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투영한 젊은 작가들의 회화 작업이 전시된다.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개성적인 예술세계를 조명해온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 MIMESIS ARTIST PROJECT’의 여섯 번째 기획전 ‘MIMESIS AP6: SIGN’을 13일 개막한다. 전시의 특징은 신진작가가 아닌 10여년 간 작업을 이어온 작가들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선보여 작가 한 명 한 명의 작업 양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는 백요섭, 윤석원, 서원미 작가의 생성과 소멸이 교차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 내걸린다. 작품을 통해 우리의 시간이 쌓여가는 흔적을 찾게 되고, 이 흔적들은 그림 속 사건들을 이해하는 단서가 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역사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Part 1. ‘SIGN of the Times’에서는 백요섭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백 작가의 작업 키워드는 중첩된 시간이다. 우리가 쌓아가는 일상의 시간일 수도, 켜켜이 쌓아가는 그림 위 레이어(층)일 수도 있다. 작가는 기억의 층위와 그림의 레이어를 같은 연장선상에 놓는다. 재개발 지역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기록하기도 했던 작가는 같은 맥락에서 그림 위의 물감으로 가상의 무리를 만들고 이것이 흩어지는 모양새를 연구했다.시간-기억-이미지로 이어지는 개념은 최종적으로 캔버스 위 중첩된 색과 견고한 물성으로 나타난다. 물감을 반복적으로 덧바르며 층을 생성하고, 또 여러 번 긁어내어 소멸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작가의 지난 시간을 발견할 수 있다. Part 2. ‘SIGN of the Society’에선 윤석원, 서원미 작가가 시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건과 인물, 사물을 만나며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삶과 죽음이다. 윤석원 작가는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 마른 식물과 살아있는 식물, 장소의 안과 밖을 그린다. ‘사람과 사람들’ 연작 시리즈는 근현대 미술사에서 유명한 화가들과 현재 한국 미술계 이끌어가는 30~40대 작가 102명을 그렸다. 마흔에 접어든 본인의 나이를 반영해 근현대 역사 속의 화가들도 현재 작가와 비슷한 나잇대의 젊은 모습을 담았다. 동시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비슷한 또래의 작가들의 모습을 담으면서 작가 본인이 작업을 지속해가는 이유를 고민한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수평과 수직의 블러링 효과는 삶과 죽음과 같은 상반되는 의미들을 내포한다. 작가는 이 대조를 통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성질을 은유하고, 현재의 것이 시간이 흐르며 과거의 것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사건이 반복됨을 암시한다. 서원미 작가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뤘다.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표현 기법으로 고전 회화와 현대 미술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들을 볼 수 있다. 캔버스 위에 섬세한 성을 짓는 것처럼 물성을 구축하고 이를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작품과 대면하면서 캔버스 위의 사고와 사회 속 사건을 함께 인식하고 현재의 흔적들을 뒤따라 갈 수 있다. 전시 중 관람객과 작가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전시 7주차에는 추첨을 통해 선정된 관람객을 대상으로 윤석원 작가가 직접 초상을 제작하고, 이를 전시에 함께 소개한다. 정희라 큐레이터는 “회화나 전통의 예술 범위에서 10여년 간 작업을 이어오면서 예술가로서 고민이 많았을텐데, 본인들이 왜 작업을 하는지, 사회에서 예술가의 작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 수많은 고민을 해온 작가들을 선정했다”며 “시간과 역사적인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시간의 흐름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관람객들이 자신의 경험과 시선에 빗대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남긴 “지치지 않는 열정, 따뜻한 가슴, 남에게 상처주지 않는 손길을 가져라.”를 모토 삼아 작업을 이어오는 이가 있다. 엄마이자 주부였던 서혜령 작가(47)는 어느덧 자신의 내면을 꺼내들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매 순간 창조하고 있다. 서 작가의 개인전 ‘숨.길.’이 예술공간 아름에서 지난 5일 개막했다. 서 작가는 원래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미술과 전혀 관련 없는 직종에서 일하다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치열한 육아가 주는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삶의 무게는 점점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어느 날 집의 한구석 벽이 허전해보여 그림을 채워넣는 게 어떠냐는 남편의 제안에 서 작가는 붓을 들었다. 마침 언니가 건네준 화구를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던 그는 흰 캔버스에 형형색색 물감을 입히기 시작했다. 서 작가는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내가 마음대로 뭔가를 펼쳐낼 수 있다’는 행복과 확신에 사로잡혔다. 그 길로 그는 2020년 여름부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초창기 그의 작품엔 ‘입술’이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감정이 말로 발화될 때 꼭 입술을 거친다는 점에서, 서 작가에게 입술은 곧 마음과 같다. 스스로를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에게 입술은 내면의 감정을 세계와 소통하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초기작들에선 물결, 산등성이 등 자연 요소가 입술처럼 표현돼 있는데,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슬며시 연상시키는 화풍이 계속해서 변주를 거듭한다. 그러던 그의 작품은 어느 시점부터 감정을 풀어내는 데 있어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진다. 아크릴 물감을 굳힌 뒤 캔버스에 붙히기 시작하면서 캔버스 위 입체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서 작가는 “정말 별 거 아닌 단순한 계기였다. 그림에 말라있던 물감이 뜯어진 걸 보고 그때부터 흥미를 느껴 물감을 말려서 이리저리 연구해보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양한 색상의 아크릴 물감을 한 겹 한 겹 쌓아가며 굳힌 조각을 쪼개서 펼쳐 놓은 우주인 ‘Space Rabbits’를 보고 있으면, 캔버스를 수놓는 오브제가 물감 조각인지 철판인지 헷갈릴 수 있다. 재료의 물성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불러오는 서 작가의 우주 속을 유영하는 경험을 통해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내면을 표출하는 작가의 상상력을 느끼게 된다. 이어지는 작품들 역시 눈길을 끈다. ‘숲’은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티코스터나 공예품을 늘어놓은 듯 추상적인 원형 요소들이 가득해 보이지만, 캔버스의 옆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 비로소 진면목이 드러난다. 서 작가는 “캔버스에서 솟아오른 물감 조각은 잘려나간 나무의 밑동을 형상화했다. 인간이 자연을 망가뜨린 데 대한 죄책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물감 조각을 구부려서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장면으로 그려낸 ‘희망의 물결’이나 형형색색의 물감 조각을 촘촘히 캔버스에 배치한 ‘해빙(물, 하늘, 땅, 숨)’ 역시 캔버스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유도해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작품이다. 서 작가는 “오히려 미술의 길을 걷지 않다가 뒤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간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도 만나고, 배신도 당해봤고 상처도 얻었고, 듬뿍 사랑도 받아봤으니 그걸 한데 모아 풀어내려고 한다”며 “복합적인 감정을 내 그림으로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3일까지 이어진다.
바다에 에워싸인 섬 제주. 돌과 바다, 바람과 말, 소와 초가를 아우르는 그곳의 풍경은 노란 황톳빛으로 일렁인다. 눈으로 보이는 색을 버리고 자연이 가진 궁극의 색을 담았다. 아름다움과 또렷함은 오히려 더 살아났다. 제주의 황톳빛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일궈낸 빛의 화가 변시지(邊時志, 1926-2013)는 색을 버리고 제주의 빛과 바람에 뜻을 새겨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선보인 작가다. 거센 바람이 부는 제주의 빛을 담은 작가의 작품 중 ‘난무’(1997)와 ‘이대로 가는 길’(2006)은 2006년부터 10년간 미국 국립 스미소니언 한국관에 당시 생존 동양인 작가로는 최초로 상설전시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미술작가 변시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바람의 귀환, 歸還’이 갤러리 끼(대표 이광기) 용산에서 지난 5일 개막했다. 갤러리 끼가 시지 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변시지의 서거 10년을 맞아, 그의 작품 세계를 회고하고 조망하는 약 30여 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전시는 변시지가 제주도에서 1975년부터 2013년까지 작업에 몰두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특히 작가의 화풍에서 확연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1978년 작품부터 영면하기 전까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여섯 살 때 제주를 떠났던 변시지는 많은 화가들이 유럽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시기에 반대로 고향 제주로 역행했다. 44년 만의 귀향. 그는 제주에서 제주의 본질을 표현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에 온 변시지는 더욱 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마주했다. “제주를 표현하려면 새로운 기법이 필요했다. 그러나 새로운 예술세계의 모색과정은 피를 말리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작품이 안되니까 허전한 마음을 술로 달랬다. 일주일에 밥을 한 끼도 먹지 않고 술로 배를 채웠는데, 하루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못살 것 같은 폭음의 세월이었다…그러나 무서운 열병에도 불구하고 나는 캔버스와 맞서 싸웠다. 붓을 꺾는다는 것은 예술적 패배를 의미했기에 비수처럼 박혀 드는 고통을 물리치고 붓을 들었다”.(변시지 회고록 中) 제주 풍경은 1977년에 이르러서는 완연한 변화를 보이게 된다.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황토빛 제주가 등장한다. 바탕색은 황갈색의 단색으로 변하고 검은 필선으로 제주의 풍토와 정서를 특유의 시선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변시지는 “아열대 태양 빛의 신선한 농도가 극한에 이르면 흰 빛도 하얗다 못해 누릿한 황토빛으로 승화된다. 나이 오십에 고향 제주의 품에 안기면서 섬의 척박한 역사와 수난으로 점철된 섬사람들의 삶에 개안했을 때 나는 제주를 에워싼 바다가 전위적인 황토빛으로 물들어 감을 체험했다”며 바탕색을 제주도의 자연광에게 얻었다고 밝혔다. 전시에선 변시지 풍정화의 변화와 초가, 돌담, 소나무, 말, 까마귀, 태양 등 제주의 소재를 작가만의 기법으로 구현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예술가로서 자신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기 위해 보낸 통렬한 시간이 나열됐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지도. 전시는 오는 5월 20일까지.
전시장에 걸린 사진을 지그시 바라본다. 사진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 장의 사진은 왜 이 사람이 이 피사체에 카메라를 갖다 댔는지, 그렇게 찍힌 사진이 현상과 인화, 인쇄, 출력에 이르기까지 어떤 여정에 몸담았는지 상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성남 아트스페이스J에서 진행 중인 ‘사진집 밖으로 걸어 나온 사진’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유명한 사진집의 표지에 실리거나 책 속에 수록된 사진들을 사진집과 나란히 배치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사진이 독립된 개체가 아닌, 책 속의 표지 사진으로 바뀌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원본 사진과 표지로 재편집된 사진 사이에는 어떤 관계와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을까. 10주년을 맞는 아트스페이스J는 오랜 기간 갤러리 차원에서 모아 왔던 소장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사진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사진전이나 사진집 출간기념회가 아닌, 사진과 사진집을 함께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메라로 찍어낸 사진을 액자 속의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데 있어 선택한 용지나 기법에 따라 색감과 결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매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사진의 특성 차이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첫 번째 홀에서는 필름 현상에서 인화에 걸쳐 프린트까지 인위적인 개입을 없앤 스트레이트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들을 주로 접하게 된다. 처음 맞닥뜨리는 사진은 1985년 6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지 표지를 장식한 ‘아프간 소녀’다. 미국의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가 찍은 이 사진 속 소녀가 책 표지를 벗어나 액자 속에서 우리를 응시한다. 책이 발간될 당시 출판사의 편집 부서가 왜 이 사진을 골랐는지, 원본 사진이 책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떤 스토리가 있었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홀에서는 동시대 한국 작가들이 찍어낸 사진의 매력을 찾아보는 시간을 만끽한다. 양성철 작가의 ‘좋은 깃발 별이 되어’가 동명의 사진집 속 표지로 안착한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표지로 쓰인 사진이 아니더라도, 사진집에 실려 있는 사진들 중 전시실 벽에 소환된 사진들도 있다. 오상조 작가의 ‘당산나무_전북 장수’가 그 예시다. 학예팀 측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들과 협의를 통해 사진에 더 잘 어울리는 프레임을 고르는 데에도 신중하게 접근한 만큼, 사진이 소속된 장소와 사진을 머금은 매체들에 따라 어떻게 감상이 달라지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또 전시를 보다가 마음에 들거나 흥미를 끄는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이 실려 있는 사진집을 들고 홀 중앙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사진집을 감상해볼 수도 있다. 전시를 기획한 한혜원 큐레이터는 “사진 매체가 대중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기획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사진집을 펼쳐보는 등 접촉과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번 기획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실 지 걱정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27일까지.
수원 맥간공예연구원이 수원시국제교류센터가 공모한 ‘프랑스 투르(Tours)시 박람회 2023’에 참여한다. 맥간공예연구원은 수공예 작업이 가진 ‘느림의 미학’을 담은 맥간공예의 아름다움을 유럽에 전파하고 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투르시는 수원시와 5월에 진행할 국제자매결연을 기념해 ‘투르시 박람회 2023’(Folre De Toers 2023)에서 수원을 소개하는 한국테마관을 운영한다. 이에 수원시국제교류센터는 5월 5일부터 14일까지 한국테마관의 한국전통 수공예 전시부스에 참여해 수원시와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릴 지역 수공예 단체를 공모했다. 맥간공예연구원에서는 이상수 원장과 우윤숙 예맥회장, 이은지 맥간공예 안양지회장이 전시에 참여해 벽걸이 작품 20여점, 소품 20여점 등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전시와 함께 방문객을 위한 손거울 만들기 체험행사도 마련한다. 10일 간 하루 30명씩 총 300회의 체험행사가 이어진다. 맥간공예연구원은 2014년부터 맥간공예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해외 홍보를 위해 루마니아, 중국, 유럽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어왔다. 특히 연구원이 맥간공예를 루마니아에 전수하려던 시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진출이 막혔던 만큼 이번 전시는 의미가 더욱 크다. 연구원은 이번 전시가 해외 진출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유럽에 맥간 공예를 알리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 손으로 작품을 만드는 공예는 ‘장인 문화’가 살아있는 유럽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해외 관람객들에게 널리 알리고 오겠다. 맥간공예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면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유럽에 진출할 여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투르시 전시회장(PARC EXPO TOURS)에서 열리는 ‘투르시 박람회 2023’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박람회다. 연간 방문객은 35만 명에 이른다.
자연에 화려한 색의 옷을 입혀 풍성함을 더하는 차정숙 작가의 개인전 ‘내 마음의 노래’가 13일부터 19일까지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홍익대 도안과를 졸업한 차 작가는 32회의 개인전과 300여회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전업 미술가협회 자문위원을 비롯해 한국미술협회, 구상전 등에서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차정숙 작가의 작품 50여점이 내걸린다. 특히 대형작품이 주를 이뤄 가로 6m 길이의 작품부터 500호, 300호, 100호 등의 작품이 전시관을 가득 채운다. 자연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차정숙 작가는 어린 시절 시골에 살았던 기억으로 자연과의 친숙함과 자연에서 얻었던 느낌을 작품에 그대로 옮겨 담았다. 차 작가는 숲을 표현하는 데에 자신만의 ‘점화’ 방식으로 작업한다. 나이프로 구석에서부터 시작해 중앙으로 공간을 채운다. 그러면서 물감의 크기와 방향, 세기를 달리해 찍어낸 점들을 펴는 순간 분홍색, 빨강색 등의 다채로운 색이 맞물리고 덧칠되면서 화려한 작품으로 탄생한다. 작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점을 찍는 과정은 마치 수양하듯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무수한 점을 찍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과거의 회상에 젖기도,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차 작가는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 느낌이 오기 때문에 관람하시는 분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 또 장애인과 취약계층 등을 초대해 사랑도 나눌 예정”이라며 “전시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행복, 아름다움을 같이 느끼고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광주시문화재단이 연극 페스티벌 ‘너른고을 연극축제’를 7일부터 내달 2일까지 개최한다. ‘발돋움’을 주제로 추진되는 이번 연극 축제는 다채로운 기획 연극뿐 아니라 각종 시민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과 교육 등이 어우러지는 자리로 기획됐다. 지난해 첫선을 보였던 ‘제1회 연극 페스티벌’에 이어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새로운 축제명과 슬로건이 채택됐다. 먼저 축제 기간 동안 풍성한 연극을 골라 보는 기회가 마련돼 있다. 초청작을 살펴보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는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해 심리와 감정을 구현하는 연극 ‘템플’을 선보인다. 광주시 대표 극단인 ‘파발극회’는 국내에 상연된 적이 거의 없는 신선한 작품인 ‘허물’로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젊은이의 사연을 무대에 올린다. 극단 ‘태양의 바다’는 파독 광부 60주년을 기념해 치열하고 역동적인 생존기인 ‘글뤽 아우프’를 관객과 나눌 예정이며 극단 ‘로기나래’의 인형극 ‘해를 낚은 할아버지’도 준비돼 있어 총 네 편의 작품이 시민들과 만난다. 이와 함께 시민들도 축제를 이끄는 주체가 돼 무대에 오른다. 11일 광주시 청소년극단의 ‘웰컴 투 동막골’, 12일 광주시민극단의 ‘그류? 그류!’가 남한산성아트홀 소극장에서 상연될 예정이다.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의 경계를 허무는 화합의 무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축제 기간 동안 워크숍, 원데이 특강 등으로 연극과 가까워질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된다. 연극놀이 워크숍 ‘상상 On!’이 참여형 강의로 4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어린이와 청소년과 교감한다. 연극과 보다 깊은 관계를 맺고 싶은 성인들을 위해선 매주 화요일 원데이 연극특강 ‘씨어터플러스’가 기획, 연출, 무대, 배우, 연극비평 등 연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패밀리 데이는 가족과 함께 추억을 남기기에 좋은 기회다. 8일 남한산성아트홀 야외 광장에서는 연극 ‘템플’ 상연 전후 30분간 극단 나무의 인형극 퍼포먼스 ‘벨로시랩터의 탄생’을 만날 수 있다. 29일 공연되는 ‘해를 낚은 할아버지’가 끝난 이후엔 작가 팬사인회, 미니 낚시터, 한줄감상평 등의 순서를 체험할 수 있다. 오세영 광주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연극을 통해 즐기는 다채로운 문화예술이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이번 연극 축제를 기획했다”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와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잔잔한 연필선의 움직임, 때론 거친 선의 움직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자연을 담아냈다. 안양 두나무아트큐브 갤러리에서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김진선 작가의 초대전 ‘나무- 곁을 주다’는 늘 우리 곁에 있어 익숙한 나무와 숲, 산과 바위 49점이 내걸렸다. 작가는 자신보다 그림이 밝게 빛나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하게 퍼지고 선한 삶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을 기억하고 연필로 기록해 만들어냈다. 김 작가는 “나를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나를 찾은 것이 새삼 반갑고 주변의 모든 것이 더 소중해졌다”며 “이번 전시는 그러한 순간을 함께하고 나로 바로 서는 자리다. 오롯이 내가 보이는 전시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자연스러운 숲과 나무, 산의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 자리 잡은 나무의 형상을 연필과 콘테로 표현했다. 김 작가에게 연필은 대상의 표면을 다양한 선과 질감으로 섬세하게 표현하고 무엇보다 연필을 다루는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화면에 기록하는 최상의 도구다. 대표작인 ‘바위, 산 –산은 멀리있다’와 ‘나무’는 건축 마감재로 쓰이는 ‘핸디코트’를 캔버스에 사용했다. 김 작가는 “소재를 정해 먼저 드로잉을 해놓고 캔버스에 다시 옮겼다. 그러다 보니 가지고 왔던 느낌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바로 캔버스에 연필을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며 “캔버스 위에 드로잉하기 위해선 표면처리가 중요한데 핸디코트는 나무가루를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따뜻한 질감과 표면이 만들어진다고 느꼈고, 필압을 표현하는 데도 최적이라고 생각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자신을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 시간의 결과물이자, 누군가에게도 이런 희망을 주고 싶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예술은 삶의 어떤 형태를 선보이는 작가의 외침이라는 구절이 딱 들어맞는다. 김 작가는 “거대한 것이 아니어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빛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그런 지점을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나 아트페어 때마다 큰 인기를 모으는 김순철 작가의 개인전 ‘HALO’가 서울의 갤러리 그라프에서 4월23일까지 열린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한국화와 현대미술 사이를 조화롭게 확장시켜 글로벌리즘을 실현해 가고 있다.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고 국립현대미술관에 입성하며 현대 한국화의 변화된 양상을 보여주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김 작가의 작업 명제는 ‘About wish’다. 요철감 있는 두툼한 한지 위에 꽃·의자·항아리 등의 형상을 압인한 후 채색과 바느질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작품의 색채·형태·구성은 하나의 상징적 표상의 오브제가 돼 전통적 소재로 지반을 다지며, 붓 터치를 묘사하는 촘촘한 바느질선으로 작품을 그려나간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그림을 그리는 ‘회수(繪繡)’ 작업이다. 김순철 작가는 “동양화에선 선을 중요시 하는데, 그 선을 어떻게 독창적이면서 활동적으로 표현할까 고민하다 바늘땀을 생각해 냈다”며 “화면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확산되는 바느질 흔적은 주변과의 연결 또는 소통을 의미하며, 일상의 운율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한 올 한 올 엮고 이어가는 작업은 개인의 삶의 여정과 소망을 수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화면 속 사물 자체보다 느리게 반복되는 작업 과정을 중시한다. 긴 시간 몰입하다 보면 뭔가 비워내게 되고 편안함을 준다. 그녀에게 작업은 치유이고 명상이다. 작품은 인내와 노고의 결실이다. 장인(匠人)의 인고가 배어있는 그의 작품은 단색조의 화면을 통해 우아한 고졸미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차분하게 정제된 컬러 외에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밝은 컬러의 작품들이 선보여졌다. 정갈하면서도 세련됨 미감, 바탕의 무(無), 그리고 화면 중앙의 유(有)는 그 자체 이미지로 절대적 회화의 ‘후광효과(halo effect)’를 보여준다.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체험으로 예술과 더 가까워지는 브런치 콘서트가 찾아온다. 수원문화재단이 브런치 콘서트 시리즈 ‘살롱 드 아트리움 시즌 Ⅲ’의 첫 공연을 오는 26일 오전 11시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선보인다. ‘살롱 드 아트리움’은 수원시민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해 2021년부터 아홉 차례 진행된 수원SK아트리움의 대표 브런치 콘서트 프로그램이다. 미술과 음악이 결합된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거장들의 작품을 해설을 곁들인 미디어아트로 감상할 수 있다. 눈으로만 감상했던 그림, 귀로만 감상했던 음악에서 벗어나 다양한 감각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감상의 장을 넓혀준다. 올해 프로그램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공연이 열린다.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매개로 화가들의 삶에 담긴 이야기를 다채로운 음악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첫 포문을 여는 26일은 장 프랑수아 밀레와 함께 하는 시간이다. 반복되는 농부들의 삶을 담아낸 자연주의 화가 밀레. 밀레의 눈에 비친 사람과 자연이 음악과 결합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음미할 기회다. 그의 그림을 쇼팽, 마스네 등 음악으로 풀어내는 시도를 통해 ‘만종, 숭고한 자연의 종소리’라는 주제로 관객에게 감상의 폭을 열어 젖힌다. 5월31일에는 수잔 발라동의 그림과 삶을 엿볼 수 있다. 그는 교육받은 상류층 여성도 화가로 인정 받기 어려웠던 당시, 모델 일 등으로 어려운 생계를 해결하면서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던 화가다. ‘그림 속 뮤즈에서 예술가로, 수잔 발라동’을 테마로 그의 그림이 관객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세 번째로 6월28일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들여다 본다. 벨라스케스는 인물화, 초상화에 정통했던 궁정화가로 30년간 스페인의 왕가의 초상화를 그린 만큼, 바로크 시대의 거장이 표현한 스페인 절대 권력과 궁정들을 음악과 함께 만난다. ‘내면의 진실을 포착한, 벨라스케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공연에선 바흐와 라벨 등의 음악가들이 남긴 작품들이 그림과 어떻게 호응하는지 살필 기회다. 마지막으로 8월30일에는 ‘그라치아 아름다움의 화신, 라파엘로’라는 주제로 산치오 라파엘로의 예술 세계를 접하며 끝을 맺는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함께 르네상스 3대 화가로 불리는 라파엘로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모차르트, 헨델의 고전적인 음악과 함께 음미하는 자리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해설로 만나보는 화가들의 삶과 더불어 아름다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라며 “수원 시민들의 문화 생활에 더욱 보탬이 위해 준비한 만큼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관람권 가격은 전석 1만원으로, 4월부터 8월까지 총 4회차 공연이 담긴 패키지권 구매 시 4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