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 경기도의사회장의 이 말이 여론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2일 방송된 TV토론회에서 이동욱 회장이 발언을 했다. 이 회장은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 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데도 가고, 의무 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계 문제를) ‘양’으로 때우려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사실 의사 사회에서는 간혹 오갈 수 있는 주장이다. 이런 얘기를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에서 논거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가 반박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반에서 20~30등’이라는 표현은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반 여론의 흐름도 이 회장 주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 반박에도 논리적 비약은 있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이 지역감정에 기초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계층 갈등 의도를 갖고 있다고도 볼 건 아니다. 의사 증원 반대 논리를 펴는 가운데 나온 말일 것이다.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의사 질 저하’의 논리적 적정성을 따져 볼 동기는 제시했다. 정부가 2월15일 이미 내놓은 현안 브리핑이 있다. ‘2천명 증원해도 의대 질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거기서 과거의 예를 설명했다. 1980년대 의과대학 정원은 지금보다 많았다. 서울대 260명(현재 135명), 부산대 208명(현재 125명), 경북대 196명(현재 110명) 등이다. 이 회장의 논리대로라면 과거 의사들의 수준은 낮았어야 맞다. 그런데 그런 객관적 혹은 증명된 지표는 없다. 80년대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면 지금 의료계 시니어 그룹이다. 여전히 최고의 전문가 집단임을 자부하고 있다. 스스로의 존재가 곧 증명이다. 얘기는 엉뚱하게 대입 전문가 분석까지 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객관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작년 기준 전국 고등학교 수는 2천379개다. 전교 3등까지를 다 합해도 7천명을 넘는다. 정부가 목표한 대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5천58명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전교 3등까지는 해야 의대에 갈 수 있다. 심지어 학생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이제 반에서 20, 30등은 거의 꼴찌다. 현실을 알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온 나라가 의료 비상이다. 국민의 눈과 귀가 의료계에 쏠려 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중요하다. ‘20, 30등 의사’는 의사에게도 도움 안 될 괜한 소리였다.
선거 때마다 공약이 쏟아진다. 4·10 총선을 앞두고도 여야 모두 표심을 자극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퍼주기 경쟁이라도 하듯 선심성 공약이 난무한다. 특정 세대나 연령층을 자극해 득표에 활용하려는 공약도 있다. 이는 세대 갈등,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 표 계산을 떠나 갈등을 조정·융합해야 할 정치 본연의 기능에 역행하는 행태다. 이번 총선에서도 세대 간 갈라치기 공약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사회갈등 조장형’ 총선 공약을 연달아 던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공약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지하철 적자 누적 요인으로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지목하며 이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공공교통 적자엔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 이를 노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세대 갈라치기’다. 대한노인회는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 짓거리”라며 즉각 반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 생활밀착형 정책 확대’를 약속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전국 경로당 매일 무상 점심 제공, 실버타운 이용 계층 및 혜택 확대 등의 공약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경로당 무상 점심 확대 공약을 내걸었다. 또 청년층을 끌어들이려 원룸 임대사업자의 반발이 심한 ‘월 20만원대 기숙사 5만가구’ 공급 공약도 제시했다. 각 정당의 공약 온도 차는 국민의힘은 노년층, 민주당은 청장년층, 개혁신당은 청년층으로 지지 연령층이 구분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공동체 이익보다는 특정 세대를 겨냥한 공약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개혁신당은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 공무원 채용시 여성의 병역 의무화도 공약했다.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가야 하는 20대 남성(이대남)을 자극해 지지를 얻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거대 양당의 노인 공약도 건강보험 고갈, 재원 조달 대책이 부족해 선심성이 농후해 보인다. 표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층에 공약을 집중하는 게 정당의 기본 선거 전략이라지만 세대 간 갈등을 부추겨선 안 된다. 그러잖아도 우리 사회는 갈등의 골이 깊다. 세대·이념·지역·노사·젠더·계층 갈등이 심각한데 정치인들이 표를 위해 화합은커녕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일단 표만 많이 얻는다면, 당선만 된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의 후진적인 정치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이런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유권자들이 똑바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고양특례시의 시청사는 너무 낡았다. 지은 지 40년 넘은 건물은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을 정도로 노후했다. 사무공간이 크게 부족해 부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주차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공무원이나 시민 모두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덕양구 주교동에 위치한 고양시청사(본관)는 1983년 건립됐다. 고양은 군(郡) 단위 지자체에서 시(市)로 승격됐고 2022년 특례시로 승격됐지만, 시청사는 군청 시절에 머물러 있다. 시청 본관과 31년 된 신관(시의회 건물) 등을 합한 건물 연면적은 1만4천789㎡로 지자체 등 관공서 법적 기준면적(2만8천916㎡)의 51.1%에 불과하다. 주차공간은 143면밖에 안 된다. 용인특례시청사는 연면적 7만6천214㎡, 주차 978면이고, 성남시청사는 연면적 7만5천611㎡, 주차 1천108면이다. 인구 수가 비슷한 이들 지자체와 너무 차이가 크다. 고양시청사의 가장 큰 문제는 사무공간 부족이다. 60개 본청 부서 중 70%인 42개 부서가 11개의 외부 건물에 흩어져 있다. 본관에서 300m 떨어진 곳도 있다. 공무원들의 업무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원 때문에 온 시민들은 사무실 위치를 찾기 어렵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건물을 빌려쓰다 보니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이 연 12억원씩 지출된다. 낡은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들은 방문이 거의 불가능하다. 천장 누수에다 동파로 수돗물이 안 나오기도 한다. 본관은 2000년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최근 5년간 건물 보수 및 안전보강에 25억원 등 35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사를 신축해야 한다. 2018년부터 신청사 논의가 있었다. 2020년에 주교동 제1공영주차장 부지를 신청사 건립 예정지로 확정했다. 연면적 7만3천96㎡ 규모로 예상 공사비는 2천969억원이었다. 신청사 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됐고,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신청사는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늦어졌고, 비용은 4천200억원으로 불었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예산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다행히 해법이 생겼다. 기부채납받은 백석동 요진업무빌딩으로 옮기면 신청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는 2016년부터 요진개발과 소송을 벌여 2022년 11월 최종 승소했고, 지난해 4월 준공된 업무빌딩을 5월에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 연면적 6만6천190㎡ 규모다. 이동환 시장이 주교동 건립 계획을 변경해 요진업무빌딩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변화된 상황을 고려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재정이 어려워 신축이 거의 불가능한데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건립 비용의 7분의 1 수준인 599억여원으로 새 청사를 마련할 수 있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대란과 관련해 ‘지난 정부’를 언급했다. “지난 정부처럼 (그냥) 지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의료계 집단 행동에 대한 정부 의지를 밝힌 대목이다. 정부의 의지를 강조한 설명으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총선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때마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총선 음모론’을 제기했다. ‘2천명 증원’에 고의적인 총선 쟁점화 의도가 엿보인다는 취지다. 의료 대란이 어느새 총선판에 들어왔음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해졌다. 의료계 일각에서 나오는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지적에 반박한 발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의료는 국민 생명과 건강의 관점에서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없이 위중한 문제”라고도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현안 발언이 하루 뒤늦게 전해지는 게 통상적이지는 않다. 대통령실 판단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의료대란에 정부가 ‘한발 물러섰던 역사’는 있다. 2014년 원격의료 도입 철회, 2020년 의대 증원 무산 등이 그런 예다. 2014년은 박근혜 정부였고, 2020년은 문재인 정부였다. 2020년 의대 정원 무산은 현재 처한 갈등 현안과 똑같다. 결국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최근 여론의 흐름을 통해 얻은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통령·여당 지지율이 상승한 최근 흐름과 의료 대혼란이 시기적으로 겹친다. 긴장감을 더 가속화시킨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 대란 음모론을 제기했다. 의료계가 수용 못할 요구를 던지고,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하고, 누군가 나서 원만한 타협을 이뤄낸다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2천명 증원을 무리한 요구라고 전제한 설명이다. 이 발언 역시 최고위에서 작정하고 던진 정황이 짙다. 주장된 음모의 주체를 국민의힘이 아닌 정책 라인의 최상부, 즉 대통령실로 겨냥하고 있음이 그렇다. 의대 증원에 대한 여론은 예민하다. 한국갤럽의 2월 셋째 주 조사 결과가 있다. 거기서 여론을 물었다. 의대 증원에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76%였다. 부정적이라는 답은 16%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최홍태 연구원도 “의료대란으로 인한 여론 변화 가능성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병원 파업이 본격화된 오늘, 모든 총선 화두마저 수면 아래로 밀려났다. 의료 대란이 총선 중심에 들어와 판을 흔들기 시작했음을 증명한다. 이 판의 특별한 점이 있다. 좌우할 권한이 일방에만 있다. 정부 여당만이 흔들 수 있다. 잘 대처해 흥하는 쪽은 정부 여당이다. 잘 못 대처해 망하는 쪽도 정부 여당이다. 국민 생명이 걸린 일이다. 결말까지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 이후 학원이 급증하고 있다. 3개월간 경기지역에서만 200곳 이상 늘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대입 정책이 사교육을 조장하고 사교육비 증가를 부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교육청의 ‘경기도 학원 및 교습소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1일 기준 2만5천535곳이던 경기지역의 학원·교습소는 올해 1월1일 기준 2만5천798곳으로 늘었다. 수치상 263곳 증가했는데, 이 기간 폐업한 학원을 고려하면 3개월간 하루 3곳 이상의 학원이 문을 연 것이다. 예체능 학원이 줄고 교과 과목 위주의 학원은 많이 늘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2028년 수능부터 국어, 수학, 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문·이과생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치르도록 하는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선택과목으로 ‘심화수학’을 신설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기존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되면서 과도한 입시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한편에선 심화수학 신설과 대학별 고사 강화 전망에 입시경쟁 부담 완화는커녕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내신 등급제가 바뀌어도 서열화된 상대평가 등급 체제 속에서 과도한 경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교 내신이 5등급제로 재편되면 내신의 변별력이 줄고 수능 중요성이 커지게 된다. 수능 비중이 커질 경우 이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2028 대입 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 등이 들썩이더니, 경기도내까지 학원이 크게 늘었다. 사교육 시장은 심화수학을 호재로 받아들이며 이를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수능에 유리한 특목고나 자사고의 존치 결정을 내린 데다 의대 정원 확대까지 밝히면서 사교육 열풍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신 경쟁을 완화하고 대학수능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입시 개편이라고 했지만, 틀렸다. 현재는 내신이나 수능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춰 대입을 준비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를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꼴이 됐다. 대학입시 체제 개편 등 급변하는 교육 관련 정책은 학교 현장이 따라가기 어려워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사교육 수요 요인이 된다. 이번에도 학부모·학생의 사교육 의존이 학원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 전형기준에 맞추려면 사교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대입제도 개편 취지에 부합하도록 시안을 보완해야 한다.
총선에서 보여질 녹색당 역할이 기대된다. 22대 총선에서 원내 주자가 됐다. 정의당과 연합해 녹색정의당이 됐다. 모처럼 선택한 정치 공학적 선택이다. 녹색당은 한국 정치에서 대단히 독특하다. 기후 문제가 당의 최대 가치다. 현대 인류가 직면한 어젠다다. 하지만 원내 진입은 없었다. 이합집산에 참여한 바도 없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만큼 당이 지켜온 노선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도 그래서다. 연합 이후 첫 고비에서 그 결기를 보였다. 위성정당 참여 문제다. 비례연합정당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위성정당이다. 정의당 주류는 합류를 원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녹색당 주류는 강력히 반대했다. 의석 획득을 위한 실리적 선택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찬성하던 배진교 녹색정의당 원내대표가 사임까지 했다. 하지만 녹색당은 굽히지 않았다. 결국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타깃은 민주당으로 옮겨갔다. 위성정당 참여 대신 지역구 연대를 제안했다. 김준우 상임대표가 “접전 지역에서의 지역구 연대가 시민들의 바람”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경남 창원성산에서의 노회찬 단일화를 거론했다. 민주당에 후보 양보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대 민주당에 득 될 게 없는 제안이다. 민주당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다. 수 싸움에서 끌려가는 듯 보인다. 전장(戰場)이 곧 경기도로 이어질 기세다. 각 여론 조사에서 수도권은 박빙이다. 야권이 배수의 진을 쳐야 할 상황이다. 지난 14일 녹색정의당 경기도당이 출범했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서로 간직한 진보적 가치를 내세워 사회 변화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서도 차이가 보인다. 정의당은 진보당과의 연대를 구상하고 있다. 노동·여성·교통계 인물을 생각할 것 같다. 녹색당은 기존의 영역인 환경 분야 후보를 고집할 것 같다. 리얼미터의 19일자 조사가 있다. 개혁신당 지지율이 6.3%였다. 녹색정의당이 2.3%였다. 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흔히 빅텐트·제3정당으로 개혁신당을 주목한다. 22대 총선의 최대 변수라고 계산한다. 우리가 보는 관심과 변수는 녹색정의당이다. 기존 정당에 씌워진 ‘녹색’이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고 있다. ‘타협 없는 원칙’으로 기존 정치권을 피아 없이 들이받고 있다. 지켜 볼 가치 있는 충돌이다.
서울의 명동 관광특구가 다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요즘 명동 거리들은 쓰레기 천지라고 한다. 밤이 되면 길거리, 벤치, 화단, 공유 자전거 바구니까지 쓰레기가 가득 쌓인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무단 투기를 탓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쓰레기통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그 명동 거리에 3개뿐이다. 명동파출소를 찾아 와 쓰레기통을 묻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다. 쓰레기통이 귀한 것은 ‘내 가게 앞은 안 된다’ 때문이란다. 이 얘기를 꺼낸 것은 남의 일로 들리지 않아서다. 인천에서는 쓰레기 소각장을 짓지 못해 고민이다. 앞으로 쓰레기 태울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집이나 직장에서 각자 안고 살 수밖에. 군·구로 넘어가 있는 인천 소각장 건립에 또 하나 걸림돌이 나타났다. 오는 12월부터 시행하는 소각장 반입협력금 문제다. 소각장이 있는 군·구가 지역 밖에서 들어오는 폐기물에 대해 징수할 수 있는 인센티브다. 지역별 소각장 건립을 독려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카드다. 현재는 인천환경공단의 2곳 소각장에 폐기물 반입수수료만 내면 된다. 앞으로는 소각장이 없는 지역이 남의 소각장을 이용하려면 반입수수료 외 반입협력금까지 감당해야 한다. 반입수수료는 인천환경공단에 내는 소각 비용이다. 반면 반입협력금은 소각장을 가진 군·구의 수입이 된다.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최적의 인센티브 카드다. 소각장 없는 지역에는 페널티다. 그런데 환경부가 이 반입협력금의 부과 기준을 현행 반입수수료에 맞추려 한다는 소식이다. t당 12만원 수준이다. 인천시는 부과 기준이 너무 낮다는 입장이다. 그 정도로는 소각장을 지으려는 지역에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각장이 없는 지역에 대한 페널티로도 약하다. t당 12만원이면 중구의 경우 소각장을 짓지 않아도 연간 14억원만 더 부담하면 된다. 남동구도 연간 40억원 수준이다. 이런 정도로는 자체 소각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t당 최소 24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군·구가 스스로 소각장 건립에 나설 명분이 선다는 것이다. 기존 광역소각장 이용 군·구에는 반입협력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인천의 경우 미추홀구나 옹진군은 반입협력금 부과에서 빠져 따로 소각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 어렵게 도입한 반입협력금이 당초의 취지를 잃을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물론 반입협력금을 징벌 수준으로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용두사미격이 돼서도 안 된다. 환경부는 폐기물 처리 일선의 사정을 잘 살펴 반입협력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맞다.
정부가 지난 6일 의과대학 정원을 2천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의료계의 반발이 확대되면서 우려하던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5대 종합병원(‘빅5’) 전공의들이 오늘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내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대생들도 지난주 긴급회의를 거쳐 동맹휴학을 결의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토요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이후 첫 회의를 개최하고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향후 강력 투쟁할 것을 재차 확인했다. 전체 전공의 1만3천명 중 21%를 차지하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내일부터 집단행동에 들어간다면 이는 4년 만에 재발되는 의료대란으로 국민건강권에 막대한 위협을 줄 것이다. 주요 종합병원은 전공의들 없이는 의료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긴급회의를 열고 오늘부터 예정된 수술을 절반 이상 취소하기로 결정했으며, 다른 ‘빅5’ 병원도 수술 일정을 조정 또는 연기하는 등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는 의사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원칙에 따른 대응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16일 221개 수련병원에 대해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발령하고 “2020년과 같은 구제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사직서를 내고 실제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발효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밝혔다. 정부는 전임 정부가 2020년 7월 400명 의대 증원을 추진하다가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실패했던 경험을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의대 증원에 대해 상당 부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의료계가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이다. 이는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응답했으며, 반면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응답은 불과 16%에 그친 것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이 의료계의 미래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인식하고 무조건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민 여론에 반하는 집단행동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동시에 대화와 설득을 통해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막아 의료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총선에서 수원이 이토록 중심에 선 적이 없다. 경기도는 물론 전국적 관심의 핵이 됐다. 단일 지자체로 전국 최대 표밭이다. 유일하게 무(戊)가 있는 다섯 개 선거구다. 20, 21대 총선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경기 남부 압승을 견인하는 교두보가 됐다. 국민의힘에는 잃어버린 동토로 상징되는 곳이다. 경기 남부의 판세를 좌우한다. 수도권 승리의 출발지로 여기고 있다. ‘여야 혈투’의 땅으로 수원이 선택되는 이유다. 시작을 알리는 공천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이 윤곽을 보였다. 인재 영입의 당사자들을 전원 공천했다. 갑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 병에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다. 지역마다 기존 당협위원장 등 경쟁 후보자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단수 공천을 확정해 본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들은 예비후보 신분 때부터 함께 선거운동을 펴 왔다. 그 활동의 범위와 내용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네 곳이 현역이다.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갑은 김승원 의원, 병은 김영진 의원이다. 이렇다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을은 백혜련의원으로 유문종 전 수원 제2부시장이 경합 중이다. 정은 현역 박광온 의원에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도전하고 있다. 가장 관심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불출마로 공석이 된 무다. 수원시장을 세 번 지낸 염태영 전 경제부지사가 있고, 이병진 당 중앙위원과 임진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뛰고 있다. 누가 뛰어난 후보인가.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하는가. 화려한 공직 경력도 매력적인 장점이다. 지역 현안 해결에 분명히 도움 된다. 중앙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인물들의 주장이다. 현역 의원은 정치력에서 우위에 있다. 4년 또는 8년의 국회 경험이 더없는 힘이다. 현역 의원들이 내세우는 절대적 장점이다. 수원 행정에 섬세한 이력과 지역 내 연고, 당내 입지 등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얘기될 수 있다. 이를 점수 매길 기준이 우리에게는 없다. 분명한 것은 투표에 임할 지역 민심이다. 분명 지역 숙원을 풀 능력자를 찾을 것이다. 누가 제대로 된 공약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누가 그 공약을 풀어낼 적임자냐가 중요하다. 혈투의 광풍에 잠시 이 점이 덮일 수는 있다. 일정 시간 ‘지역 없는 지역 선거’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투표 당일 남게 될 것은 결국 ‘수원 발전 공약’이다. 누가 공약을 이행할 ‘능력자’인가다.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공약, 그런 좋은 공약은 선거에서 많지 않다.
이천시의 관급자재 구매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하천정비, 수해복구 공사에 들어간 물품 조달 입찰이다. 식생 옹벽, 호안·보도블록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이 업체가 지난해 이천시에서 154건의 물품 공급 계약을 했다. 액수로 보면 28억4천여만원 상당이다. 이천시 전체 규모에서 볼 때 작지 않은 입찰 규모다. 입찰 경쟁을 하는 동종 업계에서 보면 더 그렇다. 비위 여부는 차치하고 낙찰 편중의 결과는 사실인 것으로 나타난다. 해당 물품 조달의 입찰 방식은 일반 경쟁과 조달청 3자 단가계약이다. 조달청 3자 단가계약은 일반 계약의 특례다. 조달청이 인정하고 등록된 우수물품 중 쇼핑몰(나라장터)을 통해 수요 기관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지정해 구매한다. 발주 기관의 선택권이 일정 부분 인정된다. 이 방식만을 이유로 계약의 특혜 의혹을 제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누적된 계약고가 거액일 경우 경쟁 업체들에 왜곡된 의혹을 줄 빌미도 된다. 제기된 의혹은 또 있다. 연관 기업으로 보이는 다른 법인의 물품 공급이다. 충남 아산에서 잔디블록, 맨홀, 콘크리트블록 등을 생산하는 법인이 있다. 이 업체가 이천시에 공급한 물품도 31건에 4억4천여만원 상당이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사실상 같은 범주의 업체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로 한 업체 임원이 다른 업체 대표이사로 확인된다. 해당 기업들은 서로 ‘우리와 상관 없는 기업’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동종업계에서 부당함과 어려움을 함께 말한다. 해당 업체에 물품계약이 쏠리면서 나머지 업체들은 직원 급여도 못 주고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의 항변도 있다. “특혜는 아니다. 졔품의 종류도 다양하고 영업사원들이 회사 제품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을 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이천시가 기본적 사실은 확인한 것 같다. 특정 물품 구매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일부 업체가 상대적으로 많이 수주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향후 대책도 밝혔다.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업부서와 읍·면·동이 발주하는 사업에 대해 예산 절감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지역 업체에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읍면동에 관련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자체마다 기업 살리기를 천명한다. 그런 구호보다 훨씬 중요한 게 공정한 입찰이다. 이천시의 154회·30억원 입찰 독점은 그런 정신에 맞지 않다. 반복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