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공화국

법률 중에 ‘ooo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것이 80개가 넘는다. 이는 국회에서 의결되고 공포되어 현재 통용되고 있는 법률을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을 기준으로 할 때 특별법을 법률 명칭에 사용한 예는 훨씬 더 많다. 15대 국회에서 36건이던 것이, 16대 국회에서는 57건으로 늘어났다. 17대 국회에서는 무려 157건으로 급증하더니 18대 국회에서는 또다시 기록을 갱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몇 가지 특별법의 용례를 보면 ‘2012여수세계박람회 지원특별법’,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국가과학기술 경쟁력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특별법 등 ‘특별법’의 행렬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특별법과 일반법 충돌 혼란 초래

 

원래 특별법은 다른 법률과 비교하여 적용범위나 규율대상이 좁은 법률을 의미한다. 예컨대 상법은 상인에 관한 법이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민법에 비하여 특별법이다. 이에 대해 민법은 상법에 대한 일반법이 되는 셈이다. 특별법은 법률과 법률 사이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법률안에서도 조문간에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헌법 제8조는 정당의 자유와 보장을 규정하고, 제 21조는 결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정당은 결사의 한 부분이므로 정당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8조가 결사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인 21조에 대하여 특별법으로서 지위를 가진다. 법률에서 특별법의 의미는 일반법보다 효력상 우월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국회가 법률명칭에 특별법이라고 붙여버리면 이와같은 법원칙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컨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과 ‘도서개발촉진법’의 경우에 전자는 전국토를 대상으로 하는데 비하여 후자는 도서지역이라는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도서개발촉진법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대한 특별법적인 지위에 있다. 특별법이라는 명칭의 법률이 일반법이 되고, 그러한 명칭을 갖지 않은 법률이 특별법이 되어 명칭과 실질이 부합하지 않는 혼란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법률 명칭서 특별법 사용 금지돼야

 

법률에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법률을 살펴보면 특정한 사안에 관한 법률이나 특정지역, 혹은 특정한 계층에 관한 경우가 많다. 특별법이라고 이름이 붙은 법률은 대체로 특정지역이나 특정계층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법률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들어 특별법 명칭을 남용하는 추세가 급증한 데에는 지역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여 표를 얻어 보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이 그 지역에 특혜를 베푸는 법률을 제안하는 경우에 그러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세종시, 여수, 제주특별자치도 등 특정지역의 명칭을 법률의 명칭에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정부가 특정지역에 특혜를 베풀기 위한 법률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경제자유구역, 혹은 과학비지니스벨트조성 등을 위한 법률에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특별법행진이 계속 늘어나는 경우에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법률에 사용하지 않은 법륭은 효력이 낮고 무엇인가 맥이 빠져 있는 느낌을 주게 된다.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법률에 사용해야 힘이 실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어 원래 특별법과 일반법의 관계에 관한 법원칙이 파괴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특별법의 남용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표를 의식한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이기주의를 증폭시키고, 지역간 갈등과 특혜시비를 야기하며, 다른 법률과 중복과 모순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률명칭에서 특별법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표몰이나 인기영합에 급급하여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남용하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은 법체계를 혼란시킨 장본인으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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