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고물가 시대, 다시 오는가

요즘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최근 수년간 0 혹은 1%대 상승에 머물던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작년 말 이후 전년동월대비 3% 후반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당분간 물가상승세는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7%를 넘어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럽 주요국들도 5% 내외의 물가상승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경제는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불과 수년 만에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이번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코로나와 경기 회복이다. 코로나로 인한 생산과 운송 차질 등 세계경제의 공급망이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 수요는 경기침체로부터 빠르게 회복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물가가 오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의 반등 효과나 경기침체기에 시행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효과 등도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차질은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고, 소비수요의 반등 효과나 경기부양책 효과들도 조만간 소멸할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주요 원인은 대체로 단기적인 성격을 갖는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물가상승이 당초 예상보다는 조금 더 심각하지만, 적절히 통제하기만 한다면 과거 1970~80년대 인플레이션처럼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현상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런데 설사 이번 물가상승이 단기간 내에 해소된다고 해도 앞으로의 세계경제는 지난 30년간에 비해 인플레이션을 좀 더 빈번하게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저물가의 혜택을 누린 것은 1990년경 이후 중국과 동구권 등 노동력이 풍부하고, 임금이 낮은 국가들이 세계교역에 새로 참여하면서 저가의 제품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한편 다른 나라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생산연령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됐고, 임금도 크게 높아져 이러한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높이는 몇 가지 중요한 장기적 변화가 존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기후변화와 미중 헤게모니 분쟁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화 노력은 불가피하게 상당기간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중 분쟁은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를 초래함으로써 역시 생산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이후 각국이 효율성보다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추세도 같은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세계경제는 1970~80년대 오일쇼크와 더불어 장기간의 인플레이션을 겪은 후 1990년경 이후 약 30년간은 저물가 시대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제 다시 고물가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역시 세상은 돌고 도는 것 같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윤석열 정부는 '개혁 정부'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공정과 상식’ 그리고 ‘국민통합’을 내걸었다. 586 기득권 세력에 기반한 무능한 문재인 정부는 내로남불, 불공정, 국민 갈라치기, 권력형 성 추문 등으로 얼룩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됐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사라지고, 빚은 갈수록 늘었다. 일자리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잘못된 코로나19 정치방역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생계가 끊겼다. 국민 혈세로 대통령 부인에게 화려한 옷들을 입히고, 도지사 부인에게 소고기와 초밥을 먹였다는 탄식도 들린다. 부패한 586 기득권들은 자신들의 부패와 비리를 감추기 위해 다수 의석을 이용, 국회가 앞장서서 새 정부를 괴롭히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 대통령이 직면한 상황은 엄중하다.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 정부는 국민과 함께 ‘통합’과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국민통합은 개혁 없이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진 법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개혁이 필수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갈라치기를 넘어서는 ‘국민통합 정부’, 공정과 상식을 토대로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 정부가 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러 면에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유사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성 정치권과 기존 사회경제 모델을 비판하면서 정치적으로는 중도,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고 당선됐다. 마크롱은 프랑스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선출직 경험도, 군 복무 경력도 없는 대통령이다. 마크롱은 프랑스의 개혁을 막는 근본적인 장애물은 모든 분야에 존재하는 기득권이라고 평가했다. 노동 개혁, 공공 개혁, 정치개혁 등을 추진해 기득권 중심의 제도를 개혁하면서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기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개혁과 정치인들의 도덕성 회복을 주요 정책 의제로 했다. 윤석열 정부는 마크롱 정부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개혁과 정치개혁, 공공 개혁, 사회개혁 등 전방위적 개혁을 통해 대한민국 재도약의 토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강성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 대응, 공공부문 개혁 및 부패 척결, 정치권 및 기득권의 권력형 불법행위 엄단 등 불공정을 해소해야 한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대표적 비리 중 하나인 불공정 채용 및 대장동 특혜와 같은 공권력을 이용한 불법 행위도 엄벌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지출을 중지시키고,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중장기 재정개혁 계획도 세워야 한다. 특히 앞서 밝혔듯 정치개혁이 가장 시급하다.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인의 1순위 개혁과제는 정치개혁이다. 한국에서 가장 부패한 기득권 집단인 정치인들의 부패와 비리에 대해 뿌리부터 철저하게 수사해 이들을 퇴출하는 등 전면적인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의 먹거리로 전락한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통폐합 등 공공부문의 개혁도 필요하다. 디지털 정부를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공무원 수도 줄여야 한다. 공공부문의 개혁을 통해 절감되는 재원은 국민을 위한 복지 지출로 전환돼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새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개혁 정부의 기치를 들고 전진해야 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이슈&경제] 벚꽃이 필 즈음

혼란스러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가 급등, 공급 대란, 미국 연방준비은행 금리인상,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사건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 채권, 외환, 디지털 자산 등에 투자한 사람들이면 밤잠을 설치거나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악재가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지 묻는다. 이에 자산시장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필자는 이렇게 답변 드린다. 자산시장은 계속 악재들을 달고 다닐 겁니다. 사실 유명한 축구, 야구, 골프 등에서 두각을 내는 다수의 유명 운동선수들도 대부분 잔부상을 안고 경기에 임한다. 자산시장도 마찬가지. 돌이켜보면 악재가 없었던 경우가 별로 없었고, 위기가 아닌 적 또한 별로 없었다. 투자자 입장에선 악재들이 실물 경기와 기업들의 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인가와 이 악재들이 자산 가격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필자는 악재의 강도가 2~3월을 고점으로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군사적 충돌은 4월 이후에는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 사회에서 전쟁은 곧 돈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전쟁을 지속하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비록 근본적인 해결은 당장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근 같은 전쟁의 포효는 소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남은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 있음을 밝혔다. 다만, 이미 금융시장은 연준이 올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금리인상 결정 이후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점진적인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앞으로 연준의 금리인상이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경우에는 긴축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코로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적 확진자수가 937만3천646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반대로 신규 확진자수의 정점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 가격은 지금이 아닌 미래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며 움직인다. 주식시장은 보통 6개월 후를 내다보며 상승과 하락을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쩌면 1년 뒤의 모습은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은 근본적으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고,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이 누적되면 전 세계 실물 경기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어도, 수많은 자영업자의 눈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신, 짧게 보면 기회는 있다. 상반기까지만 보면, 2월과 3월보다는 악재의 강도는 다소 진정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서울과 경기지역은 벚꽃이 예년보다 빠른 4월 초에 필 것이라고 한다. 벚꽃과 함께 투자자들도 다소 긴장을 풀 수 있는 계절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슈&경제] 차세대 주거건축을 위한 성능 고도화

주택 부족 문제 해결책으로 다양한 정책과 방법이 제기되고 있지만, 막대한 물량 공급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 통계가 이미 100% 보급률(단독주택 포함 약 2천100만가구)을 넘고 있다. 그러나 요구 수요가 많아지면서 계속된 공급이 필요한 실정이다. 공공주택 공급은 주로 신도시 개발과 택지지구 지정 개발, 노후 도심지 재개발, 기존 주택단지의 초고층 재건축 등의 수단으로 이뤄진다. 대규모 공급 사례를 보면 1989년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발, 2003년 2기 신도시 개발, 그리고 서울과 경기 등 전국 대도시 곳곳에 세워진 크고 작은 중저층형 공동주택 단지 건설 등이다. 2018년에는 3기 신도기 개발이 발표돼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조언하고 싶은 것은 이제부터의 주택 공급은 국가적 주거 안정 문화 정착 차원에서 주택의 질(품질과 성능)을 높이는 공학경제적 가치 향상 방안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 개발 이후 약 30년이 지난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노후화로 인한 생활 불편과 구조적 결함으로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다. 치솟는 부동산 수익 효과를 기대, 초고층 아파트로의 재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주택을 가지는 것 자체가 만족이고, 행복했던 시절에는 품질과 성능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러나 GDP 3만달러 시대에 어느 정도 갖추어진 안전하고, 좋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과 30년 밖에 지나지 않은 수많은 콘크리트 주거 건축물이 불편과 불안전을 이유로 부수고 다시 짓는다는 것을 공학적환경적경제적 측면에서 실패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가격은 5배 이상 올랐지만, 층간 소음실내 공기질누수결로단열환기 등 생활 밀착형 하자는 여전하고, 설비주차방범피난방화 등 안전과 편익 시설 역시 분쟁과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여전히 주거 성능 확보를 위한 기술 고도화선진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주택은 가전제품과 달리 사고, 팔고, 바꾸고, 폐기하기가 쉽지 않다. 구입할 때도 그 성능 수준을 어느 정도인지 알 수도, 판단할 수도 없다. 이는 주택 판매 제도에서 주택 성능을 평가할 제도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비자는 질(안전성, 쾌적성, 편리성 등)이 떨어진 주택도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 주택법에 분양(공급)하고자 하는 공동주택에 대해 주택 성능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소비지가 이를 확인하기 어려워 실질적 운영 효과는 미미하다. 지금의 주거 건축은 초고층, 저심도, 대규모화로 변모했다. 그에 따른 구조, 에너지, 환경, 편익, 장수명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종합 성능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짓는 초고층 공동주택을 30년 후 부수고 다시 짖는다고 생각하면 여러모로 불가능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주택과 관련한 다양한 성능 체계(종류, 등급)가 재정비 돼야 한다. 그리고 건설과 관련된 설계, 품질(시험), 시공(감리), 유지관리와 관련한 성능 기준도 고도화해야 한다. 관련 법제도, 국가건설기준, 한국산업표준(KS)과의 상호 부합화도 추진해야 한다. 이는 곧 주거 건축물에 내재돼 있는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기능 및 성능 저하를 방지해 안전성능 및 내구성능, 사용성능을 장기간 보전케 함이다. 건축물의 효용성을 증진 시키고, 더불어 인간의 생활에서 건축물에 의한 재난과 재해를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함에 있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이슈&경제] 석유정점에 대한 단상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거듭하고 있다. 요즘은 시들해진 감이 있지만, 과거 유가가 급등할 때면 종종 등장하던 것으로 석유정점(peak oil)을 둘러싼 논쟁이 있다. 석유정점은 석유생산이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석유는 한정된 자원이므로 언젠가 생산정점이 나타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석유정점이 언제 그리고 어떤 원인으로 나타날 것인가를 둘러싸고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한다. 하나는 자원 고갈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정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주로 지질학자들의)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발전으로 더 나은 에너지원이 등장하면서 수요가 감소해 정점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로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이 두 주장이 유가에 대해 갖는 함의는 정반대로, 전자의 주장이 맞다면 석유정점 부근에서의 유가는 급등세를 보일 것이고 후자의 주장이 맞다면 하락세를 보일 것이다. 근래 들어 석유정점 논쟁이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은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던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세자릿수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주로 전자의 관점에서 석유정점 임박론을 시사하는 많은 자료가 쏟아졌다. 심지어 2010년에는 국제에너지 기구(IEA)도 석유정점이 지난 것 같다는 내용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IEA의 연구책임자는 저유가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는 단언을 하기도 했다. 여러 정황상 석유정점 임박론은 매우 설득력이 높아 보였고, 필자도 IEA 보고서와 여러 자료를 토대로 고유가 장기화를 전망하는 짧은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현실은 이 같은 전망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수평시추법이란 신기술 등장에 힘입어 셰일 혁명이 일어나면서 석유는 고갈이 아닌 생산과잉으로 치달았다. 필자의 설익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다시 한번 장기유가 전망은 함부로 할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되새겨야 했다. 그러던 것이 요즘 들어 석유정점이 이미 지났거나 아니면 임박했을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의 고유가는 석유정점과 별 관련이 없다. 얼마 전에는 거대 석유기업 BP가 석유정점이 2019년에 지난 것 같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석유정점의 원인은 앞서 언급한 자원 고갈도 수요 감소도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수요 감소와 연관이 있지만,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수요 감소는 아니다. 이번 석유정점은 환경생태학적인 제약, 즉 기후변화 문제로 화석연료 탈피가 불가피하게 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석유정점 논쟁이 뜨겁던 10여년 전만 해도 이런 이유로 석유정점이 발생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번 석유정점은 확실할까? 일단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석유정점 논쟁에서 주목해야 할 더 중요한 사실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변화는 종종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온다는 것. 그러므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위해 좀 더 많은 자리를 비워둘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 이런 것들이 석유정점 논쟁이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싶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K-방역의 민낯

국가가 국민을 버렸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혼자 길을 나선 시각장애인이 길거리에서 사망했다. 모두 확진자였다. 코로나 확진을 받은 영유아들 또한 부모 눈앞에서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의료진과 공무원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지쳐 쓰러지거나 과로사를 당한다. 자영업자들은 비합리적인 방역 대책으로 인해 생계에 큰 위협을 받은지 오래다. 2년 전에는 마스크, 작년은 백신, 올해는 자가 진단키트 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코로나 대비 재택 치료용 해열제 등 각종 상비약을 쟁여놓는다. 약국마다 재택치료 상비약 세트를 팔고 있다. 전쟁이 난 것 같다. 현장의 보건 행정은 완전히 무너졌다. 말만 재택 치료지, 확진자들은 집에 갇혀 방치된 채 불안에 떨고 있다. 재택치료자의 비대면 집중관리 대상이라고 말만 하고, 관리는커녕 약조차 처방받지 못하는 80대 노인들이 많다. 그런데도 보건소는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통화가 겨우 연결되면 급할 때 119를 부르라는 답이 전부다. 대통령과 정부는 무책임하고 수치심조차 없다. 특히 2년 내내 자화자찬 말고 한 일이 없는 대통령은 여전히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 K-방역이 사회적 신뢰로 이어졌다고 정부는 국민 혈세로 자료집까지 냈다고 한다. 국민 중 이 자료집에 동의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권을 계승하는 민주당 소속의 대통령 후보가 전 세계에서 방역 잘한다고 대한민국이 칭찬을 받는데, 방역 그거 누가 했나. 사실 여러분이 했다. 나라가 뭐 마스크를 하나 사줬나, 소독약이나 체온계를 하나 줬느냐. 다른 나라 같으면 마스크 안 사주고 마스크 써라 하면 폭동난다고 말했을까 싶다. 제대로 된 기준 또한 없이 수시로 변경되는 비합리적인 방역 조치는 알기 어렵고, 잘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정부 대책은 닥치고 백신주사와 무조건 백신패스다. K-방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은 이미 예견됐다. K-방역은 비민주적 억압과 자영업자의 피눈물에 기반해 확진자 숫자 줄이기에만 매몰된 보여주기식 쇼였다. 다른 나라보다 확진자 수가 적다는 것을 자랑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준비하지 않았고, 국민 통제에만 급급했다. K-방역은 5년 임기 동안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대통령의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일찌감치 전문가들은 K-방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확진자 급증에 대비하자고 경고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는 오로지 정치 방역과 홍보에만 몰두했을 뿐이다. 이제는 국민에게 자기 건강은 자기가 알아서 책임지라고 떠넘기기까지 하고 있다. 2년 동안 제대로 인력 확충도 안 했고, 치료도 국민 스스로가 했다. 혈세는 다 걷어서 어디에 썼는지 궁금하다. 힘없는 실무자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이다. 정권교체가 확실해지기 전까지 코로나 위기 극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이슈&경제] 익숙한 것과의 결별?

지난해 찰스 굿하트 런던 정경대 명예교수와 경제학자 마노즈 프라단은 저서 인구 대역전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2000년대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가 인구가 젊었고, 이들 국가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제품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렵다는 요지다. 더 나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자금 부족으로 시장금리를 높인다는 결론을 낸다.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 출생)는 저축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저축 금액이 나머지 세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그 동안은 이들이 공급한 저축(자금)이 저금리를 뒷받침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함에 따라 저금리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재차 금리를 짓누를 수 있겠지만 일단 현재는 그동안 저금리를 만들어낸 요인들이 약화되는 단계로 파악된다. 최근 발표한 미국 1월 CPI(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7.5%나 상승하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식품과 에너지, 의료 서비스인데 임대료를 비롯한 나머지 품목 가격 상승률도 낮지 않았다. 경제 전반에 걸친 가격 상승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산업 전반에 걸쳐 연쇄 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품 소비자 물가는 코로나19 이전보다 11.4%나 상승했다. 이는 비료가격 상승을 반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수입비료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무려 2.3배나 올랐는데 아직 상승세가 끝나는 신호가 없다. 미국 CPI에서 비중이 32%로 가장 큰 임대료 역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임대료는 보통 주택 매매가격보다 시차를 두고 늦게 움직인다. 미국 주택 매매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올해 임대료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미국 노동자의 실질 소득은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감소했다. 1월 시간 당 평균임금은 지난해 대비 5.7%나 상승했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 임금은 오히려 1.7% 감소했다. 자칫하면 임금 상승 등 비용 증가로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이를 소비자가 부담하며 노동자들이 실질 임금을 높이기 위해 재차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글로벌 물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차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등이 더해지며 고공 행진을 지속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에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는 물가의 절대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의 상승 속도가 둔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 산업의 등장과 기술 혁신, 신흥 제조국의 값싼 제품 공급으로 누려왔던 저물가 환경이 지나가고 인플레이션 환경이 다가오고 있을 수 있다. 과거 익숙했던 저금리 환경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제와 금융시장은 종종 혼란과 혼동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태동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슈&경제] 건설 안전·재해 예방, 품질관리 기준·조직 강화 필요

임인년 새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계속되는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가 유난히도 신경 쓰이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 198090년대 경제 급성장 과정에서 성행하던 빨리 빨리, 최저가, 품질기준과 절차 무시, 원칙적 감리 부재, 싼 값에 따른 비규격 자재 사용 등 개발도상국형 건설 풍토가 오늘날의 건설 현장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들어섰지만 10년 전 건설 재해와 비교했을 때 사건사고 유형, 정부 대책, 기업의 대응, 국민의 시각 등에서 여전히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정부가 수립했던 많은 건설 관련 입찰심사하도급감리감독기술기준 등의 법 규정, 그리고 기술행정적 관리 시스템에 있어 발주처(정부, 민간)와 기업전문가기술자근로자들은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 대응했는지 또한 궁금하다. 지금의 건설업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부담이 가중됐고, 업계를 대상으로 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추진으로 인해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늘 그래 왔듯이 사망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법 제도(기준, 규정 등)의 유무를 따지기 바빴고, 급하게 새로운 법을 만들어 왔지만 실무적인 디테일은 매우 취약했다. 강화된 기술 기준, 또 규정이 워낙 많다 보니 기업은 시간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규정에 따른 수행을 주저하고, 강력 시행에 따른 부담과 익숙하지 않은 제도 운영에 따라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에서 안전 관리는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사람(모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뜻한다. 안전 기준은 각종 시설 및 물질 등의 제작, 유지 관리 과정에서 안전 확보를 위해 적용하여야 할 기술적 기준을 체계화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안전 기준에는 노무 안전 기술 기준과 시설물 안전 기술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건설 산업 사업장 내 사망 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고용노동부)에 의한 현장 근로자 노무 안전 기술기준에 관한 사항과 건설기술진흥법(국토교통부)에 의한 건설공사 목적물(구조물, 시설물)의 품질 향상과 안전 확보를 위한 기술 기준을 동시에 조사해 그 원인을 재발 방지 대책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노무 안전, 시설물 안전을 위한 기술 기준이란 국가가 만든 표준적 설계 기준과 공사 기준(표준시방서) 등이 해당된다. 기술 기준은 품질 확보의 기본이며, 목적물(구조물, 시설물) 안전 확보의 가이드라인이다. 즉 설계품질재료품질시공품질유지관리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 기준은 구조물 붕괴를 방지하고, 노무안전을 지키는 안전 기준이다. 설계자시공자자재 생산자, 감리자는 이러한 안전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는 노무 안전, 시설물 안전을 위한 통계적절차적 품질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기술 품질관리 조직을 강화하며, 운영 예산 현실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한 안전사고 예방을 기대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이슈&경제] 대선주자들의 경제성장률 공약

대선이 다가오니 대선 주자들의 정책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 정책 공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경제 관련 공약이고, 여기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경제성장률이다. 대선 주자의 경제 공약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걸었던 소위 747 공약의 7% 경제성장률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명박 정부 집권기의 연평균 성장률은 7%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명박 정부에 뒤이은 박근혜 정부의 경우 대선 공약으로 내걸지는 않았지만 집권 후에 4%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임 정부의 7% 목표와 비교하면 4%는 상당히 온건한 수치라 볼 수 있지만, 박근혜 정부 집권기의 경제성장률 역시 목표치에는 상당히 못 미쳤다. 한국경제는 경제개발을 본격화한 1960년대부터 약 30년간 두 자릿수에 가까운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초반 이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현재까지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고도성장의 끝자락이었던 노태우 정부 이후 역대 정부의 집권기 평균 경제성장률을 보면 최근으로 올수록 성장률이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난다. 즉 1990년 이후 등장한 어느 정부도 직전 정부보다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은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 공과와는 별 상관이 없다. 다시 말해 최근으로 올수록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해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경제성장률은 장기적으로 노동 투입 증가율과 생산성 성장률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 투입 증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구증가율과 노동시간 추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과 인구증가율이 낮아지고 노동시간은 줄어든다. 한국경제도 1970년대에는 생산연령인구 증가율이 3%가 넘었는데 지금은 마이너스 증가를 보이고 있다. 생산성 성장률은 기술진보에 의해 주로 결정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농업의 생산성은 다른 산업보다 낮기 때문에 농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노동이 이동하면 전체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농업에서 제조업이나 서비스로 대규모 노동이동이 일어나면서 생산성 성장률을 높였지만, 농업 고용비중이 5%에도 못 미치는 지금은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과거에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커 모방을 통해 쉽게 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최근 30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둔화의 약 90%는 이 같은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인구 추이 등을 고려할 때 경제성장의 둔화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대선주자의 경제성장률 공약에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앞으로 당분간은 대선에서 경제성장률 공약을 삼가는 편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 시선을 끌만한 경제성장률 공약은 빌 공자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현실적인 경제성장률 목표는 공약으로 삼기에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테니까.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허상’

우리는 여전히 개발연대의 성공 신화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유능한 대통령 덕분에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빈곤국이 중진국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본도, 시장도 없었던 개발연대에는 대통령이 강력한 통솔력과 억압적인 정치 시스템을 기반으로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은 세계 10대 강국에 속하는 경제 선진국이 됐다. 선진국 가운데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는 없다. 국가의 역할은 민간과 기업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개발연대에서조차도 경제성장의 동력은 대통령이 아닌 부지런한 노동자와 기업들, 그리고 전 국민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는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실패를 교정하고, 경쟁에서 낙오된 국민을 지원해 사회적 통합과 결속력을 높인다. 혈세를 자신의 쌈짓돈인 양 대통령이 마구 뿌린다고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이 잘살게 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벌어봐야 대통령의 치적을 위해 혈세로 걷어가면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 국가 주도의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국가는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개혁하고, 법치를 확립해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쟁의 규칙을 만들면 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가 주도 경제성장은 더욱 불가능하다. 산업과 기술의 변화를 정부가 선제적으로 이해하고 따라잡기는 힘들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생존 노력을 하는 민간부문과 시장만이 이러한 변화들에 대응할 수 있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의한 국가 주도 경제성장은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에서나 가능하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로 선택된 정치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대기업의 CEO를 역임했고, 서울시장에 당선돼 주요한 업적도 남겼다. 국민은 747(국내 경제성장률 7%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위권 선진대국) 구호 속에 이 전 대통령의 비도덕성, 부패 등의 비리 문제를 외면했다. 이 전 대통령이 우리 경제를 잘 이끌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대통령의 지도력이란, 유능한 전문가와 관료들을 움직이는 능력을 말한다. 대통령의 할 일은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제대로 성과가 돌아가도록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이 없어도 유능하고, 좋은 기업들만 있으면 경제는 잘 운영되고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 민간과 기업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유능하고 실력 있는 정부가 필요한 것이다. 개발연대의 신화도 사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사리사욕을 위해 혈세를 이용해 사업을 만들어 측근과 이익집단에 나눠주고 열심히 일하는 관료들을 폄훼하는 지도자는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없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한국 사회는 이제 제대로 된 품격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인품과 도덕성을 겸비하고, 법치와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모두가 존중할 만한 대통령만이 민간과 기업 주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의 행복을 달성할 수 있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이슈&경제] 기술 혁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

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 최근 메모를 통해 인플레이션이나 금리보다는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DNA 염기 서열화, 에너지 저장, 블록체인, 인공지능, 자동화 등의 기술 혁신은 생산성을 높이면서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측면이 있다고 서술했다. 하워드 막스의 최근 메모는 세 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신경제(New Economy)는 인플레이션과 큰 관계없이 꾸준히 성장해 왔다. 미국 신경제의 투자 감소는 인플레이션 때문이 아니라 IT 버블 붕괴, 리먼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 때문에 나타났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의미 없는 논쟁일 수 있다. 둘째, 기술 혁신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물가 안정을 유도하는데, 이를 주도하는 산업은 계속 바뀌어왔다. 어떤 산업이든 영원히 물가 안정을 만들지는 못한다. 10년간 물가 하락을 유발한 아마존이 지금은 제품 가격과 임금을 올리고 있다. 셋째, 혁신 산업은 일정 수준 이상 커진 후에 물가 안정을 만든다. 1920년대 혁신 제품은 말을 대체한 내연기관 자동차였다. 포드가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면서 미국 GDP 대비 모델T의 매출 비중은 1920년대에 0.5%를 넘어섰다.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1940년대부터 빠르게 늘어난 가전제품 매출은 1950년대 물가 안정 요인이 됐다. 미국의 온라인 물가지수는 2014년부터 빠르게 하락했는데, 아마존 매출이 미국 GDP 대비 0.5%를 넘어섰을 때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에너지 저장 기술 등이 향후 물가 안정을 끌어낼 텐데 아직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혁신 산업이 이끄는 물가 안정 효과는 빠르면 내년 이후의 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술 혁신에 의한 물가 안정은 수년 뒤에 나타날 일인 반면, 노동시장의 인플레이션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미국인의 근로소득(노동비용)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근로소득은 인플레이션(판매단가)에 6개월가량 선행한다. 미국 가계의 소득 증가와 제조업 공급 부족으로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고 있고, 연방준비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축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병목 현상에 기인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현재 미국 노동시장의 회복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의 관건은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있다. 2018년 6월에 기준금리를 2%까지 올린 후 미국 경기가 둔화했고,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진 2019년 여름에 1.75%까지 내린 후 경기가 반등했다. 미국 기준금리 1.75~2.00%가 침체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연준은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동성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싶어 한다. 반면, 금융시장은 이러한 연준의 정책 변화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모습이다. 금융시장은 연준의 정책 변화에 맞춰 눈높이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깜짝 놀라고, 이후 안정되는 상황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1월은 놀라는 과정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슈&경제] 지반침하, 지하시설물 방수 대책 강화해야

도심지 상가 빌딩의 지하층 기둥 붕괴와 땅 꺼짐(지반침하), 평택 공사장 화재로 인한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 고압 전신주 유지보수 중 감전에 의한 사망 등 국민 생활에 안전불감증이 다시 드리우고 있다. 예부터 기우(杞憂)는 쓸데없는 걱정이라 생각하며 비웃음거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삶에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 기후 변화, 지진, 지하수 유출 및 오염, 지반침하 등 다양한 재해재난이 발생하면서 기우가 현실적인 걱정거리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인간의 힘과 기술력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막아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예방 실패에 따른 반복적 발생으로 인해 인재(人災)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지역 도심지 한 지하철역 인근 상가 건물에서 지하층 기둥 붕괴와 땅 꺼짐이 동시에 발생했다. 이 사고는 공사장 주변이나 도로 등에서 주로 나타났던 사고와 달리 사람이 모여 함께 생활하고, 이동이 잦은 번화가의 한 건물과 그 주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더욱 큰 우려를 하게 했다. 아직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필자는 두 가지 견해를 갖고 있다. 하나는 이미 설치된 지하 시설에서 지속적인 지하수 배출과 유출로 인해 지반이 약화해 인근 건물 기초 지반의 토사 유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지하수 침투로 인한 지하층 바닥 구조체의 철근 부식과 콘크리트 침식이 생겨 기둥 붕괴와 땅 꺼짐의 한 원인으로 예상된다. 도심지 지하수 유출은 터파기(굴착) 작업에서 주로 발생한다. 주변 지하수가 공사장으로 몰려들어 양수기로 배출하는 1차 유출과 지하 구조체(바닥, 외벽, 천장 등) 균열이나 틈 사이로 흘러든 물(누수 현상)을 지하 바닥에 설치된 집수정에 모은 뒤 다시 양수기로 하천과 강 등으로 배출하는 2차 유출 과정에서 주로 원인이 생긴다. 건설업계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이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막대한 양의 지하수 유출은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을 일으키므로 반드시 예방하는 기술적 대책(차수, 구조체 방수, 지하수 회복)을 수행해야 한다. 지하수법은 지반침하 방지 수단으로 한계가 있다. 지반침하 등 지하 공간 안전 관리를 위한 지하 안전관리를 위한 특별법 역시 기술적 예방 수단으로 미흡하다.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또한 지하수 유출 방지에는 아무런 영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초고층 건물과 대형 공동주택이 급격히 생겨나면서 지하층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지만, 현재의 건축법과 주택법에서는 지하 공간 안전 확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번 달 말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지반침하, 시설물 붕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이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될 수 있어 사업주나 경영자 또는 관련 공무원이 책임을 지게 된다. 이는 중대 재해를 인재로 보고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인재 예방을 위해 새로 건설하는 고층 건물공동주택지하도로공동구터널지하철도 등 특히 지하 구조물은 지하수 유출 방지 및 회복을 위한 설계 및 시공 기준, 품질 및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관련 법 제도 정비에도 주력해야 한다. 이에 대한 소홀함은 관재(官災)로 평가될 수 있다. 새해에도 정부의 국민 안전 확보 노력과 책임지는 정책 개선을 기대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이슈&경제] 한국경제의 명과 암

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운다. 올바른 계획을 세우려면 우선 자신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새해도 됐으니,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경제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먼저 밝은 면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7월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변경시켰다. 동 기구의 57년 역사상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UNCTAD의 공인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명실상부 가장 성공적인 경제발전의 사례다. 한국전쟁 직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지만, 지난 2017년 OECD 구매력 평가환율(ppp) 기준 1인당 소득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가발과 합판이 수출 주 품목이었던 경제가, 이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조선 등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로 탈바꿈했다. 최근 실적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얼마 전 발표된 World Inequality Report 2022에 따르면 한국은 ppp 기준 성인 1인당 소득에서 영국과 이탈리아, 일본을 앞서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 국가 그룹인 G7 안에 속한 3개국보다도 한국의 소득이 더 높은 것이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아직 높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최근 한국경제의 저성장을 걱정하고 있지만, 한국 주요 산업의 생산성 성장률은 G7 국가들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경제 역동성을 반영하는 또 다른 지표인 창업도 최근 제2의 벤처붐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매우 활발하다. 이제는 좋은 소식들의 이면을 들여다보자. 경제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탁월한 소득 증가와 비교하면 삶의 만족도에 대한 성적은 초라하다. World Happiness Report 2021에 의하면 95개 조사대상국 중 삶의 만족도에서 한국은 50위다. 즉 한국은 고소득 선진국이지만, 행복하지 않은 선진국이다. 행복하지 않은 한국을 반영하는 지표는 많다. 자살률은 OECD 1위고, 출산율은 OECD 중 가장 낮으며, 노인 빈곤율은 2위와 현격한 차이로 OECD 1위다. 아울러 한국의 청소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과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고, 한국의 직장인은 다른 선진국보다 산재가 빈번한 위험한 일터에서 더 오랜 시간 일한다. 가정을 꾸리면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휜다. 그리고 퇴직 후에는 부동의 OECD 1위인 노인 빈곤이 기다리고 있다. 경제성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수단이다. 이제 G7에 필적하는 고소득 국가가 된 한국이 지향할 목표는 행복한 선진국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소득, 더 빠른 성장을 달성하는 데 성공적이었던 지금까지와는 다소 결이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행복하지 않은 한국 사회를 가져온 문제들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큰 줄기로 보자면 사회의 압력을 조금 낮추고, 속도를 조금 줄이면서 이웃을 더 배려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해 아침 한국경제를 위해 주고 싶은 덕담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공공 부패의 뿌리는 정치인

국민이 바라볼 때 정치인은 부패하고, 거짓말 잘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치인은 법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한다. 법은 힘없는 사람이나 지키는 규칙으로 받아들인다. 공공 부패는 대부분 권력이 센 정치인으로부터 발생한다.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직원은 행정절차를 지켜야 하고, 내ㆍ외부 감사도 받기 때문에 윗사람이 강압적으로 명령하지 않는 한 부패나 비리를 저지르기 쉽지 않다. 선출직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만들어낸 것이 낙하산 인사다. 물론 해당 업무에 특출난 능력이 있는 인재를 찾아 발탁하는 일은 공공부문의 발전과 개혁에 있어 도움이 된다. 문제는 자격도, 능력도 없는 정치인의 측근 또는 선거 일등 공신을 무분별하게 부정적으로 채용하는 현실이다. 높으신 분의 이름을 빌려 어쩌다 공무원(어공)이 된 이들은 성실히 일선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갑질을 해왔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어공들을 채용하기 위해 정치인은 없던 자리를 일부러 만들기까지 한다. 경기도내 공공기관을 봐도 그렇다. 기관장부터 팀장까지, 낙하산 인사들로 가득하다. 기가 막힌 노릇은 이들은 또 기관의 기존 정관을 고쳐 불필요한 새로운 자리를 또 만들어 고액의 연봉을 준다. 이게 다 도민 혈세다. 이처럼 전문성은 없고, 형식적인 모집 절차를 거쳐 뽑힌 낙하산 인사들은 높은 월급을 받으며 모시는 정치인의 다음 선거를 위한 준비를 한다. 무차별적인 낙하산 인사는 도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내부에서 성실히 일하는 공무원들과 직원들의 사기마저 꺾는다. 또 도민 혈세로 자기네 측근들이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사업을 만든다. 원래 하고 있던 사업 또한 측근들에게 나누어 준다. 새로운 사업은 정치인의 공약 실천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만들어지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위한 먹거리로 제공한다. 이들이 취업한 기관에 공약 사업을 몰아준다. 여기서 끝일까. 아니다. 어공이나 측근들은 공공기관이 자신들이 원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줄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이를 반대한 직원들은 해당 사업에서 배제당하기 일쑤다. 선출직 정치인과 측근들은 감사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에 대한 정기적이면서 투명한 감사를 제도화해야 한다. 무자격자들의 낙하산 인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값비싼 도민 혈세를 측근들의 배 불리기에 사용할 수 없도록 재정 준칙을 단단히 만들고, 모든 사업의 운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하는 법 말이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이슈&경제] 선진국 중앙은행의 변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Bank), 유럽 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일본은행(Bank of Japan)은 전세계 4대 중앙은행으로 불린다. 이들은 각각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 등 국제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 통화의 발권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통화를 공급하는 부양정책이나, 반대로 통화를 흡수하는 긴축정책으로의 전환 여부에 따라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 영란은행은 4대 중앙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영란은행은 코로나19에 대한 학습 효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완화되는 등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관한 판단을 유보했다. 오히려 오미크론에 따른 병목 현상 해소 지연과 재화 소비 확대로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될 가능성을 더 주목했다. 미국 연준은 이에 앞서 15일에 기준금리(0~0.25%)를 동결하고, 양적완화를 애초 예고했던 것보다 빠른 내년 3월에 종료하기로 했다. 연준 성명서에는 물가는 일시적이라는 문구가 삭제됐고,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특정 산업에 한정됐다는 문구 역시 삭제됐다. 이에 더해 연준 위원들은 물가 전망 리스크가 상방, 균형, 하방인지를 묻는 설문에서도 18명의 위원 중 15명이 상방 리스크를 지목했다. 이는 전망했던 것보다 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에 대한 문제 의식에 더해 연준은 향후 금리인상과 관련한 힌트를 내비쳤다. 파월 연준 의장은 그간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인상은 결이 다른 정책이라는 점에서 양적완화 종료가 금리인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해왔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간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연준이 물가에 대해 분명하게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파월 의장이 평균 물가목표제도 도입 당시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지 못한 판단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미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내년 연준이 최대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에 이러한 연준의 변화된 심리가 당장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년 3월 이후부터는 미국 연준이 언제라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된 만큼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한 자산 가격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의 성장기대로 인해 급등한 자산 가격들은 연준의 긴축 행보가 빨라질수록 부정적으로 반응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대표적으로 메타버스, NFT, 가상화폐 시장 등이 해당한다. 이들 시장은 분명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산업의 성장 속도보다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며, 거품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긴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격이 정상화되면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변심은 위기이자 기회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슈&경제] 중대재해 예방 위해 품질 관리자의 참여 필요

지금 건설 현장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1개월을 앞두고 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 수립과 실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의 재해 예방은 안전관리자만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현장에 있는 기술자들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보통 시설물 붕괴, 화재, 폭발, 추락 등으로 중대재해(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관리가 부실했다고 하지만 실제 그 원인을 분석하면 초기적 품질관리 실패에서 오는 원인이 많다. 몇 가지 중대 재해 사례를 들여다보자. 건물 내외벽에 설치한 단열재 연소로 다수의 거주자가 사망하는 사례는 단열재의 내화성능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었다. 방수도장공사에서 유기용제 폭발 화재, 질식사고는 유기용제 배합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었으며,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 발생한 테러 사망 사건은 바닥충격음 성능 기준(품질)의 한계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지하 시설물 누수로 인한 지반침하나 구조체 손상은 방수 설계 품질 부족이 주요 원인이고, 내외장 마감재나 비계 탈락사고는 설치 및 조립 품질관리의 실패다. 이러한 실패는 기후 조건, 작업자의 행위 불안, 불량비규격 자재 또는 장비 사용 등이 주된 원인이다. 각각의 실패 원인을 찾아내고, 예방하는 기술이 품질(시험)관리 기술이다. 따라서 중대 재해 사전 예방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시설물 공사 품질 및 사용 자재 품질을 담당하는 품질관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품질관리자는 시험을 통한 자재, 부품의 성능 평가뿐만 아니라 불법편법 시험성적서의 퇴출, 품질시험비 하도급 전가 행위 적발, 저급비규격 자재 사용 금지 및 반출 등 건설 품질에 관련한 모든 관리행위를 선제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재해 발생률 감소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 점에서 앞으로의 건설 현장은 안전관리자와 품질관리자의 협력과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대열에 서 있다. 그런데도 건설 현장의 품질과 안전관리 수준은 아직 2만달러 시대 국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 국제적으로 건설 강국이란 명성은 가지고 있지만, 사망 재해와 하자 민원에서는 아직 민망한 측면이 있다. 산업별 산재 비율에서도 건설산업의 사망 사고는 타 산업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현실이다. 재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결국 개인과 국민에게 불행으로 다가온다. 2022년 1월부터 시작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의 의미가 건설산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개인 기술자, 근로자의 생명을 중시하는 안전하고, 편안한 건설 생산 문화 구축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 건축학부 교수

[이슈&경제] 논리와 힘

#유전법칙을 발견한 멘델은 수도사였다. 하지만 멘델은 성직보다 세속의 학문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는 수도사로 일하면서 유전법칙을 발견한 후 당대의 이름있는 식물학자에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편지를 몇 차례 보냈다. 하지만 그 식물학자는 무명의 아마추어 생물학자의 주장을 간단히 무시했고, 유전법칙은 수십년 후 재발견될 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멘델은 학문의 미련을 간직한 채 수도사로 일생을 마감했다. #A씨는 직장인 공공기관에서 정년을 맞았다. A씨 직장은 정년 연장 없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보상으로, 정년 후에도 약간의 보수를 받고 비정규직(명예직)으로 몇년 정도 일할 기회를 준다. 그런데 A씨가 퇴직하던 해 직장에서는 예산 부족이 우려된다며 명예직 월급을 1/4 삭감한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명예직들이 보기에 예산 부족 우려는 지나친 것으로 보였기에 관련 자료를 열심히 준비해 경영진에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며칠 후 A씨와 동료들은 애초 예정대로 삭감된 임금 계약서를 전달받았다. 현직들로만 구성된 노조는 명예직 임금 삭감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 해 A씨 직장은 예산 부족이 아닌 대폭 흑자를 거뒀다. 사실에 기반한 훌륭한 논리가 있다고 해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상대방이 설득되기 위해서는 내 말을 귀담아듣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상대방이 기울여줘야 가능하다. 내 주장으로부터 상대방에게 별다른 이익이 생기지 않는 경우 상대방이 그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힘이 필요하다. 특히 상대방이 갑이면 더욱 그러하다. 이는 고고해 보이는 학문의 세계에서부터 노사교섭의 장에 이르기까지 틀림없이 적용되는 세상의 법칙이다. 하지만 을의 입장에 서 본 경험이 없으면 이 법칙을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입장이 서로 다른 쌍방의 만남에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런 경우, 그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을에게도 위에서 말한 정도의 힘은 주어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노동자에게는 파업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물론 세상의 만남에는 을이 그 정도의 힘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명의 학자였던 멘델이나 비정규직 퇴직자인 A씨도 그런 경우다. 다만 이들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을들이다. 멘델은 학자의 꿈을 접어야 했고 A씨와 동료들은 조금 더 궁핍한 노후를 맞아야 했지만, 세상에는 이보다 훨씬 절박한 입장에 있으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할 힘이 없는 을들도 많다. 그럴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사실이나 논리, 혹은 나(우리)의 입장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비명이다. 그 비명의 몸짓으로,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평화시장의 젊은 노동자는 자기 몸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엄동설한이나 삼복더위 속에 철탑에 오르고 때로 목숨을 던진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대통령 기본 자격은 ‘사람됨과 정직함’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100일 정도 남았다. 조폭, 불륜, 패륜 등의 단어가 대선에서 아직도 난무한다. 국민의 자괴감이 함께 커지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때도 자격 요건을 따진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있어 아무나 뽑을 수 없다는 말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기본 잣대는 사람됨이다. 사람됨을 엄밀히 정의하진 못해도, 모두가 암묵적으로 느끼는 공통적 기준이다. 인간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보통의 우리 이웃이나 친구들은 가족을 중시하면서, 남에게 해가 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맡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자질을 갖추었다. 가끔 실수도 하고 갈등도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지녔다. 그러나 사람됨이 부족하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의 포악한 범죄자가 될 우려가 있다. 앞에서는 번지르르 한 말을 하지만 권력을 잡는 순간부터 포악하고 비인간적인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 독일 역사의 비극을 불러온 히틀러. 사람됨이 부족한 리더의 화려한 언변에 속아 히틀러를 선출한 것이 하나의 비극적인 사례다. 그는 유대인 학살의 몸통이자 주범이다. 사람됨을 갖추지 못한 리더는 온갖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은 늘 정직하다고 당당히 우긴다. 또 사람됨이 부족한 리더는 책임까지 부하들에게 미루려는 특성이 있다. 정직하지 않은 정치인은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한 책임을 절대 지지 않는다. 하지만 공권력을 악용해 시민 약탈에 앞장선 부하를 임명하고, 최종 결제를 한 사람을 우리는 책임자 또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정직한 사람은 사람됨을 갖췄다.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들은 남을 속이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떳떳하고 당당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믿고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이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됨이 부족한 인간만이 사기꾼이 될 수 있다. 사람됨과 정직함은 대통령의 기본 자격이자 인간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다. 기본 자격을 갖춘 대통령만이 민주주의를 중시할 것이다. 사람됨과 정직함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청취하고, 실현하는 민주주의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불량배들이 상대방을 제압하고자 내뱉는 말이다. 부수고, 단속하고 잡아가는 조폭 행정은 민주주의 사회와 맞지 않는다. 대통령은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건설하는 자다. 사람됨과 정직함을 갖춘 대통령만이 모든 국민을 중요시하면서 사회를 통합하거나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이슈&경제] 회색 코뿔소가 올까?

지난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대표는 회색 코뿔소를 언급했다. 회색 코뿔소란 지속적인 경고를 통해 위험을 충분히 사전에 예측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이 대응에 소홀하면서 위기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코뿔소는 몸집이 매우 크다. 그래서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고,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코뿔소가 무섭게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당황하게 된다. 즉 위기의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를 회색 코뿔소라고 흔히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총 12번의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원인은 제조업 경기 위축, 석유 파동, 통화 긴축, 금융시장 불안, 재정 긴축 등 다양하다. 가장 최근의 경기침체는 코로나19로 발생했다. 이 중 가장 빈도수가 높았던 경기침체 원인은 연준(연방준비은행)의 통화 긴축과 금융시장 불안이었다. 공교롭게도 여의도 증권가에서 내년에 가장 불확실한 변수로 꼽고 있는 것도 연준 정책과 자산 거품이다. 미국 연준은 최근 FOMC 회의에서 자산을 매입해서 달러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줄여나가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내년 하반기부터 자산매입을 멈출 계획이다. 다만, 파월 의장의 언급을 참작하면 유동성을 흡수하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2023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까 노심초사다. 자산 거품 또한 걱정거리다. 국내 투자자들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테슬라 등 미국의 빅테크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고 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50조 달러(원화 약 6경원)를 넘어섰다. 미국 명목 GDP대비 무려 2.2배를 웃도는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한국거래소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보다 더 커졌다. 아파트 가격도 천정부지로 상승 중이다. 아파트 가격은 월급을 모아서 살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근로자들의 조기 은퇴가 빨라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근로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자산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노동의 상대적 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예상하지 못했고, 코로나19는 마치 전쟁과 유사한 충격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정책의 후유증을 고민할 겨를도 없이 엄청난 부양정책을 시행하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했고,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은 낮아진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각국은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과도했던 부양정책은 거둬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자산 가격들이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급등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특히, 내년 자산시장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그중에서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회색 코뿔소가 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슈&경제] 전문건설의 새 미래와 혁신을 기대하며

건설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몇 가지 이슈가 당면해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업역 구분 폐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처벌법 시행, 국가발주 사업에서 원하도급 불공정 계약의 사전 예방과 국가책임제 도입을 위한 국가계약법 개정 요청 등에 관한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향후 건설 산업에 있어 오랫동안 굳어진 원하도급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게 할 새로운 이슈들이다. 며칠 전 건설 산업 주축의 하나인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신임 회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취임식에서 주요 쟁점은 지금까지 유지돼온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업역 구분이 아무런 준비 없이 폐지됨으로써, 건설업의 뿌리인 전문건설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한 주장이 제기됐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이렇다 할 자본과 기술, 자원이 없어 GDP 50불의 빈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가 3만불 이상의 고소득 선진 국가로 성장하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 반열에 진입하기까지는 건설 산업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공사에 참여한 전문 건설인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건설업을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해왔다. 먼저 전문건설업(주로 중소기업, 하도급에 해당)은 건설 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며, 현장에서 사람(기능인, 노무자 등)이 건설에 쓰일 자재와 장비 등을 사용해 주택과 건축물, 토목시설물을 직접 생산하는 작업을 직접 수행한다. 종합건설업(주로 대기업, 원도급에 해당)은 이러한 전문건설업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외형적으로는 선진국형 시장 형태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직접적 공사 주역인 전문건설은 최저가 입찰 강요로 인한 저가 공사비 탓에 스스로 품질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현장에서의 사망 중대 재해의 직접적인 피해자를 넘어 건설 산업 선진화라는 명목하에 업역 구분이 폐지, 대기업과 직접 경쟁까지 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들은 건설업에서 전문건설업의 업역 구분이 폐지된다면 대기업이 현장에서 작업자 역할을 직접 수행할 것인지, 또는 지금까지 건설업을 지탱해온 기반과 기술 영역이 사라져 건설업계의 뿌리가 취약해지는 결과까지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업역 구분 폐지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목소리다. 또 다른 하나는 현재 국가계약법은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종합건설업이 먼저 계약하고, 종합건설업은 이를 다시 전문건설업에 도급(하도급, 하청)을 주는 구조로 돼 있어 원도급이 강자의 위치에 서고, 하도급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불평등 관계, 불공정, 혹은 위법적 계약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이로 인한 부실 공사의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가고, 이를 예방하고 정부도 이에 대해 강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국가계약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지금의 건설 시장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 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스마트 ICT 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불행하게도 여전히 저가 수주 덤핑 입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전문 건설이 살아야 종합건설이 살아날 수 있다. 전문 건설의 혁신을 기대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