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은 학교마다 현장체험학습을 고민한다.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유죄 선고에 따른 파장이다. 현장체험학습 중의 학생 사망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다. 일선 교사들은 체험학습 폐지론까지 들고 나온다. 형을 받고 퇴직할 수도 있는데 계속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소풍, 수학여행도 줄이거나 당일치기로 바꾼다고 한다. 현장체험학습은 교실을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체득하는 학습활동이다.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학습 흥미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등으로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늘 있어 왔다. 이번 인솔 교사 유죄 판결이 논란을 더 키운 셈이다.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져 간다고 한다. 인천교사노조가 최근 관련 조사를 했다. 인천 교사 555명 중 432명(78%)이 현장체험학습 전면 폐지를 희망했다. 418명(75%)은 안전사고 민형사 재판에 대한 법률 지원을 호소했다. 인천 한 초등학교는 일단 이번 학기 체험학습을 다음 학기로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초등학교도 다음 학기로 미루기 위해 학부모 의견을 듣고 있다. 교사들을 보호할 구체적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학기 초라 어쩔 수 없이 ‘취소를 전제로 한’ 체험학습 계획을 짜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현행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교사 면책 조항이 마땅히 없다. 현장체험학습 등 교육 활동 중 안전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부분이 불명확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면책 단서 조항을 적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 조항조차도 모호하다며 현장학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체험학습의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놓는 대책들도 문제다. 지방의 한 교육청은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계획에 대한 학부모 동의율을 70%로 정했다. 최소 1회 이상 사전 답사,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안전요원 증원 등도 지켜야 한다. 체험학습 후의 사후 정산 업무까지 교사에게 맡기기도 한다. 교사들이 꺼릴 만도 하다. 선생님들을 나무랄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체험학습 기피가 그들에게는 남은 자구책이기 때문이다. 누가 감옥에 가고 교단에서 쫓겨나기를 바라겠는가. 교사와 학부모, 학생도 원하지 않는다면 체험학습의 지속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시대도, 교육 환경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사법적 판단의 중차대성을 새삼 느낀다. 그러고 보니 체험학습을 생업으로 삼아 온 이들도 앞으로 걱정이 많겠다 싶다.
지금 인천 서구 루원시티는 상전벽해를 실감케 한다. 10년, 15년 전 이 일대는 거대한 폐허였다. 대규모 개발 사업을 위해 보상·이주가 먼저 이뤄졌다. 곧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사업은 실종 상태로 들어간다. 캄캄한 동네의 상가며 빈집들은 마냥 을씨년스러웠다. 지금은 사라진 가정오거리에서는 밤마다 ‘개발 촉구’ 촛불 시위가 열렸다. 강산이 바뀔 만큼의 세월이 지나고서야 달라졌다. 이제는 8천여가구의 신흥 신도시로 거듭났다. 인천시의 복합행정청사가 들어서고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도 한창이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 달리 안으로는 꼬여 있다고 한다. 준공이 6차례나 미뤄지면서 여전히 미준공 신세라고 한다.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의 줄다리기지만 피해는 입주민 몫이다. 루원시티는 지난 2006년 사업이 시작됐다. 2조9천여억원을 들여 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90만6천여㎡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표류를 거듭한 끝에 2022년 들어 주민 입주가 시작됐다. 현재 6개 공동주택단지에 8천544가구가 입주해 있다. 그러나 미준공 상태로 인해 입주민들은 토지등기도 없는 반쪽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LH 간의 갈등 때문이다. 인천시는 LH에 대해 경인고속도로·인천대교 구간의 방음벽 설치와 가정중앙시장역의 지하철 시설물 이설을 요구하고 있다. 아니면 준공인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루원시티 사업 도중에 환경·교통영향평가의 기준이 달라진 만큼 이들 추가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LH는 그러나 당초의 영향평가 결과와 다르므로 이행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들 공사에 따른 비용 문제일 것이다. 최소 수백억원이 드는 공사라고 한다. 입주민들이야 이럴 줄 알았겠는가. 주민들은 현재 건물등기만 있을 뿐 토지등기가 없다. 신규 택지에서 분양을 받은 주민들은 지자체가 준공 인가를 내줘야 지번을 받아 등기권을 설정할 수 있다. 건물등기뿐이니 은행 담보대출 한도도 낮다. 금리도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추가 대출을 내려 해도 제한을 받는다. 대부분 주민들이 3년이 넘도록 불완전 등기에 따른 이런 재산상의 피해를 안고 산다. 뒤늦게나마 인천시와 LH가 수습에 나섰다고 한다. 집합건물 등 입주구역을 중심으로 한 단계별 준공 등이다. LH는 이를 위해 부분 준공을 위한 개발계획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준공 면적 및 규모 등에 대한 협의도 끝내지 못했다. 도장을 움켜쥔 지자체와 국가 공기업 간 힘겨루기인가. 전 재산을 털어 들어온 입주민들은 무슨 날벼락인가.
인천형 저출생 주거정책 ‘천원주택’이 첫 신청에 들어갔다. 첫날부터 문을 열기도 전 줄을 선다는 ‘오픈런’ 을 보였다. 하루 임대료, 1천원은 파격이다. 저출생을 넘어 청년 투자이기도 하다. 개점 첫날의 오픈런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저성장 시대 우리 청년들이 마주한 어려움들이다. 취업 결혼 출산 등 평범한 생애 과제조차 힘겨운 그들이다. 천원주택은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으로 나뉜다. 인천시가 매입하거나 전세 계약한 주택을 청년층에 임대한다. 매입임대주택은 하루 1천원, 월 3만원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집이다. 최장 6년 동안 살 수 있다. 이후에는 월 임대료 28만원에 14년까지 지낼 수 있다. 입주 대상은 신혼부부(혼인 7년 이내), 예비신혼부부, 한부모가정, 신생아 가구 등이다.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30%(맞벌이 200%) 이하다. 자산 기준은 3억6천200만원 이하다. 이들 항목별 점수 등을 따져 최종 입주 순서를 정한다. 올 하반기 시작할 전세임대주택은 신혼부부가 85㎡ 이하 시중 아파트·빌라를 직접 고른다. 그러면 시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하고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 전세보증금이 2억4천만원 넘으면 초과분만 본인 부담이다. 지난 6일부터 매입임대주택 500가구 신청에 들어갔다. 이날 하루만 628명이 신청했다. 이어 7일에도 497명이 신청을 마쳤다. 오는 14일까지 신청이 이어지면 경쟁률이 최소한 5 대 1은 넘으리라는 전망이다. 첫날 인천시청 중앙홀에는 오전 6시부터 번호표를 뽑아 가기도 했다. 인천 청년만이 대상이 아니다. 이번 신청 대열에는 서울 경기 등 타 지역 청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인천 신혼부부가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신혼부부의 무주택 비율이 53% 정도다. 따라서 인천에서만 천원주택 신청 대상자가 5만가구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50만가구다. 인천시는 매년 1천가구씩, 2030년까지 6천가구를 공급한다. 이번 오픈런을 볼 때 공급이 크게 부족해 보인다.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다. 정책도 수요층 주목이 필요한 브랜드 정책 시대다. 인천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한 명분도 있을 것이다. 그들 역시 우리 미래 세대이고 인구 유입 효과도 있다. 그러나 공급이 너무 따라 주지 못한다. 자칫 ‘로또’ 청약으로 흐를 수도 있다. 자격을 갖추고도 밀려난 청년들의 실망도 걱정이다. 수많은 저출생·청년 복지들을 천원주택에 집중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천원주택에 대한 중앙정부의 액션을 기대하는 이유다.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이 2년째로 넘어간다.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은 돌아올 줄을 모른다. 일손 부족에 지친 전문의들마저 이탈해 공백을 키운다. 더 놀라운 것은 엊그제 입학한 의대 신입생들까지 수업을 거부한다는 소식이다. 일반 시민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러려면 왜 그토록 좁은 관문을 뚫고 의대에 들어왔는지. 지난 4일 전국 각급 학교가 새 학기를 맞았다. 지역의 인하대 의대, 가천대 의대도 올해 의예과 신입생을 받는 날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일보가 둘러본 인하대 의예과 1학년 강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시간 맞춰 강의실을 찾은 교수는 기다리다 그냥 되돌아갔다. 바로 옆 일반화학 강의실의 의예과 신입생 8명 뿐이었다. 그나마 “한번 둘러볼 겸 학교를 나왔을 뿐”이라고 했다. “동기 대부분이 등교 거부를 택한 것으로 안다”고도 전했다. 가천대 의대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인하대와 가천대는 각각 신입생 120명, 142명을 대상으로 의예과 학사 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신입생 대분이 등교하지 않았다. 인하대는 올해 신입생 정원이 49명에서 120명으로, 가천대는 40명에서 140명으로 늘었다. 신입생 3분의 2 정도는 의대 증원 덕을 본 셈이다. 인하대와 가천대는 각각 지난달 19일과 26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의대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등교 거부를 권유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 의대 신입생은 “선배들이 직접적인 등교 거부 지시는 하지 않았지만 수업을 듣지 말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굉장히 잘못됐고, 신입생들도 이런 걸 알아야만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대 증원의 혜택을 받아 의대에 들어온 만큼 수업을 들으려 하지만 선배들 눈치가 보여 고민’이라는 토로도 나왔다. 인하대 측은 신입생들을 설득하는 한편 교무처장과 의과대학장 명의의 학교 방침을 전달했다. 신입생의 경우 첫 1년 동안 일반 휴학이 불가능하고 휴학 신청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교육부도 의대 2025학번의 경우 증원을 알고 입학했기에 수업 거부 시 학칙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청운의 꿈에 부풀었을 신입생들의 등교 거부라니. 해외 토픽이 따로 없을 슬픈 자화상이다. 입학 정원 확대 수혜를 입어 의대에 들어왔다. 그런데 첫날부터 등교도, 수업도 거부다. 그러면 의대 증원을 거두고 다시 뽑아 달라는 얘기가 되는 것인가. 지원할 때는 몰랐나. 이율배반이다. 만약 선배나 의사단체 등이 이를 강권했다면 더 불행한 일이다. 스스로의 직분에 대한 자기 모욕이기 때문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대권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분권형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간 불을 지펴온 분권형 개헌론의 구체안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엔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도 열었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의 분권개헌론이라 설득력도 실린다. 지난 3일엔 서울에서 제이비(JB)포럼 창립 행사를 했다. 외곽 캠페인 조직으로 보인다. 이 행사에서 그는 또 다른 화두를 던졌다. 국회와 법원의 개혁이다. 국회·법원의 비대 권력을 막기 위한 처벌법 제정을 주장했다. 유 시장은 입법부와 사법부의 위법 행위를 모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중대재해라 규정했다. 이를 처벌해 반칙과 특권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 시장은 이날 강연에서 “국회·법원이 남용하는 무법의 권력 탓에 대한민국이 정치 후진국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법치주의이고 헌법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아니라는 것이다. 이 법을 가장 안 지키는 곳이 바로 국회라고 지적했다. 유 시장은 법을 만드는 국회가 헌법에 규정돼 있는 예산안 의결 시기(12월2일)를 해마다 어기고 있다고 했다. 헌법 제54조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국회는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또 사법부인 법원은 ‘6·3·3법’조차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규정)를 말한다. 이 조항은 제1심은 6월 이내에, 제2·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 조항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유 시장은 국회에서 예산 편성을 미루고 사법부가 부정선거를 방관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고 지적했다. 국회·법원이 남용하는 무법 권력이야말로 중대재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와 법원도 그 무법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나 법원도 그 의무와 책임을 저버렸을 때 처벌할 수 있어야 우리 사회의 특권문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도 했다. 어느 누구의 대권 행보를 떠나 틀린 말로 들리지는 않는다. 힘없는 국민들이 져야 할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는 그 처벌이 엄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들 권력들에 대해서는 아예 처벌 조항조차 만들어 두지 않았구나 싶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다. 왜 그런가. 필요 이상으로 국회·법원의 권력이 비대해진 때문이다. 180가지 특권의 국회의원에게 4년간 들어가는 세금이 1인당 60억원이라 한다. 비대 권력은 썩기 마련이고 국민의 짐이다. 그런데 그 처벌법 또한 그들 소관이니 누가 만들 것인가.
해안도로라 불리는 인천 아암대로가 과포화 상태라고 한다. 화물차와 승용차가 뒤엉켜 거대한 주차장을 이룬다. 이런데도 주변 지역 교통량은 계속 늘어난다. 인천신항과 송도국제도시, 시흥 배곧신도시 등의 간선도로다. 생업을 위해 매일 이곳을 지나야 하는 시민들은 비명을 지른다. 이곳 10여㎞ 구간에서 1시간을 까먹기도 한다. 몇 차례 확장 사업으로 더 넓힐 수도 없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건설이 해법이지만 마냥 늦어지니 답답하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는 수도권제1순환선의 바깥쪽을 원형으로 도는 노선이다. 전체 12개 구간(263.4㎞) 중 9개 구간은 이미 개통했다. 그러나 인천~안산 등 일부 구간이 빠져 미완성이다. 수도권제2순환선 인천~안산(19.8㎞) 구간 사업비는 1조6천889억원이다. 지난 2018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1구간인 시화나래나들목(IC)~남송도IC(8.4㎞) 구간은 올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2구간 남송도IC~인천 남항(11.4㎞) 구간은 아직 노선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처음 송도국제도시 바깥 서해 바다를 통과하는 노선을 계획했다. 그러나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조망권 등 주거 환경이나 갯벌 습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인천시와 협의해 대체 노선을 마련했다. 원안 노선보다 송도 6·8공구 구역에서 더 먼 바다로 떨어뜨리는 노선이다. 이와 함께 대체 습지 조성 방안도 포함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환경부는 ‘갯벌 보전과 주민 피해를 고려해 노선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이후 국토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국토부와 인천시는 인천 구간의 대안 노선 마련을 서로 떠밀고 있다. 국토부는 인천시가 해양수산부, 주민, 단체 등과 협의, 대체 노선을 내놓으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시가 처음부터 이 도로의 부지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도 지적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사업 주체인 국토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슨 국가 기간 사회간접자본시설 사업이 이토록 꼬여 있나. 인천시와 국토부, 환경부, 주민, 환경단체가 제각각이니 사업이 나아갈 수 있겠는가. 이미 개통한 인천~김포 수도권제2순환선을 달려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국토부는 수도권제2순환선이 하루 5만대의 교통량을 처리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아암대로 과포화도 해결된다. 그런데도 애꿎은 인천시민들만 꽉 막힌 아암대로에서 한숨을 쉬고 있다. 다른 곳에선 잘만 달리는데 인천만 막혀 있다니.
정부가 25일 그린벨트 해제 가능한 국가·지역전략사업지 15곳을 선정했다. 그런데 모두 비수도권에만 배정했다. 그간 수도 없이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해 온 경기 인천은 이번에도 쏙 빠졌다.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명분은 뻔할 것이다.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지역균형발전론이다. 경기 인천 지역 주민들 삶은 어찌하라는 건지. 정부가 17년 만에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면적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가 및 일반산업단지, 물류단지, 도시개발사업 등 국가와 지역의 다양한 전략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환경평가 1~2 등급 지역까지 해제 조건을 풀었다. 그러나 인천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졌다. 인천시는 지난해 정부에 그린벨트 추가 해제를 건의했다. 인천의 남북 생활권 단절 해소,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사업 등을 위해서다. 계양구 일대 탄약고 군부대 이전 사업도 그린벨트 해제가 따라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해제 총량 범위 안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의 GB 해제 면적 총량은 9㎢이나 현재 잔여 물량은 0.8㎢에 불과하다. 이마저 남동구 남촌일반산업단지와 부평구 제3보급단 이전 사업 물량을 빼면 추가 해제 가능한 GB가 전혀 없다. 인천 검단 등 북부지역은 군부대 등이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GB 해제 물량이 없다 보니 북부권 종합발전계획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경인아라뱃길 주변 계양구 장기·상야지구와 서구 백석지구 등의 사업도 GB에 묶여 있다. 인천 북부지역은 이미 도시화가 많이 이뤄진 상태다. ‘대도시 확산 방지’라는 당초 GB 목적이 별 의미가 없어졌다. 이런데도 정부는 수도권에 대해서는 GB 추가 해제에 늘 부정적이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부에 100만㎡ 미만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도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인천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도는 이는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해제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수도권 역차별을 봐야 하는 경기 인천시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특히 인천은 도시가 팽창하면서 군부대들이 거의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서울도 아닌 이곳 지역을 묶어 두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바랄 수는 없다. 30년 넘게 수도권을 묶어 왔지만 과연 균형발전을 이루기라도 했는가. 세계는 다시 통상 전쟁의 시대다. 이 역시 국가 경쟁력 다툼이다. 뺄셈, 나눗셈이 아닌 덧셈, 곱셈의 정책 발상이어야 한다. 수도권이아말로 국가 경쟁력의 출발선 아닌가.
디지털 바람은 교실 풍경도 바꿔 놓는다. 머지않아 흑판이나 칠판은 박물관에나 있을 것이다. 전자칠판이 이를 대신한다. 아날로그 시대 칠판의 기능을 디지털화한 스크린 칠판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전자칠판 게이트’라는 신조어가 돌았다.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학교 전자칠판 납품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었는지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의회 사무실을 수색하고 관련 시의원들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이달 초 소환 조사까지 벌였다. 인천시교육청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우선 각 학교 물품선정위원회 운영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거쳐야 하는 위원회다. 일반 물품은 추정가 1천만원 이상이면 이 위원회에 올라간다. 장애인 생산품 등은 2천만원 이상 물건 구매 시 열린다. 금액 기준에 따라 계약 방법, 계약 물품 등을 정한다. 위원회에는 학교장 외 5인 이상 10인 이내의 교직원, 외부위원 등이 참여한다. 그러나 그간에는 물품선정위 운영에 대한 명문화한 규정이 따로 없었다. 계약을 각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명분에서다. 당연히 계약의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곤 했다. 시교육청은 먼저 ‘클린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클린센터는 각급 학교의 물품 계약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컨설팅도 제공한다. 물품 구입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무화한다.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지 않기도 했다. 애프터서비스 가능 여부나 브랜드 평판 등을 따져 본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는 시연 평가에서도 블라인드 평가를 원칙으로 한다. 계약의 공정성을 위해 위원 자격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계약담당자가 물품선정위에 참여,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는 계약담당자는 평가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비교 평가 기준도 강화한다. 반드시 3개 이상의 물품을 평가하도록 한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해 가장 점수가 높은 물품을 선정하도록 했다. 운영 매뉴얼을 명문화한 만큼 물품 구입 과정에 대한 감사도 가능하게 된다. 전자칠판 게이트 관련 조치도 포함했다. 경찰 수사 결과 시원의들과 물품선정위 간의 유착 등이 확인될 경우 이를 막을 방안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그간의 물품선정위를 보니 그럴 만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엉터리 계약을 걸러낼 장치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아직 수사 중이지만, 학교 칠판까지 게이트에 오를 줄은 몰랐겠지만. 그나저나 우리 학생들이 전자칠판을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도 걱정이다.
공공의료원의 경영 악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다. 필수 의료진조차 채우지 못하니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환자들이 덜 찾으니 경영이 더 어려워진다. 악순환이다. 인천의료원이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해 심뇌혈관센터를 새로 열었다. 독립 건물까지 마련한 의욕적인 사업이었다. 그러나 몇 달 되지도 않아 사실상 개점휴업에 직면했다. 전문의료진이 없어서다. 인천의료원 심뇌혈관센터는 필수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한 투자였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46억원을 들여 지상 6층 규모의 별관동까지 지었다. 1층은 신경외과와 흉부외과 등 외래진료실이다. 3~ 5층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 등이다. 이런 준비 끝에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을 연 지 2개월이 지나도록 전문의는 1명도 없다. 심뇌혈관센터를 이끌 심장내과, 순환기내과 전문의다. 인천의료원은 지난해부터 채용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연봉,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다. 시중의 심장내과 전문의 연봉은 통상 4억원대 중반이다. 그러나 인천의료원이 제시한 연봉은 3억원대 중후반이다. 심장내과 등은 언제 응급수술이 발생할지 모르는 근무환경이다. 인천의료원 심뇌혈관센터의 채용 인원은 2명뿐이다. 12시간 근무 등 힘든 근무환경이 뻔해 전문의들이 외면한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인천의료원은 그간 외부 전문의 파견으로 심뇌혈관센터를 이어왔다. 길병원 심장내과 전문의 3명이 매주 화·목요일 2일만 진료를 봤다. 그러나 파견 전문의들이라 약물 처방 정도에 그쳤다. 수술은 손도 대지 못하는 ‘반쪽짜리’ 심뇌혈관센터 운영이었다. 파견 진료도 이번 달로 끝난다. 길병원도 전공의 사태 이후 전문의 피로도가 심각하다. 불가피하게 파견 전문의 복귀를 결정한 이유다. 3월부터는 전문의가 아예 없는 심뇌혈관센터로 남는다. 많은 돈을 들여 센터를 짓고 장비를 사들였다. 환자가 찾아와도 맞아줄 의사가 없는 인천의료원 심뇌혈관센터다. 이런 경우 지방의회 등에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충분한 재정 지원을 촉구한다. 그런다고 다 풀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0~30년 전만 해도 시립병원이나 도립병원이 적자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의료 소비시장의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시립병원이든 대학병원이든 의료 소비자가 기꺼이 찾아야 지속가능하다. 공공의료원이 제3의 길을 찾아야 할 때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그나저나 연봉 3억원대 중반에도 의사를 못 구한다니. 의사가 부족한 것은 틀림이 없나 보다.
인천도시공사(iH)의 사옥 이전을 두고 말이 많다. 안 그래도 많은 경영부채에 다시 빚을 보태는 격이다. 인천시의 공공시설 재배치 계획에 따른 사옥 이전이다. iH는 오는 9월 준공하는 루원복합청사로 옮긴다. 이를 위해 막대한 금액의 공사채를 발행해야 할 처지라고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현재 iH는 부채중점관리 대상 기관이다. 빚을 내 사옥을 옮겨 가는 게 과연 합당한지. iH가 오는 9월 준공하는 제2 루원복합청사로 이전하기 위해 해당 건물을 매입한다. 이 비용 조달을 위해 iH는 82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청사 이전에 따른 비용도 20억원이다. 구사옥-신사옥 정산 과정도 복잡하다. 먼저 iH가 루원복합청사 토지·건물값 1천770억원을 시에 지불한다. 시는 iH에 토지가 700억원을 현물 출자한다. 이후 시 종합건설본부와 도시철도본부가 iH의 구사옥을 250억원에 매입, 입주한다. iH의 지난해 부채 규모는 6조20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95.6%에 이른다. 각종 개발 사업을 위한 토지보상 등으로 2028년에는 부채가 6조3천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부채비율도 209%로 올라간다. iH는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법인 출자한도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사옥 매입을 위해 공사채까지 발행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H의 재정 악화가 앞으로의 주요 사업 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의회에서 iH의 사옥 이전에 대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사옥도 아무 문제 없이 멀쩡하게 잘 쓰고 있는데 굳이 빚을 내 루원청사를 사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동시다발적 공공시설 이전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한 iH나 시의 입장은 그저 원론적이다. 현 사옥 건물이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루원시티가 인천시의 주도 사업 지역이라 사옥을 이전하면 일대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의 더 큰 미래 발전을 위한 이전이라고도 했다. 인천시는 시 산하 공공기관의 분산 배치에 따른 비효율을 막기 위해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기업의 맹점은 오너십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시민이 주인이라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러나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만큼은 시민의 짐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iH의 경영이 호전돼 부채 걱정을 덜 수도 있을 것이다. iH는 현재 5개년 재무관리계획까지 세워 부채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런 판에 빚에 빚을 얹어 사옥 이전이라니. 민간기업이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