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4건∙30억 몰아준 입찰, 문제 있다

이천시의 관급자재 구매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하천정비, 수해복구 공사에 들어간 물품 조달 입찰이다. 식생 옹벽, 호안·보도블록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이 업체가 지난해 이천시에서 154건의 물품 공급 계약을 했다. 액수로 보면 28억4천여만원 상당이다. 이천시 전체 규모에서 볼 때 작지 않은 입찰 규모다. 입찰 경쟁을 하는 동종 업계에서 보면 더 그렇다. 비위 여부는 차치하고 낙찰 편중의 결과는 사실인 것으로 나타난다.

 

해당 물품 조달의 입찰 방식은 일반 경쟁과 조달청 3자 단가계약이다. 조달청 3자 단가계약은 일반 계약의 특례다. 조달청이 인정하고 등록된 우수물품 중 쇼핑몰(나라장터)을 통해 수요 기관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지정해 구매한다. 발주 기관의 선택권이 일정 부분 인정된다. 이 방식만을 이유로 계약의 특혜 의혹을 제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누적된 계약고가 거액일 경우 경쟁 업체들에 왜곡된 의혹을 줄 빌미도 된다.

 

제기된 의혹은 또 있다. 연관 기업으로 보이는 다른 법인의 물품 공급이다. 충남 아산에서 잔디블록, 맨홀, 콘크리트블록 등을 생산하는 법인이 있다. 이 업체가 이천시에 공급한 물품도 31건에 4억4천여만원 상당이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사실상 같은 범주의 업체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로 한 업체 임원이 다른 업체 대표이사로 확인된다. 해당 기업들은 서로 ‘우리와 상관 없는 기업’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동종업계에서 부당함과 어려움을 함께 말한다. 해당 업체에 물품계약이 쏠리면서 나머지 업체들은 직원 급여도 못 주고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의 항변도 있다. “특혜는 아니다. 졔품의 종류도 다양하고 영업사원들이 회사 제품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을 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이천시가 기본적 사실은 확인한 것 같다. 특정 물품 구매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일부 업체가 상대적으로 많이 수주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향후 대책도 밝혔다.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업부서와 읍·면·동이 발주하는 사업에 대해 예산 절감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지역 업체에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읍면동에 관련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자체마다 기업 살리기를 천명한다. 그런 구호보다 훨씬 중요한 게 공정한 입찰이다. 이천시의 154회·30억원 입찰 독점은 그런 정신에 맞지 않다. 반복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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