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학교는 학폭위 운영 불신에서 벗어나야

최근에 서울소재 사립초등학교에서 대기업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학교폭력에 연루되었는데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는 의혹이 보도된 바 있다. 해당 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대기업 회장 손자는 당시 현장에 없었고 사안도 아이들 장난으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논란이 일자 해당교육청이 진상파악을 위해 특별장학에 착수하였다고 한다. 학폭위는 2011년 12월경 대구에서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생이 자살한 이후로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 설치되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는 기구이다. 학부모, 교사, 법조인, 의사, 경찰 등 전문가로 구성되고 결정은 가해학생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학폭위 결정에 불만이 있어 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으로 가는 사례가 정말 억울하여 다투는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다고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부모는 누구나 자녀를 믿고 싶은 경향이 있다. 자녀에 대한 사랑때문에 누구나 실수를 하며 미성숙한 자녀는 더더욱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필자도 몇 년 전에 중학교 학폭위원을 한 적이 있는 데 가해 학생 부모 중에 자기 아들은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여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린 경험이 있다.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2000년경 판결에서 부모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녀를 잘 안다는 전제하에 부모에게 부모의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에 따라 자녀를 자유롭게 교육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 앞날을 위해서라도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기보다는 냉정하게 사안을 파악한 후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는 것이 자녀를 제대로 알아가는 명실상부한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피해 학생도 누군가의 귀한 아들딸이며, 내 아이도 피해 학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학폭위의 가해학생에 대한 결정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문제다. 필자도 당시 교육부 학교 폭력 근절대책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였는데 생기부 기재는 처음부터 찬반 논란이 있었다. 상급학교 진학시 문제 될까 봐 부모들이 그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학폭위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후 학폭위 결정에 불복하는 재심청구나 행정소송이 급격히 늘어남으로써 그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들은 관련 자료를 준비하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법에 정해진 가해학생에 대한 9가지 조치 중에서 서면사과 등 경미한 1~3호 조치라도 생기부에 기재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생기부 기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부모들의 학폭위 구성과 운영에 대한 불신이다. 학교 폭력은 예측할 수가 없어 학폭위 개최시기를 사전에 정할 수 없다. 발생시에는 신속하게 학폭위를 열어야 하는 데 법조인, 의사 등 전문가들이 일정상 참석도 쉽지 않다. 2015년 기준 인천 지역 학교들의 학폭위원 구성원 가운데 학부모와 교원이 80% 이상이고, 전문가는 각 1% 미만에 불과하였다. 학폭위 결정이 객관성과 전문성,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이유다. 교육지원청이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공익법무관, 공중보건의를 배치받아 관할 학교폭력사건을 전담하는 것은 어떨까. 교권침해도 해마다 많이 늘고 있다. 선진국처럼 학교를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처리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학교 정상화를 위한 급선무이다. 이정호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경기시론] 판사 대표의 사법민주주의를 지지하며

전국의 판사 대표가 참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단초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판사들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를 축소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다.대법원장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가 있었지만, 이른바 ‘판사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검증하지도 못하는 등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탓이다. 판사 대표들은 이 사건의 책임 소재 규명을 넘어 인사권 등 사법행정권 남용 재발방지 대책,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등을 주요 안건으로 채택했다. 판사들의 집단행동은 1971년 8월부터 2009년에 이르기까지 다섯 차례 있었다. 검찰 공안부의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5공 사법부 수장의 재임명, 법관 신분보장 등 사법부 개혁의 미흡함, 남성 중심 대법관 구성과 기수 중심 인사 관행, ‘촛불 재판’ 관여 등이 그 계기였다. 집단행동의 결과 검찰의 수사 중단, 대법원장 사퇴, 여성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임명, 법원장의 사건배당 재량권 제한 등의 성과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가 낳은 폐해의 존속과 반복은 그동안의 사법개혁이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증거다. 실패원인 중 하나는 사법부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못한 탓이다. 사법부의 존재이유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인권과 분권의 사법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그 본연의 헌법적 구실을 할 수 없는 존재다. 무엇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헌법 제103조)해야 한다. 법관의 독립성은 사법체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없는 사람이 그 절실함을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법원 내부의 저항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진압되고 배제되고 불이익을 받았다. 반대로 동조와 침묵의 순응주의는 그 대가를 받았을 터이다. 법관의 정치적 자유는 논쟁거리다. 그러나 누구나 정치적이다. 문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결을 행하는지 여부다. 그 판단은 공론의 장에서 심판받으면 된다. 법관의 독립성이 법관의 절대 독재는 아니다. 권력의 투명성이야말로 민주공화국의 기본 덕목 중 하나 아닌가. 한편 법관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권력의 시도에 대해서는 집단적으로 불복종할 뿐 아니라 제도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권력자는 엄중하게 책임을 지우고 처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법관은 약자의 인권과 정의와 민주주의를 체득하면서 권력의 탐욕에서 벗어나 단단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법관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 거듭난다면, 국민은 법관을 믿고 사법민주주의를 지지할 것이다. 제왕적 대법원장 대신에 법관 대표로 구성하는 법관조직체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지지할 것이다. 시민과 재판권을 분유하는 배심제와 아울러 사법행정권을 시민과 공유하는 사법체제를 옹호할 것이다. 변호사 자격 없는 이에게도 대법관의 문호를 개방하는 대법원을 국민의 대법원으로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법원 판결의 결과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으로 귀결하지 않는다면 사법개혁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재판에서 무시당하고 구제받지 못한 인권피해자들의 판례를 일일이 고백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법원은 민주공화국의 사법부로 아직 복귀하지 않은 것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계속된 北 미사일 도발과 文 정부의 대북정책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가 심상치 않다. 지난 9일 북한군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발견됐다. 내부엔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었고 최근 영상물이 촬영됐다.지난 10일에는 북한 노동신문의 논설을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멀지 않았다고 위협했다. 이보다 더 우려할만한 상황은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간 무려 5차례나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냥 넋 놓고 볼 일이 아니다. 미사일 종류도 화성12, 북극성 2형, 지대공, 지대함 순항 미사일 등 다양했다. 북한의 이와 같은 핵미사일 고도화의 의도는 무엇일까. 첫째로 대남 무력 적화통일에 있다. 즉, 북한은 실제로 한국을 향해 핵을 쏨과 동시에 한반도 유사시 미군 병력의 증원을 차단하고자 한다.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역시 북핵 개발의 목적에 대해 동일하게 말했다. 실제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아주 낮게 날아 북한 해역에 접근하는 항공모함 등 함정 등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북한의 A2/AD(반접근, 지역거부)전략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안보당국에 의해 작성된 ‘북한 무인기 침투와 2015 통일대전’ 이라는 보고서의 내용도 비슷하다. 북한 무인기의 정찰코스는 남침의 새로운 루트이며, 결정적 시기에 기습적으로 남침하면서 미군의 증원을 우선 핵미사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후 3~5일 내에 속전속결로 한반도를 장악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두 번째 의도는 미국을 대상으로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을 통해 탄도미사일에 핵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했다고 주장했다. 필요시 미국 본토까지도 타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된 협상 대신 직접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서 핵 군축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결국 체제 보장도 꾀하고, 경제적 지원도 받으며, 더 나아가 평화협정을 제안해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가 엿보이는 급박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당장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환경영향 평가 뒤에 배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가의 사활적 이익이 달려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보다 더 시급한 사안이 있을 수 있는가. 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은 한국이 원치 않으면 사드 예산을 딴 곳으로 뺄 수 있다고 했다. 한국 국민을 지키기 위한 사드인데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한국이 사드 정지 버튼을 눌렀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미국 태도의 이면에는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것 같다. 한국과 동맹 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에 불과한 중국을 문재인 정부가 너무 의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미 동맹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에 대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대신 새 대통령에 대한 사드 보고 누락 문제에만 요란스럽게 집중했다. 외교안보 팀 역시 군사적 억제보다는 북한과의 협력과 대화를 더 중시하는 대화론자 일색으로 꾸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북한은 민간단체 방북 허용 등 북한에 대한 유화책에 시큰둥하고 있다. 핵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굳이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건한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 지우기에만 몰입하면 국민은 새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 심히 불안해할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경기시론] ‘고무줄 잣대’ 인사검증,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

국회에서 새 정부 고위공직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참이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래 2000년 까지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그러다가 김영삼 정부 초기 주요 공직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과 자질 문제가 논란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인사청문회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이에 여야는 오랜 논의 끝에 2000년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였고,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인사청문회제도가 정착돼 시행되고 있다. 이렇듯 국회 인사청문회제도는 행정부 및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견제한다는 순기능적인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 인사청문회는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제도적 보완책이 요구됐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지난 대선 정국에서 해결책이 나오는 듯 했다. 주요 대권 후보들이 새 정부 인사에 대한 방침을 공약사항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끈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고위공직자 선발기준으로 ‘5대 비리 관련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이다.5대 비리는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으로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이래 고위공직 후보자들 사이 가장 흔하게 제기된 내용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비리 배제원칙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고위공직 후보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자 인사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새 정부는 일부 후보자에 대해 5대 비리 중 일부를 미리 인지했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양해를 구한 비리는 위장전입으로 엄연한 위법행위다. 일부 후보는 위장전입을 스스로 시인했고, 일부 후보는 위장전입의 목적이 투기의 목적이 아니라 교육 등 개인적 사유로 불가피 했다며 양해를 호소했다. 교육이든 투기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위장전입은 불법이다. 사실 역대 정부에서 위장전입과 같은 위법 행위가 아니라도 ‘코드 편중인사다’, ‘비전문가다’ 그리고 과거 발언 등이 문제가 되었다는 등 다양한 사유로 낙마한 인사들도 있었다. 또한 비리의 경중이 다른 공직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운 좋게 임명된 고위공직자도 있었다.어느 정치세력을 막론하고 동일한 비리에 대해 야당일 때는 용납하지 않았지만 집권당이 되어서는 슬며시 양해를 구해 넘어가거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국회의 제대로 된 인사검증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우리나라 정치관행으로 보면 여당은 국회 편에서 행정부의 인사권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보다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야당은 철저한 자질검증 보다는 ‘신상털기’에 치중했다.이러한 부실 인사청문회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청와대의 인사검증자료를 제출하는 방안, 공직후보자의 허위진술에 대해서는 형사제재를 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수차례 논의되었지만 제도적으로 반영된 것은 없다. 그러면서 국회는 2000년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래 여러 차례 법 개정을 통해 국회 인사청문대상자를 확대 시켰다. 즉, 국회의 인사청문 권한만 확대·강화시켜놓고 제도적 미비점 보완에는 소홀했다. 새 정부 또한 스스로 천명한 인사원칙을 저버리면서 새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인 적폐청산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널리 통용 될 정도로 인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운영의 중심이다. 더구나 집권초기 인사실패는 국정동력을 떨어뜨려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부와 국회는 관행적으로 인사구태를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경기시론] ‘불법 헌법’의 과거 청산 과제와 이행 순서

법철학자 이재승은 유신헌법을 “헌법의 형식을 취했으되 그 본질은 범죄이고 불법”인 “헌법적 불법(verfassungsrechtliche Unrecht)”이라고 규정했다. 5·16군사쿠데타 이후의 1962년 개정헌법 역시 4·19혁명의 민주적 성과를 담은 1960년 개정헌법을 부정하는 개악이었다. 1987년에 개정한 현행 헌법은 민주화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불법 헌법’의 잔재를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헌법 제33조는 법률로써 공무원인 근로자의 노동3권(제2항) 또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제3항)을 법률로써 부인할 수 있도록 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도록 입법자에게 허용하고 있다. 제2항은 1962년 개정헌법, 제3항은 유신헌법의 산물이다. 이것은 관련 법률을 고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유신헌법의 산물이다. 1960년 개정헌법에서는 대법관은 물론 대법원장까지 ‘법관의 자격 있는 사람들로 조직하는 선거인단’의 선거로 선출하고 대통령은 그것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유신독재자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대법원장 1인만을 통제하면 사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헌법 제29조 제2항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971년 대법원은 국가배상법에 있었던 이 조항이 군인 등에 대해서만 국가배상청구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유신헌법은 위헌 시비를 피하기 위해 이 조항을 헌법에 규정했다. 법률이 정하는 보상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헌법은 군인 등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헌법 제27조 제2항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이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후 개정한 1962년 개정헌법에서 신설한 규정이다. 유신헌법은 한술 더 떠 대통령의 긴급조치에 따라 군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그 범위를 넓히기까지 했다. 현행 군사법원법은 사법권독립을 훼손하고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 역시 관련 법률의 개정으로 해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헌법 제47조 제2항은 국회 정기회의 회기일수를 100일로, 임시회의 회기일수를 30일로 제한하고 있다. 국회의 회기일수는 국회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사항일 뿐 아니라 회기일수 제한은 국민대표기관으로서 언제라도 회의를 열 수 있어야 하는 의회민주주의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회가 길게 열리는 것을 탐탁하지 않게 여겼던 쿠데타세력이 1962년 개정헌법에 둔 조항이다. 헌법이 이렇다면, 오랜 독재 정권 아래에서 행한 ‘불법적인 것’이 법률 또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그리고 행정관행 등에 걸쳐 여전히 허다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적폐청산’이 쉽지 않은 길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우선 행정관행 또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되, 동시에 여·야 합의 아래 법률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하면서 헌법규범을 회복할 일이다. 헌법조문을 고치는 개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 또는 법치의 이름으로 행한 불법적인 잔재를 청산하는 일이다. 인적, 관행적, 제도적 청산을 선행해야 한다. 성문헌법의 개정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촛불국민’의 뜻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직접민주제와 지방분권을 보장하는 헌법 개정을 실현할 수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학생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교육을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교육공약 발표의 첫머리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날에는 봉하마을을 방문해 “‘사람 사는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쓰기도 했다. 당선 후 대통령은 상식적으로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속 시원히 납득시키려는 노력들을 보이고 있다. 교육정책 역시 학생들이 이해하고 학부모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국민 중 약 1/5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의 삶과 직결된 정부의 교육공약과 교육정책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소위 백년지대계라고 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그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의 졸속 정책으로 학생들과 학부모가 갈피를 못 잡았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는 정부의 대학 입학 정책 변화와 상관없이 사교육을 통한 교육 미래를 설계하였다. 어쩌면 학생이 아닌 학부모 자신을 위안삼기 위한 방편으로 사교육을 이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공교육과 부모에 대한 불신, 오로지 대학 진학만이 목표인 내실 없는 학교의 숨 막힌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국가의 교육 정책의 수혜자가 될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학생들이 제도권 밖에서의 삶을 선택하지 않도록 교육 정책은 대학입시 정책 등을 위시하여 학생들이 사는 세상에 순기능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앞선 정부는 공교육을 내실화하겠다며 ‘고교 다양화 정책’을 통해 자사고와 특목고 등을 확대했지만, 오히려 고교 서열화가 심해지고 사교육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자사고는 건학이념에 맞게 특색 있는 교육을 살리는 취지를 망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학교 서열화 해소를 주요 교육 공약으로 내세우며, 자사고와 외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러한 학교에서 대학처럼 원하는 수업을 찾아 들을 수 있는 고교 학점제를 교육 공약 1호로 내세우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학업 수준에 따라 기초 과목이나 심화 과목, 교양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창의적 인재를 기르겠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꿈의 대학’이라는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올해 첫 시행이기에 이 과정이 끝나면 학생들의 반응이 자못 기대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교육정책과 관련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 조사나 그들의 바람 섞인 목소리를 담은 통계자료는 없다. 학생이 살아갈 세상에서 그들의 바람이나 현재의 만족도를 반영한 결과물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학교사회의 주인공인 ‘학생’들, 국민의 한 사람인 학생들을 더 이상 불행한 삶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아닌 학부모의 염원만 담은 조사 결과와 교육행정가의 탁상공론으로 교육정책의 소견이 공허한 메아리나 공염불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교육개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교육회의를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하겠다는 등의 약속이 공(空)약이 아닌 공(公)약이 되길 희망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이 현재를 살아가는 삶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한 여정을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제도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불편한 정치가 국민을 위한 정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결정으로 대통령 선거일 바로 다음 날 취임과 동시에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인선작업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쌓인 피로를 풀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새 정부의 국정 열차는 이미 출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민 수가 적어 매 사안 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였지만, 현대는 선거를 통하여 다수결로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자에게 국민의 주권행사를 위임하는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다.구체적 사안마다 국민 개개인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기 어려워 대표자에게 일괄 위임하고 그 대표자의 결정에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의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의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서로 지지자가 달라도 선거를 통해 당선자가 일단 결정되면 그 결과에 승복하고 당선자는 소수자의 의사도 존중하기로 사전에 약속하는 것이다. 여전히 주권자는 운명공동체인 전체 국민인 것이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도 새 정부에 무작정 거부와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좋은 정책은 칭찬하고 아니면 지적하는 건전한 비판적 지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기로 한 대의민주제의 본질, 바로 여기에 있다. 광우병 사태처럼 정권 초기부터 갓 출발한 국정 열차를 과도하게 흔들어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된다. 새 대통령도 자신을 지지한 41%의 국민보다 반대한 59%의 국민들이 더 공감할 수 있도록 국정운영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과거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은 국민적 정당성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자신들과 생각을 같이하거나 추종하는 사람들만 등용하는 소위 코드인사를 많이 하였다. 당시에는 이처럼 인사 면에서도 민주정치와 거리가 있었다. 새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나 선거 캠프에 있던 사람, 같은 정당 사람만 등용하지 말고 다른 생각을 가졌더라도 정책과 정무에 밝은 검증된 인재라면 과감히 선발하는 불편한 정치를 하여야 한다. 조선 중기 서인의 거두 송시열과 반목한 남인 허목은 주자학만이 절대가치가 아니고 다른 학문도 진리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가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렸다.단지 경전 해석을 달리하는 그 ‘다름’조차도 곧 틀림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되는 순간 그곳에는 민주주의의 향기조차 스며들 여지가 없다. 알베르 까뮈도 페스트에서 ‘스스로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순간 종말은 시작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새 정부에는 더더욱 코드인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삼성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의 미꾸라지와 천적 메기의 일화는 편안함은 곧 나태함이며 불편함은 긴장감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노예 해방의 대통령 링컨은 조국을 위해 유능한 인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반대당 출신인 몽고메리 블레어 등 정적을 내각에 불러들였고, 세종대왕도 양녕대군 쪽에 줄을 섰다가 유배까지 간 황희 정승 등 인재를 중용하였다. 현명한 지도자는 국민을 위해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좋은 정책은 그다음 문제다. 최근 청와대와 내각인사는 불편한 정치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정적과 천적을 중용하는 불편한 정치는 민주주의의 본질이자 협치와 통합의 또 다른 이름이다. 불편한 정치는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의 첫걸음이다. 이정호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경기시론] 새로운 대통령은 이랬으면 좋겠다

역사적인 날이 왔다. 쿠데타도 전쟁도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이 물러나게 된 후, 오늘은 국민이 원하고 대한민국이 현재 필요로 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혹자는 ‘이번 선거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인물 기근이다’, ‘외국의 대통령을 수입해왔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높아졌음과 동시에 국내외에 현안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우선 제19대 새 대통령은 적어도 각 정당이 선거기간동안 경쟁 후보자를 향해 퍼부었던 부정적 측면을 갖고 있지 않는 인물이어야 한다. 즉, 종북적이면서 거짓말하는 대통령이어서도 안 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대통령이어서도 안 되며, 막말하는 대통령이어서도 안 된다.또한 지나치게 까칠하여 덕이 없거나, 인기 영합에만 치우쳐 지속가능성 없는 이상적 대안만 내놓아서도 안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새 대통령에게는 국가안보를 걱정 없이 믿고 맡길 수 있고, 소신 있는 일관된 국정철학을 갖고 있으며, 언행에 품격과 덕이 있고, 현실적 경제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득표율상 지지하는 국민보다는 반대하는 국민이 많을 수 있다. 여소야대라는 구조적 특수성도 있다. 그렇다면 아(我)와 피아(彼我)로 편 가르는 리더십보다는 통합과 설득의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 먼저 국민 및 타당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계파만을 위한 정치가 아닌 국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권력의 불나방적 속성을 가진 자들 또는 특정인에 대해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자들을 정치인으로 충원했던 적폐도 일소되어야 한다. 오히려 줄 서기에 바빴던 자들에 대한 보은인사를 지양하고 다른 진영에 섰던 인재를 중용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또한 새 대통령은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을 일궈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 사회 경제 조직의 의사결정을 맡고 있는 소위 ‘파워 엘리트(power elite)’들의 의식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권력과 지위라는 힘을 등에 업고 어느새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학연 혈연 지연을 능란하게 활용하는 상호공생적 봐주기식 문화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김지하 시인이 47년 전 설파했던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재벌 등의 오적(五賊)과 이를 비호하는 사법기관을 뜻했던 포도대장의 발호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공정한 절차가 보장되고, 법치라는 결과에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순응하게 된다. 특히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며 비하하는 청년들도 없게 될 것이다. 현재 전 세계는 장기 복합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굴기는 계속되고 있고, 미국은 이를 그대로 보고만 있지 않고 있다. 강대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심히 활개 치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핵보유 국가라는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극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혜와 용단 있고 배짱 있는 대통령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국민을 하나의 마음으로 뭉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큰 나라도 작은 안보로 무너질 수 있으며 작은 나라라도 큰 안보를 꾀하면 외침으로부터 끄떡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국민과 떨어져 멀리 앉아 있지 말고 친밀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내면의 상처를 보듬고, 또한 카리스마 있는 포용력으로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소망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임에 자부심을 갖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경기시론] 누가 제왕적 대통령을 만드는가

지난 3월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권력에서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은 몇 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헌재의 결정으로 탄핵 정국은 일단락되었지만, 관련자들은 계속 사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대통령제의 폐해를 역설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헌재는 그동안 우리 헌법이 채택한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정치권력을 집중시켰음에도 그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가 미흡한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이러한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와 결합해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가능하게 했다며 탄핵 이후 대한민국을 위해 권력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유력주자를 비롯한 후보들의 공약과 캠프의 활동 양상을 보면 우리나라를 뒤흔든 탄핵을 초래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를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작년부터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주자는 경선 캠프 때부터 유력 인사들이 합류하여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같은 당 경선 후보자들은 ‘정당 결정을 뛰어넘는 힘을 가졌으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등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유력주자의 씽크탱크 출범식에는 500명 이상의 교수들이 몰렸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유력주자의 ‘문고리’에 줄 대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이처럼 유력주자 캠프에는 학자, 관가 인사 및 지지자들의 발길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물론 이중 순수하게 후보를 지지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논공행상(論功行賞)을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더구나 이번 대선은 조기 대선으로 대선정국이 상대적으로 짧은데다가 과거에는 67일 동안의 인수위원회를 거쳤지만 보궐선거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당선자는 인수위 없이 당선증을 받는 순간 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이에 대선 공신들은 짧은 기간에 투자하여 바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공신들로 구성된 섀도우 캐비넷 명단이 돌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모두 부지불식간에 후보시절부터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거의 대부분이 임기 중 또는 퇴임 후 불운한 말로를 걷는 것을 보고 대통령제는 용도폐기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개헌 논의가 불붙었지만 유력주자의 반대로 대선전 개헌은 물 건너갔다. 또한 현재 대통령 후보들은 말로는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겠다고 주장하지만 공약의 면면을 살펴보면 행정권을 강화시키는 것이 다수다. 대통령은 여전히 3만여 개의 자리를 바꿀 수 있으며, 이 중 몇 천 명에 대해서는 ‘기사 딸린 차(장차관급)’를 태워줄 수 있다고 한다. 대통령 제도가 문제냐 아니면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냐 하는 것은 어쩌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비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를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앞두고 또 다시 불운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정치인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제도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경기시론] 용서

유난히 천성이 활달한 어느 사형수 D의 고백이다. 어느 날 오랜만에 그의 옛 친구가 구치소로 면회를 왔다. 그는 10여 년 전 살인을 하고 도피하던 D에게 은닉처를 제공해 줬고 그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친구이다. 그는 출소 후에도 사업의 실패와 가정의 파탄으로 인해 고달픈 삶을 살아왔다.친구는 D를 원망하면서도 사형수로서 D가 겪을 고통을 생각하며 참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구치소에서 D의 여전히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고는 “내가 밖에서 고초를 겪는 동안에도 너는 이렇게 편한 얼굴로 잘 살고 있었구나!” 하며 말없이 돌아갔다. D는 죄책감으로 몰골이 쇠약해진 D의 모습을 상상했던 친구가 느꼈을 미묘한 상실감을 이해했지만, 그 상황에서 진정으로 그 친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 이라는 영화는 용서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화제작이다. 주인공 신애는 남편을 잃자 어린 아들과 밀양에 정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동네학원 원장에게 유괴되어 살해된다. 아들의 죽음을 접한 신애는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신앙을 갖게 되고, 마침내 가해자를 용서함으로써 새로운 삶을 찾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정작 교도소에 복역 중인 가해자를 만났을 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가해자가 아닌, 이미 신앙 속에서 구원을 받아 평화롭다는 가해자를 보게 된다. 그는 자신은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를 받았으며 신애도 하나님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한다. “당사자인 내가 아직 고통을 받고 있는 데 누구에게서 무엇을 어떻게 용서받았다는 것인가?” 어렵게 택한 용서할 기회마저 빼앗겼다고 느낀 신애는 상실감으로 고통의 생활 끝에 마침내 자살한다. 용서는 가해자가 죄를 인정하고 사죄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을 틀로 한다. 이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고자 했지만,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 없이도 죗값은 판결로서 국가에게 치르고, 용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에게 청하여 그만의 방식으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경우는 다르다. 국가로부터 배상은 제도화되어 있지만, 극히 제한적이어서 진정한 마음의 치유를 이루는 것과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 세기의 흉악범 유영철의 연쇄살인사건 피해자 고종원 옹은 복수심을 극복하고 용서를 택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한 분이다. 그의 아내와 4대 독자인 아들 그리고 노모는 모두 유영철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됐다. 그는 깊은 상처와 분노로 복수심에 사로잡히기도 했고 자살까지 수차례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가해자를 용서함으로서 새로운 삶을 찾는 길을 택했다. 그래서 지금도 사형수들의 묘소에서 거행되는 위령미사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는 그에게서 사랑하는 모든 이를 앗아간 가해자를 용서함으로써 마음에 남아 있는 복수심을 지우고 평화를 찾는 경지를 터득하고자 하고 있다. ‘복수는 죽은 자를 위한 것이고, 용서는 산자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지려면 상대를 이해해야 하고, 상대를 이해하면 비로소 용서가 되고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엄밀히 말하면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 자신이 평화를 찾고자 함이다. 진정한 용서는 상대를 동정하고 사랑함으로써 자신이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정신세계를 부단히 가꾸는 진지한 삶의 자세를 유지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백철 경기대학교 교정보호학과 교수

[경기시론] 세월호와 촛불 그리고 대통령선거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헌정질서파괴를 복구하고 새로운 헌법체제를 꿈꾸는 촛불집회는 3주기를 하루 앞두고 희생자 304명을 추모했다. 마침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은 17일부터 선거운동을 개시했다. 참사를 딛고 촛불시민의 명령에 복무하는 대통령을 선출해 새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희망의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변화는 현상(現狀)을 제대로 진단해야 가능하다. 참사의 밑바탕에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기조가 있었다. 노동자의 생존권과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폐습이 있었다. 숱한 안전사고 속에서도 규제완화를 강요했던 정부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가의 무능력과 무책임까지 더한 결과가 세월호 참사였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은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였을 뿐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합작품이었다. 관료제는 국민 아닌 권력자의 편이었다. 군주체제가 아닌 이상 대통령을 갈아치운다고 재벌 총수를 구속한다고 민주공화국체제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들은 국가시스템 재정비를 요구함으로써 주권자가 되었다.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과 문책 그리고 재발방지 마련 등 정부와 국회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조차 무능한 국가체제가 감당하지 못하자 더 많은 민주시민이 직접 나섰다. 촛불시민은 국회와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냄으로써 또한 주권자가 되었다. 그런데 대통령선거가 다가오자 모두들 대통령 후보자를 바라본다. ‘갈채’가 횡행한다. 과거의 1인을 또 다른 1인으로 바꾸는 것은 ‘혁명’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은 주권자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이다.누구와 어떻게 함께 일하는지 그 협동역량을 평가할 일이다. 대통령은 혼자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함께 결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어느 정당도 국회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정 운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헌정유린에 협력한 세력의 몽니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을 단순히 고르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인권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를 행동할 수 있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주권자다. 후보자의 귀를 먼저 열어야 한다. 이 나라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목소리를 다 들었냐고, 누가 책임을 어떻게 지고 무엇을 할 거냐는 질책을 들었냐고 물어야 한다.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군 등 제왕적 대통령을 떠받들고 있는 권력기관을 어떻게 주권자의 뜻에 따르게 할 거냐는 문책을 들었는지 물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삶을 어떻게 인간다운 삶으로 회복할 것이며, 그 삶을 파괴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노동자들의 고함소리를 들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것은 개별 정책의 차원이 아니다. 나중의 개헌이 아니라 지금 헌법체제 차원의 진단과 해결 방안이 먼저다. 유권자의 표만 구걸하는 이는 표를 얻는 순간 군림할 것이다. 그는 표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자신의 표가 아니라고 판단한 주권자를 이미 버리고 있다. 주권자에게 복무하는 대통령을 만들려면, 누가 주권자로서 대접받고 있지 못한지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도록 해야 한다.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말로써 다 표현하지 못한 것을 다시 말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될 자격 있는 자가 모든 국민을 주권자로 인정하게 하는 선거운동 방식이다. 미래를 약속할 게 아니라 현재를 말하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는 그 현재의 현실이자 상징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공약 없는 대통령을 원한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이번 선거를 통하여 다시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워줄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 대통령 중심제에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임기 동안 정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정책을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면 독재의 우려도 있다. 임기 말 레임덕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문에 어느 재판관이 낸 보충의견에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정치적 폐습이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 국민 스스로가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아닌 오히려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 대통령을 선택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국민이 선택한 지난 제18대 대통령은 불행히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 역시 촛불의 힘이고 국민의 손으로 이루어 낸 것이다. 우리는 또 다시 대통령 선거라는 선택의 시간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간절하다. 2014년에는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 세월호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두려움을 느껴야 했고, 2015년에는 국민들이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떨어야 했다. 갈수록 얇아지는 지갑, 늘어나기만 하는 가계 부채, 일자리 없는 청년들…. 희망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행복이란 말조차 입에 떠올리기가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듯하다. 대외적으로도 북핵문제는 더 심화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인 사드문제, 한일 위안부 합의, 이 외에 개성공단폐쇄 등의 일련의 사태에서 정부의 절차와 결정은 비민주적이었다. 상식적으로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국민들이 속 시원히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부재했다. 그 결과, 국론은 분열되었고 소상인들부터 대기업들까지 많은 손해를 입었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어쩌면 상식이 통하고 국민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간곡히 차기 대통령은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대통령이길 바란다. 자신의 임기 중에 무엇을 이루겠다는 거창한 공약과 정책 같은 것을 내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국민들이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하고 가끔 아이들과는 안심하고 배를 타고 휴가를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성실과 노력만으로도 삶이 행복해지면 좋겠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5월 9일이다. 5월은 푸름의 계절이다. 그 푸름을 우리 국민이 스스로의 주체적 의지와 끈기로 얻어내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승리의 힘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그만큼 차기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대통령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고 애쓰지 말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민의 소리에 경청할 태도를 가져야 할 때이다. 자신의 포부와 꿈을 펼치고자 애쓰지 않기를. 움베르토 조르다노(Umberto Giordano)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에서 아리아 ‘5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Come un bel di di Maggio)’을 부르는 주인공처럼 죽음에 직면해서도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자 애쓰는 주인공의 영혼을 닮은 국민의 작은 행복을 실현시켜줄 대통령이길 바란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그냥 정해지는 미래는 없다

작년부터 계속된 국정농단 정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일단락이 되고 곧 이어 대선정국이 들어섰다. 이승만에서 박근혜까지 이어진 대한민국 헌정사를 돌아보면 이번에 문제된 소위 비선실세, 측근비리, 권력형 부정부패, 정경유착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되어 온 것이다. 부끄럽게도 역대 대통령들은 명예롭게 퇴진한 경우가 별로 없고 심지어 구속되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 자서전 판권이 경매에서 무려 6천만 달러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은 부럽기보다 생소하다. 대한민국 역사 발전은 1990년대에 멈추어 20년째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적 민주화는 이루었으나, 정치적 선진화를 이루지 못하여 경제적 민주화, 선진화도 답보상태라는 것이다.정치 선진화는 선거에서부터 발목이 잡혀 있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선거철만 되면 지연, 학연, 보수, 진보만 따져 묻지마 투표를 해온 것이 정치인들의 간을 키운 것이다. 이번에도 후보들이 노골적으로 보수니, 진보니 부추기면서 지역민심에 호소하며 자신이 대표주자라고 표몰이를 하고 있다. 촛불을 들었든 태극기를 들었든 투표할 때는 예전처럼 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명 대학에서 200여년 전 같은 동네에 살던 두 집안의 후손들 직업을 조사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화목하고 규율이 잡힌 집안 후손은 모두 사회에 기여한 직업을 가졌고, 무절제한 집안 후손은 거지, 도둑, 살인자가 대부분이었다. 한 세대 삶의 결단이 수 백년 뒤 미래 후손의 삶까지 결정지은 것이다.미국 시카고 목사인 조엘 오스틴은 ‘긍정의 힘’이란 책에서 지금 변화를 결단하면 삶이 바뀐다고 했다. 그 결단은 미래 후손의 삶까지 바꾸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모나 청소년들에게 혼자 잘못되는 것은 자업자득이지만 수 백년 후손들까지 불행하게 만들 권리는 없으니 변화를 결단하라고 역설한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첫째, 이제는 후보와 소속 정당의 정책만을 보고 선출직을 뽑아야 한다. 일상에 바쁜 개개인이 그 정책들을 제대로 살펴보고 투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이‘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저널리스트는 변화하는 세계를 쉽고 정확하게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듯이 언론과 방송이 선거에서 후보자의 정책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둘째, 삼심(三心)운동이 필요하다. 삼심(三心)이란 올바른 가치관을 의미하는 중심(中心), 거짓이나 사심이 없는 진심(眞心), 배려와 공감을 말하는 관심(關心)을 말한다. 필자는 삼심(三心)이야말로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 자세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삼심(三心)은 정치인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중심없는 정치인은 철새 정치인이 되고, 진심없는 정치인은 정치꾼이 되며, 관심없는 정치인은 불통(不通)의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관심은 타자(他者)에 대한 배려이며 공감이자 역지사지하는 소통(疏通)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순실 등 비선실세만 의지하고 불통의 정치를 함으로써 결국 파국을 맞이한 것 아닌가. 자녀는 물론 이 땅에 살아갈 후손까지 불행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미래를 바꾸어야 한다. 다가오는 5월9일 대선이 바로 그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다. 언제나 그냥 정해지는 미래는 없다. 이정호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경기시론] 김수남 검찰총장의 법불아귀

대한민국 검사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범죄 수사의 개시, 진행, 종료, 기소, 공소유지, 행형, 교정업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심지어 일반 법률이 아닌 헌법에까지 검사만이 영장청구권을 갖는다며 제왕적 권력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다.이러한 검찰권은 스폰서를 만나면 스폰서를 위해서, 정치인을 만나면 정치인을 위해서 쉽게 사용된다. 속칭 ‘그랜저검사’, ‘벤츠검사’가 전자라면, 정치적 목적을 위한 ‘표적수사’, 권력에 대한 ‘봐주기 수사’가 후자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부분 검사출신이라거나 현직 검사가 청와대로 편법 파견되어 대통령의 의중을 검찰에 전달하는 기능을 했던 것은 후자를 위한 모습이다. 이러한 비판을 평소 의식한 탓인지 김수남 검찰총장은 취임식에서부터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法不阿貴)’. 즉,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 검찰이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할 때도 인용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하나 살펴볼 것이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 국가원수에 걸맞은 ‘귀한’ 품격이 있는 장면을 떠올려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귀한’ 장면이 없다면 김수남 검찰총장은 자신의 결정이 아예 아첨인지의 여부에 대한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다. 기억을 반추해보면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반대해왔던 개헌카드를 갑자기 꺼내 들며 실체를 덮으려 했다. 이후 최순실의 존재가 인정되고 이어진 몇 차례 국민담화에서도 거짓말은 계속되었다. 기자의 질문을 뒤로 한 채 퇴장하는 모습 역시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렸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는 말은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증폭시켰다.더구나 수많은 언론매체를 놓아두고 특정 1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하고만 인터뷰하는 모습에서는 극단적 편협함이, 탄핵인용 후 국민을 향한 몇 문장 안 되는 메시지에서는 구속만 피하고 싶다는 이기심만이 묻어났다. 어디에도 품격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귀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민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파면 후에도 변함없이 드나드는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위한 미용사들과 최순실의 폰을 정성스럽게 닦아주던 한 행정관의 끊임없는 심부름 모습뿐이다. 자기를 임명해 주었던 대통령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심정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법률 ‘알파고’가 있다면 대신 결정하기를 바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가능성, 도주의 우려와 그에 따른 구속 여부에 대한 지금까지의 거대한 법률 데이터를 입력해 놓은 슈퍼컴퓨터를 통해서 말이다.하지만 법률 ‘알파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법리상으로는 이번 사안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 최순실이 이미 구속된 사유는 대통령과 공모하였기 때문이고, 이재용 부회장이 이미 구속사유도 대통령의 영향력을 보고 돈을 줬기 때문이다. 모두 대통령의 존재를 전제로 죄가 성립되고 구속된 것이다. 다른 청와대 참모들의 구속도 마찬가지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지 않는다면 이미 구속된 자들도 모두 석방하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됨이 맞다. 아무리 제왕적 권력을 가진 검찰총장이라도 구속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경기시론] 초단기 조기 대선과 ‘네거티브’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60일 안에 치르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전직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실시되는 조기 대선으로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 3주를 제외하면 역대 최단기 선거전이 될 양상이다. 선거기간이 짧다 보니 각 후보 캠프는 녹록찮은 선거 환경과 조건에 놓이게 됐다. 우선 각 정당은 경쟁력 있는 후보 선출을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경선을 실시해야 하는 데,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 순회 경선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짧은 선거 기간에 분야별 정책과 공약으로 어필하기보다는 단기간 동안의 효과를 위해 네거티브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네거티브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부정적인 메시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는 심리를 이용해 선거에서 경쟁자의 부정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흠집을 내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게 하는 선거 전략이다.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더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짧은 선거기간 동안 제기한 의혹이 단시일 내에 제대로 확인하거나 해명할 수 없는 경우 그 후보자는 의혹을 고스란히 떠안고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기대선 정국에서 네거티브 과열 조짐은 벌써 감지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3월15일 기준으로 제19대 대통령 선거 관련 비방·허위사실공표 조치 건수는 5천879건으로 조사됐다. 이 중 5천870건에 대해서는 삭제요청이 있었으며, 5건은 고발, 4건은 경고 조치했다. 삭제요청 5천870건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허위사실공표·후보자 등 비방 4천662건, 여론조사실시 및 공표 방법 등 위반 1천192건, 특정지역 등 비하모독 5건, 기타 11건이다. 실제 사례에서 허위사실유포의 주요 수단으로는 사용된 것은 유튜브, 위키백과, 페이스북, 밴드 등으로 대중이 쉽게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SNS)가 중심이다. 기존에는 SNS를 이용하여 입후보예정자 정보를 조작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신종 네거티브 수법이 등장했다. 바로 ‘가짜뉴스(fake news)’다. 가짜뉴스는 허위사실이 기사화된 것으로, 이는 단순히 허위사실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신뢰성 있는 뉴스로 위장되기 때문에 그 전파력과 파괴력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중앙선관위 차원에서는 검찰, 경찰 등 관계기관과의 핫라인을 통해 가짜뉴스를 포함한 비방·흑색선전 게시물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고, 위법 게시물 판단에 필요한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등 협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검찰 차원에서도 악의적이고 계획적인 가짜뉴스 작성과 유포행위를 끝까지 추적하여 엄벌할 것임을 천명했다. 국회도 가짜뉴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이른바 ‘가짜뉴스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제도권에서의 네거티브에 대한 발 빠른 대응책 마련은 고무적이지만 무엇보다 유권자 스스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유권자 개개인이 네거티브를 포함한 정책과 공약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어떤 제도보다 네거티브에 훨씬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유권자의 최소한의 의무다. 유권자가 그 최소한의 의무조차 회피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경기시론] 마이더스의 손, 탐욕의 종말

지난주 대한민국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졌다. 지난 몇 달 동안 온 나라를 흔들어놓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결과이다. 권력자에게 기생하며 온갖 탐욕을 부린 한 여인이 만든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화, 체육, 의료, 외교 등 온갖 국정 영역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한 그녀는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불리곤 했다.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과 수완을 발휘하여 성공을 불러오는 사람을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한다. 마이더스의 손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말로, 손을 갖다 대기만 하면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게 된 마이더스 왕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신화에 의하면, 마이더스는 그리스 프리기아라는 국가의 왕인데, 신탁(神託)에 의해 왕이 된 사람이다. 즉 그 나라에는 마차를 타고 온 사람이 왕이 된다는 신의 점지가 전해져 왔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마차를 타고 온 어린아이가 발견되어 사람들이 그 아이를 왕으로 추대하게 된다. 그가 바로 마이더스 이다. 그는 이렇게 왕이 되어 큰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그의 욕망은 그칠 줄 몰라서 항상 더 많은 재물을 원했다.그러던 어느 날 그의 운명을 바꿀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그의 정원에서 어느 술주정뱅이가 술에 취해서 소란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술(酒)의 신(神) 디오니소스의 스승이었다. 이를 안 마이더스 왕은 디오니소스로부터 큰 보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그의 스승을 극진히 보살핀다. 예상한 대로 디오니소스는 취한 상태에서 마이더스가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는데 그것은 무엇이든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는 능력이다. 마이더스는 우연히 왕이 되고, 쉽게 황금을 만드는 능력을 얻은 것이다. 그는 정원수, 조각물, 가구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손을 대어 황금으로 만든다. 그러나 끝이 없는 그의 욕망은 예기치 않은 재앙을 초래하고 만다. 그의 손이 닿으면 모두 황금으로 변하니 음식을 먹으려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고 심지어는 딸을 안았다가 사랑하는 딸마저 황금덩이로 변해버린 것이다. 마이더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끝없는 욕망으로 온 세상을 황금덩어리로 만들고는 굶어 죽었을까? 그렇지 않다. 마이더스는 디오니소스에게 원래대로 되돌려달라고 간청하고 디오니소스는 마이다스에게 팍톨로스 강물에 가서 몸을 씻으라고 한다. 그리하여 마이다스가 강물에 몸을 씻음으로써 원상태로 회귀되는 것으로 신화는 귀결된다. 마이더스의 손에 관한 신화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불행을 자초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욕망이 지나치면 먹을 것과 가족까지도 잃고 마는 저주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또한 회개를 통해 용서와 회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추론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금의 대통령 탄핵사태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넘어 참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당사자들은 물론 어느 누구도 강에 가서 몸을 씻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양보와 협치를 창출할 리더십을 상실한 듯 혼란스럽다. 그리고 양분된 대중은 아직도 광장을 휩쓸고 있다. 탄핵을 주도했던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우리에겐 “승자도 패자도 없다.” 이젠 찬성한 측도 반대한 측도 그들이 분출했던 에너지를 식히고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이백철 경기대학교 교정보호학과 교수

[경기시론] 지방정부인권위원회, 조용한 개헌의 시작

국회는 입법 개혁 과제를 외면한 채 권력 나눠먹기 ‘헌법 개악’의 길을 가고 있다. 기본권장을 아무리 윤색하고 직접민주제를 도입해도 기본권을 제한하고 제도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주도권은 국회에 있다. 그렇게 많은 주권자가 촛불집회에서 외치고 있는 목소리를 무시한 국회가 민의를 대변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국회 독점의 개헌 논의에서 벗어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개헌을 시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 직접 결정이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할 수는 있어도 헌법의 핵심인 인간의 존엄을 보장한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사상의 자유, 성소수자의 인권, 양심적 병역거부권, 사형제도 같은 인권 사안을 여론의 향방에 따라 결정한다면, 인권적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직자는 물론 시민의 인권 감성과 의식 그리고 실천이 중요하다. 국제적인 보편적 인권의 기준을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가 국가인권위원회다. 인권 실태와 침해를 조사하고, 인권 정책과 침해구제 방안을 권고하며, 인권교육을 통해 인권의식을 증진하는 구실을 한다. 지방정부 또한 인권위원회를 설치하여 인권친화적 행정과 시민의 인권의식 증진을 위해 애쓰고 있다. 경기도에도 수원시, 광명시, 성남시, 고양시, 오산시에 지방정부인권위원회가 설치되었다. 경기도 차원에서도 ‘경기도 인권위원회’가 작년 6월21일 출범했다. 조례를 제정한지 3년이나 지난 후이긴 했지만, 다른 지방정부의 경험을 본받기도 하고 반면교사 삼기도 하면, 이제라도 경기도만의 인권 전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인권위원회가 임무를 잘 수행하려면 첫째, 보편적 인권에 기반을 두고 모든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복무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고, 둘째, 조례 또는 실무 관행에 따라 도 행정기구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셋째,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적정하게 조사하고 정책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넷째, 그것은 적정한 인적 및 재정적 자원을 뒷받침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재정 및 권한에서 ‘2할 또는 3할 자치’다. 지방정부의 인권행정이 자칫 ‘중앙정부 인권 수준의 2할 또는 3할’이 되기 십상이다. 이것을 핑계 삼아 지방정부의 인권 보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체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역발상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보다 더 인권친화적인 정책을 시도하고, 시민의 지지를 얻어내며, 그것을 바탕으로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토대를 쌓는 것이다. 지방정부에는 인권위원회 외에도 법률 등에 근거를 두고 인권 관련 활동을 하는 각종 위원회가 있다. 인권위원회는 이러한 위원회들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차별 없는 인권 보장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경기도는 광역정부이기 때문에 경기도내 기초정부와 인권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기초정부보다 우위에 서는 자치구조가 아니라 대등하게 협력하는 민주적 자치·협치 구조를 조성해야 한다. 경기도가 인권교육 및 인권강사양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경우 기초정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그 결과물을 기초정부와 공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중앙-지방’ 정부관계의 복제가 아닌 새로운 ‘광역-기초’ 정부관계의 터 잡기다. 인권과 분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연결하는 민주공화국 헌법 개정의 조용한 시작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미래사회의 인간형을 위한 교육정책 실천

학교는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이다. 졸업이자 입학, 새 학기의 출발이자 한 학년씩 올라선다. 기존 것과의 작별이자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의 시작이다. ‘유종의 미’와 ‘새로운 의지’가 공존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새로운 학교, 새 학년, 새 학기와 함께 교육정책도 변화해 왔다. 이미 올해도 적지 않은 교육정책의 변화가 예고되었다. 과연 그 변화가 학생들의 다짐과 학부모들의 바람을 얼마나 충족시킬지 의문이다. 2017년 3월부터는 2015년 교육부에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총론을 발표한 이후 그 교육과정이 적용 실행된다. 변화된 교육과정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타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지식 기반인 미래사회에 걸맞은 유무형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가진 창의적 인간형을 키워내기 위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초등학교에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과 교육과정 개발로 ‘안전교육과 SW교육’을 신설하였다. 중학교에서는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과정 개발로 ‘한학기 자유학기’를 운영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인문, 사회, 과학기술에 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고자 ‘고등학교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변화의 배경에는 기존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다양한 사회 과목을 수능 시험 위주로 선택하고 이수함으로써 지식 편식과 인문, 사회적 소양 부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이 과도하여 수포자가 양산이 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코자 학습내용을 핵심개념 중심으로 대폭 감축하고, 학습경험의 질을 개선하여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배움을 즐기는 교육과정으로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러한 노력과는 별개로 학부형과 아이들은 또 다른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공교육에서의 한자 교육 부활을 비웃듯 이미 무조건 아이들에게 한자 공부를 시켜야겠다는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 컴퓨팅적 사고를 활성화할 소프트웨어 관련한 과목들의 수능과목화, 암기과목의 전락 등을 염려하고 있다.코딩과외가 횡행하고 심지어 코딩 유치원까지 생겨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실행력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융합적인 사고를 하고 창의적 가치를 개발하는 경쟁력 있는 미래형 인재가 과연 양성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이 시점에서 정당별 대선 예비 후보자들은 백년지대계가 되어야 할 교육 정책에 관련한 국민 누구라도 다 내놓을 법한 공약들을 내걸고 있다. 미래의 동량을 위한 교육정책이 선거철마다 인기에 영합하고 쉽게 변화를 예고하는 공약이 되지 않도록 서로의 책임과 관심이 필요하다. 요즘 사회 각계에서 ‘한국 교육 체제 대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그곳이 국가 주도의 교육정책의 한계를 탓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자리가 아니라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각 공공기관 등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 함께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대안을 잘 모색하는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손잡고 함께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남주 시인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란 시에서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라는 구절은 늘 마음에 와 닿는다. 전후 문맥을 보면 힘든 사람을 위해서 쉬었다 함께 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 손잡고 함께 간다는 것은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것이 아니다.올해도 대학입시가 끝나고 또다시 초, 중, 고 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조급한 마음에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재촉한다. 자녀가 유명 강사의 강의를 잘 이해 못하면 보충 과외를 따로 시키기도 하고 초등학생이 학교와 학원 몇 군데를 돌고 귀가하면 파김치가 되기도 한다. 20세기 암기식 공부방식이 여전히 대학입시에 요구되고 있는 지금 부모들에게만 남과 달리 느긋하라고 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그 조급함이 자녀가 오히려 독립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대학교수들로부터 요즘 학생들은 시키는 것은 곧잘 하는 데 스스로 찾아서 하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은 적도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해 본 경험은 나중에 세상에 나가 정답이 없는 현실문제에 부딪혔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욱이 소위 명문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되고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기존 직업의 상당수가 없어질 거라고 하는 데 계속 기존의 부모 노릇을 답습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자녀 생각이 부모 입장에서 불안하더라도 처음부터 말리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주고 시간을 가지며 조언을 해 주는 것은 어떨까.그래도 자녀가 뜻을 꺾지 않고 부모가 보기에도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라면 존중해 주고 기회를 한 번 주는 것이 좋다. 어른들도 실패의 시간을 통해 성장해 온 만큼 실패가 두려워서 자녀를 붙들지는 말자. 고민 끝에 한 결정이라 쉽게 중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가정은 최초의 학교이고, 부모는 최초의 선생님이다. 부모가 자녀의 결정을 존중하고 믿어주면 자녀도 부모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첫 걸음마를 배운다. 자신이 결정한 것이니 억지로 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실패해도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실패의 아픔을 통해서 더욱 성장한다. 부모는 재촉하는 존재가 아니라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자녀가 손을 내밀 때 잡아 주고 도와주는 든든한 존재다. 자녀와 보조를 맞추어 함께 가며 힘들 때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어깨를 두드려 주는 동반자이어야 한다. 부모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는 사회의 각박함에도 잘 견디며 오히려 주위 사람을 배려하여 손잡고 함께 갈 수 있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부모가 변해야 자녀가 바뀌고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함께 손잡고 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여전히 분열되고 혼잡한 탄핵정국이다. 헌법재판소 탄핵판결 선고가 가까워지자 정당들과 대선예비 후보자들이 혼자 빨리 가서 1등 해 보겠다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누가 되든 차기 대통령에게 국민과 손잡고 함께 가는 진정한 동반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살만한 세상을 향하여 어른들이 더디더라도 자녀와 손잡고 함께 가는 동반자가 되려는 큰 지혜에 동참해야 한다. 이정호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경기시론]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일 없어야 한다

고성불패(高聲不敗), 즉,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 때문인가?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이 임박해 옴에 따라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집회와 반대하는 태극기집회가 세(勢) 대결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은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은 지난 토요일 촛불집회 참가를 위해 의원들에게 군대처럼 총동원령을 내리는가 하면, 새누리당 친박 정치인들은 태극기집회에서 탄핵 무효를 외치며 뜬금없이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이 독립기관인 헌재를 지금처럼 광장에서 압박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것으로 정당은 사실상 주어진 역할을 다한 것이다. 이제는 법절차대로의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자기 직역 본연의 일을 해야 한다.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이 설파했듯, 대한민국의 국익과 공익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정치인 개인의 사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세론 굳히기에 욕심이 난 듯 오히려 촛불집회에서 조기 탄핵 요구를 부추긴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은 탄핵은 조작과 선동으로 이루어졌다며 탄핵 기각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고 있다. 정말 이런 형국이라면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 승복에 대한 문제가 심각히 우려된다. 실제로 더불어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공공연히 ‘탄핵 기각 시 혁명 밖에 없다’, ‘탄핵 기각되면 헌법재판소 퇴진 투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헌재를 겁박하여 원하는 결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심산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탄핵 결정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회과학적 기법을 활용한 외국의 연구들에 의하면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설명인자가 있긴 하다. 대법관을 누가 추천을 했고 대법관이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가이다. 진보적 정권에서 임명된 법관이 많으면 진보적 결정이 많고 보수적 정권에서 임명된 법관이 많으면 보수적 결정이 많다는 것이 대체적 결론이다.우리의 경우는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관은 국회가 선출한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한 3명, 대통령이 선택한 3명 등 9명의 재판관을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그런데 현재 8인으로 구성되어있는 헌재재판소의 성향은 큰 틀에서 보면 보수적 색채가 더 짙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하거나 추천한 인물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행연구들에 비추어볼 때 향후 탄핵 기각의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경우처럼 불법이나 위헌 행위는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그 중대성이 “탄핵에 이를만큼은 아니다”라고 결론낼 수도 있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도 헌법재판관 9명이 낸 649건 판결 분석결과를 통해 기각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박한철 소장, 이정미 재판관 등 두 명의 퇴임 이후에 탄핵결정이 난다면 기각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여론은 탄핵찬성이 80%대로 탄핵반대보다 훨씬 앞선다.하지만 원로법조인 9인은 신문광고를 통해 순수 법적관점에서 현재 탄핵재판은 법치주의와 적정절차의 원리에 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탄핵의 결과를 예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런데 무엇보다 향후 아주 중요한 것이 있다. 헌재의 어떤 결정에 대해서도 모두가 승복하고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두 동강 나지 않는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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