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팔당상수원 녹조에 수돗물 악취, 방지책 없는 건가

기록적인 폭염에 녹조 현상이 심각하다. 전국의 강과 호수 등이 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은 녹색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한 종류인 남조류(녹조)가 대량 번식하면서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변한 것이다. 물 속 영양분 과다, 강한 햇빛, 높은 수온, 물순환 정체 등이 녹조 발생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녹조는 햇빛을 차단해 수중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물속 산소량을 감소시켜 수생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녹조가 심하면 물에서 비린내가 나고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도 유발한다. 독성 물질을 생성해 식수원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매년 반복되는 녹조는 올여름에 더욱 심하다. 녹조라떼 수준을 넘어 녹조 곤죽 현상을 보이는 곳도 있다. 문제는 식수원 오염이다.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전국에서 줄을 잇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수돗물 악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수원상수도사업소에는 지난 16일부터 역한 냄새가 난다는 등의 민원이 30건 넘게 접수됐고, 광주시의 경우 16일 하루 동안 27건의 민원이 발생했다. 용인시에서도 수지·기흥구를 중심으로 수십건의 민원이 속출했다. 물 비린내, 곰팡이 냄새를 호소하고 있다. 수돗물 악취는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호에 녹조가 급증해 생긴 것이다. 수원·화성·용인·광주 등에선 팔당호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데 녹조가 심각해 흙·곰팡이 냄새 등의 악취가 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12일 실시한 팔당호 수질검사 결과 1㎖당 8천236개의 유해 남조류 세포가 측정됐다. 2015년 8월 이후 9년 만의 최대 수치다. 환경부 지침상 2주 이상 녹조 1천세포 이상이면 ‘관심’, 1만개 이상은 ‘경계’ 경보가 내려진다. 녹조 비상으로 팔당호의 조류경보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도는 녹조 세포 수치가 높게 나온 만큼 31개 시·군에 수질 감시 강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지자체들에선 악취를 최소화하기 위해 염소 처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녹조가 워낙 심각해 정수 처리를 해도 냄새가 난다. 정수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가정으로 식수가 공급될 경우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물을 끓여 이용하라고 권고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 양치질하고 세수할 때 냄새가 나는데 일일이 끓여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로 폭염은 해마다 계속될 것이고, 녹조도 매년 발생할 것이다. 이상기후 탓만 해선 안 된다.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녹조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녹조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그냥 쉰다’는 청년 44만명은 취업 정책 대상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볼 일이다.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못하는 청년이 있다. 이들에 대한 국가 책임은 당연하다. 일자리 창출과 실업 구제를 해야 한다. 일하지 않는 청년이 있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다. 이들의 실업은 국가의 책임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과 실업 구제의 대상도 아니다. 이런 선택적 실업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구분조차 어려워 실업 정책을 혼란스럽게 한다. 통계청이 ‘그냥 쉬었음’의 수치를 발표했다. 만 15~29세 청년의 지난 7월 통계다. ‘쉬었음’ 청년이 44만3천명이다. 1년 전 동월보다 4만2천명 늘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이 통계에서 내리는 ‘쉬었음’의 정의가 있다. ‘비경제활동 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실업자’다. 아프지도 않은데 취업하지도 않는 인구다. ‘일하지 않겠다’는 주관적 판단에 의한 자발적 선택이다. 매년 7월을 기준으로 추이를 살펴보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만명대를 유지했다. 2018년에 들어서 30만명을 넘겼다. 2020년에는 44만1천명까지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2022년에 36만1천명으로 일시적으로 줄었다. 2023년 다시 40만2천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올해 사상 최대인 44만3천명을 기록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하더라도 단연 높다. 30대 29만여명, 40대 28만여명, 50대 39만여명이 ‘쉬었음’ 인구다. 전체 청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쉬었음’ 청년은 늘고 있다. 더 노골적인 수치도 있다. 일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쉬었음’ 청년 44만3천명 중에 ‘직장을 구할 의사가 없다’가 33만5천명이었다. 무려 75.6%다.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 통계다. 청년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46.5%였다. 1년 전보다 0.5%포인트 감소했다. 5, 6, 7월 석달째 계속 감소세다. 이런 저런 청년·취업 지원 정책은 이 순간에도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 청년 국가기술자격 응시료 지원 사업, 응시료의 50%·1인당 연 3회 지원한다. 내일배움카드 지원 사업, 1인당 훈련비 300~500만원을 지원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의 생계지원 등을 지급한다. ‘취업 안 하겠다’는 청년과 동떨어진 ‘취업 지원 혈세’다. 청년 기본소득이나 청년 지원금도 있다. ‘그냥 쉬겠다’는 청년에게 ‘그냥 주는 혈세’다. 산업 현장은 구인난이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며 혈세 준다. 청년 44만명은 ‘그냥 쉬겠다’고 한다. 청년 취업 지원이라며 여기도 혈세 준다. 정책 미스매치에 도덕적 해이까지 엉켜 뒤죽박죽이 돼가고 있다.

[사설] 친명 민주당 출범에 맞춘 비명 ‘초일회’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가 확정됐다. 이변 없이 이재명 전 대표가 연임됐다. 차이는 시종일관 일방적이었다. 이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최고위원이다. 5명을 선출하는 경쟁이 치열했다. 정봉주 후보와 친명 세력과의 갈등이 있었고, 전현희 후보의 ‘살인자’ 발언이 있었다. 새로 꾸려진 최고위원회의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도권 의원들의 전면 부각이고, 다른 하나는 호남지역 후퇴다. 지명직으로 조정되겠지만 당원 선택은 이랬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수도권 정당’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 당은 비록 호남 출신 최고위원이 아쉽게 됐지만, 반대로 호남 중심의 정당이 수도권 정당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것이 역대 최고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당 핵심 관계자가 본보 기자에게 밝힌 평이다. 그도 그럴 게, 수도권이 배제된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견된다. 한동훈 체제 구성은 ‘도로 영남당’으로 끝났다. 유의동(평택시을)·송석준 의원(이천시)이 선택됐다지만 비중이 작은 자리다. 유권자의 절반은 수도권에 모여 있다. 표심의 향방은 선거마다 유동적이다. 그래서 지방선거, 총선 승부는 늘 수도권에서 결판 났다. 대통령선거 등 ‘큰 선거’에서는 더욱 그랬다. 민주당 관계자의 ‘수도권 정당 자부심’에 이유가 있다. 국민의힘의 영남 지도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민주당 본향이라 할 호남 배제는 과제다. 민주당 내에서의 호남세는 여전히 막강하다. 이런 이재명 대표 체제가 출범할 때 등장한 모임이 있다. 초일회다. 박광온·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박용진·강병원 전 의원 등이 중심이다. 이들의 정치적 공통점은 정확히 구획된다. 비명계 의원 출신들이다. 모두 4·10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른바 지옥의 ‘하위 배점자’들이다. 수원, 광명, 안산, 서울 등 수도권 지역구다. 출신 고향이 대부분 호남이라는 점도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공통점은 친문계 핵심이다. ‘비명·친문·수도권·호남 출신’으로 정리된다. 이들이 이재명 체제 출범에 맞춰 등장했다. 민주당은 확고한 이재명 체제가 됐다. 전당대회는 이재명 충성 경쟁 대회였다. 당분간 비명이 숨 쉴 공간은 사라졌다. 이런 때 원외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등장했다. 친문 좌장의 정계 복귀의 길이 열렸다. 초일회 등장 시기를 언론이 유심히 보는 이유다. ‘비명·친문·수도권’ 초일회에 ‘김경수’까지 엮어 해석하고 있다. 지금은 찻잔 속 출렁거림이다. 다만 이 파고를 정할 조건은 남아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또는 그 가능성 추이다. ‘수도권 정당 탄생’을 자축하는 민주당에 개운치 않을 ‘수도권 비명 모임’이다.

[사설] 부실한 화재 안전점검, 인력 확충해 점검 늘려야

경기도는 어느 지역보다도 사업장이 많아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만3천316건이며 이로 인해 2천917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 올해 7월까지도 4천680건의 화재가 발생해 37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소방당국은 화재 안전 점검 인력이 부족해 철저한 안전점검을 못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문제는 예년에 비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화재 점검 인력으로 인해 부실한 화재 안전 점검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화재를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올해 도내 화재안전조사 대상 37만1천649곳 중 1만3천24곳에 대해 조사를 완료했을 뿐이다. 이는 전체 화재 안전조사 대상물의 불과 3.2%에 대해 진행한 것으로 나머지 35만8천625곳은 화재로부터 안전한지, 위험한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또 이곳에 투입된 조사 인원은 총 127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1명이 94곳에 대한 화재 안전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물론 37만곳에 달하는 화재 안전점검 대상을 모두 점검하는 것은 예산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소방당국은 현재 임의로 일부만 선정해 점검하고 있으며 대상물 중 5% 정도를 안전 점검의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3.2%는 목표 수치에 너무 부족하다. 이런 이유 중 하나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는 범정부특별대책의 일환으로 화재 안전정보조사를 진행했는데, 이것이 마무리돼 조사 인원이 현장 대응 인원으로 충원됐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18년 1월 192명의 사상자를 야기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정부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소방·건축·전기 등 전문가로 편성된 조사반이 전국 소방대상물 안전 정보를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화재안전을 위한 제도 개혁을 위해 마련했으나, 이런 특별 대책이 지난해 끝났다. 경기도는 지난 6월24일 화성시 서신면 소재 리튬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무려 23명이 숨진 사고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당시 화재도 안전점검이 철저하게 이뤄졌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화재 예방은 일차적으로 대상 사업장이 재산과 인명 보호 차원에서 소방 시설 및 안전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정부는 특별대책을 마련해 소방행정인력을 확충, 화재 안전점검을 대폭 늘려야 한다.

[사설] 100만원도 못 버는 선수, 기회소득의 이유다

스포츠 대제전 올림픽이 끝났다. 시상식이 국민에게 준 감동이 여전하다. 자연스레 메달 보상금도 회자된다. 금메달은 6천30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은메달 3천500만원, 동메달 2천500만원이다. 연금 지급도 있다. 매월 금메달 100만원, 은메달 75만원, 동메달 52만5천원이다. 많은 국민은 이런 보상을 흔쾌히 축하한다. 국가와 국민에 준 기쁨에 대한 보답이라고 인정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보상금 여운이 영 개운치 않다. 안세영 선수의 폭로가 남겨 놓은 한 가닥이다. 처음에는 협회 운영에 대한 직언으로 들렸다. 얘기가 증폭되더니 논점이 금전적 보상으로 옮아갔다. 여기서 등장한 논리 하나가 있다. ‘똑같은 대우는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우수 성적자에 대한 대우를 강화하자는 얘기다. 사실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자들이 있다. 소속 팀 연봉이 수천만~수억원까지 갈린다. 상금만 10억원을 받는 선수도 있다. 이런 때 경기도 체육계의 전혀 다른 현실이 알려졌다. 경기도 체육인들의 월평균 수입이다. 경기도가 1천276명을 설문조사 했다. 전문선수, 지도자, 심판, 체육행정인, 체육학자, 클럽운영자 등이 모두 포함됐다. 여기서 전문선수 165명의 월평균 수입이 169만원이다. 대학생 선수 응답자 85명의 월평균 수입은 이보다 적은 115만원이다. 체육을 직업 또는 전공으로 하는 선수들이다. 생업인데 수입이 월 100만원대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수천만원, 수억원이 오가는 세상과 전혀 다른 이면이다. 이때 등장해 주목을 끄는 경기도 정책이 있다. 체육인 기회소득이다. 도내에 주민등록을 둔 19세 이상 체육인이고, 개인별 소득 인정액이 올해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월 267만4천134원)에 해당하는 체육인에게 준다. 연간 150만원을 2회 지급한다. 올 시범사업에 17개 시·군이 참여했다. 준비가 일찍 끝난 광명시가 이달 신청을 받는다. 나머지 16개 시·군도 9~10월 접수를 시작한다. ‘안세영 논란’을 보며 새삼 평가하게 된다.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싶다. 하지만 실제 선수들의 반응이 좋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전문선수들에게 물었다. 응답자의 97%가 ‘좋다’고 했다. 도가 제도의 설계 기준을 설명했다. ‘비인기 종목과 소득이 낮은 대학생 선수, 소속 직장 운동부가 없는 무소속 선수 지원이다. 선수들이 운동을 지속해 올림픽 출전 등의 꿈을 이어 나가도록 응원하겠다.’ 올림픽 금메달에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올림픽 금메달을 기원하는 지원과 격려다. 일부 체육인의 앞선 지적은 옳다. ‘똑같은 대우는 역차별일 수 있다.’ 하지만 기회부터 차별은 절대 안된다. ‘기회는 모두에게 같아야 한다.’ 이 현실의 차별을 메워가는 기회소득이다. 그 뜻을 지지하고 확대를 소망한다.

[사설] 코로나19 환자 급증세, 신속하고 세심하게 대응해야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다.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입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2월 첫째 주(875명) 이후 계속 줄었다가 6월 말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7월 첫째 주 91명에서 넷째 주 465명으로 늘었고, 8월 첫째 주엔 861명으로 증가했다. 7월 첫째 주에 비해 한달 사이 무려 9.5배 급증한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는 정부가 지난해 8월 엔데믹(풍토병화된 감염병) 선언 후 4급 감염병으로 전환, 환자 수를 공식 집계하지 않는다.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220곳에서만 표본감시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가 유료로 바뀌고 격리 의무가 없어져 검사 자체를 하지 않는 확진자들이 많다. 때문에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훨씬 더 많고, 재유행 규모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방학과 휴가철이 끝나고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8월 하순에 직장·학교·학원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염으로 냉방기가 가동되는 밀폐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여름철 유행에 한몫하고 있다. 냉방병과 코로나19 증세가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은 것도 확산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유행하는 변이는 오미크론의 후손 격인 KP.3 변이다. 방역당국은 중증도와 치명률이 크게 높지 않은 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현재 ‘관심’ 단계인 위기 단계의 상향 조정을 하지않고 기존 방역 지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감을 보이며 걱정하고 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자가진단 키트 수요도 7월부터 본격 증가했는데 이달 들어 약국 판매 코로나19 신속 자가진단 키트 주문 건수가 10배가량 늘었다. 일부 치료제와 진단키트의 일시적 품귀 현상도 빚어졌다. 자가진단 키트 가격은 4배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낮더라도 수십만명이 일시에 감염되면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기저질환을 앓는 고위험군 환자들을 언제든 위협할 수 있어 방심해선 안 된다. 전공의 대량 사직 사태로 의료 공백이 길어진 상황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비상진료체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신속하고 세심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직장에선 방역 수칙이나 대응 규정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 차원에서 유급휴가 지원 대책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치료제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개인 방역 수칙을 지키는 일도 중요해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각심을 갖고 선제 대응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사설] 고양시민의 K-컬처밸리 상처는 풀리지 않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단된 고양 K-컬처밸리 사업과 관련해서다. 원안대로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출자해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자금은 K-컬처밸리 사업에만 쓰겠다고 했다. 택지개발 등을 위한 사업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외 기업 투자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그 마중물이라고 했다. TF(단장 행정1부지사)를 구성했다는 것도 발표했다. 경기도가 계약을 해제한 것은 지난 6월28일이다. 미래 먹거리라 여기던 고양시민의 반발이 컸다. 1만758명이 참여한 도민 청원이 그렇게 모아졌다. ‘CJ라이브시티 관련 상세한 소명, 재검토, 타임라인 제시 요청’이 제목이다. 여기에 포함된 시민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CJ 계약을 해제한 이유 설명, 해제 철회를 통한 사업 계속 여부, 향후 사업 추진 일정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가 내놓은 답변이다. 직접 나서지는 않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사업 계속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고 본다. ‘계약 해제가 신속한 추진을 위한 결단’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고양시민의 분노가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하루 뒤 관련 기사에 따라붙는 댓글 내용만 봐도 대부분 그렇다. GH의 가장 큰 수입원은 택지개발이다. 그 GH에 사업부지 중 일부를 출자한다고 했다. ‘택지개발 전환 의혹’이 깔끔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자유구역 지정 등 여러 부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 타임라인 설명이 없었다. TF 구성·역할도 미덥잖다. 8년을 이어온 2조원 사업이다. 이 사업을 중단하는 결단이었다. TF가 늦은 감이 있고, 토론 내용도 속 시원한 게 없다. ‘계획도 없이 해제부터 했느냐’는 댓글은 그래서 나온다. CJ 측의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 김 지사의 ‘8년간 공정 3%’를 반박하고 나섰다. 아레나(공연장)의 공정은 17~20%라고 설명했다. 전체 핵심 시설인 이 분야의 공정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7천억원 투입도 강조한다. 쟁송 분위기가 여전하다. 고양시 장항동 일대가 개벽하는 사업이었다. 부지 32만6천400㎡, 사업비가 2조원이었다. 경제효과 25조원, 고용창출 17만명이라고 했었다. 이런 사업이 중단됐다. 직접 동기가 경기도의 계약 해제다. 고양시민의 실망이 왜 없겠나. 설명 한번에 확 돌아설 여론은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은 남는다. 해제 사유를 더 명쾌하게 설명했어야 했다. 사업 계속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대략의 시간표라도 냈어야 했다. K-컬처밸리에 대한 고양시민의 기대는 컸다. 8년 과정을 지켜봤고 감시해 왔다. 그 사이 ‘K-컬처밸리 전문가’들이 다 됐다. 좀 더 깊이 있고, 좀 더 깨알 같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사설] 2030 기초수급자 증가, 청년 빈곤대책 절실하다

청년층이 새로운 빈곤위험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3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2018년 16만5천452명에서 지난해 8월 23만8천784명으로 44% 늘었다. 20대가 32.9%, 30대는 61.6% 증가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 저소득층인 차상위계층은 20~30대 증가율이 33%를 기록했다. 정부가 수급 자격 요건을 완화한 데다 취업이 어려워진 청년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은 국민이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수급자로 선정되려면 소득 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2023년 1인 가구 기준 207만7천892원)의 일정 비율 이하이고, 부양할 사람이 없거나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4.9%인 255만4천62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의 수급 비중이 41.3%였다. 수급자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별 노인 빈곤율을 공개한 2009년 이후 한국은 줄곧 노인 빈곤율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인 빈곤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2030 청년층 빈곤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기초생활 수급자의 11%가 20~39세 청년층이었다. 경기도도 청년층 비중이 전체 수급자의 10%에 이른다. 경기도내 청년 기초수급자는 2020년 3만7천744명에서 2021년 4만1천550명으로 4만명대를 돌파했고, 2022년 4만1천797명, 2023년 4만3천990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달 기준 4만7천486명을 기록, 연말이면 청년 수급자 수가 더 늘어나게 된다. 고금리·고물가에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도내 청년 수급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 1인 가구는 늘어나는 데 반해 고용률은 절반 수준을 밑도는 탓이다. 몇군데씩 아르바이트를 뛰며 생계를 잇고 있지만 월세와 생활비 보태기에 크게 부족하다.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을 하는데도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그동안 정부의 빈곤대책은 주로 노인과 아동에 맞춰졌다. 청년층은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정책 대상에서 밀려났다. 청년층 기초수급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된다. 자립 발판이 없어 극빈층으로 전락,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별로 청년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돼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 정부 차원에서 청년복지정책을 세분화하고 제도화해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

[사설] 국회의원 53명, 김승원 경기도당위원장의 길

김승원 의원(수원갑)이 선출됐다. 신임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이다. 중앙당에서는 순회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국 단위 행사다. 경기도당위원장 선거에 대한 관심은 덜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경쟁 구도가 치열했다. 김 의원의 최종 득표율은 57.59%다. 강득구 의원(안양 만안)이 42.41%였다. 달포 전 국민의힘 위원장 선출과 비교된다. 현역 의원들이 서로 고사했다. 5선의 전 의원에게 맡기다시피 했다. 국회 원내 제1당은 161석의 민주당이다. 제2당은 90석의 국민의힘이다. 국민의미래(18석), 더불어민주연합(14석),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새로운미래(1석), 진보당(1석) 순이다. 민주당 경기도당 소속 의원은 53명이다. 국회 정당 규모로 본다면 제3당에 해당한다. 정당의 구성은 헌법으로 보장하는 정치구조다. 의석수만으로 정당에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다. 그럼에도 비교를 하는 이유는 의석이 지배하는 힘 때문이다. 김 의원이 대표하는 것이 의석 53명이다. 하나 된 목소리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위력은 상당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경기도 현안 입법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이 있다. 경기도 산업의 40년 족쇄다. 가칭 경기남부국제공항 입법도 있다. 경기 남부권 의원 상당수의 관심사다. 재선 김 의원도 매번 내놓는 공약이다. 경기 북부 균형발전 관련 입법도 있다. 분도로 가느니 마느니 갈림길에 있다. 반도체 생태계 지원 관련 법도 있다. 경기도 관련 법이다. 다른 지역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서울 또는 인천 의원들의 입장도 다소 차이가 있다. 오로지 경기도 의원들의 힘으로 풀어가야 한다. 다르다면 조율해야 하고, 같다면 묶어 내야 한다. 이 막중한 책임과 권한이 경기도당위원장에게 있다. 냉정히 돌아보건대 역대 도당위원장들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그저 경기지역 언론 앞에서 잠시 화두로 꺼내고 마는 정도였다. 김승원 도당위원장대(代)에서 달라져야 한다. 수락 연설을 관심 갖고 들었다. 이재명 전 대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말했다. 검찰개혁과 족벌언론개혁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법사위에서의 대여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도당위원장을 떠나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당과 궤를 같이하겠다는 걸 탓할 건 아니다. 다만 경기도 유권자를 향한 ‘지역 일성’이 들리지 않아 아쉽다. 역대 어떤 정당도 가져 보지 못한 거대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 경기도당이다. 기대가 많다.

[사설] ‘감독님 고생했는데’ 펑펑 운 용인시청 우상혁

스마일점퍼 우상혁이 눈물을 흘렸다. 감독에 대한 미안함을 말하며 오열했다. “미쳐 날뛰는 모습 감독님께 각인시켜 드리고 싶었다. 저는 청춘이지만 감독님은 가정이 있으신데 저 때문에 매년 10개월 이상 해외에서 훈련하고 진짜 힘들었을 텐데….” 늘 웃음기 가득했던 그였다. 그가 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크게 울었다. 가린 팔뚝 사이로 눈물이 떨어졌다. 동고동락해온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국가대표 코치)에 대한 마음이었다. 11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뛰었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이었다. 2m17과 2m22를 1차 시기에 넘었다. 2m27 1차 시기에서는 바를 살짝 건드렸다. 2차 시기에서 가뿐히 넘었다. 운명의 높이는 2m31이었다. 세 번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잠시 고개를 떨궜지만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가슴에 태극기를 치는 세리머니로 마무리했다. 도쿄 올림픽 4위였던 그는 7위의 성적으로 이번 파리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우상혁은 육상 불모지 한국의 보배다.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로 뛰어올랐다. 고난 극복의 역사가 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왼발과 오른발의 길이가 약 10㎜ 차이난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높이뛰기로 전환해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초의 한국인 우승을 일궈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개인신기록 2m36이다. 대회 전부터 금메달 후보로 당당히 꼽혔다. 그는 소속팀인 용인시청에도 감사를 표했다. 2022년 10월 입단해 훈련해 왔다. 해외 원정 등에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다. 이번에도 이상일 시장 등이 현지로 날아가 응원전을 폈다. 이번 대회 금메달은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차지했다. 기록이 2m36으로 우상혁의 개인기록과 같다. 기록에 대해서는 의외로 담담했다.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함을 느끼면서 계속 두드려볼 생각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는가.” 파리 올림픽은 끝났다. 당당하고 활기찬 MZ세대 올림픽이었다. 당찬 소신 발언에 모두를 반성케도 했다. 함께한 감독을 대놓고 비판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 역시 ‘당찬 MZ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그 형식에 대한 이견은 일부에 있었다. 그래서 우상혁의 눈물이 특별했다. 지도해준 감독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스승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다. 그게 폭발한 뜨거운 눈물이다. 소중하고 가슴 저린 의미다. 어떤 금메달로도 대신 못한다. 우상혁의 눈물이 환희로 바뀔 날을 고대한다. 그가 꾼 ‘감독님과 미쳐 날뛰는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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