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원 의대 신입생 수업 거부... 이율배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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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1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60주년기념관 207호 강의실에 의예과 1학년 대상 인체생물학 수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참여하지 않아 텅 비어있다. 경기일보DB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이 2년째로 넘어간다.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은 돌아올 줄을 모른다. 일손 부족에 지친 전문의들마저 이탈해 공백을 키운다. 더 놀라운 것은 엊그제 입학한 의대 신입생들까지 수업을 거부한다는 소식이다. 일반 시민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러려면 왜 그토록 좁은 관문을 뚫고 의대에 들어왔는지.

 

지난 4일 전국 각급 학교가 새 학기를 맞았다. 지역의 인하대 의대, 가천대 의대도 올해 의예과 신입생을 받는 날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일보가 둘러본 인하대 의예과 1학년 강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시간 맞춰 강의실을 찾은 교수는 기다리다 그냥 되돌아갔다. 바로 옆 일반화학 강의실의 의예과 신입생 8명 뿐이었다. 그나마 “한번 둘러볼 겸 학교를 나왔을 뿐”이라고 했다. “동기 대부분이 등교 거부를 택한 것으로 안다”고도 전했다.

 

가천대 의대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인하대와 가천대는 각각 신입생 120명, 142명을 대상으로 의예과 학사 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신입생 대분이 등교하지 않았다. 인하대는 올해 신입생 정원이 49명에서 120명으로, 가천대는 40명에서 140명으로 늘었다. 신입생 3분의 2 정도는 의대 증원 덕을 본 셈이다.

 

인하대와 가천대는 각각 지난달 19일과 26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의대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등교 거부를 권유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 의대 신입생은 “선배들이 직접적인 등교 거부 지시는 하지 않았지만 수업을 듣지 말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굉장히 잘못됐고, 신입생들도 이런 걸 알아야만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대 증원의 혜택을 받아 의대에 들어온 만큼 수업을 들으려 하지만 선배들 눈치가 보여 고민’이라는 토로도 나왔다.

 

인하대 측은 신입생들을 설득하는 한편 교무처장과 의과대학장 명의의 학교 방침을 전달했다. 신입생의 경우 첫 1년 동안 일반 휴학이 불가능하고 휴학 신청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교육부도 의대 2025학번의 경우 증원을 알고 입학했기에 수업 거부 시 학칙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청운의 꿈에 부풀었을 신입생들의 등교 거부라니. 해외 토픽이 따로 없을 슬픈 자화상이다. 입학 정원 확대 수혜를 입어 의대에 들어왔다. 그런데 첫날부터 등교도, 수업도 거부다. 그러면 의대 증원을 거두고 다시 뽑아 달라는 얘기가 되는 것인가. 지원할 때는 몰랐나. 이율배반이다. 만약 선배나 의사단체 등이 이를 강권했다면 더 불행한 일이다. 스스로의 직분에 대한 자기 모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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