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 경기도의사회장의 이 말이 여론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2일 방송된 TV토론회에서 이동욱 회장이 발언을 했다. 이 회장은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 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데도 가고, 의무 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계 문제를) ‘양’으로 때우려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사실 의사 사회에서는 간혹 오갈 수 있는 주장이다. 이런 얘기를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에서 논거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가 반박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반에서 20~30등’이라는 표현은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반 여론의 흐름도 이 회장 주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 반박에도 논리적 비약은 있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이 지역감정에 기초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계층 갈등 의도를 갖고 있다고도 볼 건 아니다. 의사 증원 반대 논리를 펴는 가운데 나온 말일 것이다.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의사 질 저하’의 논리적 적정성을 따져 볼 동기는 제시했다. 정부가 2월15일 이미 내놓은 현안 브리핑이 있다. ‘2천명 증원해도 의대 질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거기서 과거의 예를 설명했다. 1980년대 의과대학 정원은 지금보다 많았다. 서울대 260명(현재 135명), 부산대 208명(현재 125명), 경북대 196명(현재 110명) 등이다. 이 회장의 논리대로라면 과거 의사들의 수준은 낮았어야 맞다. 그런데 그런 객관적 혹은 증명된 지표는 없다. 80년대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면 지금 의료계 시니어 그룹이다. 여전히 최고의 전문가 집단임을 자부하고 있다. 스스로의 존재가 곧 증명이다.
얘기는 엉뚱하게 대입 전문가 분석까지 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객관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작년 기준 전국 고등학교 수는 2천379개다. 전교 3등까지를 다 합해도 7천명을 넘는다. 정부가 목표한 대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5천58명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전교 3등까지는 해야 의대에 갈 수 있다. 심지어 학생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이제 반에서 20, 30등은 거의 꼴찌다. 현실을 알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온 나라가 의료 비상이다. 국민의 눈과 귀가 의료계에 쏠려 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중요하다. ‘20, 30등 의사’는 의사에게도 도움 안 될 괜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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