하 분)으로 환생한다. 그밖에 ‘왕의 남자’ 정진영은 영화 ‘번트’에서 아이큐 60의 천진난만한 동구를 홀로 키우는 아버지로 출연중이며 박신양은 영화 ‘눈부신 날에’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게 꿈인 딸 준을 위한 악전고투하는 우종대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