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의 발신자 이름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인 듯해 메일을 열자 여자들의 나체 사진이 주루룩 쏟아져 들어왔다. 깜짝 놀라서 이메일 제목을 확인하니 ‘조건만남 하실래요?’라는 타이틀이었다. 만일 이 메일에 답신을 한다면 성매매가 가능한 것이리라. 이렇게도 쉽게 안방에서도 버젓이 앉아, 클릭 한 번으로 성매매를 할 수 있다니, 놀랍다. 성매매는 범죄행위다.
최근 서울 서초경찰서는 원조교제를 하자며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폭행해 금품을 빼앗은 가출 청소년 5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남학생 3명과 여학생 2명이 가출하여 함께 생활하던 일명 가출패밀리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원조교제를 하자’며 성인을 유인해 강도상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들은, 먼저 15세인 여자 아이들 2명이 성인 남자들을 원조교제하자며 유인해 모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면 남자 아이들이 뒤따라 들이닥쳐 폭행을 하고 사진을 찍어 협박하는 방식으로 합의금을 갈취했다고 한다. 결국 피해자 중 한 명의 신고로 이들은 모두 검거됐는데, 담당 수사관은 아이들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청소년 탈선 주원인 ‘가출’
2000년대 초 원조교제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처음 알려졌을 때에는, 여자 아이들은 처벌하지 않고 미성년자들의 성을 매수한 남성만을 벌했다. 그러던 것이, 성보호법의 개정으로 인터넷 성매매에 나선 여자 아이들까지 보호처분을 하고 보니 새로운 문제가 부각되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가출이 성매매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애당초부터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아이들은 없다. 대부분 가정결손, 가족의 학대, 빈곤 등의 문제로 인해 가출을 하게 되고 가출 이후의 거리생활에서 성매매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여자청소년들에 대한 보호처분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비행력만 덧씌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2005년도에 비하여 2008년도에 보호처분을 받았던 남녀 소년범들의 비율의 증가추세를 비교하면 이런 현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05년도에 비하여 2008년도에 보호처분을 받은 남자청소년들의 숫자는 68.6% 증가에 그쳤는데 비해 비슷한 기간 보호처분을 받은 여자 청소년들의 숫자는 138.6%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 같은 지표상의 변화는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숫자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뿐 아니라 그중에서도 여자 청소년들이 성매매 등의 비행에 연루되는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태가 이러하다보니 사실상 검거가 되지 않는 조건만남 등에 노출된 여자청소년들의 숫자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일 것이라 추정되며 더욱이 오프라인의 성매매 단속이 이 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보호처분 아닌 근본적 해결 필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범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번져나가고 있는 인터넷 성매매를 미끼로 해 성인 성매수자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도 나타나는 것이며, 과거에는 피해자이기만 했던 여자 청소년들이 자신들보다 더 나이 어린 청소년들을 협박해 성매매에 끌어넣는 일들도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데, 과연 성매매를 원하다 졸지에 폭행과 강도의 피해를 입은 남성들만 희생자인 것인지 되물어보고 싶다.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그로 인한 파장은 앞으로 더더욱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 예견된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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