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 방음터널, 인증샷 명소되기 전에 대책내야

지난해 인터넷에 올랐던 짧은 뉴스가 있다. 포클레인이 기암을 부수고 있는 장면이다. 중국 허난성의 ‘용기를 시험하는 바위’ 얘기다. 두어 평 크기의 이곳이 인증샷 명소였다. 낭떠러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중장비로 부수는 결정을 한 것이다. 호주의 한 대학이 집계한 통계가 있다. 인증샷 찍다가 사망한 사람이 14년간 400명에 달한다. 위험한 인증샷 명소는 이제 세계 각국의 고민거리다. 위험 정도가 특히 높은 게 도로다. 도로 위, 철길 위, 터널 안이 명소인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많다. 보령해저터널도 대표적인 곳이었다. 국내 최장 해저 터널로 유명한 곳이다. 터널 내에서 각종 인증샷 시도가 유행했다. 도로 한복판에 서서 촬영을 하고,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찍기도 하고, 진입이 금지된 오토바이를 타고 인증샷을 찍었다. 2021년 12월 개통 직후부터 그랬다. 이를 근절하는 데 행정력 소비가 컸다. 수원에 이런 우려를 사는 곳이 등장했다. 영동고속도로 광교 구간 방음터널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112 신고가 접수됐다. “방음터널에 사람이 올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10대 2명이 방음터널 위에 올라갔다. SNS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신고는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가 한 것이었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경찰에 올라간 이유를 밝혔다. 여중생이 올라간 장면을 보고 따라했다고 했다. 여중생 A양이 지난해 6월 같은 행위를 했다. 투명한 방음터널 위에 올라갔다. 이 기괴한 모습에 운전자들이 경악했다. 노을을 보기 위해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이 모습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를 모방한 행위가 이번에 나타난 것이다. 인증샷 명소는 급속도로 알려진다. 광교 방음터널도 그렇게 유명세를 탈 가능성이 커졌다. 도로공사 측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접근 예방 조치를 하는 방법만 남게 된다. 그런데 이게 없다. 통행금지 펜스는 설치돼 있지만 실제 출입을 막을 수준은 아니다. 감시용 CCTV도 없다. 울타리 경고등은 작동하지 않았다. 터널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올라갈 수 있다. 인증샷 장소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통제 조치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은 방음터널 위가 투명하게 보이는 구조다. 놀라는 운전자들도 위험천만하다.

[사설] 아주대병원도 응급실 축소, 군의관 ‘땜질’ 실효성 없다

아주대병원이 응급실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사직과 의료진의 과부하 등에 따라 심폐소생술(CPR) 등 초중증 환자(심정지 환자)만 수용해 진료한다. 시간은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인 금요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이며, 대상은 16세 이상 성인 환자다. 15세 이하 소아·청소년을 치료하는 소아응급실은 수요일과 토요일엔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진료를 중단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한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는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으나 의대 증원 사태 이후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남은 11명 중 4명도 격무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냈는데 병원 측 설득으로 사직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경기 남부권의 24시간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맡는 권역 응급의료센터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하루 110∼120명의 환자가 들어온다. 이 중 60∼70명은 성인으로 전국 최다 수준이다. 응급 환자의 중증도 또한 전국에서 1∼2위를 다툰다. 이런 병원이 목요일에 심정지 환자 외에 응급실 환자를 받지 않겠다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인근 지역 주민은 물론 119 구급대원들도 응급환자가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크다. 의정 갈등이 6개월 넘게 장기화되면서 의료진 부족에 따른 응급실 파행 운영이 현실화되고 있다. 야간과 휴일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가 진료를 제한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는 ‘병원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응급실 뺑뺑이’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응급실을 제때 찾지 못해 사망한 이들도 나오고 있다. 응급실 상황은 하루가 다른데 정부는 여전히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의료 공백의 원인을 전공의 이탈 탓으로 돌리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250여명을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에 투입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아주대병원에도 군의관 3명이 배치된다. 하지만 파견 인력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하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응급·중증환자 진료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응급실 문을 열어 놓고도 환자를 못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니 미봉책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군의관 투입 같은 땜질 처방만 내놓아선 안 된다. 언제까지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게 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의료체계가 원활하다”는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다.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개탄스럽다.

[사설] 화재 취약 ‘기계식 주차장’, 소방설비 강화해야

도심 곳곳에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철골 구조로 이뤄진 데다 스프링클러가 거의 없어 화재 시 겹겹이 쌓인 차량으로 순식간에 불이 번질 가능성이 크고 붕괴 위험도 높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기도내 기계식 주차장은 4천146곳에 이른다. 주차 면수로 11만1천984대다. 지난해에만 도내 110곳에서 기계식 주차장을 새로 설치해 주차 면수가 4천436대 늘었다. 도심의 부족한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기계식 주차장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법정 주차 대수를 충족할 수 있어 건축허가를 받기에 최적의 설비다. 안전성은 우려되는 게 많다. 화재나 중대 사고에 취약한데 관련 법이 너무 허술하다. 특히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이다. 철골 구조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콘크리트 기계식 주차장과 달리 층마다 완전히 막히지 않고 바닥이나 천장이 뚫려 있다. 구조가 수직으로 뻗어 있는 굴뚝 같은 공간이어서 불이 나면 연기와 화염이 빠르게 확산한다. 차량 자체가 화재하중이 커 낙하물, 구조체 붕괴가 우려돼 소방대 진입도 어렵다. 철골 구조의 기계식 주차장은 층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에는 건축물 내 기계식 주차장 면적이 200㎡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와 같은 물 분무 등의 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계식 주차장 바닥 면적이 200㎡ 이하여서 여러 층으로 나눠 있어도 한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된다. 기계식 주차장은 소방시설을 최대로 강화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화재나 중대 사고 발생 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관련 규정은 미흡하다. 스프링클러 1대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줄을 잇고 있다. 전기차는 화재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주차공간마다 대용량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방화벽을 만들어 화재가 옆으로나 위로 번지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해야 한다. 기계식 주차장의 핵심 제어센터인 컨트롤 룸의 화재방지구역 지정도 필요하다. 컨트롤 룸은 전기패널, 컴퓨터, 모니터 등이 있는데 현행법에선 컨트롤 룸에서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별도 구역을 지정하지 않고 있다. 날선(전선에서 절연체가 벗겨져 내부 전기 도체가 노출된 상태)과 관련한 규정 강화도 화재 방지에 중요하다. 기계와 차량의 빈번한 움직임으로 케이블의 마모 가능성이 크고,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철골구조 기계식 주차장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관련 법률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

[사설] 당겨 쓴 기본소득, 빚잔치는 시작됐다

경기도의 미래 살림이 불안하다. 작금의 누적 지방채 추이가 그렇다. 2022년 3조3천862억원으로 3조원을 넘었다. 2023년에는 4조5천676억원으로 또 늘었다. 당해 발행액을 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1년 이후 계속해서 1조원을 넘는다. 덩달아 도민 1인당 채무액도 늘었다. 2020년 13만2천원에서 2023년 33만원으로 뛰었다. 예산 대비 지방채 비율, 도민 평균 채무액 등이 나쁘지 않았던 경기도다. 이 건전 기조가 무너질 위기다. 이런 때 기본소득 부담이 수치화됐다. 민선 7기 경기도를 상징하던 정책이다. 시행 초기부터 재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는 밀어붙였다. 그 예산 상당 부분을 지역개발기금에서 끌어다 썼다. 도로건설, 주택개발사업 등에 써야 할 돈이다. 도민 삶의 질을 직접 좌우하는 기금이다. 반드시 채워놔야 한다. 예탁금의 상환 조건은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이다. 올해부터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돈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 지역개발기금에서 빼 쓴 원리금은 3조1천844억원이다. 연도별 상환액은 2024년 2천350억원, 2025년 3천928억원, 2026년 4천259억원이다. 2029년 이후에는 무려 1조원 이상에 달한다. 민선 7기 기본소득 예산은 매년 늘었다. 그만큼 갚을 상황액수가 늘어가는 것이다. 팍팍한 살림에 여유 예산이 있을 리 없다. 1조원 넘는 빚을 충당하려면 차환자금 융자를 해야 한다. 기본소득 빚이 또 다른 빚을 낳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당장 지역개발기금에 뚫린 구멍도 크다. 분할 상환이 끝나는 2029년까지 불가피한 결손이다. 당초 올해 책정된 지역개발기금은 2조1천727억원이었다. 이게 1차 추경에서 1조8천723억원으로 감액됐다. 2019년 이후 2조원 초·중반대를 유지해 오던 지역개발기금이다. 1조원대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공공투자사업, 도로건설사업, 공동주택 노후배관 교체 사업 등 중요하지 않은 항목이 없다. 여기 쓸 돈이 펑크 난 것이다. 기본소득은 2022년 대선의 이슈였다. 이재명 후보의 정책이었다. 2024년 정치권에서도 여전히 이슈다. 이재명 대표의 방향이다. 매번 지적된 것은 재원 문제다. 하지만 이 후보는 대선에서 낙선했고 지금은 야당 대표다. 기본소득을 정책으로 채택할 여지가 없었다. 채택된 바 없으니 검증할 근거도 없다. 기본소득의 유일한 가늠자는 그래서 경기도다. 2020~2024년 정책의 결과표다. 부작용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다. 중요 행정의 포기를 부르고 있다. 퍼 준 돈만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쯤이면 토론해야 한다. ‘10만원’ 받을 때 안 했던 토론, 이제는 해봐야 한다.

[사설] ‘응급실 붕괴론’ 나올 정도로 사태 심각하다

전국의 응급실이 무너져 가고 있다. ‘응급실 붕괴론’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는 ‘응급의료 역량에 문제 없다’고 하는데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지난달 두 살짜리 응급 소아환자가 1시간가량 응급실을 찾다가 의식불명에 빠졌다. 12번째 연락한 병원에서 겨우 응급진료를 받았으나 심각한 뇌 손상으로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다. 앞서 연락한 11곳 병원 중에는 소아응급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지만 소아신경과 담당의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했다. 병원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해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로 피해를 본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응급실을 제때 찾지 못해 60대 여성 온열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뒤 1시간 만에 숨지는가 하면, 산모가 구급차에서 출산한 일도 있었다. 비상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지 오래 됐다. 응급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 간다. 응급환자를 실어나르는 119구급대원들조차 인력과 병상 부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응급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전국 응급실 상황에 대한 일일 브리핑을 시작했다.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하는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진료 차질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곳은 24시간 운영 중이다. 응급실을 닫지 않았다고 하지만 상당수가 전문의 부족으로 정상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는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곳,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곳,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곳,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곳”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밝혔다. 불만 켜 놓고 응급실 간판만 달아 놓은 곳은 소용이 없다.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어야 하는데 정상 진료가 안 되니 문제가 심각하다. 복지부가 응급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4일부터 파견하기로 했다. 군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군의관들이 부대를 떠나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가 근무지를 떠나면 그 공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 발표는 없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전공의들의 전면 복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상황, 정부 대응은 너무 안일하다. 아주대병원 등 수도권 권역 응급의료센터들도 주중 하루나 이틀 응급실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필수의료 인력 확보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사설] K-컬처밸리 규명, 국회 아니라 도의회의 일이다

고양 K-컬처밸리 문제가 국회에 등장했다. 국정감사 청원에 동의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처음 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것은 지난달 5일이다. ‘CJ라이브시티의 K-컬처밸리 사업 계약 일방 해지 관련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 등에 관한 국정감사 요청에 관한 청원’이었다. 30일 안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조건을 충족했다. 소관위원회에서 본회의 심의·의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소위 결정에 따라 국정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경기도의 입장은 공개됐다. 계약 해지의 직접적 동기를 설명했다. 완공 기한 연장 여부와 지체상금 감면 문제다. 연장의 불가피성과 지체상금 감면이 CJ 측 요구였다. 경기도는 특혜와 배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동연 지사가 직접 향후 개발 계획도 설명했다. 건공운민(공공 개발·민간 운영)의 개발 방식을 밝혔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통한 투자 유치 구상도 공개했다. 하지만 시민들 요구는 다른 데 있다. 현 사업 재개다. 지금 경기도의회로 가 있다. 토지매입비 반환금 의결이다. 계약 해지로 CJ 측에 돌려줄 땅값이다. 1천524억원인데 26일까지 줘야 한다. 도의회 민주당은 관련 조례안까지 준비해 놓고 있다. ‘경기도 K-컬처밸리 조성 및 활성화 지원 조례안’이다. 김 지사가 밝힌 개발 계획을 담보하는 조례다. 고양시민들은 이것도 거부한다. 조례 입법 예고에 압도적인 반대 의견을 표했다. 토지매입비와 조례안 통과 모두 부담스러워 보인다. 이런 때 불거진 여의도발 청원이다. 국회에서 이 문제를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경기도의회가 패싱될 상황이다. 경기도의회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다. 경기도가 당사자고 고양시가 사업지다. 경기도의회가 조사·심의해야 할 광역 행정이다. 상임위나 특위를 구성해도 경기도의회가 할 일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시민들이 국회 청원을 요구했다. 사실상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를 향한 불신이다. 이것만으로도 도의회에는 수모다. 도의회에서 행정사무조사 안건이 발의됐다. ‘경기도 K-컬처밸리 사업협약 부당 해제 의혹 행정사무조사 요구의 건’이다. 국민의힘 쪽에서 69명이 참여했다. 제안설명은 이렇다.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 비용이 추산될 것으로 판단되며, 그 피해는 오롯이 도민의 몫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도 구성하겠다고 했다. 예약 해지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한다. 국회 청원에 맞서듯 등장했다. 민주당은 반대고, 의장도 여야 합의를 말한다. 안건 처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글쎄다. 이럴 필요가 있는 문제일까 싶다. 계약 해지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법리 검토에 무리가 없음을 소명하면 된다. 여기에 무슨 대단한 비리가 있겠나.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지사가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사설] 정작 출퇴근 때 못 오는 돌보미가 복지인가

아이돌봄서비스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아이의 복지증진이 목적이다. 보호자의 일·가정 양립도 지원한다. 양육친화적인 사회 환경도 조성한다. 아이돌봄지원법 제1조에 명시돼 있다. 지원 대상은 12세 이하 아동이다. 구체적으로 생후 3개월~만 12세다. 12세 이하 아동은 시간제 서비스, 36개월 이하 영아는 영아종일제 서비스로 구분된다. 취지가 좋은 사업인데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돌보미 기다리다가 아이 다 큰다’는 볼멘소리다. 과한 소리도, 괜한 소리도 아니다. 돌보미를 배정받는 게 그만큼 어렵다.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려 6개월~1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신청 아동이 10세 또는 11세라면 어떻게 될까. 대기하다가 자격 연령 초과하는 셈이 된다. 경기도내 돌보미 수급 상황을 보자. 7월 기준 경기도 아이돌보미는 5천409명이다. 실제 이용 아이들은 1만2천54명이다. 돌보미 1명에 아이들 1.44명꼴이다. 수치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돌봄서비스 수요의 집중이다. 신청이 주로 몰리는 시간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출퇴근 시간이다. 수요 병목으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 도 관계자가 ‘낮 시간대에는 (공급이) 남아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마나 한 소리다. 제도 목적이 ‘직장 생활 지원’이다. 직장은 출퇴근을 전제로 한다. 이 기본 취지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요 분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출퇴근 시간을 달리해야 하는데, 그건 산업계 전반의 영역이다. 결국 현 상태에서 생각해 볼 대안은 하나, 돌보미 공급 확대다. 현재 돌보미는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한다. 80시간의 양성 교육과 현장 실습이다. 주로 은퇴 연령대 여성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기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다 많은 돌보미를 양성하는 것이 대안이다. 현장에서는 낮은 보수 개선도 과제로 든다. 현재 보수는 최저 시급을 겨우 웃돈다. 무작정 봉사정신만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산이 없을 테니 돌보미 증원부터라도 해야 한다. 안 한다면 모를까, 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복지마다 소비자에 이르는 공급망이 있다. 아동 복지의 아동돌보미, 노인 복지의 노인돌봄생활지원사 등이 예다. 그 자체로 일자리다. 복지가 창출하는 고용이다. 그나마 최소한의 공급망이다. 이마저 예산 없어 외면할 것인가. ‘돌보미 대기’ 원성을 계속 방치할 건가. 이런 복지는 복지가 아니다. 아이돌봄지원법 1조에 대상 아이들을 특정해 놨다. 그 애들 100%에 대한 공급은 법의 약속이다.

[사설] 미성년자 무면허 렌터카 사고, 안전대책 강화해야

렌터카 이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렌터카 사고도 매년 1만여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28일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국회의원(인천 남동갑)이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의 분석에 따르면 렌터카 사고는 2020년 1만223건, 2021년 1만228건, 2022년 9천779건, 지난해 9천496건 등으로 나타났으며,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 수는 연평균 약 1만5천588명수준에 이르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렌터카 사고는 9월부터 12월까지 발생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석과 같은 연휴가 있는 9월과 개천절 등이 있는 10월에는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철과 겹쳐 렌터카 수요 증가와 더불어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또 겨울철에는 짧아진 일교시간과 날씨로 인한 도로 상황 등으로 렌터카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사회 문제는 렌터카 사업의 활성화와 휴대폰 이용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자동차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무면허 렌터카 사고가 매년 수백 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29건의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52명이 다쳤다. 2022년에는 258건, 2021년 320건, 2020년 399건이 각각 발생했다. 무면허 렌터카 사고에서 더욱 큰 문제는 미성년자의 무면허 렌터카 운전으로 인한 사고다. 무면허 렌터카 사고를 나이대별로 분류한 결과 운전자가 20세 이하인 경우가 최근 5년간 발생 건수의 약 36.69%인 580건으로 가장 크다. 이들 중 상당수는 휴대전화 앱을 통한 회원 가입을 타인 명의를 도용해 비대면 인증을 받아 쉽게 렌터카를 이용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심지어 특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무면허자를 대상으로 차를 빌려준다는 게시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X(옛 트위터)에 ‘무면허 렌트’를 검색하면 인증 계정을 판매한다는 글 등이 있어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을 조장하고 있다. 이런 SNS 게시물은 불법을 조장하는 행위이므로 조사해 엄벌해야 한다. 미성년자를 비롯한 무면허 렌터카 이용을 차단하기 위한 확실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렌터카 업체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차량 대여 및 운행 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토부 등은 렌터카 이용을 시작할 때 얼굴 또는 지문인식을 의무화하는 등 관계 규정을 강화해 더 이상 미성년자가 무면허 렌터카 사고로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설] 위기의 ‘경기도 연극’, 지원 늘리고 개념 넓혀야

경기도 연극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연극이 시작됐는데 관객은 두 명뿐이다. 배우는 개의치 않고 연기에 최선을 다한다. 공연 도중 대본에 없던 눈물을 쏟는다. 그 두 명조차 나가고 객석이 비었다. 결국 연극은 중단되고 막을 내린다. 남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연극인의 경험이다. 경기도 연극계가 이렇게 힘들다. 서울 10편 할 때 1편 한다. 경상도에 비해도 절반이다. 월수입 40만원도 어렵다. 겸업하면서 생계 유지한다. 자생력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 절멸의 극한에 처했다고 봐야 한다. 유일한 지지력이 지자체 지원이다. 이렇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원과 과도하게 연계되는 제한이 문제다. 지나치게 지역적 내용을 강조한다. 지역 명소, 지역 문화, 지역 역사를 소재 삼도록 강권한다. 고양의 행주대첩, 용인의 처인성, 수원의 정조대왕 등이다. 지역민들도 달달 외는 지역 문화와 역사다. 신선한 창작물이 도출될 리 없다. 관객이 찾을 리도 없다. 물론 성공한 지역 소재 연극은 있다. 충남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로 연극을 만들었다.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 제주에서는 4·3 사건 연극이 성공했다. ‘바람의 소리’. 하지만 이 현상을 경기도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31개 시•군의 문화가 저마다 다르다. 그 문화의 지명도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지나친 지역화는 연극을 망칠 우려도 있다. 연극 지원 행정의 객체는 연극이다. 지역 홍보가 우선한다면 그건 일반 홍보 행정이 된다.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 경기도 연극은 서울과 맞댐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공연 현황이 있다. 서울에서 836건이 공연됐다. 전국 공연의 66.14%다. 티켓판매량 비중은 더 높다. 전국 연극 티켓의 78.87%가 서울에서 팔렸다. 10분의 1에 불과한 경기·인천 연극이다. 그 중심인 서울 대학로가 30분 거리다. 애초에 자율 경쟁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국토 균형 발전이 국가 정책의 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연극도 균형을 이루게 지원해야 맞다. 또 중요한 게 발상의 전환이다. 연극 생태계 지원이 같이 가야 한다. 지역마다 ‘~단길 조성’이 붐을 이룬다. 서울의 ‘경리단길’이 시작이다. 수원 ‘행리단길’이 생겼고, 경주 ‘황리단길’이 생겼다. 볼거리, 먹거리가 어우러지는 복합 개발 개념이다. 경기도 연극도 이래야 산다. 맛집, 숙소 등이 연극과 어우러지는 상권 조성이 필요하다. ‘수원 연극길’, ‘용인 연극 마을’ 등을 상상해보자. 이 사업은 도시계획 차원이다. 지자체가 나서야 할 수 있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맞는 말인데 경기도 연극계에 지금 주문할 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긴급 지원이고, 그 내용은 더 크고 더 자유롭고 더 넓어져야 한다.

[사설] ‘전자발찌’ 성범죄자 활개, 무용론 나올 만하다

전자발찌를 찬 30대 남성이 여성 혼자 일하는 가게에 침입해 성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2천여만원을 강탈해갔다. 지난 23일 오후 수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 남성은 성범죄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관찰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같은 범행을 대낮에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 전자발찌를 채워도 성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툭하면 비슷한 범죄가 발생하는데도 개선되지 않으니 거주지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다. 전자발찌가 있어도 재범 방지 효과가 없다면 장식용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 ‘전자발찌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감독제도는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범죄자(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스토킹)의 신체에 전자장치를 부착해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제도다. 보호관찰관이 중앙관제시스템을 통해 전자감독 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전화로 특이사항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관리한다. 이는 대상자의 위치 파악만 가능할 뿐, 전자장치로 행동 감지는 할 수 없어 보호관찰관이 범죄 행위를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전자장치는 그냥 위치 추적기에 불과하다. 전자발찌의 허술한 관리가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관리 대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거나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야간 외출조차 제한받지 않고 주택가를 활보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악질 성범죄자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비웃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의 허점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감시 인력인 보호관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전국 기준 전자감독 인력은 323명인데, 대상자는 5천600여명이다. 단순 계산해도 보호관찰관 1명이 17명의 대상자를 관리해야 한다. 2008년 전자감독제 도입 당시 보호관찰관 1명당 감시 대상자가 3.1명이었음을 감안하면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자발찌를 채우고 24시간 감시만으로 재범이나 훼손·도주를 막기는 어렵다. 24시간 감시라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다. 위치 추적만 하는 전자장치 이외에 처벌을 강화하거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법무부와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찰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공조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또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야간 외출을 제한하거나, 거주지를 제한하는 등의 법률 제정·개정도 필요하다. 전자발찌를 채워놨다고 안심하거나 방치해선 절대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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