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세상이 참 시끄럽다. 안철수 원장의 개인재산 사회기부를 두고 아름다운 기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정치적 야심을 가린 야비한 행동이라는 사람도 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것을 두고 명예훼손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는 입장과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이 대치된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게임중독 개입을 위한 셧 다운제 도입에 대해 그 실효성에 대한 입장이 분분하다. 국가적으로는 한미 FTA에 대해 국가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입장과 독이 든 사과라는 입장으로 팽팽히 기 싸움을 하고 있다.왜 이런 입장 차이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느껴지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상대편의 행동이나 주장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데 기인한다. 상대편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깎아 내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상대편이 낮아지면 자신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의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하여, 자신이 더욱 높아지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낮추는 일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다. 그러나 주변의 땅을 깎아 내서 사람들의 위치를 낮추면 자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부정과 불신이 지배하는 사회자신의 사회현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하다보면 삶이 어려워진다. 작은 일에도 금방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난다. 지나가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 화부터 난다. 깜짝이야. 어떤 사람이 경적을 이렇게 울려! 그러다가 앞을 보니 깊은 웅덩이가 있음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말로 하지라고 불평을 터뜨린다.모든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사회적 문제는 불신이 깊어지고 이해심이 낮아진다. 불신이 깊어지면, 나 외에 혹은 나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는 적대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나아가서 자신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가만히 서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수용할 수가 없다.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게 된다. 이것을 치유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은 만만치가 않다.관용과 긍정의 미덕 발휘해야진정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상대편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은 상대편보다 더 성숙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개그맨 최효종에게 강용석 의원이 참 재미있게 보았다. 한편으로는 생각해 볼 것도 많았다. 국민에게 좋은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을 했으면 어떨까? 안철수 원장의 사회 기부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주는 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더욱 나은 복지 방안을 통해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희망을 주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다.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위한 지구촌학교에서는 다름이 가장 큰 장점이 된다고 한다. 다르기 때문에 기죽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배움의 근간에 두기 때문에 더욱 풍부하게 배울 수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다문화사회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의 덕이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고, 강과 바다는 가는 물줄기도 가리지 않는다. 십팔사략에 나오는 말이다. 큰 강물이 강물이 되는 이유는 가는 물줄기도 가리지 않고 받아 들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시대의 큰 흐름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과 사회 현상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이혼 유감

필자는 변호사를 개업하고 줄곧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관할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개업 초기부터 많은 이혼 사건을 해왔고, 여전히 많은 이혼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지역적인 특성이 있는지 안산시흥지역에는 이혼 사건이 많다.2000년대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혼 사유에도 조금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종전에는 배우자의 부정이나 폭력 등이 주된 이혼의 원인이었는데, 요즘은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이 재판상 이혼에도 주된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그 중에 필자가 조금은 아쉬워하는 이혼 사유가 있는데, 바로 그것은 직계존속의 부당한 대우라는 것이다. 결혼한 배우자의 부모와의 마찰로 인한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모름지기 결혼을 한다는 것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새로운 배우자와의 정신적, 육체적 일체를 이루기 위하여 그 전제조건으로 기존의 가정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배우자 부모와 마찰로 이혼 급증그런데 지금의 30대 부부들은 1또는 2명의 자녀를 둔 부모로부터 같이 살아와서 그런지 결혼을 해도 좀처럼 독립하려 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부부생활에 여러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부부의 일을 결정하는데 아직도 부모에게 많은 의존을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소위 성격차이를 노출시키고 결국은 감정이 폭발하여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사실 부모로부터 독립을 시키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많은 자녀들이 성년이 되어도 아니 결혼을 하여도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서양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이 스스로 의사결정이나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 된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문화를 도입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우리나라 중고생이나 결혼하지 않은 성년의 자녀를 둔 40대 이상의 부모들은 어릴 적에 그전 부모세대로부터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자라왔다. 먹고 살기 바쁜 세대였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것을 의존해 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의 40~50대는 자녀들에게 많은 것을 물려줄 만큼 넉넉하지 못하다. 자신의 노후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필자는 지금의 40~50대 부모들에게 자녀들을 일찍 독립시키라고 권하고 싶다. 자녀들에 대해 어려서부터 정신적으로 일찍 독립할 수 있도록 자주 대화를 하고 가르치고 그 방법을 알려주기를 권하고 싶다. 우리 말에 닥치면 다 한다는 말이 있다. 자녀들을 품안에 두자면 한도 끝도 없다. 자녀들을 일찍 독립시키는 것이 결국 자녀들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며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해 이로 인한 부부 사이에 싸움이 되고 이혼까지 한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부모에게 있는 것이다.자녀를 일찍 독립시키자사실 몇 안 되는 자녀들을 강하게 키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맹수의 세계에서 배워야 한다. 맹수는 새끼를 단련시키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있고, 그래야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자녀일수로 더욱 강하게 키워야만 정신적으로 강인해지고, 사회생활 가운데도 살아남을 것이다.부모가 나이 들어 화목한 자녀들의 가정을 바라고 건강한 손자, 손녀를 기대한다면, 부모들이여 자녀를 강하게 키우고 일찍 독립시켜라. 그것이 자녀들을 위한 길이요 결국 부모들을 위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조성찬 변호사

아이들의 강도행각, 누구 탓인가?

이메일의 발신자 이름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인 듯해 메일을 열자 여자들의 나체 사진이 주루룩 쏟아져 들어왔다. 깜짝 놀라서 이메일 제목을 확인하니 조건만남 하실래요?라는 타이틀이었다. 만일 이 메일에 답신을 한다면 성매매가 가능한 것이리라. 이렇게도 쉽게 안방에서도 버젓이 앉아, 클릭 한 번으로 성매매를 할 수 있다니, 놀랍다. 성매매는 범죄행위다.최근 서울 서초경찰서는 원조교제를 하자며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폭행해 금품을 빼앗은 가출 청소년 5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남학생 3명과 여학생 2명이 가출하여 함께 생활하던 일명 가출패밀리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원조교제를 하자며 성인을 유인해 강도상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들은, 먼저 15세인 여자 아이들 2명이 성인 남자들을 원조교제하자며 유인해 모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면 남자 아이들이 뒤따라 들이닥쳐 폭행을 하고 사진을 찍어 협박하는 방식으로 합의금을 갈취했다고 한다. 결국 피해자 중 한 명의 신고로 이들은 모두 검거됐는데, 담당 수사관은 아이들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탄했다.청소년 탈선 주원인 가출2000년대 초 원조교제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처음 알려졌을 때에는, 여자 아이들은 처벌하지 않고 미성년자들의 성을 매수한 남성만을 벌했다. 그러던 것이, 성보호법의 개정으로 인터넷 성매매에 나선 여자 아이들까지 보호처분을 하고 보니 새로운 문제가 부각되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가출이 성매매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애당초부터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아이들은 없다. 대부분 가정결손, 가족의 학대, 빈곤 등의 문제로 인해 가출을 하게 되고 가출 이후의 거리생활에서 성매매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여자청소년들에 대한 보호처분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비행력만 덧씌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2005년도에 비하여 2008년도에 보호처분을 받았던 남녀 소년범들의 비율의 증가추세를 비교하면 이런 현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05년도에 비하여 2008년도에 보호처분을 받은 남자청소년들의 숫자는 68.6% 증가에 그쳤는데 비해 비슷한 기간 보호처분을 받은 여자 청소년들의 숫자는 138.6%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 같은 지표상의 변화는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숫자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뿐 아니라 그중에서도 여자 청소년들이 성매매 등의 비행에 연루되는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태가 이러하다보니 사실상 검거가 되지 않는 조건만남 등에 노출된 여자청소년들의 숫자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일 것이라 추정되며 더욱이 오프라인의 성매매 단속이 이 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보호처분 아닌 근본적 해결 필요상황이 이렇다보니 범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번져나가고 있는 인터넷 성매매를 미끼로 해 성인 성매수자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도 나타나는 것이며, 과거에는 피해자이기만 했던 여자 청소년들이 자신들보다 더 나이 어린 청소년들을 협박해 성매매에 끌어넣는 일들도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데, 과연 성매매를 원하다 졸지에 폭행과 강도의 피해를 입은 남성들만 희생자인 것인지 되물어보고 싶다.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그로 인한 파장은 앞으로 더더욱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 예견된다.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에 준 선물이다

지난 10월 24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리얼 액션 영화 옹박의 프리차 핀카엡 감독이 연출한 한국-태국 합작 영화 더 킥(The Kick) 시사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마샬 아츠의 거장 핀카엡 감독의 첫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이며 세계적인 무예 스포츠인 태권도를 소재로 한 더 킥은 쇼박스가 배급하며 오는 11월3일 국내에 개봉될 예정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이 후원한 코믹 액션 영화인 더 킥은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이며 태국 방콕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문 사범(조재현)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이자 한식 셰프인 아내 윤(예지원)이 태국 방콕에서 아들 태양(나태주)과 태풍, 딸 태미와 함께 태국의 국보인 왕조의 단검을 훔쳐 달아나는 일당을 태권도로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문사범의 태국인 친구와 그의 조카인 무에타이 고수가 이들 가족을 돕는다.더 킥은 지난 5월 제64회 칸 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3분 분량의 영상 클립만 공개하고도 프랑스 등 총 36개 국에 선 판매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된 작품이라고 국내 언론이 호평하고 있다.태국 현지에서 100% 촬영되고 배우는 한국인이 대부분인 이번 영화 줄거리는 전형적인 선악 구도로 단순하지만, 한국 태권도 시범단 K타이거즈 소속 유단자들의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회전한 뒤 발차기를 하는 540도 돌려차기 (일명 토네이도킥), 바닥과 수직을 이루며 두 다리가 180도를 이뤄 하늘로 쭉 뻗는 하이킥 등 화려한 태권도의 발차기는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한 나라의 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데 영화만큼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진 전달 매체도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태권도를 소재로한 영화인 태권V의 경우 국내 75만 명 동원이 전부였지만, 중국의 쿵푸를 소재로한 쿵푸팬더 영화는 전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막대한 수익을 올린 작품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해, 한국 정부는 국가브랜드 제고 일환으로 한국의 매력적인 문화 관광 상품으로 태권도를 한식, 한국어, 한류와 함께 선정하고, 태권도의 경우, 태권도의 정신, 유산, 생활 양식 등의 문화적 요소를 원천으로 한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만화 등 태권도 킬러 문화 콘텐츠 개발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한국 정부의 국가브랜드 제고 우선 추진 10대 과제 중 하나인 태권도 명품화 사업 추진 배경에는, 태권도가 현재 전 세계 200개 국에서 약 7천 만명이 수련하는 등 세계적인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 하다.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에 준 선물이며 진정한 한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태권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이다. 지난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 보급된 태권도를 통해, 태권도를 수련하는 외국인 들은 한국의 정신 문화와 더불어 한국의 음식 문화 그리고 한국의 언어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으며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됐다. 지난 60년대가 가격 패러다임, 70년대는 품질 패러다임 시대였다면 현재는 브랜드 패러다임의 시대라는 사실이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최근 우리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전 세계로 무섭게 뻗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K-POP이 국가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태권도 영화 더 킥 개봉을 계기로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태권도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기를 바라며, 태권도를 통한 국가브랜드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더 킥 시사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핀카엡 태국 감독의 최근 인터뷰 내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한국에 태권도를 다룬 본격적인 액션 영화가 없다는 거예요. 당연히 많을 줄 알았는데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경찰의 날에 경찰을 생각하며

지난 21일은 경찰의 날이었다. 1945년 10월21일에 미 군정청 산하 경무국 창설에 맞추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경찰의 날에 같이 기쁨을 나눠야 하겠지만, 정작 경찰의 노고에 대해서는 함께 이야기 나눈 기억이 거의 없는 듯 하다.경찰은 엄청난 심리적 및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경찰은 동료가 다치는 것, 피가 흥건한 범죄 현장에 머물러 있는 것, 말이 통하지 않는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 등과 같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는 심리적 불안이나 분노로 연결될 수 있다. 공분을 일으키는 범죄자를 수사하면서 자신의 내면적 분노를 억누르면서 조사를 해야 할 때가 있다.신체적 고충도 많다. 범죄현장에서 입는 상처나 주취폭력자에 의한 폭행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한 여경은 주취자에 의해 귀가 물리기도 했다. 음주운전 단속을 하다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과도한 민원으로 심리적 탈진을 경험할 때도 있다. 국민의 수사에 대한 심리는 불안이다. 그래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 언제 결정이 나느냐? 다른 방법은 없느냐? 등, 이미 확인한 사항에 대해서 계속 확인하고 싶어 한다. 경찰은 처리하는 여러 가지 업무가 있는데, 자세한 내용을 반복해서 알아보려고 하고, 또 확인하는 사람들의 전화 응대나 민원 응대 때문에 지칠 때가 있다.국민의 높은 기대치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는 시기나 기쁜 날에 경찰을 보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인생의 최악의 날에 경찰을 보러가게 된다. 심리적으로 약한 상태에서 도움을 청하다보면, 경찰에게 모든 것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시민의 기대치-정중하고, 친절하며,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언행과 태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경찰의 일상적 행동을 용납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자살 사건의 가족은 충격에 빠져 경찰서에 오지만, 경찰이 일상적으로 대하면, 크게 화를 내는 일 같은 것이다.이처럼 경찰이 받는 스트레스가 다양하고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은 개별 경찰관이 알아서 극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현장에서 사체를 보는 것이 얼마만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야기하겠는가. 급여를 받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기에는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이제는 이를 더 이상 개인의 자제력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관리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스트레스 속에 일을 하고 있는 경찰을 위해 정부나 사회 및 국민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의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 경찰 사명감과 의미에 대한 고찰, 업무를 통한 보람의 창출, 경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홍보 등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상담과 조력 프로그램을 통해 경찰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아가 전문능력의 배양과 인성의 균형잡힌 성장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경찰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지원하려는 시민과 단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경찰은 국민과 밀접하게 일상생활에서 접촉하고 있는 존재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교통을 통제하기도 하고, 범인을 잡으며, 피해자 지원을 하기도 한다. 국민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경찰의 행위에 대한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경찰과의 만남은 개인의 만남이 아니라 경찰 전체의 이미지로 연결되며, 나아가 사법적 행위에 대한 인식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경찰 혹은 개별 경찰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를 하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다. 개별 경찰관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고, 국민이 사법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찰은 심리적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기 때문이다.차명호 평택교육대학원장 한국학습상담학회장

장애인 성폭력사건, 전문가 참여 꼭 필요하다.

왜 손만 잡히고도 도주하지 않은 체 낯선 그를 따라간 것일까? 왜 비명도 지르지 않고 발버둥도 치지 않았던 것일까? 그가 잠든 후에도 왜 탈출하지 않고선 본인도 잠이 들어버린 것일까? 전화 한 통이면 연락이 닿았을 것을, 왜 허술하게 숨겨둔 핸드폰 하나도 찾지 못한 것일까?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사건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느꼈던 의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전문가 의견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에 비하여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지적 장애가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진술은 그야말로 의문투성이였다. 하지만 한 건 두 건 유사 사건을 대하다보니 실체적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지적장애인인 피해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 도가니라는 영화의 개봉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온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이리도 적나라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정부도 비등한 여론을 고려해 지난 주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아동에 대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친고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고소인에 대해 사건 당시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 역시도 면해준다고 한다. 2000년 이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일 년에 한 건이 되지 못했던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변화는 실로 고무적이다.여전히 염려스러운 부분은, 이 같은 법률적 지침의 변화가 장애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머리에서도 제시했지만 지적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접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기본적인 의문은 현재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다. 즉 이 모든 결정이 수사나 재판에 임하는 실무자들의, 장애인 피해자들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어렵게 도입된 정부 지침이 현장에서 그대로 지켜질 것인지 자꾸 의심이 든다.장애인들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의 취약성으로 인해 보호자나 주변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성장한다. 따라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매우 순종적이다. 또한 의사결정 능력의 제약으로 인하여 자신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싫은 것을 싫다고 주장할 능력도 충분치 않지만 더욱이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착한 아이 신드롬에 시달린다. 때문에 여러 가지 위험에 쉽게 노출이 되는데 그중 하나가 아는 이들에 의한 성폭력이다. 이들은 성폭력 상황에서 조차 위험을 인지하더라도 쉽게 저항하지 못하며 심지어는 상대의 요구에 선뜻 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특히 자신의 취약성을 숨기려할수록 더욱 곤경에 빠져들게 된다. 지적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에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는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자면 가해자의 행위에 대한 충분한 항거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그들이 가진 고유한 요구특성(demand characteristics) 때문이다. 손목만 세게 잡히더라도 자신의 뜻을 쉽게 포기해버리고 요구에 순응하는 그들의 태도를 흔히 법률적으로는 동의라고 여긴다. 또한 빨리 빨리 걸었는데도 그 사람이 금방 따라왔다는 행위에 대해 우리는 도주를 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마치 성폭력을 합의된 성관계로 오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들의 독특한 행동패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그들에 대해 더 알고 있는 사람들이 수사에서부터 재판에까지 참여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적절한 대변자 없이 진행되는 조사과정은 그들의 뜻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태권도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에 모두 힘 모아야

태권도 올림픽 정식 종목 유지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 최근 높아지고 있다. 태권도 관련 기관 국회 국정감사에서 태권도 올림픽 영구 종목 방안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질의가 있었으며, 이번주 문화체육관광부 확인감사에서도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문이 예상된다. 이러한 국내의 태권도 올림픽 종목 유지에 대한 높은 관심은 아주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국내 태권도계 등에서 나돌고 있어 다소 우려가 되며,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서울에 본부를 두고 현재 전 세계 200 개 회원국을 가진 세계태권도연맹(W TF)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 승인한 전 세계 태권도를 관장하는 유일한 국제스포츠연맹(IF)이다. 태권도는 지난 88서울올림픽과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참가한 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어 2004아테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으며, 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 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참가하게 된다.과거에는 한 번 올림픽 종목으로 선정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계속 올림픽 종목에 들어갔지만, 2005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IOC가 2005년부터 모든 올림픽 종목을 매 4년 마다 평가해 7년 후에 치러지는 올림픽 공식 프로그램을 확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이러한 IOC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2005년 싱가포르 IOC 총회에서 28개 종목에 대한 개별 투표가 실시됐고, 야구와 소프트볼이 2012년 런던올림픽 공식 프로그램에서 제외됐다. 당시 탈락한 두 종목을 대체할 후보 종목은 가라데, 스쿼시, 골프, 롤러스포츠, 7인제 럭비였다. 이들 중 가라데와 스쿼시가 IOC위원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얻었으나 2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지 못해 올림픽 종목 진입에 실패했다. 따라서 런던올림픽에는 26개 종목이 올림픽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IOC 총회에서는, 골프와 7인제 럭비가 2016 년 올림픽 정식 종목에 새로이 포함돼 총 28 개 종목이 2016년 올림픽에 참가한다.IOC는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프로그램에 들어갈 종목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에 앞서 IOC는 2012년 4월 세계태권도연맹을 포함한 모든 국제스포츠연맹에 질문서를 발송하고, 연맹들은 9월까지 답변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후 IOC는 올림픽프로그램위원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2013년 2월 집행위원회를 열어, 2012년 런던올림픽 26개 종목 중 하나를 제외한 25개 핵심 종목을 결정한다. 또한 IOC는 5월 집행위원회에서 핵심 종목에서 빠진 한 종목을 대체할 올림픽 종목을 선정하게 되며, 이때 IOC 집행위원회는 핵심 종목에서 빠진 한 종목과 8개 후보 종목 중에서 하나를 최종 결정한다. 8개 후보 종목은 야구, 소프트볼, 롤러스포츠, 스쿼시, 웨이크 보드(케이블 수상 스키), 스포츠 클라이밍(인공 암벽 등반), 가라데 그리고 우슈이다. 일본의 가라데는 2005년부터 올림픽 후보 종목에 계속 포함됐지만, 중국의 우슈는 이번에 처음 올림픽 후보 종목에 포함됐다.IOC의 올림픽 종목 주요 평가 항목에는 연맹 가맹 회원국 수, 올림픽 메달 분포, 방송 노출, 올림픽 입장권 판매, 스폰서 수 및 금액 등이 들어 있다.태권도 올림픽 종목 유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태권도연맹은 지난 2004년 10월 개혁위원회를 발족해 200페이지 분량의 개혁보고서를 만들었다. 이후 연맹은 개혁보고서에 들어있는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 그 결과 지난 2005년과 2009년 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계속 남을 수 있었다. 이러한 연맹의 노력에 전 세계 태권도인이 한 마음을 모은다면 2013 년 IOC 평가에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민주노총에 발목 잡힌 민주노동당

지난 4일 진보신당에 이어 25일 열린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국민참여당과의 대중적 진보정당건설을 부결시켰다. 가결을 위해서는 787명의 재석 대의원 중 3분의 2 이상인 525명 이상이 찬성해야하는데, 510명의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결국 민주노동당은 64.8%의 찬성을 얻고도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참여당과의 통합이 부결됐다.민주노동당의 주류와 지도부가 참여당과의 통합을 적극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결된 주된 원인은 민주노총의 분열을 우려한 일부 세력 때문이다.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의 통합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와 충돌한다. 배타적 지지 없는 당과 함께 할 수 있는지 판단해 달라고 하면서 사실상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했다. 권영길 의원 역시 민주노총을 분열시켜서도 안 되고, 민주노총을 흔들어서도 안 된다. 참여당과 선통합이 이루어지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면서 격렬하게 반대입장을 나타냈다.민주노동당에는 배타적 지지단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일정한 단체가 결의를 통해 오로지 한 정당을 지지하겠다고 하고, 그 정당이 이를 수락해 성립되는 제도이다. 배타적 지지를 받는 정당은 일정 비율의 대의원과 중앙당직을 배타적 지지단체에 배분한다. 현재 민주노동당에는 배타적 지지단체로서 민주노총, 전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민주노총이 조직이나 자금 측면에서 제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노동자,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합이나 정당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 농민도 우리 국민의 일부이고, 국가경제 전체의 틀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진보적 대중정당의 통합과 건설(정확히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권영길 의원이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 일부 세력은 민주노총이 분열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내걸고 있다. 민주노총의 분열을 우려해 진보정당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옳은가. 물론 그들은 참여당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집권시기에 노동자를 탄압한 참여정부의 인사들이 참여당에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 지금 행동하고 있는가. 진정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그동안 그랬듯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소수자 전략만을 펼칠 것인가. 참여정부에 비해 MB 정부에 들어서 노동자, 농민의 삶이 더 나아졌는가.민주노총에 소속된 노동자들과 민주노동당의 당원들 절대 다수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추석을 전후해 안철수라는 바람을 맞았고, 지금도 박원순을 통해 그 바람을 맞고 있다. 이러한 바람은 국민들이 새로운 비전을 바라는 것이고, 기성 정당에 대한 변화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 비전과 변화는 비단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진보진영의 정당들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찾지 못하는 비전과 변화를 대중적 진보정당에서 찾고자 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그리고 민주노총은 절대 다수의 당원들과 조합원들, 그리고 국민들의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변화의 바람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민주노총은 조직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 진정으로 보호할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85호 크레인에서 9개월 가까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진보, 개혁세력이 집권하는 것이다.가장 유효하고, 가장 중요한 복지는 반복지세력에 맞서 복지세력이 집권하는 것이다. 복지세력의 집권이야 말로 진정한 복지이듯이 진정으로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은 진보세력이 집권하는 것이다. 진보세력의 집권을 위해서는 대중적 진보정당의 통합과 건설은 필연적이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지 말고 진정으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해 어떠한 길을 선택하여야 하는 것인지를 깊이 성찰해 주기를 바란다.조성찬 변호사

출구사회로 가자

최근 한국사회는 대학의 책무성 평가, 반값 등록금, 입시주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대책은 없는가. 이는 단순히 대학의 문제혹은 사회적 차별의 문제가 아니다.한국사회는 전형적인 입구중심의 사회이다. 엔트리 레벨을 통과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 사회라는 뜻이다. 회사에 취직할 때 고졸로 입사한 사람은 그 조건으로 평생을 회사에 다닌다. 입사 후 다양한 자기 계발 시간을 주고, 학위를 나중에 취득했더라도 새로운 인센티브가 없다.다양한 성공 루트가 있는 사회여야 건강할 수 있다.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고, 노력을 통해 모자람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는 성공 루트가 단일하다. 좋은 대학교에 가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성공한 것이다. 고시에 합격해야 하고, 대기업에 입사해야 하고, 서울에 살아야 한다.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기 때문에 취직을 하는 것이 곧 안전한 삶의 지름길이 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2년제 대학의 취업 잘되는 학과를 다시 다닌다.이제는 출구사회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인재들이 다양한 삶의 통로를 따라서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 당장 대학에 갈 형편이 안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전문계고나 취업전문학교를 다니되, 자기계발을 통해 더욱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입사 후 다양한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하고,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고졸자도 노력하면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몇몇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듯이 기업이나 공직 사회의 인사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현 우리의 실정은 9급 공무원이 추후에 노력을 해도 5급 이상 승진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고졸 입사자는 대학학위를 취득해도 별무소득이었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 9 급 공무원의 학력 중 고졸 비율은 3.4 %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공무원 인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방 일반직 9급 공무원 1만 6827명의 최종학력은 중졸 3명, 고졸 577명, 4년제 대학교 졸업은 1만 3679명, 대학원 재학 이상은 362명이었다. 지방 9급 공무원 중 고졸 이하 비율은 2004년 4.5%였다가 2009 년 3.4%로 낮아지는 등 점점 줄어들고, 이에반해 같은 기간 대졸 이상은 82.2 %에서 84.0%로 늘고 있다. 지방 일반직 공무원 19만 2270명 전체로 놓고 보면 고졸 이하가 16.7%를 차지하고 있다. 고졸 이하의 학력으로 공무원 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입구의 조건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계발 정도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이다.이 경우에 기업이 학자금을 제공 할 필요가 있고 그 대신 국가는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입구사회의 부작용을 출구사회로 전환해 현 동기수준은 유지하되, 사회적으로 공정성을 추구할 필요도 있다. 들어올 때의 차이가 평생을 결정하는 것은 낙후된 사회이다. 신바람 나는 사회를 구축할 때, 안전한 사회, 공정한 국가가 된다. 차명호 평택교육대학원장ㆍ한국학습상담학회장

안철수 신드롬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압수 수색 소식에 이어 안철수 교수의 시장 출마설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교수의 정치경험 부재를 지적하면서 조직의 체계적 지원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 1995년도 박찬종 전 의원처럼 결과적으로는 시장선거에서 낙마하게 될 것이라 예견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시장 출마설로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급상승했으며 그로 인해 안교수는 수십 억 원대의 이득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상 저의가 의심되는 소식도 들린다.주요 일간지는 이미 일면에 안교수의 시장 출마설에 대한 기사를 대거 개제했으며, 공영방송의 주요시간대 뉴스에도 그에 대한 소식은 연일 꼬리를 물고 있다. 이 같은 관심 수준은 가히 신드롬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안철수 교수에 대해 이리도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곽노현 교육감이 출사표를 던질 당시와, 현재 안철수 교수가 회자되고 있는 경위는 상당히 비슷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참신성과 대중의 신뢰라는 공동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앞선 두 사람에 대한 대중의 인기도는 현재 신기루처럼 사라졌지만 안철수 교수에 대한 애정 어린 호기심은 나머지 두 사람에 대한 것보다는 조금 더 각별해 보인다.일단 호감을 주는 후덕한 외모에 투박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간다운 면모가 매력적이다. 특히 그의 동안성 외모는 천재의 날카로움 대신 현자의 인자함을 닮았다. 그는 또한 남들은 하나도 성취하기 힘든 여러 가지 도전에서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안주해버릴 수도 있었던 신분을 박차고 변화와 혁신을 택했다는 점은 그의 굳건한 개척정신을 반영해준다.안철수 교수에 대한 인상 중 가장 고유한 것은 바로 공익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다. 그는 모두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IT사업으로 뛰어들었을 때, 무료로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배포했다. 그의 무료 백신으로 컴퓨터를 치료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철수라는 이름에서 일종의 보험이나 비상약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더욱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곤경을 해결해 준 그에 대하여 무언가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까지 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안철수 교수의 가장 큰 장점인데, 즉 한 번도 제대로 접촉해보지 못한 정치인들에 비해 안철수 교수의 업적은 많은 시민들에게 이미 사적이고도 개인적인 경험으로 각인됐다.그러나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학연 지연으로 얽힌 공고한 지원조직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점인데, 지금까지 어떤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가 당선된 적은 없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그의 과도한 도전정신이 돈키호테적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며, 행정경험이 부재하다는 사실 역시 그를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보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를 고려한다면 사실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닥칠 것으로 추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논란만 무성하고 결국 출마를 고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출마를 하더라도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며, 지지기반 부재로 종국에 가서는 시장 당선에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모든 변수에 앞서 곰곰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우리가 왜 그에 대하여 이리도 열정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가하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당면한 현재의 삶이 너무나 척박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로 이 때문에 그가 거둔 작은 성공은 더욱 빛나 보이며 그가 베푼 작은 선의에도 감사를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시민을 감동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 세심하게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실천해 공공부문 근로시간 조정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8-5제 도입이 국민건강과 자기계발 기회 확대, 생산성 향상, 여가산업 발전, 일자리 증가 등 순기능이 많다며 사회 전반적인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박 장관은 "하루아침에 일률적으로 바꾸기 어렵지만,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유연근무제의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다소 회의적인 것 같다. 우선, 과연 아침 8시까지 출근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아침에 조금 서두르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 한 몸만 챙기면 되는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있는 맞벌이 가정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출근시간이 대부분 1시간 이상인 수도권에 거주하는 근로자의 경우 8시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집에서 7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일반적인 보육시설의 정규 운영시간은 오전 7시 반에 시작된다. 또한 초등학교의 경우도 보통 오전 8시 이후에 등교가 가능하다. 부모가 8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7시에 집을 나서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언제나 그랬듯이 고용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돌봄 책임이 없는 (남성)근로자를 모델로 하는 것이 안타깝다. 고용정책이 보육 및 교육정책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8-5제 도입은 단순히 출퇴근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보육시간과 교육시간과 연동된 아주 중요한 사회적 의제임을 잊지 말자. 이것은 근로자 개개인의 유연근무제의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8시에 출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돌봄 책임이 있는 근로자 뿐만아니라 돌봄 책임이 없는 (남성)근로자도 8-5제에 회의적인 것 같다. 오후 5시 퇴근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 관행을 생각해 볼 때 8-5제 도입은 출근시간만 1시간 앞당겨 근로시간을 더욱 장시간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이다. 꽤 현실적인 우려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이 2천 시간이 넘는 유일한 나라이다. 2011년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1인당 총 근로시간은 173.1시간이라고 한다. 공식통계 보다 실제 근로시간은 더욱 장시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8-5제 도입이 가져올 순기능이라고 언급되는 자기계발 기회 확대, 생산성 향상, 여가산업 발전, 일자리 증가 등은 8시 출근 보다는 5시 퇴근이 지켜져야 더욱 빛을 발할 텐데 근로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약 1년 전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합의문은 2009년 6월 9일 근로시간 및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시킨 이후 1년 동안 논의한 결과이다. 요지는 고비용저효율의 장시간근로 관행으로부터 저비용고효율의 생산적 근로문화의 패러다임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2020년까지 연간 근로시간 1천800시간대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이를 위해서는 보육 및 교육시스템과의 연동성을 고려해 돌봄 책임이 있는 근로자에게도 적용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장시간 근로 관행이 개선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인기 영합적 공약 대처법

내년은 선거의 해이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4월에 있고, 대통령선거가 12월에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있고, 날개도 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 세계금융질서와 경제질서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 속에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북한문제가 언제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 것인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국가의 운명이 걸린 양대선거를 앞두고 있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나라의 살림을 거덜 낼 수도 있는 포퓰리즘 대형공약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행정수도이전이나 혁신도시 건설로 중앙부처의 지방이전, 과학벨트유치, 4대강사업, 국제공항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충청도표는 결집되어 있으나 수도권의 표는 분산되어 있다는 허점을 노린 전략적 공약이다. 이러한 국책사업 내지 대형개발사업 공약은 그 성과를 입증하기 어렵다. 선거일정에 급조되는 것이 대부분이고, 선거과정에서 논란은 결국 정치적인 공방에 그친다. 해방 후 지금까지 선거때마다 지역공약이 난무하였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예산투입이 천문학적인 숫자였지만 지역공약으로 잘살게 되었다는 지역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이나 정치인들이 대형개발공약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중앙정부가 이들 사업을 위해 지역에 뿌리는 돈을 공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민이나 지방정치인은 우선 지역에서 돈잔치를 하고 보자는 계산이 깔려있고, 후보자들이나 정당들로 어차피 자기 돈이 아니고 국민세금으로 선심이나 쓰고 표나 얻어 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당선되고 해결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대형공약을 내세운 정당이나 후보자가 당선되면 정책의 타당성과는 관계없이 공약했기 때문에 집행해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 공약준수의무를 두고두고 강요받게 된다.이번 정부에 들어서 지역이기주의적인 공약외에 계층이기주의적인 공약이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반값등록금, 반값아파트, 무상보육 등 무상시리즈나 반값시리즈 공약이 봇물 터진 듯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복지공약이다. 고소득층이나 중산층의 표는 분산되어 있고 저소득층은 표가 집중된다는 계산에서 나온 공약이다. 하지만 우리가 부러워했던 서구의 복지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인해 국민의 생활을 절단내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제3의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파탄을 맞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지역이기주의와 계층이기주의에 편승한 대형공약이 국가의 재정에 파탄을 초래할 수 있는 정도로 갈수록 규모가 커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거에는 몇 십억, 몇 백억짜리 공약이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수천억짜리 공약을 넘어 단위가 커져서 수조 내지 수십조, 수백조 공약으로 몸집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국민의 세부담으로 돌아오고, 국민의 살림살이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 이에 다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대형공약에 대한 국민적인 대응이 매우 시급하다.먼저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선거 때마다 세금논쟁이 핵심을 이룬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무현정부에 들어오면서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중과세와 이번 정부들어 부자감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는 대형공약으로 인한 혜택과 국민의 세부담사이에 형성되는 조세가격에 국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투표의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한다. 또한 대형공약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의 중립적 평가위원회를 설치하여 성과가 입증된 경우에만 집행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평가용역을 담당한 기관이 고의나 과실로 평가를 잘못하여 예산방비를 초래한 경우에는 일정한 변상책임을 지도록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수혜자 부담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지방에서 지역개발공약을 유치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일부를 그 지역부담으로 하여야 한다. 그래야 남의 돈으로 살림을 사는 자의 도덕적 해이를 극복할 수 있다. 실패한 대형공약으로 세금을 낭비한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공정 사회 구현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를 합쳐 약 870만명이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여 있다.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정규직 근로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고용보험엔 3분의 1, 국민연금에는 절반 이하만 가입한 상태다.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조했으며,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 및 시정 절차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사회보험 적용 대상 확대 등 비정규직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을 위한 OECD 사회정책 보고서에서 비정규직 차별금지정책을 강화해 불공정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고 적합한 훈련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사회보험제도를 통해 비정규직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2007년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비정규직 고용을 폭넓게 허용하되 사후적으로 남용을 방지하고 차별을 규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한 이런 방식은 실제로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지난 1년 동안 고용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규직보다는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빠르게 늘고 있으며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도 정규직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남용을 방지하고 차별을 시정할 실효성 있는 장치들이 빈약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이는 시장경제원리에 대한 신뢰 과잉으로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감독과 관리가 소홀한 결과다. 또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부족해 마땅한 처방전이 나오지 못했다.기업에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이유는 경기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정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이다. 정규직은 단체협약에 의해 과도한 고용보장과 근로조건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비정규직 활용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이러한 필요가 여전하고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엄정 대처 의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다.빠른 시일내 비정규직, 정규직 구분 없이 당사자 계약에 기초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며 특히 정규직 보호 요건 완화도 필요하다. 기업의 합리적 인력 사용과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또 비정규직의 직업능력을 키워주고 이들이 비정규직 함정에 빠지게 된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적은 보상이 문제지만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보상도 문제이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병행하여 정규직 위주 노동조합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비정규직부터 줄여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확산을 막는 방안과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없는 업무를 지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 해소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정규직 채용 비중이 높은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며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 등도 필요하다.기업이 비정규직 고용을 기피해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근로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징벌적 방식보다는 잘하면 혜택을 주는 시혜적 방식으로 가야 한다. 정책이 시장친화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채찍보다 당근이 먼저다.비정규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노동시장에 양질의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 국가의 노동인력은 그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관심과 배려,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공정 사회 구현은 허망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한양대 교수㈔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원성 많은 심리불속행 제도

직장에서 격무에 시달리다가 쓰러진 가장이 근로 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하였으나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그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2심 재판 결과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해 대법원에 상고한 후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대법원이 근로자의 얼울한 심정을 헤아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상고이유서에 사고당시의 근로 환경, 질병으로 입원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여 사건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밝혔다.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대법원으로부터 상고를 기각한다는 판결서가 날아왔다. 상대방의 답변서조차 받아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판결서의 이유에는 상고이유를 이 사건 기록 및 원심판결과 대조하여 살펴보았으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받아 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그 법제5조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가 전부였다.이른바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제도인데, 이는 형사사건을 제외하고 상고 이유가 법이 규정한 사유에 포함되지 않으면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1994년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도입되었다. 위 제도의 취지는 남상고 방지와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구체적 타당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위 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의 약 70%가 제대로 된 심리도 받지 못 한 채 심리 불속행으로 배척된다고 한다.현재 심리불속행에 의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판을 받는 국민은 자신의 권리가 평생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어떠한 과정에 의해 판결이 이뤄 졌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꽝하고 구체적 이유 설시도 없는 통보를 받게 된다. 과연 담당 대법관이 재판기록을 검토했는지 여부마저도 의심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법관 1인에게 배당되는 사건이 연간 2천400건이라고 하니 대법관은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7건씩 처리해야 하는데 그 방대한 기록을 정독하여 합당한 결론을 유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재판과정에서 서면심리만 할뿐만 아니라 재판기일 지정 및 선고기일 예정통보도 하지 않으니 재판을 받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절차상의 예측기능성이 전혀 없어서 대법원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판결서상에 이유명시가 없으니 어떠한 사유로 상고인의 주장이 배척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심리 불속행하게 되는 판단기준도 가늠할 수 없어 향후 비슷한 사안에 있어서 구체적 대비책이 막연하다.위 제도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심리 불속행 기각결정의 경우 인지액 전부를 반환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헌론의 극단적 입장은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은 침대길이(대법원의 인적 물적 역량)에 맞춰 사람(넘치는 상고 사건) 다리를 잘라버리는 것(사건을 걸러야 한다는 편의적인 생각으로 내려지는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과 다름없다고 표현하기까지 한다.심리 불속행제도의 개선책으로, 대법원은 전국5개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두어 재판하게 하는 이른바 상고 심사 제도를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경기도에 고등법원이 설치되어 있지 않는 마당에 고등법원 단위로 상고심사부를 둔다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그 안은 경기고등법원 설치가 전제돼야 한다. 차라리 상고심사제도보다는 ,대법원이 물리적으로 사건 심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대법관 수를 대폭 늘려 심리 불속행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절대적이고 통제 받지 아니한 자유재량은 남용을 불러 올 수밖에 없으므로 국민의 원성이 많은 심리 불속행 제도는 의당 혁파되어야 한다. 모든 사법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위철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권리

만약 입사를 위한 면접에서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이 왔다.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정규 근무시간도 아니고,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란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 당당한 것은 면접자이기 때문일 것이고, 답변을 해야 하는 사람이 당황하는 것은 면접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는 면접자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 문제가 아주 많은 질문이다. 그러나 면접을 보는 사람은 현명한 대답을 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현명한 대답은 무엇일까? 어떤 언어로 대답을 하든 결과적인 행동은 둘 중의 하나이다.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야근을 하지 않거나, 야근을 하거나다.과거 전적으로 가족에게 의존했던 보살핌 기능이 많이 사회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적인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돌봄 기능은 존재한다. 그러나 일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근로자는 가능하면 일을 선택해야 하고, 그것이 바람직한 근로자 모델처럼 여겨져 왔다. 근로기준법에서도 풀타임 남성이 보편적인 근로자 모델로 기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재생산의 책임을 지는 여성은 예외로서 다뤄져 왔다. 오랫동안 임신출산은 물론 가족을 보살필 책임이 있는 근로자는 충실하지 못한 근로자의 취급을 받아온 것이다. 가족간호휴직제 내년부터 개정지난 5월 가족간호휴직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가족간호휴직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가족간호휴직 제도가 있었던가? 그렇다. 가족간호휴직 제도는 2007년에 도입되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등을 이유로 그 가족을 돌볼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사업주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개정되는 내용은 사업주의 의무가 노력해야 하는 것에서 허용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변화이다. 사업주 가족간 휴식 지원 노력해야내년부터 시행될 개정된 가족간호휴직 제도를 살펴보자. 근로자가 간호를 위해 휴직할 수 있는 가족에는 부모, 배우자, 자녀, 배우자의 부모가 포함된다. 근로자는 가족간호를 위해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때 사업주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족간호휴직을 허용해야 한다. 예외적인 경우란 근로자의 계속 근로기간, 대체인력 채용 등에 관한 사항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해 가족간호휴직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업주는 다른 방법으로 근로자가 가족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란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 조정 등이다. 가족간호휴직 기간은 1년에 90일을 한도로 분할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주는 가족간호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며, 가족간호휴직을 마친 이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족간호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근로자의 가족 돌봄 등을 위한 지원) 제2항을 보라.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가 건전하게 직장과 가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조항을 보는 순간 참 아름답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법대로 실현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진심으로.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특별법’ 공화국

법률 중에 ooo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것이 80개가 넘는다. 이는 국회에서 의결되고 공포되어 현재 통용되고 있는 법률을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을 기준으로 할 때 특별법을 법률 명칭에 사용한 예는 훨씬 더 많다. 15대 국회에서 36건이던 것이, 16대 국회에서는 57건으로 늘어났다. 17대 국회에서는 무려 157건으로 급증하더니 18대 국회에서는 또다시 기록을 갱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몇 가지 특별법의 용례를 보면 2012여수세계박람회 지원특별법,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국가과학기술 경쟁력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특별법 등 특별법의 행렬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특별법과 일반법 충돌 혼란 초래원래 특별법은 다른 법률과 비교하여 적용범위나 규율대상이 좁은 법률을 의미한다. 예컨대 상법은 상인에 관한 법이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민법에 비하여 특별법이다. 이에 대해 민법은 상법에 대한 일반법이 되는 셈이다. 특별법은 법률과 법률 사이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법률안에서도 조문간에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헌법 제8조는 정당의 자유와 보장을 규정하고, 제 21조는 결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정당은 결사의 한 부분이므로 정당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8조가 결사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인 21조에 대하여 특별법으로서 지위를 가진다. 법률에서 특별법의 의미는 일반법보다 효력상 우월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국회가 법률명칭에 특별법이라고 붙여버리면 이와같은 법원칙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컨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과 도서개발촉진법의 경우에 전자는 전국토를 대상으로 하는데 비하여 후자는 도서지역이라는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도서개발촉진법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대한 특별법적인 지위에 있다. 특별법이라는 명칭의 법률이 일반법이 되고, 그러한 명칭을 갖지 않은 법률이 특별법이 되어 명칭과 실질이 부합하지 않는 혼란이 초래된다는 것이다.법률 명칭서 특별법 사용 금지돼야법률에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법률을 살펴보면 특정한 사안에 관한 법률이나 특정지역, 혹은 특정한 계층에 관한 경우가 많다. 특별법이라고 이름이 붙은 법률은 대체로 특정지역이나 특정계층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법률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들어 특별법 명칭을 남용하는 추세가 급증한 데에는 지역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여 표를 얻어 보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이 그 지역에 특혜를 베푸는 법률을 제안하는 경우에 그러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세종시, 여수, 제주특별자치도 등 특정지역의 명칭을 법률의 명칭에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정부가 특정지역에 특혜를 베풀기 위한 법률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경제자유구역, 혹은 과학비지니스벨트조성 등을 위한 법률에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특별법행진이 계속 늘어나는 경우에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법률에 사용하지 않은 법륭은 효력이 낮고 무엇인가 맥이 빠져 있는 느낌을 주게 된다.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법률에 사용해야 힘이 실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어 원래 특별법과 일반법의 관계에 관한 법원칙이 파괴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특별법의 남용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표를 의식한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이기주의를 증폭시키고, 지역간 갈등과 특혜시비를 야기하며, 다른 법률과 중복과 모순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률명칭에서 특별법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표몰이나 인기영합에 급급하여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남용하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은 법체계를 혼란시킨 장본인으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0~60조 복지예산은 국가재정 구조 위협

최근의 복지 담론은 정부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주도하고 있어 복지 포퓰리즘 경쟁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 생산에 여당도 야당도 따로 없다. 오히려 여당이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포퓰리즘 정책은 제안에 불과하지만 집권당의 포퓰리즘은 바로 현실화할 수도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기획재정부가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각종 복지정책에 들어가는 연간 소요액을 조사해 본 결과 무상의료가 20조39조원, 기초 노령연금 확대 5조4천억원, 무상보육 5조1천억원, 반값 등록금 3조3조6천억원 등 적게는 총 41조1천억원에서 많게는 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조원은 올해 국가 전체 예산 309조원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국가 재정 구조를 뒤흔들고도 남을 만한 규모다.부유층 포함된 무상복지의 이중성일부 정치인들은 정부의 복지 지원을 대폭 강화하자는 복지 포퓰리즘 정책과 주장을 남발하고 있으나 막상 재원 마련 문제에 들어가면 누구하나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는 정치인은 없다. 이런 막대한 돈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물가고실업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달콤한 정책으로 표를 구하고 나중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건 일종의 속임수다. 무상 복지 포퓰리즘의 수혜자에는 부유층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사회와도 거리가 멀다.포퓰리즘 정책이란 이성과 경제성, 재정 상황 같은 요소보다 대중의 정서와 욕구에 따른 정책을 말한다. 포퓰리즘 정책은 역사적으로 실패가 많았다. 에바 페론 등 과거 중남미 지도자, 최근의 잉락 태국 총선 승리자, 일본 집권 민주당의 일부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일반적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어서는 시점에 어느 나라나 복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복지라는 것은 정책만 자꾸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재원과 국가 경제 상황, 국민들의 경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예산이 턱없이 적은 것도 아니다. 2010년 총 복지예산은 81조원이었고, 올해는 86조원으로 책정됐다. 중앙정부 총 예산의 28%를 차지한다. 하지만 야당을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현재의 복지예산을 절대 규모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내 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보고, 시대가 변하고 요구되는 복지수준도 변했는데 복지예산은 국민들의 욕구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런 주장들도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를 되돌아보면 과연 그런 논리들을 쉽게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IMF가 제시한 발생주의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국가 채무가 약 477조원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4.9%로 재정 파탄 위기에 빠진 스페인(46.1%), 아일랜드(46%)와 비슷하다.사회안전망 강화로 방향 수정해야선진국의 문턱에서 복지 확대가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진정한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재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성장 동력의 고려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부터 우리 현실에 가장 적절하고 실현성과 효율성을 동반할 수 있는 정책개발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무상복지와 반값 등록금 등 복지 포퓰리즘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의 기본 방향을 기초수급자나 저소득층의 사회 보장 등 사회안전망 강화로 잡아야 한다. 또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거둔 과실이 사회취약 계층에도 분배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지금 국민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표를 의식한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이다. 국민은 뒷전에 밀린 채 정파 간의 이념적 논쟁과 갈등이 커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기 영합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 남발은 우리 모두를 망하게 한다. 이영해 한양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ㆍ㈔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대비책 강화 필요

2011년 7월 1일부터 한유럽 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공식적으로 법률시장 상호 개방이 시작됐다. 한EU FTA에 의해 1단계로 7월1일부터 EU외국법자문사(외국변호사)는 한국로펌에 고용되거나 EU로펌 국내 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다. 2단계로 2013년 7월부터는 한국 로펌과 EU 로펌이 사안별로 제휴할 수 있고, 3단계로 2016년 7월부터는 한국과 EU로펌의 결합이 허용된다. 앞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한미 FTA도 양국국회에서 비준돼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세계 10위권에 이른데다가 2010년도 대한민국의 무역의존도가 85%에 달한다고 하는 바, 우리는 국제거래를 많이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처지에 직면해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이 많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법률시장개방이 이뤄지지 않았던 지난해 경우 대한민국의 법률서비스 분야 무역수지 적자는 4억7천만 달러(원화 5천133억6천 만원)로 적자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법률시장 개방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로서는 해당국에 이미 진출해있는 외국 로펌에 의존하기 쉬워 법률서비스 관련 대외수지 역조 현상의 심화가 우려된다.대외수지 역조 현상 심화 우려더군다나 세계법률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영국계 로펌의 국내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어 조만간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법률시장 개방 대비책과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 5월 국제 법무 자문위원회를 발족해 법률서비스시장 개방에 따를 국내 법률 서비스산업의 선진화와 국제 경쟁력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대학교수, 변호사, 재계 인사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서는 법률시장개방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여러 가지 의견과 제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에도 본격적인 법률시장개방에 대비, 영법학회를 개설해 전문지식을 쌓고 있으며 위 학회 주최로 유럽변호사를 초청해 한EU FTA에 관한 영어특강을 실시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 한인 변호사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2011년 7월 하순 미국 UC얼바인 로스쿨에서 UC버클리 대학이 주최예정인 한미 비교법 학술대회에 참가함으로써 국제 감각을 키우는 등 국제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전문지식 강화 등 경쟁력 키워야법률시장 개방과 더불어 내년에는 로스쿨과 사법연수원에서 신규 변호사 2천500명이 배출됨으로써 그야말로 법률시장은 무한 경쟁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위와 같은 경쟁 속에서 국내변호사들이 살아남아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과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수밖에 없다. 또 외국의 대형 로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외형확대, 특화된 서비스의 개발, 틈새시장의 개발 및 확보, 글로벌 네트워킹 구축, 국제적 감각을 키우기 위해 해외 로펌으로 파견해 훈련을 받는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외국 로펌들이 우리나라 기업을 자문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중요한 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국내로펌을 이용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법률산업을 국가 주요 육성 산업으로 지정해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법률시장 개방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천500명씩 쏟아지는 젊고 우수한 법조인들이 넓은 세계에서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위철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보내는 나라

최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보육시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북유럽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대부분의 아동들이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을 다닌다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집에서 가까운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멀더라도 더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국가들에서 아이들이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사실은 그만큼 보육의 질이 평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공립보육시설의 비율이 높고, 민간보육시설의 경우에도 국공립보육시설과 보육의 질 측면에서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한편, 북유럽 국가들의 보육제도를 살펴보면서 아이를 보육하기 위한 사회제도는 그 부모의 고용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보육시설의 운영시간은 부모의 근무시간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각국의 보육제도는 고용제도와 분리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갓태어난 아이 양육문제 봉착0세아 보육에 대해 생각해보자. 핀란드의 경우 아이가 태어난 후 최소한 약 10개월은 부모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문화이다. 따라서 0세아가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스웨덴도 부모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기간이 480일이다. 이 기간 동안 영아는 부모가 직접 양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보육시설에는 12개월 이상이 된 아동들이 다닌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수준 또한 현실화돼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80%(390일간)와 정액제(90일간), 노르웨이의 경우 54주간 80%(44 주간 100%)이다. 이처럼 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촘촘한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나라에서는 0세아를 보육시설에서 어떻게 보육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육아휴직 제도는 존재한다. 그러나 실효성은 매우 낮다. 교사 등 고용이 안정된 몇몇 직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결국 우리는 갓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야간보육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핀란드의 경우 부모가 대부분 오후 4시에 퇴근한다. 따라서 핀란드의 보육시설은 보통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모든 아이들은 오후 5시 이전에 하원을 한다. 노르웨이도 부모가 근무시간 이후에는 아동을 직접 돌보는 것이 일반적이라 야간보육시설이 거의 없다고 한다.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시간연장 보육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부모의 시간외근무와 저녁회식 등이 일상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연장 보육은 중요한 관심사이다.부모가 아이키울 수 있는 사회돼야이러한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고용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다. 즉, 법정근로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일을 처리하고, 정시에 퇴근하고 집으로 가서 아이를 돌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육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0 세아 보육시설과 시간연장 보육시설 등을 확대함으로서 부모가 직접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과연 어떤 방법이 아이들을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사립대학까지 손대려는 감사원

감사원이 전국 200여개의 대학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까지를 포함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사 인력을 동원해 대학의 재정운용전반에 걸친 특별감사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대학이 최대의 비리와 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대학 재정운용 특별감사 우려등록금 문제가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부담이 된지 오래이지만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을 들고 나온 것 자체가 무책임하고 대책이 없어 보인다. 재원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인기를 의식한 정책이 일파만파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감사원까지 대규모의 감사반을 편성해 대학에 대한 전방위 감사를 하겠다고 하니 이를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감사원이 대학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를 하겠다고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일부 비리사학의 문제를 밝혀내 마치 대학 전체가 부패 덩어리인 것처럼 포장해 한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전한 사학의 권위와 품위까지도 손상시켜 대학교육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일부 비리사학 문제는 감독관청인 교육부와 검찰이 의지만 가졌으면 충분히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감사원이 사립대학에 대해서도 감사를 하는 것이 감사원의 존재 의미에 부합하는지에 관련된 것이다. 헌법 제97조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가기관과 국가관련단체를 피감기관으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끊임없이 감사대상을 확대해 몸집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 세계에 유래가 없이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대학에까지 감사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나 대학자치는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해 선거를 의식한 정치감사 내지 기획감사였다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사립학교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하겠다고 하니 그 정치적인 계산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대학 자율성 훼손하는 처사우리나라 감사원은 어느 나라 감사원보다도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감사원은 회계감사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감사원은 회계감사는 물론 공무원에 대한 감찰권까지 가지고 있다. 각 부처가 가진 인사권은 무력화된다. 감사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책감사를 하겠다고 한다. 각 부처의 정책은 감사원의 정책방향에 맞추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감사원은 사실상 모든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대학을 포함한 모든 피감기관의 정책을 총괄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감사원이 국립대학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감사를 한다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더구나 사적자치에 맡겨야 할 사립대학의 경영에까지 전면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감사원의 발상자체가 매우 위험스럽다.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도 거의 하지 않으면서 감사는 전면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사립대학을 국가의 하부기관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는 사적자치나 대학자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헌법적인 발상이다. 사립대학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지원받은 부분에 한정해서, 그것도 비리 혐의가 뚜렷한 경우에 한정해서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감사를 하는 것이 옳다. 대학이 마치 부패덩어리인 것처럼 요란하게 전면적인 감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하는 것 자체가 감사원을 시류에 편승하는 정치기관화하는 것이 된다. 이 기 우 경실련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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