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입니다.”
올여름의 본격적인 시작점이었던 9일.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 가평 달생협동조합에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가 모였다.
여주현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장(69)의 진두지휘 아래 모인 60여명의 회원들은 연신 구슬땀을 흘리며 김치 담그기에 한창이었다. 이들이 완성한 열무김치 900㎏은 가평군 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됐다.
1955년 의정부 대농의 딸로 태어난 여 회장은 청년 농군으로 성장했다. 그는 “경운기로 논을 갈고 밭을 갈던 힘든 시절의 추억을 안고 살며 농작물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며 “자식 같은 농작물로는 쌀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먹거리 풍경이 달라지며 쌀을 찾는 사람은 줄었지만 그는 환경이 녹록지 않음에도 쌀농사가 국내 먹거리 산업의 기반이라고 본다.
올해로 설립 30년이 된 농가주부모임은 농협 조합원이면서 동시에 직접 농사도 짓는 전국 단위의 주부 모임이다. 경기도연합회에는 3천9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으로 여 회장은 3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1년은 누구보다도 알차다. 농작물 키우기만 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지역사회 봉사도 꾸준히 진행하며 나눔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새싹이 고개를 내미는 봄에는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전통 된장 가르기 행사’를 진행한다. 된장과 간장 등을 담가 일부는 소외계층에 나누고 나머지는 공동소득사업으로 판매해 수익금으로 다시 봉사를 하며 나눔 순환운동을 지속한다.
여름에는 ‘찬찬찬(찬饌贊) 사랑의 여름 김치 나눔 행사’를 실시한다. 찬찬찬 활동은 농촌의 홀몸 어르신과 소외계층에게 회원들이 정성을 담아 직접 만든 밑반찬을 나누는 대표적인 지역사회 공헌 사업이다.
무더운 여름을 이겨낸 농작물이 결실을 보는 가을에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이웃사랑을 실천한다. 추석 전 나박김치와 명절 음식을 준비해 지역 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낸다.
겨울에는 몸과 마음 모두 따스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연탄 나눔 행사를 전개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고령화로 인해 일손이 부족해진 농가를 찾아 ‘일손돕기 운동’ 등을 펼치며 지역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여주현 회장은 “직접 농사를 짓고 농업 현장의 중심에 있기에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도움이 필요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런 부분에 결핍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농업인이자 주부로 자부심을 느낀다. 사회에 환원할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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