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운다. 올바른 계획을 세우려면 우선 자신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새해도 됐으니,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경제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먼저 밝은 면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7월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변경시켰다. 동 기구의 57년 역사상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UNCTAD의 공인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명실상부 가장 성공적인 경제발전의 사례다. 한국전쟁 직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지만, 지난 2017년 OECD 구매력 평가환율(ppp) 기준 1인당 소득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가발과 합판이 수출 주 품목이었던 경제가, 이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조선 등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로 탈바꿈했다.
최근 실적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얼마 전 발표된 ‘World Inequality Report 2022’에 따르면 한국은 ppp 기준 성인 1인당 소득에서 영국과 이탈리아, 일본을 앞서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 국가 그룹인 G7 안에 속한 3개국보다도 한국의 소득이 더 높은 것이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아직 높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최근 한국경제의 저성장을 걱정하고 있지만, 한국 주요 산업의 생산성 성장률은 G7 국가들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경제 역동성을 반영하는 또 다른 지표인 창업도 최근 ‘제2의 벤처붐’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매우 활발하다.
이제는 좋은 소식들의 이면을 들여다보자. 경제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탁월한 소득 증가와 비교하면 삶의 만족도에 대한 성적은 초라하다. ‘World Happiness Report 2021’에 의하면 95개 조사대상국 중 삶의 만족도에서 한국은 50위다. 즉 한국은 고소득 선진국이지만, 행복하지 않은 선진국이다. 행복하지 않은 한국을 반영하는 지표는 많다. 자살률은 OECD 1위고, 출산율은 OECD 중 가장 낮으며, 노인 빈곤율은 2위와 현격한 차이로 OECD 1위다. 아울러 한국의 청소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과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고, 한국의 직장인은 다른 선진국보다 산재가 빈번한 위험한 일터에서 더 오랜 시간 일한다. 가정을 꾸리면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휜다. 그리고 퇴직 후에는 부동의 OECD 1위인 노인 빈곤이 기다리고 있다.
경제성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수단이다. 이제 G7에 필적하는 고소득 국가가 된 한국이 지향할 목표는 행복한 선진국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소득, 더 빠른 성장을 달성하는 데 성공적이었던 지금까지와는 다소 결이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행복하지 않은 한국 사회를 가져온 문제들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큰 줄기로 보자면 사회의 압력을 조금 낮추고, 속도를 조금 줄이면서 이웃을 더 배려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해 아침 한국경제를 위해 주고 싶은 덕담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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