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기 전 ‘저길 어떻게 가?’ 해도 막상 가다보면 멀리 와있음을 알게 됩니다. 누가 저희를 끌고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 저희를 따라오게끔 분주히 움직이는 조합을 만들겠습니다.” 지난 2월 취임한 백정호 광주왕실도예사업협동조합 이사장(58)은 “우리는 일단 한 발 나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조합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와 함께 광주의 자랑인 왕실도자기를 알리겠다는 다짐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달 항아리(Moon Jar)’에서 출발했다. 어떠한 무늬와 장식도 없는, 완전한 원형일 수 없고 비정형이라고도 볼 수 없는 세계적 예술품 ‘백자 달 항아리’가 경기 광주에서 탄생했다는 설명이었다. 백 이사장은 “조선시대 왕실과 관청에서는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 전국 각지로부터 백자 등을 공급 받았다. 그때 질이 가장 좋고 우수하다고 평가됐던 게 (현재 달 항아리로 불리우는) 우리 광주 도자기”라며 “쉽게 비유하면 예전에는 특산물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관요(官窯)와 사옹원(司饔院)이 있었는데, 도자기만 별도로 광주에 분원을 뒀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달 항아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멋이자 맛”이라며 “그 역사가 조선에서, 그 중에서도 경기 광주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가 필요하고 가마에는 땔감이 들어간다. 주된 땔감은 소나무였는데, 베고 자라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해 10년 주기로 분원이 옮겨다녔다. 그렇게 광주 이곳저곳에 왕실도자기와 관련한 ‘흔적’이 남게 됐다. 백 이사장은 “마지막 분원은 현재의 팔당댐 일대로 약 130여 년을 자리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소나무를 따라 옮겨다녔기 때문에 지금 광주 어디를 가도 가마터나 도자기 파편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왕실도자기의 역사가 곧 광주의 역사”라고 했다. 수많은 자기와 수많은 생산지역이 있지만 그는 광주를 ‘종갓집’에 빗댔다. 하지만 왕실도, 관청도 존재하지 않는 오늘날, 왕실도자기를 일군 ‘종갓집 도예인’들의 고민은 깊기만 하다. 인테리어 소품용으로 상업화하자니 왕실도자기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고, 왕실도자기의 역사성을 기리자니 수요가 낮아질 것 같은 딜레마에 놓여서다. 백정호 이사장은 “왕실도자기로서의 고품격, 고부가가치만 추구한다면 더이상 맥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업계가 고령화 돼 있고 도자기를 찾는 수요도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적’인 작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우리 조합의 가장 큰 몫이자 숙제”라고 했다. 그는 이른바 ‘굿즈’처럼 임기 내 조합만의 브랜드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다. 백 이사장은 “과거에 비해 조합원사가 많이 줄어 지금은 37개사가 함께하고 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지만 아무리 적게 팔리고, 선조들이 했던 것보다 인기가 없어도, 결국은 자기가 좋아서 이 일을 놓지 못한다”며 “조합 공동의 생산·제조 품목 등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과제이자 바람”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듬해(1949년) 우리나라 최초로 ‘국채법’이 제정됐다. 임시정부를 거쳐 새로운 대한민국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세입 부족·재정 적자를 타파하기 위한 방책이 ‘국채’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 재건, 국방력 강화, 치안 유지에 목적을 두고 발행된 국채는 ‘건국국채’로 명명됐고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살리기 위해 대량으로 풀렸다. 호국의 탄환이 된 건국국채가 갖는 역사성과 가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애국심 발현 ‘건국국채’… 대한민국 탄생 밑거름 지난해 12월, 장성숙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73)이 작고한 큰오빠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큰오빠의 서재에 생전 아버지가 남긴 자서전 <나의 생활자욱>이 꽂혀있는 게 보였다. “30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저희 가족에게 각자 2권씩 본인의 자서전을 주셨어요. 큰오빠도 보관하고 있던 거죠. 별 생각 없이 펼쳐봤는데 그 안에서 종이 봉투가 하나 나왔어요. 아버지 필체로 ‘건국국채(建國國債)’가 쓰인 봉투요.” 장성숙 씨는 조심스레 봉투를 펼쳤다. 그 안에는 자주색, 초록색, 주황색 등 손바닥보다 약간 큰 크기의 종이 수십장이 고이 보관돼 있었다. ‘오천원, 단기 4281년, 일련번호 D352768, 5년 만기, 연 3푼5리, 제2차 5분할 건국국채 증서, 재무부장관’, ‘일천원, 단기 4281년, 일련번호 A335075, 5년 만기, 연 5푼, 제4차 5분할 건국국채 증서, 재무부장관’. 그렇게 ▲오천원 2개 ▲이천원 4개 ▲일천원 10개 ▲일백환 6개 등 총 22장의 건국국채 증서가 나왔다. 장성숙 씨의 부친인 장래복 씨가 1952년 무렵 ‘5년 만기 연 3.5%~5% 이율’의 재무부 발행 국채를 2만8천600원(환 포함) 사들였다는 의미였다. “저희 아버지는 늘 ‘애국 정신을 가지고 살아라’,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하셨지만 건국국채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안 하셨어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1919년에 태어난 장래복 씨는 과거 인천시(당시 경기도 인천시)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다 건국 과정에서 ‘집’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집을 지으려면 자갈·모래를 실을 트럭이 필요했기에 화물업에도 종사해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 이사장(1972년)까지 됐다. 중간중간엔 기와·벽돌공장도, 가구공장도 운영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나라의 이익을 위해 살라고 하셨죠. 어려운 청소년, 힘 써주는 군인, 열악한 대한민국 환경 정비에 매진하시면서 ‘미래 우리나라가 먹고 살 게 없어지면 안 된다’고 다방면에서 갈고 닦으라고 하셨어요. 6·25전쟁 직후에 사들인 건국국채도 애국심이셨던 것 같아요. 큰오빠도 참, 이걸 혼자만 알고 있었다니.”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재무부에서 5년 만기로 냈던 국채, 이젠 국채법상 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원금 상환 및 이자 지급이 어렵다. 그럼에도 장성숙 씨가 아버지의 가슴 속 사무치는 건국국채를 꺼내든 이유는 하나다. “일흔이 넘은 저도 ‘이게 뭐지’ 했을 정도이니 자라나는 많은 분들은 더욱 건국국채를 모르실 거에요. 근데 아직 100년도 되지 않은 일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광복 80주년에, 6·25전쟁 75주년에 건국국채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금 모으기 운동처럼 ‘이런 게 있었구나, 이름도 흔적도 없지만 경제를 위해 애쓴 분들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거면 돼요.” 너도나도 ‘나라 살리자’… 전쟁 폐허 속 ‘韓 경제’ 기틀 마련 6·25전쟁 75주년을 하루 앞두고 돈 얘기를 꺼내보려 한다. 호국보훈과 거리가 멀 것 같은 국채·채권·주식 얘기다. 연관이 없어보여도 묘하게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국채·채권·주식이 사실상 건국 초기 ‘나라 재건’을 위한 ‘애국’의 일환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6·25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는 군수 물자 조달 등을 위해 국채 등이 대량 발행, 한국 경제 움직임의 기틀이 됐다. ■ 대한민국 출범과 함께 재정 적자…국채법 탄생 23일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채는 1949년 제정된 ‘국채법’에서 출발한다. 미군정 시기까지만 해도 통치 자금은 한국은행 차입금을 통해 해결했지만 재정적자가 누적됐고, 임시정부를 지나 ‘대한민국’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만성 적자에 직면했기에 ‘국채’를 통한 자금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채법을 세운 후 세입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처음으로 ‘건국국채(건국공채)’를 발행했다. 당시 국채발행요강에 따라 건국국채는 1950년부터 1963년까지 총 17회 발행됐다. 금액상 가장 적었던 건 제1회(1억환)였고, 가장 많았던 건 1958년 제11회(180억환)였다. 특히 6·25전쟁 발발 이후엔 국군 양병 및 군수 물자 조달을 위해 건국국채가 대량으로 발행됐다. 이 여파로 가치는 소폭 떨어졌으나 휴전(1953년) 이후 안정을 찾으며 다시 그 가치를 회복했다. 건국국채 제1~4회 발행분은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이었다. 제5~6회는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 제7~9회는 ‘3년 거치 4년 분할상환’, 제10회 이후는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등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환 기간이 늘어나는 등 국채 발행 조건이 달라졌다는 건 실질적으로 국가가 ‘상환 능력’이 부족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일부는 상환 등 조처를 취했다는 게 현재의 기획재정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국국채 상환 혹은 보상에 대한 문의가 종종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면서 “건국국채는 1952년부터 1975년까지 총 98억5천300만원 상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채법상 원금 및 이자 상환에 관한 소멸시효가 규정돼 있었고, 해당 국채 증서상에도 상환 조건과 소멸시효 등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최종 소멸시효는 만료돼 원금 상환 및 이자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나라 세우게 돈 보태자”…채권시장 확대 건국국채를 사들인 이들의 상환 시점이 지나도 정부(당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는 갚을 길이 없었다. 그야말로 건국국채가 ‘종잇조각’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세수 충당이 절실했다. 광복 및 전쟁 이후엔 ‘상장회사’라고 할 곳도 적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키울 수는 없고 유일한 수단이 ‘채권’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건국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터라, 새 금융 안정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온 게 ‘주택채권’ 등의 발행이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애국의 일환으로 매도·매수한 채권들이 각종 폭등·폭락으로 연결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외환거래 관련 세금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렇게 각 ‘지방은행’들이 태어났다. 1969년 창립한 인천은행의 경우 1972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며 경기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했다. 당시 인천이 경기도에 속해 있어서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방 경제를 육성하면서 자금을 선순환해야 했기 때문에 건국국채처럼, 주택채권처럼, ‘국가 주도 금융정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지방은행의 주식 매입을 독려했다는 전언이 있다. 장래복 씨의 경우 정부로부터 상환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애국심’ 하나로 건국국채 등을 평생 소유했다. 그가 보관했던 ‘애국심’들은 ▲건국국채 2만8천600원(환 포함·1952년) ▲주식회사경기은행 및 주식회사한국상업은행 주권 51만5천원(1987~1993년) ▲제1종국민주택채권 8만원(1993년) 등이다. 당시 돈의 가치를 현재에 맞춰 환산하긴 어렵지만, 1962년 우리나라가 화폐개혁을 통해 1환을 10원으로 대체한 만큼 적어도 10배의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설탕 한 근(600g)이 16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5천원으로 가정해도 30배 이상의 차이다. 장래복 씨의 딸인 장성숙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73)은 “어려운 시절을 딛고 경제대국이 된 우리나라의 이면엔 치안부터 경제까지 곳곳에 국민의 애국심이 묻어 있다”며 “아버지가 남긴 건국국채 등을 지역사회에 기증해 후손들이 건국 세대들의 애국심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한양경제 기사입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고 있다. 해협 봉쇄시 예상되는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정유업계와 해운업계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22일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같은 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한 대응이다. 다만 봉쇄의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기에 아직 해협 봉쇄가 이뤄진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 및 아랍 에미리트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1%와 해상 원유 수출의 3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한국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해 들어온 원유 수입량은 전체의 68.2%에 달한다. 실제로 해당 해협이 봉쇄되면 한국 경제 전반은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절반이 넘는 원유를 우회해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물가지수의 에너지의 변동이 전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만큼 원유 가격의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강성우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기대심리가 있고 유가가 실제로 배럴달 10달러 오른 상태니 물가 상승에 대한 부분은 피하기 어렵다 본다”고 진단했다. ■ 해협 봉쇄시 국제유가 최대 130달러 상승 전망 국내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협 봉쇄 파장은 곧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과 함께 3%가 올랐다. 23일 오전 7시 30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6.32달러에 거래가 이뤄졌다. 브렌트유의 경우 배럴당 79.49달러를 기록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수입의 63%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해양진흥공사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하루 1,800~2,000만 배럴의 원유 운송이 중단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내 정유 비축분도 약 200일분에 불과하기에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정유업계의 타격도 커지게 된다. 실제 지난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3.1달러였다. 4월에는 평균 3.66달러로 소폭 올랐고, 5월에는 평균 6.7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를 뺀 금액이다. 정유사 이익의 핵심 지표로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올 1분기 정제마진 악화로 실적이 급감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2분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1분기 석유사업 부문은 영업이익이 363억원으로 전 분기(3061억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에스오일은 215억원 영업손실을 보였다. HD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도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5월 들어 정제마진 회복으로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됐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 3~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원유 실물시장은 통상 3개월에서 6개월간 인도하는 거래로 이뤄진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할 경우,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 충돌 사태가 장기화 되면 정유업계 침체 우려가 또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 "정제마진은 경기 상황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에 긍정적이거나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오히려 지금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더 커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정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최악의 변수라고 지목한다. ■ 해협 봉쇄시 공급망 차질로 해상 운임 상승 상황을 주시하는 건 국내 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해상 운임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배들의 운임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13일에 1,968을 기록했다. 세계 컨테이너 시황을 반영한 지수인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13일 1,243에서 지속 상승해 20일에는 1,342를 기록했다. 해운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로 인해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해협이 봉쇄되면 공급망 차질로 인해 운임이 올라 단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항로 우회로 인해 운항 거리도 증가하기에 연료비와 운항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더해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할 경우 해운사들의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연료비와 운영비 등이 올라 비용 상승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은 없지만 중동 상황은 지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협 봉쇄시 이란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은 2010년대 서방의 제재 당시 해협 봉쇄를 경고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강성우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할 경우 이란 국내에도 영향이 가는 부분이 있어 쉽게 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국 내 수출과 교역도 차단되기 때문에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하기는 어려울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보험료 인상 등이 예상되고, 실제 해협이 봉쇄될 경우, 선박 정체 등 원활환 운항이 어려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항공기업으로 불똥 튀나?…유류비 부담 가중 항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유류비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한다. 1분기 보고서 기준, 대한항공은 연간 약 305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3050만 달러(약 443억672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항공사별로 유류 할증료와 유류 헤지, 비축유 등으로 유가 급등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동의 긴장감이 장기화할 경우 유류할증료가 오르는 등 소비자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통상 유류할증료는 유가 변동에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처럼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7~8월쯤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기적의 비만약이라 불린 위고비의 인기가 주춤해지자 국내 제약사들이 비만 치료제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배고픔 조절 리모컨 역할을 해주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기반 약물인 위고비가 비만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지만, 살이 빠지면서 근육 손실이 동반되는 등의 부작용이 심나타나면서 점차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위고비의 유행 이후로 국내외 제약사를 중심으로 체 감량 효과는 더 크고, 부작용은 더 적은 약품을 내놓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점점 커지는 비만 치료제 시장 이제 비만은 단순한 질병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200여 질병을 유발하는 비만은 이른바 ‘관문 질환(gateway disease)’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건 인류 건강 증진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비만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인구는 2020년 9억8800만여에서 2035년 19억1400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 인구 증가에 따른 비만 합병증과 관련된 의료 비용과 노동력 손실 등 사회적 비용도 2020년 1조9600억달러에서 2035년 4조3200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비만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 더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계는 끊임없는 실험으로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만 치료제 개발로 앞으로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 삶의 질 개선 등 전 세계인의 건강에 여러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제의 비싼 가격 문제도 서서히 해소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현재는 고가의 약값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비만 환자들은 비만 치료제의 혜택을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가격이 내려가면 보다 광범위한 건강 증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비만 치료제는 체중 감량 효과 외에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로도 주목받고 있다. 비만 치료제의 본래 기능인 ‘배고픔을 억누르는 효과’를 넘어 ‘다른 욕망을 억제하는 효과’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비만 치료제는 쾌감·즐거움과 관련한 도파민 분비를 제어해 식욕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부 제약회사들은 비만 치료제로 알코올이나 담배의 주요 성분인 니코틴, 마약에 대한 갈망까지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며 비만 치료제는 단순히 체중 감량을 도와주는 약물이 아니라 ‘21세기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국내외 제약업계가 개발 중인 비만 신약후보물질은 2023년 121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개 늘었다. 그중 임상3상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은 49개, 임상2상은 50개, 임상1상은 22개로 집계됐다. ■ 비만 시장서 속도 내는 국내 바이오기업 한미약품, 일동제약 잰걸음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중에서는 한미약품, 일동제약, 디앤디파마텍, 뉴로보 파마슈티컬스, 디엑스브이엑스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제약사 중 한미약품과 일동제약,HK이노엔은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 참가해 신약 개발 성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신약은 체지방은 많이 줄어들게 하면서도 근육량은 유지할 수 있거나, 당뇨 예방까지 가능케 하는 약이다. 한미약품은 기존의 GLP-1을 비롯한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CRF2(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UCN 2(Urocortin 2) 유사체인 HM17321 개발에 나섰다. HM17321은 올해 하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17321은 지방은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도 근육량은 증가시키는 ‘퍼스트 인 클래스’ 비만 혁신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특히 이 신약은 생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에 실현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작용 기전 기반의 혁신적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HM17321은 한미약품 R&D센터에 내재화된 최첨단 인공지능 및 구조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설계됐으며, 표적 수용체에 대한 선택성과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지방은 효과적으로 감량하면서 동시에 근육량은 증가시키도록 설계됐다. HM17321은 펩타이드 기반 물질로 설계돼 투여 편의성이 높고,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특히 병용 치료제로 개발될 경우, 기존 인크레틴 계열 약물과 하나의 주사기에 혼합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어 환자 편의성이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동제약그룹도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인 유노비아를 통해 비만과 당뇨 등을 겨냥한 대사성 질환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의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ID110521156은 GLP-1 RA(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로, 체내에서 인슐린의 합성 및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유노비아 측은 “ID110521156은 기존의 대표적 치료제인 펩타이드 소재의 주사제에 비해 뛰어난 생산성과 우수한 사용 편의성 등 뚜렷한 차별점을 지니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경구용(먹는) 합성 신약 후보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유노비아는 ID110521156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약력학적 특성을 평가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임상 1상 단회용량상승시험(SAD)을 완료하고 현재 후속 연구인 다중용량상승시험(MAD)을 시행 중이다. 이밖에 HK이노엔은 중국 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GLP-1 작용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HK이노엔은 지난 5월 국내 임상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국내 성인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 384명을 대상으로 에크노글루티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도 본격화했다. 이처럼 바이오·제약 회사들이 비만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또한 정부와 협력해 △치료제 접근성 개선 △장기 안전성 확보 △보험 급여 △비만 예방·관리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신약 후보물질들도 글로벌 시장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며 “신약 개발에 성공해 상업화까지 이뤄진다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공항공사는 23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인공지능(AI) 혁신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지능형 공항 구현을 위한 본격적인 추진체계에 돌입했다. 공항공사는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전략에 따른 공공부문 AI 활용 확대 기조에 따라 공항 운영 전반에 AI를 체계적으로 도입하고자 ‘AI 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혁신위는 AI 기반 업무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전사적으로 추진한다. 혁신위는 사장을 위원장으로 전략·제도개선, 운영혁신, 안전·윤리, 기술·인프라, 수익창출, 현장개선 등 6개 분과위원회와 자문단, AI 워킹그룹으로 이뤄진다. 각 분과위는 오는 7월부터 공항 현장의 AI 수요를 반영해 개선과제와 실행방안을 마련, 정기적인 경영회의와 자문을 통해 과제별 추진 성과를 점검한다. 공항공사는 혁신위 운영으로 공항산업 전반의 AI 기반 혁신을 주도한다는 목표다. 특히 정부의 AI 정책과 ‘AI 기본법’ 제정 등 제도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체계를 확립해 공공부문 AI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예정이다. 이정기 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은 “AI 혁신위원회 출범은 공항공사의 조직 역량과 기술 전략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기반 혁신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공공서비스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델타항공은 최근 글로벌 항공사 평가 기관인 항공 여객 경험 협회(APEX)가 선정한 ‘미주 지역 최고 글로벌 항공사’에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APEX 어워즈는 전 세계 600여개 이상의 항공사를 대상으로 100만편 이상의 항공편에서 수집한 승객들의 익명 평가를 기반으로 선정한다. 평가는 5점 만점으로 이뤄지며 좌석의 안락함, 기내 서비스, 기내식, 기내 엔터테인먼트, 와이파이 등 5개 항목을 평가한다. 델타항공은 고객 경험을 높이기 위해 혁신적인 서비스와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티모바일(T-Mobile)과의 협업으로 대부분의 항공편에 초고속 무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인 델타링크 와이파이를 도입, 고객이 비행 중에도 업무와 엔터테인먼트까지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소니(Missoni)와의 파트너십을 확대, 델타 원 비즈니스 클래스에 세련된 디자인 디테일과 한층 고급스러워진 어메니티를 더해 프리미엄 경험을 강화했다. 에릭 스넬 델타항공 고객서비스 최고책임자는 “APEX로부터 ‘미주 지역 최고 글로벌 항공사’로 선정된 것은 델타 고객이 보내준 신뢰”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행 전반에 걸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델타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상에서부터 기내에 이르기까지 모든 여정에서 향상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델타의 약속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이사장 시석중, 이하 경기신보)이 고양특례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금융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고객 응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양지점을 확장 이전했다. 경기신보는 최근 원당역지점을 새롭게 개설한 데 이어 고양지점을 대화역 인근으로 확장 이전했다고 22일 밝혔다. 경기신보는 고객 분포와 이용 수요를 고려해 지점 위치를 재배치하고, 보다 효율적인 접근성과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확장 이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보는 이번 고양지점이 넓어진 내부 공간은 물론 상담 환경도 개선돼 고객 만족도 제고와 직원 업무 효율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신보는 이번 고양지점 이전을 단순한 공간 이전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고양지점과 원당역지점이 각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춘 금융 거점으로서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든든한 금융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20일 고양지점 이전을 기념해 연 행사에서는 시석중 경기신보 이사장을 비롯해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고은정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고양10), 김완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국민의힘·고양12), 김운남 고양특례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고양타), 공소자 고양특례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더불어민주당·고양아), 이해림 고양특례시의회 환경경제위원장(더불어민주당·고양마) 등 지역 주요 인사가 참석해 이 같은 취지를 되새겼다. 또 김용락 고양특례시 소상공인연합회장 등 지역내 기업인과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함께 고양지점의 새출발을 응원했다. 이번 행사에서 경기신보는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와 금융 지원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 고객감소, 자금난 등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과 협력 방향을 함께 모색했다. 이동환 시장은 “지역 곳곳에 실질적인 금융 지원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경기신보가 발 빠르게 움직여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번 고양지점 이전이 시민들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고양특례시는 앞으로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더 나은 금융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시석중 이사장은 “고양특례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시정을 이끌어 주시는 이동환 시장님께 감사드린다”며 “경기신보는 앞으로도 금융이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다가가는 기관으로서, 도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경기도 및 경기도의회와 협력하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AI 시대에 중요성이 커진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 지방 분산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수도권 집중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장비 등 IT 인프라를 보관하고 운영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방대한 연산 능력과 데이터 저장 공간이 필요한 AI에는 필수적인 시설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참여한 행사에서는 AI 데이터센터가 미래 산업을 여는 디지털 고속도로가 될 것이라며 규제 혁신과 민간 투자 유도를 약속했다. 이민주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데이터센터는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한다”며 “AI 모델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고 AI 모델을 도입하는 기업과 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현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는 “클라우드 상에서 많은 종류의 AI 관련 연산이 이뤄지고 그게 전부 데이터센터 안에서 이뤄진다”며 “이제는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AI를 돌리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을 시행하며 데이터센터의 비수도권 분산을 시도했지만 수도권 집중화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의 데이터센터는 한국 운영 용량의 73%를 차지했다. 김장현 교수는 “유지보수가 물리적으로 가까워야 하는 측면이 있고 데이터센터를 관리·운영하는 인력 역시 멀리 있으면 상시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국내 AI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그런 수요자들도 가까이에 데이터센터가 있기를 희망하는게 현실이다”라고 진단했다.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기관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투자 이력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중소기업 고용인원의 수도권 비중은 82.1%였다. 같은 기간 서울 고용인원 비중은 전체의 65.8%를 차지했다.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모도 해결 과제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는 AI와 클라우드의 수요 증가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약 415테라와트시를 기록했다. 2035년에는 전력 소비량이 전 세계 전력 수요의 4.4%에 해당하는 최대 1,700테라와트시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9년까지 41.5기가와트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신형 원전 30기 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경우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으로 인해 전력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 없는 상태다. 김장현 교수는 “소형 원자로 형태의 발전소를 데이터센터에 붙이려고 해도 기술이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도권에 두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재생에너지의 기술 발전도 AI 데이터센터를 충분히 뒷받침할 때까지는 최소 몇 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립과 지역 분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기피현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김장현 교수는 “주거지역에는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오해 등으로 데이터센터가 들어가기 어렵다”며 “토지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외곽으로 빠지려는 흐름이 있지만 이제는 외곽에서조차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유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2월부터 신축 공사를 시작한 구로데이터센터는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공사장 인근 주민들은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립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서울 구로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시행사 측에 원만히 합의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있다”며 “행정청으로서는 어느 한 쪽 편에 서서 강제로 어떻게 하라고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AI 연산이 NPU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에 제기되는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NPU(신경망 처리 장치)는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된 하드웨어다. 다수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해 효율성을 높이고 CPU나 GPU보다 전력 소모가 적다. 김장현 교수는 “최근에는 GPU 일변도 AI 연산에서 NPU 등에 의존하는 AI 연산으로 패러다임이 조금씩 옮겨지고 있다”며 “CPU 기반 기존 서버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한 대의 컴퓨터처럼 활용되면 데이터센터에 대한 물리적인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입니다.” 올여름의 본격적인 시작점이었던 9일.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 가평 달생협동조합에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가 모였다. 여주현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장(69)의 진두지휘 아래 모인 60여명의 회원들은 연신 구슬땀을 흘리며 김치 담그기에 한창이었다. 이들이 완성한 열무김치 900㎏은 가평군 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됐다. 1955년 의정부 대농의 딸로 태어난 여 회장은 청년 농군으로 성장했다. 그는 “경운기로 논을 갈고 밭을 갈던 힘든 시절의 추억을 안고 살며 농작물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며 “자식 같은 농작물로는 쌀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먹거리 풍경이 달라지며 쌀을 찾는 사람은 줄었지만 그는 환경이 녹록지 않음에도 쌀농사가 국내 먹거리 산업의 기반이라고 본다. 올해로 설립 30년이 된 농가주부모임은 농협 조합원이면서 동시에 직접 농사도 짓는 전국 단위의 주부 모임이다. 경기도연합회에는 3천9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으로 여 회장은 3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1년은 누구보다도 알차다. 농작물 키우기만 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지역사회 봉사도 꾸준히 진행하며 나눔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새싹이 고개를 내미는 봄에는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전통 된장 가르기 행사’를 진행한다. 된장과 간장 등을 담가 일부는 소외계층에 나누고 나머지는 공동소득사업으로 판매해 수익금으로 다시 봉사를 하며 나눔 순환운동을 지속한다. 여름에는 ‘찬찬찬(찬饌贊) 사랑의 여름 김치 나눔 행사’를 실시한다. 찬찬찬 활동은 농촌의 홀몸 어르신과 소외계층에게 회원들이 정성을 담아 직접 만든 밑반찬을 나누는 대표적인 지역사회 공헌 사업이다. 무더운 여름을 이겨낸 농작물이 결실을 보는 가을에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이웃사랑을 실천한다. 추석 전 나박김치와 명절 음식을 준비해 지역 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낸다. 겨울에는 몸과 마음 모두 따스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연탄 나눔 행사를 전개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고령화로 인해 일손이 부족해진 농가를 찾아 ‘일손돕기 운동’ 등을 펼치며 지역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여주현 회장은 “직접 농사를 짓고 농업 현장의 중심에 있기에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도움이 필요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런 부분에 결핍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농업인이자 주부로 자부심을 느낀다. 사회에 환원할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지역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대규모 소비촉진 캠페인인 ‘2025 경기 살리기 통큰 세일’ 행사가 21일 오산 오색시장에서 성대하게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날 오후 진행된 개막식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이권재 오산시장, 경기도의원 및 오산시의원, 오색시장 상인과 시민 등 200여명이 함께 했다. 개막식은 김민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의 행사소개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이 ‘통큰 세일상자’를 함께 여는 퍼포먼스를 통해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가 통 크게 준비했다. 지난해 40억원 예산을 올해 100억원으로 2.5배 늘렸다. 또 (참여) 시장도 2배 이상 늘려서 경기도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다 합쳐서 400곳 넘는 곳 전부 혜택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큰세일을 계기로 지금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또 골목상권 계시는 많은 분들 힘내시기 바란다. 시장이 활기차게 돌아가고 장사가 잘 돼서 상권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며 “도민 여러분들께서는 장바구니 물가 걱정 좀 덜었으면 한다. 지금 최대 20%까지 할인(환급) 행사까지 하니 마음껏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권재 오산시장도 “100년 전통의 오색시장에서 이번 통큰 세일의 시작을 알리게 돼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며 “오산시는 앞으로도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올해 통큰 세일의 핵심은 ‘최대 20% 소비인증 페이백’ 제공이다. 행사기간 동안 소비자는 구매금액에 따라 하루 1인 기준 최대 3만원까지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 또는 경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3만~5만원 미만 구매 시 5천원 ▲5만~10만원 미만은 1만원 ▲10만~20만원 미만은 2만원 ▲20만원 이상은 3만원이 환급된다. 오산 지역에서는 ▲오색시장 ▲원동상점가 ▲운암뜰 상가 ▲오산대역 상가 등 4개 상권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경기도는 이번 행사를 통해 소비가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소비구조를 정착시키고, 경기 전역의 상권에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살리기 통큰 세일’ 행사는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며 기간 중 도내 주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400여곳에서 다양한 할인 및 이벤트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