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학생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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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교육을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교육공약 발표의 첫머리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날에는 봉하마을을 방문해 “‘사람 사는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쓰기도 했다. 당선 후 대통령은 상식적으로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속 시원히 납득시키려는 노력들을 보이고 있다. 교육정책 역시 학생들이 이해하고 학부모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국민 중 약 1/5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의 삶과 직결된 정부의 교육공약과 교육정책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소위 백년지대계라고 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그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의 졸속 정책으로 학생들과 학부모가 갈피를 못 잡았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는 정부의 대학 입학 정책 변화와 상관없이 사교육을 통한 교육 미래를 설계하였다. 어쩌면 학생이 아닌 학부모 자신을 위안삼기 위한 방편으로 사교육을 이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공교육과 부모에 대한 불신, 오로지 대학 진학만이 목표인 내실 없는 학교의 숨 막힌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국가의 교육 정책의 수혜자가 될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학생들이 제도권 밖에서의 삶을 선택하지 않도록 교육 정책은 대학입시 정책 등을 위시하여 학생들이 사는 세상에 순기능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앞선 정부는 공교육을 내실화하겠다며 ‘고교 다양화 정책’을 통해 자사고와 특목고 등을 확대했지만, 오히려 고교 서열화가 심해지고 사교육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자사고는 건학이념에 맞게 특색 있는 교육을 살리는 취지를 망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학교 서열화 해소를 주요 교육 공약으로 내세우며, 자사고와 외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러한 학교에서 대학처럼 원하는 수업을 찾아 들을 수 있는 고교 학점제를 교육 공약 1호로 내세우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학업 수준에 따라 기초 과목이나 심화 과목, 교양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창의적 인재를 기르겠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꿈의 대학’이라는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올해 첫 시행이기에 이 과정이 끝나면 학생들의 반응이 자못 기대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교육정책과 관련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 조사나 그들의 바람 섞인 목소리를 담은 통계자료는 없다. 학생이 살아갈 세상에서 그들의 바람이나 현재의 만족도를 반영한 결과물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학교사회의 주인공인 ‘학생’들, 국민의 한 사람인 학생들을 더 이상 불행한 삶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아닌 학부모의 염원만 담은 조사 결과와 교육행정가의 탁상공론으로 교육정책의 소견이 공허한 메아리나 공염불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교육개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교육회의를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하겠다는 등의 약속이 공(空)약이 아닌 공(公)약이 되길 희망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이 현재를 살아가는 삶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한 여정을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제도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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